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라! 협동조합 -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정직한 노력
김기섭 지음 / 들녘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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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기섭 저 < 깨어나라 협동조합 :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정직한 노력 >을 읽고 / 2012. 04., 306쪽, 들녘


대통령 선거로 인하여 대다수 사람들의 관심이 정치에 쏠려 있지만 대통령 선거 결과 하나가 개인의 삶을 벼락처럼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정치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수의 노력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는 외부적인, 사회적인 조건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정치에 대한 관심 만큼이나 개인과 가족, 집단이 '더 좋은 삶"을 만드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정치적인 분위기와 관계없이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지인으로부터 협동조합 관련 책 중에서 드물게 한국의 역사적 과정과 현실에 근거하여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 것을 소개받았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줄탁동기(啐啄同機)'라는 고사성어로 한국 협동조합의 상황에 대한 자신의 문제의식을 표현한다. '줄탁동기'는 "병아리가 달걀 껍질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어미가 새끼가 모두 안팎에서 껍질을 쪼아야 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 협동조합은 아름 크게 성장하였고 그동안 걸림돌로 지적되던 법과 제도 역시 시대에 맞게 제정되었음에도 협동조합 내부에서 위기를 맞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는 협동조합의 위기는 농협과 신협, 그리고 생협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1장 '협동조합을 넘어, 다시 협동조합을 향해'에서 한국에서 향후 30년 내에 도래할 세 가지 위기, 즉 에너지와 식량의 위기와 저출산 고령화의 위기, 그리고 남북 위기를 제시하고 시장이나 국가가 이에 대해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 속에 협동조합이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함을 제시한다. "자연과 인간 사이의 협동, 세대 간의 협동, 부자와 가난한 사이의 협동이 협동조합을 통해 구체화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협동에 대한 우리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협동조합에 대한 잘못된 생각, 즉 '협동조합의 사람만 한다'와 '협동은 동시대 힘없고 가난한 사람만 한다'에 대해 비판하고 먼 과거의 한국식 협동조합이라 할 수 있는 두레와 계를 통해 협동조합의 원리를 환기시킨다. 두레는 "농사일을 함께 하는 공동노동 조직이면서, 동시에 마을신에게 함께 제사지냈던 집단적 제의 조직이고, 또 두레패를 통해 함께 놀았던 집단적 유희 조직"이며, 계의 진정한 목적은 "개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여) 개인 간의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불공정과 불균형을 자발적 참여와 약속에 따라 시정, 보완하려는 데" 있었다는 것이다.
향후 30년 내에 한국에 도래할 위기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하기 쉽지는 않다. 하지만 현재 사람들 사이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많고 협동조합 조직이 위기에 처해있다는 점은 공감할 수 있다. 두레와 계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상당부분 공감할 수 있었다. 

제2장 '협동조합의 역사 : 로치데일에서 배운다'에서  저자는 로치데일 협동조합의 설립 배경, 태동과 발전을 분석하여 로치데일에서 배워야 하는 것을 제시한다. 그것은 "상호자조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며 소비의 조직화로부터 출발해야 하고, 조직된 소비의 힘으로 생산을 변화시키고 조직된 소비와 변화된 생산으로부터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제3장 '협동조합의 정의, 가치, 원칙'에서 저자는 1995 개정된  ICA 성명과 협동조합의 정의(본질, 주체, 목적, 수단), 가치, 원칙을 세밀하게 해석하고 있다. ICA(국제협동조합연맹)에서 1995년 정의한 바에 따르면, "협동조합은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를 통하여, 그들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필요와 염원를 충족시하고자 자발적으로 결합한 사람들의 자율적인 결사체(A Co-operative is an autonomous association of persons united voluntarily to meet their common economics, social and cultural needs and aspirations through a jointly-owned and democratically-controlled enterprise)"이다. 그는 ICA 성명을 설명하면서 한국의 협동조합의 위기에서 벗어나야 할 방향이 '조합원의 재발견'과 '사회 개혁'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저자는 특이하게 곽암(廓庵)의 '십우도(十牛圖)'를 통해 '조합원의 재발견'과 '사회 개혁'이라는 주제를 재확인한다. 
이 장을 읽으면서 느끼는 점은, 협동조합의 정의, 가치, 원칙 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와 어떻게 실현하느냐에 따라 협동조합에 대한 생각과 자세, 기대와 운영이 달라질 것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합원의 재발견'이라는 문제제기는 협동조합 뿐 아니라 

"협동조합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로 구성된다. 하지만 진정으로 가난한 사람은 경제적으로 못사는 사람이 아니라 절망과 패배의식에 휩싸인 사람이다" (p.105)

제4장 '협동조합의 다양한 주체와 역할, 그리고 관계'에서 저자는 협동조합의 주체, 즉 조합원과 직원 간의 역할과 관계에 주목한다. 특히 인류에게 있어 노동의 역사적 변천 과정과 협동조합 내 노동의 변천 과정을 비교, 분석하면서 협동조합 내 세 가지 노동(조합원 활동과 직원의 노동, 그리고 조합원 노동)의 성격과 역할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주장한다. 조합원 활동은 호혜의 관계이며, 직원의 노동은 교환의 관계이고, 조합원 노동은 "호혜를 기초로 하는 부분적인 교환의 관계"라는 것이다.
나는 '조합원의 재발견'과 '사회의 개혁'이라는 협동조합의 위기 탈출 방향이 협동조합 내에서 세 가지 노동의 관계를 고찰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제5장 '생활협동조합과 함께 해온 지난 시간들'에서 저자는 '생활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하기 시작한 1980년대의 시대적 특징과 생협의 특징, 그리고 이후의 성장과정을 설명한다. 그는 일제시대나 해방 후 1970년대까지 면면히 이어져 온 협동조합의 역사는 다루지 않았다. 무시한 것인지, 생협이 아니기 때문인지... 그리고 현재의 민간 협동조합운동을 주도하는 생협이 지향하는 네 가지 순환, 즉 돈과 재화, 물질과 에너지의 순환에 대해 설명하고 생협과 공정무역의 관계와 특징을 말한다.
생협은 기존 남성 위주의 운동에서 벗어나 여성이 주체로 나선, 구체적 생활 영역에서 사용가치를 통해 생산을 변화시킨, 생산과 소비를 호혜로 관계 맺은 생활운동이자 경제운동이고 사회운동이었다. 생협의 이러한 선구적 비전은 그 속에 몸담은 사람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짧은 시간에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지만, 요즘 위기를 맞고 있다. 날로 확대되어가는 글로벌 경제와 금융자본주의의 폐해에 따른 위축된 경제 활동, 유통 대자본의 유기농산물 시장 진출, 생협 간 경쟁의 격화 등의 징후가 드러나고 있지만 변변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 장은 뒷 장에서 새로운 생협운동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삽입한 것 같은데, 앞 장들과 별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제6장 '새로운 생협운동을 위하여'에서 저자는 생협운동의 의미와 당면 과제, 생협 내에서 여러가지로 균열되는 현상을 '분화'로 평가한 후 생협운동의 새로운 주체와 가치, 영역과 조직방식을 제안한다. 새로운 주체는 전업주부로서의 여성에서 노동, 육아, 교육, 돌봄으로서의 여성으로, 새로운 가치는 사용가치에서 생명가치, 새로운 영역은 먹을거리에서 노동, 육아, 교육, 돌봄으로, 새로운 조직방식은 소비의 조직화에서 '지역을 넘어 다양한 영역에서의 조직화'로 변화할 것을 요구한다. 그는 이 장에서 제4장의 내용과 연결하여 노동의 재정립과 조직화를 제시하는데, 노동의 재정립을 위해 이반 일리히의 '버내큘러(Vernacular : 자율적인 공동노동)'를 도입한다. 일리히는 그의 저서 <그림자 노동 >에서 '자율적인 공생사회(Conviviality)'와 '버내큘러'를 제시한 바 있다.
이반 일리히의 '자율적 공생사회'와 '버내큘러'는 산업적 생산양식의 구조와 특징에서 필연적으로 파생하는 임노동과 그림자 노동의 이분법적 대립구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일리히가 제안한 것이다. 저자가 협동조합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노동'의 개념을 '버내큘러'로 확장 또는 변용한 셈인데, 일리히의 개념이나 구성과 맞아 떨어진다고 동의하기는 어렵다.

