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먼트
테디 웨인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파트먼트 리뷰대회]


1996년의 뉴욕, 컬럼비아대학 순수예술 석사과정 문예창작 프로그램, 등단을 꿈꾸는 젊은 작가들의 삶은 잘 모르는 세계다. 그럼에도 20대 주인공에게 공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뉴욕과 컬럼비아 대학이 드리우는 명성의 그늘 아래, 누추한 생활과 불안을 감춘 젊은이들의 만남이 관계의 보편성과 존재의 외로움을 그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던 내 젊은 날의 정체성과 상실한 관계들을 떠올리게 한다. 읽는 내내 주인공의 어리숙하고 연약한 마음에 공명했다.

 

주인공 는 맨해튼 임대료규제법 적용 아파트를 불법 전대해서 살고 있다. 이 임대료와 비싼 수업료와 생활비를 아버지에게서 지원 받고 있다. 오래전 어머니와 자신을 떠난 아버지의 보상이다. 어색한 대화를 피하기 위해 응답기에 금액 청구 메시지를 남기는 의 모습은 사람들 사이에서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성품의 단면을 보여준다. ‘는 자신을 진짜 상류층을 외설스럽게 훔쳐보기에는 돈이 부족하고, 전령을 보내 가난한 이들의 사정을 알아보기에는 지나치게 애지중지 길러진”(20p) 사람들 중 하나라고 평한다. 붙임성 없는 는 경청하고 농담하는 법도 남들이 하는 상호작용에서 모방했다. 적발되면 퇴거해야 하는 아파트와 가식적인 사교매너와 차츰 드러나는 재능부족은 자신이 아닌 존재로 살고 있는 를 나타낸다.

 

합평(合評) 시간, ‘의 소설에 신랄한 비판을 가하던 동료 수강생들과 달리 호의적인 평을 한 빌리를 알게 된다. 작가로서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빌리는 아직 뉴요커의 세련된 매너를 갖추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위축되지 않는다. ‘는 술집 지하 창고에서 기거하고 있던 빌리에게 아파트의 방을 제공한다. 인생과 상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는 빌리가 신뢰할 수 있는 단 한명의 친구라는 느낌을 받는다. ‘는 둘이 함께 간 첨리스에서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를 꿈꾼다. 한편, 빌리가 일하는 술집 바에 앉아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을 연상하는 에게서 여전히 외로움이 묻어난다. 빌리를 들인 아파트가 자신의 소유가 아닌 것처럼 의 자아도 그렇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자의식이 강하고 빌리의 눈치를 지나치게 많이 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일방적인 관계에서 신뢰는 이루어질 수 없다.

 

빌리는 임대료를 부담하는 대신 청소를 한다. 노동으로 대신하는 빌리의 당당함은 청소하는 동안 집밖으로 나가 배회하는 의 당혹스러움과 대조된다. ‘는 빌리의 뛰어난 글에 질투나 열등감보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빌리를 위해 비행기 표를 제공하고, 렌트카 비용을 대신 내고, 여러 가지 경제적 비용을 부담하며 만족감을 느끼는 의 모습에 이 관계의 파국을 예감하게 된다.

 

이렇게 쌓여진 관계의 깨어짐은 예상치 못한 때와 장소에서 갑작스럽게 일어난다. 냉랭해진 빌리는 의 소설에 전과 달리 직설적인 비평을 한다. ‘빌리는 아파트를 떠나지 않은 채 새로운 그룹을 만들고, 세련된 뉴요커의 모습을 갖춰간다. 결국 는 도의를 거스르는 치명적인 행동을 한다.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살리에르의 유령일까? 빌리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왜일까? 경계에만 머물고 있는 재능 없는 의 외로움에 더 마음이 기운다.

