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당한 패스워드 - 한국 인터넷에서 살아 남는 법
김인성 지음, 이상.내리 그림 / 홀로깨달음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추천 [서평] 김인성 저 < 도난당한 패스워드 : 한국 인터넷에서 살아 남는 법 >을 읽고 / 2013. 06., 303쪽, 홀로깨달음

이 책은 네티즌의 자발적인 소셜펀딩 기부금으로 완성된 소셜 웹툰이고, 완벽하게 무너진 한국의 보안 현실을 고발하고 그 속에서 생존하는 법을 알려주는 만화책이다.

저자는 한국의 보안 현실이 직면한 위기를 고발하고, 그 속에서 생존하는 법을 알려주는 가이드북이자 한국 IT의 총체적인 모순이 집결된 보안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헤친 모습을 만화로 그려냈다.
그는 허점이 많은 공인인증서, 마이크로소프트 - 윈도우 - 인터넷익스플로러로 단일화되어 단 한 개의 악성코드로도 전 국가가 초토화되는 보안 환경. 해킹 사고가 나도 책임질 필요가 없는 기업, 북한 탓만 하는 관계 당국, 세계화를 가로막는 한국식 보안 체계 등을 짚어내며 보안의 개념과 원리, 한국식 보안의 작동 방식과 문제점을 알기 쉽게 전달한다.

아마존과 이베이 그리고 페이팔을 사용하면서 내가 느꼈던 쾌적함과 국세청이나 은행 사이트, 쇼핑몰을 사용하면서 무지하게 불편함을 느낀 원인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내가 느꼈던 그 불편함은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보안 시스템 구조 자체에서 파생된 문제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 '보안 시스템 구조'라는 것은, 한국의 공인인증 기관은 미국을 포함하여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에서 인터넷 표준으로 사용되는 국제표준 보안방식인 'SSL(Secure Socket Layer)'이 요구하는 검증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한국의 인증서는 국제 사회에서 신뢰성 있는 인증서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세계화와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치는 정부기관과 정치권, 대기업, 은행, 보안업체들이 실상 국제 표준을 어겨가면서 까지 폐쇄적인 보안 시스템을 운영하고 그로 인하여 전 세계 해커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 표준 보안방식은 포털이나 은행, 기관 등이 보안을 책임지는 구조인 반면, 한국식 보안 방식은 한마디로 말해 개인에게 보안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우리가 은행의 인터넷뱅킹을 시작하려고 할 때 다운로드 받는 여러 개의 프로그램은 결국 "보안의 책임은 나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컴퓨터 시스템에 설치하는 것에 불과하고, 컴퓨터나 인터넷 보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개개인의 컴퓨터, 인터넷 유저들은 국내 보안업체의 시스템과 국내외 해커들의 장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국의 정보기관이나 수사기관이 미국 CIA만큼 국내외 해커의 위치를 추적하거나 그들을 막거나 잡아낼 능력도 없다.

정부와 정치권의 '개인에게 책임을 떠 넘기는' 방식은 제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의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나 정치권은 유권자 개개인의 인권과 복리를 책임지기 위해 주권자의 권한의 일부를 잠시 '위임'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인터넷 보안은 정부와 정치권이 개인에게 책임을 떠맡기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구조적이고 시스템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세금을 낼 이유도 없고 직책을 받거나 월급을 받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인터넷 사용자 개개인이 IT나 인터넷의 전문가가 아닌 이상 제도와 시스템으로 보안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개인에게 인증서를 잘 간수하라거나 백신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하는 식으로 보안을 해결하려는 태도는 공직자로서 근본이 안된 것이다.

물론 한국사회 전체가 이렇게 인터넷 보안을 엉망으로 구축하는 이유를 따지고 들어가 보면 보안업체의 이익과 보안업체와 연루된 수많은 정부기관 관계자들의 이해관계 때문임을 알 수 있다. 국제 표준 보안 방식을 이용하면 국내 보안업체의 존재 이유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이 웹툰이 인터넷에 연재될 때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독자를 위해 이 만화는 끝까지 연재했다.

그런 상황과 구조가, 농협이나 청와대, 정부기관의 인터넷 보안이 뚫리면 인터넷 보안의 구조나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나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가장 손쉬운 해결책인 '북한 카드'를 꺼내는 것이다. 여기에 '북한'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조선일보와 같은 극우보수 언론이나 어용방송이 그런 근거도 없고 허무맹랑한 '북한측 소행'이라는 기사를 남발하는 것이다. 
'북한'을 내세우면 모든 문제가 잠재워지고 아무도 떠들지 못한다는 한반도의 분단체제와 반북 이데올로기를 치졸하게 이용하는 것이고, 이런 계기를 통해 반북 이데올로기를 또다시 재생산하는 것이다. 남북화해와 협력, 남북교류와 평화협정이 IT산업과 같은 경제의 투명성과 발전을 위해서도 절실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국내 최고의 보안업체라는 안랩의 성과나 사업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왜 그동안 안철수 씨가 국내 보안 시스템과 제도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진실을 저 너머에 있다."는 말이 새삼 다가온다.

IT산업이나 인터넷, 정보통신(핸드폰 포함) 분야에 대해 기존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떠드는 내용이 아니라 좀 더 소비자에게 진실한 것들이 궁금한 사람들은 저자 김인성 교수가 발간한 <한국 IT산업의 멸망>(2011, 북하우스)를 읽기를 추천한다.

[ 2013년 8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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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노동 - 꼭꼭 숨겨진 나와 당신의 권리
은수미 지음 / 부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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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은수미 저 <날아라 노동 : 꼭꼭 숨겨진 나와 당신의 권리>를 읽고 / 2012. 10., 240쪽, 부키

현직 국회의원 은수미 씨의 저서. 내가 이 책을 기존 정치인들처럼 정치자금의 수금용으로 생각했다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SNS와 언론에서 1년 가까이 지켜본 은 의원은 그 정도 사기꾼은 아니었다. 책을 사서 몇 쪽을 들추면서 내 예상이 적중했음을 알고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는...^^

개인적으로는 이미 잠시 인연이 있었지만 정치인으로서는 소위 '듣보잡'이었던 저자 은수미. 처음 비례대표 명단에서 이름을 발견한 후 그가 그동안 어떻게 실이왔는지 궁금하여 인터넷을 찾아 보았다. 대표적인 경력이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원이었다. 단독 또는 공저의 논문 몇 개를 훑어보면서 변절(?) 내지 기득권에 푹 빠져 있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은 의원은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쌍용차 해고자 문제와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문제, SJM 용역폭력 문제의 현장으로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런 그를 SNS에서 지켜보면서 내심 기대도 하고 응원도 많이 보냈다.(하지만 2013년 새해 예산안 찬성자 명단에서 은수미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터무니 없이 정치적인 이유로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윤리위원회에 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자격심사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 그를 보면서 크게 실망하기도 했다.)
4.11 총선 이후 민주당 내 정파의 선택이나 대선 기간 중 문재인 후보나 민주당 주류세력의 못난 행보에 끌려다니는 그를 보면서 한숨도 났고 비판도 했지만, 초선이기에 그리고 섣불리 그를 판단하지 말자고 생각하며 지켜보았다. 아직 어떻다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 책은 국회의원으로서 은수미가 어떻게 살아가고자 하는지, 자신이 담당하는 환경노동위원회의 주된 업무인 '노동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애기하는 것이다.

