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책을 읽어가면서 가장 첫 번째 든 생각은 정말 본 영화가 없다는 것이다. 영상보다는 텍스트를 더 좋아한다. 머리가 아파서 영화관에 앉아있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영화는 짧은 정보로만 접한다. 이 책의 많은 영화들 중에 기껏 본 영화가 <버닝> 하나다. <버닝>도 사실 포크너의 헛간 타오르다때문에 봤다.

그런데도 이 책은 읽어가기에 무리가 없고 공감이 되었다. 경험의 창으로 영화를 읽어내고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느낀 점은 작가가 오랫동안 글을 써왔음을 드러내는 어휘들에 관한 것이다. 영화에 대한 전문적인 용어들과 조탁되고 잘 닦여진 언어들을 적재적소에 사용하고 있다. 글을 쓸 때마다 나는 빈약한 몇 가지 언어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답답한 순간을 자주 마주친다. 적당한 언어를 찾지 못해 문장 전체를 다시 쓰고 마는 좌절을 여러 번 경험한다. 작가가 부러웠다.


작가는 얼마나 많은 영화를 보고 곱씹고 되짚어 사유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특별히 공감하고 좋았던 감상은 <밀양> 이다. “지상의 심원한 햇볕을 느끼게 되는 날이란 제목으로 시작되어 심원한 햇볕이 어디든 있어서 지친 평온함의 이유가 된다는 감상이 새로웠다. <밀양>을 언급할 때 흔히 사람들은 용서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나 역시 그랬다. <밀양>을 영화는 Secret sunshine으로 번역했지만, 작가는 깊은또는 심원한햇볕이라 하고 보편타당한 진리가 숨 쉬는 곳, 우리가 사는 땅 어디든 밀양(密陽)’이 내려앉는다고 감상을 적는다. 우리 사회 사각지대에서 햇볕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 빛이 찾아들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보인다. 우리 땅 모든 곳이 보편타당한 진리가 숨 쉬는 곳이기를 바라는 나의 바램을 붙여본다.


남자 주인공의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가슴 떨렸다던 <흐르는 강물처럼><개 같은 내 인생>, <바베트의 만찬> 조차도 책으로 읽었다. 영화 트레일러에 소개된 영상만 잠깐씩 봤을 뿐이다. 소개된 다른 영화들도 책으로 읽으려 계획 중이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영화는 각자의 영화.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내 인생에 본 영화들을 기억하며, 그것들과 함께 겹쳐 떠오르는 인생 사건들을 생각했다. 대학입학시험을 치르고 자유를 만끽하며 친구들과 함께 봤던 <지옥의 묵시록>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종로거리를 돌아다니다 표를 구할 수 있는 영화였다. 보고나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영상들에 머리가 아팠던 첫 번째 영화였음에도 자유에 들떠 있던 기분 좋은 추억을 남겼다. 프랑스의 대학 졸업 구술시험의 무시무시한 순간에 전율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너는 어떻게 거기서 그걸 보니?” 하고 의아해했던 <You call it love>.^^ 첫아이를 낳기 전날 만삭의 몸으로 피카디리인지 단성사인지에서 봤던 <인디펜던스데이>. 임신이라는 몸의 구속으로부터 독립한 날이었다. 영화가 던지는 의미들보다는 이벤트로 기억되는 영화들이다.


밤늦게 까지 깜빡거리던 TV 주말영화, 명화극장을 보던 아빠의 등을 기억한다. 정작 뒤에 앉은 나는 엔딩 크레딧까지 보고, 잠든 아빠를 깨우곤 했다. 아빠는 영화를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가족들과 당신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싶은 마음에 TV를 켜지만, 불안함과 걱정은 어느새 그의 머리를 꽉 채우고 영화 한 편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피곤했었을텐데, 그 때는 몰랐다. 몰랐던 게 당연했겠지만. 가끔 영화 보다가 책상 의자에 앉아 잠든 남편을 보며 그때의 아빠를 떠올린다. “어떻게 영화 한 편을 끝까지 못 봐. 수면제네라고 말하면서…….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12-03 21: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주말영화를 보시다가 주무시는 아버지 곁을 지켰던 그레이스 님
남편분은 책상의자에서 꾸벅꾸벅 ^^

그레이스 2021-12-03 22:08   좋아요 3 | URL
ㅠㅠ

미미 2021-12-03 21: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유콜잇러브> 구술시험 저도 넘 신기하더라구요. 다큐에서 프랑스 그랑제꼴보고 막연히 멋지다고 생각했다가 다큐보다 현타오게 한 영화를 본 느낌?😅

그레이스 2021-12-03 22:16   좋아요 4 | URL
저랑 비슷하시네요^^
바칼로레아에 관심을 두게 된 작품이었어요^^

새파랑 2021-12-03 21: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아직 이 책을 못읽었는데 저도 거의 본 영화가 없을거 같아요 😅 근데 밀양은 봤어요 ^^

