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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혁명 -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최선의 돈 프리라이더 2
선대인 지음 / 더팩트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오늘(4월 18일) 경향신문 1면 머리기사에 "0.03% 배 불린 법인세 감면'이란 제목으로 이명박 정부가 2010년에만 4~5조원의 법인세를 감면해 주었는데 그 혜택이 거의 대부분 대기업에 돌아갔다는 결과를 보도하였다. 정부의 재정적자가 이명박 정부들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고 국가채무에 대한 이자를 국민의 세금으로 매년 수 조원씩 지불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 백억에서 수 조원씩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재벌 대기업에게 세금감면의 혜택을 돌리는 것은 국민과 유권자의 피땀으로 재벌을 살찌우는 파렴치한 짓이라 할 수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이 책은 저자가 작년 말에 발간한 <프리라이더>와 더불어 한국 정부의 세금과 재정에 대해 분석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두 번째 책이다. <프리라이더>가 잘못된 세금과 재정정책을 주로 분석한 것이라면 이 책은 어떻게 세금정책과 재정정책을 펼쳐야만이 전체 국민의 복리를 증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프리라이더>에서 저자가 후속 출간 서적을 예고한 바 있어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지난 주 목요일 [평화나눔아카데미]에 저자가 강사로 나와 강연할 예정이었기에 서둘러 읽게 되었다. 저자는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으로 국내외 경제 전반과 부동산, 세금, 재정 등에 대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여러 곳에서 강연하고 있으며, 동시에 페이스북에서 [세금혁명당]이라는 온라인 모임을 구성하여 운영하기 시작했을 정도로 글과 말로써 먹고만 사는 '책상물림'이 아니라 자신의 이론과 비전을 현실사회에서 실천하는 행동가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미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각종 발간자료, 출간 서적, 언론 인터뷰 등에서 지금까지 정부의 세금징수 정책과 정부재정 집행정책이 국가 전체의 경제사정과 소득에 따라 공평하게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적나라하게 공개한 바 있으며, 이 책의 발간과 더불어 앞으로 한국정부의 세금과 재정정책이 나아갈 올바른 방향에 대해 일반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1부. [미래를 준비하는 최선의 돈]에서 저자는 브라질의 빈곤을 퇴치한 룰라 대통령의 마법이라 불리는 '보우사 파밀리아' 정책, 세계 경쟁력 1위인 핀란드에서 세금을 사용하는 정책, 브라질이나 핀란드와는 달리 한국의 일반 국민들이 세금혜택을 누릴 수 없는 이유,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가 '돈이 없어 의무급식'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실체, 관료와 재법이 주무르는 국민의 돈의 실제 모습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우리들의 선택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고 오세훈 시장의 이름뿐인 '디자인 서울'이 아니라 실제 문화정책을 잘 바꾸면 문화로 숨 쉬는 서울을 만들 수 있음을 이야기 한다.
 
저자가 일반 국민들이 취해야 할 선택이란 다름 아닌 '올바른 정치인'을 뽑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예전 드라마 <시티홀>을 예로 들면서 드라마의 주인공 '데이브'와 '신미래'와 같은 정치인을 가려내어 유권자들이 선택할 때만이 중앙정치와 지방정치의 흐름을 올바르게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 우리는 작년 지방선거에서 '무상(의무)급식'을 선택은 교육감을 뽑았고 그 결과 서울시와 경기도에서는 무상급식의 혜택을 받는 학생들이 대폭적으로 증가하여 학보모들이 점심 도시락을 싸는 수고와 스트레스와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면 된다.
 
2부.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교육 혁명]에서 저자는 현재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사교육 경쟁을 부추기는 승자 독식 교육, 즉 '다단계 돈 지르기' 교육으로 규정하면서 이명박 정부와 교육과학기술부, 사학재단과 대학, 일선 교육청, 입시학원들이 주도, 공모하여 사립학교를 활개치게 하고 입시 경쟁을 부추기고 있음을 말한다. 덕분에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초스피드로 올랐음을, 미국, 일본 대학과 비교해 볼 때 한국의 대학 등록금의 어떻게 허구적인지, 한국의 대학 등록금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이유에 대해 분석한 후 교육 혁명을 이루기 위해 '1석 3조'로 세금을 잘 쓰는 법을 제안한다.
 
그 방안이라 함은, 사립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축된 국공립 대학의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정부의 고등교육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리되 그 재원의 대부분을 지방 국공립대에 집중하는 것이다. 지방 국공립대의 등록금을 대폭 인하시켜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여 '등록금 안정화 장치'로 작동시키고 이름뿐이 아닌 실질적인 산학연 첨단산업 클러스터를 지원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정책의 시행을 전후하여 국공립대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사학재단의 비리를 척결하고 학사운영이 부실한 곳을 구조조정해야 하고 막연한 대학 졸업이 아닌 직업교육을 내실화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기관, 공기업부터 시작하여 대학 졸업장이 아닌 실력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하는 것 등을 제시한다.
 
3부. [재정 분식회계와 공공 부채 쓰나미]에서 저자는 이명박 정부들어 폭증하는 공공 부채로 인해 대한민국이 빚더미에 올라 '부채공화국'이 되었고 부동산을 부양하려다가 국가 채무가 급증한 일본의 사례를 들어 현재의 국가-은행의 채무위기 상황을 진단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있음을 고발한다. 분식회계 수법으로는 1. 공기업에 빚 떠넘기기, 2. 민자 사업으로 후손들에게 빚 떠넘기기, 3. 국가 재산 헐값에 팔아먹기를 예로 든다.
 
4부.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에서 저자는 희망조차 빼앗긴 20대 청년들의 사회경제적 조건, 향후 인구 감소가 불러올 삼중 충격 - 생산 경제 위축, 복지 지출 증가, 자산 시장 충격, 미국과 일본 사례로 본 고령화 충격과 복지지출 상황, 복지 논쟁과 무상의료 정책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예고된 재난'으로 불리우는 고령화 충격에 대해 저자는 아직 해법이 있음을 주장한다.
 