 

사람들 사이에서 부유(浮游)하던 시절이 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불편하면서도 그 관계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던 시간들이다. 치기와 일탈은 자신의 의지보다는 옆에 있는 누군가를 의식한 과시다. 그것이 자신을 증명하는 일인 것처럼 느껴졌던 미숙함은 관계를 상실하고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게 된다. 대자적(對自的) 존재라는 개념이 들어오기 전부터, 우리는 타인의 권력을 느끼고 그 권력으로부터 자유를 욕망한다. 이 자유를 얻지 못하면 우리는 타인과 대등한 관계를 이룰 수 없다. 그 불균형으로 인해 관계는 언젠가 파열음을 낸다. 타인에게 자신을 소모하던 젊은 날의 나를 기억하며, 경험했던 결별들은 당연하기도 했고, 필요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1-11-21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빌리보다 저도 주인공이 더 짠한데요. 약자면서 재능없는 나를 닮은 듯한 ㅎㅎ 그레이스님 글 잘 읽었어요. 주말이 미세먼지로 흐려서 슬프지만 ㅠㅠ 그래도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

그레이스 2021-11-21 16:17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런가봐요
빌리보다는 주인공에게 ...!

2021-11-22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2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2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2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2 1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1-11-23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치명적인 행동 !
우발적인 살의??

도끼옹 책에 몰두 하다 보니
20세기 끝자락 뉴요커들의 <죄와벌> 버전으로 느껴 집니다 ^ㅅ^

그레이스 2021-11-23 00:42   좋아요 1 | URL
그런건 아니구요
스포할까봐 주인공의 구체적인 행동은 안썼어요^^
빌리의 작업이 들어있는 디스크와 컴퓨터를 강에 던져버리고 도둑이 든것 처럼 가장하죠

희선 2021-11-23 02: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능 많은 빌리보다 ‘나’한테 마음이 기울겠습니다 그런 사람은 누구하고나 잘 지내기도 하니 부럽습니다 하나를 잘하는 사람은 다른 것도 잘하는 듯합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1-11-23 07:16   좋아요 4 | URL
안타깝죠ㅠ

서니데이 2021-11-23 22: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리뷰대회가 있는 책이군요.
이 책은 잘 모르지만, 리뷰 읽으면서 성공보다는 성장의 이야기처럼 들렸어요.
잘 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1-11-23 22:12   좋아요 4 | URL
사 놓은 책이라 해봤어요^^
눈이 올지 모르겠네요
평안하세요

mini74 2021-11-29 17: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축하드려요. 눈여겨보고 있었지요*^^*

그레이스 2021-11-29 19:1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기대 안하고 있었는데....^^
처음 당선이예요

scott 2021-11-29 18: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당선 추카 합니다!

제맘 속 👆등 이셨음 ^ㅅ^

그레이스 2021-11-29 19:33   좋아요 1 | URL
2등도 넘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11-29 18: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우 당선 축하드려요 ^^

그레이스 2021-11-29 19:17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감사드려요^^

thkang1001 2021-11-29 2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1-11-29 20:16   좋아요 1 | URL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덮으면서 별4개? 하다가, 하루가 지나면 5개를 주게된다. 허튼소리 같은 잉여들의 이야기 저 깊은 바닥에서 슬픈 소리를 들은 고양이처럼, 눈에 보이는 그대로 묘사해가는 글 속에서 생을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을 읽게 되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4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1-11-18 14: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키웠다는 그러나 끝까지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저 이 책 넘 좋아해요 그레이스님. 소설인듯 아닌듯. 묘한 매력이 있는 ㅎㅎ 짧은데 뭔가 꽉 찬 듯한 백자평이옵니다 👍

그레이스 2021-11-18 14:37   좋아요 5 | URL
감사합니다.
리뷰도 써야 하는데 아직은 살이 붙지 않는 느낌이예요.
바쁘기도 하고...
어쨌든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전집14권 다 읽었습니다아~~!^^

Falstaff 2021-11-18 15: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별 네 개였다가 며칠 지나면 다섯 개 된다는 말씀에 백퍼 공감합니다!!!!