마지막 제7장 '협동조합의 사회적 경제'에서 저자는 사회적 경제의 뜻과 특징, 국가와 시장 및 사회운동과의 관계 등에 대해 설명한다. 사회적 경제는 저자가 제6장에서 제시한 새로운 노동의 개념인 '버내큘러'로 인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결국 저자가 협동조합의 정의와 본질과 가치를 명확히 해석하고 협동조합의 위기를 규정하면서 협동조합이 새롭게 나가야할 방향으로 제시하는 결론은 '사회적 경제'와 '사획적 기업형 협동조합'인 셈이다.

생협이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발전해야 한다... 동의하기 어렵다. 생협은 소비자 협동조합으로서 자신의 정체성과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할 뿐이지 않을까 싶다. 저자가 본문에 문제의식으로 제기한 '조합원의 재발견'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현재 한국의 생협들의 위기가 대부분 ICA의 가치와 원칙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조합원의 재발견'은 그런 위기를 극복하는 방향에서 새롭게 도전하고 혁신해야 할 주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현재 두 개의 협동조합에 가입해 있다. 생협 한 곳과 의료생협 한 곳. 두 협동조합 모두 조합원의 역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나는 현재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재발견'에 주력해야 한다고 본다.

저자가 서론과 본론을 내가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게 풀어 나가다가 결론 부분에서 방향을 잘못 잡았다. 생협의 조합원과의 분리 상황을 문제제기 하다가 이애 대한 면밀한 분석과 연관관계, 대안 및 전략 없이 새로운 영역의 생협 과제를 찾으려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자는 20년 동안 국내 협동조합의 현장을 누빈 사람이라는 데 많이 아쉽다.

[ 2012년 12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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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거래 - 한미FTA의 베일을 벗긴다
강은희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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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강은희 저 < 위험한 거래 : 한미FTA의 베일을 벗긴다 >를 읽고 / 2012. 08., 책이있는마을

한미FTA를 다룬 책은 이미 몇 권 읽었다. 우석훈 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는 참여정부가 한미FTA 협상을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2006년 발간된 것이고,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저 <한미FTA는 우리의 미래가 아닙니다>는 한미 당국간에 한미FTA가 막 채결된 2007년, 최재찬 저 <한미FTA 청문회>는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로 촉발된 촛불시위 이후인 2009년에 발간된 것이고, 마지막으로 찬성하는 측의 주장을 검토하기 위해 참여정부의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직접 한미FTA 협상을 담당한 김현종 저 <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를 읽었다. 
작년(2011년) 11월 한미FTA 협정문이 국회에서 날치기로 동의되어 올해 4월에 발효되었고 이제 서서히 한미FTA 협정의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이 책은 한미FTA 협정이 발효된 이후 발간된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소개된 것을 보고 몇 개월 전부터 읽으려 했다.

지난 11월 22일, 국회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한미FTA 협정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는데 이를 기념이라도 하듯이 먹튀자본 론스타가 한국정부를 ISD로 제소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물론 론스타가 한미FTA 협정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한-벨기에 투자협정에 근거하여 제소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한미FTA가 한-벨기에 투자협정 보다 더 한국에 불리하며,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더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와 새누리당, 그리고 박근혜 후보는 일관되게 한미FTA를 이념공세로 치부하고 있지만, 도대체 국가간 포괄적인 협정문인 한미FTA에 대한 찬반을 어찌 이념공세라 할 수 있단 말인가. 오히려 스스로 보수를 자처하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결사항전의 자세로 막아야 하는 것이 한미FTA 협정이다. 기존 제도와 이익, 문화를 지키련는 이념이 보수인 것이고 그렇다면 한미FTA는 한국의 기존 제도와 이익, 문화를 미국식으로 바꾸려하는 것이기에 보수측에서 가스통이라도 들고 반대하는 것이 맞는 태도이다. 아니 이념 문재가 아니라 보수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한미FTA는 '사느냐 죽느냐'와 '애국이냐 매국이냐' 또는 '사대주의냐 자주독립이냐'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0년 한일합방이 생각날 정도다.(친일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역사적 과오라는 주장도 크게 제기되고 있으니...ㅠㅠ)

더욱 안타까운 것은 새누리당과 더불어 한국정치의 양대 세력인 민주통합당이 대통령 선거를 맞이해서도 한미FTA의 전면 재개정이나 폐기를 쟁점화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쟁점이 된다는 것은 전국민적으로 토론하고 합의하는 과정이고 당선된 대통령의 주요 공약은 곧 다수의 유권자로부터 동의를 받은 것이라 간주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 취임 후 힘있게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가 <사람이
 먼저다>라는 자신의 저서에서는 다루었던 한미FTA 문제를 공약집 내에는 반영하지 않고 토론이나 인터뷰에서 소극적으로 답변하는 것은 한미FTA 문제를 국익이나 유권자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유불리로 바라본다는 뜻이니 이 문제를 깨닫고 있는 중산층, 서민, 노동자, 농민, 영세상인의 입장에서는 통탄할 일이다. 참여정부 출신 후보라 하더라도 참여정부의 과오는 확실하게 인정하고 반성한 후에 올바른 정책으로 변경해야 하나 어물쩍 넘어가고 쟁점이 될까 두려워하는 모습은 큰 문제다.

