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와 북한 - KISON REPORT 1
이흥환 엮고지음 / 삼인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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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평] 이흥환 편저 <부시행정부와 북한>을 읽고 / 2002. 08, 251쪽, 삼인

지난 20여년 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켓)의 개발, 실험, 배치를 막겠다고 시작된 남과 미국의 대북 제재와 압박은 결국 성공하지 못한 채 전쟁위기만 고조된 상황에 봉착했습니다. 과연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2009년 등장한 오바마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일부에서는 북한의 자체 붕괴 기대라고 평가하는..)'를 대북 정책의 기조로 내세우면서 지난 4년간 북한에 대한 봉쇄와 압박만 계속했을 뿐 이렇다할 노력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오바마 이전에 북한과 협상을 진행한 클린턴과 부시 행정부가 어떻게 대북 협상을 진행했을까요? 다시 대화만 사작되면 전쟁위기가 도래하지 않을까요?

한반도라는 섬에 갇힌 한국인 대부분은 미국 정치외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습니다. 간혹 연합뉴스나 조중동 등이 선별하여 보도해주는 정보만 듣고 미국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듯 생각하죠. 한쪽 시각에서 편집된 정보를 오랫동안 접하다보면 '주장'이 '사실'로 머리 속에 각인되어 다른 사실이나 관점을 받아들이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경상도 지역의 유권자와 저소득층의 투표 패턴이 대표적인 사례죠.
예를 들어 한국인들은 조지 부시가 2001년 처음 표현한 '악의 축'이라는 단어나 개념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데, 실제 부시 대통령의 연설에 등장한 '악의 축'이라는 개념이 부시 행정부에서 어느 정도 정책연구를 통해 등장한 것인지, '악의 축' 발언 이후 미국 정계와 언론, 전문가들 사이에서 어떤 평가가 있었는지 모릅니다.

저자인 이흥환 연구원은 부시 행정부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 2002년 이 책을 통해 1980~1990년대의 북미의 외교 과정에 대해 분석하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전쟁위기의 원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그는 그 책에서 주로 당시 미국 내 전문가의 칼럼이나 논평을 번역하여 옮겼고, 마지막 장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블로그에 다섯 개의 칼럼을 옮겨놓았습니다.(http://blog.daum.net/hy2oxy/8691485)
대표적인 대북 전문가 몇 명(리온 시갈 Leon V. Sigal, 셀릭 해리슨 Selig S. Harrison 등)이 미국 유력 언론(LA타임즈, 헤럴드트리뷴리뷰, 워싱턴 포스트, 보스턴 글로브 등)에 발표한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기고문 등을 묶은 것입니다

기고문에서 칼럼니스트들은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이 클린턴 행정부와 북한 정부의 합의사항을 아무런 이유 없이 무시하고, 북한에 대한 적대감에 기초하여 봉쇄정책과 위협정책을 지속하면서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매달릴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음을 지적합니다.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서는 클린턴 정부가 북한에 제공키로 한 에너지 비용에 대해 미국 의회를 설득하지 못하여 합의서를 이행하지 못했습니다. 2000년에 또 한 번...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의 합의서를 뭉게대가 2001년 9.11 테러 이후 적대정책으로 돌변하였고 남한과 미국 내 여론에 밀려 2007년 6자 회담에서 북한과의 합의했지만 합의 이행을 지연했습니다.
시갈과 해리슨은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더 이상 지속할 이유도 명분도 없음을 지적하며, 적대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결국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도록 유도하여 장기적으로 지구상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확산시키는 재앙을 초래할 위험성이 크다고 부시 행정부를 비판합니다.
결론은 1994년 제네바 기본 합의서와 2000년, 2005년, 2007년 공동선언을 이행하는 것에서부터 북미 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21세기 한국사회가 외세의존적 기득권 중심의 사회가 된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100년전 일제 강점기와 친일파, 분단과 한국전쟁 등 근현대사를 모르면 이해하기가 어렵죠. 마찬가지로 현재의 전쟁위기는 지난 60년간 북미 갈등 상황과 협상과정을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독자들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저자나 칼럼니스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몰랐던 사실 관계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칼럼의 내용은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비판적인 내용입니다. 한국인이 항상 언론에서 접하는 것이 부시 행정부 등 권력자의 의견이니 다른 의견을 들어야합니다. 더군다나 의견 보다 중요한 것이 기사 중에 존재하는 '팩트'입니다. 한국만큼 팩트에 무심하고 팩트 보다 '진영과 정파의 주장' 그리고 '증오'에 매몰되는 사회도 없으니까요. 자칭 보수도 자칭 진보도...

독자들 중에 1994년 전쟁의 위기까지 갔다가 극적인 협상으로 평화적인 분위기와 협상을 이어오던 북미 관계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계신 분이 있나요? '선과 악의 이분법'이나, 보수나 진보, 자유와 민주라는 이념이나 정파를 떠나서...
북한이든 미국을 옹호하거나 비판하거나 기본적으로 사실관계에 기초해서 시도해야겠죠.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과거에 알거나 공부하던 정보(지식)를 토대로 선입견을 가지고 감정과 흥분에 휩싸이는 글들을 보면 무척 안타깝습니다.

