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4
선자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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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또 다른 나 [계약자]

 

 

청소년문학을 많이 읽어 보진 않았지만 읽다가 보면 아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선자은 작가의 글은 처음 접하지만 글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사람 같다.

 

 

 

<계약자>

이 책의 제목이나 표지의 그림이 섬뜩해서 찌는 듯 한 여름밤에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가을의 초입에 읽기에는 더욱 서늘한 기운이 들어서 정말 으스스하다. 특히 첫 장면이 강렬하다.

 

소희와 알음이는 어릴 적부터 지내온 절친 이고 중 3인 지금도 같은 반이다. 소희에게 좋아하는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에서 소원을 비는 의식을 치르게 되었고 그 의식 이후로 알음의 모든 것에 변화가 온다.

의식은 소희가 치렀는데 소원을 빌고 있는 것은 알음이다.

제아무리 절친 이래도 자존심 상하는 얘기는 할 수 없나 보다. 매사에 툴툴대는 소희, 매사에 차분히 들어주고 웃어주는 알음. 알음의 비밀은 복잡한 집안사정이다.

 

착하기 만한 엄마와 늘 여자문제를 일으키는 아빠의 문제가 자신의 일상을 흔들고 정신을 피폐하게 한다는 것을 심각하게 인지하는 요즘이다. 돈 잘 버는 아빠에, 정이 많은 아빠, 봉사도 열심이고 늘 자신에게 다정한 아빠였다. 그런 아빠의 일탈을 알고 난 뒤 적대감이 생겨버린 것이다. 그렇게 좋던 아빠가 가족들에 대한 배려 없는 행동을 했다니 믿을 수가 없다. 얼마 전에는 다움이라는 남자애까지 데리고 왔다.

 

다움이는 알음이의 도록에 있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까만 밤으로 망쳐 놓기도 하고 수시로 사이렌이 불 듯 울어댄다.

급기야 알음이는 아빠는 배신자이며 자신은 희생자라는 생각에 이상한 소원을 빌게 되는데…….

평소에 착하기만 하던 알음이가 빈 소원은 다움이가 사라지는 것이다.

늦은 밤 꿈속인지 생시인지도 모르게 빈집의 거미를 닮은 괴물이 나타난다.

 

-나는 계약자다.

-계약자요?

-나는 너로 인해 자유를 얻을 것이다.

-거미?

-보려는 대로 보이는 것이다. (본문에서)

 

소희가 짝사랑하는 신율은 피겨에 관심 있는 옆 학교 남자아이다. 자신의 형이 죽은 후에 형이 모아둔 피겨를 없애려고 팔려는 찰나에 소희를 만나게 된 것이다. 울트라맨을 통해 알게 된 아이는 그냥 보통의 애이지만 알음이의 고독한 마음을 알아주는 듯해서 가끔씩 문자를 하게 된다.

그러다 피겨에 관심을 가진 알음이가 신율과 만나면서 소희와 틀어져 버리고 ...

알고 보니 같은 반 일진인 나비진과 나신율이 쌍둥이라고 한다.

 

 

이 둘에 알음이가 끌린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 애들과는 달라 보여서? 자신도 보통 애가 아니라 슬픔을 간직한 아이라서?

 

어느 날 할머니가 다움이를 보러 집에 오셨고 그 이후로 엄마는 사라져 버렸다. 작업실에서 늘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했는데.... 아빠와의 갈등이 견디기 힘들었을까.

 

축축하고 무겁고 깜깜한 마음을 어디다 두어야 할까.

알음이는 서서히 혼자가 되어 간다.

그리고 밤마다 꾸는 악몽도 점점 익숙해져 간다.

 

-네가 원하는 것을 들어 주겠다.

-계약은 시작 되었다.

-내가 그걸 가져가면 네가 바라는 것은 이루어질 것이다.

-이 애를 없애 주세요.

-가지고 싶은 것을 가져라. (본문에서)

 

한 번 잘못 끼운 단추는 걷잡을 수 없이 채워져 간다.

알음이 혼자서 신율을 만난 걸 안 소희는 토라져서 멀어져 가고, 일진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일탈의 세상을 맛보게 된다. 그래도 느낌은 늘 혼자다. 아무하고도 나눌 수 없는 가족 이야기니까.