저자는 한미FTA의 주요 규정에 대해서 현실적인 결과에 우려되는 논리적인 예측결과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한다. 한미FTA 협정이 국내의 여러 이해관계자 중에서 재벌 대기업과 기득권층에게 유리하다는 것과 그 구체적인 연관관계를 밝혀내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심해진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우대정책이 얼마나 심각한 독과점 현상과 중소상인, 골목상권 죽이기로 나타났는지 알려주고 있다.
한미FTA 협정 발효를 전후하여 정부와 대기업, 외국계 투자자들이 얼마나 치밀하게 한국의 각종 소비산업과 먹거리 산업(특히 미국산 소고기 수입 관련 사슬구조), 정부정책에 대한 통제와 공공기업과 서비스 기관의 민영화를 통한 공공요금 폭증의 위험, 사법 행정 문화 등에 대한 주권침해 가능성 등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야권과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재벌과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중소기업의 씨를 말리는 부당내부거래와 먹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한국경제의 공정거래를 파괴하는 암적인 존재다. 뿐만 아니라 실업과 비정규직 증가의 핵심이 바로 대기업의 중소기업 업종에 대한 침투와 궤멸로 귀결되고 있다. 재벌과 대기업이 저지른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알고 나면 등골이 오싹해지고 분노가 치밀게 된다.

"동네 슈퍼가 있던 자리엔 24시 편의점이 들어선 지 오래다. 편의점 대부분이 재벌가의 소유다. 보광 훼미리마트는 삼성 이건희와 사돈지간인 보광그룹의 소유로 국내 편의점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훼미리마트는 현재 운영중인 점포수만 모두 6,990개로 전체 편의점 20,650여개 중 33.4%에 해당한다. 2011년 한 해 동안 1,300개가 늘었다. 롯데그룹이 소유한 세븐일레븐은 2011년 말 5,500개로 26%를 차지하고 있는데, 2010년에는 바이더웨이까지 인수하면서 편의점 사업권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또한 GS25는 전경련 회장이 운영하는 GS그룹의 소유다. 전국의 편의점 대부분이 4대 재벌 소유인 셈이다. 편의점이 늘어날 때마다 주변의 동네 슈퍼는 2~3곳이 타격을 받고 문을 닫게 된다. 서울지역에서만 동네 슈퍼가 최근 2~3년 사이에 수천 개가 사라졌다.
전국에 수천 개의 편의점을 거느린 대기업은 이번엔 편의점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골라 직접 생산에 들어갔다. 편의점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대표적인 제품이 삼각 김밥이다. 중소기업의 아이디어 상품이다. GS그룹은 2007년에 자회사 후레쉬시보를 설립하고 삼각 김밥과 햄버거, 샌드위치 등을 직접 생산하여 자신의 계열사인 GS25에 공급하기 시작해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롯데 역시 편의점 사업 후속으로 2009년 식품 제조회사인 로세후레쉬델리카를 설립하여 삼각 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등을 계열사인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에 납품해왔다. 자신의 계열사에게만 납품하는 롯데후레쉬델리카의 매출은 세븐일레븐 전체 매출의 70%에 해당하는 414억원에 달했고, 롯데쇼핑에서 82억원, 바이더웨이에서 2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0년 한 해 동안 롯데 후레쉬델리카가 올린 584억원의 매출 중 무려 96%인 569억원이 모두 계열사간 거래에서 올린 실적이다.
김밤시장까지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1990년대 중반까지 삼각 김밥 등을 생산하던 1,500개에 달하던 중소기업형 김밥업체가 현재 700여개만 남은 상태다.(업체 사장과 직원, 그들의 가족들은 어찌 되었을지...ㅠ)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전체 빵집 11,752곳중에 동네 빵집이 8,153곳, 프랜차이즈점이 3,572곳이었다가 지난 2011년 말 동네 빵집은 5,184곳으로 줄어든 반면,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은 2011년 5,290곳으로 늘었다."(p.27~29)

"농림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곡물 자급율은 1970년대 80.5%에서 농산물시장 개방 직전인 1993년 43%였다가 2011년 26.7%로 줄었다. 이에 더해 한국인의 주식 자급율은 평균 10.6%로 쌀을 제외하고는 4.5%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제 곡물가격 동행에 곧바로 영향을 받아 최근 10년간 쌀, 옥수수, 밀, 콩 등 주요 곡물가격이 약 3.5~4.5배 가까이 폭등하는 유례없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역대 정부가 줄기차게 주장한 농산물시장의 개방 이유가 '농업 경쟁력 강화'와 '농산물 가격 안정'이었음을 감안하면, 농산물시장을 개방한 지 꼭 17년인 되는 2012년 한국은 곡물가 상승 현상이 더욱 또렷해지고 있다는 것이 역설적이다.
장경호 교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하여 가격이 폭락하면 수입업체와 중간싱인들이 시세차익을 독식하고 반대로 가격이 폭등하면 그 시세차익을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에 전가시키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미FTA로 인한 관세철폐도 마찬가지다. 수입된 상품의 관세철폐 효과는 대기업 수입회사와 중간유통기업의 초과이윤으로 책정될 뿐이지 소비자 시장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한번 올라가면 내려가지 않는 것이 수입 물가의 특징인 셈이다.
국내 식량은 75% 가까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그 중에서 60%가 미국의 초국적 자본이자 곡물 메이저 기업인 '카길'이라는 곡물수출입회사가 담당하고 있다. 카길은 미국 미네소타주에 본사를 둔 개인 소유의 다국적 기업이다. 카길은 주로 농산물 구입, 가공, 배포 등과 닭과 돼지, 소고기 등의 사료를 생산한다.
카길 등이 주도하는 미국 축산업계는 미국 농무부와 무역대표부에 로비를 하여 한국의 소고기 검역기준을 무력화시킨 주역으로도 알려져 있다.(?)
카길의 소고기 작업장 중 4곳애서 소고기 갈비뼈와 등뼈가 적발되었고, 이 중 2곳애서 광우병 위험물질(SRM)로 분류되는 등뼈가 적발되어 수출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결정적 원인제공자였다. 그런 카길이 30개월 이상 뼈와 내장을 한국의 소고기 수입조건으로 만드는 대 앞장섰다.
카길은 재료비를 최대한 저렴하게 하기 위해 전 세계 대부분의 음식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이들이 생산하는 유전자변형(GMO)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농산물을 수출하기 위한 장거리 운송이나 장기간 운송 중에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과도한 방부제를 사용하거나 화학적 처리를 하기 때문에 먹거리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전체 곡물 중 카길이 판매하는 농산물 비중은 무려 40~45%를 차지하여 카길은 2011년까지 국내 곡물과 사료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였고, 미국산 소고기 시장 점유율 2위로 한국 내 곡물과 육류 등 먹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유전자 조작 콩을 대량으로 싼 값에 들어와 창고에 보관한 후 콩기름을 짜고 그 찌꺼기로 사료를 만들어 판매한다.
국내 한우, 젖소, 양돈, 양계 농가에 사료를 판매하고 소고기를 한국에 수출함으로써 한국을 대상으로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는 곳이다.
최근에는 충청남도(도지사 안희정)와 MOU를 체결하고 충남 당진에 대형 곡물창고, 사료공자으 대두가공공장을 지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카길 등 외국계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 뻔하다.
한국정부는 한미FTA 협정에서 콩을 비롯한 유전자조작(GMO) 식품 수입도 수입개방 품목으로 양보해 버렸다.
학교 급식, 군인 급식, 공무원 식당 등 단체급식에 유럽연합에서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는 GMO 농산물과 사료로 키운 육류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교육청 등에서 학교 급식 요건에 GMO를 제외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런 규정들이 일선 학교에서 지켜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또한 한미FTA 협정을 통해 언젠가는 카길이나 국내 대기업들이 외국 투자자와 합세하여 단체급식의 GMO 제한에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이용하여 제동을 걸 수 있다.
한미FTA가 발효되자마자 미국의 몬산토와 삼성은 함께 새만금에서 GMO 합작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협의는 이미 한미FTA 협상 초기에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칠 전 국회에서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새만금특별법을 통과시켰죠...)" (p.38~44)