"그후 20년 동안 300명의 북한 핵 과학자들이 소련에서 교육을 받았다. 소련의 이러한 도움은 두 갈래의 핵 프로그램을 가동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평양은 전력을 얻기 위해 핵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중대한 시도를 하는 동시에 비밀리에 군사용 핵 작전을 추진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 시작한 그 원자로는 소련이 제공한 영변 원자로의 확대판이었다.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이 시작된 것도 역시 1960년대였다. 모스크바가 이때 단거리 스커드미사일을 제공했고, 그후 북한 과학자들에 의해 장거리 미사일로 개조되고 재설계된 것이다. 
냉전 기간에 미국의 지속적인 북한 '과도 억제'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야망을 자극한 셈이었다. 펜타곤은 세계 어느 곳에서든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되어 있는 곳을 밝히지 않으면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정책을 고수했다. 그러나 1975년 6월 20일, 슐레진저 국방 장관은 공개적으로 남한의 핵 존재를 확인하는 발언을 했다. "유럽과 한국의 우리 병력에게 핵무기가 배치되어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라고 보며, 미 대통령이 조건에 따라 사용할 것이다."" (p.67)

[ 2013년 4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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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밀 문서로 본 한국 현대사 35장면 - KISON REPORT 2
이흥환 엮고 지음 / 삼인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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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흥환 편저 < 광주에서 한국전쟁까지, 미국 비밀문서로 본 한국 현대사 35 장면 >를 읽고 / 2002. 12., 289쪽, 삼인

1. "한국군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점은 인력이나 장비가 아니라 지휘력 부재와 훈련 미흡이 있음.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 한국군 내에는 지휘력 부재가 만연되어 있음. 지휘력 부재와 훈련 미흡의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추가 조직을 허가하고 추가 장비를 조직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낭비가 될 뿐임. 한국전 개전 후 지금까지 한국군이 유실한 장비는 10개 사단이 필요한 장비의 양을 초과했음. 더구나 장비를 유실해 가며 그만큼 적에게 타격을 입힌 것도 아니며, 어떤 경우에는 전투와 아무 상관없이 유실된 경우도 있었음"(1951. 5)

2. 대화록 (1971. 12)
- 하비브 : "이전에 (당신이) 내게 말하길, 가까운 장래에 북한이 침략해 올 것이라는 조짐은 없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가?"
- 이후락 : "변한 것은 없다. 침략 조짐은 없다."

3. "박정희 시해 사건이나 12.12 사태가 한국에서의 우리의 기본적인 이해관계를 변화시키지는 않았음. 안정이 유지되고 대다수 한국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치발전이 진행된다면 안보, 정치, 경제 모든 면에서 최상의 상태가 유지될 것임. 한국인들이 국제사회에서 미국 없이는 안보 정치 경제적 발전을 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국내의 간극을 잇는데 (최소한 당분간만이라도) 그렇게 결정적이진 않지만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우리의 영향력은 종전보다 커졌음."(1979.12)

4. "박 대통령이 또 북한 위협론을 과장하고 있음. 우리 측 정보 판단으로는 현재 그런 조짐은 없으며, 이 문제에 관한 한 한국에 아무런 대꾸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됨. 그럼에도 박 쪽에서 반복해 이 문제를 거론할 경우, 미국 언론 등을 통해 직접 북한 위협론에 대한 우리 측의 판단을 대중에게 알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음"(p.166)

'1'은 맥아더에 이어 미국 극동군 사령관으로 한국전쟁을 총 지휘한 리지웨이 장군이 육군참조총장에게 보낸 1급 비밀전문 중 일부이고, '2'는 주한 미국 대사인 하비브가 미국 국무부에 보낸 1급 비밀문서로서 1971년 12월 2일 박정희 군사정권이 비상사태 선포를 며칠 앞둔 상태에서 자신에게 이를 알리려고 온 한국 중앙정보부 부장인 이후락씨와의 대화록 중 일부다. '3'은 1979년 전두환의 12.12 쿠데타 이후 긴박했던 3주 정도의 막후 활동을 끝낸 후 글라이스틴 주한 미국 대사가 본국 국무부에 보낸 2급 비밀문서 '상황 평가서' 중 일부. '4'는 1972년 2월 미국 닉슨의 중국 방문 전에 자신을 만나달라는 박정희의 친서에 대한 1971년 12월 미국 국무부의 평가 보고서 비밀전문 중에 들어 있다.
이 비밀기록들은, 대한민국의 체제가 어떻게 이루어지던 미국의 입장이고 태도는 오로지 '미국의 국익'이 우선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인의 생명도, 한국민중의 삶과 행복도, 자유니 민주주의니 하는 하찮은 것들도 모두 후순위일 뿐이다. 결국 '한미동맹'이나 '상호수호조약'은 '미국의 국익'이라는 범위 내에서 가능할 뿐임을 보여준다.