저자는 이러한 고령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실행해야 할 다섯 가지와 청년 세대가 해야 할 한 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그것은,
1. 하루라도 빨리, 전방위적으로 대처하라. 한 두개 부처가 아니라 관련부처를 모두 모아서, 향후 30~50년 정도의 시야를 확보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항간에 들리는 이야기처럼 "공무원과 공기업의 재택근무를 늘려서 출산을 장려"하는 방식의 웃기지도 않는 대응자세로는 오히려 반발을 일으킬 뿐이다.
2. 구조적인 틀을 바꾸라. 단순히 재정 지출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구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야 함을 주장한다. 한국의 저출산은 높은 주택 가격, 높은 보육비와 교육비, 양질의 일자리 부족, 직업 안정성 저하,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 취약한 사회복지 인프라, 남성 우월주의적 사회문화 등 복합적인 문제로 발생하기 때문에 해결방안 또한 종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3. 국민연금 개혁,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현재의 국내 연금 제도가 잘못 설계되어 급격한 고령화 과정에서 잠재 채무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음을 지적하면서 저소득 계층이나 취약 계층의 노후 생활은 조세 방식에 의해 국각가 필요한 최소한의 책임을 지되, 나머지 소득계층은 각자 자율적 선택에 따라 개인연금 제도를 활용하는 구조로 바꾸야 한다고 역설한다.
4. 재정 지출,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하라. 이는 저출산 고령화 같은 장기적 문제의 재정적 영향을 분석, 평가하여 이를 조세 및 재정 지출 계획에 반영해야 함을 의미한다. 당장 지금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젊은 세대와 미래 세대가 쓸 재원을 탕진해서는 안된다.
5.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청년 세대와 미래 세대에 투자하라. 교육에 대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투자도 대폭 늘려야 한다.
5+1. 젊은이들이여 정치적 목소리를 높여라. 새로운 개혁 과제들을 기성세대와 기존 정치권에 맡겨 둘 경우 개혁이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각종 산적한 문제의 최대 이해당사자이면서도 정치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현재의 젊은 청년 세대가 미래 세대를 대표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는 것...
"88만원 세대가 88% 투표하면 세상은 88% 개선된다" (조국 교수)
 
5부. [대한민국 가계부의 재구성]에서 저자는 지금까지 1960~80년대 기간 동안의 개발연대 때 구축된 시대착오적인 조세 구조와 재정 지출 구조를 개혁한다면 양쪽에서 50조원 씩, 100조 원의 추가 재정 여력을 중장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50/50 전략'이다.
 
이를 위한 세부적인 과제로 저자는 20개 항목을 제시한다.
 1. 망국적인 토건 개발 포퓰리즘을 끝내는 것, 2. 국토해양부를 해체하고 LH공사의 역할을 재조정하는 것, 3. 교통시설 특별회계 폐지, 4. 에너지 환경세 부활과 교통세 폐지, 5. 토건형 특별회계와 국민주택기금 개혁, 6. 실적 공사비 적산제도를 도입하여 예산 거품 빼기, 7. 턴기사업-대안사업-민자사업의 남발을 막고 경쟁입찰제 확대, 8. 반갑 공공 임대주택 사업 추진, 9. 건설산업 전반에 대하나 구조 개혁 실시, 10. 제2의 국세청인 소득조사청 신설, 11. 비과세 및 감면 혜택을 일괄 정리, 12. 예결위를 상임위로 전환하고 국회 예산정책처의 위상 높이기, 13.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 14. 청와대에 한국판 OMB(Office of Management and Buget : 예산관리처) 신설, 15. 정부부처 중복 사업 정리 및 정부 시스템 개혁, 16. 시대착오적인 공기업 개혁, 17. 공무원 월급 현실화, 18. 지자체에 과세권과 예산권 대폭 확대, 19. 미국 수준으로 예산 정보를 공개하고 주민 참여 유도, 20. 납세자 소송법 도입 등이다.
 
또한, '납세자의 행동수칙 10가지'도 제시했다.
1. 시민단체를 후원하라, 2. 토건족 정치인들에게 노(NO)라고 말하라, 3. 지자체 예산을 들여다보고 문제를 제기하라, 4. 필요하다면 모임을 조직하라, 5. 지자체장과 정치인들에게 항의 메일을 보내라, 6. 전시성 행사의 유치 또는 추진을 반대하라, 7. 인터넷에 관련 글과 정보를 올려라, 8. 최대한 현금 사용을 피하라, 9. 관행으로 포장된 탈세를 피하라, 10. <프리라이더 1,2>를 읽고 토론하라...^^
 
이 책을 읽고 나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유권자로서, 납세자로서 내가 해야 할 크고 작은 일이 무척 많게 되었다...^^  천진난만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아들과 딸들이 우리보다 좀 더 나은 환경과 조건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부모세대들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마땅한 것이리라. 평소 하지 않던 일들이니 습관을 들이려면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 책 속의 책 :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앨버트 레시먼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대통령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정광모 <또 파? 눈먼 돈, 대한민국 예산>
 
* 책 속의 문장
- 울산시 울주군은 '축구장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하다. 12개 읍·면 중 5곳에 국제 규격 축구장 8개가 지어져 있고 4곳에 추가로 4개가 건설된 예정이다. 전체 인구가 19만 8000여 명에 불과한 지역에 축구장이 이렇게 많은 곳은 전국에서 울주군이 유일무이하다.(p.45)

- F1 그랑프리 대회의 경우, 전라남도는 첫회 대회에서 70억원 가량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4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모자라는 돈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1,980억 원을 조달했는데, 당초 계약에 따라 모든 지분과 채무 1,000억 원 가량을 전라남도가 모두 떠맡아야 한다.(p.50~51)

