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힘 - 2012 시대정신은 '증오의 종언'이다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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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김대중 죽이기>를 출간하여 김대중 전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2002년 <노무현과 국민 사기극>을 출간하여 노무현 전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일조했던 강준만 교수가 올해 대선을 앞두고 이 책을 발간하여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따라서 올해 대통령 선거에 크게 민감한 나로서는 이 책을 사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강준만 교수의 시대상황 인식과 명석한 분석을 인정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강 교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분석하고자 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중요한 언론 매체와 책 등을 인용하여 분석하는 방식은 국내의 웬간한 학자들은 따라올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뉴스클리핑' 같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뉴스나 자료를 정리할 것이라고 예상은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라는 건 해본 사람은 안다.
더군다나 1년 넘는 정보를 토대로 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뉴스와 해설, 사설, 칼럼 등을 모으고 골라내고 분석, 비판, 재구성하는 능력은 하루 아침에 닦여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강 교수는 이 책에서 안철수 지지 선언과 함께 본격적인 대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대통령 후보로서의 안철수 자질론, 진보와 보수 진영의 안철수 비판론, 정권 교체론과 박근혜 대세론 등 가장 뜨거운 화두들을 거침없는 문체로 비평한다.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을 이유로 ‘안철수 대통령은 없다’라고 단언한 일부 정치권과 언론의 주장에 대해 저자는 "지난 세월 한국 사회는 ‘대통령은 정치인이 해야 한다’는 원칙을 충실히 수행해온 셈인데, 과연 그 결과가 무엇이었느냐"고 되묻는다. 지난 한국정치사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엮임한 정치인들의 사례와 결과는 대다수가 부패하고 무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기 때문이다. "한국정치란 무엇인가? 그런 '연줄의 예술'이다. '안철수 비토론'의 주요 논거 중 하나는 그에겐 그런 능력이 없다는 것인데, 이를 뒤집에 말하면 안철수는 연줄 부패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뜻도 된다. 연줄 부패, 정말 지긋지긋하지 않은가? 안철수의 청교도적 기질이 꼭 좋은 건 아니지만, 이 지긋지긋한 연줄 부패를 끊기 위해 한시적으로나마 청교도적 기질을 지닌 지도자가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닐까?"
세계 10위권 규모의 민주 국가 운운하며 정당정치의 중요성을 제기한 주장에 대해서도 지은이는 한국의 ‘포장마차 정당론’을 언급하며, 컴퓨터 게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심심하면 때려 부수고 다시 만드는 정당 정치를 펼치면서 세계 10위권 규모 민주 국가라는 기준으로 한국의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느냐고 반격한다. 야권의 박근혜 비판론에 대해선 비판의 주된 화두가 고작 ‘독재자의 딸이냐’며, 이는 콘텐츠의 빈곤을 드러낼 뿐이라고 강조한다.
 
2012년의 시대정신을 ‘증오의 종언’으로 규정한 강준만은 지난 5년 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이게 다 노무현 때문’과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라는 정서에 이의를 제기한다. 증오가 정치의 주요 동력과 콘텐츠가 되고 시종일관 진영 논리의 포로가 돼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증오 시대에는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이념과 진영 논리에서 자유로운 안철수야말로 증오 시대를 끝낼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게 강준만 교수의 결론이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안철수식 문제의식의 예를 들면서, 저자는 진보 진영 내에서도 폭넓게 공유되고 있음에도 "진영 논리에 빠져서 보수언론에서 선점해서 다루니까 우리가 외면해버리거나 무방비로 안 다루고 놔뒀던 영역"이라고 보는 게 옳다."고 말한다. 안철수의 강점은 기존 진영 논리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활용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증오' 또는 '진영논리'는 진보세력 사이에서도 뿌리가 깊다. 중도적인 시각을 가진 정치세력이나 유권자들이 보기에는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 진보세력은 진보정당 사이에서, 진보정당 내부에서, 진보정당 바깥에서 상대방을 '제거해야 할 적' 만큼의 증오와 욕설을 내뱉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는 그런 문제를 여실하게 보여주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안철수 원장에 대한 지지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안철수는 증오 시대를 끝낼 수 있는 적임자다. 안철수는 “우리 정치권은 승자 독식이 반복되기 때문에 결국 증오의 악순환에 빠진다”며 “여나 야, 누가 이기든 국민의 절반이 절망한다”고 말한다. 또 그는 “상대방을 지지하는 국민 절반을 적으로 돌리고, 국민을 반으로 갈라놓는 낡은 프레임과 낡은 체제로는 아무런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그의 정치 관련 발언은 거의 모두 이런 문제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
둘째, 안철수는 ‘공정 국가’ 실현을 위한 적임자다. 공정 국가는 시장을 적대시하지 않으면서 공정한 시장을 지향하는 국가다. 시장 논리를 배격하는 기존 진보적 틀은 평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아름답긴 하지만, 5천만 한국인을 먹여 살릴 수 없다. 안철수는 시장주의자이면서도 오래전부터 지겨울 정도로 경제 민주화의 가치라 할 정의, 공정, 공생을 강조해왔다. 말로는 누군 그런 말 못하느냐고 일축하기엔 그의 지나온 삶이 그 정신의 실천에 지독할 정도로 충실했다.
셋째, 안철수는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다. 스마트폰 혁명과 SNS혁명이 잘 말해주듯이 인류는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혁명적 변화를 맞고 있다. 이 변화를 어떻게 이끄느냐에 따라 한국의 선진국 진입 여부가 결정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안철수는 디지털 선구자일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이 일을 하면 우리가 좀 더 잘되겠지”라는 판단 기준 대신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머지않은 장래에 생존을 위협받을 것이다”라는 기준을 적용하고 실천해온 사람이다. 그는 안철수가 전 분야에 걸친 패러다임 전환을 잘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정책적으로나 정치적인 태도에서 민주통합당이 부정적이다. 특히 지난 4.11 총선을 전후하여 민주통합당이 '사실상 승리'라며 보여준 모습은 실망을 넘어 절망에 가까웠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40%를 넘는 지지는 역으로 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에 대한 불신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사실이 이와 같은데도 노무현의 FTA는 '착한 FTA'이고, 이명박의 FTA는 '나쁜 FTA'란 말인가? 이 사안을 둘러싼 논란은 이후로도 수개월 동안 지속됐는데, 나는 이 주제로 열린 TV토론을 몇 차례 시청하면서 새삼 '당파성은 무엇인가?'로 시작해 '인간은 무엇인가?'로까지 나아간 의문에 빠져들곤 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4.11 총선에서 야권의 참패를 초래한 결정적인 원인은 아니었을까?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라는 구호도 그런 불신에 일조한 것은 아닐까?(중략)
민주당은 4.11 총선을 오직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라는 전략으로 임한 셈인게, 그 결과는 비참했다. 이젠 생각이 달라졌을까? 아니다. 변한 건 없다. 환상은 그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는게 아니다."
 