그레이스 2021-12-03 22:16   좋아요 4 | URL
전 밀양도 안봤어요
볼 기회는 많았는데,,,,

mini74 2021-12-03 22: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옆에서 조는 남편.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ㅠㅠ어느새 청년이 노년의 우리 아버지룰 닮아가는거 같아요. 물론 울 아부지가 좀 더 잘생기셨지만 ㅎㅎㅎ 그레이스님 글도 공감가고 아름답고 좋아요. ~ 저도 이 책 열심히 읽고 있는데 나름 영화도 좋아했던 터라 추억 떠올리며 읽고있습니다 *^^*

그레이스 2021-12-03 22:39   좋아요 3 | URL
ㅎㅎ
저보다는 더 풍성한 리뷰 글을 쓰실것 같네요.
리뷰를 쓰기에는 본 영화도 없고 해서,,,, 그래서 감히 🌟 평가도 하기가 그렇고 해서 페이퍼로 했어요 ^^;;

감사합니다 ~

희선 2021-12-04 0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는 안 보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듣거나 글을 보는군요 영화보다 글이 더 좋을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영화 원작소설이 있기도 하니 가끔 그걸 보기도 합니다 그것도 자주 보는 건 아닐지도... 영화를 안 봐도 영화를 말하는 글 봐도 괜찮겠지요

그레이스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1-12-04 07:48   좋아요 2 | URL
~♡
희선님도 행복한 주말 되세요~

책읽는나무 2021-12-04 08: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가 영화나 드라마 보다가 맨날 졸아서 남편이 늘 핀잔을 줍니다.
영화관에서 자고 나오는 날엔 너무 비싼 잠을 자는 거 아니냐구요ㅋㅋㅋ
그럼 뭐 집안 일 한다고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거라고 합리화 시킵니다만...우리네 부모님들도 너무 고단한 삶을 사셨었죠??
저는 습관적으로 졸지만 부모님들은 정말..ㅜㅜ
주말의 명화...자막 올라갈 무렵 자다가 깨면 늘 어김없이 푹 주무시고 계시던 저희 아버지도 떠올랐어요.그래서 내가 아빠를 깨우고 티비 끄고 다시 잤었는데..지금은 남편도 졸고,나도 졸고...애들이 방에 들어가 자라고 깨워 주네요ㅋㅋㅋ
아..저도 이 책 읽으면 그레이스님처럼 같은 기분일 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1-12-04 08:34   좋아요 2 | URL
그 광경이 그려지네요
아이들이 나무님 부부를 깨우는 장면^^~♡

2021-12-04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04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1-12-04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관 가기 전날 수면부족이면 영화가 길거나 조용하면 잠깐 자는 것 같아요.
내용이 재미있어도 그런 날이 있었어요.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12-04 23:15   좋아요 1 | URL
그런 날도 있고, 그런 나이도 있죠^^
서니데이님의 해피 선데이를 바라며~^^
 

죽음을 멀리서 보는 것과 그 경계 가까이 가본 경험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위궤양으로 피를 토하고 죽음 앞에까지 갔던 나쓰메 소세키는 침상에서

생사란 완급(緩急), 대소(大小), 한서(寒暑)와 마찬가지로 대조되는 것들의 연상(聯想)이기 때문에 일상에서 한 쌍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 생사라는 말이 같은 종류의 연상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동떨어진 두 면이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갑자기 연이어 나를 사로잡는다면, 나는 이 동떨어진 두 면을 어떻게 같은 성질의 것으로 보고 그 관계를 확인할 수 있을까.”(77p)

하고 자문한다.

 

갑작스레 죽었다가(거의 죽었다가) 갑작스레 돌아왔다는, 사람들이 전해주는 말을 듣고 그는 오싹해질 뿐, 그 마음을 어떻게 형용해야 할지 모른다.

 

힘을 겨루는 스모 선수가 서로 맞부딪힐 때, 모래판 한가운데 서 있는 그들의 모습은 의외로 고요히 안정되어 있다. 하지만 1분도 지나지 않아 그들의 뱃살은 무시무시한 파도처럼 위아래로 출렁일 것이다. 뜨거운 땀방울이 몇 줄기씩이나 등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다.”(79p)

 

탁월한 비유다뱃살이 출렁이고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서야, 고요히 안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던 그 순간에도 스모선수들은 어마어마한 힘을 쓰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침상에 누워 있는 자를 바라보는 것, 또는 멀리 있는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스모의 처음 고요한 순간이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 인간은 무시무시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남아 있는 모든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공평하지만 냉혹한 적인 죽음 앞에 선 인간은 자기 힘으로 버텨야 할 스모선수처럼 괴로운 존재다. 승부가 나야 모래판을 내려 올 테니까. 그는 이 냉혹한죽음에 대한 소름 돋는 체험을 기록하면서 오히려 따뜻한 감상을 써내려 간다.

