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참 좋다 - 세계 99%를 위한 기업을 배우다 푸른지식 협동조합 시리즈
김현대.하종란.차형석 지음 / 푸른지식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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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형대, 하종란, 차형석 저 < 협동조합, 참 좋다 : 세계 99%를 위한 기업을 배우다 >를 읽고 / 2012. 07., 312쪽, 푸른지식

 

개인적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경험은 한 번 뿐이다. 지난 9월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살림 생활협동조합에 가입했다. 아이쿱 생협 등 영등포구에 있는 몇 개 협동조합을 인터넷으로 검토해 본 후 내린 결정이었다. 아무래도 협동조합의 역사가 길다는 것이 마음을 움직였다. 가입은 쉽고 간편했다. 정기적으로 농산품에 대한 안내 문자와 메일이 온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났다. 내가 직접 장을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이 구매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아직 신입 조합원 교육 안내를 받지 못했다. 처음이라 아직 적응이 안되어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머리 속에서 상상하는 협동조합과 많이 다르다.
작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시장 후보의 양천구 시민참여본부에서 한 달 정도 선거운동을 했다. 당시 시민참여본부에는 양천구에 있는 시민사회단체가 중심이 되어 활동했다. 그렇게 활발하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회의도 하고 정보도 공유하고 타운홀 미팅 등 선거운동도 진행했다. 시민사회단체 중 협동조합 관계자들이 많았다. 건강한 분들이었고, 열심히 활동했다. 다만, 서로 다른 협동조합 관계자들끼리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 지역 매장을 신설하는 데 있어 갈등이 있었다.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와 동시에 배척하는 느낌도 들었다.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이후 서울시는 협동조합 설립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햇빛발전협동조합에 참여한 후배에게 설명을 듣기도 했다. 얼마 전 서울시청 꼭대기에 양봉장이 설치되었다고 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양봉을?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후 시도한 자연친화적 정책 중의 하나다. 뉴욕에도 수십 층의 빌딩 꼭대기에서 양봉을 하는 젊은 변호사가 있다. 공생을 통해 자연 친화를 시도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 책에도 덴마크 코펜하겐 한복판에서 ‘도시 양봉’을 하는 ‘벌꿀 협동조합’이 등장한다. 노숙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여 사회적 재활을 도모하고, 자연친화적 벌꿀도 생산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한국에는 아직 모범적인 협동조합이 없는 것일까? 그렇다고 알고 있다. 실제 그동안은 법과 제도의 미비로 농협이나 신협, 제조업, 그리고 소비자 협동조합만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농협, 신협, 중기협 등은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모두 관주도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중앙 조직 중심이고, 정부의 지원을 전제로 운영하다 보니 정부부처의 낙하산 인사를 위한 공공기관으로 전락했다. 소비자 협동조합만이 원주에서 출발하여 현재에 이른 것으로 안다.

 

한국의 진보적인 미래를 위해서는,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가 진전되어야 하며, 노동3권을 완전 보장하고 노동조합과 계층별 조직율을 끌어 올려야 하며, 법과 제도를 제대로 갖추고 언론개혁과 사법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비정규직도 줄이고 동일노동 동일임금도 법제화시켜야 한다. 이 이외에도 재벌개혁과 정부개혁, 정치개혁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럼에도 자본주의라는 체제의 근본을 경계하고 대안경제를 추구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는 협동조합이 대안경제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작년부터 협동조합에 관심이 많았다. 그것은 아마도 내 나이나 출신, 경력 등 개인적인 조건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협동조합의 취지와 정신이 말 그대로 협동과 상호부조, 연대, 일자리 창출, 평등, 민주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앞으로 사업을 다시 시작한다면, 십중팔구는 협동조합일 것이고, 머지 않은 때에 생산자 협동조합을 구성하려는 계획이다.
이 책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협동조합 사례를 세 명의 언론인이 직접 취재해서 소개한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을 시도하는 크고 작은 단체들이 어떻게 협동조합을 만들고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적극적인 답변을 제공한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세 저자의 생생한 취재를 바탕으로 이탈리아, 덴마크, 스위스 등 유럽과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 등 오세아니아 지역의 앞서나가는 협동조합 기업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보면, 1950년대만 해도 가난했던 이탈리아의 에밀리아로마냐 주는 이제 8,000여 개의 협동조합이 원동력이 되어 지금은 1인당 소득이 4만 유로에 이른다. 1만 3,000여 양돈 농가가 주인인 덴마크의 축산 협동조합 기업 대니쉬 크라운은 최근 연간 매출이 9조 원으로 돈육 생산량 세계 11위, 돈육 수출 세계 1위다. 뉴질랜드의 250개 낙농 협동조합이 의기투합해 만든 폰테라도 뉴질랜드 최대 기업이자 세계 최대 유제품 수출업체다.
자본주의의 첨병처럼 보이는 미국도 협동조합의 뿌리가 깊다. 고급 오렌지의 대명사인 선키스트는 118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협동조합 기업이다. 세계 4대 통신사로 손꼽히는 미국의 AP통신도 마찬가지다. 협동조합과 상관없어 보이는 버거킹, 던킨도너츠, KFC 같은 업체도 모두 가맹점주가 조합원인 협동조합 기업을 통해 식재료를 구매한다.

 

"협동조합은 경제적 약자 다수가 서로 뭉치고 나누는 호혜의 힘으로 시장 지배력을 키우고, 자본주의 독점의 치명적인 폐해를 극복하려는 기업이다. 복지나 자선단체의 도움을 기다리지 않는다"
"'축구 그 이상'을 표방하는 스페인 축구클럽 FC바로셀로나는 17만명의 주민이 주인이고, 그들의 출자로 이루어진 협동조합이다. 구단주가 없으며 6년마다 조합원이 회장을 선출한다"
"이태리의 에밀리야로마냐 주의 최대 소매업체는 소비자 협동조합이고, 건설사와 은행은 물론 박물관과 공연장도 협동조합으로 운영된다. 이곳 주민들의 1인당 소득은 무려 4만불을 넘는다"
"덴마크 코펜하겐 동측 앞바다의 거대한 풍력발전기(40MW 전력 생산) 20대의 주인은, 1997년 8,600명의 시민 조합원이 출자한 '미델그룬덴' 빌전 협동조합이다" 환경과 전기료 절약과 배당수익까지 '일석삼조'입니다
"유럽 최대 청과믈 도매회사인 네덜란드의 그리너리, 덴마크 양돈산업의 90%를 장악한 대니쉬 크라운, 이태리 최대 우유 생산업체인 그라나롤로의 공통점은 원예농가. 양돈농가, 낙동가의 공동출자로 세운 협동조합이다"

 