나꼼수 모델과 팬덤정치에 대한 강 교수의 비판도 수긍할 만 하다. "나꼼수 모델로 정권 교체가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 모델은 우리 편엔 너그럽고 상대편에겐 엄격한 '응징 모델'인데, 우리 편을 제외한 다수 유권자들은 그런 게임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정치인이다 역사가인 액턴(Lord Acton)은 "권력은 부패하며,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라고 했다. 진영 논리도 마찬가지다. 진영 논리는 부패하며, 절대 진영 논리는 절대 부패한다. 물론 진영 논리는 초기엔 큰일을 해낼 수 있다. 뿔뿔이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규합해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나꼼수가 바로 그 일을 해낸 산증인이 아닌가? 그러나 이제는 진영 논리의 부패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균형 감각을 갖추어야 할 때다. 그래야 다수 무당파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게 가능하다. 우리 편의 마스터베이션만으로 정권 교체를 이룰 순 없다. 그건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는 세상의 이치다."
정치인에 대한 팬덤정치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커질 때 유권자들은 진영논리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향수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친노 정치인들(문재인,이해찬,문성근,유시민등)은 불행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스스로 자초한 것이니...
 
안철수는 ‘진보의 구세주’인가, ‘정의의 신기루’인가? 안철수는 ‘진보의 구세주’도 아니고 ‘정의의 신기루’도 아니라는 사실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저자는 안철수 현상이 역사의 산물이라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좀 더 미시적이고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난 민주정권, 특히 노무현 정권이 만든 산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안철수 현상의 뿌리는 무엇인가? 저자는 그 뿌리가 그동안 한국 정치가 보여준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와 편 가르기, 진영 논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결과 이 시대는 타협을 모르는 ‘증오 시대’로 돌변했다는 것이다. "죽은 자식 불알 만지듯 개판이 된 현실을 성토하거나 그렇게 개판을 만든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건 옳을지는 몰라도 현명한 일은 아닐 터. 이제 우리는 미래지향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우연인지 아닌지 마침 그 중심에 안철수가 있다."
정치 양극화와 편 가르기에 대한 역사적 원인과 책임의 상당 부분은 보수정당으로 돌릴 수 있다. 하지만 민주진보 진영 역시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집권 시기에 걸쳐 지난 15년 동안 그것을 이용해 왔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 기간 동안 민주통합당은 '수권능력'과 '대안의 정책'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신뢰받기 보다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의 부정과 부실에 대한 반사이익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과 지지율을 버텨왔기 때문이다.
 
나는 안철수 현상이 민주통합당과 진보정당에 실망한 다수의 유권자들이 보내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와 같이 2012년 대통령 선거는 안철수 원장으로 야권단일화를 이루어 정권교체를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야권의 연립정부를 구성하여 대화와 타협, 진보적인 정책, 공명정대한 인사와 정부운영을 성공적으로 해내기 바란다. 또한 그 동안 야권은 뼈를 깍는 내부 혁신과 물갈이를 통해 진정한 정책정당, 대중정당, 진성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5년은 무지 짧다.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개혁이 마무리되려면 앞으로 20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 2012년 8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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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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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 어느날 칠순의 노모께서 <안철수의 생각>을 구해달라고 말하셨습니다. 지금껏 한 번도 정치적 발언이나 정치인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지 않으셨던 분입니다. 그래서 묻지 않고 한 권 사다 드렸습니다. 며칠 전, 함께 식사한 후에 책을 읽은 소감을 여쭈어 보았더니 어머님 왈 "안철수씨가 책 내용대로만 하면 우리나라가 정말 좋아지겠구나"하십니다...^^
 
사실 저도 안철수 원장을 잘 모릅니다. 보통사람들이 알고 있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의사 노릇하다가 밤을 세워 컴퓨터 바이러스를 연구했고, 안철수연구소라는 기업을 창업하여 어려운 한국 경제조건에서 수 많은 도전을 물리치고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컴퓨터를 사용하는 개인들에게 무상으로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베포했다. 회사 경영을 어느 정도 안정화시킨 후 새로운 도전을 위해 유학을 갔다와서 연구개발과 후진 양성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재벌기업 등 국내 기득권자들에 대해 무척 비판적이며 일자리 창출과 창업에 대한 의욕이 크다. 청년학생들의 어려운 처지와 조건에 마음 아파하며 그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작년 이 맘 때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생각을 하다가 높은 여론조사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현 시장과 전격적으로 단일화했다. 선거 후 본인의 의사와 관계 없이 올해 대선 후보로 부각되었고 가장 높은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다."
 