 

죽음의 문턱까지 끌려갔다가 겨우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도스토예프스키를 기억한다. 사형장에서 총알이 가슴을 관통하기 직전 살아난 러시아 작가의 오싹한 체험, 살아난 행복을 소환한다. “죽음과 삶에 따르는 두려움과 기쁨이 마치 종이의 앞뒷면처럼 붙어 있었기에 내 상상의 끝에는 언제나 도스토옙스키가 떠올랐다”(85p)고 한다.

 

 

피를 토한 그는 모래판에 쓰러진 스모선수와 다름이 없었다. 병에 밀려 쓰러진 그를 따뜻이 감싸준 것은 오히려 그 병이었다. 아니 그를 치료하는 의사, 간병하는 간호사들, 그를 찾아오는 지인들의 호의로 둘러싸였다. 죽음 앞에서 용기를 잃고 힘겹게 숨을 쉬고 있는 그의 두려움과 차가운 마음을 감싸주었다. 손뼉을 쳐서 부르지 않으면 하녀조차 얼씬 않던 그에게, 의사가 다가오고, 회사직원이 다가오고, 아내가 다가오고, 간호사가 다가왔다그들에게서 의무가 아닌 호의를 느꼈다.

 

나는 호의가 메마른 사회에 존재하는 나 자신이 너무나 어색하게 느껴졌다.”(86p)

 

호의가 메마른 사회에서 사는 것이 어색했던 그가 병상에서 호의를 경험하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때의 그와 현재의 그 사이에 대조가 또렷해서, 퇴원 후 그의 머릿속에는 아이러니라는 말이 남아있었다고 한다.

 

그의 수필 <생각나는 것들>은 1910년 위궤양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질 정도로 위독했던 슈젠지의 대환을 겪고 쓴 수필이다. 이 수필은 강연, 수필, 편지글들을 함께 엮은 나쓰메 소세키-인생의 이야기에 수록되어 있다.

 

춘분 지나고까지를 연재하며 나쓰메 소세키는 머리말에 이 작품을 쓰기 2년 전 아팠던 사실을 언급한다. 그 후에도 계속 쓰는 것을 미뤄왔던 건강상태에 대해 언급한다. 오랜 만에 쓰는 작품이니 독자들에게 좋은 결과물을 내놓고 싶었다는 말과, 생각처럼 오래 쉰 기간을 벌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을 고백하고 있다.

 

죽음 앞에까지 다녀온 작가, 그가 들여다본 인간의 마음은 관조적이고, 삶에 거리를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춘분 지나고까지의 머리말을 보며 이 수필이 떠올라 다시 살펴보았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4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1-09-27 00: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저 이 책 끌립니다! 소세키가 이런 경험을 했었군요. 인생의 쓴 경험들, 아픈 경험만큼 사람을 (짧은 시간)에 성숙하게 하는 건 없는 듯 해요. 표지의 방 풍경 예쁘고 아늑하네요😊

그레이스 2021-09-27 00:24   좋아요 4 | URL
스모에 대한 비유는 읽고 또 읽고 했습니다^^

새파랑 2021-09-27 00: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읽어봐야 겠어요. 시와서 에서 나오는 이런 종류의 책 좋더라구요~!!

그레이스 2021-09-27 00:26   좋아요 4 | URL
시와서 처음 경험했는데 이미 알고 계셨군요
암튼 이 책 내용은 구성, 번역, 내용 다 좋았어요

mini74 2021-09-27 00: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표지가 넘 예쁘네요

그레이스 2021-09-27 00:29   좋아요 4 | URL
<서재도>이고 나쓰메 소세키의 그림이라고 하네요.
그의 작품에 보면 회화에 대한, 특별히 서양화에 대한 그의 견해를 볼수 있어요.
특별히 <풀베개>에서...

2021-09-27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27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1-09-27 00: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늦게까지 댓글 달아주셔서 모두 감사드려요~~♡
저는 백신 맞고 하루 몸조심하고 어제부터는 거뜬?(말조심해야 하는데...)합니다.
그래도 2주 동안은 조심하기로...!
지난번 1차때도 일주일 후에 이석증이 와서 조금 힘들었거든요~
모두 건강하시고 안녕히 주무세요

희선 2021-09-27 0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팠다가 조금 나아지고는 좋은 걸 더 보게 됐네요 의사와 간호사 아내가 다가왔다 하니... 《춘분 지나고까지》 《행인》 《마음》을 후기 삼부작이라 하는 건 많이 아픈 뒤에 쓴 거여서일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그레이스 님 아프지 않기를 바라고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1-09-27 05:11   좋아요 3 | URL
희선님도 건강하세요