그레이스 2021-11-18 18:29   좋아요 5 | URL
폴스타프님도 그러시군요^^
모두 겪는 현상인듯!^^

미미 2021-11-18 15: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전집 다 읽으셨군요👍👍 별점 주는 거 어쩔땐 참 애매해요. 어떤 작품은 단 한 문장만으로도 5개를 줘야할것같고요ㅋㅋ

그레이스 2021-11-18 15:04   좋아요 4 | URL
^^
맞아요
애매한데 점점 마음이 기울죠
^^

새파랑 2021-11-18 16: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우 드디어 14 권의 전집을 완독 하셨군요~!! 대단~!!
풀베개, 태풍, 춘분 빼고 다 별 다섯개더라구요~! 저도 따라 일겠습니다~!

그레이스 2021-11-18 17:09   좋아요 4 | URL
👍
 

히에이잔산에 오른 고노는 구토를 느낀다. 그는 모든 구토는 움직이기 때문에 하는 거라네. 속세의 모든 구토는 동()이라는 한 글자에서 일어나는 법이지.”(25p) 라고 한다. 그의 구토는 사르트르의 구토를 닮았다.

 

“‘구토는 내게 짧은 유예기간을 남겨준다. 그러나 그것이 다시 찾아오리라는 것을 안다. 그것이 나의 정상적인 상태니까.” (구토장 폴 사르트르)

 

고노는 생각에 잠긴다.

정적만이 남았다. 고요하게 가라앉은 가운데 그 고요함에 내 한 목숨을 의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 세상 어딘가로 통하는 내 피는 고요하게 움직이는데도 소리 없이 해탈한 심경으로 몸을 토목으로 여기고, 하지만 어렴풋이 활기를 띤다. 살아 있다는 정도의 자각으로 살아서 받아야 할 애매한 번민을 버리는 것은, 산골짜기에서 피어오르는 구름을 벗어나 하늘이 아침저녁으로 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집착을 초월한 활기다. 고금을 공허하게 하고 동서의 자리를 다한 세계의 바깥에 한쪽 발을 들려놓아야만…… 그렇지 않다면 화석이 되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죽어보고 싶다.”(27p)


우리는 자기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는 당혹스러운 존재자들이었다.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거기에 있을 이유가 손톱만큼도 없었다. 존재자인 한 사람 한 사람이 겸손하게, 막연한 불안을 품으면서, 다른 존재에 대해 자신을 잉여로 느끼고 있었다.…… 나는 나를 삭제시키는 것을 어렴풋이 꿈꾸었다.”(구토장 폴 사르트르)

 

던져진 존재의 세상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확실한 것은 죽는다는 사실뿐이다. 살아있는 동안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불안하다. 불안으로 인해 생각은 움직이고, 구토를 일으키는 것이다. 고노는 실존주의자는 아니다. 죽음은 만사의 끝이고 시작이라고 생각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 단지, 그에게 죽음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비롯된 고뇌와 무덤 이편의 무의미한 다툼을 끝내는 막()이다. 항우(項羽)의 여인 우미인(虞美人)의 무덤에 피었다는 우미인초(개양귀비)는 고노가 사유하는 죽음의 미학이다.


 


번민하는 고노의 풍경은 안토니우스의 무덤 앞에 있는 클레오파트라의 슬픔을 읽는 후지오와 오노의 장면으로 이어진다. 오노는 교토에서 신세를 진 고도선생의 딸과 정혼한 사이나 후지오에게 흔들리고 있다. 후지노가 갖고 있는 시계에 흔들린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복남매 고노와 후지오 아버지의 유품이다. 아버지는 생전에 이 시계를 무네치카에게 주기로 약속했다. 그것은 사위로 삼겠다는 암묵적인 의미이다. 교수를 꿈꾸는 가난한 오노에게 후지노와의 결혼은 재산과 신분을 약속받는 것이다. 그는 딸 사요코를 데리고 도쿄로 오겠다는 고도선생의 편지를 받고 곤혹스러워 한다. 편지를 내려놓으며 시선이 멈춘 로세티 시집은 그의 마음에 일어나는 갈등을 나타낸다. 로세티는 부인(엘리자베스)의 죽음에 대한 슬픔의 표시로 관에 함께 묻었던 시들을 다시 꺼내어 시집을 펴낸다. 이 시집은 배덕(背德)의 상징이다.

