사물들 마카롱 에디션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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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적은 너무 거대하고, 보이지 않는다. 도처에 있고, 우리 안에 있다. 우리의 혈관에 흐르고, 생체화되어 있는 무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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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5-30 07: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시무시한데요, ㅠㅠ

그레이스 2023-05-30 09:54   좋아요 1 | URL
ㅎㅎ
작가가 우리 안에 있다라고 한 적은 자본주의!
상대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잘 썼어요^^
 
마음의 온도는 몇 도일까요? - 그림 시집
정여민 시, 허구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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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감상했던 지인이 말했다. 대부분 시집은 대표 몇작품만 좋은 경우가 많은데 다 너무 좋다고. 버릴게 없다. 13살 아이의 감성이라고 믿겨지지 않는다. 모든 생명, 모든 사물, 모든 사건, 일상이 시가 되는 천재적 감수성과 글솜씨!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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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5-27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기대가 되네요!!

그레이스 2023-05-27 22:41   좋아요 0 | URL
예 좋았습니다.
21살이 된 정여민군은 어떤 글을 쓸까 궁금하더군요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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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 취향이 아닌듯 해도 주변 사람들이 좋다고 하면 읽어 보는 것도 좋다. 이유를 알듯! 가벼운 듯 읽혀지는데, 가볍게 쓰인 책이 아니다. 좋아하는 고전, 미술, 문학 등의 사색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지식을 주기도, 위안이 되기도, 도전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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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5-27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영민 저자는 아는 게 많아 보이는 글을 쓰는 점이 부러운 점입니다.

그레이스 2023-05-27 22:40   좋아요 0 | URL

정말 많아보입니다.
 
이중나선 - 생명에 대한 호기심으로 DNA를 발견한 이야기 궁리하는 과학 1
제임스 D. 왓슨 지음, 최돈찬 옮김 / 궁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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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을 위한 교양서적이라고 하지만, 일단 이중나선이라는 제목에서 전문분야의 아우라가 느껴져 선뜻 뽑아서 펼쳐보게 되지 않는다. 그러나 몇 페이지를 읽다보면 왜 교양서적이라 했는지 알게 된다. 왓슨이 크릭과 함께 DNA구조를 밝혀내는 과정을 쓴 것인데, 그 과정이란 것이 과학적 지식이 아닌 사람들과의 만남과 관계에 기울어져 있어서 흥미롭다. 잠깐씩 나오는 생물이나 화학 물리학적인 지식을 모르더라도 이 책을 읽을 수 있다. 과학고 지망하는 중학생이나 과학에 흥미를 갖고 있는 고등학생을 위한 준비도서로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다.

 

왓슨과 크릭과 모리스 윌킨스 세 사람은 1962년 노벨 생리 의학상을 받았다. 1953<네이처>지에 논문을 발표하기까지 여정의 기록을 이 책에 담았다. 그의 글쓰기 능력 뿐 아니라, “내가 보기에 프랜시스 크릭은 그리 겸손한 사람이 아니었다.(25p)”로 시작하는 왓슨의 글은 사람에 대한 탐구와 관계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한다. 과학 역시 인문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케임브리지 캐번디시 연구소에서 만난 35세의 크릭은 머리 좋고 통찰력 있는 사람이었으나, 아직 무명의 재능을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는 떠들어 대기 좋아하고, 의견이 같지 않을 때는 그 즉시 직설적으로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독특한 성향의 사람이었다. 그의 이런 거침없는 성품 때문에 연구소의 동료들은 그와 거리를 두었고, 그가 재능을 보일 때마다 기분 상해 했다. 이런 성품에도 불구하고 왓슨이 크릭과 함께 한 것은 관심이 같았음을 알았고, 그의 능력을 인정했으며, 크릭이 자신의 성품이 약점임을 알고 고민하고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크릭이 물리학을 떠나 생물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46년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나서라고 한다. 그 전에는 DNA에 흥미를 갖고 있지 않았다. 왓슨과 함께 이 DNA 연구를 위해 캐번디시에서 팀이 꾸려졌을 당시 그 구성원들 간에는 인간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영국 물리학자 모리스 윌킨스와 크릭이나 왓슨과는 그들을 지배하는 문화와 정신의 차이가 있었다. 이들 간의 성격 차이도 장애요소였다. 윌킨스의 조수 로잘린드 프랭클린과의 갈등 역시 연구의 중요한 변수였다. 윌킨스의 조수로서의 역할을 거부하고 이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희망했다. 결정학자인 로잘린드 프랭클린은 왓슨과 크릭의 DNA 구조 가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신의 X선 회절법으로 찍은 사진을 이 ‘DNA 나선 구조가설을 입증하는 자료로 쓰이는 것에 강하게 반대했다. 이것은 그들의 연구에 있어 접근 방법과 신중함의 창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가장 큰 적수는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이다. 당시 50대의 폴링은 과학계에서 유명세를 누리고 있었다. 그는 노벨상을 의식하고 이 DNA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이었다. 이 폴링의 알파 나선과 그의 연구가 왓슨과 크릭을 의기소침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긍정적 자극이 되었다는 생각이다. 폴링 역시 경쟁의식 때문에 섣부른 발표를 하게 되었고, 그의 이론은 허점을 갖게 되었다.

