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는 진보적일 수 있는가 정치경영연구소 기획총서 1
최태욱 엮음 / 폴리테이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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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Liberalism)'는 그 역사나 내용과 상관없이 우리나라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는 이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치권이나 언론, 학계, 경제계 등 어디에서도 자유주의라는 표현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차라리 1972년 박정희 군사정권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개정된 유신헌법에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이 등장한 이후 이 개념과 용어를 특정 정치세력이 전용하고 있다. 원래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이었다. 18세기 유럽에서 계몽주의자들이 폭력적인 왕권에 대항하여 만민평등의 자유주의와 인민주권의 민주주의를 주창하면서 탄생한 이념인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무자비하게 탄합하던 박정희 유신 군사정권이 당시 반공냉전주의를 등치시키는 이념으로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웠던 것이다. 공산주의는 곧 전체주의이고 전체주의의 반대는 곧 자유주의라는 아주 단순한 이분법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사용한 것이다. 히틀러처럼 무자비한 군사파시스트 주제에...ㅠ
 
만민평등을 핵심 이념으로 하는 자유주의는 한국 내에서 수구세력, 우익세력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좌파세력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소위 진보세력이라 불리는 많은 이들 중에서도 '자유주의' 또는 '자유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수구,우익세력이 수십 년 동안 독점하여 사용했다는 이유로 사용하기를 꺼려하고 있고...
개인적으로 나 역시도 '자유주의'나 '자유주의자(Liberalist)'라는 단어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차라리 무정부주의자나 아나키스트라는 단어에 대한 호감이 더 크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 주변의 적지 않은 지인들 역시 마찬가지임을 느껴왔다. 아마도 내 나이대의 486세대의 경우는 지난 1980년대 대학에서 공부하고 고민하고 활동하던 경험으로 인한 선입견이 크다고 생각된다. 당시 대학과 학계, 지성계에는 마르크스나 레닌의 저작, 또는 관련된 저작이 학생들이 세미나하면서 공부하던 주요 '텍스트'였다. 당시 일본이나 미국을 거쳐 대학에 들어온 이념은 민주주의나 사회주의, 사회민주주의, 또는 남미의 제3세계론이 대부분이었다. 대부분 학습의 수준은 '추상적인 혁명 이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교재에는 마르크스나 레닌의 주장, 사상, 이념이 '정통'이었고 베른슈타인과 같은 비주류 인사의 주장이나 이념은 자유주의, 수정주의, 또는 배신주의로 매도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어리고 순수한 대학생들은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와 같은 자유도 민주도, 민중도 민족도 존재하지 않던 사회에 대한 미래의 이상향으로 사회주의 같은 이념을 여과없이 받아들였던 것이고 '수정주의자'나 '자유주의자'의 대열에 끼거나 낙인찍히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랬던 젊은 시절을 거친 후, 대부분의 486세대는 내부적으로는 서구에 존재했던 근현대 정치사상의 역사와 그에 대한 비교, 장단점에 대해 더 이상의 추가 공부를 하지 않았고 외부적으로는 소련과 동구권 체제가 붕괴하여 시장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되면서 미래의 이상적인 방향과 전망을 잃어버렸다. 갈길을 잃은 채 각자의 생업전선에 나서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부조리하고 문제가 많은 우리나라 체제의 부속품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이 그 이후 20~30년을 살아오면서 구체적인 현실에서 사회가 크게 바뀌어졌거나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눈 앞에 펼쳐져 있는 현실은 겉보기에는 많은 것이 변했으면서도 근본적으로는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밖에 없으니까...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나 안철수 원장이 한국정치의 주요 관심인물로 부상한 작년 8~9월 이후, 나의 페이스북과 트위터 상에는 박원순 시장이나 안철수 원장이 '보수'또는 '자유주의자'라는 지적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이 때의 '자유주의자'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다분히 부정적인 느낌을 내포하는 단어로 사용한다. 자칭 진보적이라고 생각하거나 좌파라고 내세우는 사람들이 '자유주의자'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하는 편이다. 이 때의 '자유주의자'는 극우보수주의자가 아니지만 자신들의 진보세력, 좌파세력 내에 상대방을 받아들이기 싫을 때 적용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글을 자주 접할 수록 "과연 '자유주의', 또는 '자유주의자'는 그렇게 진보적이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깊어갔다.
 
보편적인 인권사상, 국가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 정치활동에서의 이성적 자유,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자유주의 핵심 영역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발현되고 있을까?
보펴적 인권사상의 측면에서 보면, 개인의 자유, 개인의 자율성, 개인의 기본권이 국가와 공동체의 틀 안에서, 그리고 한 사회에 군림하는 지배적인 목표, 가치관이나 합의를 통해서 만들어진 어떤 집단적인 가치에 우선한다는 관념과 문화, 사회적 가치가 자리잡을 때 만민평등의 자유는 실현된다. 그러할 때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이 얼마나 이런 이념과 가치, 정치사회관을 수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 여전히 집단주의와 전체주의, 차이와 다양성의 불인정, 폄하나 비난이 지배적이지 않을까?
국가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측면에서 보면, 정당은 정치를 경험하고 그 효능을 스스로 터득하는 정치교육의 장이다. 자율적, 자유주의적 인간은 이런 공적 공간에서 발생한다. 좁게는 대통령, 넓게는 국가권력을 견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좌우릴 막론하고 한국사회의 정치의식 속에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을까? 이는 한국사회가 '소극적 자유'의 가치를 얼마나 수용하고 얼마나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느냐 하는 문제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문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 이 문제에 대한 고려를 회피하는 태도는 보수파들에 비해 개혁의 열정이 강한 진보세력 사이에서 결코 더 약한가?
정치활동에서의 이성적 자유의 측면에서 보면, 민주화 운동을 경험한 세대와 그 이후를 이어가고 있는 진보적 엘리트 세력들 사이에서 정서적, 추상적 급진주의가 만연해 있다고 생각한다. 권력과 갈등을 중심으로 한 정치현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늘의 한국적 정치조건, 정치문화에서 자유주의로부터 배울 것이 있다면 민주주의가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상정되는 이상과 목표를 과도하게 높게 설정하면서, 정치를 뛰어넘어 이를 일거에 해결코자 하는 경향성에 대한 어떤 해독제적 역할이 아닐까?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측면에서 보면, 민주주의가 대의제를 중심으로 인식되어 미국처럼 보수독점 체제를 형성할 수도 있고 북유럽처럼 사회적 합의제로 작용할 수도 있듯이 자유주의 역시 어느 세력이 어떤 측면을 주도하느냐에 따라 신자유주의가 될 수도 있고 사회민주주의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을 역사적으로, 과정상으로, 프레임이나 주도성의 차원에서 보지 못하고 '자유주의는 어떤 것'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 도그마로 작용하고 자유주의의 본성과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왜 '신자유주의'라는 단어에만 집착할까?
 
 
이 책은 그런 내가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이다.(지난 금요일 공부모임에서 세미나를 진행한 책인데 교재로 결정할 때 세미나에 나는 참석하지 못했다. 개인적인 일이 겹쳐서 금요일 세미나 참석도 못했지만...ㅋ)
처음 '자유주의'에 대한 이념과 역사, 전개과정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한 책은 최장집 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였다. 최교수는 그 책에서 우리나라에서 묻혀져 있던 '자유주의'의 원래 이념과 정신, 내용과 필요성을 지적해 주었다.
 
이 책은 소수의 사람들, 즉 자유주의는 본래 진보적이거나 혹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었다.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의 경우, 그들이 내세운 (자유주의가 진보적일 수 있는) 조건은 물론 서로 다르다. 그중 고세훈(3장)의 조건이 아마도 가장 까다로울 게다. 그는 사회민주주의와의 비교를 통해 자유주의가 정녕 진보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는 노동계급 정치를 통해 개혁에 대한 현실적인 실천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라는 주장을 펼친다.
그에 비해 최장집(2장)이 덤덤히 서술하는 자유주의의 진보성은 그저 당연한 것이다. 그는, 냉전 반공주의는 말할 것도 없고, 자유시장주의나 경제적 자유주의로 연결되는 자유지상주의는 자유주의와는 전혀 다른 이념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자유주의란 법치주의, 입헌주의, 정치적 자유주의를 의미할 뿐이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본래부터 만인평등의 이념이다. 그러니 “만약 ‘진보’가 …… 현실 속에서 권력과 사회경제적 자원에 있어 약자와 소외자들의 권익을 증진하는 데 더 큰 가치를 두고 자신의 위치에서 실제로 그렇게 행위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한국의 현실에서 자유주의는 진보의 이념에 가깝다.”
설령 (고전적) 자유주의가 애초에 경제적 자유주의를 포괄하는 사상이었다 할지라도 그 이유 때문에 자유주의가 보수의 틀에 갇혀 있을 필요는 전혀 없다. 이근식(1장)이 정의하는 ‘진보적’ 자유주의는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포괄하는 고전적 자유주의와는 결별을 선언한 ‘새로운’ 자유주의다. 그것은 경제적 자유주의를 부정하고 대신 사회적 자유주의로 자유주의 본래의 진보성을 회복, 유지하고자 하는 사상이다.