저자 은수미는 헌법 제32조 1항(근로의 권리와 적정임금)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 경재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을 소개하면서 "국가가 지금처럼 허접한 일자리 양산을 방치한다면 모든 국민이 근로의 권리, 일자리다운 일자리에서 일할 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방기하는 것입니다. '국가'라 함은 행정부뿐 아니라 입법부와 사법부를 포함하는 것이다."(p.26)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헌법을 준수하고 주권자인 국민의 권리와 행복을 신장시키겠다고 맹세하고 공직자에 취임한 현 정부의 대통령, 청와대, 장차관, 공공기관장, 고위 관료뿐 아니라 대다수의 국회의원, 지자체장, 시군구의원, 대법원, 헌법재판관, 고등법원, 지방법원, 판검사 모두가 헌법을 위배한 셈이고 국헌을 문란케 한 범법자들인 셈이다.
이러한 헌법의 내용과 헌법의 취지에 대해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알리고 배워야 한다. 헌법에 위배된 여러 법률의 문제점과 정부와 정치권의 불법행위를 주권자로서 준엄하게 지적해야 하며, 판검사들이 헌법을 준수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격심사를 요구해야 하고, 헌법을 준수하지 못하는 공직자에게는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
주권자의 권리, 시민의 권리, 행복한 노동의 권리는 스스로 찾는 것이지 다른 누가 가져다 주는 게 아니다.

한반도가 일제 식민지에서 해발되기 전인 1944년 5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선진국의 노,사,정 대표가 모여 '필라델피아 선언'을 채택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목적에 관한 선언으로, 다음 네 가지 기본 원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1.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2.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는 부단한 진보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3. 일부의 빈곤은 전체의 번영을 번거롭게 한다. 4. 결핍과의 전쟁은 각국에서 불굴의 의지로, 그리고 노동자 대표와 사용자 대표가 정부 대표와 동등한 지위에서 공동선의 증진을 위한 자유로운 토의와 민주적 결정에 함께 참여하는 지속적이고도 협조적인 국제적 노력에 의하여 수행되어야 한다."
노동이 상품이 아니라는 선언은 시장과 기업간의 경쟁이 국가간 경쟁으로, 그리고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경쟁과 시장이 국가와 사회를 지배하여 사회적 정의를 짓밟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인간의 노동능력을 시장에 맡기면 인격마저 상품으로 거래된다는 사실을 우려했을 것이다.
이후 미국, 유럽 등 소위 선진국은 1970년대 말까지 30년 넘게 필라델피아 선언을 준수했기에 일정한 수준의 소득과 부의 상승과 평등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필라델피아 선언과 같은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이 있고 없음이 현재 노동자의 처지를 가져온 셈이다.
지금부터 한 사람부터라도 헌법에 구정된 '노동권'과 '적정 임금', '행복추구권'과 경제민주화 등에 대한 공감과 소통이 조금씩 퍼져야 한다. 한 사람에서 시작하더라도...

한국 노동자 약 1,720만명 중 노동조합 조직율이 2011년 기준으로 약 10% 정도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율은 1.7% 정도고요.("노동자 절반 비정규직 1.7%만 가입"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505778.html)
노동조합 조직율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급상승하여 1989년 약20%로 최고 높은 수준을 달성했다가 그 이후 꾸준히 줄어들어 24년 만에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민주노총 노동조합원 수는 이명박 정부 들어 급속하게 줄어들었다. 여기에 비정규직 조직율을 감안하면 정규직 노동조합이 주로 사라지거나 탈퇴한 셈이며, 사업장 규모에 따라 노동조합 가입율도 격차가 크게 나타납니다.
민주노총이 2013년 자체 집계한 장기투쟁사업장 현황(https://www.google.co.kr/url?sa=t&rct=j&q=&esrc=s&source=web&cd=8&ved=0CGcQqQIwBw&url=http%3A%2F%2Fnodong.org%2F%3Fmodule%3Dfile%26act%3DprocFileDownload%26file_srl%3D101310%26sid%3D98d358aa3e431193cb19c05ab0edd8b5&ei=-NmYUfu4E4ajigfvxoHADQ&usg=AFQjCNE9Tfe6jUA6gPROanExdlV8G9bOyA&sig2=1rcZODAVqwBcBIYSHCiMrA&bvm=bv.46751780,d.aGc&cad=rjt)을 보면 전국 60개 사업장 대부분이 정규직 노동조합이다. 그리고 장기투쟁사업장의 공통점은 정리/부당해고, 해고자 복직, 노조 탄압/파괴, 부당노동해위, 손배, 고용승계, 직장폐쇄 철회 등 정부와 사용자의 노동조합 탄압에 맞서 고용 안정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
대표적인 사업장이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유성기업, 콜트콜텍, 기륭전자, 코오롱, 이랜드 등이며, 재능교육처럼 '사용자성'이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처럼 '정규직화'가 일부 포함되어 있다. 즉, 장기투쟁사업장은 민주노총과 전경련 등 사용자 사이에서 '고용 안정'과 '민주노조 사수'의 상징적이고 분기점이 되는 사례인 것이다.

대규모 사업장의 인원 축소와 사업장 해외 이전, 꾸준한 노조 조직율 감소와 민주노총 사업장과 가입자수의 감소, 87년 이후 승리보다 패배가 많은 현실, 정치권과 정부의 비협조... 그동안의 과정은 대기업 사업장이나 정규직 사업장의 노동자들 역시 정리해고와 노조 파괴에 따른 '고용 불안정'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사실상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나는 "사실 정규직 일자리가 정리해고로 공격을 받다 보니 정규직 노동조합원의 고용 안정에만 집중하고, 조합원이 아닌 비정규직에 대한 지원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조합원만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일자리 안정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할 수는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확산 원인을 노동조합이나 정규직의 고용 경직성에서 찾는 것은 명백한 마녀사냥이다."라는 은수미 의원의 주장에 공감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1천명 이상 대기업의 종사자 비중이 1993년 13%에서 2009년 6%로 반토막이 났고, 10년 이상 장기근속자 비중이 16% 가량이다. 정규직조차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는데 일방적으로 정규직 탓을 할 수 없다"라는 항변에도 동의한다.
물론, 그들도 사람이고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기 때문에 관료적일 수 있고, 정파적일 수 있으며, 패권적일 수 있습니다. 일부 인사들이나 특정 노동조합이 비도덕적일 수 있고, 정규직의 이익에 좀더 편중될 수도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보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일 수도 있고, 내부에서 입장이나 노선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노동자는 하나"이고 "노동조합으로 뭉쳐야 산다"는 구호가 헛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들 사이를 이간질 시키는 언행, 분열을 조장하는 언론과 정치권의 선동에 대한 동조,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르려는 태도를 삼가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은 헌법에서 정한 노동권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는 법률이다. 이 법의 제9조(중간착취의 배제)는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영리을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p.105) 한마디로 노동에 대한 '중간 착취'를 금지한 것이다. 따라서 법률 전문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근로기준법과 충돌하는 다른 법률은 헌법과 근로기준법의 추지와 위계상 효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파견 노동이나 용역 노동, 사내하청 등의 불법적인 여지가 있는 각종 고용형태는 이런 저런 이유로 복잡하게 생각하거나 따질게 아니라 원칙적으로 불법으로 규정하여 금지한 후 선별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노동정책을 펴야 한다. 부득이하게 회사가 파견이나 하청을 줄 경우에는 노동조합의 동의를 구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이 공정하고 공평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진정한 경제민주화다.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르면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로계약을 맺은 근로자가 일주일을 만근했을 때 유급휴일에 따른 주휴수당을 받도록 되어 있다.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어야 한다." 1인 이상 노동자가 있는 사업장은 하루 3시간씩 5일 만근하면 3시간치 임금을, 8시간에 5일이면 8시간치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규정은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등 사용자도 노동자도 알지 못한다. 세무서에 사업자를 신청해도 알려주지 않고 노동자에게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사용자도 노동자도 알려고 노력하지 않고, 부모도 선생도 선배도 상사도 모르고 알려주지 못한다.
나 역시 6년 동안 주식회사의 대표, 2년 반 동안 주식회사의 재무이사를 해봤지만 주휴수당은 지난 번 청년유니온의 소송과 이 책을 통해 자세하게 알게 되었을 정도다. 내 주변에 노동자를 1인이나 10인을 고용하는 사업자든, 대기업 중소기업에 다니는 노동자든, 알바나 비정규직이든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권은 기본권이기에 당연히 1~3년 뒤에는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는 고등학생에게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 사업자를 신청하는 이들에게는 세무서에서 직접 또는 의무교육 방식으로 외부 교육기관에서 노동관련 법률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정부의 의무이고 공공서비스인 것이다.
은수미 의원은 이런 주휴수당을 포함하여 최저임금, 퇴직금, 통상 임금, 노동조합, 단체교섭, 파업권 등 노동3권에 대해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음을 지적하고 제도적인 대안을 제시합니다.