2부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실상을 되돌아보고, 어떻게 우리 현실에 맞는 협동조합을 만들 것인지 제시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빵집의 위협을 받는 동네 빵집이 협동조합으로 친환경적 빵집을 운영한다면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되고,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빵을 직접 공급받을 수 있다. 이웃이 누군지도 모르고 사는 아파트 주민이 협동조합을 구성하면 작게는 매달 내는 관리비를 더 투명하게 사용할 수 있고, 크게는 공동 텃밭이나 생활지원센터 등을 통해 아파트를 함께 사는 이웃이 모두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매일 이용하는 마을버스를 협동조합 기업으로 운영하면 좀 더 싼 가격에 마을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연말에 배당금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거대 기업의 휴대폰과 통신망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소비자가 이동통신 협동조합을 구성하면 내가 원하는 기능만 있는 단말기를 싼 가격에 구입하는 것은 물론 매달 내는 휴대폰 요금이 반값으로 떨어질 수 있다. 교육 여건이 도시보다 나쁜 농촌에 협동조합으로 학원을 만들면 건강한 사교육 공간을 만들어 도농 간의 교육 격차를 줄이고, 아이들 교육 때문에 도시로 이사 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처럼 나부터 참여할 수 있고 실생활에서 가깝게 편익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협동조합 사례를 제안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하면 협동조합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을지 상상을 매개로 하여 재치 있게 전달한다.

 

"소비자 협동조합의 존재이유는 소비자 조합원에게 물건을 값싸게 파는 것, 생산자 협동조합의 존재이유는 조합원의 몽산물을 안정적으로 비싸게 구입하는 것이다" 한국의 농협은 협동조합이 아니라 몽민 피 빨아먹는 관변단체죠...
"노동자 협동조합의 존재이유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 신용 협동조합은 조합원에게 좋은 조건의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다" 한국의 신협은 관변단체 수준이죠...
"한국에서도 학습지 교사,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출판인, 미술인, 김밥집, 커피전문점, 동네슈퍼/빵집, 미장원, 전통시장 등도 협동조합을 고려해야 한다" 모이고 조직해야 힘이 됩니다."

 

3부에는 세계의 협동조합 전문가들과 나눈 대화를 실었다. 또 협동조합에 대한 기본 상식을 팁으로 정리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우리나라도 2011년 12월 국회에서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되어 2012년 12월부터 시행된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우리 사회에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부산경남 자동자부품 기술사업 협동조합’의 준공 소식이 들리고, ‘의약품 유통업 협동조합’의 법인이 인가되었다. 완주에서는 협동조합 형태의 ‘햇빛 발전소’의 사업자를 모집하고 있고, 춘천에서는 젊은 빵집 주인과 대학생이 힘을 합쳐 동네 빵집 협동조합을 만들어 동네 빵집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주택협동조합과 교육협동조합을 열심히 진행 중인 페친들도 있고, 주변에는 의료생협에서 일하거나 콘첸츠 생산협동조합을 구상하는 지인들도 있다.

 

"자본주의 기업은 노동자를 고용해 시장가격으로 임금을 지불하고 남는 이윤을 독차지한다. 협동조합의 노동은 자본을 고용해 시장가격으로 대가를 지불하고 남는 이윤을 독차지한다"(조지 홀리요크)
"협동조합의 속성은 자본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진정한 기능을 노동이 이용하는 도구로 한정하고 그만큼만 대가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다"(샤를 지드)
"협동조합에서는 노동자가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한다. 그 결과 자본주의에서 억눌렸던 근면하고 훌륭한 작업능력이 어마어마한 힘으로 분출한다"(알프레드 마샬)
"협동조합은 시장 안에서 작동하고 그 원리를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경제적 기업이지만, 경제 외적 목적을 추구하고 다른 주체와 전체에게 긍정적 외부효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단체다"(스테파노 자마니)

 

저자들이 나름 협동조합을 재미나게 설명했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국내 상황에 맞춰 가장 실질적인 문제인 ‘어떻게 협동조합을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유일한 책이다"라는 깔대기에는 공감이 되지 않는다. 저자들이 소개한 해외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듯이 협동조합이 일찍부터 발달한 나라는 한국과 달리 협동조합이 성장할 수 있는 문화적 유전자가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국내에서 두레나 계를 예를 들어 한반도에도 협동조합 전통이 있다고 주장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그래봤자 조그마한 동네 단위일 뿐이었다. 조선 후기를 생각해보면, 대지주 중심의 소작인과 노예 수준의 봉건체제에서 소작인들이 협동조합 수준의 생산자 조합을 구성하는 것도 불가능했고, 제조업의 수준을 고려하면 유럽처럼 소규모 제조업자 중심의 길드를 구성하기도 불가능했다. 상인들도 조합 구성까지는 진척되지 못한 채 일제 강점기를 맞이한 셈이다. 한국과 서구 국가는 다르다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이후의 한국은 협동조합 전통은 고사하고 하루 한 끼 먹고 살기도 빠듯한 시절을 무려 100여년 동안 거쳐왔다. 일제도 그렇고 이승만, 박정희도 농민, 제조업자, 상인 등 어떠한 계급, 계층의 조직화도 핏대를 곤두서면서 탄압했기 때문에 협동조합 비슷한 흐름을 만들어 내기가 힘들었던 역사적 과정이 흘러왔다. 또한 그 과정에서 한국의 99% 민중들은 각개격파되어 출세와 생존의 압박 속에 자기 혼자 만이라도, 적어도 가족 단위라도 살아남고 풍족하기 위해 권력과 자본에 줄을 서고, 무한경쟁과 관행과 편법과 부정을 일삼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국은 협동조합이 처음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한국인들이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또 불같이 뛰어들었던 최근 몇 십년을 돌이켜 보면, 불가능하지 만은 않다는 생각도 들지만...^^
협동조합을 추진하려면 자본주의적 비지니스 마인드 중 절반을 버려야 한다. 새로 배워야 한다. 태도도 바꿔야 한다. 어려운 문제나 인간관계를 술로 해결하는 문화도 버려야 한다. 참여의식을 높여야 한다. 자기의 일 뿐 아니라 조직 전체의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협동조합의 비전이 보이는 만큼 협동조합은 어렵다.

 

[ 2012년 11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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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자격 - 국가 명운을 결정짓는 2012년 대선의 필독서
윤여준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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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는 2002년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 전략가 역할을 했다. 이후로 '범보수의 제갈량', '한나라당의 전략통', '대한민국의 장자방'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2002년 대선에서는 패배했지만 그 이후의 선거에서는 연전연승을 거두었다. 그의 주요 경력을 살펴보면, 종합경제일간지 재경일보(www.jknews.co.kr)회장직을 역임하고 현재 지방자치를 연구하는 한국지방발전연구원 이사장(www.kldi.re.kr),
2004년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 상임부본부장, 2003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소장, 2002년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대책위원회 위원, 2000년-2004년 제16대 국회의원 1998년 한나라당 총재 정무특보 등을 엮임했다.