 

한 가닥의 나선에서 이중나선 이론으로 발전하고 다시 그 3차원적인 나선 구조를 찾는 이들의 길은 몇 번의 희열과 절망의 순간들을 거친다. 이 이중 나선의 결합에 있어 뼈대의 위치가 바깥쪽에 위치하게 하고 이 두 나선구조를 이루는 뉴클레오티드의 염기, 퓨린 유도체(아데닌, 구아닌)와 피리미딘 유도체(티민, 시토신)의 차이를 발견함으로 결합의 문제 해결은 결과를 놓고 보면 간단함에도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은 몇 번의 실패와 좌절이 있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리고 모형을 만들고 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이들이 만들어 놓은 장난감 블록처럼 생긴 구조물은 오늘날 컴퓨터 3D프로그램으로 쉽게 구현할 수 있는 형태지만 당시만 해도 철제 모듈을 만들어서 조립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다 조립된 모형의 이중나선을 이루는 뉴클레오티드의 연결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 이중나선은 왓슨과 크릭의 생물, 화학, 수학적 지식이 동원된 가설 모형이지만 이 구조를 증명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윌킨스의 회절 사진이다. X선 회절법을 이용해 찍은 DNA사진은 왓슨과 크릭의 논문이 실리는 <네이처>지에 다른 논문으로 함께 실렸다.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은 윌킨스가 아니라 로잘린드 프랭클린이다. 의견 차이와 불화로 프랭클린이 팀에서 나가면서 자신의 자료를 모두 넘겨주었고, 윌킨스가 이 사진을 논문에 싣기 전 왓슨과 크릭에게 제공하면서 이들이 이중나선 연구와 결과에 확신을 하고 속도를 내게 되었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이다. 폴링에 대한 견제가 이런 절차의 무시를 가져왔다고 본다. 사실은 프랭클린의 업적이 더 큼에도 불구하고 노벨상을 수여할 때 그녀가 아닌 윌킨스의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은 아직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3902768?sid=105

 

파인만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우리는 자주 과학적 성과만 바라보지, 그 뒤에 있는 과학자들의 윤리와 인격, 성품이 그 성과에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게 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이 경쟁에서 이긴 승리자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 경쟁을 그렇게 단순하지도 않았고, 신문에 보도된 기사와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간단히 말해, 이 경쟁은 모리스 윌킨스, 로잘린드 프랭클린, 라이너스 폴링, 프랜시스 크릭, 그리고 나. 이렇게 5명이 벌인 것이었다.(24p)"


왓슨이 크릭과 함께 하지 않았다면, 케임브리지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당시 라이너스 폴링이 이 DNA 연구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프랭클린이 이들과 불화하지 않았다면, 피터 폴링이나 휴 헉슬리와 같은 동료들의 격려가 없었다면, 왓슨이 학교의 권고대로 연구를 중단하고 박테리오 파지 연구에만 몰두했더라면 등등 수많은 변수들이 이중나선을 다른 연구실 다른 과학자에게 선물할 수 있었다