책을 읽으면서 참여정부의 한계와 문제점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이명박 정부가 각종 공공부분에 대한 민영화를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상 대부분의 민영화는 대부분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시작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의료 민영화는 2005년 참여정부의 '의료산업선진화방안'에서 시작했고, 상수도 민영화는 국민의정부인 2001년 수도법 개정으로 상수도 사업의 민간위탁, 즉 민영화 추진 개시하고고 2003년부터 수자원공사 중심으로 위탁을 시작했으며 2006년 수도사업구조개편로드맵과 물산업육성계획으로 물 시장 개방과 상품화 본격 진행한 것이다. 이 이외에 전력산업구조개편이니 외환은행이나 산업은행의 민영화, 쌍용자동차의 외국계 투자자에 대한 매각 등도 참여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제1장 '먹거리 위기는 어디로부터 오는가'와 제2장 '미국산 소고기 닥치고 먹어'까지는 각종 수치와 데이터를 제시하여 구체적으로 저자의 주장을 입증한 대신에, 제3,4장은 수치와 데이터, 인용 근거가 미약하다는 점이다. 책이 조금 두꺼워 지더라도 본문이니 각주나 미주에서 자신의 주장에 대한 통계 인용이나 정보 인용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으면 독자들이 더욱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 2012년 12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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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활협동조합운동의 기원과 전개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엮음 / 푸른나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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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ICOOP 협동조합연구소 편저 <한국 생활협동조합운동의 기원과 전개>를 읽고 / 2012. 03., 352쪽, 푸른나무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후, 대부분 유럽쪽의 협동조합에 대한 책들만 읽었다. 실제 출판사에서 발간한 협동조합 책들이 유럽의 책을 번역한 것이거나 유럽의 사례를 연구한 것들이 많다. 한국의 협동조합 역사가 짧은 탓이기도 하겠지만,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 종사하는 학자들이 자본주의나 사회주의, 생태경제 등에 대해서만 주로 연구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한국의 대학이나 연구소에 속한 박사들 중 유학한 이들이 90% 이상 미국에서만 공부했고, 주로 주류 경제학을 학문의 대상으로 삼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iCOOP 협동조합연구소가 생협 창립 10주년을 맞아 기획한 세미나 발표자료를 묶은 것이며 한국의 협동조합, 특히 생활협동조합의 역사적 기원과 전개과정을 다룬 드문 책이다.
조선 후기와 일제 강점기 사이의 협동조합 관련 사례와 자료가 부실하여 제대로 연구성과가 없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일제 강점기간 동안 독립운동이나 사회주의 운동 뿐 아니라 자조자립을 위한 협동조합 운동이 전개되었다는 점과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라는 무식한 독재정권 치하에서도 협동조합 운동이 꾸준히 전개되어 왔다는 점에서 신선한 느낌을 받는다.

2010년 현재 한국의 4대 생활협동조합(한살림, iCOOP, 두레, 여성민우회)은 전국에 312개 매장, 조합원 약 46만명, 매출액 5,300억원에 이를 정도로 크다. 대기업 매출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한국의 유통업, 특히 농산물 유통은 출렁이는 소비자 가격과 생산농가에 대한 저가 매입, 불안전한 안정성으로 악명이 높다. 하지만,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은 안정적인 가격과 안전한 먹거리의 공급, 농산물 가격 안정과 농가 소득 보장을 조합원들과 농민들에게 제공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생협은 시민들이 스스로 자발적으로 만든 협동조합이고, 농협을 비롯한 대부분의 다른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협동조합이 시작될 때에는 그 나라의 경제적 상황과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한국 역사 속에서 지금과 같은 생협이 생기게 된 것은 한국의 역사와 경제가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 자본주의가 가장 먼저 발달한 영국에서 1844년 소비조합이 만들어지고 이어서 프랑스에서는 생산자조합, 독일에서는 신용협동조합과 농업협동조합 등을 시작하는 것도 이를 반영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어떤 역사적 경험과 경제 현실이 지금과 같은 생협이 만들어지는데 영향을 미쳤을까? 이 질문에 대한 연구 결과가 이 책에 담겨 있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1920년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침략 당해 민족 경제가 무너지고 농촌이 해체되는 시기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소비조합을 만든다. 하지만 일제는 1930년대 전시체제로 들어가면서 탄압하고 해산시킨다. 해방과 전쟁의 혼란기를 겪은 이후 1960년대에 들어서서 도시에서 서민들이 사는 지역, 노동조합, 노동운동 그리고 농촌 등에서 낮은 임금 또는 적은 수입으로 품질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소비조합을 만든다. 이 시기의 소비조합은 군사 정권의 탄압, 경영의 부실 그리고 일부 지도부의 비리 등으로 다시 사라진다.