붕붕툐툐 2021-09-27 0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모 비유 좋네요~ 이런 경험을 한 후에 쓴 글은 확실히 그 전과 다를 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1-09-27 07:58   좋아요 1 | URL
관조하듯 청취하고, <행인>에서는 더 가까와지고, <마음>에서는 깊어지는 것 같아요.^^
 

-독서가 알베르토 망구엘에게 공명하다-


서재를 떠나보내며를 읽고 망겔(알베르토 망구엘)에게 반해버렸다. 책을 사랑하고 아끼는 독서가들의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결국 그의 다른 책들을 검색하고 독서의 역사를 찾아서 장바구니에 넣는 과정도 생략하고 바로구매 버튼을 누른다. 책을 받고 표지를 비닐로 싸고, 줄 그을 펜을 정하는 의식을 치른다. 한 번에 읽기 아까운 책들이 있다. 한 문장 한 페이지를 아끼듯 읽게 되는 책. 이런 책들은 몇 줄만 읽어보면 알게 된다. 거기 담겨있는 보화와 같은 문장과 지식들을 흡혈하듯 빨아들이고 싶은 책이다. 난하주조차 그냥 넘길 수 없는 지식들이 가득한 책. 그래서 오래 걸리는 책들이다. 이런 책들은 내 자리 가까운 곳에 꽂는다. 항상 뽑아서 찾아보게 될 자료가 가득한 책이다. 망겔의 책이 그렇다. 다시, 나는 그의 다른 책을 검색한다.

 

그의 책을 읽다보면 문자의 역사, 책의 역사, 독서법의 역사와 관련된 기록과 에피소드와 독서가들이 등장한다. 책을 덮고 읽은 내용들이 체 사이를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사라져 버릴까봐 조바심이 난다. 한 번의 짧은 글로 리뷰를 남기기에도 각 장 마다 받는 영감이 아깝다.

 

독서가들의 몸짓, 기술, 독서를 통해 얻는 기쁨과 책임감과 지식이 망겔 자신이 것과 똑같다고 말하며, 그러므로 자신은 외롭지 않다는 문장을 읽고 웃음이 난다. 문자를 읽어내고 그 안에서 감()을 읽어 내는 것은 독서가의 몫이라고 한다. 뭔가를 읽지 않고는 배겨 내지 못하고 그것은 숨 쉬는 행위만큼이나 필수적인 기능이라는 그의 이야기는 나의 자존감을 높여 준다. 아르헨티나의 위대한 작가 보르헤스를 이어 국립 도서관장까지 역임한 이 시대의 독서가 알베르토 망구엘의 말에 공감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 운명적인 만남 -

 

아버지의 서재에서 어른들의 책을 몰래 읽던 망겔은 자신만의 독서 세계를 만들어 간다. 그만의 독서법을 통해 탐독의 취미를 만들어간다. 일종의 종교 행위와 같은 책을 대하는 자세를 갖게 되는 모습도 보게 된다. 책에 파묻혀 살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있던 16세의 망겔은 1964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피그말리온이라는 서점에서 방과 후에 근무하게 된다. 그가 하는 일은 꽂혀진 책들을 뽑아 먼지를 제거하는 일이었다. 여기서 그는 토마스 만, 솔 벨로, 파르 라게르비스트, 샐린저, 브로흐, 허버트 리드, 이탈로 스테보, 릴케, 딜런 토머스, 에밀리 디킨슨, 저라드 맨리 홉킨스, 에즈라 파운드 들을 만난다. 이것은 작품을 통해 그들을 만난 것이고, 그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운명과 같은 만남! 당대 작가 보르헤스를 만난다.

 

시력을 잃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노모의 손에 이끌려 그가 일하는 서점을 찾아왔다. 망겔은 유명한 작가 보르헤스의 시 몇 편과 소설을 읽었을 뿐 그다지 압도감을 느끼지 않았을 때라고 한다. 보르헤스가 원하는 책을 구매하고 서점을 떠나기 전, 망겔에게 글을 읽어 줄 것을 제안한다. 그 후 2년 동안 보르헤스를 찾아가 책을 읽어 주었다. 망겔에게는 아주 큰 행운이었다. 하지만 인생에서 운명과 같은 행운이라는 생각을 하기 전에 망겔 자신은 보르헤스에게 읽어주는 책들 때문에 가슴이 뛰는 행복감을 느꼈다. 아라비안 나이트와 같은 새로 구입한 책을 들고 계단을 뛰어올라가던 때에 대한 그의 기억은 나조차 설레게 한다.