최진섭 작가의 <법정 콘서트 무죄>를 읽다가 기억 속에 묻어두었던, 작년에 구해놓았다가 읽지 못한 미국 외교비사를 다룬 이 책을 책꽂이에서 찾았다. 이 책은 저자가 미국 워싱턴에서 운영되는 KISON(Korea Information Service on Net) 프로젝트의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가 KISON의 한국보안문서(KSA, Korea Security Archive)에 보관되어 있는 미 행정부의 비밀 해제 문서를 가려 모은 일차 자료집입니다. 미국은 정보공개법에 의해 그동안 기록하여 두었던 비밀문서를 단계적으로 해체한다.

며칠 전 이명박 정부에서 국가기록법에 의해 보관해두어야 할 정보 중 비밀기록을 모두 폐기했다는 언론기사를 접한 것은 이 책을 읽은 다음이었다. 역사적 사실을, 그것도 행정부의 최고 권력을 행사하면서 중대사를 담당했던 청와대와 행정부의 중요 비밀기록을 폐기해 버리면 당장은 차기 대통령이 행정부를 운영하는 데에서도 난관이 발생할 것이고, 장차 집권 5년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평가할 역사 자료도 없어지는 것이다. 
조선시대의 왕도 자신의 재임기간 전부에 대한 사관의 기록을 폐기한 경우가 없었다. 짧은 기간은 있어도. 이런 반역사적인 관점과 저질스런 태도를 가진 자가 5년간 대통령으로 군림하고, 대통령실에 근무하였으니 무엇 하나 당당하고 타당한 일이 있었을 지 안타까움과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미국은 조선 말기와 일제 강점기에도 한반도와 연관이 있었지만, 특히 1945년 이후 한국의 정치, 외교, 군사, 경제, 사회, 문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지금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현대사를 이야기하고, 북핵 문제를 이야기하고, 한미FTA를 이야기하고, 국가보안법을 이야기하고, 개혁과 진보를 이야기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나 자신이 갑자기 한심해지는 순간이었다. 책을 펴는 순간 출판사의 소개 글에 꽂혔다.

"미국은 단 한순간도 한국 현대사에서 눈을 땐 적이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은 한국을 관찰하고, 토론하고, 기록하며, 보존한다. 한국사를 쓰기 위해서가 아니다. 미국의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 CIA, 국방부, 국무부 등 미 행정부 비밀문서함 속의 1차 기록들은 한반도에 얽힌 미 국익의 함수 계산이 어떻게 계산되고 어떤 답을 이끌어냈는지 그 전 과정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미 행정부의 비밀문서함이 열리는 순간, 1980년의 광주에서부터 신군부 탄생, 박정희 시대의 정치판, 6.25 비화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꾼 결정적인 역사적 장면들이 생생한 현재형으로 되살아난다."(출판사 소개 글)

이 책에 속에 들어있는 비밀자료는 미국 국무부 자료가 대부분이지만, 국방부와 CIA 자료도 일부 있다. 미국 정부는 한미관계에서 극도로 민감하여 최대한 공개를 늦추어야 할 자료들, 예를 들어 한국전쟁시 미군의 작전과 CIA의 활동, 5.16 쿠데타시 주한미군과 군정보국과 CIA의 활동, 광주학살 당시 미군과 군정보국, 그리고 CIA의 활동은 공개하지 않았다. 
물론 저자가 직접 번역하고 정리한 자료 말고도 보안문서는 무진장 많다고 한다. 저자 이야기로는 저자가 사용한 자료는 전체의 백만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 

저자가 정리한 내용만으로도 대부분의 한국 내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용들이다. 어떤 내용은 평소에 반미 성향을 강하게 지닌 시람들도 싫어할 것들이다. 하지만 저 자료는 실제로 존재하고 저런 자료와 정보를 토대로 미국 정부는 한국을 분석, 판단한 후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다.
유신시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라는 허위 정보와 대국민 협박, 주한미군 철수의 진실, 광주항쟁에서 전라도 출신 장교의 투입, 미국의 판단과 행동의 기준, 유신 계엄 선포의 막전막후, 818 도끼사건에 대한 주한미군과 백악관의 대처 과정 등 전혀 몰랐던 또는 소문으로만 듣던 애기들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도 '실사구시'해야 한다. 추측과 정황판단, 부족한 정보를 토대로 언론에 마사지되어 발표되는 정보로 자신이 생각하고 판단을 내리기에는 한미 관계는 너무 민감하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 2013년 3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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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설립과 운영 실무 - 개정판
김용한.하재은 지음 / 지식공감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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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용한, 하재은 저 < 협동조합 시대 : 설립과 운영 실무 >를 읽고 / 2012. 09., 286쪽, 지식공감