현재와 같은 국내산 친환경농산물을 중심으로 취급하는 소비자협동조합은 1980년대 중반을 넘어서 출현했다. 명칭도 소비조합 또는 소비자협동조합에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약칭 ‘생협’)으로 바꿨다. 이는 일본 생협의 영향이다. 일본이 1945년 2차세계대전 패전 후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생산과 소비 문제만이 아니라 생활 전반의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판단 속에서 생협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한국에 전해지면서 ‘친환경농산물 직거래’라는 의미로 잘못 전해 졌다. 1980년대 후반은 민주화 운동의 성공으로 군부 독재가 물러간 시기이자 개방으로 외국산 농산물이 밀려오던 시기다. 아울러 군사 정권에 의해 가려져 있던 공해, 환경오염, 농약 등의 문제가 봇물처럼 터져 나와서 환경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생협’이라는 말이 자리 잡고 아울러 ‘국내산 친환경농산물 직거래’로 바뀌게 된 것은 일본 생협의 영향과 1980년대 후반의 한국 사회의 정치 경제 현실의 반영이다.

 


1920년 5월 동아일보에는 '목포 소비조합'의 창립에 관한 기사가 실려 있다. 목포 소비조합은 정관까지 갖추었다. 저자들은 목포 소비조합을 한국 생협운동의 기원이라고 말한다. 최초의 자주적인 최초의 협동조합은 1919년 강계의 공익조합을 제시한다. 동아일보 1932년에는 '전조선협동조합조사' 결과가 나오는데, 조사결과는 전국에 97개 협동조합, 조합원 4만명, 조합자금 42만원, 소비조합 73개(함상훈 조사로는 290개)였다.
해방 후 처음 협동조합은 1958년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서 설립된 풀무학교의 선생과 학생들이 추진한 풀무신협과 풀무생협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소비조합 구판장도 개설했다.
YMCA는 일제시대부터 20세기 말까지 단절적인 과정 속에서도 협동조합운동의 맥을 이어오는데 크게 기여했다. YMCA는 1927년부터 국민고등학교 운동과 협동조합운동을 시작하였고, 계몽과 농촌개혁, 소농 지원에 중점을 두었다. 원산 YMCA 등 일부 지역에서는 본격적으로 생협을 추진하였는데, 1932년 기준으로 65개 조합에 자본금 11,237원이었다. YMCA의 협동조합 역시 1937년 일제에 의해 강제 해산 되었다. 그 후 1972년 광주 YMCA가 신용협동조합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재개하였는데, 주로 신협, 양곡조합, 축산협동반, 신용계, 농민회를 설립하였고 농협의 민주화와 농산물 수입개방 반대, 양담배 판매 금지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였다. 1997년 외환위기시 90% 가까이 해체되었다.

 


이 책에는 이러한 배경과 함께 그 동안 한국 생협 운동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부분도 다루었다. 지역 사회에서 협동조합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여성들의 움직임, 노동조합과 노동운동 그리고 도시빈민 운동에서 소비조합과 의료협동조합 운동을 어떻게 추진했었는지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홍성과 원주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협동조합 운동(생협 중심으로)과 협동교육연구원의 역할 그리고 정권의 탄압으로 사라진 양서협동조합운동 등도 언급하고 있다.
충남 홍성지역은 생협운동의 전통이 강하다. 남강 이승훈이 1907년 평안북도 정주군 갈산면 용동촌에 오산학교 설립하였고, 고당 조만식은 세 차례 오산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며 1920년 200명 규모의 조선물산장려회, 1933년 물산장려운동을 전개하였다. 밝맑 이찬갑은 오산학교 재학 중 자치조직인 용동 자면회 조직, 1928년과 1938년 일본 도쿄와 치바현, 시즈오카를 방문하여 소비조합 연구한 후 귀국하여 오산 소비조합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찬갑은 1948년 북한의 토지몰수와 종교박해를 피해 충남 홍성군 홍동면으로 월남하여 1958년 풀무고등공민학교 설립하고, 1959년 교사와 학생으로 협동조합 형태의 구매부를 설치했다가 1969년 정식 소비조합을 발족시켰다. 1972년 풀무신용협동조합을 설립하고, 1980년 풀무소비자 협동조힙으로 재발족한 후, 1999년 생협법 시행으로 풀무생횔협동조합으로 재창립하여 2006년 현재 조합원 957명, 출자금 3억5천만원, 자산 25억원 규모가 되었다.
노동조합에서도 개별적, 집단적으로 소비자 협동조합 운동을 진행했는데, 1959년 대성목재 노동조합이 소비조합 점포를 개설한 것이 최초라 할 수 있다. 1961년 상업은행 노조가 구내매점 개설(조합원 6,579명 출자금 1천만원), 1962년 제일은행과 국민은행 노조가 뒤를 이었고 1963년 금융기관소비조합연합회를 결성하였다. 한국노총은 1981~1987년 협동조합본부를 운영하였는데, 1987년 전두환의 하사금으로 혼수품샌터 개설하고 소비조합 사업을 소비자협동조합연합회로 전면 이관, 1989년 노동복지사업본부 구성하였다가 1989년 이후 소비자협동조합연합회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 이후 개별 소비자 조합은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에 의한 회유와 탄압, 자체 부패로 소멸되었다. 1981년 조사 결과, 한국노총 산하에는 전체 1,696개 단위 노조 2,539개 지부 중 2,055개 조사 대상, 837개 조합이 응답 41% 응답율, 380개 조합에서 구판장이나 매장 존재, 그 중 노조 소비조합 운영이 92개, 신협 또는 새마을금고가 145개, 회사 운영 76개, 개인 운영 67개로 조사되었다.

 

 


이 책은 도시산업선교회와 협동조합연구원에 대해 재평가했다. 1960년대 이후 영등포, 인천, 청주, 울산 산업선교회가 협동조합운동에 참여한 것이다. 특히 영등포 산업선교회는 1964년 조지송 목사 부임 후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1968년부터 노동자들 중심의 폐타이어 재생공장 설립, 주택협동조합 추진(9세대), '영등포산업개발신용협동조합' 설립하여 '다람쥐회'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왔다. 또한 1976년부터 공동구매조합 활동을 시작하여 2004년 창립한 '서로살림상활협동조합'으로 이어졌다.
협동조합연구원은 카톨릭 메리놀회 소속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가 1952년 부산 메리놀 병원에서 구호사업 실시하면서 시작되었는 바, 1957년 캐나다 프란시스 세비어 대학 부설 코디 국제대학원에서 연수받은 후 귀국하여 1960년 5월에 27명으로 성가신용협동조합 설립했다. 1962년 협동조합교도봉사회 구성하여 강습회를 실시하다가 1963년 서울로 이전하며 협동조합연구원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운영하였다. 1964년 동교동에 건물 신축하고 전국신협 대표 51명이 모여 한국신용협동조합연합회를 설립하였다. 1965년부터 협동조합 일반에 대한 교육과 조사도 병행하여 1972년부터 3년간 거제도 실험을 실시하기도 했고, 1977년까지 교육과정 수료자가 40,091명에 달하였다. 1981년 신협중앙회 연수원이 준공되면서 교육 수요가 격감하여 1996년 폐쇄되었다.