 

보르헤스가 선택하는 책을 따라 망겔은 새로운 작가들을 경험하게 되고, 낭독 중간 중간 그 문장이나 작품에 대한 보르헤스의 논평과 감탄을 옆에서 듣는 것은 도제수업 그 이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에게 이것은 기묘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자신이 읽어주는 데도 불과하고 실제로 그 텍스트의 주인은 언제나 듣는 입장인 보르헤스였기 때문이다. 책도 보르헤스 자신이 선택했고, 책 읽기를 멈추거나 계속하라고 지시하는 것도, 논평을 하기 위해 참견하는 것도 보르헤스였다.

보르헤스의 선택으로 읽었던 책은 다른 작품을 기대하게 했고, 그 작품들은 보르헤스의 반응과 망겔 자신의 기억으로 더욱 풍요롭게 되었다. 그리고 보르헤스의 책을 선택하는 방법들 독서법등에 영향을 받게 된다.

 

보르헤스의 픽션들이라는 소설을 먼저 경험했었다. 정말 난해한 책이고 그의 마음과 환상적인 흐름을 쫓아가기 혼란스러워서 다시 돌이켜 처음에서 다시 읽기를 반복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알베르트 망구엘의 책들을 보기 시작했다. 정말 보고와 같은 지식과 책에 대한 높은 식견을 갖고 있는 시대의 독서가다. 그리고 보르헤스와 망구엘의 관계를 알게 되었다. ! 라는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운명적 만남이다. 알베르토 망구엘(1948~)은 보르헤스(1899~1986)가 역임(1955~1973)했던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직을 2015년에 제안 받고 고국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서재를 떠나 보내며를 읽어보면 그는 도서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도서관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모임을 만들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활동을 하며, 일상의 만남들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같은 책에서 간직한 텍스트가 다르고, 그 책을 통해 기억하는 자신의 서사가 다르고, 같은 페이지를 읽어도 들숨과 날숨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경험한다. 하지만 어느 덧 우리의 호흡은 같은 리듬을 타고, 서로의 감동이 배가 되며 충만해진다.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만남이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4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08-01 21: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보르헤스와의 만남은 정말 운명적이군요~!! 도서관의 만남에 대한 그레이스님 글 너무 공감이 가고 그런 경험을 하셨다는게 정말 부럽네요~!!

그레이스 2021-08-01 21:45   좋아요 4 | URL
귀한 만남과 모임이죠^^

붕붕툐툐 2021-08-02 00: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세 권 다 담았어요~ 너무 재밌을 거 같아요!! 도서관 모임 사랑하는 사람 여기도 있어용!! 얼른 대면 모임을 다시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그레이스 2021-08-02 06:57   좋아요 4 | URL
저두요~♡
줌으로 하고 있는데 한공간 안에 모여서 하는거랑 다르죠?!

바람돌이 2021-08-02 00: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끝내주는 괴물들 읽고 이 작가에게 급 관심이 가는 중인데 독서의 역사 꼭 읽어봐야겠네요. ^^

그레이스 2021-08-02 06:58   좋아요 4 | URL
저는 끝내주는 괴물들 읽어봐야겠어요~!

mini74 2021-08-02 14: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저 이 책 읽고 있어요. 그레이스님 글처럼 무지 재미있어요. ㅎㅎ 나머지 두 권도 살포시 담아갑니다 *^^*

그레이스 2021-08-02 14:10   좋아요 4 | URL
와! 함께 읽는 분들 계신다는 건 신나는 일이죠~~♡

서니데이 2021-08-03 0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소설은 아니지만, 유명한 소설가가 등장해서 그런지, 소설처럼 느껴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시원하고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1-08-03 05:16   좋아요 2 | URL
제게는 소설처럼 재밌어요
아침이지만 서니데이님도...!

scott 2021-08-04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망구엘의 매력은 무한대 입니다!

그레이스 2021-08-04 12:41   좋아요 1 | URL
^^ 무한대에 갇혀계신 분들이 많네요.^!~
저포함!
 


 

313년 콘스탄티누스는 밀라노칙령을 통해 기독교를 공인한다. 이것으로 로마 제국 내에서 자행되던 기독교 박해는 종지부를 찍는다. 콘스탄티누스는 자신이 선택한 기독교에 배타성을 확립하고 이를 통해 통치를 강화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 기독교를 통한 로마제국의 통합을 위해 이교도들의 영웅을 앞잡이로 내세운다. 종종 이루어졌던 황제의 어느 연설에서 에리트리아의 여자 예언가(아폴로 신을 섬긴) 헤로필레의 시를 빌어 그들에게 자신의 영감을 전한다. 그 시구의 첫 글자를 나열하여 문장을 만들었고, 그것은 명백하게 그리스도의 강림을 의미하는 유희시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시를 낭독한다. 그리고 이 무녀 헤로필레는 여자 예언자로서 기독교인들의 선조로 받아들여졌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신국론에서 그녀를 복자의 반열에 올려놓기까지 했다. 12세기 말경 랑 성당의 건축가들은 정면에 에리트리아 여자 예언자를 조각했는데, 그녀의 발아래에는 경외 성서 시의 둘째 행이 새겨 있다. 그리고 4백년이 더 지나 미켈란젤로도 구약에 등장하는 4명의 예언자를 완성케 하는 4명의 다른 여자 예언자 중 한 사람으로 그녀를 시스틴 성당의 천장에 올려놓기까지 했다.