때로는 계약자의 말이 명분이 되기도 하고 힘이 되기도 하면서 자신의 아픔을 혼자 간직해 간다.

누가 자신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을까.

누가 자기를 위해 손잡아주고 위로해 줄 수 있을까.

평균적인 여자애들은 그런 아픔을 모른다.

그래서 일진과 가까이하고 신율과 만났을 뿐인데......

밤마다 들려오는 계약자의 목소리에 이젠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거짓말은 나쁘지 않다.

-내 것이 될 수 없다면 남의 것이 될 수도 없다.

-사라진 것을 찾지 마라.

-노력하는 자는 승리한다.

-혼자가 되어야 원하는 것을 얻는다.

-넌 나다, 나는 너다. (본문에서)

 

알음은 가지고 싶다. 새 친구도 율도. 그리고 부모님의 사랑도 회복하고 싶다. 그리고 좀 더 적극적이고 싶다.

악몽을 그만두고 싶어도 계약자는 밤마다 나타난다. 그만 두고 싶어도 그만 둘 수 없는 계약관계. 계약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괴로운 마음에 그림을 그리다 보면 괴물 같은 계약자의 모습이다. 그다음에는 일진아이인 꽁알을 닮은 그림이 된다. 마지막에 보니 자신의 모습이었다. 꿈에서 본 계약자의 모습은 나 자신이었다.

소소하게 시작한 소원이 점점 커져버린 욕망으로 변질되고,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가 되었어도 느끼지 못한 나의 모습을 시간이 지난 후에 알게 되다니.

 

20130915_103037_resized[1].jpg

 

20130915_103048_resized[2].jpg

 

내 안의 자아가 또다른 자아와 계약해도 눈치채지 못하는 바보들의 모습은 그대로 우리와 닮았다.

얼마 전에 읽은 책에서 돼지개라는 부정적인 자아를 만났는데 괴물은 돼지개였다니.

선의 자아, 사악한 자아의 모습은 둘 다 우리가 가진 모습이다. 그 양면의 세계에서 누가 주동자가 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청소년기에는 친구들의 다정한 손길, 어른들의 관심 있는 경청, 혼자가 아니라는 주변 어른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함을 느낀다. 혼자라고 느끼는 아이들의 일탈은 요즘의 신문, 방송에서도 자주 나오는 소식이기에.

 

 

외로운 아이들에게 혼자가 아닌 세상임을 알려주는 방법엔 뭐가 있을까.

책을 읽을 때는 섬뜩했는데 다 읽고 난 지금은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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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보스 탐 청소년 문학 10
우르술라 포츠난스키 지음, 김진아 옮김 / 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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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살아있는 게임 [에레보스]

 

에레보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태초부터 있었던 신의 이름 중의 하나다. 어둠이나 암흑을 뜻한다.

 

모든 것은 밤에 시작된다. 나는 밤마다 깨어나 어둠으로 계획을 세워 나간다. 내게 유일하게 넘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어둠이다. 내개 꿈꾸는 것, 그것을 자라게 하는 영양분이 바로 어둠이다. (본문에서)

 

콜린과 제롬이 농구클럽에 오지도 않고 수업도 빠지고, 학교에는 도둑이 들어서 새 컴퓨터 9대가 사라져 버린다. 자꾸만 이상해져가는 학교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 사이에서는 비밀스런 CD가 돌아다니다. 드디어 닉에게도 그 비밀의 CD가 건네진다.

컴퓨터를 혼자 쓸 수 있어야 하며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비밀로 해야 하는 CD. 도대체 뭘까.

집에 돌아온 닉은 CD를 넣고 작동 시켜본다. 컴퓨터 게임인 에레보스다. 뭔지는 모르지만 잔뜩 기대감을 갖고 게임을 시작한다.

 

들어오라. 아니면 돌아가라. 여긴 에레보스다. (본문에서)

 

한참을 어둠 속에 있다가 화면이 밝아지면서 게임이 시작하는데 다른 게임이랑 뭔가가 다르다.

게임의 느릿한 화면, 알 수 없는 화면들이 짜증나면서도 모든 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실적이어서 놀란다.