<행복한 베아트리체>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1864-70 (모델.엘리자베스 시달)

 

고노의 친구 무네치카의 누이동생 이토코는 고노를 사랑한다. 욕망과 사랑으로 얽혀있는 청년들-고노, 무네치카, 오노, 후지오, 이토코, 사요코-가 있는 도쿄는 박람회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박람회장과 고도의 집 정원은 근대와 전통, 환상과 현실, 욕망과 미덕으로 대비된다. 고요한 정원을 떠나 집밖으로 나가면 화려한 일루미네이션이 그들을 들뜨게 한다. 명암에서 도쿄와 온천장, 오노부와 기요코가 현실과 꿈을 상징하는 것과 같다. 온천장을 향하는 쓰다를 연상하게 하는 오노의 생각이 흥미롭다.

 

사요코는 과거의 여자다 사요코가 안고 있는 것은 과거의 꿈이다.…… 과거로 돌아갈까? 물에 섞인 한 방울의 기름은 쉽사리 기름통으로 돌아갈 수 없다. 좋든 싫든 물과 함께 흐르지 않으면 안된다. 꿈을 버릴까? 버릴 수 있는 꿈이라면 밝은 곳으로 나가기 전에 버리면 된다. 버리면 꿈이 달려든다.”(155p)

둘로 나누어진 세계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모순이 일어난다.

 

자극의 주머니에 대고 문명을 체로 치면 박람회장이 된다. 박람회를 무딘 밤 모래로 거르면 찬란한 일루미네이션이 된다.”(194p)

 

! 하고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일루미네이션은 환각이다. 이 곳을 찾은 주인공들은 욕망이 서로 엇갈림을 느끼고 불안에 휩싸인다. 빛이 만들어낸 환상과 대비된다. 현실과 꿈의 대조이다. 어쩌면 박람회를 찾은 사람들 모두가 분열된 세계에서 길을 잃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요코는 꿈처럼 불안해진다.”(201p)

 

욕망으로 치닫던 후지오는 그 거센 역풍을 이기지 못하고 죽는다. 항우나 현종의 여인을 연상하게 하는 갑작스럽고 덧없는 죽음이다. 욕망은 그치고 무덤이편의 다툼은 무의미해졌다. 그녀의 주검이 눕혀진 시트 위에는 시계가 부서진 채 놓여 있다. 우미인초가 그려진 병풍이 거꾸로 세워져 있고, 그 그늘에 벼룻집, 백자 향로, 선향 주머니가 보인다. 바니타스다!


 


고노의 일기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일기는 인간의 죽음으로 출발한다. 죽음을 잊은 자는 도의를 잊게 되고, 도의를 잊은 자는 욕망으로 질주한다. “도의 관념이 극도로 쇠퇴하여 삶을 원하는 만인의 사회를 만족스럽게 유지하기 어려울 때 돌연 비극이 일어난다. 여기서 만인은 모두 자신의 출발점으로 향한다. 비로소 삶 옆에 죽음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안다.”(434p) 후지오의 갑작스런 죽음은 메시지다. “그리하여 비로소 비극의 위대함을 깨닫는다.”(435p)

 

등장인물의 변함없는 성격과 그로인해 단순해진 서사의 전개에도 불구하고, 읽을수록 생각이 깊어진다. 아마도 서사 외에 페이지마다 풍경과 사물에 녹아있는 소세키의 의식 때문일 것이다. “고노는 고개를 돌려 창 쪽을 본다. 커튼의 깊은 주름이 좌우로 갈라진 사이로 홍가시나무의 어린잎이 타오르는 듯이 유리창에 비친다”(319p)라는 문장을 두고 지나쳐 두 사람의 대화 속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유리창에 비친 풍경에 역설적으로 반영하는 고노의 고뇌가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 장면 속에 잠시 머물게 된다. 죽음이라는 명확한 현실 앞에서 존재는 질문한다. 무엇이 현존이고 무엇이 환상인가?