저는 기존 정치권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어느 정도까지는 '어떻게 할 것이다' 또는 '어떻게 될 것이다'라는 예상도 합니다. 제 생각에, 박근혜씨와 새누리당은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습니다. 민주통합당과 그 당의 후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쉽게 변할 수 없듯이, 정당도 쉽게 변할 수 없습니다. 박근혜씨와 새누리당이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를 통해 '혁신'과 '재창당'을 외쳤지만, 지난 10개월 동안 박근혜씨와 새누리당은 이명박 대통령보다 더 심하게, 또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민주통합당 역시 민주당에서 민주통합당으로 세를 불리고 모바일 투표로 당 대표를 선출하면서 개혁과 혁신을 외쳤지만, 지난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에게 참패해습니다. 그리고 왜 패배했는지, 뭘 잘못했는지, 패배이기나 한 것인지도 잘 모릅니다. 오로지 '정권 교체'만을 온 세상의 '정의'와 '혁신'인 것처럼 외치고 있습니다. 진보정당은 특유의 '분열'로 자중지란에 빠졌습니다. 2012년 대통령 선거는 기존 정치구조에서는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박근혜씨나 새누리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민주통합당이나 진보정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최악'을 방어하는 것입니다. 민주통합당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보다 삼성 등 재벌 기득권을 덜 보호해줄 것이고, 시민들의 헌법 상 자유를 조금 더 확보해줄 것이고, 국가자산을 국내외 금융자본들에게 덜 매각할 것이고, 4대강 같은 수준의 미친 짓은 하지 않을 것이고, 출산율과 자살율은 조금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1997년부터 2007년까지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씨에게 패배했는지 알지 못하는 이상, 참여정부가 무엇을 잘못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이상, 민주통합당 후보에 의한 정권교체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렵습니다. 민주통합당 지도부와 대통령 후보, 대다수 국회의원과 정당원에게는 정치철학도, 정치도덕도, 일관된 신뢰도, 진정성도, 진심어린 정책도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새로운 희망과 대안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안철수 원장은 일찍 정치에 발을 내딛지 않았기에 알려진 게 많지 않습니다. 아니 언론이나 유권자들이 지금까지 관심을 갖지 않았기에 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합니다. 더군다나 안 원장은 최근까지 대통령 후보 출마에 대해 깊이 고민했고, 대선 출마를 고민하고 소통하는 방식이 기존 정치권 인사들과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언론과 유권자들이 헷갈려 합니다. 그래서 저도 잘 모릅니다. 물론 많이 궁금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안철수 원장은 <힐링캠프>에 출연하여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사람들과 의견을 주고 받으며 출마여부를 결정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데 있어 저는 일단 안 원장의 이야기 그대로를 적힌 그대로 믿기로 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여러 가지 경로로 접한 안 원장은 자신의 이야기를 뒤바꾼 적이 없었고, 거짓말을 했다고 드러난 적이 없으며 자신의 말을 지키려고 최대한 노력해온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읽었던 이 책의 내용과 안 원장의 향후 발언이 달라지거나 달라지면 그 때가서 비판하고 비난할 생각입니다.
 