게임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이름 없는 자에서 캐릭터의 이름과 캐릭터를 고르게 되고 게임의 규칙도 익혀 간다.

 

에레보스의 규칙은 딱 한번만 할 수 있고, 혼자서 해야 하며 게임을 비밀로 해서 누구와도 정보를 나누면 안 되고, 전령이 지시하기 전에는 절대 복사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무에 올라간 건 잘한 일이다. 이름 없는 떠돌이 중에 그렇게 영리한 자는 많지 않아. 넌 에레보스의 희망이다. (본문에서)

 

상대방을 이기려면 에레보스와 연합해야 한다는데....

장면 그림이나, 명령, 임무수행 등이 사실적이고 현실적이어서 놀라움과 경이 속에 게임에 빠져든다. 임무를 수행할 때마다 레벨이 오르는 재미, 유저들끼리 뺏고 뺏기는 싸움에 정신이 팔려간다.

 

계속 갈 생각이냐? 경고하는데 여기서 그만둬라, (본문에서)

 

에레보스에 빠지게 되면서 친구들과도 거리를 두게 되고 마음에 두었던 에밀리와도 멀리한다. 게임 속에 주어진 미션을 현실에서 실행해 나간다.

 

-선물은 잘 찾았니?

-네 고맙습니다.

-제가 원하는 게 뭔지 어떻게 알았어요? 아무에게도 말 안 했거든요.

-그게 바로 에레보스의 힘이다. 에레보스가 네 편인 걸 다행으로 여겨라. (본문에서)

 

 

닉은 미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검정색 티셔츠를 획득하기도 하지만 영어담당인 왓슨선생님의 보온병에 알 수 없는 약을 타는 것에 고민을 하기도 한다. 결국 미션을 수행할 수가 없어서 아웃되고…….

 

에레보스가 단순한 게임인 줄 알았는데 누군가를 다치게 하고 현실 속에서 누군가가 괴롭혀지는 게임이 되어 간다.

알 수 없는 제이미의 교통사고로 닉은 에레보스의 게임에서 벗어나게 된다.

 

누가 이런 게임을 만들었을까. 복수극일까. 아니면 그냥 단순한 장난일까.

 

이 소설을 읽다보니 개인적으로 게임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흥미진진한 느낌보다는 이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내용들이다. 아이들이 게임에 빠져드는 이유도 알 것 같다.

 

무언가를 수행하면 레벨이 올라가거나 영토가 넓어지거나 집을 가꿀 수 있거나 무기가 업그레이드되는 게임의 속성들이 잘 들어난 소설이다. 게임은 하면 할수록 중독적이라기에 별로 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번쯤은 이런 게임 해볼까 싶기도 하다.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말이다.

 

소설 속의 게임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이 생생하고 사실적이라는데... 어쩌면 헝거게임 같을까. 황당한 게임 속 이야기지만 현실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는 소설이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게임.

미래에는 이런 게임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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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드 인 단비청소년 문학 4
크리시 페리 지음, 서연 옮김 / 단비청소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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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드 인-사춘기의 상처와 용서, 그리고 화해~~

 

 

 

너 사춘기니?

이 말에는 상처를 쉽게 받는다거나, 감정의 변화가 심하다는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이전의 말이나 행동과 많이 달라서 당황스럽다는 뜻일 것이다.

 

 

꿈 많고 웃음 많은 사춘기시절에는 육체적, 정신적 변화가 많아서인지 감정이 더욱 예민해지고 민감해 지는 것 같다. 그래서 의외로 상처를 쉽게 받기도 하고 쉽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것 같다.

 

만약 친한 친구에게서든, 가족에게서든 상처를 받게 되면 빨리 극복하는 특효약은 무엇일까.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불안과 방황이 오래 지속되기도 하는데....

 

 

 

 

 

이 책에는 상처 받기 쉬운 사춘기 소년, 소녀 일곱 명이 나온다.

그들을 중심으로 누구나 청소년기에 겪을 법한 고민과 방황, 사랑과 우정, 오해와 화해 등의 이야기가 가정과 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작가는 크리시 페리.

호주를 대표하는 아동, 청소년문학 작가다. 섬세한 문체와 현실적인 심리묘사가 특징이라고 한다.