그 수많은 변수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 그런 면에서 과학은 인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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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05-18 22: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리뷰만 읽어도 멋지단 생각이 드네요. 과학자들의 불화야 익히 들어온 바이긴 하죠!
과학도 인문학이 맞네요
사람이 그 중심에 있으니까요^^

그레이스 2023-05-18 22:36   좋아요 1 | URL
지금이야 더 심하겠죠.
경쟁적으로 같은 주제의 논문을 먼저 내려고들 하니!
모든 분야에서 숙제인듯 합니다.

yamoo 2023-05-19 09: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궁리하는 과학 시리즈....이 시리즈가 사이언스북스 과학시리즈와 함께 과학의 중요 명저들을 잘 번역해 주고 있는 듯해요. 궁리에서 나온 <우연과 필연>은 그래도 읽을만 했습니다. 이전에 범우사판은 거의 못읽는 수준이었거든요~
이중나선은 뭐, 이전판도 충분히 읽을만 했습니다만, 훨씬 가독성을 높여 주어서 이중나선은 여러 판본을 갖고 있는데, 궁리가 가장 읽기 편하네요..ㅎㅎ

그레이스 2023-05-19 10:01   좋아요 1 | URL

저도 이전 판 읽어봤는데 궁리에서 나온게 더 나았어요**

Jeremy 2023-05-19 16: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책, <Double Helix> 를 읽고 흥미가 생겨서
Molecular Cell Biology with an Emphasis on Biochemistry 라는 대학 전공을 선택했고
제가 대학 다닐 당시는 PCR 과 Human Genome Mapping 이 엄청난 화두였는데
30년+ 동안 정말 놀라운 발전을 이루어낸 걸 보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저 대학 졸업하던 해, 저희 학과 초청 연사로 그 유명한 Linus Pauling 이 왔었는데
자신의 평생 동안의 업적 자랑과 Vitamin C 얘기로 3시간 반 이상 연설하는 바람에
거의 모든 이들이 지겨워서 죽을 뻔 했고 다 잠에 빠졌으며
저는 졸다가 제 이름 호명된 것도 모르고 졸업장 못 받고 지나갈 뻔 했답니다.

저희 아빠는 이 유명한 학자를 만나게 된 게 너무 신기해서 Reception 내내
그 누구도 두려워서 차마 접근하지 못 했던 이 대과학자와 담소하며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답니다.

그나저나 그레이스님의 독서 범위는 정말 광범위하군요.

그레이스 2023-05-19 14:10   좋아요 1 | URL
우와 우와 Jeremy님 폴링을 보셨다니 ...! 이 책에서는 달변에 강연도 스펙타클하게 잘 하는 분으로 소개되던데요^^
전공까지 👍
시대를 앞서가셨네요
저 대학 다닐때만 해도 유전공학이나 생화학 쪽은 신생이었는데요
교수님들이 안계셔서 카이스트에서 강사가 오시고 그랬어요,
미국과 한국의 차이겠죠?

Jeremy 2023-05-19 14:20   좋아요 2 | URL
제가 Linus Pauling 을 보고 악수도 하고 사진도 같이 찍은 해에
이미 91세였는데 본인 말대로 Vitamin C 를 많이 먹어서였는지
그 큰 키도 고대로, 자세도 곧바르고 총기가 넘치다 못해
기억력이 거의 사진 찍은 것 같은 수준이라 정말 굉장한 사람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답니다. 물론 자신의 이야기가 너무 많고 대단해서
끝을 모른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그렇게 정정했는데 제 대학졸업식 2년 후에 타계하셨지요.
저희 아빠한테도 너무 친절하고 정중해서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레이스 2023-05-19 14:31   좋아요 2 | URL
노벨화학상 말고 노벨평화상도 받은 걸 보면 활동도 많이 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셨던 것 같아요.
이 책에도 잠깐 폴링의 반핵활동과 관련한 일화가 나오기도 해요.
이런 에피소드 넘 감사합니다 ~♡

고양이라디오 2023-05-19 18:25   좋아요 2 | URL
이런 일화 너무 재밌네요^^ 감사합니다ㅎ

고양이라디오 2023-05-19 1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본 줄 알았는데 안봤었네요. 그레이스님 덕분에 깨닫게 됐습니다. <이중나선> 읽어보고 싶네요. 궁리 판본이 좋군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많이 알아갑니다^^ㅎ

그레이스 2023-05-19 14:09   좋아요 1 | URL
어려운 과학책이 아니라 금방 읽으실듯요.^^
즐독하세요~

레삭매냐 2023-05-20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도도 못해볼 그런 책인 것 같습니다...