 

고노는 무네치카에게 편지를 쓴다.

이곳은 희극만이 유행한다네.”




<아르장퇴유의 개양귀비꽃> 클로드 모네, 1873



댓글(24) 먼댓글(0) 좋아요(5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1-11-07 22: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개양개비가 우미인초인가요.
처음에는 일본 내 지명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었는데.^^;
봄에서 조금씩 여름이 되어 가는 5월이면 볼 수 있는데,
가까이 가서 보는 것보다 조금 떨어져서 사진 찍으면 예쁜 꽃이었어요.
그레이스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1-11-07 22:18   좋아요 5 | URL
요즈음에는 꽃양귀비라고도 불러요^^
사면에 많이 심죠!
바람이 불면 하늘하늘 움직이는게 예뻐요

mini74 2021-11-07 22: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로세티의 시집에서 항우 애첩 우미인? 에 바니타스까지 . 그레이스님 글은 항상 다양한 이야기들이 풍성해서 참 좋아요 *^^*왠지 하무함이 잔뜩 느껴져요. 제목이랑 내용도 어울리는 것 같아요. ~

그레이스 2021-11-07 22:50   좋아요 4 | URL
아!
로세티의 그림 넣을려고 했는데 잊었네요;;
감사합니다 ~

그레이스 2021-11-07 23:00   좋아요 4 | URL
자세히 읽어주신 미니님 덕분에 놓친 부분 수정했어요~
감사합니다 ~미니님 👍

mini74 2021-11-07 23:04   좋아요 4 | URL
별말씀을요. 넘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레이스님 *^^*

scott 2021-11-07 23:37   좋아요 4 | URL
미니님 👍

scott 2021-11-07 23: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샤르트르 구토가 소세키 작품에 영향을 받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도 연상이 되네요
미시마가 샤르트르 광 팬이여서 모든 작품 섭렵!

그레이스 2021-11-07 23:57   좋아요 3 | URL
저는 키에르케고어의 영향을 받았을거란 생각했어요
어느정도 맞물리는 시대에 살았으므로 사유의 흐름도 비슷했을거란 생각요

새파랑 2021-11-08 1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재미있을거 같아요~읽을수록 생각이 깊어지는 책이라니!! 우미인초가 양귀비였군요. 꽃이 왠지 무섭게 느껴지긴 합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1-11-08 10:39   좋아요 2 | URL
^^너무 가까이 찍어서 그럴거예요 ㅎㅎ
이렇게 큰 꽃이 아닌데,,,
모네의 아르장퇴유의 개양귀비 그림을 보시면 개양귀비의 군락이 너무 예쁘죠^^
그걸로 올리려다가...

혹시 마약성분이 있는 양귀비에 대한 선입견때문에 그러신건 아닌지? 개양귀비는 독성이 없어요!
영어 이름은 corn poppy! 예쁘죠?

새파랑 2021-11-08 10:50   좋아요 2 | URL
아 ㅋ 그 양귀비바 그 양귀비가 아니군요 😅 꽃에 대해 아는게 없다 보니 ㅎㅎ 이래서 선입견이 무섭나 봅니다 😨

그레이스 2021-11-08 10:50   좋아요 2 | URL
모네 그림 추가했어요
무한 서비스!

새파랑 2021-11-08 11:55   좋아요 2 | URL
무한서비스 감사합니다 ^^ 모네 그림으로 보니까 예쁘네요~!!