 

콘스탄티누스는 베르길리우스 또한 구세주의 영감을 받은 시인으로 선언한다. 남자아기의 탄생에 빗대어 황금시대의 도래를 노래한 그의 목가를 새롭게 해석한다. 그리고 베르길리우스가 자신의 저서에서 언급한 이교도의 신들에 대한 내용은 조용히 눈감아 버리고, 그 의도는 로마당국을 속이기 위한 것이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친다.

 

외경을 제외시키고 오직 성서만을 주장했던 종교개혁의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서의 자의적 해석과 예언행위의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 이전에 베르길리우스의 시구는 예언을 위해 운명의 여신에게 봉납된 사원에서 사용되었다. 콘스탄티누스 이후 역시 베르길리우스의 책은 성서와 함께 예언을 위해 인용되었다. 예언놀이는 16세기 라블레의 팡타그뤼엘, 17세기 영국 찰스 1세의 일화, 18세기 작품 로빈슨 크루소에서도 나타난다. 콘스탄티누스의 베르길리우스에 대한 공식찬가가 있은 후 10세기가 흐른 뒤에 단테의 신곡에도 그 위엄을 드러낸다.

 

아득한 옛날 성 금요일에 콘스탄티누스가 발견한 것은 한 텍스트가 갖는 의미는 독서가의 능력과 욕망에 따라 확대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텍스트를 대할 때 독자는 그 텍스트의 단어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역사적으로 그 텍스트나 저자와는 전혀 관계없는 의문을 풀어 주는 메시지로 바꿔 버릴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텍스트에 독서가 자신의 환경이 스며들기 때문이다. 무지, 맹신, 지성, 기만, 교활함, 그리고 계몽을 통해 책 읽는 사람은 원전과 똑같은 단어로 그 텍스트를 다시 쓰면서도 원본과는 다른 이름으로, 다시 말해 그것을 재창조해 내는 것이다.306p, 독서의 역사알베르토 망구엘

 

살만 루시디는 오즈의 마법사에서 망명의 비유를 본다고 한다. 파울로 코엘료와 그레고리 머과이어는 도로시 보다는 마녀를 탐구하며, 개별자로서 본성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오랜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며, 그 텍스트 안에서 다른 의미와 비유, 메시지를 읽게 된다. 당시의 문해력, 지식, 감정, 환경 안에서 다른 독서를 한 경험을 갖는다. 확장이란 의미에서 독서가에게 주어진 긍정적인 면은 성찰과 성장, 안목의 향상과 같은 것들이다. 부정적인 면은 오독, 맹신, 편견 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의 독서에 대해 성찰하는 장(Chapter)이었다.

 

한편, 오늘날도 망겔이 말하는 '무지, 맹신, 지성, 기만, 교활함, 그리고 계몽을 통해 원전과 똑같은 단어로 그 텍스트를 다시 쓰면서도 원본과는 다른 이름으로, 다시 말해 그것을 재창조해 내는' 작가들을 본다. 몇 년 전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보며 작가가 성서나 경전 그리고 일반화할 수 없는 사건이나 지식을 가져다가 자신의 주장을 위해 오용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서나 경전의 경우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있어서 은유나 문학적인 인용 외에는 다른 의미로 재해석해서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독서가야 어떻게 생각하든, 그러나 그것을 확장하고 재생산하고 있다면 말이 다르다. 조던 피터슨 책이 나오면 나는 답답해진다.

 


*오늘 마침 그와 관련된 기사를 읽었습니다. 

http://naver.me/G4rVJG9s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1-07-24 13: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인생의 12가지 법칙>읽었는데 올려주신 글과 링크된 기사를 읽어보니 더 깊이있게 봐야겠구나 싶네요. 지젝과 저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어요.🤔

그레이스 2021-07-24 13:36   좋아요 4 | URL
독자들에 의해 재생산되는 작가 중에 한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작품들도 그렇지만 비판적 읽기 능력이 필요한 작품이란 생각과 논리적으로 반박하지 못하는 저의 모자람때문에 속상해요 ㅠ

새파랑 2021-07-24 15:52   좋아요 4 | URL
와 저는 리뷰만 봐도 완전 어려운거 같아요 ㅜㅜ 이걸 읽으시는 두분은👍👍

그레이스 2021-07-24 16:16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께는 전혀 어렵지 않을것 같은데요!?