 


연구소는 현재와 같은 생협이 출현한 배경으로 1980년내 정치적 변화(87년 6월 항쟁 이후 다양한 이해관계 분출과 조직 구성)와 경제적 변화(물가상승, 노동자 대투쟁 후 실질임금 상승), 그리고 농가경제의 변화(저곡가 등 농업의 정책적 위축, 수입개방, 먹거리 안정성)를 지적한다. 이에 따라 80년대에 다양한 경로의 생협이 출현하는데, 한살림 생협은 신협의 농산물 직거래 활동에서 기원하였고, 한살림생협과 두레생협은 농민운동과 협동조합 운동에서 기원하였으며, 여성민우회 생협은 시민단체 활동에서 기원, 아이쿱생협은 민중운동 진영이 지역운동으로 전환한 경우이다.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의 두레와 계, 향약, 향도, 접과 도 등에 대한 연구결과도 궁금하다. 갑오동학혁명의 전개과정을 얼핏 돌이켜 보면, 그 때 당시의 기술 발전 수준으로 그렇게 많은 인원이 신속하게 결집하고 움직이면서 일본군이나 관군과 전쟁을 수행할 수 있었던 조직적인 비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2012년 12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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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철수 지음 / 김영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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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안철수 저 <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을 읽고/ 2004. 12., 260쪽, 김영사


지난 금요일(23일) 안철수씨가 18대 대통령 예비후보 자리를 사퇴했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원래 어제 쓰려다가 하루 더 미루어 오늘 쓴다. 원래 <문재인의 운명>과 더불어 유력 야권 후보인 문재인과 안철수를 비교하기 위해서 함께 읽었던 것이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양자 단일화 방법에 대한 협상이 파행을 거듭하면서 나는 순진하게도 단일화가 길어지면서 문재인 후보가 막판에 극적으로 협상안에 양보하거나 당분간 대선의 주요 후보가 3파전으로 전개되면서 나중에 문재인 후보가 사퇴하는 쪽에 무게를 두었다. 그동안 문재인 후보가 정권교체를 가장 중요시한다고 말해왔고, 안철수 후보측이 준비된 조직역량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도 문 후보측이 행정부 권력의 상당부분의 점유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일화가 실패했을 때, 안철수 후보측보다 문재인 후보측이 잃을 게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내 예상은 빗나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을 한 번 더 들여다 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왜 예상을 잘못한 것인지 생각하기 위해서...


솔직히 말하면, 하루 더 이 책을 읽어보고 생각해 보아도 안철수 후보의 전격적인 사퇴 이유를 알아낼 수는 없었다. 일주일 간의 협상과정이 단일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다는 본인의 말을 실천에 옮긴 것이라고 볼 수도 있고, 문재인 후보측에 실망하여 함께 대통령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고, 누구 말처럼 '단일화 경선에서 질 것 같으니 미리 포기'한 것일 수도 있다. 이 책의 내용으로만 비교해보면, 자신의 늘 강조해오던 바를 결행했다고 볼 수도 있다.
책 몇 권과 언론에 나타나는 정보를 통해 내가 안철수씨를 제대로 알아낼 능력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인하여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두 사람이 단일화할 때보다 더 어려워졌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행히 그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면서 사퇴했기 때문에 작은 가능성은 남아 있을 것이다. 현재 상황으로는 대통령 선거일까지 남은 기간 동안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 변동이 남은 기간 안철수 후보의 역할이 크게 필요해지거나 진보당 이정희 후보에게 역할이 부여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정도 밖에 생각할 것이 없다.


안철수씨는 1995년 의사에서 경영인으로 변신했다. 그는 술수와 작전이 난무하는 비지니스 세계에서 살아남았다. 스스로 '원칙과 기본'으로 승부한 결과라고 자평한다. 물론 적지 않은 이들이 그의 말에 공감했다. 그는 한국사회 또는 한국 기업계의 경영인들이 간과하고 있던 '비지니스에서의 성공'의 참된 가치와 방법론을 사람들에게 일깨워주었다. 그는 삶도 비즈니스도 결국은 긴 호흡과 영혼으로 승부하는 것임을 자신의 진정성과 지혜로운 해법들로 보여줌으로써 우리사회가 신뢰하는 리더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이 책은 2004년 그와 그의 조직이 성정정체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성장의 가닥을 잡아나갔던 소중한 경험들과 한국사회에 대한 몇 가지 성찰을 담았다. 지금 한국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안철수 방식으로 말해준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대에 개인과 조직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자세와 마인드는 어떠해야 하는지, 전문가와 조직 구성원에게 필요한 자질과 커뮤니케이션의 방법, 업무방식은 어떠해야 하는지, 한국이 진정 ‘인터넷 강국’인지, 벤처위기의 해법은 어디에 있는지, 정보산업과 정보보호를 위한 인식의 전환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21세기 한국사회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준비, 그리고 젊은 세대들에게 보내는 글로 마무리한다. 어려울 때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가장 지혜로운 답은, 스스로 우리의 약점을 검허하게 반성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있다.
결과적으로 그의 이야기는 한국사회에 보편적으로 전달되지 못했다. 그의 문제제기와 대안제시는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동일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아마도 그런 현실이 그에게 정치인의 길로 나서게 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어보면, 그는 남부럽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신의 환경과 개인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사람이었다. 그래서 서울대 의대 출신 의학자, 벤처기업 CEO, 그리고 교수로 승승장구했다. 그래서 당연히 그의 사고의 틀과 시야의 중심에는 자신이 자라나고 성공하는 과정에 집중되어 있다. 조직과 기업, 관리와 간부, 경쟁과 글로벌 비지니스, 전문가와 리더, 의사결정과 대화 등등...
한국사회의 엘리트로서 그의 기업관, 조직관, 전문가관, 리더관, 의사결정방식, 문제해결방식은 보기 드물게 '진보적(?)'이다. 그의 생각은 천민자본주의라고 불리는 한국의 경제주체들에게서는 도저히 발견할 수 없는 기업관이다. 임직원을 회사 이윤을 위한 도구로, 노예로, 수단으로 삼지 않는 그의 생각이야말로 자본주의가 건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토대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의사결정방식과 문제해결방식은 한국의 기업계 뿐 아니라 정치계,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등 조직이 있는 모든 분야에서 귀담아 듣고 따라 배워야 하는 모범이라 할 수 있다. 그가 민주당을 향해 '정치쇄신'을 요구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아쉬웠던 점은, 역으로 엘리트로 살아왔기 때문에 그의 인식의 폭도 좁고 깊이도 얇다는 것이다. 조직의 관리자와 전문가, 리더의 관점에서 조직을 바라보고 비지니스와 사회를 바라보지만, 역으로 직원의 입장에서, 엘리트에 진입하지 못한 수 많은 마이너 대학 졸업자의 입장에서, 비지니스에서 실패한 이들의 입장에서, 노동자나 농민, 서민의 입장에서 조직과 사회, 경쟁과 리더를 바라보지 못한다. 누구나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하지만, 현재 사회구조 속에서 어떻게 해야 그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 한국사회도 그렇고,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도 그렇고, 역사적으로도 그렇지만, 어느 사회에서건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혼자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아니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안철수식의 '성공'이 세상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지향점이 되어버리면, 99% 사람들은 성공하지 못한, 실패한 인생이 되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이나 사회는 그런 것이 아니지 않은가?
관점을 다르게 말하자면, 그가 말하는 '성공' 만이 유일하거나 바람직한 인간의 삶의 목표도 목적도 아니다. 그런 것만이 행복은 아닌 것이다. 먹고 살만한 수입으로 자신의 주택과 일자리를 가지면서 오손도손 가족과 함께 사는 것도 '성공적인 삶'의 하나이고, 몇 백 평 논과 밭으로 자급자족하면서 자식들에게 매년 쌀과 채소를 보내주면서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 자신보다 부족한 사람들을 돕거나 보살피는 것을 인생의 목적이나 행복으로 삼는 사람도 있다.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별볼 일 없이 사는 사람이라도 함께 웃으면서 돕고 사는 삶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한국사회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그런 소박한 삶의 목적과 행복도 불가능할 뿐이다.