책 속에서 안 원장은 자신의 대통령 후보 출마 여부가 스스로의 선택이나 결단이 아니라 야권의 상황과 유권자와의 소통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고 밝혔습니다.("제가 정치에 참여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제 욕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저 역시 지금까지 안 원장의 행보가 그런 맥락에서 이어져왔음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안 원장이 출마해야 하는 조건이 더 굳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잇단 실정과 부정부패에도 불구하고 민주통합당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시민들의 절실함을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고, 박근혜 후보와 대선 경선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를 비판하고 비도덕성을 비난하되, 미래를 향한 희망과 대안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안 원장이 2013년 이후 체제를 '구체제와 미래가치의 충돌'로 묘사하는데 동의합니다. 그것은 바로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외면하는 태도, 성장과 효율성만 앞세워 경제력 집중과 양극화를 방치, 청년들이 기회를 잃고 국민들이 불안에 떠는 현실을 도외시, 사회갈등을 해소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증폭시키는 정치시스템, 계층이동이 차단된 사회구조,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제시스템, 공정한 기회가 부여되지 않는 기득권 과보호 구조"를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대 정신을 정의함에 있어 안 원장에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현존하는 '구체제의 모습'을 포괄적으로 지적한 것에는 공감이 되지만, 안 원장 자신이 작년 인터뷰에서 말한 '역사인식'이 반영되지 않아 조금은 실망이다. 당장의 현실에서는 야당의 부족함으로 인하여 '갈등하는 정치시스템'이 부각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되돌아보면 그 근원에는 친일파-군사독재-민간독재-자본독재로 이어지는 부패하고 무능하고 탐욕스러운 반역사적 정치집단과 기득권층이 반공이데올로기와 성장이데올로기로 국민들을 억눌러 왔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내용이 시대 정신에 대한 규정과 해석에 필요했다고 봅니다.
안 원장이 정당후보가 아니라거나 안 원장의 '정치경험 부족'에 비판에 대해 저는 가소롭게 생각합니다. 한국정치의 특성은 정치경험이 많을 수록 더 부패하고, 더 연고주의적이고, 더 패권주의적이고, 더 재벌친화적이고, 더 관료주의적임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이번 대선에서 야권단일후보는 박원순 시장처럼 비정당 후보가 적합할 지도 모릅니다. 지금과 같은 정당 내 권력구조와 운영방식에서는 어느 누구도 기존의 무능하고 비효율적이고 소통 없는 운영방식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치 경험 부족'은 현재 서울시장 직을 수행하는 박원순 시장의 모습이 충분한 답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박원순 시장은 선거 후 민주통합당에 입당했지만, 박 시장이 민주통합당에 끌려다니거나 의존하거나 연고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 원장이 생각하는 '새로운 리더쉽'에 대해 저 역시 크게 공감합니다. 소통, 공감, 통합의 리더쉽... 인터넷과 SNS는 21세기가 소통, 공감, 통합과 더불어 개방, 공유, 참여의 시대임을 말해줍니다. 박원순 시장도 이미 강조했고 지금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런 리더쉽에 있어서는 새누리당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통합당 역시 아직 멀었고 통합진보당 역시 지금까지 당원들이나 유권자들에게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제가 안 원장을 지지하는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원장의 '새로운 시대'와 리더쉽에 개방, 공유, 참여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여러가지로 아쉽고 조금은 불안합니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경우 명칭은 '참여정부'고 소통과 통합, 개방과 공유를 외쳤지만 지독하게도 '그들만의 리그'였고 개방도 참여도 배제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이다. 현재의 정치적 조건에서 안 원장이 '청춘콘서트' 등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지만 5천만에 달하는 국민들과 소통하려면 틀과 방식에 변화를 시도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안 원장이 대안으로 생각하는 '미래 가치'는 그는 "복지, 정의, 평화"를 말합니다. 한 마디로 '평화 위에 세우는 공정한 복지국가'입니다. 그는 자살률과 출산율에서 대표적으로 보여지듯이 "우리 사회는 지금 주거, 보육, 건강, 노후 등 민생의 기본적인 영역에서 광범위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개인들이 각자 불안하다 보니 자기만 생각하는, 그리고 자기가 속한 집단만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습니다.", "이 문제를 개개인의 경쟁력이나 책임에만 맡기지 말고 국가가 기본적인 안전망을 제공해서 불안을 해소해줄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합니다.
특히 이번 대선 과정에서 사회적 복지에 대한 생산적인 논쟁이 불붙어야 합니다. '복지를 해야 전체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안 원장을 통해 사회문화적으로 자리잡는 것만으로도 이 책과 안 원장의 활동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기여를 할 것이다. 출마하던 하지 않던, 대통령으로 당선되던 그렇지 않던...
안 원장이 복지, 정의, 평화와 관련하여 몇 가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정책들은 대부분 현재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들도 제시하는 공약입니다. 책 속의 분야별 정책 내용 중에서 개인적으로 불만이고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부분은 외교부분, 교육과 표현의자유,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부분입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한국 정치인들과 행정관료들의 외교력은 참으로 창피한 수준입니다. 아니 한반도의 외교력 부족은 조선 왕조 탄생시점인 14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14세기 말부터 21세기 초까지 한반도의 외교는 '사대주의'와 '굴종주의'에서 벗어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문화적 유전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안 원장이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현실적으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안 원장이 그 이외에 외교철학이나 정책의 비전을 제시하지 않은 것이 안타깝고 조금 불안합니다. 적어도 '국내의 국민적 합의에 바탕을 둔 자주외교, 자국이익 중심 외교, 평등외교' 정도는 밝혀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원장이 말한대로, '교육 자체만 개혁하는 것으로' 크게 바꾸기 어렵고 사회적인 구조개혁이 동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무한경쟁 대입제도는 '학벌과 불평등의 대물림 구조'로 정착한지 오래되었고 더욱 강화되는 추세이기에 이 부분에 대한 개혁이 등한시되어서는 교사, 학부모들이 전인교육에 '공감'하고 '협력'하고 '풍토를 바꾸어서'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사회구조개혁은 시간이 오래 소요될 수 밖에 없고 그 사이에 학생들은 입시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많은 아이들이 고통받고 자살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있을지...? 일단 현실 속에서 학생들의 지옥으로 존재하는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을 그치게 하려면 전면적인 대학평준화를 시도하던지, 적어도 국공립대학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수능을 자격고사로 대체하여 '시험성적이 의해 1등에서 꼴찌까지 일렬로 세우는 방식'을 없애야 하지 않을까 고민해야 합니다. 교육 부분에 대해 안 원장은 앞으로도 많은 전문가와 시민단체, 개혁을 추진하는 이들과 많은 소통과 논의가 필요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책 속에서 '표현의자유' 부분은 교과서 수준의 답변에 그치고 있습니다. 언론이 권력화되어 무소불위의 칼을 휘두르고 여론을 조작하려고 하는 문제에 대한 진단과 의견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여론이 특정 정치, 이념 집단에 의해 또는 자본력에 의해 왜곡되는 현실은 분명 개선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약자 부분도 안 원장이 깊이 고민하지 않은 분야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애인은 교육 부분에서부터 건강, 일자리, 취업, 편견 등 광범위하게 차별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성폭력이나 아동학대, 장애인이나 노인 차별 등은 '옴부즈맨' 같은 제도를 두어서 강제수준을 높이는 등 제도적, 구조적, 행정적으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야권후보들의 주장들을 ?어보면 생각나는 것이 정책 내용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 의지'와 '실천 능력'일 것입니다. 노무현 전대통령도 대선 공약은 나름 괜찮았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운영에서부터 삐걱대기 시작하여 결국 '좌회전 깜박이 켜고 우회전'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는 안 원장의 경우 참여정부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안 원장이 기존 민주정부와 달라지기 위해서는 저를 비롯하여 많은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와 행정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여'는 굳이 안 원장이 아닌 어떤 대통령이 나타나더라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몇 가지 부분을 제외하고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일 문제가 되고 있는 분야에 대한 안 원장의 '생각'은 저로서는 합격점입니다. 그 생각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회적 의제로 삼아 광범위한 동의와 합의를 이루어내로 정책과 제도로 구체화할 것이며, 정부의 시책으로 실천할 것이냐는 이 책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가 제시한 '소통, 공감, 합의, 존중'이 정치와 행정의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될 지 몹시 궁금합니다.
제가 생각컨대, 안 원장의 '생각'은 한 마디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기업 중심의 성장제일주의,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을 방치항 채 밀어붙인 개발정책,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고 말살하려는 정치지형, 사회전체적으로 만연해진 승자독식과 무한경쟁을 극복하고 실패자와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할 때 중장기적으로 사회 전체가 균등하게 발전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10여년 동안 그러한 생각들을 우리사회 여러 곳에서 지적해 왔으나 정치권과 기득권층이 억눌러 왔고, 이제 바야흐로 안 원장을 통해서 폭발적으로 분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가 아무런 노력 없이 50% 가까운 지지율을 얻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착각하고 있고 그간의 과정을 모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 책 속의 문장 :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건전한 생각을 가진 것만으로는 곤란합니다. 결과를 잘 만들어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지난 10년 동안의 진보정권은 성과도 있었지만 아쉬움이 큰 게 사실입니다."
"제가 총선에서 적극적으로 야당을 편들지 못했던 이유는 후보 공천이 국민의 뜻을 헤아리기 보다 정당 내부 계파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또 사장에서의 경쟁에는 공정한 기회와 규칙이 보장돼어야 하고요."
"부자가 되어야 복지를 하는게 아니라 복지를 해야 부자가 됩니다."
"또 복지와 정의는 평화가 전제되지 않고는 달성할 수 없으니, 남북의 통일을 추구하면서 평화체제도 구축하는 과제도 절실합니다."