이 책의 필자들 대부분은 진보적 자유주의가 한국의 신자유주의 대안 이념으로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20세기 전반기에 유럽에서 자유주의의 진보성 회복 운동이 복지자본주의 체제라는 결실을 맺었다면, 21세기 전반기에는 한국에서 그와 비슷한 일이 진보적 자유주의의 이름으로 벌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그간 한국에서는 자유주의가 지나칠 정도로 심하게 왜곡,오용되어 왔다. 이제 제대로 논의해 봐야 한다. 그것을 본래의 그 광명정대하고 진취적이며 역동적인 성격의 자유평등이념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그럼으로써 한국의 시민들이 그 진보적 자유주의의 가치에 공감해 그것을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 대안 체제 구축에 나설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지금의 한국에서도 더 많은 민주주의를 통해 재벌과 대기업 등의 자유를 통제할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정치권력보다는 경제 권력의 특권적 자유가 일반 시민들의 평등한 자유에 대해 더 큰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통제는 구미의 역사가 증명하듯 진보적 자유주의의 이름으로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는 일이다. 진보성에 관한 한 자유주의는 당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보적 자유주의가 진보성에 관해 의심받을 이유가 없다면 다음으로 따져 봐야 할 것은 그 진보성의 발현 능력, 즉 사회개혁 실천능력이다.
지금 한국에는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산적해 있다. 신자유주의는 한마디로 자유주의 사상 중에서 정치적,사회적 자유주의를 제거하고 경제적 자유주의만 강조한 기득권자들의 논리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언어의 조작'이라고 생각한다. 전두환 군사정권이 '정의사회'에서 정의라는 단어를 우롱하고 이명박 정권이 '녹색성장'에서 '녹색'을 덧칠한 것처럼... 
진보적 자유주의가 실천력 있는 진보 이념이라면, 고세훈의 지적대로 “확대와 심화일로에 있는 빈곤과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는 데 체계적이고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박동천(4장)의 표현을 빌리면, “정치의 실제적 과제, 즉 공동체를 위한 실존적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실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의미 있는 진보 이념이라는 것이다.

현대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은 이제 특정 계급의 이익만이 아닌 일반 시민들의 이익을 위해서도 봉사한다. 이는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의 복지국가 전략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데, 그들은 노동 세력을 뛰어넘는 ‘복지 세력’의 연대를 강조한다. 2차 세계대전 전후부터 시작된 서구의 현대 사회민주주의가 이와 같이 계급 정치 일변도에서 벗어나 계급 교차적인 시민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할수록 그것의 진보적 자유주의와의 차별성은 더욱 옅어진다. 결국 사회민주주의든 진보적 자유주의든 어느 깃발을 들던 간에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광범위한 복지 세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 관한 한 양자 간에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노동 정치만으로 건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일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봉급생활자이지만 그들 중 ‘노동계급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은 더욱더 그러하다. 그들은 대부분 중산층 의식을 갖고 생활한다. 그러니 노동조합 조직률도 10퍼센트 정도에 불과해 OECD 최하위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렇게 약한 노동이 복지국가 건설을 주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유럽의 경우와 같이, 아니 그 경우보다 더 절실하게 강한 시민 연대가 필요하다. 계급을 가로지르는 시민 연대가 하나의 복지 세력으로 우뚝 설 수 있을 때 비로소 보편주의 복지국가로 가는 길은 열린다. 한국에서도 이젠 사회민주주의가 특별히 실천력이 뛰어나다는 주장은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민 민주주의로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건설해 가야 한다는 점에 있어 그것은 진보적 자유주의와 동일할 뿐이다.

자유주의의 최대 장점은 일관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뛰어난 유연성과 시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장집은 “자유주의의 힘은 그것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보편성을 갖는 원리와 가치를 함축하고, 인간의 사회경제적 발전, 문명 및 교육의 발전과 더불어 그 보편성을 확대시켜 왔다는 데 있다. 그런 평등의 이념은 전 사회적으로 확장되고, 한 사회의 경계를 넘어 확장되어 왔다. 동시에 보편적 인권의 내용은 심화되어 왔다”라고 경탄한다. 자유주의는 어느 때에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그리고 다른 때에는 경제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강조한다. 경제적 자유를 외치던 고전적 자유주의가 사회적 자유를 중시하는 진보적 자유주의로, 그리고 심지어는 평등주의적 자유주의로까지 발전해 가는 까닭이다. 강조점은 이처럼 시의에 따라 적절히 달라지나, 지키고자 하는 가치는 늘 동일하다. 모든 개인이 평등하게 누려야 할 자유,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특히 사회경제적 약자의 자유 수호는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의 지상과제다. 이 자유를 훼손하거나 위협할 수 있는 모든 집단이나 조직의 권력은 자유주의의 이름으로 제한하고 통제해야 한다. 그 권력은 정부일 수도 있고, 대기업이나 언론, 혹은 종교 집단일 수도 있다.

케인스주의 혹은 민주적 시장경제, 질서자유주의 혹은 사회적 시장경제, 사회민주주의 혹은 복지자본주의 등 명칭을 어떻게 하던 간에 전후에 등장한 구미의 조정시장경제 체제는 그 내용에 있어 모두 진보적 자유주의의 구현체였다. 달리 말하자면, 진보적 자유주의가 현지 사정에 맞는 방법론을 택해 자신의 가치를 시의 적절히 구현해 갔다는 것이다. 사회민주주의적 방식도 그 다양한 방법론 중의 하나였음은 물론이다.
최장집이 강조하듯이, “자유주의의 장점은 그 개방성과 자체 교정 능력을 갖는 유연성으로 인해 현실의 사회경제적 변화와 만나면서 굉장한 현실 적응 능력을 실현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자유주의 이념은 한 사회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운영함에 있어 그 정치적 환경이 어떠한가에 따라 ‘신’자유주의(현대의 신자유주의와는 정반대의 의미를 갖는, 즉 국가의 시장경제에 대한 적극적 개입을 주장하는 새로운 자유주의)가 될 수도, 사회민주주의가 될 수도 있다.” 진보적 자유주의의 실천력은 이와 같은 방법론적 유연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진보적 자유주의의 진보성은 현대 사회민주주의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실천력은 한국적 맥락에서 보면 오히려 더 우수하다고도 할 수 있다. 새로운 사회경제 체제 구축에 필요한 신자유주의의 대안 이념으로서 진보적 자유주의는 충분히 훌륭한 이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20세기 전반기에 구미 선진국들이 그리했듯이, 21세기 전반기의 한국도 진보적 자유주의에 기초해 한국형 조정시장경제 체제를 발전시켜 갈 여지는 충분하다. 홍종학(5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이미 그런 실험이 행해졌음을 상기시킨다.
사실 ‘국민의 정부’는 한국 최초로 진보적 자유주의를 지향한 정부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이라는 국정 목표 자체가 진보적 자유주의를 표방한 것이라고도 해석된다. 비록 성공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한국에서 민주적 시장경제를 발전시켜 보고자 했던 의도는 분명했던 것이다. 홍종학은 김대중 정부의 실험이 성공에 이르지 못했던 요인을 두 가지로 정리한다. 하나는 정부의 민주적 개혁 역량이 재계의 힘을 관리,조정하기에는 부족했던 탓이고, 다른 하나는 진보 진영의 담론이 실천적 정책으로 충분히 구체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이 맞는다면 진보적 자유주의에 기초한 민주적 시장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 두 가지 조건은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하나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민주적 개입이 효과적이고 지속적일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적 조건을 갖추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제도와 정책으로 구체화된 민주적 시장경제 체제의 현실적 설계도를 제대로 작성하는 일이다.
유종일(6장)은 이 책에서 뒤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다. 즉, 진보적 자유주의의 시각에서 민주적 시장경제라고 하는 대안 체제의 구성 요소와 핵심 과제가 무엇인지를 제시한 것이다. 그는 “민주주의의 평등과 시장경제의 효율을 화학적으로 결합한 체제”는 기회의 평등과 분배의 평등화를 위해 민주적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는 체제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지금의 한국적 조건에서 이 같은 사회경제 체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재벌 개혁, 노동시장과 금융시장의 민주화, 복지의 확대, 그리고 정부와 공공 부문의 개혁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선학태(7장)와 최태욱(8장)은 앞의 조건에 대해, 즉 정치적 조건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채워 갈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두 사람은 공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한국형 사회적 합의주의'의 창안과 정착이라고 강조한다. 사회적 합의주의야말로 민주적 시장경제의 근간인 동시에 그 체제의 작동을 가능케 하는 민주적 거버넌스 그 자체라는 것이다. 그리고 선학태는 한국형 모델로서 “동반 발전형 사회적 합의주의”를 제시한다. 한편, 최태욱은 진보적 자유주의의 구현을 위한 정치적 조건은 합의제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비로소 충족될 수 있다고 단언한다. 합의제 민주주의는 다수제 민주주의와는 달리 사회적 합의주의를 촉진시키는 제도적 기제를 내장하고 있는 바, 그것이 바로 민주적 시장경제를 포함한 조정시장경제 체제의 발전을 가능케 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제도적 기제란 다름 아닌 ‘포괄 정치’를 작동케 하는 비례대표제, 온건 다당제, 연립정부 등의 협의주의 정치제도들이다.
개인적으로는 두 저자의 사회적 합의주의가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합의주의는 여러 세력이 독점이나 독선이 아닌 합의를 해야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내재적 각성이 필요한데, 아직 한국사회의 기득권 집단과 그들을 대신하는 정당은 전혀 그런 생각이나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가능하다면 10~20년 동안 지속적으로 민주진보 진영이 총선과 대선을 연이어 승리하면서 과거사를 청산하고 새로운 질서와 체계를 바로잡고 사회복지를 향상시키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최선의 합의주의' 정도로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지지세력과 99% 유권자가 등을 돌릴 수 있고 반대급부로 파시즘이 도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얻을 점은 자유주의라는 단어나 개념, 근대 자유주의의 복권, 또는 자유주의의 장점이나 가능성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주의의 본성적 가치와 철학, 즉 만민평등의 이념, 본원적 평등,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앞으로의 정치사상의 중심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난 자유주의자로 살고 싶다.
  