 

그런 저자가 지난 9월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유력한 야권 후보인 민주통합당 문재인씨의 선거캠프로 영입되었다.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막연하게 '국민통합'이라는 명분은 어불성설이다. 한국사회는 '국민이 분열'된 것이 아니라 '정치권'과 '언론'이 분열되어 있는 것이고, 5%의 기득권과 정치권이 95%의 대다수 국민과 민중을 분열시키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전략통이 변절하거나 변심하여 야당의 캠프로 들어온 것인가? 이에 대한 설명은 신문기사 몇 쪼가리로 알 수 없기 때문에 그가 최근 발간한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윤여준씨는 서문에서부터 자신의 논리 전개에 적용한 객관성과 공정성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합법적 폭력의 행위 주체'로서의 '국가'를 강조함으로써 의사결정 과정과 국가의 주인인 유권자의 중요성에 대해 소홀하고 있고, '인민주권'을 거론하지만 국가운영의 원리로 내세우지 못하여 국가주의와 관료중심의 '통치'를 방조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는 "해방 이후 자유민주주의가 합의되었고, 독재 치하에서도 전체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였다"고 말하지만, 실제 한국의 현대사에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합의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개헌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즉, 그 이전에는 한국사회에서 통용된 이념은 반공주의와 숭미사대주의, '잘살아보세'에 불과하다. 특히 박정희 군사정권 체제와 유신체제는 독일의 히틀러식 군사파시즘과 왕조체제를 추구했다고 할 수 있다. 윤여준씨의 말은 자칫하면 박근혜 후보의 "내 아버지의 꿈은 복지국가였다"라는 궤변이 성립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정치권의 극한 대결'이 어떤 이유로 어떤 구체적인 모습으로 이루어져 있는가에 대한 사실관계 없이 정치 혐오만 강조한다. 지금까지 권위적이고 일방통행식 정치로 상대 정당과 유권자의 거센 반발을 일으킨 것이 누구인가? 국회에서 사전 협의나 공론화 과정 없이 국회 본회의 날치기를 한 측이 어디인가? 이 문제를 자세히 살펴 보면 답이 나온다. 한국 현대정치사 중 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날치기가 107건이나 되는 등 보수정당이 극한대결을 주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즉, 저자는 '양비론'을 통해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편들고 있는 셈이다.

 

 

본론에 들어가도 윤여준씨의 한계와 오류는 다수 발견된다. 저자는 특이하게도 사회민주주의 등 진보진영의 이념과 정책의 존재를 인정한다. 이 부분은 말 뿐이기는 하지만 긍정적이 볼 수 있다. 물론 사회민주주의 등 진보적 이념의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이라 분석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수진영의 이념과 정책이 실천을 통해 실패로 평가되었으므로 진보진영도 실천해본 후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부적절해 보인다.

저자는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가 '진보 정부'라고 평가하고 싶겠지만, 두 정부는 사회민주주의 등 진보적 이념에 근거하지도 않았고 실제 정책 추진도 신자유주의와 형식적 민주주의가 주류를 이루었기 때문에 '진보 정부'라고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민주정부' 정도가 적당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아주 보수적이거나 우편향일 경우 그 왼쪽에 존재하는 이념을 모두 싸잡아 진보라 인식할 수는 있다. 이는 최근 일부 수구우익 진영이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후보에 대해 '종북좌파'라고 주장하는 것과 맥락이 같다.)

 

 

저자는 '리더쉽'이라는 정치적 용어를 사용하는 대신 '스테이트크래프트(통치 리더쉽)'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그런데 그의 '스테이트크래프트'는 인민주권에 기초하지 않고 구성원들을 통치, 관리, 육성하는 개념으로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인민주권이 아니라 통치-피통치로 대통령과 인민을 관계시켜 민주주의의 확장성과 가능성을 애초에 제한시킨다. 전근대적인 사고와 현대적인 시대정신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는 정치체제, 정치적 상황, 국가운영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 정치권과 유권자 사이에서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언론, 관료, 지식인, 경제인, 학자들을 무시하여 정치와 리더쉽의 실체에 접근하는 데 실패한다. 특히 공정언론 상실에 대한 지적이 없기 때문에 현대 정치의 작동구조에 대한 체계적인 인식이 부재함을 드러내고 있다.

저자가 안철수 후보의 캠프에 합류한 이헌재씨나 몇몇 학자들과 다른 점은, 그가 '87년 체제'를 설정하는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87년 체제'가 정치권에 '흑백논리'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1987년 전후 흑백논리를 이끌어 온 집단은 항상 민정당-새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이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거나 무시하고 있다. 실제 지금도 대구 등지에서는 일반 유권자가 '김대중은 빨갱이. 문재인과 안철수도 빨갱이'라고 애기할 정도다.

 

 

이 책은 '대통령 자격론(자질론)'이 주요 발간 목적이다. 저자는 대통령의 자질로 몇 가지를 제시한다. 그 중에서도 보수진영이나 우파진영에서 우월해야 할 대북관, 안보관의 기준이 크게 부실하다. 대북관의 경우, 최대 현안을 평화와 공존이 아닌 북핵과 견제로 둠으로써 북핵 문제 및 남북관계 처리과정에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측이 미국과 남한이라는 사실을 왜곡한다. 그리고 안보관을 말하지만, 지난 15년을 돌이켜보면 민주정부 10년의 안보가 김영삼 정부와 이명박 정부 10년보다 평화롭고 안정적이고 튼튼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저자의 자질론에 근거하여 현재의 대통령 후보들을 평가해 보면, 적어도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불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문재인 후보의 캠프로 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ㅎ

 

저자가 역대 대통령을 자신의 '자질론'에 근거하여 평가한 것을 보면, 문재인 후보가 왜 저자를 '국민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영입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윤여준씨의 역사인식은 박근혜 후보에 비해 특별히 낫다고 말할 수 없다.