- 창조적 계급의 부상으로 경제지리학 분야에서 크게 주목을 받는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 경영대학 교수는… 창조 경제의 진면목을 이해하지 못한 도시 개발 정책이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도시 발전을 저해한 사례로 미국 미츠버그를 들었다. 피츠버그는 1980년대 철강, 알류미늄, 전기 산업이 매우 발달한 도시였다. 하지만 1990년도 철강 산업의 쇠퇴와 함께 빠르게 몰락했다. 쇠퇴 원인 중의 하나가 '과도한 재개발'로 뽑혔다. 대규모 재개발을 실시해 "도로가 밀집된 교통 순환선으로 둘러싸인 밋밋한 쇼핑몰 유형의 단지로 대체"했고 결국 "그 지역의 창조적 공동체는 정체성이 모호한 소규모 집단 주거지로 쪼개지고 분열되었다."(p.80)

- 한국 초중고 학생들의 상대적으로 높은 학업 성취도는 사교육에 의존하는 문제 풀이 위주의 주입식 교육에 따른 것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이 아닌 소모적이고 아이들을 지치게 만드는 고비용 저효율 교육이라는 것이 문제다. 가장 확실한 증거는 한국의 대학 경쟁력이 선진국에 비래 크게 떨어진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한국 교육의 문제점은 교육비 지출과 관련한 OECD 국가별 GDP 대비 교육비 지출 비중을 살펴보면 한국은 공공(정부) 및 민간 교육비 합계가 GDP 대비 7.2%로 OECD 30개국 중 3위로 상대적으로 많은 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공공 교육비 지출은 4.3%로 OECD 평균 4.6%보다 낮으며, 민간의 교육비 지출은 2.9%로 OECD 평균의 두 배에 이르는 기형적 구조를 보이고 있다.(p.112)

-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2010년까지 90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1998년과 1999년 외환위기 사태 때보다 두 배가량 많은 규모다.(p.174)

- 국민연금 1,460조 원, 국민건강보험 252조 원으로 두 곳에서만 1,712조 원의 잠재 채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공공 부분의 확정 채무와 잠재 채무를 합하면 모두 2,900조 원에 이른다.(p.177)

- 2010년에는 2명의 청년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하면 되지만 지금은 청년들이 40~45세가 되는 2030년에는 2명의 청년이 3명의 노인을 책임져야 한다. …가계 경제력및 교육 서비스의 질 대비 세계 최고의 대학 등록금 때문에 청년들과 이들을 자녀로 둔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치솟는 등 청년층이 받는 사회경제적 고통과 부담이 매우 크다. (p.261)

- 경제 활동인구 감소와 1인당 생산성 증가 둔화로 인해 경제 성장률이 2015년 중반에는 2~3%대, 2020년에는 1~-1%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p.271)

- 연령대별 투표율은 19세 47.4%, 20대는 41.1%, 30대는 46.2%로 나타났다. 물론 결코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 40대 이상 투표율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같은 선거에서 40대 투표율은 55.0%, 50대는 64.1%, 60세 이상은 69.3%로 집계됐다. …조국 교수의 표현대로 "88만원 세대가 88%투표하면 세상은 88% 개선된다."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p.319)
 [ 2011년 4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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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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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쁜 사마리아인들>, <사다리 걷어차기>, <쾌도난마 한국경제>, <국가의 역할>, 그리고 <개혁의 덫>에 이어 장하준교수의 최근 저서를 읽게 되었다. 출판사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작년에 선물로 받고서 계속 읽고 싶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이제야 읽게 되었다. 공짜(?)라서 그랬나보다...^^
 
저자는 이제 한국 경제분야의 명필가 중 한 사람으로 우뚝 솟아오는 듯한 느낌이다. 이 책은 4개월째 경제분야 베스트셀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어 전체 도서 판매 순위에서도 여전히 손가락 안에 꼽혀있다. 사무실 근처 서점에서도 쇼윈도우 속의 10권의 추천 도서에서 빠져나갈 줄을 모른다.
 
저자는 작년부터 ’일부’에서 불황이 끝났다고 성급히 단언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지만 실제 경기가 회복될 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야기를 꺼낸다. 고삐 풀린 자유금융 거래에 대한 개혁은 시작하기는 커녕 주요국이 합의에 이르지도 못한 상태이고 2009년부터 각국이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경기침체를 막고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정책으로 인해 세계 금융계에 새로운 거품이 일어나고 있는 반면 실물경제에서는 돈줄이 막혀있다. 이 거품이 터지는 날에는 세계경제가 다시 불황으로 들어가는 ’더블딥’ 현상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에 연속해서 읽은 The Economists의 <2011 세계경제대전망>과 삼성경제연구소의 <SERI 전망 2011>, 그리고 김광수경제연구소의 <2011 Global Report>가 비교된다.)
 
’일부’에 해당하는 측은 미국 써머스 백악관 경제고문을 비롯한 주요국의 경제정책 담당자들과 The Economists 같은 언론들, 버냉키 FRB 의장과 같은 금융계 인사들, 위기를 조장하고 예측하지도 못한 멍청한 경제학자들을 말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이명박정권과 기획재정부 윤증현장관, 한국은행 김중수총재, 멍청한 조중동과 KBS/YTN, 국내 경제학자들일 것이고... ’재정 및 통화정책’이라 함은 한국의 경우 이명박정권이 집권 2년만에 350조에 이르는 국공채를 발행하여 부동산 폭락을 끌어안은 것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인플레이션이 눈 앞에 보이는데 금리를 인상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사방에서 목을 억누르는데 주가지수가 대책없이 솟는 이유는 미국과 유럽, 일본의 금리가 바닥을 치고 각국이 재정적자와 통화팽창을 일삼고 있기 때문에 ’돈’들이 갈때가 없어 한국에 모여들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품이 유지되는 큰 이유 중의 하나이고... 그렇다면 자산거품은 언젠가 꺼지기 마련인데 그 시기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고 다만 그 시기가 되면 전세계에서 경기침체로 아비규환이 일어날 것이다. 그 속에서 최대의 희생자는 중하층 서민들...
 