하나의책장 2021-11-08 2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속 내용부터 모네의 그림까지!
읽을 거리가 너무 풍부해 단숨에 읽었어요^^

어릴 때, 외할머니집에 가면 마을 산책을 자주 하거든요.
그 때 지나가던 길에 꽃양귀비를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예뻤던 기억이 나요ㅎ

그레이스 2021-11-08 20:38   좋아요 1 | URL
좋아하는 꽃이예요^^
감사합니다 ~

페크pek0501 2021-11-09 16: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토를 읽었는데 어떤 내용인지 생각이 잘 안 나요. 내용이 싱거웠던 것 같은데 어떤가요?

그레이스 2021-11-09 16:56   좋아요 1 | URL
저는 너무 좋았어요. 글을 잘 썼다는 생각했죠. 실존체험이라고 하죠? 구토, 자살충동을 느끼는 과정에 대한 상세한 흐름을 알 수 있어서...
조금 아찔한 느낌이었어요

희선 2021-11-10 0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죽은 후지오 방 모습을 보고 바니타스 그림을 떠올리다니, 저는 바니타스 몰랐습니다 바니타스뿐 아니라 다른 그림도 있군요 왜 후지오는 죽었는지... 소세키가 그렇게 썼네요 저는 이 책 보다보니 연극 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1-11-10 12:21   좋아요 1 | URL
연극!
그럴수도 있겠네요^^

프레이야 2021-11-13 0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양귀비 저도 좋아하는 꽃이에요.
초여름에도 보았어요. 참 밝은데 왠지 애련하게 느껴지는 그런 꽃이라 찾아보았던 적이 있어요. 슬픈 이야기가 있더군요. 만든 이야기였겠지만 ^^

그레이스 2021-11-13 10:15   좋아요 0 | URL
우미인 말고 또 이야기가 있나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red poppy에 관한 신화를 본것도 같고...^^

프레이야 2021-11-13 10:30   좋아요 1 | URL
아뇨. 우미인 이야기요 ^^.
남자들이 만든 이야기 아닐까 생각했더랬지요. 그레이스 님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요. 환한 토요일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11-13 15:35   좋아요 0 | URL
예 프레이야님도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명암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는 이 명암을 미완으로 남겼다. 마지막 작품이라는 무게의 시선으로 만난 첫인상은 흔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생각보다 가벼운 스토리에, 이런 작품을 연재하고 있던 나쓰메 소세키는 죽음을 예감하지 못했던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아니면 그의 글쓰기는 삶이란 나와 타자간의 충돌과 한 존재 안의 이중적 욕망의 갈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메시지로 정돈되고 있었을까? 그의 수필이나 연설문·시론들에 비교해서, 죽음을 가까이 두고 있는 작가의 마지막 소설은 예상 밖의 가벼움을 보이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치질 수술을 결정하고 병원에서 돌아오는 전차 안에서 쓰다는 침울한 기분으로 처음 발병했을 때의 격심했던 고통을 기억하면서 불쾌함과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주위 사람들이 그의 존재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점잔을 빼고 있는모습에 쓰다는 불쾌해진다. “자신의 육체는 언제 어떤 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것과 어쩌면 바로 지금 어떤 변고가 일어나고 있을지도”(18p)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더구나 자신은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의 마음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전차 안의 승객들은 그의 눈길에 조금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음”(19p)에 대한 자각은 앞으로 쓰다가 타자들과 만들어갈 관계에 대한 전망을 하게 한다.

 

남편 쓰다의 냉정함이 서운한 오노부는 처음 만남을 추억하며,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남편 때문에 외롭다. 그녀는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기도 하지만 나처럼 못생긴 사람은 다시 태어나기라도 하지 않는 한 어쩔 도리가 없어.”(239p)라는 말을 할 정도로 자존감이 낮아져 있다. 한편, 외부에서는 보는 부부의 모습은 오노부가 쓰다를 손 안에 넣고 자유롭게 놀리는”(247p)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쓰다도 그녀에게서 언뜻언뜻 비치는 강인함에 불편함을 느낀다. 오노부는 재빠르고 영리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여성이다. 사랑하는 남편 앞에서만 자신의 성품을 누르고 있다.