[ 2012년 2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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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의 도시정책 (양장) - 더 좋은 도시, 더 행복한 시민
조명래 외 지음, 한국공간환경학회 기획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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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훈 전서울시장이 '복지 포퓰리즘'을 내세우며 강행한 주민투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10월은 서울시장 보궐 선거가 한창이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이명박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 정책에 대한 심판이란 성격을 띠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삽질행정'으로 국토의 산과 강을 파헤쳤고 박정희식 토목공사와 건축공사로 '경제성장'을, 금융자유화와 부자감세, 재벌편중 정책을 내세웠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정책이 실패임이 드러나고 있다.
한나라당은 5세훈의 '복지 포퓰리즘'을 강력하게 지지했던 나경원 의원이 단독으로 출마한 상태고 그녀보다 더 수구적인 심은하의 남편이 자유선진당 후보로 나서겠다고 선언했다가 포기했다. '나꼼수'에서는 두 사람을 매개로 한 보수대연합을 예측하기도 하지만...
야권에서는 모레 단일후보가 결정된다. 평생을 인권변호사, 시민사회운동, 기부와 나눔운동, 희망제작소 활동으로 살아온 박원순 후보가 현재 민주당의 박영선 후보, 민주노동당의 최규엽 후보를 누르고 야권 단일후보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서울시장이 펼쳐야 하는 서울시의 새로운 정책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우리같은 일반인들은 혼자서, 혹은 몇명이 서울시 행정을 결정할 능력도 지위도 없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시장과 서울시 관료, 서울시 의회가 앞으로 진행할 정책들이 과연 서울시민과 한국의 장래에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각자가 판단할 능력이 없으면 또 다시 서울시민들의 삶이나 의사, 행복과는 거리가 멀게 될 것이다. 적어도 기존의 정책에 대해, 새로운 정책에 대해, 서울시 운영방식에 대해 각자가 '예', '아니오'라는 의사를 표시할 수 있어야만이 조금이나마 서울시 행정이 서울시민의 의지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현재의 정치상황, 선거상황과 맞아 떨어진다. 이 책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어떻게 도시정책을 펼쳐야 하는가에 대해 일부 학자들이 새로운 방향과 방식을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의 화두는 뉴타운이나 도시는 개발이 아닌 복지와 교육이었다. 무상급식, 보육, 사회적 기업과 일자리, 생태와 환경은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까지도 거역하기 어려운 정책영역이 되어 버렸다. “콘크리트 예산에서 사람 예산으로”가 설득력 있는 구호로 다가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야당은 압승했고, ‘사람 중심 도시’가 미래 도시비전을 압축하는 말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방선거의 열기가 식어갈 무렵, 몇몇 연구자들에게 걱정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른바 새로운 도시정책을 공약하고 당선된 수많은 단체장이 실제 어떤 정책으로 성공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과거 개발주의 열풍이 불 때는 그저 조감도만 내놓고, 인허가만 챙겨 봐도 도시의 변화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다른 조건에서 도시정책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지금의 부동산 경기 침체나 산업 침체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성장의 한계 혹은 저성장 시대의 징후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새로운 도시정책에 대한 기대는 커졌지만, 실제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이 있느냐에 대한 걱정이었다. 자칫 기대만 부풀려 놓았다가, 결국 과거 무분별한 개발패러다임이 더 나았다는 실망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커졌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에 2010년 9월부터 한국공간환경학회에 소속된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도시를 진단하고, 개혁적 도시정책의 목표와 실행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연구모임이 그 시작이었다.
 
책을 기획한 김수현교수에 따르면, 이 책은 여러 학자들이 "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 새롭게 대두된 ‘사람 중심 도시’ 개념에 따른 도시개발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필자들이 논의한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우선 지금 우리나라 도시가 처한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인구, 산업, 개발여건 등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따라서 우리 도시정책의 토대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를 알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적어도 상당기간 저성장 단계에 들어설 수밖에 없고, 이는 종전과 같은 개발주의로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서둘러 대안적 도시성장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결국 이미 바뀐 상황을 과거의 수단으로 대처하는 모순에 빠진다는 문제의식이었다.
두 번째는 그 같은 새로운 도시모델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산업에서부터 도시계획, 문화, 인권, 공동체에 이르는 각 분야에서 개혁적 대안을 모색하는 일이었다. 이미 6·2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런저런 ‘좋은 모델’과 사업도 제안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실제 실행할 수 있는 지방정부 조직이 있는 마당에 보다 현실감 있는 과제를 마련해야 하는 고민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실제 지방행정과 지방정치에 몸담은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현장에서의 실험과 경험을 함께 고민하는 과제가 있었다. 아직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어떤 문제의식과 정책으로 새로운 도시패러다임을 실천할 것인가 하는 논의였다."(p.05)
 
이 책에는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어떻게 도시정책을 펼칠 지에 대해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많은 아이디어와 세부정책이 담겨있다.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지역 시민사회단체, 개인들이 지역사회를 어떻게 활성화시키고 시민들의 참여를 높일지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책의 앞 부분에 한국경제가 '저성장 시대'에 돌입했다는 논리와 근거가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 어설프게 한국경제가 저성장 시대에 돌입했다고 주장하기 보다 기존에 저성장 시대임을 제시한 여러 자료와 책자를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타당한 듯 하다. 책 속의 저자들은 경제학 전공가들이기 보다 지리, 도시, 행정, 부동산, 정책 분야의 전공가들이 다수이기 때문이다.(해당 학문의 전공자가 반드시 탁월한 전문가는 아니지만...ㅋ)
 
 
책 속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서장>에서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저성장'에 대해 이론적인 설명을 덧붙인 후, 한국 경제가 '저성장 시대'에 돌입했다고 분석하면서 고성장 시대와 달리 저성장 시대에 도시화와 도시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고, 도시정책의 조건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제시한다.
그가 제시하는 조건은 적정한 도시성장 모델을 찾아 이를 구현하는 데로 정책자원을 집중해야 하고, 선진국 경험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하며, 개발주의 도시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을 구현하는 데 최대의 역점을 두어야 하고, 고도성장 시대를 넘어서는 정책의제를 다양하게 발굴하여 제도화해야 하며, 한국적 성공사례를 발굴하여 널리 소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1부 [진단과 방향], 제1장 <21세기, 좋은 도시의 조건>에서 정춘호 강원대 교수는 '좋은 도시'에 대한 여러가지 개념과 요소를 소개한 후, '좋은 도시의 틀'에서 바라본 한국의 주요 도시의 현황과 상태를 비교,분석한 결과를 보여준다. 분석 결과, 그는 한국의 도시에는 다양성의 경제를 활용한 기존 지식의 조합을 의미하는 슈페터적인 혁신을 이루기 위한 필요조건인 사회자본과 개방성, 삶의 질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그에게 있어 '좋은 도시'란 "연대성의 확장, 즉 차이와 다원성이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동원되는 일련의 실험을 의미한다. 사회정의, 돌봄의 윤리, 평등, 상호성의 원칙에 기반을 두어 시민적 공동체를 확장, 심화하는 것이 좋은 도시의 요체이다. 따라서 집합적 비전을 창출하고 공공재를 제공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주요 임무이다." 따라서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적인 인프라 건설, 즉 개발주의적 사고 대신에 다양성과 차이를 담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투입요소에 의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어야 현재 도시의 성장 과정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대안 모색이 가능할 것이다."
 