저자는 2008년 전세계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1980년대부터 세계를 지배해온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이고 그 범죄자들은 자유 시장주의자,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라고 선고한다. 이러한 사태를 30년간 이끌어온 그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에 대한 허상을 벗겨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이 책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후속격으로 <나쁜 사마리아인들> 이후 그에게 쏟아진 일반 독자의 경제 및 현안에 대한 궁금증을 모아 이에 답을 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내가 말하는 ’경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서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올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요구하는 데에는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고 조언하며 다른 사람의 잘못된 결정에 우리가 희생되지 않기 위한 경제학적 혜안을 선사한다.

저자는 우리가 무심코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곤 하는 경제 문제 23가지에 대해 역사적 사실과 주변 사례를 가지고 그 이면을 짚어 준다. 기업은 소유주 이익만 고려하면 되는 걸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면 나머지 사람들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올까? 미국에서 보듯이 경영자들의 보수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은 그만 한 생산성을 보이기 때문일까? 기업에게 유리한 정책은 국가 경제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까? 정부의 시장 개입과 복지 확대는 경제 발전을 저해할까? 교육을 많이 시키면 나라가 더 부유해질까? 탁월한 경제학자가 없으면 효과적인 경제 정책을 세울 수 없는 걸까? 등의 책 속에 담긴 다양한 질문들 속에는 지금의 잘못된 자본주의가 아닌 ’진짜 자본주의’에 대해 알려 주는 이야기가 숨어있다. 앞서 몇 권의 저자가 발간한 책을 읽어보았음에도 이 책은 다시 한 번 자유시장 이데올로기가 한국에서 벗겨내야 할 유령이자 악마임을 알려준다. 

장하준교수의 여러 저작을 읽을 때마다 몇 가지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 그 아쉬움 중 가장 큰 것은 장하준교수의 경제학에 속에는 국가경제는 다루어지지만 국가경제 내 경제주체에 대한 애정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재벌경제의 장점을 옹호하고 주주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는 것은 괜찮지만, 한국에서 재벌경제의 나쁜 측면을 지적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재벌경제가 한국사회에 필요할 수도 있는 시스템이라면 재벌경제의 단점과 폐해를 제도적으로 방지하고 개선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하준교수의 눈에는 한국에서의 재벌들이 수 십년 동안 뇌물과 로비로 정치계, 법조계, 언론계를 망치고 독점과 불공정거래로 한국 경제구조 전반을 망가뜨린 점이 보이지 않는걸까?
 
그리고 계속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궁금증이 있다. 그것은 과연 ’성장’만이 능사인가? 서구 이데올로기와 자본주의(자유시장이 아닌 착한 자본주의라 할지라도...) 그 자체에, 그 구조에 경제위기와 부익부인익빈, 공동체의 파괴, 자연파괴, 기아와 범죄증가, 인간성 파괴의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닌가?이다...   
  
 
--------------------- 류동민교수의 독후감 ----------------------------------------------------------
 

류동민 충남대 경제학 교수
 
경제학 관련 서적이 한국에서 (이 글을 쓰는 현재) 20만 부 넘게 팔렸다면, 이것은 하나의 신드롬을 넘어 도대체 그렇게 많은 독자들이 무엇을 읽고 싶어했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얘기다.

언젠가 제법 알려진 경제학자들이 모인 자리에 함께한 적이 있다. 흔히 최근의 주류 경제학이 신자유주의니 시장만능주의니 하는 비판은 많이 있어왔고 나 자신도 그 비판의 대열에 때로 끼곤 했지만, 그렇게 많은 시장중심적 사고를 가진 경제학자들의 실물( ! ) 틈에 앉은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공짜밥은 먹었으되 먹는 내내 그 비싼 밥값을 능가하고도 남는 불편함을 느껴야 했다. 그들에게 시장은 무슨 문제를 들이대더라도 ‘경쟁’과 ‘효율성’을 통해 가볍게 해결하는 만병통치약 같은 것이었다. 그날 들은 얘기 중 최악은 1천만원을 내고서라도 최고의 대우로 맹장수술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해주어야 한다면서 의료 민영화를 지지하는 논리였다. 그나마 덜 놀라웠던 것은 비인기 학과를 졸업해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이들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개인은 자라면서부터 무한 경쟁에 노출된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스펙’을 쌓아야 하고, 스펙 중 으뜸인 ‘좋은 대학’에 가려면 ‘좋은 고등학교’, 심지어 ‘좋은 중학교’에 가야 하며, ‘좋은 학원’이 있는 ‘좋은 동네’로 이사해야 한다. 이런 스펙쌓기의 모든 비용과 부담, 그리고 그 성공과 실패에 따른 대가는 온전히 개인 또는 그 확장된 형태인 가족의 몫이다.  


극단적 자유주의가 장하준 신드롬 불러
누구나 남들(의 아이)보다 자신(의 아이)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위치를 확보하고, 더 쉽고 편하게 잘살고 싶어하는 것은 뿌리칠 수 없는 욕망이다. 시장만능주의 경제학자들의 기본 입장은 이런 욕망에 기초한 경쟁이 자유롭게만 이루어진다면, 그 결과는 효율성과 경쟁력 향상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그 철학적 근거 중 하나는 인간이 ‘이기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인간이 경제학 교과서의 가정과는 달리, 때로는 이타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것, 최소한 이기적으로만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 등의 연구를 통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시장이 ‘공정한 사회’는 고사하고 ‘효율성’조차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는 ‘시장의 실패’가 발생하는 상황이 충분히 많다는 것 또한 경제학 원론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들이다. 이를테면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주류 경제학자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보이지 않는 손’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그런 것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촌철살인의 주장을 한 적도 있다.