이번에 대통령 예비후보로 출마하면서 안철수씨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만났을 것이다. 준비기간도 짧고 선거라는 계기를 통해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그들과의 대화가 깊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앞으로도 계속 정치활동을 한다고 했으니 안철수식의 긴 호흡과 영혼으로 언론에서 말하지 않는 사회 밑바닥 사람들, 한국사회를 토대에서 끌어가고 있는 수 많은 노동자, 농민, 서민들과 만나고 그들과 공감하기를 바란다.


[ 2012년 11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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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운명 (반양장)
문재인 지음 / 가교(가교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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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문재인 저 < 문재인의 운명 >을 읽고 / 2011. 06., 400쪽, 가교출판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에 야권 단일후보를 내세우기 위한 문재인 후보 진영과 안철수 후보 진영의 협상과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SNS에서 열성 지지자들의 상대방에 대한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여 지나친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그런 모습이 대선의 승패에도 영향을 주겠지만, 전체적으로 한국 유권자들, 특히 선거에 과잉 몰입하는 열성 유권자들의 모습이 오히려 '정치 불신'을 초래할 것 같다는 우려도 있다.나는 연초부터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를 원했고 그를 최근까지 지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는 작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 때와 달리 두 사람의 경쟁마당에서 한 발 빼고 있다. 
그렇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당초 예상과 달리 안철수 후보의 정책과 공약, 선거운동 방식이 기대에 크게 못미치기 때문이다. 정치 개혁 방안도 허술하고, 경제 정책, 외교안보통상 정책, 복지 정책, 노동 정책 등도 <안철수의 생각>보다 크게 후퇴했다. 정책과 공약으로만 보면 문재인 후보가 상대적으로 더 99% 유권자에게는 우호적이다. 물론 그래도 이정희 후보에게는 도저히 따라올 수 없지만...
두 번째 이유는 야권 단일후보의 주체가 문재인과 안철수 두 사람 만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와 4.11 총선 때는 야권 정당 중에서 진보신당과 사회당 등 일부 진영을 제외한 야권 진영 대다수와 시민단체까지 함께했던 것과 크게 다르다. 물론 그렇게 된 데에는 일부 인정할 만한 이유는 있다. 통합진보당이 부정경선 시비로 지지율이 폭락했고, 시민단체의 상당수가 4.11 총선 전후에 정치에 휩쓸리면서 정치적 영향력이 대폭 줄어들었다. 정치권력을 다투는 선거의 특성상 권력을 독점하고 싶은 정치집단의 속성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 편으로는 원칙과 정책보다 '선거에서의 유불리'로 정치하는 모습에 여전한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두 사람의 개별 지지율 합계가 박근혜 후보를 앞서고 있고, 그만큼 4.11 총선 때의 지지율이 문과 안 두 후보에게 집중되었다.(4.11 총선 정당 지지율 새누리당 + 자유선진당 + 기독당 = 47.7%, 민주통합당 + 통합진보당 + 창조한국당 = 47.6% 합계 94.3%, 11월 7일 리서치뷰 후보별 지지율 박근혜 40.3% + 문재인 29.6% + 안철수 24.4% = 94.3%)
현재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누가 더 적합할 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안철수 후보는 장점과 단점이 너무 뚜렷하고, 문재인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박근혜 후보와 대선 승패만 놓고 보면 안철수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더 높은 가능성이 엿보이기는 하다. 아무튼 남은 대선 기간이라도 야권 전체의 정책 연대를 통한 반박근혜 단일화 전선이 진행되기를 바란다. 

문재인 후보의 대선 출마의 변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 먼저다>를 읽은 후, 출마 공약집 성격이라 그런지 문재인 개인에 대한 궁금증이 말끔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문재인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2년 만에 공식적으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면서 자신과 그 분과의 관계에 대해, 참여정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노 전 대통령과의 '만남'과 자신의 '인생' 역정, 노 전 대통령과의 '동행', 그리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운명'을 써내려 갔다. 책을 읽어보니 문재인씨가 개인적으로 어느 누구보다도 도덕적이고 선량한 정치인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과 쌓은 인연이 깊고 특별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운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충분해 보인다. 정치에 대해 전혀 무관심했던 문재인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운명' 때문에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셈이다.
그런데 역으로 '운명'이기 때문에 문재인씨도 한국의 유권자들도 안타깝다. 노 전 대통령은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사람을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에 임명함으로써 민정수석의 도움을 크게 받지 못한 셈이다. 그리고 그 '운명' 때문에 문재인씨는 결국 경험도 없고 자신도 없는 정치에 발을 담그고, 대통령 후보로 출마까지 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직책이 젊었을 때부터 결심을 하고 훈련과 경험을 쌓고 검증도 되면서 차분히 한 계단씩 성장해도 모자랄 판에...