이 소설도 청소년기의 혼란스런 심리와 변화무쌍한 육체적 혼란, 정신적 갈등을 실감날 정도로 현실감 있고 생동감 있게 그렸다.

 

 

쿨한 소녀 조던.

겉으로는 무심한 듯 하나 내면적으로는 부모의 이혼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 두 사람 모두 노력했지만 오래전부터 행복하지 않았다는 아빠의 말은 위선적으로만 들려서 괴롭기만 하다.

화려한 외모의 조던에게는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특별함이 있다. 하얀 기둥에 기대면, 그녀의 외모는 딱 ~어울리는 배경이 되고 무심한 표정이나 시크한 말투는 속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예술적이다.

 

 

남자답고 탄탄하고 열정의 심벌인 잭.

조던과 같은 아파트에 살며 부모의 이혼에서 오는 충격을 농구로 극복한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조던의 상처를 이해하기에 조던을 안쓰러워하며 자신도 모르게 조던에게 끌리게 된다. 잭은 유망한 농구부 선수로 훤칠한 키에 잘생긴 용모로 뭇 여학생들의 관심을 받는다,

 

 

리는 잭이 주변에 있을 때, 늘 오는 느낌이 있었다.

공상이 떠나가고 공황이 찾아왔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어떻게 교복 아래로 미친 듯이 뛰고 있는 심장을 숨겨야 할지,

혹시 잭이 조금이라도 자신과 비슷한 감정을 가졌을지......

(본문 중에서)

 

 

잭이 조던을 좋아하는 줄 알면서도 잭을 좋아하는 리, 상처를 빨리 잊는 성격이라지만 흔적은 남는 법이다. 어느 누구도 속이지 못하는 얼굴표정의 순진소녀니까.

 

 

고양이 똥구멍 입술의 메러디스. 엄마가 집을 떠난 뒤 더 이상은 상처받지 않으려 슬픔을 나타내지 않는 법을 연습한다. 그녀의 수다는 시속 3600킬로미터의 블랙버드 비행기만큼 빠른 수다를 자랑한다. 항상 가볍고 명랑 쾌활할 수 있는 이유는 암울할 때도 밝게 행동하면 현실도 변할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버가 심하고 터치도 심하며 남에게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진지하지 않은 아이로 낙인찍힌다.

 

 

 

 

 

 

 

메러디스를 좋아하는 턱수염 소년 샘. 자신의 감정을 확인해 보고자 구글 검색을 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나요?

68%가 그 사람을 지속적으로 생각한다.

74%가 그 사람 앞에서는 행동이 어눌해지고 혀가 꼬인다.

85%가 다른 사람보다 그 사람에게 10초가량 더 시선이 머문다.

......(본문 중에서)

 

 

그는 사랑에 있어서는 서툴지만 진지하게 메러디스와 좋은 감정을 유지 해간다.

 

 

완벽주의 세실리아.

뛰어난 발레리나를 꿈꾸지만 아무도 모르게 거식증을 앓고 있다. 그녀가 스트레스를 극도로 받은 다음 무대 위에서 최고의 모습을 완벽히 보여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친구들의 예상처럼 아마도 지금까지의 스트레스를 아드레날린으로 바꾸며 온몸에 솟구치게 해서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맛보려 하는 걸까. 학교에서도 점심을 먹지 않아 자꾸만 작아지는 체구에 친구들의 걱정은 쌓여만 가고....

 

 

리의 친구들은 그렇게 자기만의 방식이 있었다.

그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

근데 너희들 메러디스한테는 말하지 않을 수 있지? (본문 중에서)

 

 

조던이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엿듣게 된 메러디스는 충격을 받고 조던과 멀어진다.

친구들이 자신의 가벼운 농담을 이해하고 즐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던 어느 날 리의 사물함에 이상한 쪽지가 들어 있다.

 

친구들 중에 누군가 거식증카페를 들르고 있으니 이 쪽지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이야기였다.

 

 

조던, 메러디스, 리는 다시 의기투합하여 세실리아를 돕게 되고...

 

의문의 쪽지친구는 누구였을까

 

 

이들을 멀리서 관찰하는 새로 전학 온 여학생 르네....

기존의 그룹에 끼지 못하고 늘 혼자 겉돈다. 교실에서도, 운동장에서도 투명인간 같은 존재...