그러나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던가? 한국에서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재벌계 연구소나 경제학자들은 ‘시장의 실패’도 시장에 맡겨두면 해결된다는 해괴한 논리까지 제시한다. 심지어 전경련 이름으로 간행된 미국 교과서의 편집·번역본에서는 ‘시장의 실패’ 단원만 빠트리는 실수(?)를 범한 예도 있다. 스펙쌓기가 결국 질 좋은 노동력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라면, 여기에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만큼 일정 부분 책임지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자본이다. 그러나 스펙쌓기는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그 책임과 의무를 철저하게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최근 10여 년 사이에 한국의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절망적 경쟁에 매달리도록 만든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경제학에서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여러 기준이 있겠으나, 성공과 실패의 책임을 전적으로 개인 탓으로 돌리느냐 아니면 사회적 구조에서 찾느냐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예컨대 미시경제학 교과서의 분배 이론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한계생산력설은- 시장이 완전경쟁적이라거나 생산함수가 1차동차(투입 규모에 대한 수익 불변)라는 등 경제학자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제약 조건하에서- 결국 ‘네 소득이 적은 이유는 네가 생산에 기여하는 바가 그만큼밖에 안 되기 때문’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셈이다. 이를테면 한 달에 1억원가량의 높은 수입을 로펌에서 받아 문제가 된 고위 공직자 후보가 사퇴의 변에서조차 우리 사회가 그 정도의 차이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을 기억해 보라!  그렇지만, 심지어 더 많은 일을 하면서도 급여나 고용의 안정성은 현저하게 떨어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이런 이론은 애초부터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 등장하는 부자 나라가 생산성이나 기업가 정신이 높아서 가난한 나라보다 잘살거나, 부자들이 생산에 더 많이 기여하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보다 잘사는 것은 아니라는 단순한 명제들은 이미 현실에서 수많은 실패를 겪었거나 겪을 가능성이 있는 독자들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그러므로 감히 예상해보건대, 그토록 많은 독자들이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도록 만든 것은, 현재와 같은 시장중심적 자본주의가 최선의 상태는 아니며 무엇인가 다른 삶의 방식이 있다는 메시지 때문일 것이다. 장하준은 학술 논문이나 대중적 발언에서 좌파 또는 우파, 진보 또는 보수라는 단순한 틀로 재단하기에 쉽지 않은 학자다. 그러나 <사다리 걷어차기>나 그 대중적 버전인 <나쁜 사마리아인들>에 비해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구성상 좀더 진보적 입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느낌이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마르크스의 명제들도 몇 차례에 걸쳐 활용되고 있으며, 마르크스 경제학자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주장들로 이 책을 다시 구성하는 것도 가능할 정도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시장은 그 출발에서부터 정치적 권력을 필요로 한다(Thing1. 자유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2. 모든 경제주체가 합리적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좇아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Thing5. 최악을 예상하면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3. 자본주의 경제에서 금융으로 대표되는 비생산적 부문은 경제 전체의 이윤 생산에는 기여하지 못하며, 오직 생산적 부문에서 생산된 이윤에 기생할 따름이다(Thing4.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Thing9. 우리는 탈산업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4. 어느 사회에서 숙련노동과 비숙련노동을 구분하는 것은 생산성 등 객관적 차이 못지않게 사회구조적 요인, 심지어 이데올로기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Thing14. 미국 경영자들은 보수를 너무 많이 받는다).
5. 이윤을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 정신 등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Thing15.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부자 나라 사람들보다 기업가 정신이 더 투철하다).  
6. 자본에 이익이 되는 것과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는 것은 다르다(Thing18. GM에 좋은 것이 항상 미국에도 좋은 것은 아니다).
7. 선진국과 후진국 간에는 무역 등을 통해 가치의 불평등한 이전이 발생한다(Thing3. 잘사는 나라에서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장하준이 마르크스를 인용하는 방식은 다소 편의적이라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그는 국가가 ‘부르주아계급의 집행위원회’라는 유명한 마르크스주의적 명제를 ‘개별 기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제가 산업 부문 전체의 집단적 이익, 나아가 나라 전체의 이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262쪽)고 해석한다. 마르크스의 의도는 국가가 중립적으로 공익을 지킨다는 겉모습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총자본으로서 사실은 지배계급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있었다. 물론 마르크스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국가의 계급성을 지적하는 명제가 ‘나라 전체의 이익’으로 연결되는 데에는 상당한 논리적 비약이 필요하다.

자신의 전공인 발전경제학의 이슈를 다루었던 장하준의 전작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선진국과 저개발국의 대립 구조를 기본틀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정책이 성장에 도움이 되느냐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에서 그것은 더 이상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 예를 들어 복지국가가 오히려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입만 열면 포퓰리즘이나 복지망국론을 들먹이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보수적 입장에 대한 일차적인 반박으로서는 의미를 지니지만, 자칫하면 복지가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입증책임을 떠안을 위험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복지가 성장에 도움이 안 된다면 복지를 포기해야 하는가?
 
성장 담론에 말려들 위험 내포
박정희 시대의 산업정책에 대한 장하준의 긍정적인 평가는 마치 최근 서구의 진보적 학자들이 중국에 대해 갖는 환상적 기대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물론 자유도 없이 굶어 죽는 것은 최악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인권이나 자유주의적 가치가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경제성장은 결코 바람직한 것일 수 없다. 더구나 민주주의의 진전 없이는 경제성장의 성과를 사회적으로 통제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가령 재벌의 경영권 승계를 인정해주고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자던 몇 년 전 장하준의 주장은 현실적으로 재벌의 내·외부적 전횡을 견제할 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는 무기력한 요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역사적 반례를 제시함으로써 신자유주의 논리의 허구성을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지만, 그렇다고 적극적 대안이론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의 출현은 금융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산업자본이나 노동-자본의 협력을 중시하던 이른바 케인스주의가 위기에 처한 결과였음에 주목한다면, 신자유주의로부터 모종의 케인스주의로의 귀환이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보장은 없다.