제2장 <도시발전 패러다임 변화와 성장편익 공유 도시>에서 서울대 김용창 교수는 자본주의 발전단계에서 도시 성격이 변화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도시는 끊임없이 생성, 소멸하는 숙명'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저성장 시대에는 과거의 고속성장 도시발전 모델에서 새로운 도시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의 도시 성장 모델이 공간효율성, 생활양식, 환경영향 측면에서 가져오는 각종 병폐를 나열한 후, 새로 부상하는 도시발전 패러다임으로 성격에 따라 광역도시, 세계도시, 네트워크도시, 창조도시, 유비쿼터스도시, 생태도시, 건강도시, 슬로시티, 스마트성장도시, 지방의제21 등을 제시한다.
김교수는 광역도시화와 거대개발사업 위주의 도시발전전략은 '결과적으로 대다수 주민에 대한 지속적인 무력화를 낳고 궁극적으로는 이중도시와 빈부격차의 확대만을 남겨놓을 뿐'이라고 비판하면서 새로운 도시발전전략으로 환경적 지속가능성, 민주적 의사결정, 사회문화적 가치, 계층 통합적 가치를 반영함으로써 개발사업의 '다목적' 통합성을 높여야 하고 이러한 통합적 발전전략을 통해 더 견고하고 활력이 있으면서 더 평등주의적인 도시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3장 <6.2 지방선거에 나타난 진보적 도시정책의 과제>에서 서울대 박배균 교수는 2006년 전국 지방선거에서 각 후보, 당선자들이 제시한 정책공약과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의 정책공약을 비교하면서 지방선거 공약과 민심의 동향에 대한 대응관계를 연구한 결과를 제시한다. 2006년과 비교하여 6.2 지방선거 당선자의 공약의 변화는 몇 가지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그것은 성장주의와 개발주의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고 그럼에도 복지에 대한 정치적 요구가 증가하였으며, 그만큼 성장주의와 개발주의가 2006년과 비교하여 약화되었음을 나타났다.
박교수는 6.2 지방선거의 민심을 통해 본 진보적 도시정치의 과제로 지자체 발전을 저해하는 기존 행정제도와 중앙-지방 특수관계의 틀을 바꿀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의 필요, 기존의 중앙-지방관계의 틀 속에서 지자체에 허용된 정책적 자율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진보적 정치세력 확대의 전기가 될 수 있는 정책의제의 개발, 도시나 지역사회 내 지역토호들의 정치적,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풀뿌리 민주주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수단의 강구, 지역주민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장소적 정체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열려 있는 장소적 정체성을 구성해야 함을 제시한다.
 
제2부 [분야별 평가와 제안], 제4장 <대도시 경제의 전환과 대응>에서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정병순 연구위원은 20세기 후반기 이후 선진국 대도시의 경제는 서비스화로 변화되었고 서비스산업 내에서도 사회서비스업이 급성장하여 사회경제가 활성화되고 있으며, 아이디어 기반의 창조경제(Idea-based creative economy)가 부상하면서 대도시 공간경제가 재구조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대도시의 모습은 대도시 경제정책에 있어 성장의 지체, 고용 없는 성장, 경제사회적 양극화라는 삼중고를 가져왔다.
정연구위원은 구조전화기 대도시 산업정책의 미래를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21세기형 대안경제(커뮤니티비지니스, 사회적 기업)를 육성해야 하고 '지구기반 권역중심'의 발전전략을 모색하고 상향적 네트워크형 정책추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5장 <시민과 지역 친화적 복지를 찾아서>에서 유범상 방송통신대 교수는 시민들의 사회적 위험(양질의 교육,의료,주거,소득 등)에 대한 책임은 개인이나 가족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가 담당해야 함을 강조하고 따라서 사회복지는 선별주의가 아니라 보편주의가 중요함을 말한다. 그리고 보편주의는 사회복지 관련자들의 참여, 특히 조직된 시민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이런 점에서 복지국가는 "자각한 시민과 조직하는 시민들이 관료와 군부의 통치가 아닌 자신을 통치하는 제도화의 과정, 다시 말해 '시민의 자기통치' 과정에서 나온 하나의 결과물"이다. 역으로 말하면, '자각하고 조직하는 시민이 없는 복지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사회복지를 위한 비용은 당연히 시민의 사회적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지역에서 구체적으로 집행하는 지자체야말로 사회복지 수행의 실질주체가 된다. 지자체의 역할은 사회복지정책 수립의 기본 틀을 수립하고 주민의 조직화와 거버넌스를 형성해야 하며, 보편주의 사회복지를 위한 프로그램과 제도를 도입하고 지역의 복지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제6장 <회색의 세상, 녹색의 도시>에서 이상헌 한신대 교수는 토건국가 패러다임이 지속되고 있는 한국에서 녹색도시의 가능성을 검토한 후 녹색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책과제를 제시한다. 이교수가 제시한 과제들로는 전문가의 공정성 및 책임성 확보, 정보 공개, 시민참여 확대, 개발의 공공성 확보, 녹색건물, 녹색일자리, 녹색교통 등이 있다.
 
제7장 <사람 중심의 도시개발이 가능하다>에서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박정희 정권이래 시작된 팽창적 도시개발정책의 도입과 전개를 역사적으로 검토한 후 21세기 한국에서는 팽창적 도시개발과 공급만능주의 부동산 정책이 불가능함을 설명한다. 즉, MB 정부와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뉴타운개발 등 도시개발방식의 전환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저성장 시대에 맞는 도시개발방식을 제시한다.
변교수는 앞으로의 도시개발 원칙은 물리적 시설개선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종합적인 발전방안의 하나로 추진, 지자체의 역할을 사업의 신속한 추진 지원이 아니라 도시발전에 대한 종합계획 수립자로의 변경, 사업추진과정을 주민들을 위한 사회적 학습과 민주주의 교육의 장으로 이해, 도시개발사업이 부동산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문화에 기반을 둔 고유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으로의 인식, 개발 후 청산이 아니라 관리와 운영이 중심이 되는 개발 등이라 주장한다.
 
제8장 <성장기 택지개발의 후유증과 치유 : 경기도 사례>에서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택지개발 제도의 변천 경기도 택지개발 현황을 조사한 후, 경기도 지역의 택지개발의 한계를 지적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다. 한계로 지적되는 사항은 1. 도시계획과 무관하게 벌어지는 택지개발은 입지조건이 좋은 곳을 중심으로 무계획적으로 이루어져 도시의 공간구조는 물론, 경부고속도로 축을 따라 '포도송이'처럼 집중되어 광역 공간구조를 왜곡시켰고 2. 경기도의 택지개발은 '신도시 건설'을 뒷받침하는 도구로 활용되어 자족성과 다양성이 결여된 베드타운으로 전락시켰고 3. 저렴한 주택공급이 아니라 '개발이익'을 ?아 이주하는 주거인구를 단시일에 흡입하는 불균형을 초래하였고 4. 공익을 빙자한 사실상의 사적인 '개발이익'을 취대한 실현하는 조건에 충실하여 공공임대주택의 실종 등 주택정책을 왜곡시켰고 5. 저렴하고 신속한 토지개발을 선호함에 따라 택지개발이 대부분 도시 밖 그린벨트를 침범하여 도시의 외연적 확산, 지역 간 불균형 심화, 토지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제한, 구도심의 재개발 억제의 결과를 가져왔고 6. 그동안 택지개발을 주도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재정난으로 사업추진의 한계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조교수는 바람직한 택지개발의 방향으로 지자체가 직접 관장하는 계획방식으로 추진, 택지개발방식에서 도시개발방식으로 전환, 신개념 도심재생 우선, 개발주체와 방식의 다양화, 택지개발촉진법 폐지 또는 도시개발법 등과 통폐합(택지개발촉진법은 특별법으로 국토계획법을 무시하여 국토의 난개발을 주도해왔다.) 등을 제시한다.
 
제9장 <진보 단체장을 위한 도시계획 십계명>에서 정석 경원대 교수는 6.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진보적 지자체장들에게 도시계획 행정을 펼치는데 반드시 유념해야 할 열 가지 원칙을 제안하면서 세부적인 사례와 정책과제들을 제시한다.
첫째, 도시는 떡이 아닙니다. 마구 주무르지 마세요. 둘째, 도시계획의 본연은 공익 지킴이, 시장(市場)에게 먹히지 마세요. 셋째, 작지만 가까운 구청, 다가가는 행정서비스를 베푸세요. 넷째,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 주인인 도시로 바꾸어주세요. 다섯, 개발과 재개발 대신에 마을만들기 행정을 펼치세요. 여섯, 이벤트나 관광보다는 시민의 일상이 편안한 도시를 꿈꾸세요. 일곱, 새들도 함께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주세요. 여덟, 자연의 질서, 자율의 질서가 살아 있는 도시를 생각하세요. 아홉, 전문가들이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세요. 열, 엄마 같은 도시를 부탁해요.
 