 

 

그 푸른 눈동자로부터 온 친절함이여,

우연처럼 그녀는 지나친다.

그녀의 아름다움, 하지만 그곳에 머무네.

있는 그대로 보여 주기 위함이 아닐지니. (본문 중에서)

 

 

물튼 선생님의 수업시간에 익명으로 써낸 이 시에서 도움의 쪽지를 준 소녀가 르네임을 눈치 채고 친구들은 그녀에게 손을 내밀게 된다.

 

 

이젠 새로운 우정의 시작! 작은 우주의 출발!

드디어 르네의 외로움도 안녕이다.

 

 

다른 이들이 서로를 알아볼 때,

너는 혼자 남는다.

마법의 종이 다른 이의 세상에 종을 울려

너는 그들의 세상에 다가갈 수 없으니

 

너는 그림자 인생에 둥지를 틀고,

어디에서 끝이 나고, 시작이 되는지 모른다.

하지만 가끔 너는 묻는다.

그들은 역시 같은 걸 느끼지는 않을까?

 

밖에서 안으로, 그리고 안에서 밖으로. (본문 중에서)

 

 

 

우리의 청소년 이야기였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학업이 주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부모의 기대에 대한 자신의 적성과의 갈등이 아니었을까.

그래도 이들 아이들이 학교와 가정에서 겪는 일들은 우리의 아이들과 비슷하다.

 

 

 

 

 

부모의 이혼, 친구의 말 한마디는 아이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나보다. 아마도 사랑을 거부 당한 느낌 때문이리라. 그러면서도 친구를 돕기 위해 서로 손을 내밀고 사랑을 나누며 치유해가는 모습이 훈훈하다. 사랑으로 받은 배신은 사랑으로 치유한다더니 그 말이 맞나 보다. 사춘기는 어느 때보다 친구가 소중한 시절이다. 문제를 풀려면 친구의 도움이 필요할 때다.

 

가슴 아프면서도 훈훈한 소설을 만나서 행복하다.

 

 

(이 도서는 한우리 서평단에서 제공받아 솔직담백하게 리뷰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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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덕 2013-06-29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의 이혼, 친구의 말 한마디가 주는 상처가 큰 사춘기. 우정의 힘을 보여주는 소설, 현장감이 세밀해서 생생한 느낌으로 읽게 되는 책이다. 재미있다.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문학필독서 세트 - 전5권
김유정 외 지음 / 리베르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냥 읽어 보고 싶어서 산다.나중에 조카들에게 선물로 주면 되고. 대표적인 작품들을 읽어내는 훈련도 하게 되고 . 매력적인 반값에 가르치는 사람으로서도 필독서다.학생들과 공감하기 위해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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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뱀이 잠든 섬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2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흰 뱀이 잠든 섬- 전설과 현실, 그 모호한 경계에서 빛나는 우정!!

 

 

뱀의 해를 여러 번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뱀에 대한 상서로운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인지, 새해 첫날을 맞는 기분은 '어제와 같은 오늘' 딱 그 정도였다.

뱀에 대한 나의 평소 생각은 무섭고 징그럽고 사악하다는 것이다. 흰 뱀, 누런 뱀, 초록 뱀이든 애완용, 보신용, 동물원용이든 색깔불문 용도불문하고 말이다.

극지를 제외하고는 전 지구상에 분포된 뱀. 정작 뱀은 부의 상징, 수호신의 이미지이고 열대지방으로 갈수록 그 종류와 수가 점점 증가해서 열대지역은 뱀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인 편이다. 십이지 동물 중 여섯 번째인 뱀은 불사와 재생의 상징으로 신화와 전설에 다양하게 나타난다는데도 아직은 친근하지가 않다.

그래도 올해는 명색이 뱀의 해인데 이젠 좀 편견을 깰 수 있으려나하고 '흰 뱀이 잠든 섬'을 펼쳐 들었다.

미우라 시온. 한국 젊은 작가도 잘 모르는데 일본작가는 더욱 낯설고 미우라 시온 역시 생소한 작가이다. 제 135회 나오키상 수상자이고 일본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라는 설명에 적어도 지겹지는 않겠구나하는 정도의 안도감이 들었다.