먼저 책을 읽은 결론을 밝힌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은 시간 낭비이고 돈 낭비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이 책은 어떤 공부모임의 추천 도서였거나 그냥 인터넷에서 협동조합 관련 도서를 찾다가 발견한 것이다. 둘 다일 수도 있고...
아무튼 책을 구하는 단계에서도 선택을 할 지 망설였다. 출판사의 책 소개와 저자 두 사람의 이력이 뭔가 찜찜해서였다.
저자 김용한은 경영학 박사에 경영지도사, 기술지도사, 기술거래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고 무슨 전략연구소 소장이자 사단법인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이사로 기재되어 있다. 그 이외에도 시장경영진흥원이라는 전통시장 경영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의 자문위원, 상인대학 강사이자 심의위원,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상담위원, 서울 희망설계아카데미 겸임 교수, 하이서울창업스쿨 담임교수 등 일반 명함에는 모두 적어 넣을 수도 없는 직책을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저자 하재은 역시 비슷하다. 경영학 박사에 경영지도사, 품질경영산업기사라는 타이틀과 몇 개 대학의 강의, 그리고 신한경영법인이라는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김용한씨와 같은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부회장이다. 그리고 사단법인 한국창업경영컨설팅협회 이사, 국제컨설팅협회협의회 운영위원, 시장경영진흥원 자문위원, 상인대학 강사, 서울희망설계아카데미 강사, 하이서울창업스쿨 강사,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컨설팅 위원이며 과거에 전통시장특성화시장육성사업단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이 책은 수준 이하다. 두 저자가 협동조합기본법의 시행(2012년 12월)에 앞서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운영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마음으로 의욕적으로 발간한 이 책은 거의 폐기처분해야 할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2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제1부 [협동조합의 이해]에서 저자들은 협동조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저자 본인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1장 [왜 협동조합인가?]에서 두 사람은 기존에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된 협동조합 관련 도서도 읽지 않은 수준을 드러낸다. 서구사회 협동조합의 역사와 현황 등에 대해서도 무지를 드러내고 있고, 한국의 협동조합 역사와 사례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 정부의 통제하에 아무런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농협을 대표적인 협동조합으로 규정하는가 하면, 기존 협동조합의 재정 원칙에 대해서도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다.
제2장 [협동조합, 도대체 무엇인가?]에서는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서 규정하는 협동조합의 정의와 가치, 원칙 등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고 있고, 협동조합의 특징과 다양한 유형, 사례 등에 대해서도 제대로 공부하거나 연구하지 않은 흔적을 여실히 보여준다. 협동조합과 주식회사의 차이점, 협동조합의 조직과 운영, 자본조달, 배당 등에 대해서도 '상식' 수준에서 나열하고 있다.
제3장 [협동조합 기본법 알아보기]에서는 협동조합 기본법의 각 조항과 규정을 책 속에 베끼면서 그다지 의미 없는 짤막한 해설을 추가했을 뿐이다. 족수를 늘리는 데에 기여할 뿐이다. 그리고서 책의 후반부에 '부록'으로 동일한 협동조합기본법을 또 한번 그대로 옮겨 놓았다.

제2부 [협동조합의 설립, 운영 실무]에서 저자들이 자신들의 '전공'과 '전문성'을 살리려고 시도했는데 결과는 실패였다.
제4장 [협동조합의 설립 실무]에서는 저자들이 협동조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을 뿐더러 실제 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에 관여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수박 겉핥기에, 엉뚱한 이야기만 남발한다. 기존에 시행되는 '생활협동조합법'을 끌어와 짜집기를 시도한다.
제5장 [협동조합의 운영 실무]에서는 사업계획서 작성, 경영전략 수립, 마케팅, 경영관리 등을 나열하는데, 협동조합과 주식회사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연구와 경험이 태부족한 관계로 기존 주식회사의 운영 실무 원론을 나열하고 만다.
제6장 [협동조합의 성공적 도입 및 활성화]에서는 협동조합의 주요 도입분야를 제시하고, 전통시장이나 상점에의 도입방안, 사회적 기업에의 도입방안, 소비자 분야에의 도입방안 등을 설명하지만 이 부분 역시 상투적이고 상식적인 설명에 그치고 만다.

저자들이 답답하고 한심한 것은 자신들의 이름을 걸어 놓고 이런 수준의 책을 발간했다는 점이다. 책의 초안을 작성해 놓고 자신들의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면 정말 뻔뻔하고 파렴치한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책 한 권을 발간하는데 있어 해당 분야에 대한 다른 저자의 책을 읽지도 않았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일 뿐이다. 전문가로서의 자격도 없다고 본다. 협동조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이용하여 책장사를 한 '장사치'일 뿐이다.

또 하나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검증하고 느낀 것이 두 가지인데, 하나는 자신의 이름에 내거는 타이틀이 많을수록, 거창할수록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온갖 직위에다가 직책, 경력을 나열해 놓았지만 내용이 거의 없을 뿐이다.
다른 또 하나는 기존에 정부부처나 지자체, 연구단체나 법인 등에서 세금을 투입하여 진행된 각종 '경영컨설팅'이나 '창업컨설팅', '전통시장 활성화' 등의 프로젝트들이 세금만 낭비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두 사람만 보아도 노동부나 기재부, 지경부, 서울시 등에서 온갖 명목으로 세금을 타내서 자신들의 수익과 경비에 지출했을 것이고, 그 자리에 경영이나 지원을 바라고 참석한 수 많은 경영자들, 예비경영자들, 상인들, 예비창업자들을 골탕먹였을 것이다. 이렇게 실력이 없으면서도 세금과 프로젝트를 따내려면 십중팔구 학연과 지연을 동원하고 공무원들에게 로비와 뇌물이 오고갔을 것을 생각하니 분노가 일어난다.
더 우울한 것은 이런 이들이 지금까지 정부와 민간의 예비사업가들의 창업이나 경영, 그리고 재래시장 활성화를 컨설팅해 왔으니 한국사회의 경영과 창업, 재래시장이 점점 더 악화되고 경쟁력을 잃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ㅠㅠ

이 책을 읽으면서 점점 독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서평을 쓰면서도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으로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지만, 나처럼 잘 모르는 누군가의 소개로 또는 출판사의 허황된 추천으로 책을 구해서 읽을지도 모르는 다른 독자들을 위해서 책을 끝까지 읽고 이렇게 서평을 남긴다.