저자의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거의 '찬양' 수준이다. "박정희의 강렬한 공적 열망과 치열한 문제의식, 개인적 물적 욕망을 자제한 헌신적인 자세, 그리고 현장을 장악하면서 끊임없이 관계자들을 독려하는 스테이트크래프트는 오늘날에도 충분히 귀감이 된다.", "그 역사 인간적으로 적지않은 약점을 안고 있으며 공인으로서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지도자였다.", "그러나 항상 공적인 것을 앞세우면서 진정성이 있고 성실하고 매사에 두려워하는 진지한 자세로 국정에 임한다면 자신과 시대의 한계, 그리고 좁은 이념의 폭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상황이 불가피하였다 하더라도 시대정신을 정면으로 거슬러 또 자신의 육체적,정신적 한계를 뛰어넘어 장기간 스테이트크래프트를 성공적으로 발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반면교사의 교훈도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p.321)
그리고 김대중 전대통령과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거의 '폄하' 수준이다.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요약하면, "참여정부는 양김 이후 지역주의적,권위주의적 리더쉽을 극복하고, 새로운 민주적 국가운영의 원리를 제시하고 실천해야할 과제를 부여받았다.", "그 점에서 노 전대통령은 올바른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으며, 특히 사회적 약자 문제를 국가운영의 핵심과제로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다.", "그러나 소수파 출신으로서 정치적으로 외롭고 이념적으로 비타협적이며 계층적으로는 현상타파적인 의식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결과, 급진적 사회정책과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신자유주의적 개혁노선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한 채 방황하였다.", "국가와 헌법, 특히 대통령직과 스테이트크래프트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갖지 못한 채 이념과잉의 아마추어리즘에 토대를 둔 코드정치, 편 가르기 정치, '뺄셈의 정치'로 일관한 결과 새로운 국가운영 전략을 제시하지도 새로운 국가운영의 주도세력울 창출하지도 못하였을 뿐 아니라 국정 자체를 혼란과 갈등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의 실패가 한 정권의 실패로 끝나지 않고 향후 국가운영에 엄청난 혼란과 후유증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이다."(p.494)로 되어 있다.

 

 

이 책을 나서 저자를 문재인 캠프에 영입한 결정에 대해 내가 내린 결론은 무척 부정적이다. 기본적으로 '범보수'의 전략통으로 평가되는 인사, 전두환 - 노태우 - 김영삼 정부의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17년간 한국의 정치경제의 민주화에 역행하는데 일조해온 윤여준씨를 문재인 후보가 받아들이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 이 책을 읽어보는 중에도 전체적으로 정치를 '통치'로 인식하고 유권자를 주인이 아니라 '관리대상'으로 생각하는 그가 문재인 후보의 정책이나 국정운영에 도움이 될 지 의문이다. 

 

 

[ 2012년 10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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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경제학
이정우 지음 / 후마니타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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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참여정부의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과 정책기획위원장을 엮임하며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했다. 참여정부에서 퇴임 후 한미FTA 체결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면서 진보적이고 우호적인 이미지는 남아 있다.(오늘도 기자간담회에서 한미FTA를 반대하는 소신을 밝혔죠) 지금은 18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문재인 후보의 선거캠프 내에서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민주화'가 가장 뜨거운 정책경쟁의 대상이고, 유력한 야권 후보 중의 하나인 문재인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과 공약을 제시할 사람이 저자이기에 이 책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이 책을 읽다보니 그는 오랫동안 '소득분배' 경제학을 연구했던 학자였음을 처음 알았다.
 

소득분배 경제학자인 저자는 '분배정의'를 주요 국정과제로 삼았던 참여정부에서 오랜기간 몸담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참여정부는 어느 정부 못지 않게 빈부격차와 사회적 양극화, 부동산 폭등과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경제정책을 비롯한 여러가지 참여정부의 국정실패의 여파로 '역대 최악의 정권'으로 손가락질 받는 이명박 정부를 불러들였다.
문재인 후보와 마찬가지로 이정우 교수 역시 '참여정부 실정'이라는 과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참여정부에서 저자가 경제정책에 실패한 이유가 학자와 정부의 정책책임자라는 위치가 전혀 연결되지 않았던 것인지, 학자의 능력은 좋지만 청와대 관료로서의 능력은 부족했는지 제대로 알 수는 없지만 그는 이번에 또다시 정책책임자로 대권 경쟁의 한 축으로 뛰어든 셈이다. 유권자로서 당연히 우려스럽다.
나로서는 이정우 교수가 참여정부 실패의 한계와 과오를 제대로 깨닫고 있는지, 어떻게 99% 유권자를 위한 문재인 후보의 정책과 공약에 기여할 지 알아볼 수 밖에 없다. 유권자의 한 사람이자 가정과 아이가 있는 가장으로서...


이 책은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한 평가서가 아니었다. 경제학의 한 부류인 '소득분배 경제학'에 대한 저자의 학술 논문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한 설명과 평가는 일부 밖에 담겨있지 않다. 그래도 저자의 소득분배 경제학에 대한 관점과 이론, 정책과 대안, 참여정부 사례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담겨 있다.
저자는 소득분배 경제학의 기초 개념으로서 '소득분배'의 개념과 측정방안을 소개하고 그 한계를 지적한다. 그리고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과 노동시장 구조, 노동조합의 관계에 대한 여러 이론을 검토한다. 또한 불평등을 일으키는 차별이론, 자산과 불평등, 토지와 불평등까지 검토한다. 빈곤의 개념과 현황, 소득재분배의 필요성과 이론과 정책수단, 세계 각국의 불평등 구조, 한국의 불평등의 실상과 정책방향 등을 분석하고 제시한다.
저자는 전체적으로 불평등 이론을 소개하고, 통계치들을 제시하면서 각 불평등 요소에 대한 한국의 실상을 분석하고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저서가 아니기 때문에 개략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친다.