"지금 제 생각은 장애인이나 극빈층 등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취약계층 대상의 복지를 우선적으로 강화하고, 동시에 지금부터 보육, 교육, 건강, 주거 등 민생의 핵심 영역에서 중산층도 혜택을 볼 수 있는 보편적 시스템을 사회적 하?와 재정 여건에 맞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OECD 국가들보다 사회적 지출이 가장 낮고, 조세제도와 소득이전 제도들이 사회적 재분배와 빈곤 해결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작고, 이원적 노동시장인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소득격차가 큰 불평등을 낳고 있습니다."
"거시적 정책의 초점이 일자리 중심이어야 하고, 내수산업, 서비스산업,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에 맞추어져야 합니다." "노동시장의 수급개선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강화"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그리고 임금 피크제 도입"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의 제도화 필요" "최저 임금 인상 : 단계적으로 평균임금의 50%로" "법치주의는 약한 사람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노동자와 기업간의 관계에서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계부채는 금융만의 문제가 아니고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일자리 사정과 높은 주거비용, 사교육비 부담, 낮은 복지 수준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는 데도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2012년 8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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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를 팝니다 - 대한민국 보수 몰락 시나리오
김용민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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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 보수 정치세력의 특성을 설명한 책이다. 정치적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읽기 쉬운 에세이 같은 느낌을 준다. 
'나는 꼼수다' PD이자 시사평론가인 저자는,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청년 보수로서 사회활동을 시작했지만 보수의 부도덕한 실체를 경험한 후 이를 비판하고 맞서는 과정에서 해직의 아픔을 겪으며 진보성향의 평론가로 거듭났다. 보수와 진보 모두를 겪어본 저자는 우리나라 보수가 왜 득세해 왔는지, 하지만 왜 결국 몰락할 수밖에 없는지를 논리적이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냈다. 보수라는 대상을 분석하면서 향후 대한민국 정치 흐름을 예측한다.
김용민은 보수를 이기고, 보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수가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겉으로 봐서는 이해가 안 가는 보수의 모습 뒤에 어떤 속셈이 깔려있는지를 간파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계략에 속아 넘어가지 않고 오히려 카운터펀치를 먹일 수 있다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꼼수의 '시사 돼지'로만 알고 있던 김용민이 단순한 방송 프로그램 PD가 아니라 시사평론가로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가 학문적으로 이념과 정치를 분석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경험과 고민을 통해서 '보수정치'와 '보수정치인'에 대해 설명한 것은 제법 설득력이 있다.

저자는 보수를 모태 보수(선천적 보수), 기회주의 보수(후천적 보수), 무지몽매 보수(묻지마 보수) 등으로 구분하는 센스를 발휘하며, 그들이 가진 강점, 약점, 한계점, 미래 등을 친절하게 분석해낸다. 저자에 따르면 보수는 원칙이나 철학보다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 역량을 총동원해 왔으며, 그 집단의 핵심은 돈에 대한 열망과 비즈니스 마인드, 조급증과 오버액션 등으로 압축된다고 한다. 
사람들은 보수정치인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보수라 자칭하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도대체 왜 저러지?" 우리나라 최고의 학벌을 자랑하는 보수 정치인들이 초등학생 수준에도 못 미치는 무식한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듣기만 해도 섬뜩한 이름을 가진 이른바 보수 단체들은 마치 최면에 걸린 듯 '빨갱이 척결'이라는 주문을 외면서 마구잡이 폭력을 휘두른다. 그들은 왜 그렇게 말하고, 그들은 왜 그렇게 행동할까? 그리고 왜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이해 안 가는 사람들을 지지하고, 선거 때만 되면 마치 기계처럼 저들에게 표를 던져왔던 걸까?
저자 김용민도 역시도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다. 보수의 가치를 믿었고, 보수라는 것은 예로부터 내려오는 좋은 전통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보수가 이 나라를 바로 잡아 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다 저자는 개인적으로 쓰라린 경험을 몇 차례 겪고 나서야, 생각하고 믿었던 보수가 대한민국에서는 환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미련 없이 보수에서 떠났다고 한다. 그 당시에 겪었던 경험과 상처와 고민들이, 시사평론가로 활동하면서 "보수는 왜 그럴까?"와 같은 의문에 대해 나름대로의 분석과 해답을 내는 데 필요한 자양분이 되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미 5년 동안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헌법으로 보장된 자유와 권리가 심각하게 위축되는 현상을 목격했다. 그 동안 진보 진영의 목을 조르기 위해서 동원된 이런 모든 꼼수들이 이제는 거꾸로 보수의 목을 조르기 시작하고 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대통령 선거로 이어지는 2012년은 자기 덫에 자기가 걸려 버린 보수가 본격적으로 몰락의 길을 걷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저자의 전망과 달리 지난 4.11 총선은 '야권의 참패'였다. 지난 1990년 이후 최초로 총선에서 야권단일화까지 이루어 보수 기득권을 대변하는 새누리당과 대결했지만 유권자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김용민 자신의 존재는 야권의 패배에 일조했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왜 그랬을까?