제10장 <거꾸로 가는 자치재정 : 지방이 진짜 주체가 되어야>에서 이재원 부경대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의 위기'는 곧 '재정의 위기'임을 제기하면서 근대 도시의 지방재정 위기의 구조적 요인들을 살펴본다. 그리고 저성장 시대에 자치재정을 위한 정책과제를 제시한다.
이교수가 제시한 정책과제는 자주재원 중심의 재정분권 원칙 정립, 중앙이 아닌 주민들을 향한 책임경영체제 구축, 지역 특성을 고려한 지방재정 관리제도 재설계 및 운영의 유연화, 전략적 감축관리체계 구축과 결과 지향적 예산 혁신, 국고보조금에서 정부 간 재정관계 재정립이다.
 
제11장 <주민의 인권과 권리를 보장하는 참여도시 만들기>에서 강현수 중부대 교수는 지방정부의 존재 이유 중 중요한 한 가지가 주민들의 인권과 권리를 보장하는 것임을 말한다. 강교수는 한국의 경우 기본 인권이 일상적을 침해되는 등 주민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지방 재정이 인권증진에 사용되지 못하고 있고 주민 참여가 저조한 가운데 일부 집단이 과잉 대표성을 띠는 것도 큰 문제점임을 지적한다. 그는 일본의 시빌 미니멈,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캐나다의 몬트리올, 미국의 유진 등 해외 인권 도시의 사례를 소개하고 인권증진을 위한 도시 정부는 지역 인권 조례나 인권 헌장을 제정, 인권전담기구 및 옴부즈맨 제도 도입, 지역 인권 증진 계획 수립 및 인권 교육이 필요함을 제기한다.
또한, 도시행정에 주민 참여 권리를 증진시키기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로써 정보 공개 및 주민 감시 활동 보장, 주민 참여 기본 조례 제정, 취약 주민 대변 조직 지원, 주민참여 예산제의 실질적 수행, 마을 만들기 등 도시계획에 대한 참여 보장, 주민 교육 및 주민 역량 강화, 마을회의 운영을 제시한다.
그와 동시에 강교수는 주민의 참여가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함을 지적하고 참여자의 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이나 폭이 확대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제12장 <문화예술로 여는 사람  중심의 도시>에서 송경년 부천문화재단 본부장은 문화의 가치와 공동체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제기하면서 공동체에 기반을 둔 문화예술의 몇 가지 사례 - 일본 가나자와 시민예술촌,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헌터스 포인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라익스 아카데미, 프랑스 마르세이유 라 프리시 라 벨 드메,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스애덤스시 메스모카 등 - 를 보여줌으로써 공공예술, 커뮤니티아트와 공동체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제3부 [외국의 경험], 제13장 <혁신 지자체는 가능하가 : 일본의 경험과 교훈>에서 박경 목원대 교수는 1963년 도쿄 시장선거에서 시작해 1970년대 후반에 퇴조한 일본의 혁신 지자체 사례를 통해 지자체가 국가에 맞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주민복지와 공해반대, 주민참여, 지자체 개혁의 새로운 계기를 만들었음을 이야기한다. 비록 혁신 지자체가 한계는 있었지만 일본식 근대 시민사회와 분권형 복지사회를 구축하는데 전기가 되었다고 한다.
박교수는 이어 한국과 일본의 여건이 많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일본 혁신 지자체가 한국에 제공하는 시사점을 몇 가지로 제시한다. 생협과 협동조합 등 공동체 경제의 지원, 불균일 과세 등 재원 면에서 독창적 재원 아이디어 개발, 지방정치에서 진보세력의 연합전선 구축, 혁신의 지지기반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주민 참여와 학습제도의 구축 등...
 
제14장 <풀뿌리 진보정치의 가능성 : 광역 런던시의회 사례>에서 서영표 성공회대 교수는 1981년~1986년 광역런던시 의회의 사례를 통해 진보적 지역정치의 또 다른 역사와 특징을 말한다.
서교수는 진보세력의 연합전선을 통해 광역런던시를 집권한 영국의 진보정치 급진적 GLC에서 배울 점으로, 사회운동과 노동운동, 이들의 결집된 형태로서 출현한 노동당의 지역거점에 기초했고 대처 총리의 중앙정부의 압박과 거대한 시장의 힘에 맞서 진보적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관건이 되는 것은 제도정치에서의 민주적 절차를 엄어선 급진적 민주주의라는 점, 참여민주주의의 실현이 장기적인 계획, 특히 산업정책과 노동정책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 대중이 현존 질서 내에 살고 있으므로 탈자본주의적 계획이 자본주의적 질서의 외부로부터 시작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 대중의 실천적 지식과 에너지는 지속적인 실천 속에서 발전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제15장 <시장지배 경제에서 사회중심 경제로 : 영국과 이탈리아 사회적 기업>에서 엄은히 부산대 교수는 영국의 사회적 기업과 이탈리아의 사회적 협동조합의 현황과 성과, 지방정부의 지원정책 등을 비교,검토하면서 한국의 사회적 기업의 현황과 과제를 살펴보고 지자체의 사회적 기업 정책의 과제를 도출한다.
엄교수는 한국의 사회적 경제 및 사회적 기업에게 주어진 정책적 과제로 1.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 2. 사회적 경제 및 사회적 기업의 지역화에 관한 고려를 제시한다.
 
제4부 [현장과 과제], 제16장 <사람이 반가운 도시를 위한 거버넌스 : 해피 수원 만들기>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은 민선 5기 수원시 정책방향과 수원시의 중점적인 도시정책 방향을 소개한 후, 주요 도시정책의 해결과제를 제시한다.
염시장이 제시한 주요 해결과제는 시행 초기부터 적극적인 주민참여 우선, 대도시 지역공동체 의식의 고양, 삶의 질 향상과 행복추구가 가능한 도시정책 구현 등이다.
 
제17장 <풀뿌리 정치와 개발 욕구 : 더불어 사는 전원도시 과천의 딜레마 풀기>에서 서형원 과천시의회 의장은 과천시 도시공간의 특징과 주민의 삶, 과천의 풀뿌리 운동과 풀뿌리 정치를 소개한 후, 2000년대 이후 일어난 개발 욕구의 폭발적인 상황과 이에 따라 과천에서의 도시, 삶, 관계, 정치의 위기상황을 제기한다.
서의장은 모든 변화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주어지는 변화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변화에 대해 고민한다. 의회, 전문가, 주민들이 참여하여 시의회는 변화된 조건에 맞는 도시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지역사회의 토론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가장 관건은 다양한 방식으로 주민을 조직하고 주민의 목소리를 키우는 것...
 
제18장 <진보집권 도시의 성공 전략 : 두바이 인천의 신화 깨기>에서 이혁재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정책위원장은 진보적 지방자치의 성공 조건으로 자각된 시민의 양성과 시민사회운동과의 동맹, 진보정당의 정책정당과 생활정치로의 혁신, 핵심의제의 선정, 주민과의 직접 소통체계 마련을 제시한 후, 진보집권의 성공을 위한 도시전략을 제시한다.
이위원장이 제시하는 전략은 실업과 일자리 정책, 주택 및 도시개발 정책, 공교육지원 정책, 복지 정책, 보건의료 정책, 에너지 환경 정책, 주민자치 정책 등이다.
 
제19장 <사람 중심의 생활구정 : 서울시 성북구의 변신>에서 윤진호 성북구 생활구정기획단장은 선거에서 정책공약의 중요성이 점점 커져가고 있고 자치단체장의 정책적 준비정도가 자치단체 행정의 성공을 보장하는 중요한 기초이며, 기초자치단체의 기획역량을 강화해야 하고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라는 도시전략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교육은 자치단체에게 새로운 도전이고 복지전달체계를 개선하여 복지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해야 하며, 도시재개발에서 도시재생으로 선택의 폭을 넓히고 커뮤니티 비지니스를 지원해야 함을 역설한다. 또한, 작은 도서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주민의 참여가 중요함과 공무원들 역시 새롭게 일하는 방식과 태도가 중요함을 지적한다.

 
제20장 <더 좋은 도시, 더 행복한 시민을 위한 기초자치단체장의 과제>에서 김수현 교수는 저성장 시대를 맞아 시민을 위한 행정을 펼쳐야 할 기초자치단체장의 과제는 도시를 공부하고 학습 동아리를 만들고 생활공간을 복원하고 '10분 동네'를 만들며, 지방정부 최대의 책임이 주민의 복지임을 다시금 깨닫고 인권의 시선으로 지역을 돌아보아야 함을 제시한다. 또한 문화게길라를 조직하고 골목경제를 살리고 도시계획을 제대로 행사하고 재개발이 불가피한 곳은 제대로 진행해야 하며, 수공업적인 생태조직 건설이 필요하고 지방의 혁신을 조직해야 함을 말한다.
  