‘이중나선‘에 대해 맛만 본 것으루다가.

그레이스 2023-05-20 09:31   좋아요 1 | URL
그렇게 어려운 과학전문 책이 아니라서 레삭매냐님은 충분히 읽고도 남으리라 생각됩니다.
과학지식 없이도 읽을수 있어요~^^
 
빈방의 빛 : 시인이 말하는 호퍼 (리커버)
마크 스트랜드 지음, 박상미 옮김 / 한길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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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퍼 전시를 함께 관람한 딸은 그림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꼈다고 한다. 벽과 벽, 지붕과 지붕, 창문들, 단순화된 사각의 면들로 겹쳐진 화면들은 흡사 큐비즘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초기 프랑스에서의 풍경들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빛이 비치는 면과 그늘이 지는 반쪽 얼굴로 표현된 자화상에서 후기의 단순화된 입체들을 예감하게 된다. 큰 화폭에 공간감을 없앤 단순한 기하학적 면들의 겹침과 그 사이의 공간을 생략해버린다. 빛이 비치는 곳에는 공간감을 없애고 어두운 곳은 오히려 미지의 공간을 상상하게 한다. 아마도 이런 표현 때문에 답답함을 느꼈을지 모르겠다. 


<계단>1949


어두운 숲을 향해 오르거나 어두운 바깥으로 열려있는 문을 향해 내려가는 계단은 그 어둠 때문에 두려워 주저하게 되는 마음을 읽게 된다. 빛은 모서리 반대쪽에 어둠을 만들어내면서 입체를 이룬다. 그 명암이 만들어낸 벽체가 가둔 공간은 사람들의 외로움과 갈등과 지친 하루를 감추지만, 그것들은 무심히 던진 시선에 의해 포착된다. 한 공간 안에서 서로에게 타자가 된 두 사람, 서로에 대한 마음을 참고 각자의 일에 몰두하는 그들을 보며 짙은 외로움을 느낀다. 빛이 어둠을 만들 듯 도시화는 소외된 공간을 만든다. 수직으로 확장하는 다리와 철로는 원래 있던 주택을 제자리를 잃은 모습으로 고립시킨다.

 

호퍼는 시간이 만들어낸 빛을 그리고 있다. 아침과 낯의 태양 빛, 노을, 밤의 불빛 등. 그러나 그의 빛을 그리는 그림 안에는 반드시 짙은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는 공간이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공간은 두려움, 불안을 전한다. 빛이 비치는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은 고독하고 지쳐 보이고, 그들은 마음을 감추고 있어 긴장감이 흐른다. 따뜻한 빛 속의 나른함이 왜 그리 사무치게 외로운지. 화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궁금하지만, 오히려 자세히 알고 싶지 않은 이율배반에 빠진다.


<호텔의 창>1956


이 책은 시인인 마크 스트랜드가 호퍼의 그림을 감상한 내용들로 이루어져있다. 호퍼의 대표적인 그림들과 그에 대한 해석과 감상들이다. 그는 호퍼의 방들은 욕망의 침울한 안식처(105p)”라고 표현한다. 벽에 가려진 방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 수 없지만 관찰자의 눈에 포착된 사람들의 모습에서 추측만 할 뿐이다. 텅 빈 방안에 깊숙이 들어 온 빛은 그 시선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역시 텅 비어있는 방처럼 엄청난 무게의 침묵만을 전할 뿐이고, 불안과 고독은 커져간다.

 

밤의 레스토랑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모습(나이트호크)과 철로 옆의 집(철로 변 집)을 바라보는 관찰자, 도로나 철로는 그가 지나가면서 그들을 보고 있음을 암시한다. 아마도 도시에서 우리의 관계는 이런 것이 아닐까? 그저 지나가면서 눈에 비친 아무 관계도 아닌 관계.