은수미 의원의 책 속에 언론의 '강성 노조' 주장에 대한 인상 깊은 대목이 있다. "한국의 노동조합이 약하기 때문에 강성 투쟁이 일어나는 것이다. 노동조합 조직율이 50%까지 늘어 노동운동이 강해지면 굳이 '강성 투쟁'을 할 필요가 없다. 약하기 때문에 저항의 강도가 쎄지는 것이다"(p.205)

은수미는 책 9개의 장 중에서 한 장을 자신이 정의한 '노동의 수수께끼'의 해답으로서 '일자리 지도 바꾸기 로드맵'을 제시한다. 이 로드맵은 노동조합 가입 자격 등 노동3권 확립을 위한 노동법 개정, 피고용보험 대상 확대 등 사회안전망 확대, 정리해고 엄격 제한 등 좋은 일자리 확대와 '일자리 최소 기준' 확립, 공공부문 비정규직으 정규직 전환 등 일자리 차별 철폐와 비정규직 제한이다.
은 의원이 제시한 로드맵은 충분히 포괄적이고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민주당 부설 연구소나 정책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따로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이 로드맵이 국회를 통과하고 정부가 강력히 시행한다면 한국의 노동문제의 절반 이상이 해결될 것이다. 일부 부족한 점이 있다면 은 의원이 제시한 로드맵이 실행될 경우 그 효과가 노동자뿐 아니라 경영자나 자산가들, 그리고 한국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중장기적으로 해롭지 않으며 오히려 이로울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빠져있다는 점이다.

은수미의 로드맵에서 아쉬운 점은 "누가 그리고 어떻게"가 빠져있다는 것이다. 사실 은 의원이 제시한 로드맵의 대부분은 이미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통합진보당 등 진보정당에서 오래 전부터 제기해온 '노동 해결 방안'에 포함되어 있다.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의 힘이 부족하고 전략전술이 미숙하여 아직까지 이루어내지 못했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 책이 학회지에 제출하는 논문이 아니라 '로드맵의 실제 실현'을 목표로 한다면, 은 의원이 집중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제도와 정책이 국회와 정부에 받아들여지도록 하는 실행방안일 것이다.

또한 은수미는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의 임무는 유권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받아 정책과 제도를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은 의원의 가장 큰 임무 중 하나는 은 의원의 로드맵을 민주당 의원들에게 공감시키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민주당 의원 전체의 과반수가 동의해야 민주당의 당론이 되는 것이고 국회에서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의원 몇 명부터 의기투합하기 시작하여 숫자를 늘리는 것이고 로드맵 중 동의하는 사람이 많은 것부터 상임위에 제출하면 된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진보정당 의원들은 당연히 도울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은수미 의원이 단신으로는 작은 힘이지만 전략적으로 로드맵을 실현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민심의 흐름을 잘 파악하여 주요 제도를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고 또 본인이 주도적으로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은수미 의원이 열정적으로 노력하여 노조파괴 컨설팅 회사인 컨택터스 사례를 통해 여론을 환기시키고 관련법을 개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볼 수 있다. 물론 그 경우에도 적어도 민주당 내 의원들, 다른 야당 의원들과 소통하고 공감(압박?)을 끌어내야만 가능하겠지만...

제도적인 개선책을 국회에서 추진하는 것과 더불어 은 의원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은 제도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기 전이라 하더라도 대안으로 제시한 방안을 먼저 관계자들과 추진하려 성과와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진보적인 시도 지자체장이나 교육감과 협의하여 노동3권에 대한 교육을 고교생이나 대학생,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에게 교육하는 것이다. 노조 설립이나 단체협상 같은 것도 민주노총 등과 협의하여 실습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제시하고 싶은 제도는 교통법규 위반 신고포상금 제도처럼 노동3권 위반 사업장에 대한 제3자 신고포상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고소, 고발권을 줄 수도 있죠. 일반적인 인권으로까지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종의 파파라치 제도다. 북유럽에서는 인권 침해에 대해 별도의 유급 감시원을 두고 사건 현장에서 적발, 제재, 고발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는 것을 어떤 책에서 본 기억이 난다.

대중서적으로서 책에 대해 아쉬운 점은 저자의 주장을 펼쳐나가는 데 있어 독자의 대상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나 아렌트, 다니엘 벨, 제러미 리프킨, 알랭 쉬피오, 조지 리처 등 너무 많은 외국 전문가, 학자들의 이론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뒷잗침하는 것은 일반 독자이 읽기 부담스러울 것이다.

[ 2013년 6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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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슬픔 - 군국주의, 비밀주의, 그리고 공화국의 종말
찰머스 존슨 지음, 안병진 옮김 / 삼우반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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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강추!! [서평] 찰머스 존슨(Chalmers Johnson) 저, 안병진 역 < 제국의 슬픔 The Sorrows of Empire 군국주의, 비밀주의 그리고 공화국의 종말>를 읽고 / 2004. 03., 470쪽, 삼우반


일방주의와 선민의식에 가득찬 미국 내에서 그나마 양심적인 지식인에 속하는 찰머스 존슨(전 샌디에이고 대학 교수)은 이 책에서 미국이 군국주의와 비밀주의로 가득찬 '제국'이며 지구상 주요 분쟁지역의 원인 제공자이고 그로 인해 스스로 멸망을 재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제국주의로서의 미국의 영향권 내에 존재하는 국가 중에서 당연히 한국이 포함되며,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이 워낙 막대하기 때문에 미국의 대외정책을 알지 못한채 한반도의 정세, 남북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말 그대로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한 셈이다.


이 책은 정치외교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관련된 시람이라면 진보나 보수를 떠나 모두가 한 번쯤 읽어야할 필독서다.(품절이라 도서관에서 빌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ㅎㅎ)


존슨 교수가 이 책에서 내린 결론은 미국이 군국주의이고 제국주의라는 것이다, 제국이되 영토적 식민지배를 통해 유지하는 전통적 제국이 아니라 광범한 군사기지를 통해 지배하는 새로운 형태의 ‘군사기지 제국’이다, 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 세계 737개에 이르는 미국 군사기지(실은 1천개쯤 된다, 존슨은 그 추산의 근거로 영국과 보스니아 지역 등에 설치된 중요한 미국 군사정보기지들,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모든 이메일과 전화와 팩스를 감청하고 분석하는 시설과 인력을 갖춘 거대한 미군기지들은 미군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해외 미군기지 737곳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사실 등을 들었다.) 설치지역 또는 국가는 사실상 미국의 식민지라고 존슨은 얘기한다. 즉 현지 미군기지들을 지휘 통솔하는 미 주둔군 사령관은 로마 공화정 몰락기와 그 이후 제정기의 지방총독과 같은 존재라는 게 찰머스 존슨의 생각이다.