저자와 '나꼼수' 멤버들은 4.11 총선 결과가 '사실상 승리'라고 주장했다. 나꼼수가 없었다면 그 정도의 의석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 생각으로는 나꼼수의 주장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것 같다. 
'나꼼수가 없었으면 그 정도 의석을 얻을 수 없었다'라는 말은 맞다. 야권의 형님 격인 민주통합당이 작년부터 올해까지 유권자들에게 아무런 희망을 주지 못했고, 4.11 총선에서 집권당의 능력과 자질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민주통합당은 4년 내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독재적 정국운영에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하지 못했지만, 나꼼수는 움추러든 유권자들과 지지자들을 '쫄지마 씨바' 한 마디로 집결시키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나꼼수의 지난 1년이 없었다면 4.11총선은 더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4.11 총선은 사실상 승리'라는 주장은 틀렸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참여정부의 과오와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하고 '착한 FTA와 나쁜 FTA'라는 식으로 자신들의 짐을 회피했으며 선거의 의제설정조차 주도하지 못했다. 총선 후보를 공천하는 과정에서 자질과 능력보다 계파와 연줄을 기준으로 삼았다. 제1야당이 총선 준비 과정에서 나꼼수에게 끌려다녔고, '김용민 막말' 파동이 나왔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저자 김용민은 나꼼수의 '시사 돼지'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자질과 능력을 보여주었지만, 정치인 '김용민 후보'로서는 미달이었다. 나꼼수는 정치에서 한 발 떨어져 제 자리에서 충실하게 자신들의 본분을 다했어야 했다. 팟캐스트 시사프로와 정치 개입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것까지는 괜찮았지만 완전히 정치로 넘어가는 순간 판이 바뀐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세상 사는 이치가 다 그렇듯이, 나꼼수 멤버들이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싸워나가기 위해 자존감과 자신감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들이 골방 속에 갇혀 자족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이들이라면 자신들의 활동에 대한 차분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거듭나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틀리지 않는다'라는 자만이 불러온 결과는 현직 대통령과 새누리당 대표로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벅차기 때문이다.

총선 이후 나꼼수의 열기는 확실하게 사그라들었다. 그것이 나는 더 안타깝다. 김용민이 당선되지 못한 것보다. 하지만 나꼼수는 쉬지 않을 것임을 안다. 적어도 12월 대선까지는. 나 역시 나꼼수의 활약과 노력을 지지할 것이다. 그들이 자신들의 본분에 충실하는 한.

'나는 꼼수다' 화이팅!!!

[ 2012년 8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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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정봉주 - 나는꼼수다 2라운드 쌩토크: 더 가벼운 정치로 공중부양
정봉주 지음 / 왕의서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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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 열풍을 등에 엎고 '폭풍 집필'을 통해 탄생한 책. 나꼼수팬들이 나꼼수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달래기 위해 주저 없이 사들이면서 한동안 서점가에서 판매량 1위를 달리던 책. 나 역시 올해 초 그 대열에 동참했다.

4.11 총선의 여파로 시들해진 나꼼수. 그들을 다시 기억하고 그들이 탄생한 의미와 활약을 스스로 상기시켜 보기 위하여 책을 읽었다. 나꼼수 방송에서 그냥 '깔때기'로만생각하던 정봉주 전의원. 군사독재 이후 가장 광기에 찬 이명박 정권의 행정부-입법부-사법부 체제에서도 두려움 없이 '국민의 알 권리'를 외치며 "쫄지 마, 씨바"를 시원하게 내뱉던 정치인. 자신이 몸 담고 있던 야당에서도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던 때 정치색 짙은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교도소에 수감된 양심수. 감옥에 갖히는 것보다 유권자로부터 잊혀지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정치인.
2011년 12월 26일 나꼼수 4인방이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붉은 목도리를 두른 정봉주 전의원이 수 백명의 환송 인파 앞에서 환하게 웃을 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 유권자들과 시민들의 '정치망각증'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민주통합당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에. 4월 총선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았기에. 결국 4월 총선에서 야권은 참패했고 그 결과 정봉주 전의원이 석방될 첫 번째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내 생각에...)는 그렇게 조용히 사라졌다.