그럼에도 저자의 방향제시에 있어 적지 않게 비판적이지 않을 수 없다. '교육과 불평등'의 경우, "교육개혁은 교육 그 자체를 아무리 수술하더라도 성공하기 어렵고, 교육 바깥 쪽의 개혁, 즉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개혁이 있고서야 비로서 가능할 것이다"라고 말하는데 이는 안철수 교수의 <안철수의 생각>과 유사한 진단이다. 하지만 교육개혁의 방향이 "참교육을 이땅에 실현"한다는 다소 추상적이고 내용 없는 교육개혁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그치고 만다.
'노동시장구조와 불평등'의 경우, 한국의 노동시장이 이중적, 삼중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그 해결방향을 "한시적 노동자의 과도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한시적 노동의 사용 억제보다는 정규직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참여정부가 비정규직 증가와 노동시장 구조의 악화를 가져옴으로써 노동정책에서 크게 실패했다는 것을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의 노동정책이 참여정부와 비교하여 전혀 개선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노동조합과 불평등'의 경우, 노동조합의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의 임금과 비소속 노동자들의 임금에 불평등을 가져오는지를 주로 분석하는 선에서 그친다. 자본가, 경영진, 그리고 주주들의 이익과 노동조합의 결성 유무에 따른 노동자들의 임금을 비교할 생각은 하지 못한다. 이 경우는 전체적인 불평등 구조를 간과한 절름발이 연구라 할 수 있다.
'차별과 불평등'의 경우, 인종차별과 남녀차별만 다룸으로써 학력,학벌에 의한 차별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 등을 분석하지 않았다. 여성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해결하는 방향도 "차별이 발생하는 것이 기업의 비용 절감 때문이라는 논리를 극복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라고 단정짓고 만다. 현행 법규에 규정되어 있는 처벌 조항을 정부와 사법부가 엄하게 적용하는 것이 병행되지 않으면 기업들의 차별을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인지...
'부(자산)와 불평등'의 경우, 현황만 파악하고 아무런 정책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 세계적으로도, 국내적으로도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소득에 의한 불평등 뿐 아니라 자산에 의한 불평등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저자가 현실을 안이하게 바라보거나 문제의식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토지와 불평등'의 경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옳은 방향'이었다고 평가한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중 인정할 만한 것은 면적이 아닌 금액에 의한 과표 기준 산정, 실거래가 의무 신고, 그리고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도입한 것 정도다. 참여정부 내내 부동산 거품의 증가, 임대주택공급의 실패, 종부세의 무리한 도입으로 보유세 인상 실패, 행정중심도시와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등으로 인한 지방 부동산 폭등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음을 말해준다.
'소득재분배와 복지국가'의 경우, 저자는 소득재분배를 목적으로 하는 정책 유형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최저임금제, 임금 가이드라인, 가격 지지 제도, 독점 견제, 노동조합의 교섭력 강화, 교육기회 균등, 조세정책, 사회보장, 공공서비스 등을 거론한다. 그렇지만 참여정부에서 소득재분배 정책을 제대로 과제로 삼고 열성적으로 추진했다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결론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불평등'의 경우, 저자는 분배의 평등, 일한 데 대한 정당한 보상, 불로소득의 축소, 빈곤층에 대한 최저한의 생활 보장, 주택 및 교육 문제의 획기적 개선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활성화와 경영참여, 기업 공개와 종업원지주제, 임금격차의 축소, 부 및 불로소득에 대한 중과세, 서민주택 개선, 교육제도의 개혁, 사회보장의 확충을 제기한다. 기본적으로 앞으로 추진하게 될 경제민주화에 필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저자의 <불평등의 경제학>은 경제에서 불평등한 구조와 관계를 연구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한 주체인 정치와 정부정책, 그리고 기업이 실질적으로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연구에서 배제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경제에서 가장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연관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문제는 실제 일국의 범위 내에서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자본과 노동 뿐 아니라 정부정책(정치 포함)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것으로서 실제 연구결과의 객관성과 신뢰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더구나 한국의 경우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정부정책과 재벌의 입김이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왔다는 점에서 저자의 '경제학' 연구에 의문을 가지도록 한다.
예를 들어 그는 '노동시장 구조의 불평등'이나 '노동조합의 불평등'을 논의하면서 정부정책과 재벌의 로비가 두 가지 문제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에도 이를 다루지 않고 있다. 정부권력이 경제를 상당부분 좌우하는 현실이서 시장 만이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이루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경제학 연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이 책을 읽는 내내 곤혹스러웠다.
또한 통계자료가 몇 가지를 제외하고 대부분 80~90년대 수치라 학문적으로도 현실 정책적으로도 객관성이나 현실적인 가치가 떨어져 보인다.


그럼에도 결론 부분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불평등한 경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문재인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 속에 재벌개혁, 노동개혁 등 부족한 부분을 포함하여 주요 항목으로 포함시키면 좋을 것 같다. 그의 '결론'이 문재인 후보의 선거 공약과 앞으로 민주통합당의 정책에 그대로 담겨지기를 바란다. 한미FTA 반대 등 개혁적인 소신이 문재인 후보나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로부터 꺽이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데 책의 도입부와 본문이 결론과 논리적으로 연결되지가 않는 것 같다. 이상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해봤다. 그에게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한국식 엘리트 교육'의 한계가 아닌가 싶다. '보고 들은 자료와 정보가 많아 정답은 기억하는데 그 이유나 과정은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우려가 남는다.


[ 2012년 10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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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 정치동맹 - 10인의 민주진보진영 리더에게 묻다
이상이 외 9인 지음, 김윤태 인터뷰 / 밈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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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2 지방선거는 한국 정치사회에서 하나의 분수령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 이유는 6.2 지방선거의 쟁점 중 하나가 '복지'였기 때문이다. 6.2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과 진보정당 뿐 아니라 국회의 다수당인 한나라당과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씨도 본격적으로 '복지'를 정치적 의제로 삼았기 때문이다.
6.2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의사가 확인된 후 시민단체들은 '복지국가 실현 연석회의'를,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개인들이 모여 2011년 5월 '복지국가 국민운동본부'를 발족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서울본부, 노원지역 본부, 성남본부 등 지역체계를 갖추었다. 국민운동본부는 초기에 강연회, 토론회 등을 적극적으로 열고 자료집을 제작하는 등 열성적으로 활동하였으나,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전국 각 지역단위 조직이나 활동을 전개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개별적인 유권자, 풀뿌리 시민단체, 지역에서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하게 논의하면서 조직체를 꾸리기 보다 2012년 국회의원 총선과 대통령 선거라는 시기에 맞추어 정당과 시민단체 등의 상층 인사들끼리 서둘러 조직했기 때문이라 추측된다.

 

내 예상으로는 이 책이 그 연장선 상에 놓여있다. 즉 서둘러 '복지국가 국민운동본부'를 출범하였으니 그 연대조직의 목표나 정책의 합의가 부족한 상태였고,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목표에 치중하다 보니 2012년 선거를 앞두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정치적인 조직을 어떻게 구성할 수 있느냐에 대한 각자의 의견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10인의 민주진보진영 리더'라는 부제에서 말해주듯이 인터뷰에 참여한 10인은 국민운동본부에 몸을 담근 조직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복지국가 국민운동본부 공동본부장), 문성근 100만 민란 국민의 명령 공동대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이다.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 생각해보면, 현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인 문재인씨는 그렇다 치더라도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손학규씨가 인터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
 