그의 설명에 따른다면 워싱턴이 임명하는 대한민국이란 '지방' 담당 '총독'은 누구인가? 전시작전권을 미국에 영구히 내어주자고 주장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번 한미 정상회담 전후 과정을 보면 저자의 주장이 결코 헛소리라고 느껴지지 않는 것이 나만일까?


존슨 교수는 미국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가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교묘하게 작동하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정보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북한과 미국의 갈등과정에서 미국 백악관과 군국주의자들의 무모하고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폭로하고 있으며, 미국의 대외정책이 기초적인 상식과 합리성을 얼마나 쉽게 무너뜨리면서 진행되는지에 대해서도 고발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나의 블로그에 정리되어 있다. < 미국 군국주의의 역사 > http://blog.daum.net/hy2oxy/8691500, < 21세기 미국 군국주의(제국주의)와 중국 > http://blog.daum.net/hy2oxy/8691506, < 군국주의 & 제국주의 미국과 한반도 > http://blog.daum.net/hy2oxy/8691509


저자는 미국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에 수반되는 타락을 “제국의 슬픔”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다음과 같은 4가지 슬픔이 미국에 도래한다고 그는 지적한다. 첫째로, 항구적인 전쟁 상태가 지속될 것이고, 이로 인해 미국에 대한 테러가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둘째로, 의회는 완전히 무력화되고 사실상 펜타곤이 행정부를 장악함으로써 민주주의는 실종될 것이다. 셋째로, 진실성의 원칙 대신 선전 체계와 허위 정보, 그리고 대규모 군대에 대한 찬양이 들어설 것이다. 끝으로, 거대 군사 프로젝트에 자원이 집중됨에 따라 경제는 파산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대안은 없는가? 미국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한 방대한 분석과는 달리 저자 찰머스 존슨이 미국인들에게 제시하는 대안은 극히 간단하다. 다음과 같이 의회 개혁을 촉구하는 구절이 그 전부이다. “국민들이 의회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고, 의회를 특수한 이익을 가진 자들의 포럼으로 전락시킨 부패한 선거법을 의회와 함께 개혁하여, 그래서 진정으로 민주적인 대의 기구로 거듭 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펜타곤과 비밀 정보 기관들에 대해 돈줄을 끊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이러한 “혁명”과도 같은 의회 개혁이 실제로 가능하게 될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인다. 저자의 불길한 전망은 세계의 암울한 미래로 연결된다. 100년 전에 시작되어 2차 대전 후 50년 동안 강화되다가 9.11을 계기로 완전히 고착화 된 미국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의 추세는 설령 차기 선거에서 부시 행정부가 물러나게 된다고 해도 그리 달라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존슨 교수의 예언대로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2009년 이후 지금까지 미국의 군국주의, 제국주의 행보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의회와 언론, 대기업 등 주류세력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미국은 앞으로 로마제국의 전철을 밝을 것인가?


존슨 교수가 원래 사회주의자나 반미항전의 전사였을까? 절대 아니다. 그는 원래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본, 미 중앙정보국 국제정세 분석 자문관을 오래 지낸 자칭 '냉전의 전사'였다. 그런 그가 말년에 미국을 제국주의국가로 규정하면서 '제국의 기수'였던 자신을 반제반전 평화의 기수로 탈바꿈시킨다. 이 극적인 노선수정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캘리포니아 대학에 오래 교수로 있으면서 주로 일본과 중국,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정세분석을 해주던 중앙정보국 분석관 노릇도 한 그가 이름을 알린 것은 ‘개발국가(developmental state)’라는 개념으로 일본의 정치경제적 특성을 분석하면서 일본을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모델로 본 기존 미국학계를 비판한 수정주의 일본연구의 금자탑 <통상산업성(통산성)과 일본의 기적>(1982), 그리고 중국 마오주의를 분석한 <농민 민족주의와 공산주의 권력>(1962) 덕이었다.

하지만 그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은 그의 말년의 저작들인 <오키나와-냉전의 섬>(1999), <블로우백(Blow-back 역풍)- 미 제국이 치른 비용과 그 귀결>(2000), <제국의 슬픔-군국주의, 비밀주의, 공화국의 종말>(2004), <네메시스 Nemisis- 공화국 미국 최후의 날들>(2006) 등인데, 특히 ‘역풍 3부작’이라 불린 뒤의 3권이다.

존슨을 반제반전 쪽으로 돌아버리게 만든 것은, 냉전붕괴 뒤 군비해체가 아니라 오히려 군비를 더욱 강화하면서 자신의 경제적·정치적 욕구를 군국주의·비밀주의를 통해 달성하려 한 미국 지배세력의 제국주의적 야심과 그로 인한 비극,그리고 1995년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원들의 12살 소녀 집단성폭행사건 현지조사를 통해 깨달은 미 군사기지의 무참한 본질이었다.


존슨 교수는 미국 군국주의(제국주의)자들의 이라크 침공 이후 북한의 전략 변화와 북미 관계, 그리고 저자의 한국에 대한 놀라운 정보력과 우려를 보여준다. 그 중에는 미국 행정부와 미군 기지의 지배, 상징성에 대해 한국인들보다 더 우려하고 있다. 2013년 현재도 남아 있는 용산 미군 기지가 1894년 일제가 동학농민 혁명을 무력을 짓밟으면서 일본군이 점령한 땅이었고, 미군이 전리품으로 그 자리에 그대로 눌러 앉은 것이라는 것을 한국인들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전 세계 약소국들의 핵 보유를 부추기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만행을 고발하는 찰머스 존슨 교수. 그는 오히려 한국인들보다 한국인들을 더 믿고 염려한다. 그래서 2010년 작고한 그가 고맙고 존경스럽다.


미국 행정부, 미국의 정치인, 미국의 군산복합체와 군국주의자들이 전 세계에 저지르는 횡포와 전횡에 대해 우리는 알아야 한다. 알고 나서 생각하고, 알고 나서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행태는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한반도와 남한에도 좋지 않은 결과를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 인상 깊은 문장

 

"미국의 해외 군사 기지는 구조적으로, 법적으로, 그리고 개념적으로도 식민지와는 다르지만, 완전히 피점령 국가의 사법권 밖에 있다는 점에서 초미니 식민지 같은 것이다. 물론 언제나 미국은 표면상으로 독립적인 '주인' 국가와 '주둔 미군 지위에 관한 협정(SOFA)'을 맺었다. 이는 19세기 제국주의자들이 중국에서 주장하고 실천했던 '치외법권'의 현대적 유물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에서 군국주의적 풍조가 최초로 등장한 때는 19세기 말이었다. 1898년 미국-에스파니아(스페인) 전쟁을 전후하여 전쟁 전 언론 조작으로 대중들에게 전쟁 열기를 고취시켰던 반면, 필리핀에서 미군이 저지른 잔혹 행위와 전쟁 범죄는 은폐되었다.
전쟁의 결과 미국은 첫 식민지를 얻었고, 처음으로 군 참모진이 구성되었다. 당시 미국의 '주전론' - 의기양양하고 호전적인 쇼비니즘의 대중적 감성에 다름 아닌 - 은 대영제국의 비슷한 풍조를 본받은 것이었다."(p.63)

 

"제1차 세계대전이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토대를 낳았다면, 제2차 세계대전은 군국주의의 성장을 가속화시켰다."