 

나꼼수는 언론 매체라 할 수 있다. 다만 기존의 매체와 내용과 방식에서 다를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언론 매체, 즉 종이 신문이나 인터넷 신문, 지상파 TV와 케이블, IPTV에 이르기까지 정보와 주장을 접할 수 있는 언론 매체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난다. 하지만 한국 근현대사가 보여주는 특성인 기득권 체제의 유지와 이데올로기 편향성은 언론 매체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1960년대부터 20여 년간 이어져오던 군부집권 시절에는 모든 사회체제와 마찬가지로 언론 매체도 군대식이었고 군인의 입맛에 맞게 가공, 편집되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 정치군인들의 기득권이 해체된 후부터 언론 매체는 잠시 정치권력에 기생하더니 김대중 정부 때부터는 스스로 '권력'임을 자임하기 시작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보수우익 세력과 기득권 세력의 이익과 이데올로기의 '마지막 보루'를 자임하던 조중동은 이제 '보수의 리더'로 자리잡으로 한다. 소위 '공중파'라 하는 지상파 TV와 YTN은 정치권력에 좌우되는 제도적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실을 공정하게 시청자에게 전달하기는 커녕 오히려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소위 '진보 언론'이라고 하는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도 '공정 언론'과 '여론 형성'에 그다지 쓸모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조중동의 편파 방송에 맞대응하는 식의 역편파 방송에 주력하면서도 재벌과 기득권 체제에 편승하여 '진보 담론'을 자양분 삼아 기생하는 일종의 '진보 상업주의 언론'이 주류라고 생각된다. 그런 언론 환경이기 때문에 나꼼수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을 것이라 생각한다.(이 생각은 유창선 시사평론가의 <정치의 재발견>에서 영향을 받았다...^^)

 
 
나꼼수는 팟캐스트 방송이다. 팟캐스트는 기존 언론처럼 시청자, 구독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청취자,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여 보고 듣는 방송이다. 완전히 21세기 방식이고 소비자 주권 시대의 반영이다. 나꼼수의 소비 방식은 팟캐스트를 애청하는 청취자가 주변 사람에게 또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는 방식이다. 나꼼수를 언론의 하나라고 인정한다면 언론의 전달구조가, 전달주체가 역전된 셈이다. 물론 SNS가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았다면 나꼼수의 열풍이 쉽게 불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그런 나꼼수 방송을 김어준 총수와 함께 초기에 세팅한 당사자가 정봉주 전의원이다.(물론 책 속에 담겨 있는 그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김어준 총수가 그 말에 동의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ㅋ) 저자는 나꼼수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털어놓는다. "나꼼수 멤버들이 주도한 토크 콘서트는 단순히 웃고 즐기는 콘서트가 아니라 적어도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이들에겐 저항의 참여이고 저항으로 뭉친 공동체에 대한 확인이다. 웃으며 즐기고 참여하는 저항 정신이 나꼼수 신드롬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이런 사회적 현상을 이해하는 좋은 기준이 될 것이다. 나꼼수는 언론이며 동시에 무브먼트이고 '레지스탕스'이다.(p.60)"
특히 그는 'F4'를 나꼼수 열풍의 주체 역량으로 표현한다. 탁월한 기획자 김어준, 탐사보도의 일인자 주진우, 정치평론가이자 편집의 달인 김용민, '치명적인 매력의 정치인' 정봉주의 '4인 4색'...ㅋ

 

책을 읽다 보면 정봉주 전의원이 단순히 나꼼수에서 웃고 떠드는 '좀 덜 떨어진' 정치인이 아니라 제법 실력과 진정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단 형사처벌을 받았았음에도 불구하고 'BBK 저격수'라는 별명대로 "BBK의 주인은 이명박이다"에 대한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주장을 굽히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진실, 국민들이 마땅히 알아야만 하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열정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한국 정치, 특히 현실적인 정치활동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고질적인 '계보 정치'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의지를 밝히고, 정경유착과 정치부패를 고발한다. 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에 어떤 구조적 문제가 있는지 드러내고 있다. "당 스스로 초래한 일이다. 당의 주인은 당원이락 하면서 정작 이들에게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할 기회가 없었다. 이것이 민주당의 위기를 가져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그리고 당원에 근거한 당내 '체육관 동원 선거'는 당원 수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정치인, 대의원 수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정치인이 더 위력을 발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계보, 계파 정치의 정착인데, 이것이 민주당의 위기를 만들어 낸 또 다른 측면이기도 하다. 계파 정치는 단순히 민주당의 몰락만 가져온 것이 아니라 정치 전반의 퇴행이고 몰락이다.(p.163)"
현재 민주통합당의 대표인 이해찬과 최고위원들, 유력한 대선후보인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등은 정봉주 전의원의 주장을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권스(정봉주의 미래권력들)'가 문득 떠올랐다. 다음 카페에 가입한 미권스 회원은 나를 포함해서 무려 20만 명이 넘는다. 카페 개설 몇 개월 만에 엄청난 규모다. '김광수경제연구소 포럼'이 10만 명을 조금 넘는데 2배 가까이 된다. 실시간 카페 활동인원도 9천 명이 넘는다. 덩치가 커지다보니 카페 자체가 '권력화'되어가는 경향도 있고 내부에 알력도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가끔 카페에 들러보면 정봉주 전의원의 팬카페로 출발하였고 정 전의원의 '조기 석방'과 '잊혀지지 않기 운동'으로 시작된 미권스가 이제는 과거 노사모 수준의 정치압력단체로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민주통합당의 여러 선거에 개입한다는 기사도 있다. 미권스는 한국 정치의 장단점을 모두 보여주는 것 같다. 장점으로는 정치 냉소주의에 빠져있던 상당수 유권자들이 나꼼수와 정봉주 전의원을 계기로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정치에 참여토록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단점으로는 카페 회원들의 자발적인 생각과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되고 수렴되어 생산적인 정치 참여의 장이 되기 보다는 카페 상층부와 열성 참여자들에 의해 '소수가 전체를 대변'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현재 한국 정치 전반의 문제점 중의 하나인데, 민주통합당이나 진보정당 역시 '말 없는 다수의 당원'의 생각이나 의견보다 '소수의 열저적인 당원'의 생각과 의견이 과잉 표출되어 조직 전체를 좌지우지한다는 점이다. 강준만 교수는 <안철수의 힘>(2012.7 인물사사상사)에서 이것을 '멘토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와 있는 멘티'라고 표현하면서 유명 정치인들이 경계해야 함을 지적했다.