 

쓰다와 오노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격과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관계망을 형성하며 일상을 이룬다. 감춰진 과거는 관계 안에 감춰져 있던 위기를 조명하고 쓰다와 오노부의 불안을 조성한다. 쓰다의 누이 오히데와 친구 고바야시의 암시와 요시카와 부인의 행동은 오노부를 불안하게 하고, 오노부는 남편에게 진실을 말해달라고 애원한다. “그럼 얘기해주세요. 제발 얘기해주세요. 숨기지 말고 여기서 다 얘기해주세요. 그리고 단숨에 안심시켜주세요.”(451p) 그녀의 진심이 진실보다는 안심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쓰다의 옛 연인이었던 기요코의 소식을 알려주며 그녀가 있는 온천장으로 요양 가도록 하는 요시카와의 의도를 알 수 없다.

 

오노부에게 쓰다의 비밀을 암시하는 고바야시는 이상주의자이다. 사회주의자로서 근대 일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지식인이다. 그는 요시카와 집안과 오카모토 집안(오노부의 고모부 집안)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쓰다의 실체를 드러낸다. 고바야시는 쓰다의 사랑을 허위라 하고, 쓰다는 고바야시의 사상을 무의미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고바야시는 오노부의 외로움을 들여다본다.

 

부인, 저는 남한테 미움을 받기 위해 살고 있습니다. 일부러 남이 싫어하는 말을 하곤 합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제 존재를 남에게 인식시킬 수가 없습니다. 어쩔 수 없으니까 적어도 남의 미움이라도 사려고 합니다. 그게 제가 바라는 겁니다.”

오노부 앞에 마치 딴 세상에서 태어난 듯한 사람의 심리 상태가 펼쳐졌다.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싶고 또 누구에게나 사랑받도록 해나가고 싶으며, 특히 남편에게는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속마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예외 없이 세상의 누구에게나 들어맞으며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그녀는 처음부터 확신하고 있었다.(253p)

 

미움 받는 행동이라도 해서 존재를 증명하고 자신의 사상을 세상 앞에 보이려고 하는 그의 간절함은 세상과 융화될 수 없는 사상가, 지식인의 모습이다. 그 절절한 외로움 앞에서 오노부는 자신의 외로움을 확인한다.

 

 

미완이지만 이 작품에는 수미쌍관이 있다. 도입부에 등장한 레일 위의 전차는 후반부 온천으로 향하는 그가 탄 경편의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도입부, 병원에서 돌아오는 전차 안에서 쓰다의 생각은 레일 위를 달리는 전차처럼 앞으로 나아간다. 그는 보통 사람들이 우연, 우연, 하는 이른바 우연한 사건이라는 건 원인이 너무 복잡해서 도무지 짐작이 안 될 때 쓰는 말”(19p)이라고 한 푸앵카레를  떠올린다.

후반부, 온천으로 향하는 쓰다가 탄 기차(경편)는 탈선하고 여러 번 앞으로 밀었다 뒤로 되돌리는 과정을 반복한 뒤 제자리로 돌아온다. 함께 탄 노인들은

또 늦어지고 말았군, 친구, 덕분에 말이야.”

누구덕분에 말이죠?”

경편 덕분이지. 하지만 이런 일이라도 없으면 졸려서 안 되네.”(523p)

라는 느긋한 대화를 이어간다. 그들은 이 경편이 늘 탈선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예상하고 있었다.

푸앵카레의 말처럼 인생에서 만나는 우연이라고 하는 사건들은 사실 예측 가능한 것들이다. 인생의 단계·시기마다 겪어야 할 일들이 찾아오고 관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노부의 행동에서도 사람들에 대한 예측을 자주 보게 된다.