 

마크 스트랜드가 이 책을 나이트 호크에서 시작해서 빈방의 빛으로 끝내고 있는 이유를 짐작해본다. 지나가면서 언뜻 바라본 불 빛 속의 네 사람, 그들의 포즈와 표정이 자아낸 분위기 때문에 시선을 거둘 수 없다. 거기까지다. 들여다볼수록 텅 빈 방처럼 침묵하고 있어 알 수 없어 고독은 더욱 커져만 간다.


<나이트호크> 1942

<빈방의 빛> 1963

 


작가의 감상을 가끔 펼쳐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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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1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3-05-01 07:39   좋아요 3 | URL
큰 화폭에 공간감을 없앤 단순한 기하학적 벽들의 겹침? 빛이 있는곳에는 공간감을 줄이고 어둠이 있는곳에는 미지의 공간을 남겨둔것 같은 표현에서 저도 그런 느낌을 느낀것 같아요.
그란데 오히려 작가의 삶에서 그 절절한 고독을 발견하지 못하면 감상을 깨뜨릴것 같고, 또 발견한다면 그것도 이입이 되어서 방해가 될것 같은? 생각요
아이러니 하네요^^
전시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희선 2023-05-01 0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드워드 호퍼 이야기 나오면 꼭 부인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이름은 잊어버려서 찾아보니 조세핀이군요 예전에 어떤 책에서 보니 조세핀도 그림을 그렸지만, 자기 그림보다 남편이 그림을 그리게 도와줬다는 이야기였어요 두 사람이 다 그림을 그렸다면 둘 다 잘 안 됐을지... 그건 모르는 이야기겠습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3-05-01 07:42   좋아요 0 | URL
조세핀의 영향에 대해서도 알죠!
그의 작업 중에 수채화는 그녀의 영향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많은 포즈와 장면 연구에 직접 모델이 되기도 하고, 조언을 했다는 얘기도 읽었습니다.
그려도 재능있는 화가였다고는 하더군요^^
감사합니다 ~♡

거리의화가 2023-05-01 07: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호퍼의 그림은 주체가 없고 객체들만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고독과 우울, 불안감이 느껴지는데 호퍼가 누구인지 궁금하면서도 깊은 내막은 알고 싶지 않은 생각도 들고…^^ 전시 좋으셨겠습니다!

그레이스 2023-05-01 08:04   좋아요 1 | URL
저랑 비슷한 감상을 하시네요! 감동!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DYDADDY 2023-05-01 0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호퍼의 그림은 단편수상집의 표지에 있는 것을 처음 보았어요. 밖을 바라보는 여인의 모습에 담담한 그리움이나 고독이 느껴져 인상이 깊었던 그림이었어요 그 이후에 몇몇 작품을 보았는데 자연을 배경으로 하든 도시를 배경으로 하든 피사체를 객관적으로 표현하지만 그 안에 깃든 쓸쓸함이 느껴져 종종 보게 됩니다. 따님은 아직 그런 감정을 받아들이실 나이가 아니라서 답답하다고 느끼셨는지도 모르겠어요.
전시에 가보고 싶지만 여건상 힘들어 그레이스님의 감상으로 대신해봅니다.

그레이스 2023-05-01 08:55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런 감상까지 하기에는 어리죠^^
‘어려서 그래!‘ 라고 말은 안했지만요!
나름 답답함이란 표현도 나름 잘 본 거라 생각했구요. ㅎㅎ

이 전시는 특히나 날짜랑 시간 예약을 하고 꼭 그 시간에 들어가야 해서 조금 까다롭긴 했어요.
줄서고 기다리느라 감기 들 뻔 했어요 ㅠ

DYDADDY 2023-05-01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식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이성으로 획득이 가능하지만 문학이나 예술은 감정으로 획득해야하는 부분이기에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따님이 ‘어려서‘라는 부정적 의미는 아니었어요. 오히려 ‘조금 부러운‘의 느낌이랄까요. ㅎㅎㅎ 많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쓴 경험을 했다는 것이니까요.
전시관에 많은 사람이 북적이면 차분하게 감상하기 어려우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요즘처럼 변덕스러운 날씨에 웨이팅룸이라도 있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드네요. 생각보다 봄이 너무 길어집니다. 요즘 마스크 해제 후에 병원이 성시이니 그 줄에 서지 않으시도록 건강 유의하시기 바라요.