 

나꼼수 방송 만큼은 아니자만 전체적으로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정봉주 전의원은 평범한 정치인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가 민주통합당이나 진보정당의 웬만한 정치인보다 더 장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그에게서 깊은 철학이나 정책, 리더쉽이나 정치력을 발견할 수는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더 성장할 것을 믿는다. 1년 간의 감옥생활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당사자에게 180도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정봉주 전의원이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감방생활을 한 후에 12월 대통령 선거 후 쾌활하게 다시 유권자 앞에 나타나기를 바란다.

 

[ 2012년 8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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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 에피소드 1 - 세계 유일 가카 헌정 시사 소설집 나는 꼼수다 Episode 1
김어준 외 3인 지음 / 시사IN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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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온 내용은 '나꼼수'를 직접 들어 대부분 알고 있는 것이다. 다만, 올해 초에 이 책을 사둔 후 읽지 않았다가 방송이 아닌 글로 BBK 사건 등'나꼼수' 내용을 들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다. 물론 지난 4.11 총선 당시 김용민 교수에게 실망한 나머지 한동안 '나꼼수'를 멀리했던 것을 돌이켜보는 의미도 있다. 처음 이 책을 샀던 것은 광고 같은 수익구조 없이 '나꼼수' 방송을 만드는 그들에게 보탬이 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이 책과 더불어 정봉주 전의원의 <달려라 정봉주>와 김용민 교수의 <보수를 팝니다>도 한꺼번에 구입했다. 
내가 처음 '나꼼수'를 들은 것은 곽노현 교육감 사건 때였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무모하게 무상급식을 주민투표로 밀어붙였다가 실패하여 사퇴하자마자 검찰에서 곽노현 교육감의 사후뇌물죄 의혹을 발표했다. 현정권과 그 충견에 불과한 검찰이 하는 짓이야 그러려니 했는데 답답하고 짜증나는 모습은 소위 진보언론이라고 하는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등의 보도행태와 진보적 인사라 불리우는 이들의 발언, 그리고 야당인 민주당의 태도였다. 답답한 마음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들락거리다가 자정 가까운 시간에 대학 동기들과 번개팅을 하였다. 그날을 전후하여 트위터에서 나꼼수 방송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직접 듣기 시작했다. 

'나꼼수'는 어떤 면에서는 대단한 팟캐스트라 할 수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한국의 언론상황은 최악이었다. 조중동 등 기존 찌라시 수준의 보수언론 뿐 아니라 한겨레, 경향 등 진보적 언론 역시 무능하고 무기력한 상태였다. 그러한 현실을 뚫고 나꼼수는 팟캐스트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동원해 나와 같은 이들의 답답함과 울분을 대변해준 것이다. 
나꼼수를 기획한 김어준 총수는 불굴의 끈기와 아이디어를 가진 천재적인 기획자라 할 수 있다. 그는 과거에도 늘 새로운 미디어를 시도했다. 정봉주 전의원은 본인 주장만큼은 아니더라도 이 땅에 드문 정칙하고 용감한, 그리고 유권자들에게 소중한 정치인이다. 그 반면에 주진우 기자의 비난처럼 민주당은 참으로 야비하고 찌질한 정당이다. 주진우 기자는 전문적인 저널리즘이 몸에 밴 '기자 다운 기자'라 인정한다. 수 많은 탄압과 압박 속애서도 그는 기자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김용민 교수는 비록 나꼼수에서 존재감이 작고 4.11 총선에서의 실패에 대한 과오가 있지만 나름대로 내공이 있는 정치평론가라 할 수 있다.

 

지난 4.11 총선 전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나꼼수가 요즘은 예전만 못하다. 총선 당시 나꼼수 멤버인 김용민 교수가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했다가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총선 자체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나꼼수를 정치 현장으로 끌어들이고 끌어들인 후에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 민주통합당의 실책이자 한계일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팟캐스트 언론에서의 활동에 머물지 않고 정치 현실에까지 뛰어든 나꼼수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꼼수의 폭발적인 인기 상승과 하락은 한국 사회의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당정치 부실과 그에 따른 정당 외 부분의 정치 과잉, 갈등과 대립의 과잉 & 타협과 합의의 부족, 상대방 존재의 부정과 증오의 일상화라는 모습...

 
'나꼼수'는 시사 평론가 유창선씨의 말대로 '기존의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회조건과 인터넷의 발달, 그리고 SNS의 확산이 토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물질적인 기반 위에서 김어준이라는 탁월한 기획자와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이라는 각각 독창적인 선수들이 콘텐츠를 채우면서 '명랑하고 호탕한 시사 프로그램'을 내세워 청취자들에게 어필한 것이다. 또한 나꼼수의 성공은 그동안 국내에서 음악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온 팟캐스트가 시사, 교양 분야로도 확대시키는데 크게 공헌했다. '나꼼수'의 열풍은 뒤를 이어서 '나꼽살', '손바닥TV', '애국전선'등 다른 시사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도록 이끌었으며 이정희, 노회찬 등 정치인들까지 팟캐스트로 자신들의 주장과 정책을 알리는데 참여토록 하였다.

'에피소드 1'에서는 '가카 헌정 시사 소설집'에 맞게 BBK사건, 청계재단, 인천영종도 공항 매각, 자원외교, 4대강 살리기 등 가카의 '꼼수'와 곽노현 죽이기, 중수부 살리기, 부산저축은행과 삼화저축은행, 경찰 엿 먹이기 등 가카의 하수견 검찰의 '꼼수', 장자연씨 자살사건과 전일저축은행 사건 증 조중동의 '꼼수'와 기타 꼼수들이 들어있다.
나꼼수의 최초 의도대로 올해 대통령 선거까지 화이팅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 2012년 8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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