출퇴근 시간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 환승역(신도림역이라도 좋고 교대역이라도 좋다!)을 생각해보자. 개인의 입장에서 압사당하거나 다치지 않으려면 그저 인파 속에 파묻혀 전체가 진행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여나가는 수밖에 없다. 혼자서 또는 몇 명만 방향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사람이 하나의 올바른 방향으로 빨리 전진하는 것이 목표라면 어깨를 맞대고 좁은 간격으로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방향이 틀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장하준의 논의는 비유하자면, 환승역 구내의 수많은 사람들을 더 적절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주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떤 조건하에서 그것이 가능할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현실정치에서는 몇 년에 한 번씩 치르는 선거를 통해 구성되는 국가를 어떻게 민주적으로 통제할 것인가라는 문제이기도 하다. 상투적인 얘기지만 정권이든 재벌이든, 또는 그 무엇이든 간에 살아 있는 권력을 끊임없이 견제하기 위한 성숙한 시민사회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그런 시민사회를 형성하는 데 유용한 지침임이 틀림없지만, 지금은 한국 사회가 성장 담론을 벗어나 민주주의와 복지를 새롭게 사고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rieudm@cnu.ac.kr    

[ 2011년 2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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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라이더 -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 편 프리라이더 1
선대인 지음 / 더팩트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제세공과금의 징수와 정부 예산의 편성 및 집행에 대해 기본적인 것들을 알아야 한다. 모든 국민은 근로소득세와 4대보험 등 직접세를 납부함과 동시에 수익에 대한 세금보다 취득, 등록, 소비, 부가세등 간접세금를 더 많이 납부하기에 ’납세자’이자 정부와 세금의 주인이다. 지금부터 왜 대한민국 납세자가 잘 알아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한 책을 한 권 읽고 소개한다.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와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 이어 세 번째로 저자의 저서를 읽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저자와 그 연구소는 야말로 한국 내 경제연구소 소속 전문가 중에서 정권이나 재벌의 ’나팔수’가 아닌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이는 저자가 속해있는 [김광수경제연구소]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데이터를 조작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실을 토대로 특정 개인이나 정파, 집단이익을 떠나 국가적인 관점에서, 국민적 이익을 토대로 경제현황을 분석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정치계와 교육계, 언론 등에서 ’복지논쟁’이 한참이다. 복지를 이야기할 때 가끔 ’무임승차’라는 표현도 나온다. 복지 논쟁의 경우, 이 표현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황식 총리, 이명박정권의 청와대와 한나라당 내에서, 그리고 보수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무임승차’가 무엇일까? 이 책의 제목인 프리 라이더(Free Rider, 무임승차자)란 말 그대로 요금을 내지 않고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하지만 경제학이나 정치학에서는 이 같은 무임승차자의 뜻을 확대해 공공재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거나, 정당한 몫 이상의 공공재를 소비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세금이나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은 사람이 각종 국방과 교육, 건강보험 등 공공 서비스 혜택을 누리는 게 무임승차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 같은 무임승차 문제가 만연하게 되면 그 국가는 재원 부족 등으로 적절한 수준의 공공재를 제공할 수 없게 되고, 종국에는 붕괴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국가는 납세의 의무를 규정하고 징병제를 실시하거나 자원의 남용 또는 훼손을 방지하는 규제를 만들어 시행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무임승차자 문제는 정부의 역할을 정당화해주는 기본 논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 ’무임승차자’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취임 직후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를 언급한 것은 현실을 호도하는 것에 가깝다. 대한민국의 진짜 악성 무임승차자는 그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가장 악성인 무임승차자들은 따로 있다. 그들 대부분은 우리의 노부모님들이나 가난한 이웃들이 아니라 이 땅에서 가장 돈이 많고, 힘이 센 사람들이다.

 
이 책은 바로 그들의 숨겨진 정체와 행태, 그리고 그들 간 내밀한 이해관계의 연결고리를 고발한다. 또한 지금의 대한민국 정부가 얼마나 불공평하게 이 돈을 우리 호주머니에서 거둬 가는지, 국회는 왜 그것을 방치하는지, 그리고 그렇게 거둔 돈을 이들 악성 무임승차자들을 위해 얼마나 흥청망청 쓰는지, 그 과정에서 부패와 뇌물의 사슬구조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그 비밀을 누설한다. 





 
책 속에서 미국과 한국의 세금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비교하는 대목이 있다.
"1998년,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민주당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르윈스키 스캔들’로 한참 궁지에 몰려 있었지만, 결국 그 해 열린 중간선거에서 승리했다.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그 중 하나가 ‘아메리카와의 맹약’이라는 이름 아래 보수 정책 의제들을 이슈화해 당시 공화당의 스타로 떠올랐던 뉴트 깅그리치(Newt Gingrich) 하원의장의 탈세 사실 때문이었다. 그가 국세청으로부터 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자 미국하원윤리위원회는 그에 대한 징계 권고안을 결의했다. 국세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는 의원직을 사퇴해야 했고 사실상 정치권에서 추방됐다."


그렇다면 세금의 잣대로 본 한국의 정치권은 어떨까? 뇌물수수와 군형법상 반란 등의 혐의로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미납한 추징금 1,672억 원을 안 내면 곱게 안 낼 것이지, 추징시효 만료를 몇 달 앞두고 300만 원을 납부해 지켜보는 국민들을 우롱했다. 1원이라도 납부하면 3년씩 강제집행이 면제되는 것을 노린 것이다. 전씨는 29만 원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의 3남 1녀는 수백 억 원대의 자산가다. 손자, 손녀까지도 거액의 부동산 소유자다. 그런데 이렇게 추징금을 안 내고도 그는 우리가 낸 세금으로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너무나도 훌륭히 받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그의 자택 주변을 가보라. 경찰 1개 중대가 주변에 좍 깔려 경호를 서고 출입을 엄중히 단속한다. 그가 일찌감치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주변 주차 구역에 대놓은 차를 빼달라는 경찰의 재촉이 여간 성가시지 않다. 소위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의 의식과 도덕, 정의와 공동체감에 대한 뼈아픈 실례이자 관련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례다.