그렇게혜윰 2021-07-24 16: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이 엄청 예뻐졌네요^^

그레이스 2021-07-24 16:15   좋아요 4 | URL
구판으로 갖고 계신가봐요^^
예 디자인 예뻐요

그렇게혜윰 2021-07-24 16:15   좋아요 4 | URL
네 대학교재 같은 디자인이에요 ㅋㅋㅋ

그레이스 2021-07-24 16:17   좋아요 5 | URL
저도 그 책 도서관에서 빌려 봤다가 새로 구매했어요^^

그렇게혜윰 2021-07-24 16:19   좋아요 5 | URL
전 밤의도서관 처음 읽고 반해서 그 다음 책이 독서의역사였어요. 딩~~~했지만 망구엘 팬이 되어버렸죠. 이후 책은 다 사고 있어요. 다 읽는 건 아닌 건 아시죠?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7-24 16:20   좋아요 5 | URL
저도 비슷합니다^^

mini74 2021-07-24 17: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렵지만 읽고 싶게 만드는 리뷰 ㅎㅎ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세 번은 읽은 듯 합니다. 종이글이라면 줄 그으면서 읽을텐데요 ㅎㅎ *^^*

그레이스 2021-07-24 18:15   좋아요 3 | URL
제가 어렵게 썼나봐요 ㅠ
원래 이해를 잘 못하면 쉽게 전달 못하는데...그런듯요
아마 책은 잘 읽힐거예요^^

mini74 2021-07-24 17:39   좋아요 3 | URL
아니에요 그레이스님 ~ 사실은
제가 요즘 고민하는 것에 대한 해답? 비슷한 생각이 담겨 있어서 꼼꼼하게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어요 ㅎㅎ

서니데이 2021-07-24 21: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도 읽을 때마다 조금씩 느낌이 다르긴 해요.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겠지요.
더운 밤입니다.
그레이스님, 시원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07-24 23:07   좋아요 2 | URL
예 맞습니다~^^

바람돌이 2021-07-25 02: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저 오늘 끝내주는 괴물들 읽었는데요. 책소개보고 가볍게 생각하고 들었다가 생각보다 훨신 진지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분의 다른 책들도 급관심이 갔는데 그레이스님 글 보니 더 읽고싶어지네요.

그레이스 2021-07-25 07:58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이 글은 조금 조심스러웠는데...

희선 2021-07-27 0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아주 새롭게 보는 사람을 보면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까 하기도 하는군요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좀 다르게 생각한 건 아닌가 할 때도 있네요 저도 잘못 본 거 많을 듯합니다


희선

모나리자 2021-07-27 17: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가 아주 아우라가 느껴져요. 성서 경전이 나오는 걸 보니 왠지 어려운 것 같은데요.ㅎ

그레이스 2021-07-27 17:41   좋아요 2 | URL
그렇지 않아요^^
이 장은 아주 일부이고 독서와 관련된 재미있는 역사들이 많아요
 

서점을 거닐다가 그냥 지나칠 책들도 누군가와의 대화 속에서 거론되었던 것이라면 걸음을 멈추고 다시 보게 된다. 그 책은 다른 무수한 책들 가운데에서 빛을 발하며 말을 건다. 펼쳐 읽으라고... 어거스틴이 들었던 노래처럼.

그 책을 소개한 사람이 어떻게 소개했는가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그저 ‘**가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더라혹은 요즈음 베스트셀러라고 하더라보다는, ‘이 책을 읽어봤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새워 읽었다고 하거나, ‘책을 읽고 흥분돼서 잠을 못 이뤘다고 소개하면 아마 확실히 책을 뽑아 첫 페이지를 넘기고 작가소개를 읽고 목차를 살피고 한줄 서평들을 읽어 내려갈 것이다, 여기서 확신이 들면 가격을 확인하고 사게 된다. 책을 만나고 데려오는 흥분은 그 어떤 명품 백을 사는 기쁨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요즈음은 인터넷 서점을 이용한다. 장바구니에는 20권이 넘는 책들이 담겨 있다. 중고책 알림은 50권쯤 등록되어 있고 읽고 싶은 책 목록은 더 많다. 다 내가 이용하는 서재 이웃들이 추천한 것이거나, 읽고 있던 책과 연관 된 검색으로 알게 된 책들이다. 실물을 보지 못하고 서평이나 리뷰만을 보고 살 때 가끔 실패할 때가 있긴 하다. 그래서 내가 쓰는 리뷰도 조심스러울 때가 많다.

 

얼마 전 서점에 나갔다가 표지가 예뻐서 무작정 구입한 책이 있다. 책 덕후가 되는 몇 가지 항목 중에 표지가 예뻐서 있는 책 또 산 적이 있다라는 항목이 있었는데, 요즘 가끔 그러고 있다. ‘옷을 팔아 책을 사라라는 말이 있다. 나는 책이 입은 옷 때문에 있는 책을 또 사고 있으니 . 그냥 출판사에 낚인 책 덕후?