 

이 소설은 쓰다가 기요코를 만나고 미완으로 마친다. 그가 온천마을에 도착해서 나는 지금 이 꿈꾸는 듯한 것이 연속된 곳을 찾아가려 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꿈, 지금도 꿈, 앞으로도 꿈, 그 꿈을 안고 다시 도쿄로 돌아간다.”(524p)라고 생각한 것처럼 결말이 날지 모르겠다. 그럼 그는 무엇 때문에 도쿄를 떠나 거기까지 갔을까?

 

쓰다는 적막한 마을을 지나며 희미한 전등 불빛과 그 빛이 닿지 않는 곳에 가로놓인 커다란 어둠을 비교했을 때”(524p) 꿈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명암을 만들어내는 빛은 희미하다. 그래서 꿈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지식인의 이상도 과거의 사랑도 희미한 빛이다. 도쿄에 있는 아내 오노부는 현실이고 그가 만나러 가는 기요코는 꿈이다. 빛과 어두움, 현실과 꿈은 삶에 혼재한다.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는 타인들과의 관계가 끼어들고, ‘명암을 만든다. 인생은 관계가 만들어낸 의미들로 이루어진다. 그 관계망의 점들에 사람이 있다. 지나온 시간 속의 사람, 관계, 사건이 만들어낸 의미는 현재의 나를 비추는 빛이다.

 

놀라운 일은 이와 동시에 현재의 내가 천지를 다 가리고 엄존하고 있다는 확실한 사실이다. 일거수일투족의 하찮은 것에 이르기까지 이 ()’라는 존재가 인식하면서 끊임없이 과거로 이월하고 있다고 하는 부정할 수 없는 심경이다. 그러므로 거기에 기준을 두고 자신의 뒤를 돌아다보면 과거는 꿈이 아니다. 아주 명백하게 현재 나를 비추고 있는 탐조등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정월이 올 때마다 나는 역시 보통 사람과 같이 평범하게 나이를 먹고 늙어 쓸모없게 되는 상태가 된다.

생활에 대한 이 두 가지 관점이 동시에 그리고 모순 없이 공존하고, 상식적으로 말할 수 있는 상황의 논리를 초월하고 있는 이상한 현상에 대해 나는 지금 아무것도 설명할 의도가 없다. 혹은 해부할 수완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연초에 즈음해서 나 자신은 한 형체 두 모습이라는 견해를 품고 내 전 생활을 다이쇼 5(1916)의 조류에 맡길 각오를 할 뿐이다.”

(188~189p 점두록」 『나의 개인주의 외나쓰메 소세키)

 

점두록은 그가 명암을 연재하기 몇 달 전에 쓴 글이고 같은 해에 나쓰메 소세키는 작품을 미완으로 둔 채 삶을 마감했다. 말한 것 처럼 그는 일거수일투족의 하찮은 것에 이르기까지 인식하면서 끊임없이 과거로 이월하고 그 과거로부터 현재를 탐조한다. 그렇게해서 조명되는 그의 안에 공존하는 두 모습에 대해서 설명할 의도가 없다. 그런 글쓰기를 명암에서 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나는 이 말을 힘을 빼고 애써 부인하지도 강조하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읽었다. 5년 전 죽음 앞에까지 갔었던 작가는 오히려 가벼움을 취하여 삶을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이다.

 

가볍게 보였던 작품은, 사람들과 함께 토론하면서, 중요한 의미들을 생성했고, 미완의 여백에 무게를 채워갔다.


댓글(51) 먼댓글(0) 좋아요(5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희선 2021-12-11 0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축하합니다 소세키 소설 다 보시고 이렇게 상도 받으셨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1-12-11 08:4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명암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세키가 힘을 빼고 쓴 듯한 작품. 삶에는 빛과 그림자,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하고, 현실과 이상이 함께 간다. 미완의 열린 결말에 사건들을 채워넣는다. 우연이란 도무지 짐작할 수 없을 때 쓰는 것이라 한 푸앵카레를 기억하며, 새삼 삶은 예측 가능한 일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