한국정치의 핫이슈인 '복지국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시민사회, 민주당, 진보정당의 리더 10인의 전략은 서로 조금씩 다르다. 이들은 복지국가를 지향한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그 방법에는 다양한 의견과 차이를 보인다. 또한 2012년 총선과 대선에는 반드시 '복지국가 정치동맹'이 이루어져야 다시 민주진보정부로 갈 수 있다며 입을 모은다. 그러나 그 전략에서는 단일정당, 야권연대, 진보대통합 등의 다소 차이를 보인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시민정치운동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한국정치 재편을 모두 주장하고 있어, 독자들에게 책이 발간된 지 1년이 넘은 지금 10인의 정치적 안목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리고 복지국가를 향한 한국정치, 정당정치의 현재와 가까운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줄 것이다. 그들의 주장이 일관성만 있다면...
 누구나 생각하듯이 복지국가 건설은 매우 정치적인 과정을 거친다. 선거 때마다 정책과 공약보다 상대방의 실수와 약점으로 승패가 갈리는 한국정치에서는, 정당과 시민단체의 지도자들이 복지국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려지지 않는다. 특히 법률과 예산을 결정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민주진보개혁진영 지도자들이 복지국가 건설을 합의하고 창의적인 정치 전략을 고민하는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왜 복지국가 정치동맹인가? 이상이 대표는 "한국 유권자의 99%는 민생불안을 해결해 줄 복지국가와 밥이 되는 민주주의를 바라고 있다. 모든 정치세력이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크게 단결하여 성장만능과 시장만능을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정권을 심판하고,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실현할 새로운 정치세력의 집권을 갈망하고 있다. 진보개혁 정치세력은 작은 차이와 기득권을 벗어던지고 보편주의 복지국가라는 '가치와 노선'을 중심으로 단결하기를 원한다."고 그 이유를 밝힌다. 하지만 그 리더들은 정치동맹의 방법에서 서로 다르다. 10인 중 일부는 하나의 정당, 복지국가 단일정당을 만들어 국민의 요구에 화답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다른 일부는 야권연대를 통해 달성하기를 원한다. 전자의 입장은 야권통합, 야권단일정당 없이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야권이 '필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상이, 문성근, 김기식, 이인영, 정동영, 천정배, 정세균은 전자의 입장이고 권영길, 조승수, 이정희는 후자의 입장이다. 물론 전자의 입장의 경우에도 조금씩 내용이 다르다. 특히 정동영 최고위원과 천정배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선혁신'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운다. 민주당의 혁신 없이는 야권단일정당이 불가능함을 역설한다. 후자는 '진보대통합'과 '야권연대'를 주장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많이 안타까운 상황이다. 2011년 하반기와 2012년 상반기의 정치상황은 복지국가의 '가치'는 크게 퇴색하고, 정치공학과 선거전술만 난무한 모습이었다. '빅텐트론'과 '야권단일정당'을 결사적으로 외치던 문성근, 김기식, 이인영은 '간절한 외침'과는 달리 그다지 야권통합에 열정적이지 못한 상태에서 참여정부 출신 일부 정치인과 정치성향의 시민단체 활동가, 백만민란등 몇 개의 시민단체를 묶은 '혁신과통합'을 결성한 후 민주당과 합당하였다. 그리고 민주통합당은 진보정당과 야권연대를 이루어냈음에도 오만함과 무능함을 보였다. 공천실패와 리더쉽 부재, 전략전술의 실패로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과반수를 내주었다. 2011년 이 책이 발간될 당시만 하더라도 '건강보험 하나로', '복지국가 만들기 운동본부'. '100만 민란 운동', '내가 꿈꾸는 나라' 등 시민정치운동이 들불처럼 일고 있었지만, 민주통합당으로 합당한 이후 복지국가 운동은 사그라 들었다.
진보정당 역시 '진보대통합'에 실패하였고,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그리고 진보신당의 일부가 통합진보당으로 '소통합'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나마도 통합진보당은 지난 4.11 총선 이후 부정경선 시비와 당내 권력다툼으로 망신창이가 된 후 국민참여당측과 진보신당 탈당파측, 그리고 민노당 내 일부가 탈당하여 새로운 정당을 창설하느라 요즘 분주하다.
이상이 대표가 중심이 된(?) 복지국가 정치동맹은 철저하게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실패한 이유는? 내 생각에는 섣부르게 상층인사 중심으로 정치동맹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불가능한 '야권단일정당'을 시도했다고 볼 수도 있다. 세상이 점점 독점에서 분산으로, 중앙에서 지방으로, 획일화에서 다양화, 관료화에서 분권화로 가는 마당에 이념과 지지층이 다른 정치세력을 정권을 획득하려는 목적으로만 통합시키려는 시도 자체가 무모한 욕심이었다.

 

이상이 대표는 매듭말에서 "앞으로 더욱 더 국민 일반이 갖고 있는 불안을 제도적 방식으로, 사회 연대적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깨어있는 국민, 시민이 많아야 하며, 이것이 시민정치운동이 할 일이라고 말한다. 신자유주의 10년을 지나오면서 엄청난 변화의 조짐들이 시민사회 내부에서 일고 있다 한다. 이러한 변화의 요구를 어떻게 복지국가 건설로 모아 나갈 것인가, 앞으로 1년 동안 시민정치운동, 풀뿌리 시민운동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정치가 광범위한 국민의 움직임에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세상이다. 그래서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이 과거의 관성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 그렇게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는 올 2011년 말의 정치질서 재편 국면에 영향을 줄 것이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정당은 이 시민적 토대 위에서 복지국가 노선을 내걸고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2011년 1년 동안 전국적 수준의 풀뿌리 시민정치운동이 굉장히 중요한데, 만약 그것이 잘 안 되면 정치질서 재편이 잘 안 될 것이고, 그러면 복지국가로 가는 것은 한동안 미뤄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앞 말은 여전히 유효하되, 뒷 말은 과도한 우려일 것이다.
'명사정당' 수준이 민주통합당과 '명망가단체' 수준인 시민단체, 정파간 갈등이 극심한 진보정당만으로 정치가 혁신되고 시민정치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날 수 없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풀뿌리에서부터 유권자들의 생각과 요구를 모아야 한다. 동네에서, 아파트 단지에서, 직장에서부터 복지국가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홍보하고 조직화해야 한다. 풀뿌리 시민단체, 생활협동조합, 노동조합, 농민회, 온라인 동아리, 카페, SNS에서 꾸준히 복지 쟁점을 꺼내고 토론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서 논의단위를 조금씩 광역화하고 그것이 복지국가 전국운동과 만나야 할 것이다. 야당과 시민단체도 끌어들이고...
1년만에 복지국가 운동을 전국적으로, 지역에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 자체가 처음부터 무모하고 욕심이었다. 유권자들의 생각이 바뀌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하루이틀, 1~2년에 이루어 질 수 없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계기일 뿐이다. 어차피 현재 수준에서의 선거는 정당들의 선거 경쟁에 좌우되는 것이 중심이고, 복지국가 운동이나 시민정치운동은 그 기회를 최대한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10인의 리더들이 99% 유권자의 염원이 복지국가이고 그것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이 책 속의 다짐과 약속을 잊지 않았기를 바란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복지 쟁점을 형성하고 정책과 공약으로 반영하여 다시 한 번 야권단일후보를 내세워 대선에서 승리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승리가 내년 새로운 정부에서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복지국가 건설의 실행으로 나타나기를 바란다.
 
[ 2012년 10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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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말자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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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 간략하게나마 도올의 사상의 정수와 현실세계에 대한 태도를 알 수 있다. 도올은 이 책 한 권 속에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중요한 분야를 망라하였다. 거시적인 세계와 미시적인 세계, 매크로하고도 마이크로한 모든 인간상황이 제기되어 있다. 도올은 그 모든 상황에 대하여 철저히 우리의 상식과 통념을 깨버린다. 그는 "한국어로 한국인에 의하여 한국인을 위하여 쓰여진 가장 래디칼한 책. 니체의 래디칼리즘을 몇만 배 뛰어 넘는다."고 큰소리 친다.
 