 

A Passion For Books라는 책에서 ‘Book Evangelist’라는 재미있는 단어를 찾아냈다

어떤 책이 자신을 감동시켰을 때 그는 모든 사람들의 주머니에 그것을 넣어주고 싶어 한다고. (Each man has a bit of the evangelist in him, and when a book moves me I want to put it into everyone’s pocket.) 


그럼 나도 책 전도사’? 책 얘기하고 책을 권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니까. 그냥 권하는 것보다 선물할 때 마음이 더 설렌다. 모든 사람들의 주머니에 그 책을 넣어주고 싶은 마음! 그래서 책을 선물한다. 내가 그 책을 왜 좋아하는지 알아주는 사람이라면 기쁨은 배가 된다. 그 예쁜 책을 선물했다.

 

그리고 오늘 나도 다른 분에게서 책 선물을 받았다. 그 분은 전화해서 필요한 책을 골라서 문자로 보내라고 하신다. 우리 집에 책이 많으니 아마도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한 뜻이셨던 것 같다. 오늘 하루 종일 살까?’나중에 사도 돼사이에서 갈등하며 알라딘을 들락날락 하던 중이었는데. 너무 감사하고 반가운 선물이다

책을 선물하고 받으며그 기쁨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해서 너무 좋다덕후 보다는 책전도사.




실물영접^^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7-18 00: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드디어 이런 책이 눈 앞에! 소세키,소세키, 에세이,편지 까지 전부 읽어버린 저를 위한 이책 찜!👆👆👆👆👆장바구니로~@@@@!

그레이스 2021-07-18 00:26   좋아요 4 | URL
가라타니 고진이 일본에서는 유명한 비평가라고...^^
저도 본격적으로 읽어보려구요.

새파랑 2021-07-18 11: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역시 선물은 책선물이 제일 좋은거 같아요 😊

그레이스 2021-07-18 16:5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아시죠?!

페크pek0501 2021-07-18 12: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쓰메 소세키 론. 그의 작품을 많이 읽은 독자에게 꽤 좋은 책이 될 것 같군요. 저는 두 개 정도 읽었네요.
<끝내주는 괴물들>을 읽고 있는데 아쉬운 건 제가 읽은 책이 많지 않아 덜 흥미롭다는 거예요.
제가 읽은 것에 대한 얘기는 아주 흥미롭더군요. 거기에 들어 있는 작품들을 하나씩 읽어 보는 계획도 괜찮을 듯합니다. 소세키 론도 마찬가지로.

그레이스 2021-07-18 14:01   좋아요 0 | URL
나쓰메 소세키는 행인 하나 읽고 좋아서 다 모았어요
이제 시작하려구요

mini74 2021-07-18 13: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예뻐서 ㅎㅎㅎ 뜨끔했어요. 표지가 예뻐서. 지금 안 사면 절판되지 않을까 해서. 가격이 오를 거 같아서. 누군가에게 주고 싶어서. 책 살 이유는 무궁무진하지요. 그레이스님 책 전도사. 이 말 참 좋아요 *^^*

그레이스 2021-07-18 14:04   좋아요 4 | URL
전에 북플 시작하고 얼마 안돼서 어느 플친님이 책덕후 조항 올려주셨을때 저는 이 항목 제외하고 다 해당이었어요
그런데 이젠 all clear 네요^^

고양이라디오 2021-07-19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 Evangelis

재미있는 단어네요. 저도 종종 그럴 때가 있어요. 너무나 좋은 책을 만났을 때 그 책을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읽히고 싶다는ㅠㅠ

저도 책 전도사인가봐요ㅎㅎ

그레이스 2021-07-19 11:24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럼 고양이라디오님도 책전도사 시네요^^
모든 사람이 책을 다 좋아하는 건 아니니 책 좋아하시는 분들을 만나는 건 행운이라 생각됩니다.
여기 서재 회원분들도...!^^~♡

서니데이 2021-07-19 2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고를 때, 여러가지 읽어보고 사도, 그리고 오프라인 서점에서 잠깐 실물을 보고 사더라도 마음에 드는 책을 찾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자주 실패하고 다시 도전합니다.
그레이스님, 오늘도 더운 하루입니다. 시원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그레이스 2021-07-19 20:43   좋아요 1 | URL
예~
맞아요
그렇게 실패하면서 책을 보는 눈을 갖게 되는것 같아요.
서니데이님도 평안하세요~

희선 2021-07-20 0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군가한테 책을 선물하고 그레이스 님은 다른 분한테 받으셨군요 다른 사람한테 책을 받는 것뿐 아니라 주는 것도 다 기쁜 일이죠


희선

그레이스 2021-07-22 16:07   좋아요 1 | URL
책더미속에 살아도 책이 들어오는건 신나는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