[ 2013년 02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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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좌파 - 민주화 이후의 엘리트주의 강남 좌파 1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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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강준만 저 < 강남 좌파 : 민주화 이후의 엘리트주의 >를 읽고 / 2011. 07., 432쪽, 인물과사상사

'이념은 좌파적이나, 생활은 강남 사람 같다'는 모순적인 뜻을 지닌 '강남 좌파'. 이 표현은 2006년 3월 동아일보 칼럼에서 처음 등장한다. 우리 사회에서 '강남 좌파'에 대한 시선은 사회갈등 완충과 상류층의 위선이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강남 좌파'의 실체가 있을까? '강남 좌파'는 그저 정치 경쟁을 위한 맥거핀(트릭, 꼼수)에 불과한 것인가?
강준만 교수의 이 책을 읽고나면 정답을 알 수 있다. 굳이 정답이 아니라 하더라도 각자가 자신의 정답을 찾거나 저자의 주장을 토대로 자신만의 정답 노트를 마련할 수 있다. '강남 좌파' 논쟁의 배경과 내막, 그리고 한국정치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강 교수는 '강남 좌파' 현상의 실체와 논란을 새롭게 진단한다. '강남 좌파'라는 용어는 참여정부 집권 후 보수진영이 운동권 출신 486세대 진보인사들을 꼬집어 쓰던 용어다. 정치적 이념적으로는 좌파지만 행동은 '강남 주민스럽다'라는,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는 말이다. 당시 분명 보수진영이 노무현 정권을 공격하려는 혐의가 읽히지만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아무튼 처음 강남 좌파 논쟁이 불거진 이후 지금까지 '강남 좌파론'은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2003년 이후 '강남 좌파' 현상의 논쟁과 과정을 분석하면서 주요 정치인들에 대해 비평한다. 2007년 오마이뉴스의 문국현이라는 강남 좌파 띄우기, 2010년 조국-오연호의 <진보 집권 플랜>을 통한 2차 강남 좌파 띄우기, 강남 좌파 현상에 대한 반동의 관점에서 박근혜 인기의 비결, 분당 우파에 대한 반동으로서 분당 보궐선거와 손학규의 재기라는 관점으로 자신의 주장을 끌어간다. 이어서 노무현 정신에서 일탈한 국민참여당의 유시민과 성찰 없는 반이명박 전선으로 끌려나온 '분노하는' 문재인, 강남 우파 오세훈의 강남 좌파적 언어에 대해 비판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사회에서 가장 치열한 계급투쟁은 입시전쟁이라는 자신의 지론을 다시 상기시키면서 '강남 좌파' 논쟁을 둘러싼 정치 엘리트들의 밥그릇 싸움과 정치권의 진영논리 및 증오 마케팅을 비판하고 진정한 소통과 화합을 주문한다.

먼저 '강남 좌파' 논쟁에서 흔히 놓치거나 순진하게 혼동하는 생각이 있다. 첫째, 이 논쟁에서 '강남'의 의미는 강남 지역에 거주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강남스럽다'라는 비유나 상징이다. 어디에 살건 소득수준과 생활방식에 따라 강남 좌파일 수 있는 것이다. 생각이나 의견은 진보적인데 소득수준, 특히 생활방식이 '강남'스러운 것을 '위선'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정치인이나 유명인과 일반인까지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둘째, '좌파'에 대한 개념도 마찬가지다. '좌파'를 학문적, 이념적으로 세분하여 규정짓거나 구분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언론이나 유권자들이 통상 말할 때 사용하는 '한국 정치의 이념 지형도'일 뿐이다. 실제 많은 여론조사의 경우 조사 항목에 '당신은 진보적인가, 보수적인가'는 상대적 개념일 뿐이다. 이에 대해 발끈하는 '진짜 좌파'나 '순수 진보'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좌파'든, '진보'든 어느 누가 그런 단어를 처음부터 '소유'하거나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유감일 뿐이다. 저자 말대로 "생각하기에 따라서 좌파라는 단어의 일상적 생활화가 오히려 그런 낙인찍기를 무력화하는 방법"일 수 있다. 조국 교수는 "우리 사회가 좋아지려면 강남 좌파가 많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저자는 '강남 좌파'의 등장 배경을 설명하고 전 세계적인 동시대적 현상으로서 모든 정치인이 '강남 좌파'일 수밖에 없는 논리와 근거를 제시한다. 그의 논리는 "좌우를 막론하고 리더쉽을 행사하는 정치 엘리트가 되기 위해선 학력, 학벌에서부터 생활수준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 사회적 성공을 거두어야 하므로, 정치 영역에서 활동하는 모든 좌파는 강남 좌파일 수 밖에 없다. 또한 우파라도 유권자의 대다수인 서민을 상대로 포퓰리즘 자세를 취하는 '정치의 문법'을 사용하는 바, 우파 정치인에게도 강남 좌파 요소가 농후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한국의) 정치인은 강남 좌파'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인들의 경력과 직업은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전현직 국회의원과 청와대 및 정부 고위 관료 등을 조사한 통계들을 보면 정치인이나 관료 이전의 직업의 거의 대부분이 변호사나 언론인, 교수, 기업인, 공무원 출신이고 학력 및 학벌 역시 SKY 출신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노동자, 농민, 중소 상공인, 직장 여성, 주부, 중하위 공무원 등은 몇 명에 불과하고, 저학력 출신이나 지방대 출신은 찾아보기 어렵다.