도올은 이 책을 우연하게 집필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 사연은 <맹자, 사람의 길>을 탈고한 후에 좀 쉬는 틈에 생겼다. 저자가 낙산에서 산보하는 데 어느 젊은이가 다가와 도무지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어떻게 살아갈지가 막막하다고 한탄하였다. 그러면서 도올에게 고전번역만 하지 마시고 선생님 자신의 언어로 쉽게 아주 기초적인 문제를 일깨워 달라고 청했다.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책을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간청했다고 한다.
도올은 그 호소에 공감한 나머지 불과 한 달 만에 1,422매의 방대한 원고를 완성하였다. 당초의 기획보다 너무 분량이 많아지고 결코 쉽게 읽힌다고만은 말할 수 없는 책이 되고 말았다. 출판사측은 쉽게 읽힐 수 있는 후미의 4개의 장, '청춘' '역사' '조국' '대선'을 앞으로 옮겨 편집하여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으로 만들었다. 원래 순서는 '우주', '천지', '종교', '사랑', '음식' 그리고 '청춘', '역사', '조국', '대선'이었다고 한다.

먼저 '청춘'에 대한 정의와 역할이 다르다. 도올은 "청춘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고 천명한다. 다시 말해 "노인들의 청춘에 대한 회상만이 아름다운 것이다. 청춘에 대한 추억이 아름다운 것이다. 추억은 아름다운 로맨스만을 추상해내고 거기에 부수된 불안, 공포, 고통은 떨쳐낸다. 청춘의 압도적인 사실은 좌절이다"고 정의를 내린다. 그에 따르면 청춘은 '모험'이며, "모험은 문명이라는 유기체의 핵심이다. 모험이 없는 문명은 문명(文明)이 아니라 문암(文暗)이다. 그것은 고착 속에서 진부해지고 부패한다. 문명의 부패를 막는 힘은 오직 청춘에서만 온다"고 '청춘'에게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보수적인 사람들은 "청춘의 모험을 불안한 것으로 바라보며,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청춘의 모험이 강행하는 역사진행의 부작용은 안정이나 완벽을 구가하는 자들이 저지르는 부패에 비하면 매우 사소한 것이다"고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운다. 마지막으로 그는 "청춘들이 쫄아야만 사회질서가 유지되고 부귀의 정점이 지속된다고 믿는 청와대, 검찰계, 법조계, 조중동, 대기업... 이들은 모두 청춘의 모험을 억압하는 세력일 뿐만 아니라, 바로 한국문명 자체를 내부에서 붕괴시키고 있는 자들이다"라고 일갈하기에 이른다.
 
'역사'와 '조국'에 대한 도올의 해석은 명쾌하면서도 한국의 주류 세력에게 도발적이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중고 교과서 왜곡에 앞장선 뉴라이트 역사학자들을 비판하면서 "조선민족은 분열을 사랑한다"와 "자기운명을 스스로의 힘으로 결정하지 못한다"라는 식민사관은 객관적 이론의 체계가 아니라 "우리 머릿속을 이미 지배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우리 스스로의 생각의 질곡이다"고 규정한다. "남북분열을 획책하고 미일제국 일변도의 종속외교에 집착하는 모든 이유가 식민사관의 연장태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요번 대선에 승리하는 대통령은 반드시 먼저 북한에 다녀오고 난 다음에, 중국이나 러시아를 다녀오고, 그후에 미국을 가야한다"라고 단언한다. 올해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 특히 야권 후보들이 명심해야 할 대목이라 생각한다.
그의 미국에 대한 태도 역시 흔들림 없이 중심이 잡혀 있다. 그는 "미국은 우리를 도와준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의 장을 활용하여 그 몇천배의 이득을 취해갔다. 우리가 해방이후에 미국에게 바친 저자세의 충성심은 이미 단군 이래 조선말까지 대륙중원에 바친 충성심의 합계를 몇천배 뛰어넘었다"고 미국에 대한 종속의 역사를 회고하면서 "미국 아니면 못살아! 예수 아니면 못살아! 빨갱이는 정말 미워! 바로 이 한국인의 정서가 식민사관의 최대의 승리라는 것을, 바로 일제 관변사학자들이 지금도 무덤에서 빙그레 미소짓고 있을 것이다"고 질타한다.
 