[ 2011년 10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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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와 한국경제
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 / 김광수경제연구소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언젠가부터 부동산 거품과 관련한 이야기가 언론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늘 오전 기준금리를 3.25%로 동결하였다.
900조원에 이르는 가계대출(대부분이 아파트 대출임)에 대한 우려가 갑자기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최근 부동산 가계대출 신규와 연장 규제 정도로 거품이 빠진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번 MB 정권 내에서 거품이 꺼지는 것을 막아보려고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는 것일까? 대출 900조원이면 평균 이자율 5.8%를 감안하더라도 가계들은 연간 52조원이 이자비용으로 지출된다. 정부예산 300조원의 무려 14%에 해당하는 액수고 한국의 연간 GDP 1,000조원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당연히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성장에 발목을 잡고 중산층과 서민이 고통받을 수 밖에 없다.
 
또한, 올해들어 정부와 한국은행은 물가인상에 대해 '걱정하지 마라'고 큰 소리 치다가 8~9월 들어 '물가인상 방어 포기'를 선언했다. 물가인상이 정부, 특히 한국은행의 주요한 역할이자 의무인데 물가인상을 잡기 위해 올려야 할 금리를 동결시켜 놓고 어떻게 물가를 잡겠다는 것인지 걱정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금리를 쉽게 인상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급작스러운 금리인상으로 부동산/가계대출 이자를 납부하지 못하는 가계가 한순간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가계대출을 받은 가계에 비해 물가인상으로 고통받는 가계가 훨씬 많다는 것을 고려할 때, 그리고 물가인상이 여타 경제에 미치는 여파를 고려할 때 정부와 한국은행의 오늘 조치는 많은 전문가와 시민들의 우려와 분노를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부동산 거품은 개인 뿐 아니라 한 나라의 경제에 미치는 여파도 엄청나다 할 수 있다. 재작년부터 시작되어 올해에도 계속 악화일로 있는 유럽 PIIGS 국가(포르투칼,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역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면서 연쇄적으로 금융권이 붕괴되고 정부재정이 거덜난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문제는 그동안 이러한 부동산 거품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김광수경제연구소와 같은 전문가들의 경고에돋 불구하고 MB정권은 2008년 집권 초기부터 부동산 거품을 걷어내려고 노력하기 보다 부동산 값을 떠받치기 위해 종부세를 약화시키고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등 온갖 부동산 부양책을 남발하고 저금리를 유지해 왔다. 조중동을 비롯한 '썩어빠진' 언론들 역시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했고 집권여당인 한나라당과 합심하여 전문가들과 야당의 국가경제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이념 대결'로 몰아세웠다. 아무리 부양책을 남발했어도 가처분 소득 감소와 비정규직, 실업자 증가, 사교육비 증가, 물가인상에 허리가 휜 저소득층과 중산층은 더 이상 부동산 거품에 동참할 수 없게 되었다. 2007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신화의 몰락'도 한 몫 했고...
 
부동산 거품을 빼고 건전한 시장으로 육성하는 것은 하루이틀에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권과 언론, 관료들이 제정신을 차리는 것이다. 부동산은 사회적 공공재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고 국민들의 '주거권'은 헌법이 보장한 '인권'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전월세 시장을 양성화시키고 상한제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연구소측이 2004년 초부터 2005년까지 시사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24편의 글을 모아 수정, 재구성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국내외 경제문제와 관련된 현안들을 중심으로 각종 언론매체와의 인터뷰 기사와 기고문, 그리고 김광수 경제연구소 유료회원에게 매주마다 제공되는 <경제시평>의 일부를 다시 재정리하여 모아 놓은 것입니다. 대강의 주제들을 살펴보면 부동산 투기와 내수침체,한국경제 분석 및 전망, 행정수도 이전문제, 교육개혁, 인구문제, 노사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총 25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언제 어디서 누구와 인터뷰를 했으며 기고를 하였는지 설명을 하여 독자들에게 이해를 돕도록 하였고, 새롭게 변화되는 사회에서 부동산경제가 미치는 영향과 앞으로 개선해야 할 방법을 심도 있게 제시하고 있어 관계 기관이나 기업에서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한번쯤 보아야 할 책이다.

 
김광수소장은 2004년 1월에 이미 '한국경제가 지고 있는 가장 큰 짐이 부동산 거품'임을 지적했다. 그는 중산층 가계의 돈이 부동산에 대거 묶여버려 2004년 수준으로 부동산 값이 유지되면 돈이 제대로 도는데 최소 5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부동산에 낀 거품을 걷어내는 것이 정책의 최우선 순위'임을 역설했다. 부동산 값이 그 뒤인 2006~2007년에 또 한 차례 폭등한 것을 기억해보면 김광수소장이 제기한 시점이 얼마나 적절했는지, 현재의 부동산 거품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당시 노무현대통령은 "집값이 떨어지면 경제가 위기에 빠진다"고 말함으로써 부동산과 국가경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함을 드러낸 바 있다.
 
이 책을 통해 부동산 정책을 중심으로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종합부동산세, 행정수도이전, 국토균형발전 등 참여정부의 정책 중에서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칭찬을 하면서 동시에 부동산 대책, 정부개혁, 대학개혁 등에 대한 참여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김광수경제연구소 역시 2006~2007년 다시 불어온 부동산 광풍에 대해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06~7년의 부동산 광풍이 건설회사와 언론, 업자들이 만들어낸 거품에 소비자들이 속은 것인지, 스스로의 처지와 소득을 인식하지 못한 소비자들의 성급한 '욕심'인지, 기타 다른 요인들이 겹친 것인지는 잘 알 수 없다.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참여정부 실세들은 당시 부동산 거품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고 정부관료들과 언론은 거짓 정보와 데이터로 노무현대통령 및 국민들을 속였다는 것이다.
부동산 다소유자 - 재벌건설회사 - 정부관료 - 조중동 - 부동산업자 - 투기자 - 불량한 학자들의 '먹이사슬'은 그 당시에도 중산층과 서민들의 호주머니의 돈을 훔쳐갔고 지금도 여전히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챕터 14.'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한국의 대학개혁'을 통해 저자는 대학의 개혁에서 '경쟁력'만을 강조했다. 대학이 지속적인 혁신과 내부 노력이라는 동력을 갖기 위해 '경쟁'이 필요한 요소가 될 수 있고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한국의 대학이 닥친 현실은 '경쟁력'만은 아니다. 한국의 대학은 '학문'과 '지성'의 실종, '자본'의 노예, 사학재단의 돈벌이, '주인'이 실종이라는 쓰라린 현실에 처해있다. '경쟁'만을 강조하게 될 경우 그 대학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 저자의 시각과 관점은 사람됨, 공동체, 협력과 협동, 주체로서의 감성 등을 외면한 채 너무 '경제학'에만 치우쳐 있는 느낌이다.
 
[ 2011년 9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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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미래 - 부동산 패러다임 시프트
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 / 더팩트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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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나라의 민간 싱크탱크 중 최근들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올해 두 번째 책을 출간했다.(첫 번째 책은 동연구소의 부소장인 선대인씨의 [세금혁명]) 이번 책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미래에 대한 내용이다.
 
2000년대 중반에 한국사회에는 '부동산 불패신화'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불패신화'를 처음 받들었던 사람들은 '영원한 부동산 투기자'들이었고 조중동을 비롯한 상업 언론들이 부동산 광고에 현혹되어 앞다투어 불패신화를 가공, 포장하여 보도하였다. 부동산 불패신화에는 굳건한 6각 동맹이 있었다. 동맹이자 부동산 거품의 창조사슬, 그리고 부패 사슬은 투기자 - 건설회사 - 고위 공무원, 국토부와 재정부 관료 - 상업언론 - 부패 정치인 - 부패 교수/학자로 이어진다. 뒤이어 일반 직장인들과 주부, 서민들도 이 대열에 합세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불패신화가 깨지며 이젠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혼돈의 시기에 봉착한 부동산 시장. ‘빚내서 집 사고 땅 샀던’ 사람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부동산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꿰뚫어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거시경제 분석과 국내 부동산 분야에 전문성을 인정받는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집필진들이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분석방법에 입각해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이야기한다. 우선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의 원인을 진단하고, 이로 인해 금융권을 비롯한 전체 경제 시장에 미칠 영향과 앞으로의 시장 동향을 예상한다. 이밖에도 유럽과 미국, 일본 등 해외 부동산 시장의 분석을 통해 세계 시장의 흐름 또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국책연구소나 민간경제연구소와는 달리 유료회원들이 연구소 운영의 토대라고 한다. 연구소는 매주 4~5회에 걸쳐 유료회원들에게 '경제시평', '특집', '시사경제', '경제단신', '일본/중화/미국 경제동향' 자료를 메일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보다 조금 더 깊숙한 경제분석 결과물을 원할 경우에 해당하는 '경제보고서' 회원제도도 운영 중이다. 
민간 연구소의 비밀이기 때문에 회원에 대해서는 외부적으로 공개되지 않지만, 연구소가 운영중인 인터넷 다음 카페의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의 회원이 오늘 현재 95,572명인 점을 감안하면 내 추측으로는 10만 명 전후로 보인다. 카페 회원 중에서 카페에 들어오고 의견이나 댓글을 남기는 회원이 매일 5,000명이 넘어설 정도로 회원들의 참여도가 높다.
 