'강남 좌파'에 대한 강 교수의 분석에서 인상 깊은 점 몇 가지가 있다. '강남 좌파'가 왜 노무현 정권에서부터 부각되어 몇 년 전부터 큰 관심의 대상이 되었는가와 '강남 좌파' 논쟁의 이면에 숨어 있는 엘리트주의. 그리고 노무현 전대통령이 자살 이후 나타난 대규모 추모 물결을 '우리 안의 노무현의 총궐기'로 분석한 것과 박근혜의 인기 비결을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공통적인 강남 좌파 현상에 대한 반감과 반동으로 파악하는 과점이다. 보통 사람들이 '강남 좌파' 논쟁에서 놓치는 부분이다.
그는 '강남 좌파' 논쟁이 노무현 정권 때부터 부각된 이유를 '민주화'라고 이야기한다. 김대중 정권을 거치면서 형식적인 민주화가 완료되었고, 연이은 민주정권의 집권으로 절박한 이슈가 사라지면서 정치 엘리트에 대한 시각이 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촌놈'과 '상고 출신 변호사', 그리고 '돼지 저금통'으로로 당선되었던 노무현 정권은 '골프 치는 노무현'과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 파동'으로 이미지가 구겨지기 시작했다. '강남 좌파' 비난의 직접적인 계기는 이해찬의 골프 파동이었지만 그 이후에도 남상국 사장 자살 사건, 노건평씨의 세종증권 인수 알선수재 구속,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거부,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 결과, 인사청문회 대상자들의 치부, 낙하산 인사, 청맥회 논란, 삼성과의 밀월 등 구조적인 문제는 정권 내내 이어졌다.
 
'맺는 말'에서 저자는 강남 좌파 논쟁의 성격을 '밥그릇 싸움'으로 비판한다. "강남 좌파로 불리게끔 만든 좌파 담론 또는 제스처가 정치 엘리트들의 '밥그릇 싸움'을 무슨 심각한 이념 투쟁인 양 포장하는 효과를 내고 있지 않느냐. ... 정치가 출세, 입신양명, 인정 욕구 충족의 도구로 기능하는 사회에서 엘리트는 모두 '강남파'일 수 밖에 없다. 강남 좌파에서 '좌파'는 부차적인 것이지 본질적인 것이 아닏. 제한된 정치적 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승자 독식 상황에서 이념과 노선은 국리민복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경쟁 세력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한 정략적 도구의 성격이 강해진다."
그리고 한국 정치 문제의 핵심은 '이념의 틀'이라기보다는 진영 논리와 증오 마케팅, 그리고 '인물 중심주의'임을 지적한다. "'이념의 틀'은 인물 중심주의에 따라붙는 부수적인 것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강남 좌파와 막걸리 우파들이 더 많이 늘어나게 하는 것이 나리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세를 규합하고 상대편을 대하는지 집단적으로 성찰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강 교수의 결론은 못내 아쉽다. 그는 소통과 화합을 위해서 승자 독식이 가능한 구조를 바꾸어 '정치 과잉'을 줄이는 것과 인물 중심의 참여에서 목적 중심으로 참여로 바꾸자는 것, 그리고 권력 중심적인 '인정 투쟁' 문화, 입신양명 문화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더욱이 아쉬운 점은 그가 '강남 좌파' 논쟁의 핵심을 '엘리트주의'로 분석하면서 '강남 좌파'로 지칭되는 개인이나 세력에 대한 비판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평소 지론대로 학력, 학벌주의에 대한 대안은 긍정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정치가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조적, 제도적인 방향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런 측면에서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의 대표 이지문씨의 서평이 공감이 된다. 이지문씨는 강준만 교수의 분석이나 비판에 일면 공감하면서도 한국정치의 엘리트주의를 유도하는 선거제도, 즉 '강남 좌파'만이 가능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추첨제 민주주의' 등 '평등한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의 도입을 주장했다.(http://blog.daum.net/allgreenkorea/17135163)