 

"그러나 냉전이 시작되고 직업 군인 계층이 등장하게 됨에 따라 2차 대전 당시의 특징적인 많은 규범들이 다시 살아나고, 군수 산업은 완전 가동되었다. 1950년에서 2003년까지 미국은 광범위한 군 동원의 시기를 4차례 경험했고, 이와 함께 무기 구매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무기 구매가 최초로 이루어지고 또 절정에 달했던 시기는 한국전(1950~1953) 때였지만, 이 시기 도입한 무기의 일부만이 한국전에 투입되었다. 대부분의 돈은 핵무기 개발과 영국, 독일, 일본 및 남한 등지에 당시 건설 중이던 거대한 냉전 요새에 투입되었다. 국방비는 1950년에 1,500억 달러(2002년 가치로 환산)에서 1953년 5,000억 달러로 증가했다. 두 번째 군비 증간 시기는 베트남 전쟁 때였다. 1968년 국방비 지출은 2002년 가치로 4,000억 달러 이상이었다."

 

"군국주의의 시작은 흔히 3가지 광범위한 지표로 나타난다. 첫 번째는 직업 군인 계층의 출현과 이들의 이상에 대해서 계속해서 미화하는 것이다. ... 두 번째 정치적 특징은 다수의 군 장교들이나 군수 산업 대표들이 정부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 세 번째 특징은 군비가 국가의 최우선 정책 과제로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미국)는 공산주의에 대항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라도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이것은 제국주의적 야심은 아니지만, 우리 나라로 하여금 제국주의적 수단을 쓰도록 하고 있다. 즉 전 세계에 주둔하고, 대상국 정부와 정치가들에게 지원금을 주고, 말 안 듣는 국가에는 경제 제재나 무력을 행사하고 국무부나 국제개발국,CIA 같은 기구가 조종하는 식민지 관리들로 구성된 군대를 고용하는 것이다. 점차 우리의 재국에 익숙해지고 그에 따른 즐거움을 알게 되면서, 우리는 지국의 제도와 이론을 당연시하게 되었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확신에 찬 제국주의 권력의 징표이다. 제국의 옹호자들은 제국이 관리되는 방식에 대해서는 논쟁을 벌여도 제국 자체의 가치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는 법이 없다. 제국으로 통치자들이 가장 이익을 본다는 점에 대해서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BMD 지지자들은 시스템이 결코 중국을 향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중국이 정말로 미사일 방어에 대해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무기 통제 및 국제 안보 관계를 담당하는 존 볼튼 국무부 차관은 말한다. 그러나 방어용이라는 말은 전적으로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대만의 정세가 바로 BMD 계획의 핵심에 있다."(p.122)

 

"중국이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미국의 위성국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공화당의 고집불통들이 작고 빈곤에 찌들어 있으면서도 완강히 저항하는 북한 정권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더 큰 애를 먹었다. 2002년 1월 29일 연두 교서에서 부시는 미국이 예방책으로 '제거'할 것을 고려하고 있는 몇몇 국가들 중에 북한을 포함시켰다. 2003년 4월 바그다드의 함락과 함께 미국의 이라크 '해방'의 과정에서 '충격과 공포' 및 유혈 학살 국면이 종식되었다. B-1, B-2, B-52 폭격기들과 페르시아 걸프 지역의 수송기들, 크루즈 미사일을 탑재한 수많은 함선과 잠수함들로 구성된 미국의 완벽한 무적함대와 카타르에서 에어컨 시설이 된 텐트에서 전쟁에 임했던 지휘 통제 본부가 재배치를 위해 해체되었다. 성공적인 전쟁 수행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이들은 다음 번 타깃으로 - 중동이 아니라면 - 북한을 택할 수도 있다.
북한도 같은 생각에서 조지 부시가 자신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릴 계획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은 새로운 로마로 위장한 미국이 스스로 만들어 낸 이 파괴적인 상황을 잘 보여 주고 있다."(p.125~126)

 

"1994년으로 되돌아가서 미국은 평양 정권이 러시아 산 낡은 원자로에서 나온 부산물로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북한이 원자탄 몇 개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촉발된 위기는 그 해 '협정 안(Agreed Framework)'이라고 기묘한 제목이 붙은 것으로 해소되었다.
평양이 구 원자로를 쓰지 않겠다고 서약하고 국제원자력위원회(IAEA)의 조사를 허락한 대가로, 미국과 동맹국들은 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핵 분열 물질을 산출하지 않는 두 개의 원자로를 제공해 주고, 고립된 북한과 외교,경제적 관계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또한 북한에 원유를 공급해서 원자로 폐쇄로 부족한 에너지를 대체하도록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북한에 자체 에너지원이라고는 없다.) 그러나 3년 동안 클린턴 행정부는 협정의 이행을 중단했다. 주민들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고도로 군사화 된 북한 정권이 단지 붕괴되기만을 기대했던 것이다
1990년대 말까지 이러한 팽팽한 긴장 관계는 교착 상태에 있었다. 2000년 6월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과 한 마디 의논도 하지 않고 독자적인 행동을 취했다. 평양으로 역사적인 화해의 길을 떠났던 것이다. 한반도에서 마지막 냉전의 흔적을 씻어 버리고자 노력한 그의 평양 방문으로 돌파구가 뚫렸고, 그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더욱 중요한 점은 김대중 대통령의 시도가 한국 국민들의 기대를 한껏 고취시켰다는 사실이다. 이는 마치 1971년 리처드 닉슨이 중국을 방문하며서, 수백만 미국인들의 기대를 받았던 것과 같았다."(p.126)

 

"2002년 9월 부시 행정부가 국가 안보 전략에서 '예방 전쟁'을 일으킬 권리를 주장했을 때, 북한의 김정일은 이 수사법을 현실로 받아들였다. 미국이 이라크 국경 지대에 이라크 침공 세력을 규합하기 시작하고 나서 실제로 침입하자, 북한은 미국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던 유일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핵 확산 금지 조약에서 탈퇴하고, 국제 사찰관들을 추방했으며, 이전의 원자로를 재개했다."(p.127)

 

"여기서 결코 잊혀지지 않고 있는 한반도의 과거 역사를 잠깐 살펴보자. 1945년 미국이 한반도 남반부를 점령하고 '대한민국'을 세운 이래로, 남한에서는 강력한 군대가 유지되었다. 2002년에 미국 국방부는 남한 내에 있는 국방부의 자산과 인력으로 101개의 군 시설과 37,605명의 미군, 2,875명의 미국 민간인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7,027명의 미군 가족이 거주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군 시설에는 한국 전쟁 당시 K-55로 알려졌던 오산 공군 기지 - 현재 제7 공군 사령부이다 - 와 한국 서해안에 있는 군산 공군 기지 - 주요 기지이다 - 가 있다.
그렇지만 남한에서 가장 놀랄 만한 시설은 용산 육군 주둔지이다. 미국의 문화적, 역사적 무신경을 그대로 드러내는 이 곳은 1894년 들어선 구 일본군 사령부가 있던 자리로서 일본의 한국 지배에 대한 증오를 상징하는 곳이다. 원래 구 서울의 변두리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인구 밀도가 높은 수도 한복판에 630평방 에이커의 노른자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용산 기지는 1945년 이래로 미 군사 작전 사령부가 위치했다."(p.129~130)

 