이 책은 연구소가 올해 초부터 회원들에게 제공한 '경제시평' 등 자료를 기초로 하여 발간된 것으로 보인다. 3~4월 연구소가 발송해준 이메일 자료 중 이 책과 관련있는 자료는 올해 3월 11일 특집 '수도권 주택시장 현황'을, 3월 21일 '경제시평 '매매가 하락과 전세가 상승의 원인(1)', 3월 24일 경제단신 '1,0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둔 공공채 발행잔고', 3월 2일 특집 '투기에 취약한 지방 주택시장(1)', 3월 28일 특집 '전국 주택시장 동향 분석(1)'과 '매매가 하락과 전세가 상승의 원인(2)', 3월 31일 경제단신 '예금은행 대출로 본 지역경제 및 주택시장 동향', 4월 1일 특집 '전국 주택시장 동향 분석(2)' 등이다.
연구소는 이와 같은 식으로 매달 경제관련 자료를 회원들에게 발송해준다.
 
책은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부동산 시장의 현주소 : 5.1 부동산대책과 시급한 건설업계 구조조정 / 주택공급 부족론의 허구 / 파주운정3지구 사태와 LH 구조조정
- 1장에서는 건설업계 사정이 개선되고 주택 가격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정부와 관제연구소, 상업언론의 주장을 비판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천문학적인 재정지원을 건설업계에 퍼주면서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을 미루어왔음에도 건설업계의 사정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더 이상 정부 지원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수도권 및 전국에 아직까지도 남아돌고 있는 미분양 주택과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규모를 고려하면 '신규주택 공급 부족'이라는 일부의 주장은 사기와 선동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2장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고 있는 대한민국 : 외환위기와 부동산투기의 시작 / 이명박정부의 부동산부양책 / 거품 붕괴에 대비하는 금융권
- 2장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저금리 정책이 부동산 거품의 불씨를 제공했고, 노무현 정부의 자기모순적 정책이 부동산 거품을 키웠다.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값과 건설업계 살리기를 공약으로 당선되었기에 당연하게도 부동산 경기부양과 건설업계 먹여살리기에 목숨을 걸고 있다.

3장 총체적 부실에 빠진 저축은행 : 저축은행 부실의 전조 / 참담한 저축은행의 현실 / 부동산 침체와 수익성 악화 / 저축은행 사태의 유일한 해법
- 3장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가 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저축은행의 부실은 구조적이고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측면도 있다. 90년대 금융자유화 정책을 추진할 때, 그리고 IMF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저축은행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했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방치했다.

4장 매매가 하락과 전세가 상승의 원인 : 전세 존재의 근거 / 전세가격의 형성 / 주택가격 상승시의 투기자 행태  / 주택가격 하락시의 투기자 행태
- 4장에서는 거품이 붕괴되는 상황에서 전세가가 상승하는 이유를 분석한다. '전세대란'은 투기자들이 자신들의 투기실패에 따른 이자비용을 세입자들에게 전가하는 파렴치한 행위이다.

5장 전국 주택시장 동향 분석 : 수도권 주택시장 분석 / 광역시 주택시장 분석 / 지방 주택시장 분석
- 5장에서는 전국의 주택시장 동향을 분석한다. 거의 전국 모든 주택시장은 공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매매가 하락과 거래 실종, 시중은행의 대출 축소와 비은행 금융권의 대출 확대, 2009년을 전후하여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으로 인한 일시적인 가격 반등, 미분양 주택과 준공후 미분양의 잔류...

6장 해외 부동산거품 붕괴 사례 : 유럽발 위기의 근원: 부동산 거품 붕괴 / 더블딥 우려가 높아지는 미국 주택시장 /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 6장에서는 유럽과 미국,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 사례를 비교, 분석하고 있다. 올해 들어 국가부도와 채무불이행이 거론되고 유럽중앙은행과 IMF로부터 막대한 자금지원을 받고 있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루투칼 그리고 PIIGS의 나머지 국가인 아이슬란드와 스페인 모두 2000년대 부동산 거품 붕괴가 재정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부동산이 한국경제와 한국민들에게 미치는 여파는 엄청난 수준이다. 그것은 한국인들에게 부동산(주택)이 의미하는 바가 서구국가들과 다르기 때문일 것이고 현실적으로 한국인들, 특히 중산층 이하 한국인들이 가계에서 지출하는 금액 중에서 부동산이 교육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0년대 들어서 대부분의 한국 중산층들은 부동산에 막대한 투자, 과투자를 감행했고 지금은 상당수 중산층들은 주택대출 이자로 고통받고 있거나 과도한 전세가와 임대료로 고통받고 있다.
지금 당장은 사람들이 물가인상과 반값 등록금, 무상교육과 무상급식, 최저임금과 세계적 재정/금융위기에 관심이 쏠려있고 보수언론 역시 부동산 문제가 보이지 않도록 이슈를 분산시키고 있지만 부동산은 언제 화산으로 분출될지 모르는 마그마처럼 대지 속에 도사리고 있을 뿐이다.
 
연구소의 결론은 한 마디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미래는 거품 붕괴"라 할 수 있다. 이미 한국의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2007년에 최고조에 달하였고 그 해에 붕괴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권이 집권 후 국가의 세금과 빚으로 거품 붕괴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3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부동산에 대한 공공부채 투입은 빠르면 이명박 정권 임기 내에, 적어도 다음 정권 임기 중에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루투칼처럼 '부메랑'이 되어 한국경제에 되돌아올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엄청난 피해가 누구에게 닥칠 것인가? 이미 지난 과거에서 수 없이 나타난 것처럼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될 것이고 국민들이 뼈를 깍는 고통을 견뎌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제외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제외되는 계층은 이명박정권의 측근들, 재벌과 대기업, 기득권층, 정부관료, 정치인, 보수언론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부동산/건설시장 부양'과 '부자 감세'를 통해 부자들과 기득권층의 배를 불려준 뒤 그 피해를 일반 국민들에게 떠넘기는 구조인 것이고 가장 힘 없고 빈곤한 계층일수록 그 피해는 파괴적인 수준으로 다가올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부동산 거품의 붕괴는 당연한 것일 뿐이고 다만 붕괴 시나리오에서 두 가지만 남아 있다. 하나는 시점이고 하나는 방식이다.
첫 번째 문제인 '시점'은 이명박 정권의 집권 이내에 닥칠 것인가 다음 정권으로 떠넘겨질 것인가이다. 이명박 정권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다음 정권으로 넘기기 위해 집권 초기부터 해왔던 대로 온갖 부양책을 남발할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국내 부동산의 거품 붕괴를 저금리와 부양책으로 버텨내고 있지만 우울하게도 외부로부터 충격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신용위기 강등과 유럽 PIIGS의 재정위기가 앞으로 국제적인 금융위기로 전개된다면 국제경제, 특히 미국경제에 80% 이상 동조화되어 있는 국내경제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것이고 그 불똥은 부동산 거품 붕괴로 번질 수 있다.
두 번째 문제인 '방식'은 서서히 붕괴할 것인가 아니면 일본처럼 대폭락할 것인가이다. 그리스와 아일랜드의 사례는 일본 사례와 비슷하면서도 더 심각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은 그리스와 아일랜드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고 4대강 죽이기 등 재벌건설업체를 먹여살리기 위해 투입한 수 백조원은 한국의 공공부문 부채비율을 PIIGS 수준으로 근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국민들은 2007년 '경제대통령'을 자임하는 이명박과 한나라당에게 사기당한 것이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던 것이다.
 