"지금 중요한 것은 누가 ‘강남 좌파’인가, 이들이 좌파인지, 그렇지 않은지와 같은 지엽적 논쟁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특히 하위계층들을 포괄할 수 있는 진정한 대표 체계를 우리 정치 현실에서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한 보다 건설적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 민주주의는 과거 독재권력 하에서 배제된 속칭 ‘민주화 세력’이 ‘강남 좌파’로 탈바꿈하여 기존 보수 엘리트들과 경쟁하는 장에 우리 국민이 단지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가 제시한 것처럼 독재 하에서 억압받고 배제된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하위주체들이 제도정치의 장에 진입함으로써 정치의 성격과 경계 자체가 변화하고 민주주의가 갖는 내용과 경계가 변화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 현실이 갈수록 ‘강남 좌파’만이 좌파를 대표하는 괴리가 심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보다 진지한 대안에 대한 탐색이 요청되어야 한다. 그 대안을 탐색하기 위해서는 먼저 “모든 정치인이 강남 좌파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선거에 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거 자체가 ‘강남 좌파’로 상징되는 상위계층에 절대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출마하여 대표가 될 수 있는 이들은 선거에서 절대 유리한 재정적 여유를 바탕으로 지역 조직 활동에 열심이거나 전국적 인지도를 갖춘 유명 인사이거나, 또는 정당 관료나 활동가가 아니면 정당 보스와의 긴밀한 인연을 맺고 있을 때 가능할 뿐이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선거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보통 시민들이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공천을 받아 출마하여 공식 선거운동기간 동안 지출하는 금액보다는 최근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자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돈’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정치 신인일수록 현역의원에게 맞서 사조직 가동비가 엄청나게 들어가며, 이름 알리기 차원에서 여론조사 명목으로도 막대한 돈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당내 경선 여론조사와 경선대회 개최 등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참여하는 예비후보자들이 일정금액을 기탁금 형식으로 정당에 납입해야 하기 때문에 본 선거 이전에 돈이 없는 ‘좌파’들은, 아니 ‘우파’ 역시 마찬가지로 출마를 생각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대표는 일반 시민들과 다른 재력 있거나 전국적 인지도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는 보다 높은 사회계층의 구성원으로 국한되고 있다. 이러한 선거 현실에서는 결국 좌파 중에서도 ‘강남 좌파’ 위주로 대표가 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강남 좌파’에 대한 논쟁이 보다 생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강남 좌파 위주로 정치적 대표자로 충원되는 선거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정치 민주화에 대한 보다 진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사법 민주화 차원에서 국민참여재판제도를 시행하고 기소배심을 논의하는 정치권이라면 정치 민주화 차원에서도 일반 국민들이, 특히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실제 정치의 장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실질적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 추첨을 통한 시민의회 창출이나 양원제 도입시 한 원을 선거가 아닌 추첨으로 충원하는 것과 같은 보다 ‘평등한 참여’를 보장하는 다양한 방안에 대한 논의가 요청된다."

[ 2013년 1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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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며 노래하며 아파하다
이정희 지음 / 알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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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정희 저 < 사랑하고 노래하며 아파하다 >를 읽고 / 2010. 02., 300쪽, 도서출판알다


대통령 선거 후보의 2차례 TV토론으로 유권자들에게 한국현대사의 본질을 알려주고, 서민과 약자들의 아픈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 한 때 주류 언론에 의해 땅바닥 아래까지 실추되었던 그가 이제는 직접 TV를 통해 당당하게 유권자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SNS와 인터넷, 딸아이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정희 후보가 TV토론을 통해 보통의 유권자들에게 인정받은 것 이상으로 학생들과 아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항상 식상한 정치인과 언론인만을 TV에서 보았던 그들, 일방적 주입식 교육이 주류를 이루고 토론다운 토론의 모범적인 사례를 경험해보지 못했던 초등,중등학교 학생들이 이정희 후보를 통해 토론과 정치의 참맛을 알았던 것이다. 아이들의 순수한 눈은 속일 수 없다. 비록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이정희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없지만, 그의 앞길에 희망이 보이는 이유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그런 소신과 마음과 정책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동안 소문으로 이정희 후보(의원)가 '토론을 잘한다'고만 들었다. TV토론을 지켜보고 나서 이제는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급궁금해졌다. 그래서 첫 번째 TV토론을 보자마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원래 이 책은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저서를 읽은 후, 세 번째 야권후보이자 진보정당 후보인 이정희 후보의 저서를 순서대로 읽기 위해 준비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이정희 후보의 토론 실력의 비결을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1차 토론에서 보여준 그의 분노와 용기, 2차 토론에서 보여준 한국의 서민들, 약자들, 박해받는 자들을 향한 그의 비통한 표정과 절실한 목소리의 이유는 조금 알 것 같았다.