"의심할 여지없이 (2003년) 미국의 계획은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들에게 공포심을 불어넣고자 의도했던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우려는 미군 병력의 갑작스런 재배치는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을 준비하는 것의 일환으로 보여질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불길하게도 부시 행정부는 '한국에서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서' B-1, B-52 전략 폭격기를 괌에 배치했다. 그리고 이후 몇 대인지 숫자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최근 완료된 군사 작전을 위해 배치한 F-117 스텔스 전투기와 F-15E 이글 편대를 계속 한국에 남아 있게 한다고 발표했다. 레이더망을 피할 수 있는 F-117기는 영변 핵 시설을 포함해서 북한 내 여러 목표물을 공격하는 데 적합한 기종으로 알려져 있다.
F-117기가 마지막으로 한국에 배치되었던 때는 1994년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에 '국부 공격(surgical strike)'을 기도했던 때였다. 당시에 고조되었던 위기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고, 김정일과 직접 협상을 벌여 평화롭게 넘길 수 있었다."(p.132)

"부시 행정부는 미국의 '정밀 유도 미사일'로 한국인들의 '예방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하고자 하고 있다. 정밀 유도 미사일로 양국의 고도로 훈련된 전투 병력과 민간인 사상자의 발생을 피할 것이며, 미국의 폭격에 살아 남은 북한 주민들이 미국과 한국을 해방군으로 맞아 들일 것을 확신한다는 식으로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훨씬 더 잘 알고 있으며, 따라서 예방 전쟁이 필요하다는 미국의 생각에 동조할 것 같지는 않다. 이라크 전쟁이 남긴 한 가지 확실한 유산은 미국의 정치, 군사 지도자들은 더 이상 믿을 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p.133)


[ 2013년 5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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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산업혁명 - 수평적 권력은 에너지, 경제, 그리고 세계를 어떻게 바꾸는가
제러미 리프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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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 저, 안진환 역 < 3차 산업혁명 The Third Industral Revolution : 수평적 권력은 에너지, 경제, 그리고 세계를 어떻게 바꾸는가 >를 읽고 / 2012. 05., 424쪽, 민음사

<육식의 종말>, <엔트로피>, <수소 혁명>, <유로피언 드림>, <공감의 시대> 등으로 저에게 많은 공부를 시키고 영감을 주었던 리프킨 리프킨이 예고하는 '3차 산업혁명'이 무엇일까? 당연히 궁금한 책이었다.

리프킨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제혁명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에너지 체계'다. 19세기에 인류는 증기기관과 석탄을 동력 삼아 대량 인쇄와 공장 생산 경제 시대를 열었다.(1차 산업혁명) 20세기 들어서는 전기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석유 자원이 만나면서 전화, 라디오, 텔레비전 등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고 자동차, 석유, 전자 등 대기업이 세계 경제를 부양하게 되었다.(2차 산업혁명) 
하지만 그가 판단하기에는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1차, 2차 산업혁명의 수명은 이제 끝났다. 2008년 부동산 거품이 터져 최악의 경제 위기에 빠졌고, 엄청난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환경 파괴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새로운 유전을 파고 유가를 낮추기 위한 소극적인 대책을 내놓고 국지적?근시안적 정책을 내놓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에너지 체제와 경제 모델로 옮겨 가기 위해 3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만 지속 가능한 미래를 불러올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다시 출발점에 서 있다. 인터넷 기술과 재생에너지의 결합이 3차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이를 통한 수평적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들이 부상할 것이며,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어 위기에 빠진 인류를 구원해 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인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해답, 즉 21세기 3차 산업혁명의 단서는 인터넷 IT 기술과 재생에너지다.
그는 3차 산업혁명을 통해 수천 개의 비즈니스와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수평적 관계가 정립되고, 경제,사회,문화,교육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주장하는 3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는 다섯 가지다. ⑴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한다. ⑵ 모든 대륙의 건물을 현장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미니 발전소로 변형한다. ⑶ 모든 건물과 인프라 전체에 수소 저장 기술 및 여타의 저장 기술을 보급하여 불규칙적으로 생성되는 에너지를 보존한다. ⑷ 인터넷 기술을 활용하여 모든 대륙의 동력 그리드를 인터넷과 동일한 원리로 작동하는 에너지 공유 인터그리드로 전환한다. ⑸ 교통수단을 전원 연결 및 연료전지 차량으로 교체하고 대륙별 양방향 스마트 동력 그리드상에서 전기를 사고팔 수 있게 한다.
3차 산업혁명은 산업 시대의 마지막 편이자 앞으로 다가올 협업 시대의 첫 편이다. 산업 시대에는 엄격한 규율, 근면한 노동, 상명하달식 권위적 체제, 금융 자본과 소유권이 중시된 반면, 협업 시대에는 창의적인 놀이, 피어투피어(Peer to Peer) 상호작용, 사회적 자본, 개방형 공유체, 글로벌 네트워크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그 과도기에 서 있는 현재, 겉으로는 친환경 에너지와 디지털 그리드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화석연료 시대의 내러티브를 고수하는 정부와 기업이 수없이 많으며(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은 결국 이 흐름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수십 년에 걸쳐 빠르게 진행될 3차 산업혁명의 한가운데에서 끝까지 살아남으려면 근본적으로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리프킨이 세계 정치경제 구조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으로 권력집중 체계를 지적하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재생 에너지와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분산 자본주의'와 권력 분산의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도 동의한다.
그런데 권력집중에 대한 근본적 원인과 대안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그는 인류사회의 독특한 특징인 정치와 제도, 권력의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고 느낀다. 재생 에너지와 인터넷 기술이 곧바로 '수평적 권력'을 가져온다는 것은 단순 논리이자 비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먼저, 화석연료와 전기통신을 기반으로 한 산업 인프라와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권력집중을 가져오고 실업율, 부채, 생활수준을 떨어뜨렸을 것이라는 원인분석에 부정적이다. 오히려 구조적인 측면에서는 자본증식의 자본주의 메커니즘이나 승자독식 신자유주의가 대량 산업생산 체제와 권력집중의 구조적 원인을 제공한다는 것이 적절한 원인분석일 것이다.
둘째, 재생에너지나 인터넷 통신 기술이 '분산'의 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일 수는 있지만 기존 경제체제와 마찬가지로 인류는 '중앙집중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미국 텍사스와 동부를 연결하려는 사막의 태양광 발전설비 체계처럼 재생에너지 역시 권력을 손에 쥔 자들이 중앙집중적으로 소유할 수 있으며, 인터넷 통신 체계도 얼마든지 기술적으로 '독점적 소유'가 가능하다. 사람들의 의식과 문화, 경제활동에서 자신의 필요성을 깨닫고 느끼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수평적 권력'은 정착될 것이다.
프란츠 파농이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에서 썼던 문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나의 다리를 건설하는 일이, 만일 그곳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이들의 의식을 풍요롭게 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그다리는 만들지 않는 편이 낫다. 다리는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오른 것이어서는 안 된다." 