전직 대통령까지 갈 필요도 없다. 현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자신들의 자녀들과 자신 및 부인인 김윤옥 씨의 운전기사까지 위장취업시켜 경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탈세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서울 강남권에 여러 채의 빌딩 등을 포함해 모두 수백 억 원대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0∼2002년 동안 사실상 세금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강보험료를 월 1만 5000∼2만 3000원씩만 내기도 했다. 한 달 수입 100만~200만 원인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도 이 대통령보다는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낸다. 그 밖에 그는 지방세를 체납해 여섯 차례나 재산을 압류당했으며, 고용산재보험료를 미납해 강제추징당한 전력도 있다. 미국이라면 이 가운데 단 한 가지 사실만 드러나도 대통령은커녕 정치권에서 사실상 추방당할 텐데, 이런 사람이 대통령까지 되는 게 대한민국의 기막힌 현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대통령뿐이면 다행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인 신재민 전 문화관광부 차관은 장관 임명 인사청문회에서 10억 원대의 부동산을 3년 이내에 팔고도 등기날짜를 맞춰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가 드러나 낙마했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미국시민권자인 딸이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는데도 국내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도록 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전현직 정부의 장관들이나 정치인들이 부동산 투기 과정에서 벌어진 탈세나 건강보험료 등을 체납, 미납한 경우는 부지기수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엄정한 처벌을 비켜갔다. 당장 진수희 장관만 해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은가?


세계 최대의 부자로 손꼽히는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은 2006년 기부 약정식 행사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부부와 함께 참석한 가운에, 부시 행정부가 실시하려던 기업의 법인세와 상속세 감세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밝히며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세금 안 내려고 추잡한 짓 하지 말고 정당하게 돈 많이 벌어서 세금 많이 내세요. 그것이 ‘우리나라’ 미국을 사랑하는 것이고, 우리 기업인, 부자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2006년 6월 27일 한겨레 기사 참조)

하지만 세금의 잣대에 대한민국의 재계도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자유롭지 못하다. 예를 들어, 2008년 특검 과정에서 4조5000억 원에 이르는 차명재산 보유 사실이 드러난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단 한 푼의 상속세도 내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냈다면 최소 2조 원의 상속세를 내야 했지만,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돈이 넘쳐나서 주체도 못할 국내 최고 재벌이 뭐가 세금 안 내려고 얼마나 파렴치한 짓을 한 것인가. 그런가 하면 이 회장이 막대한 재산을 세금 한 푼 안 내고 이리 빼돌리고 저리 빼돌릴 동안 도대체 이 땅의 국세청과 금융감독원과 검찰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이건희 회장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인식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수조 원대의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낸 세금은 달랑 증여세 16억 원이 전부다.
 
2010년 가을 잇따라 불거져 나오는 각종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과 탈세 의혹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일은 비단 삼성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천 억 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사고 있는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은 선친이 남긴 재산 가운데 태광산업 차명주식 18%를 공식 재산 목록에서 누락했다가 800억원 가량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2009년 12월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차명재산을 관리하다 살인미수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 재무2팀장은 공판과정에서 “본인이 관리하던 차명재산이 수천 억원에 이른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 일이 있은 뒤 CJ그룹은 1,700억 원이 넘는 차명재산 관련 세금을 납부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일가도 임원들의 차명계좌 형태로 수백 억 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해온 것으로 이미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또 신한금융그룹 경영층의 내분사태 와중에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차명계좌로 50억원을 보유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2009년 이후 굵직굵직한 사건만 언급해도 이 정도다. 그렇다고 비자금 규모가 모두 드러난 것도 아니니 비자금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짐작하기 어렵다. 





 
저자의 분석과 해법에 따르면, 매년 300조원이 넘는 정부예산 중 상당수가 생산적인 분야와 복지분야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OECD 국가 중에서 한국정부가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가장 방치, 조장하고 있다.) 현재 지극히 비생산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무상급식이나 사회복지 확대, 실업문제, 출산율 저하문제 등에 충분한 예산을 배정하여 집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제 왜 우리가 세금과 예산, 집행에 대해 두 눈을 부라리고 감시하고 조사하고 항의하고 분노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가끔씩 언론 기사와 인터넷 등을 통해 알려진 세금을 둘러싼 복마전과 ’무임승차자’의 전체적인 그림과 이야기를 알게 된다. 19세기 중반 정의롭지 못한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며 세금납부를 거부하고 유치장에 갇힌(단 하루지만) 소로우처럼 우리도 주인으로서 당당하게 거부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세수구조에서 바꾸어야 할 문제와 집행에서 바꾸어야 할 문제는 산적하다.
1. 세금징수 구조 혁신
  - ’생산경제 세금 > 자산경제 세금’을 비슷하거나 자산경제 세금이 더 많도록 변경
  - 금융실명제 강화, 주식거래 차익 과세, 개인사업자 과세 현실화 등
  - 징수 체계 간소화 및 미납세금 처벌 강화
  - 제세공과금 미납자에 대한 기본권 제한 강화
2. 정부/지자체 예산 집행 혁신
  - 예산 수립 및 국책사업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역할 증대 제도화
  - 예산낭비에 대한 제도적, 사회적 처벌 강화
  - 건설경제에서 생산경제로의 대전환
  - 국책사업 집행에 대한 제도 변경 및 구조조정



 
복지논쟁에 관심이 있는 사람, 세금이나 정부예산에 관심있는 사람, 부도덕한 무임승차자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프리라이더> 후속으로 나올 두 번째 저서가 벌써 기다려진다.
 