이 책은 2010년 2월에 출간되었다. 이정희 후보가 2008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2년간 경험했던 국회활동과 2009년 촛불시위, 그가 국회의원으로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정희 의원은 이 책을 통해 때로는 잔잔한 에세이로, 때로는 강렬한 정치 비평으로 세상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 책은 보통의 정치인들이 출간한 책과 다르다. 책 속의 대부분의 내용이 자신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난 사람들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사회의 어두운 구석에 내몰려 있는 사람들,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 부당하게 억압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만나 그들의 아픈 이야기와 그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일들이 자신의 느낌과 다짐 속에서 기록되어 있다.
기륭전자, 쌍용자동차 사태, 이주 결혼 여성의 죽음, 고리 사채로 망신창이가 된 주부, 특수고용노동자의 죽음, 대학 청소 노동자, 용산 참사, 재개발구역 할아버지의 죽음, 철도노조를 위한 변명, 동두천 성노동자의 아이들, 장자연 사건 등...

그리고 이정희 의원은 한국의 입법부, 비상식적이고 무책임한 국회 운영과 국회의원들의 자질을 숨김 없이 독자들에게 고발한다. 대화와 토론, 협의나 합의의 노력도 없는 여당,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에 상정된 법률안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거수기로 전락한 국회의원들, 법안이 재벌을 위하는지 서민을 위하는지 구분하지 못하는 의원들, 행정부의 감시자 및 견제자 역할은 고사하고 보호하는 데 급급한 여당 의원들, 법과 대법원 판례도 무시하는 행정부 관료와 국회의원들, 유권자들과 약자들에 대해 눈꼽만큼의 애정도 가지고 있지 않은 의원들... 한심하기 그지 없는 입법부. 한마디로 '봉숭아 학당'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에는 그동안 이정희 의원의 활동에 영감을 주고 도움을 주셨던 분들에 대한 감사의 부분도 담겨 있다. ‘내가보는 이정희’라는 부록을 통해서 현장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진 것이다. ‘내가보는 이정희’에는 쌍용차노동자, 기륭전자 비정규직, 용산참사 유족, 촛불 네티즌이 참여했다.

나는 그동안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이거나 그런 지위를 향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저서를 여러 권 읽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활약과 성과, 자신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인생을 거쳐 왔는지 자랑(?)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정치인들의 책은 후원금을 주고서 받은 것이든, 선물로 받은 것이든 대부분 목차만 대충 본 후에 책꽂이에 던져 놓던지, 아니면 이사하면서 버렸다.

2009년 국회의원 첫 해부터 언론과 정치평론가들로부터 가장 돋보이는 의정활동을 펼친 의원이라는 평가와 조사 결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나 역시 그런 언론 기사를 기억한다. 그렇지만 이 책 안에는 자신의 의정활동의 백미를 장식하거나, 자신의 성과와 성공사례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잘 못한 사안들, 부족했던 활동, 실패했던 내용을 반성하고 다짐하는 것들이다.
이정희 의원은 “2년이 채 되지 않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시계바늘은 급작스럽게 거꾸로 돌았고 눈물겨운 일들이 끊이지 않았다”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무너지는 것에 대해 후회하고 성찰도 컸다”고 회고했다. 이정희 의원은 “2010년부터는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우리 아이들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한 메시지도 담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들 스스로의 가슴 속에서부터 만들어지는 희망“이며 그 희망은 촛불의 거리를 지나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 쌍용차 파업현장에 대한 분노, 용산 재개발지역 철거민의 죽음에 대한 애도로 이어지며 성찰과 반성을 통해 얻어진 것이다.

1부 ‘죄송합니다’는 이정희 의원의 정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수필들이 주로 실렸다.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의 처지를 돕기 위해 분주히 활동하면서도 늘 마음속에는 죄송함을 간직하고 있는 이정희 의원의 모습은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국회의원의 모습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2부 ‘둥근 지붕아래의 진실’은 이정희 의원이 국회 안에서 경험한 일들이 주로 실렸다. 집권 여당의 횡포에 맞서 서민을 위한 정책과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기 위한 눈물겨운 투쟁이 기록되어 있으며, 지난 2년간 국회에서 전개되었던 부자 감세 정책, 금산 분리, 비정규직법 개악, MB 악법 등에 관한 이정희 의원의 정치철학을 엿볼 수 있다. 

3부 ‘광화문에서’는 촛불정국 이후 새롭게 등장한 ‘거리의 정치’를 보여준다. 포토에세이 형식으로 구성되었고, 다른 장들과 달리 시각적인 메시지를 중시했다. 이 장에서 독자들은 이정희 의원이 얼마나 국민의 목소리를 중시하는지, 글이 아닌 눈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4부 ‘흔들리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는 꽃’의 일부 구절을 제목으로 인용했던 만큼, 이정희 의원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장이다. 이 장에서 이정희 의원은 가족과 동료, 한 시대를 열정적으로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어느 평온한 휴식의 순간 등에 대해 사색하고 사색해 일상의 소중함과 가치를 추구하는 삶 등에 대해 서술했다. 

5부 ‘진보정치통합, 반MB연합에 대한 생각들’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직접적으로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치 이슈를 다루었다. 이정희 의원은 진보정치 통합을 위해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통합을 얘기하는 한편, 반MB연합에서 민주당의 역할, 민주노동당의 역할 등을 서술하며 그동안 안팎으로 주장해 온 통합과 연대의 방안을 제시했다. 5부의 내용은 비단 지방선거에만 국한되지 않고 향후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 진보적 가치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 국민과 함께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 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 2012년 12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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