나는 오히려 현대 경제체제는 '권력(정치력, 경제력) 집중'과 '독과점'이란 관점에서 분석해야 한다고 본다. 
21세기 전 인류의 생산력으로 이미 충분히 전체 인류가 기본적인 식생활을 영위할 수 있음에도 아직도 제3세계에서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사는 30억명(2008년 기준)이 존재하는 이유는 화석연료나 전기통신 체제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특정 계층과 집단에게 독과점되어 있고, 언론을 비롯한 사회문화 권력마저도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류사회의 정치경제 체제가 '사람 중심'이 아니라 '자본 중심', '성장 중심', '무한 경쟁'으로 구성되어 있고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분야가 이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전 지구적 차원에서 그리고 일국 내에서도 빈부격차와 양극화가 발생하는 것이고, 한 쪽에서는 성인병과 우울증으로 사람이 죽어가고 다른 쪽에서는 헐 벗고 굶주려서 사람이 죽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제시하는 3차 산업혁명의 인프라 5가지 요소에서 결정적으로 간과하는 것이 있다. 사회적 자본, 다르게 표현하면 분산 및 협업 체제를 구성하는 가정 단위, 소기업 및 소집단 단위, 소지역 단위의 자발성과 자립, 다양성과 소통이나 공감에 대한 고려(p.342에 일부 거론)가 없다는 것이다.
경제 구조와 시스템도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직접적인 사용자, 생산자, 제공자의 기본 단위에서 3차 산업혁명에 대한 문제의식과 지식과 태도가 준비되지 않으면 통화기능만 사용하는 스마트폰, 게임이나 불법다운로드만 찾는 인터넷이 될 수 있다. 

리프킨에 대한 또 다른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그가 3차 산업혁명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에 있어서도 지적할 수 있다. 
그는 화석연료가 중앙집중식 경제체제와 부의 독점을 가져오고 3차 산업혁명이 분산과 협업 체제로 기능하여 부의 분산 또는 분배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3차 산업혁명을 논의하는 상대는 기존 체제의 수혜자이자 결정권자들이다. 그가 3차 산업혁명을 논의하는 대상은 늘 유명 정치인, 기업인, 고위 관료이다. 기존의 정치경제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이들에게 향후 산업 변화의 패러다임을 주도하기를 컨설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는 권력에서 배제되어 있는 주체들과의 거버넌스나 개인들의 자발성, 자율성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정치든 경제든 문화든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발성과 참여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리프킨이 주창하는 3차 산업혁명의 요소들이 앞으로의 세계 경제 체제의 주도권이나 경쟁 요소에서 중요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유럽은 이미 미국이나 일본, 한국보다 수십 년 앞서고 있다. 더군다나 한국은 무능한 정치권과 관료, 부정부패한 경제주체들에 의해 산업시대 방식을 고수하고 있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오히려 회귀하는 모습마저 보인다. 
한국사회는 외형적으로라도 꾸준히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중산층, 하층민들이 권력과 소득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바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급변하는 세계경제 체제에서 그들은 더욱 배제될 것이고 심지어 먹고 사는 문제에서도 극한에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 2013년 5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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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중심 비즈니스, 협동조합 (반양장) - 진화하는 조합원 소유 비즈니스
존스턴 버챌 지음, 장승권 외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추천! [서평] 존스턴 버챌(Johnston Birchall) 저, 장승권 등 역 <사람중심 비즈니스, 협동조합 People-Centered Businesses : Co-operatives, Mutuals and the Idea of Membership>을 읽고 / 2012. 07., 352쪽, 한울아카데미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협동조합의 가치나 장점뿐 아니라 협동조합에 대한 ‘관점’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협동조합이나 상호조합을 큰 틀에서 ‘조합원소유 비즈니스(member-owned business MOB)’로 규정한다. 이 대척점에 있는 것은 ‘투자자소유 비즈니스(invester-owned business IOB)’로서, 이것은 ‘잊힌 이름’이던 협동조합이 왜 지금 재발견되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조합원 소유 비즈니스(MOB)'는 투자자나 공공부문, 특정 기업가(오너)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활동으로 직접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소유하는 다양한 종류의 비즈니스를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직접 이익을 보는 사람들'로는 소비자, 중소 생산자, 자영업자, 종업원(노동자)가 있다.
MOB는 "세 가지 유형의 이해관계자, 즉 소비자, 생산자, 그리고 종업원(노동자) 중에서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이해관계자가 소유하고 통제하며 그 이익의 대부분은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비즈니스 조직"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MOB는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데 국가별로 협동조합, 상호조합, 경제결사체 등 다양하게 불릴 수 있다.

 

저자는 오늘날 협동조합이 “불황에도 해고를 하지 않는 기업”, “모두가 평등하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기업”, 심지어 “친환경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그것이 자본이 아닌 사람 중심이라는 점을 설명한다.
아울러 그 근간 어딘가에 오웬주의와 같은 이상론마저 스며 있는 이런 비즈니스가 지난 100년간 자본의 탐욕과 신자유주의의 광풍 속에서도 꿋꿋하게 생존하고, 더 나은 경영을 추구하며 진화해왔다는 것을 이 책은 선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사실 협동조합의 이론적인 내용보다 더 큰 이 책의 가치는 주요 국가의 협동조합 역사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여러 협동조합 관련 책 중에서 가장 배울게 많은 책이었다.
특히 국가별, 산업별, 유형별 개별사례와 부문 사례를 통해 MOB의 "설립 -> 성장 -> 통합 -> 쇠퇴 -> 혁신 및 재도약"이라는 협동조합의 전개과정을 정리하고, 각 시기와 단계마다 무엇이 그런 변화를 가져왔는지 설명하는 대목이 인상적이고 많은 교훈이 들어 있다.
아무래도 사례분석과 연구가 서구 국가들 중심(일본 포함)으로 집중적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한국이나 동남아시아, 인도나 아프리카, 남미권의 MOB 역사까지 포함하여 기술하기 때문에 얻을 것이 많다.

 

한편으로 왜 한국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협동조합이 잊혀 있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인데, 이 책에서 1개 장(제9장)을 할애하여 다뤄지는 개발도상국 협동조합의 ‘기묘한’ 역사는 우리 사회에서 농협과 같은 협동조합에 여전히 남아 있는 관치 이미지의 이유, 이런 나라들의 협동조합이 본래적인 의미의 협동조합이 되지 못한 역사적 기원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협동조합과 공제회, 신협 등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1960년대에 박정희 군사정권이 자생적인 MOB를 탄압하고 공기업화한 것에 대해 '독재 스타일'로 단순하게 이해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박정희가 1950~1960년대 유럽에서 협동조합이 괄목한 수준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군사통치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측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의 내용을 대략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1장 [사람중심 비즈니스]에서는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관점과 소유권의 중요성, 조합원 소유 부문의 중요성과 MOB 다양성의 장점, MOB가 위기에 강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MOB의 정의와 성격, 특징 등을 다룬다.

 

제2장 [조합원소유 비즈니스의 성쇠에 관한 이론]에서는 MOB에 대한 포괄적인 이론을 제공하면서 'MOB 생태학'이라 부를 수 있는 분석을 제시한다. 즉 왜 특정한 장소와 특정한 시간에 시작되었는지, 왜 살아남았고 사라졌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세계화와 세계 경제 침체 두 가지 도전에 대한 미래 전망을 설명한다.
이 장에서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설립시 리더의 중요성'이다. 설립과정이 짜임새있고 설립 이후에 비즈니스 과정이 탄탄하며 제대로 성장하는 MOB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초기 과정을 주도한 헌신적인 능력자가 있다.