문재인씨는 6월 항쟁시 부산에서의 민주화 시위에 대해 높은 자부심을 표현한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이 민주화 운동권이나 정치권에서 비주류로 대접받은 것이 '서울 중심주의'와 민주진보진영의 '학벌주의'와 '엘리트주의'라고 진단한다. 나는 이에 대해 십분 공감한다. 그의 이런 느낌이 앞으로 그가 정치를 계속 해 나갈 때, 정치개혁과 행정개혁, 지역자치, 그리고 학벌주의 타파와 엘리트주의 청산으로 실현되기를 바란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비슷한 것을 느꼈지만, 재임시에 전혀 손을 대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1997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출마 의지를 가졌다는 사실을 문재인씨를 통해 처음 알았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이 참여정부 시절의 '고집'과는 달리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포기했다는 놀라운 사실까지...
문재인씨가 부산 경남고등학교 출신이라는 점은 나에게 있어 감점 요인이었다. 문재인씨 정도의 세대에게 '명문고'라는 무의식적인 엘리트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도 울산시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국회의원, 서초구청장, 고위관료 등의 동기들이 모두 '잘 된 친구들'이라고 표현한다. 누구에게 '잘 된' 것일까? 개인들에게, 아니면 그들을 뽑아준 유권자에게? 후자에게는 결코 '잘 된 일'이 아닐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삼성 이학수가 고등학교 후배라는 이유 하나(?)로 그를 가까이 했고, 삼성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에게 비판적이지 않았다. 사법고시 동기들에 대한 태도도 비슷하다.

대북송금특검에 대한 문재인씨의 '불가피하다'는 입장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소통에 실패했다. 대북송금과 같은 민감하고도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비서실장이 한 번 전임 대통령을 찾아가 설명한다고 하여 서로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자체가 안일했다. 그것은 전임, 후임 대통령끼리의 의사소통이건, 양자의 참모진이나 비서진끼리의 의사소통이건 소통이 잘못된 것이고, 그렇다면 그 책임은 현직 대통령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평검사들과도 공개적으로 대화하면서 왜 전임 대통령과는 허물없이 대화하지 못했을까?"라고 생각하면 무척이나 아쉬운 대목이다. 즉,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때의 비서진과 여당 핵심 책임자들의 불협화음과 소통부재는 참여정부 내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소위 진보개혁세력과의 소통도 소홀했다. 그런 불협화음을 누가 어떻게 시작했더라도 그 문제를 풀어야 할 책임은 당연히 권력을 쥐고 있는 측에 있다고 생각한다. 즉,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 열린우리당 주축세력이 해결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참여정부 집권 기간 내내 불안정한 정치 지형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문재인씨의 표현대로 "개혁은 정권 혼자 이룰 수 없다." 개혁과 변화를 원하는 정권과 진보개혁 진영과 시민단체와 유권자가 함께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함께'하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소통과 공유와 양보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나를 따르라"나 "나를 도와줘"가 일방적인 관계에서는 연대도 협력도 한 때에 그친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할 책임은 권력과 권한이 큰 만큼 더 막중함을 알아야 한다. 문재인씨가 12월 19일 승리한다면 가장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검찰과의 대화, 검찰 개혁, 민주노총과의 관계, 한미FTA, 대연정 등에 대한 문재인씨의 입장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 출신 인사들의 공통적이다.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선의와 진심을 알아주지 않았다"라는 것이다. 사전에 입을 맞춘 것처럼 정동영 전의원 등 몇 명을 제외하고는 한결 같다. 
책 속에는 "정부가 정책에 확신을 갖고 있더라도, 반대의견이 있으면 귀 기울이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본인 스스로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이 부분에 무척이나 소홀했다. 집권 초기에 몇 번 추진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처음 한 두번 시도해 보다가 그냥 밀어붙이기로 일관했다.
2005년 대연정 제안은 문재인씨의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1) 타이밍 2) 형식과 절차 3) 정치공학적 내용 4) 실현가능성에 문제가 많았다. 노 전대통령이 대연정 카드를 꺼낼 때가 국정원의 도청테이프 공개로 인해 정치권과 삼성, 그리고 언론이라는 3각 부정부패에 대해 여론이 뜨겁게 달구어져 있을 때였다. 형식과 절차 측면에서도 일방적이었다. 역시 소통의 문제였다.
2003년 화물노조 파업만 하더라도 1차 파업후 2차 파업에 돌입한 이유는 정부가 1차 파업 때 '표준운임제 시범실시와 법제화, 다단계 하청구조 개선'을 약속했지만, 몇 개월 동안 미루면서 이행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을 자세하게 파악하지 않고, 끈질기게 대화하고 협상하지 않고 "몇 개월 만에 재파업"이라는 식으로 감정적으로 대응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을 옮겼다.

"문후보와 안후보 중에서 이제 한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나의 결론은 안후보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누구를 지지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나의 개업 변호사 초기 시절 구속 노동자 첫 사건이 화물연대파업이었다는 기억이 났다. 그 당시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생활고로 인하여 이미 10여명 이상이 자살한 상태였다. 이러한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없었던 특수고용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그들의 생존권은 방치되어 있다가 2002년 10월 화물연대 결성을 계기로 2003년 5월부터 각 지역에서 분노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하여 노무현 정부의 대응은 어떠했는가? 노정부는 화물연대가 왜 파업을 했는지에 대하여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직 사태를 즉시 해결해야 하고,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조중동의 선동에 휩쓸려 즉시 파업을 풀지 않으면 공권력을 투입하겠다고 협박하였다. 그리고 노동자들을 부산대로 밀어 넣은 다음 파업종료를 유도하였고, 파업종료 후에는 화물연대 간부들을 모두 구속하였다(부산지부 3명 구속). 이후 노정권의 노동탄압정책 기조는 이러한 방식으로 계속 유지되어, 2003년 6월에도 철도파업에 공권력을 투입하였고, 결국 임기 5년간 1천 37명의 노동자가 구속되었다(김영삼 정부 시절 구속노동자 632명). 이러한 반노동자 정책의 중심에 문후보가 있었다. 나는 문후보가 이에 대하여 사과하거나 반성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그를 지지할 수 없는 것이다."(변영철 변호사)

요즘 야권 단일화 상황과 상충되는 문재인씨의 의견이 나온다. 바로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이다. 이 책에서 문재인씨는 대통령제에 맞지 않는 제도이며, 정치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책임총리제'를 이야기한다. 야권 단일화를 해야 하니까, 상황이 변했으니까 이젠 괜찮은 걸까?
참여정부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기 위해 무척이나 애썼던 것에 비하여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국가보안법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 것도 실망이다.
"노동,시국 사건은 나만큼 많이 한 변호사가 없을 듯 싶다"(p.443)라는 자화자찬에도 불만이다. 그렇게 자신하면서도 왜 참여정부 내내 노동자들의 처지와 조건을 개선시키려는 데 관심을 두지 않았을까? 화물연대의 파업 등 각종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노동자보다 사용자 편을 들었을까? 노동자, 노동자 조직, 노동쟁의에 그렇게 인색하고 전략이 없었을까? 그런 자신감에 비해 이번 대통령 선거 공약에서도 노동공약은 참 초라하다.
 
[ 2012년 11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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