* 책 속의 문장
- 중앙 정부는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은 4대강 사업에 수십조 원을 투입하고, 고양시는 지금도 가동률이 50%에 불과한 킨텍스 옆에 제2 전시장을 짓는다며 3,500억원을 씁니다. 이는 고양시 전체 사회 복지 예산의 1.5배에 이르는 돈입니다.(
P.17)

- 2008년 특검 과정에서 4조 5,000억 원에 이르는 차명 재산 보유 사실이 드러난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단 한 푼의 상속세도 내지도 않았다. 정상적으로 냈다면 최소 2조 원의 상속세를 내야 했다.(P.21)

- 뇌물 수수와 군형법상 반란 등의 혐의로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미납한 추징금 1,627억 원을 안내면 곱게 안 낼 것이지, 추징 시효 몇 달 앞두고 300만 원을 납부해 지켜보는 국민을 우롱했다. 1원이라도 납부하면 3년씩 강제집행이 면제되는 것을 노린 것이다. 전 씨는 29만 원 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의 3남 1녀는 수백 억 원대의 자산가다. 손자, 손녀까지도 거액의 부동산 소유자다.(P.22)
 
[ 2011년 3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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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1-04-09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대인 이라는 이름에 신뢰가 가요~

저도 읽어보고 싶은데 게을러서 ㅋ
 
경제학 3.0 - 김광수 소장이 풀어쓰는 새시대 경제학
김광수 지음 / 더난출판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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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2011 글로벌 리포트>와 <프리라이더>를 읽고 난 후 본격적으로 연구소의 간행물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두 권의 책을 모두 읽으면서 '가진 자의 경제학'이나 '권력의 경제학'이 아닌 '가지지 못한 자의 경제학'과 '변화의 경제학'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난 2000년 처음 연구소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소장을 엮임하고 있는 김광수소장이 지난 2009년에 발간한 것이다. 연구소 설립 이후 여기저기 언론에 실었던 글과 연구소의 경제시평 중에서 자신의 경제학을 독자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을 모아 편찬한 것이다. 특히,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속에는 IMF 이후의 한국경제에 대한 저자의 솔직한 평가와 노무현/이명박 정부의 경제철학과 정책에 대한 진솔한 비판이 담겨있다. 
 
2009년 현재 한국경제의 뿌리깊은 문제점은 무엇인가?
- 정부 관료/정치인의 무능과 무지/도덕적 해이,
- 고용의 불안정성(비정규직이 50% 전후), 
- 차상위 소득이하의 잠재적 빈곤층 증가일로(전체 1,590만 가구 중 30%),
- 첨단미래산업 투자 부진,
- 부동산 버블 붕괴 조짐,
- 임대주택 공급부족으로 전세/임차난,
- IMF 이후 빈부격차 확대,
- GDP 중 비생산적 건설업 비중 과다,
- 무리한 저금리/고환율 정책(수출대기업만 이익),
- 학력과잉 & 공급과잉의 대학
- 검찰/법원의 보수화, 재벌 기득권화
- 한탕주의, 투기주의 극성
- 정치 무관심
 
이승만 독재의 붕괴 이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까지 35년간 이어진 군사독재이자 개발독재 체제가 마감한 이후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와 염원을 안고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태어났다. 하지만, 국민들과 개혁세력을 기반으로 설립한 두 정부는 일부 정치외교부분에서 성과를 이루었지만, 세계경제의 시대의 흐름과 사회문화의 흐름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여 경제부분에서 근본적인 변화와 개혁을 이루어내지 못했고 실책을 거듭했다. 그 과정은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그 결과는 그대로 이승만 이래 한국정치사에서 가장 최악의 정권인 이명박 정부의 탄생을 가져오게 만들었다.
 
2012년에는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진행된다.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국회의원 후보로 나서기 위한 분주한 동작들이 보이고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기 위한 암중모색과 권력투쟁이 진행 중이다. 정당 안팎에서는 반이명박, 반한나라당의 선거연합을 바라는 각계각층의 희망을 담아내기 위해 모임과 협의체가 구성되고 있다. 2011년을 전후로 국내외에서 이명박정부의 밀실인사, 회전문인사, 군사정권식 정책과 통치, 언론통제, 일방정치, 소통 불능, 무능 외교, 부정부패의 결과가 동시다발로 터져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과 사람들의 우려처럼 레임덕이 조기에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울하고 안타깝다. 조기 레임덕이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반대 정치가들에게는 환영할만 한 일이겠지만, 국가적인 입장과 중산층/서민들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운 정책집행과 공무원들의 부정부패가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 2012년 총선과 대선 모두 한나라당이 패배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한 이명박정부였던 만큼 절대적으로 부패할 수 밖에 없어 민심을 잃었기 때문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를 경험해 본 결과 한나라당의 패배가 국민들의 승리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조직이나 세력이 정권을 교체하게 되면 또 다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불확실한 개혁이 진행되다가 중단될 것이고 새로운 정권측에서는 재벌과 보수언론, 부정부패한 검찰과 공무원에게 놀림빵만 당하다가 시간만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 못하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제대로 준비하는 과정이 없는 정권교체는 교체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그 시작은 지난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엄정하게 평가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두 번의 정권교체에서 진행된 정책의 공과를 구분하여 잘한 부분을 다시 되살리고 잘못한 부분을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동안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특히,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분석하고 어떤 방향으로 경제정책이 나가야 할지에 대해...  한국경제에 대해 수 많은 책들이 나와있는 가운데 어떻게 평가하고 어떻게 교훈을 찾아야 할지 깊게 심사숙고하는 데 있어 이 책과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여러 책들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저자의 결론은 장기적으로 현재의 정치경제 주도세력을 과감하게 교체해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은 일회적인 선거로 인한 정권교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철학과 정책을 지닌 세력과 조직을 구성하고 그들이 소통하고 대안을 세우고 정책을 수립하여 중산층/서민과 함께해야 함을 의미한다. 즉, 한나라당 뿐 아니라 기존 야당의 부정부패한 정치/경제인들 역시 물갈이를 해야 한다. 말 뿐이 아니라 진정한 행동으로 사리사욕을 버리고 국민을 위하는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 그 과정을 위해 모두가 해야 할 일은 '참여'하는 것이다.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낼 수 없다. 
 
[ 2011년 3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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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1-04-06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허술한 서재에 놀러와주셔서 고마워여 ^^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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