 

제3장에서 제8장까지는 여러 MOB의 역사와 생태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설립, 성장, 통합, 쇠퇴 그리고 재활까지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제3장에서는 소비자협동조합들을 통해 유통업체의 소비자소유 소매비즈니스에 대해 분석한다. 유럽에 있는 국가들의 MOB는 IOB와의 극심한 경쟁에서 뒤쳐졌지만 지금은 회복단계에 있으며 몇 국가에서는 탄탄한 성장을 하고 있다.
제4장에서는 보험분야의 소비자소유 비즈니스를 분석한다. 대부분 서구국가에서 엄청나게 성장한 후에 의료분야 중심으로 정부의 개입이 있었다. 일부는 MOB에서 IOB로 전환되었는데 그 이유와 효과에 대해 분석한다. 저자는 공통된 주된 이유로 조합원과의 거버넌스를 제기한다.
제5장에서는 주택건설과 영구주거협동조합을 분석한다. 이 부문에서는 상당히 다양한 비즈니스 방식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상당수 국가에서 토지와 주택의 보급과 시장 안정화에 기여했다.
제6장에서는 공공서비스 가운데 의료, 교육, 공익사업 그리고 레저서비스에 집중하여 여러 소비자소유 영역을 분석한다. 공공독점과 소비자소유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장단점이 설명된다.
제7장에서는 은행에서의 소비자/생산자소유권을 분석한다. 미국의 대부저축조합, 독일의 협동조합은행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과거 부문 간 통합이 이루어졌으며, 협동조합 형태가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협동조합은행글리 현재 금융위기에서 얼마나 잘 견디는지를 보여주고, 조합원소유권이 은행에 대한 글로벌 규제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데 주는 교훈을 제시한다.
제8장에서는 생산자소유 비즈니스를 분석한다. 예를 들어 농업인 협동조합, 소매유통업체소유 도매업체, 그리고 공유서비스 협동조합이 있다. 유통분야에서는 시스템 소유권에서 소매업체와 도매업체의 관계가 다소 복잡하다. 그리고 종합원소유 비즈니스의 역사롸 생태에 대해 분석하고 노동자협동조합이 왜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지 설명한다. 노동자협동조합은 몬드라곤 협동조합에서 배워야할 것이다.

 

제9장에서는 개발도상국의 조합원소유 비즈니스가 갖고 있는 특정 문제점을 분석한다. 이런 국가들의 협동조합 비즈니스가 갖는 약점과 식민지 시대 이후에 어떻게 그들이 처음부터 정부에 의해 지배당했으며 공공 부문 조직들로 이해되었고 1980년대부트 엄격한 민영화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결말에 해당하는 제10장 [조합원제도]에서는 MOB들의 비교우위와 비교열위를 검토한다. 주요 약점은 조합원 참여가 떨어지는 점이다. 약점은 결국 탈상호조합화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하지만 반대로 주요 장점 역시 조합원제도에 있다. "이것이 더 구체적이고 비즈니스 방식과 잘 엮어지면 경쟁자들보다 독특한 우위를 갖게 해줄 것이다."

저자의 결론은 내가 생각하는 협동조합의 핵심 키워드인 '조합원과의 거버넌스'와 '조합원의 참여'가 동일하다. 일단 숫자를 늘리고 보자는 식으로는 결코 협동조합이 성공할 수 없다는 교훈이 곳곳에 배어있다...^^

 

- 인상 깊은 문장 -

 

"MOB들이 공익사업을 운영하는 데에는 이론적인 장점이 있다. 만약 소비자들이 직접 공급한다면 독점이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만약 사업이 이익을 낸다면 가격을 낮춤으로써 그것을 재분배할 것이고, 자동적으로 원가-가격 메커니즘이 작동할 것이다. 많은 소비자협동조합과 마찬가지로 중개인은 배제된다. 만약 그들이 자본을 쉽게 늘리지 못하거나 경쟁자들에 비해 싸게 하지 못한다면 불리한 점들이 생길 것이다. 자리를 잡는 데 성공하면 보통 낮은 이자로 차입할 수 있거나 정부로부터 다른 유리한 대접을 받을 것이다."(p.189)

 

"새로운 유형의 상호조합이 떴는데 바로 서포터 재단이다. 이는 서포터 팬들이 클럽의 주식을 사는 것이다. 그리고 투표권을 모아서 재단에 주고, 재단은 서포터 팬을 대표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서포터 팬들이 충분한 주식을 산다면, 축구클럽을 인수하여 완전히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매수하는 모델은 스페인 축구클럽, 예를 들어 바르셀로나에서 볼 수 있는데, 법적으로 서포터 팬들이 전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독일 클럽들은 팬들이 51% 소유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재단을 만들고 클럽을 인수하는 운동이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영국에서는 160개의 클럽을 12만 명의 조합원이 운영하고 있다. 60개 클럽에는 서포터-이사가 있고, 15개의 클럽은 조합원인 서포터 팬들이 완전히 소유하고 있다."(p.200)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협동조합은행들이 소비자들이 선호할 만한 확실한 구조적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이들은 조합원소유이기 때문에,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확실히 위험회피적인 성향을 가진다. 또 이들은 기업이윤 창출이나 주주의 이익에 급급하지 않기 때문에 부실대출을 강요받을 필요가 없다. 협동조합은행은 지역단위은행/조합이 중앙은행/조합의 의사결정을 면밀히 검토할 수 있는 특별한 형태의 거버넌스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구조를 통해 이들은 조합원에게 대출해주는 돈이 자신들의 다른 조합원이 예금한 돈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한다."(p.246)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스페인 바스크 지역에서 한 영세한 노동자협동조합이 성장한 것이다. 현재 이들 소유의 기업은 모두 264개에 달하며, 스페인에서 일곱 번째로 큰 기업으로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제공한다. 카하라보랄은 몬드라곤 협동조합에 속해 있는 은행이며, 은행이 갖고 있는 예금은 새로운 벤처기업을 설립하고 싶어 하는 지역민들에게 투자한다. 그래서 개별 협동조합이 자금난에 시달릴 일은 거의 없다. 대신 몬드라곤 그룹의 규율을 스스로 따른다. 몬드라곤 그룹이 기관설립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하는 이유는 기술, 대학교육, 연구개발, 그리고 사업계획에 필요한 것들을 충족하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해서 몬드라곤의 인적 자본은 최상의 상태가 된다. 노동자는 유의미한 투자를 창출해야 하고, 대신 수익에 대한 배당을 받고 평생 연금을 받는다. 수익의 50% 이상은 노동자 조합원들에게 배당하기 때문이다."(p.281)

 

"진화생물학자와 심리학자들은 밈이라는 정신적 유전자가 있고 마치 유전자들이 서로 복제하는 것처럼 밈도 한 사람의 마음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복제된다고 주장한다. 적자생존의 밈은 더욱 성공적이어서 복제는 빨리 되며 힘들이지 않고도 수백만 사람들의 의식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 우리는 모든 사람의 머리에 오랫동안 각인되는 마케팅 메시지들을 만들어야 한다. 최고의 소비자소유 비즈니스는 소비자인 조합원들에게 당신이 주인이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질문한다. “왜 다른 업체와 비즈니스를 하세요?”"(p.332)

 

"조합원소유권의 의미에 대해 경고해둘 것이 있다. 조합원기반 경제라는 아이디어를 알고 난 뒤, 수많은 단점을 고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즐거워하는 이론가들이 있다. 그들은 협동조합이 자본주의를 대신할 것처럼 생각한다. 세계화에 대한 해법,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법,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적 잠재력을 열 수 있는 열쇠 등으로 본다.
잘만 된다면 이 모든 것을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몇몇 중요한 사회운동들의 핵심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협동조합이 운동 그 자체는 아니다. 조합원소유권의 잠재력에 대해 높이 평가해야 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실어서는 안 된다.
MOB 부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싶다면 그것이 성공적일 때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하지 말고, 어쩌면 MOB가 없을 때 이 세상이 어떻게 될지 질문해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p.333)

 

[ 2013년 4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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