'대선'에 대한 도올의 평가는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일으키며 언론에 알려졌다. 나 역시 그 언론 기사를 접하고서 이 책을 알게 된 셈이다.
민주통합당 손학규 후보에 대해서는 "학력과 경륜과 정책컨텐츠를 누구보다도 풍요롭게 소유한 새 시대의 인물"이라는 점이 장점이되, "뜨거운 가슴이 좀 부족"한 것을 단점으로 평가한다. 김두관 후보에 대해서는 "공사가 분명하고, 자기 삶에 부정의 요소라고는 한 오라기도 없을 만큼 공직생활을 사는 건실한 인물"이며 "결단력도 있고 카리스마도 있고 외관이 출중하며, 인품이 신비로울 정도로 듬직하다"리안 점이 장점이되, "거대 담론을 소화해낼 수 있는 집약적 학습이 더 필요하다"는 점이 단점이라고 평가한다.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사심이 없고 대의에 대한 헌신이 있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의 이익보다는 공익을 우선시하는 매우 훌륭한 인격구조를 가지고 있다"면서 "성품이 선량하여 사물의 정도를 학습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노무현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극복해야"하며 "생각이 너무 단순"하고 "깊이와 지도력을 갖춘 담론을 개발해야"함을 충고한다.
안철수 후보에 대한 평가는 독특하다. 그는 "안철수라는 에너지를 키워 잘 활용하면 이길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진다"고 말한다. '안철수 현상'에 대해서는 "안철수는 이 시점에 한민족에게 내려주신 하느님의 축복이다. 안철수는 우리 민중의 진실표출의 상징이다. 안철수는 하늘이다!"고 정의를 내린다. 그의 이런 해석이 자칫 안철수 후보에 대한 과도한 평가로 보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도올의 그러한 평가가 안철수 개인이라기 보다 '안철수 현상'에 대한 평가로 생각한다. 그는 민중들이 과거의 대통령들, 이승만에서부터 김대중, 노무현을 거쳐 이명박에 이르기까지 정치인 출신들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정치인이 아닌 사람에게 권좌를 부여해보고 싶은 근원적으로 새로운 갈망에 사로잡히게 된 것"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이명박 현정권의 행태와 존재가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에 대한 도올의 평가는 엄정하다. 나는 민주정부 10년이 군사독재 시대에서 시민주권 시대로 이행되는 과도기라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통해 유권자들이 이번 대통령 선거를 성과적으로 치르지 못하면 신자유주의와 양극화를 해소할 길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명박이 희대의 악정(惡政)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살아남고 있는 것은 그가 국민에게 수용되고 있다는 객관적 사실을 의미한다. 국민은 그의 악정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
국민이 그를 사랑해서 감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을 감내하는 이유는 매우 단순한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10년의 악정(惡政)이 아직 이명박의 악정을 상쇄하지 않을 정도로 추악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명박의 모든 죄악의 근원은 김대중정권과 노무현정권에서 이미 다 뿌리를 내린 것들이다.
이명박의 신자유주의적인 친미,친일,친대기업의 경제정책의 기본 노선은 김대중이 IMF를 극복한다고 성급하게 추진한 모든 방식의 노선들을 더 추악하게 발전시킨 것일 뿐이다. 김대중의 비전이 이 민족의 미래를 더 도덕적으로 더 민주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은 아무 것도 우리 뇌리에 남는 것이 없다. 모두 진부한 판에 박힌 정책일 뿐이다. 그의 지방자치제에 관한 구상도 이 민족의 산하와 국가의 재정구조를 더 악화시키는 데 기여한 측면이 그 선업의 측면보다 더 많다. 시작은 노태우 정권이 하였지만, 그 실현의 원동력은 DJ로부터 온 것이다. 어차피 빈핍하게 되어가고 있던 지방문화를 근원적으로 개선하는 보다 현명한 단계적 자치화 방안이 있을 수 있는데도 그는 그의 정치적 이권의 구상에 따라 성급하게 진행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전라도'라는 위대한 민중의 고난의 에너지를 사유화하여 특수한 로칼권력의 보루로 전락시켰다. 그가 잘한 것, 지속적으로 추진한 성공적인 사업의 사례로서 대북 햇빛정책을 들 수 있겠으나 그것도 레토릭에 그쳤을 뿐 구조적 변화를 이룩하지 못했고, 노벨상을 독식하면서 빛을 바랬다. 지금 국민 누구가 김대중의 노벨상 수상을 영예롭게 기억하는가? 노벨상 그 자체의 기만적 성격만 국민에게 부각시키면서 노벨상의 권위를 추락시켰을 뿐이다. 물론 기나긴 세월, 우리 민족의 민주투쟁의 고난을 대변한 그의 삶의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한 경의를 표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새만금만 막지 않았어도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정비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할 수 있는 국민적 인식의 기초가 마련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을 수용하지 않고 집권 초기부터 남북문제를 구조적으로 조정했더라면 이명박의 야비한 대북 봉쇄정책은 있을 수 없었다. 미루고 미루다가 성사시킨 말기의 방문은 코스메틱에 그쳤다. 이명박의 FTA 추진은 노무현의 정책의 연장일 뿐이다.
보수파들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을 썼지만, 좌-우를 떠나 가장 정직한 역사적 사실은 김대중,노무현의 10년 치세야말로 "국민의 진보에 대한 열망을 처참하게 좌절시킨 10년"이라는 것이다. 이승만에서 전두환에 이르는 기나긴 독재의 세월 동안 형성된 국민정서의 정화가 김대중,노무현의 진보적 치세를 허락했지만, 그들은 그 갈망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따라서 그 좌절감의 백크래쉬(backklash)로 태어난 정권이 이명박 정권이며, 따라서 MB정권은 그 이전이 모든 죄악을 마음놓고 재현해도 될 만큼 자유로운 것이다. 그만큼 국민의 절망감이 깊고, 그 절망감이 파생시킨 가치의 혼란이 MB 죄악의 여백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판에 학생들의 보이스가 조직화될 역사의 모멘텀이 생겨나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김대중,노무현에 대한 처절한 반성이 없이는 이명박, 새누리당은 극복될 것이 없다."(p.28)
 
 '우주', '천지', '종교', '사랑', '음식'에 대한 도올의 해석과 이론 역시 우리의 선입견을 깨기에 충분하다. 각각의 도올 사상 개념도 독특하고 깨달음을 주지만, 그것들보다 중요한 맥락은 '청춘' '역사' '조국' '대선' 등을 포함하여 이러한 문제들이야말로 현재 한국인들의 진정한 철학적 과제상황이라고 도올은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우주', '천지', 그리고 '종교', '역사'의 제 문제로부터 근원적으로 파헤쳐 들어가지 않으면 전혀 그 총체적인 모습(총상總相)의 바른 인식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올의 '바른 인식'이란 관념적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이다.
 
"해탈과 열반은 고고한 방장의 좌선에 있지않다. 주변 동료들의 고통에 항거하기 위하여 고통의 현장인 시장한복판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면서 죽는 순간까지 달려가며,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스러져간 전태일의 무아적 행위야말로 해탈, 열반이다"
"깨달음이란 꼭 무엇을 아는 것에서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꼭 몰라야 할 것을 정확하게 모르는 것, 다시 말해서 모르는 것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진정한 깨달음의 출발일 수도 있다"

이 책에서 '사랑'이라는 개념은 서구적 가치의 총화이다. '사랑'은 조선시대 언어에 없었던 단어는 아니지만, 조선말기에나 유행한 말로써 기독교 경전이 유입되면서 크게 의미가 왜곡되었다. "기독교는 성을 천지음양의 자연스러운 조화로 받아들이지 않고 죄악시하였다. 그 죄악시함으로 발생한, 문명 속에서 축적된 의식의 콤플렉스가 프로이드의 리비도 이론의 기초가 되었고, 그것이 모든 싸구려 팬섹슈얼리즘(pan-sexualism)적인 20세기 성문화를 생산해낸 것이다."(p.299)
도올은 한자문명권에서 성립한 '천지코스몰로지'를 소개하면서, 그 틀에 따라 청춘의 의미, 그리고 섹스, 사랑, 일상적 삶의 방식, 음식에 관하여 매우 자상하게 그 처방을 소개해 준다. 인간이 웅혼한 생명의 존엄성을 깨달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원리를 터득케 해 준다. "가장 건강한 방법은 성으로부터의 절제를 배워서, 다시 말해서 하초로부터 정(精)을 축척하여 상초에까지 올라차게 만듦으로써 위기(衛氣)를 강화시키고 영기(營氣)를 건강케 만드는 것이다."(p.300) "리비도는 욕망과 쾌락의 근원으로서 죄악과 억압의 대상이 되지만, 효는 사랑의 근원으로서 도덕의 원천이 된다"(p.208) 그렇기 때문에 도올은 책의 제목을 <사랑하지 말자>고 정한 것이다. 여기서 '사랑'은 이미 서구적 가치로 이루어진 욕망과 쾌락, 죄악과 억압을 의미한다.
그리고 한민족의 역사를 그 뿌리로부터 가르쳐준다. 우리 역사가 어떻게 기록되었으며 어떻게 왜곡되어 왔는지 그 히스토리오그라피의 충격적 실상을 드러내어 역사의 근원적 문제점을 반추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는 현대사의 세부적인 뒷골목들을 샅샅이 분석해 들어간다. 

[ 2012년 9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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