그레이스 2023-05-01 11:18   좋아요 1 | URL

저도 부정적인 느낌으로 읽은건 아니었는데,,, 그 아이 나이 대로 감상했다는 걸로 알아들었어요^^
저도 딸이 부러웠어요 ㅋㅋ

아!
전시와 관련된 미술관의 진행에 아쉬움이 있긴 했습니다^^

새파랑 2023-05-01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그레이스님 리뷰 보고 샀는데 ㅋ
호퍼 작품이 세계문학고전 표지로 많이 쓰여서 궁금하더라구요 ^^
저도 전시화가보고 싶습니다 ㅜㅜ

그레이스 2023-05-01 14:35   좋아요 1 | URL
아!
갑자기 책임감 확 느끼네요 ㅋㅋ
저는 좋으시리라 기대합니다~^^
아직 여유 있으니 기회가 있으시길 바래요 ~

가필드 2023-05-01 17: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시회 다녀오신 분들이 다들 좋으셨다 하셔서 기대감이 있네요 그레이스님 리뷰 보고 저도 가기전 읽고 보고 싶군요 🤗

그레이스 2023-05-01 17:50   좋아요 1 | URL
가필드님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래요~~

초란공 2023-05-01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갖고 있는 책인데... 읽지 않았군요 ^^ 그림을 볼 때 느껴지는 마음 속 어딘가 휑한 느낌을 작가들은 어떻게 바라보았을지 기대가 됩니다~! 전시는 어떠셨나요?

그레이스 2023-05-01 21:41   좋아요 1 | URL
전시 좋았어요
다만 나이트호크는 스케치만 와서 그게 조금 안타까웠어요 ㅠ
그래도 호퍼의 유명작들과 초, 중, 후기 각 단계 작품들을 볼수 있어 좋았어요
그의 에칭을 감상한게 좀 특별했습니다.

초란공 2023-05-01 21:40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나이트호크가 안와서 좀 아쉽네요. 그러고보니 제 북플 대문 이미지도 나이트호크인게 생각났습니다^^ 여러 작가들이 호퍼의 책을 읽고 쓴 글을 모은 <빛 혹은 그림자>란 책도 있는데 저도 아직 읽어보진 못했어요. 아내는 이 책이 재미있었다고 해요.

그레이스 2023-05-01 21:45   좋아요 1 | URL
아!
북플 대문 이미지!~♡
저도 그 책 확인해봐야겠어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소재로 한 소설집이네요
재미있을듯요

yamoo 2023-05-04 0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그림이.. 전시된 그림을 사진 찍은 것이 아니라 해당 그림 이미지를 가져 오신거 같아요. 사진을 절대 못찍게 하더라구요. 1층 제외하고는..

전 거의 모든 그림을 도록에서 봐서 사진을 찍지 않아도 뭐 괜찮았지만...1층 호퍼가 그린 일러스트들은 사진을 안찍을 수 없었습니다. 호퍼의 일러스트는 호퍼에 관한 책 중에서 도록에 실린 일러스트가 거의 없기에 이번 호퍼 전시는 무척 좋았던 기회였습니다~~

그레이스 님의 전시 후기를 보니 완전 색다른데요~~ 마크 스트랜드 책은 그냥 치나쳤었는데 꼭 사서 봐야 겠네요!!

그레이스 2023-05-04 09:49   좋아요 0 | URL

저도 1층에서만 찍었습니다.

위에 올린 그림은 제 책에서 직접 찍기도 하고 이미지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보시면 차이를 아실듯요 ~^^

딸이 호퍼는 일러스트 작가로 더 좋다고 하네요.^^

레삭매냐 2023-05-05 0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도 마크 스트랜드 책
사둔 것 같은데...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네요.

호퍼의 그림 저도 마음에 들더
라구요.

그레이스 2023-05-05 08:41   좋아요 0 | URL
^^
찾으시길요~
휴일이니 여유있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