이론적으로 즉 경제학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는 시장이 왜곡된 수급 및 가격 불균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누적되어온 부동산 시장의 왜곡과 모순, 그리고 그로 인한 한국경제의 왜곡과 모순은 결국 시장의 힘에 의해 해소될 수 밖에 없다. "시장의 힘에 맡기는 것만이 경제의 성장 잠재력 훼손과 고통의 기간을 최소화하고 기회비용도 최소화하는 길이다"라는 것이 연구소의 '거품'에 대한 결론이다.
다만, 이 책은 부동산 시장이 '거품 붕괴'로 향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을 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는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연구소는 이 책 이외에도 [프리라이더]와 [세금혁명] 등 기존 발간 서적에서, 그리고 매주 발표하는 경제시평과 경제보고서 자료 등에서 대안과 정책방안을 계속 제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연구소가 아무리 적절한 정책을 제시한다고 해도 이명박 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연구소의 정책방향과 같은 제안들을 '여론 호도'나 '유언비어', 또는 포퓰리즘으로 매도하고 있을 뿐이다.
김광수소장이 다음 카페에서 현재의 정치권을 청년세대로 전면적으로 물갈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선대인 부소장인 '세금혁명당'을 조직하고 있는 모습이 연구소의 실망과 분노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거품 붕괴 과정에서 정치권과 정부가 할 일은? 그동안 부동산 거품을 조장하고 방치해온 원인과 구조들을 규명하여 제거하고 시장 경쟁력을 상실한 건설회사와 금융기관, 부동산 관련 업체들을 구조조정하는 것이다. 부동산 거품을 키우고 방조한 각종 법규와 제도를 정비하고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기업이나 투기자들이 아니라 선량하고 성실한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것은 연구소도 지속적으로 강조한 바 있는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임대차 주택의 안정화 제도 도입, 부동산 거래세 인하와 보유세 현실화, 각종 세금감면 취소, 임대사업 양성화 등이 될 것이다. '주거권'은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국민들의 기본적인 권리임을 다시 새겨야 한다.
  
이 책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흥미를 가지고 볼만한 책이다. 아니 한국경제와 부동산, 개인들의 삶이나 아이들의 미래의 삶을 걱정한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 이 책을 통해 조금씩 알고 인터넷이나 다른 자료를 통해 지식을 축적한 후 개인적인 의견과 입장을 세워야 한다.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전파하여 국민들의 여론으로 만들어야 하고 정치권과 정부에 정당한 국민적 요구를 전달하고 강제해야 한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고 나서야만이 사회와 국가는 올바르게 정의롭게 운영되기 때문'이다.
 
[ 2011년 8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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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러피언 드림 - 아메리칸 드림의 몰락과 세계의 미래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원기 옮김 / 민음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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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서문을 읽어보니 첫 줄부터 MB정권이나 조중동, 한나라당과 뉴라이트 등 한국의 기득권 세력이 이 책을 대번에 좋아할 수 없는 구절이 있다.
그 첫 구절은 "1960년대에 나는 피 끓는 운동권 젊은이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로 시작한다....ㅋㅋ
저자는 60년대 미국 학생운동과 민권운동, 반전운동에 함께 했다.
 
우리는 60년대 이후 미국의 진보흐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1960년대 미국의 학생운동과 반전운동 이후의 미국의 ’운동권’과 ’좌파’는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저자에 의하면, 1960년대 학생운동과 민권운동의 대세는 ’해방’이었다. 민방공훈련, 냉전, 회색정장, 점잖은 교외생활에 신물이 난 젊은이들은 너도나도 기성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이에 따라 표현의 자유, 성 개발, 로큰롤, 마약, 히피 스타일이 미국의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갔다.
계급투쟁이 문화투쟁으로, 그 다음에는 성(性) 정치로, 그리고 마침내 환경정치로 바뀌었다.
구시대의 좌익은 신좌익에게 자리를 내줬다. 역사의식과 변증벌, 물질주의, 제국주의에 관한 추상적 주장이 ’집단 치료읫기’에 의해 밀려났다.
그리고 정치혁명의 주장이 개인의 정신적 변혁 추구로 바뀌었다.
1970년대가 되면서 이념은 거의 퇴색했다. 그러나 그 주변에서 새로운 운동이 움텄다.
여성운동, 환경운동, 인권운동 및 동물권리 보호운동, 동성애자 권리 옹호운동 등이 우후죽순처럼 돋아나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서도 미국은 세계 제1위 초강대국이라는 지위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미국이 20세기 중반부터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군사,경제,문화의 힘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 이유를 넓은 국토, 많은 인구, 풍부한 자원, 지리적인 이점 등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국토와 인구, 자원과 지리는 미국보다 더 우월한 사례가 많다.
저자는 그 본질적인 이유를 한 때 세계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이고 말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성공하기 위해 개인에게 주어지는 무한한 기회(물론 물질적인 부)를 강조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칼뱅의 청교도주의와 벤저민 플랭클린의 신성한 노동으로부터 탄생했다.
아메리칸 드림은 자신의 운명은 정부나 가족친지, 집단이나 조직이 아니라 개개인 자신이 개척할 수 있고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물질적인 부를 확보함으로써 가능하고 그것은 오로지 개개인의 몫이다.
아메리칸 드림의 자유는 적대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세계에서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나 다른 나라에게 의지하거나 신세를 지지 않고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것이 건국 초기부터 미국의 외교 및 안보정책의 중심이었다.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인들에게 미국이 하느님이 준 ’약속의 땅’이고 자신들이 ’선택받은 사람들’로 믿게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개인의 물질적 출세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리스크, 다양성, 상호의존성이 증가하는 세계에 걸맞는 더 넓은 사회복지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메리칸 드림이 얼핏 21세기 초 한국의 모습과 비슷한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아메리칸 드림이 전세계인뿐 아니라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이 미국에서 태동한지 100년이 넘었지만, 미국의 빈부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으며 GDP, 소득, 산업, 교육, 의료, 복지, 범죄, 고용, 휴가, 여유, 행복지수 등 모든 면에서 EU 15개국 평균치에 한참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모든 통계를 구체적으로 비교해준다.
어쩌면 미국은 물질만능주의와 한탕주의로 물든 자본주의의 추악한 이면을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이며, 아마도 가장 먼저 내부에서 붕괴될 가능성 큰 자본주의이지 않을까?
저자가 주장하는 ’유러피안 드림’이 과연 인류와 지구를 구원할 것인가?
’아메리칸 드림’은 200년 전부터 시작하여 약100년간 미국인들의 희망이자 미래였다.
하지만 그 뒤로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 내에서 뿐 아니라 전 지구상에 고통과 절망만 안겨주었다.
그렇다면 ’유러피안 드림’이 완성되는 과정과 그 결과가 ’아메리칸 드림’과 다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인류의 역사에서 찾아봐야 할 듯 싶다.
인류의 정신과 문화는 언제나 인류가 휘드른 셈이고 어떻게 휘드르냐에 따라 무우를 자를 수도 있고 사람의 목을 칠 수도 있으니...

그 분은 돌아가시기 전에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의 미래를 설계하였고
나 역시 이 책을 보면서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단초를 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유럽이 과연 미래사회의 대안인가?
미래사회의 모습은 공간으로서 민족국가의 경계가 느슨해지고 국경없는 경제,사회,문화생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또한 시간 마저도 과거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이미 모든 정치,경제,사회,문화,정보의 교류와 이동이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빛의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저자는 유럽의 역사, 유럽의 가치, EU의 태동과 운영과정을 차분히 모색하면서 그 가능성을 진단한다.
EU의 설립정신이 ’포괄성’, ’다양성속의 조화’, ’지속가능성’, ’삶의 질’이고 유럽의 역사와 현실만이 가능하다는 것...
그렇다면 아시아는 21세기의 대안이 될 수 없을까?
5천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중국과 한국...
인구와 경제규모로는 이미 미국이나 유럽을 능가하는 동아시아...
음양의 조화, 연관성과 정반합, 물질보다 정신을 이미 역사문화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동아시아...
아시아가 21세기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한 해답이 준비되어 있어야 할 것 같다.
하나는 중국의 대국주의(중화주의), 한반도의 분단과 갈등, 일본 민족성의 변화...
이런 생각이 또 다른 민족(대륙) 이기주의인지, 민족 이기주의는 잘 모르겠지만...
 
저자는 <소유의 종말>, <노동의 종말>, <육식의 종말>로 잘 알려져 있으며, 한국의 경우 2009년 5월 노무현 전대통령이 서거하기 전 마지막에 읽은 책으로 유명하다.
노전대통령은 이 책을 주변의 지인들에게 특별히 추천했다고 전해진다.
저자는 이 책 이외에도 21세기의 과학과 기술혁명을 예견하는 <수소혁명>과 <바이오테크시대>를 집필했다.
이 책 <유러피안 드림>은 저자가 산업혁명에서 시작한 산업,금융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로 기승을 부리다가 인터넷혁명을 기점으로 새로운 시대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인류의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종합적인 결론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이미 저자가 발간한 책 중에 <소유의 종말>과 <노동의 종말>을 읽었고 <엔트로피>, <육식의 종말>, <수소혁명>, 그리고 <바이오테크시대>를 아직 읽지 못했다.)
<소유의 종말>에서 저자는 20세기 지구를 지배해온 ’상품의 시대’가 저물고 있으며, ’시간과 체험의 상품화’라는 새로운 경제방식이 등장하고 있음을 알린 바 있고
<노동의 종말>에서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종말을 예견하면서 ’기업영역’, ’정부영역’을 넘어서서 ’제3의영역(민간)’이 새롭게 경제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으며, 기업과 정부가 망하지 않으려면 ’고용없는 성장’을 계속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한 바 있다.  

[ 2010년 8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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