흰 뱀이 잠든 섬에 사는 주민들은 뱀을 무서워할까? 든든해할까? 흰 뱀이 겨울잠을 자는 건가? 봉인된 채로 영원한 잠을 자는 걸까? 마을에서 두려워하는 큰 사건이라면 어떤 종류일까? 만약 섬이 위기에 처할 때 뱀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서 어떻게 사건을 해결할까? 온갖 상상을 하며 책을 읽는데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다.

이 소설의 배경인 오가미섬에는 바깥세계와 다른 규정 및 독특한 관습들이 있다. 이를테면 섬에는 장남만 남을 수 있고 장남끼리 지념형제를 두며 백사님을 모시는 신궁인 아라가키 신사에서 실질적인 섬지배를 하고 있는 것 등이다.

늘 뜻을 함께 한다는 지념형제.

지념형제는 섬에 있는 장남끼리만 맺을 수 있다. 혈육인 친형제보다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음으로써 좁고 단조로운 섬 생활을 지루하지 않게 외롭지 않게 하려는 장치인 듯하다.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섬에 남게 하여 이 작은 공동체를 유지하고자 하는 섬사람다운 발상이다. 그들만의 평화를 위한 생존법칙이 부럽다. 누구라도 지념형제가 있다면 세상은 좀 더 견딜만하고 안정적이 될 테니까. 현재의 학교폭력과 자살문제까지 생각하니 제도적으로라도 시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불뚝 든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마니또니 멘토니 하는 정도로는 미약하니까.

이 소설의 주인공인 사토시와 고이치는 지념형제이다. 섬을 떠나 도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사토시와 섬을 지키며 배를 타기도 하는 고이치는 쌍둥이처럼 서로를 배려하며 끈끈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사토시는 섬을 자꾸 떠나려하고 섬사람과도 이질감을 느끼며 물 위의 기름처럼 섬 생활에 동화되지 못해서 혼란스러워 한다. 마치 예민한 사춘기소년의 정체성혼란처럼.

 

형태는 보이지 않았다. 느낌뿐이다. 하지만 사토시는 알 수 있다. 어떤 불온한 것이 이 마을을 잠식하려 한다는 것을. -본문 94쪽

이 섬은 사토시의 피부를 자극한다. 아픔을 느끼는 감각의 부위가 커지는 것 같다고 할까. 숨구멍이 모조리 열리고 그 곳을 통해 실바람이 몸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듯 한 찌릿한 고통이 섬에 올 때마다 사토시를 덮친다. 섬 공기가 신경을 예민하게 만든다. -본문 97 쪽

 

13년 전 열병을 앓은 이후로 사토시는 신기한 것을 보는 아이가 되었고 지념친구인 고이치는 정작 자신은 보지 못하지만 말없이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친구이다. 대축제를 앞두고서는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남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듣는 증상이 점점 심해져서 더욱 선명해지고 그 횟수도 잦아진다. 현실인지 꿈인지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이 많아지면서 마침내 '그것'을 보기까지 한다.

'그것'은 바다와 산을 드나드는 전설 속의 괴물로서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금기어이다. 입에 담거나 글자로 쓰는 순간 재앙이 닥친다는 그것이 마을에 나타났다는 소문에 마을 인심이 흉흉해 진다.

이 섬의 특징은 고등학생들이 과자나 물을 달라고 하면 담배나 맥주가 나온다는 점이다. 어떤 부분은 통제하고 어떤 부분은 자유롭게 한다. 섬에 뭔가가 있기에 그 고통과 불안을 잠재우기위한 생존방식이 아닐까? 그래도 백사주를 마시고 권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신으로 섬기는 백사를 술로 만들어 마시다니 겁도 없이. 아니 작가가 겁이 없는 거지.

그런데 가장 특이한 비밀은 백사님을 모시는 아라가키신사다. 섬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는 이곳에는 뱀의 비늘을 지닌 아이가 태어난다는 오랜 전설이 있다. 시게지라는 금지구역엔 뭔가(황신님)가 봉인되어있어 신사는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이다. 섬사람들은 그 비늘을 보고 신구가를 살아 있는 신으로 받들게 되었고 오가미섬 축제는 시게지에 봉인된 그것을 달래고 그것으로부터 섬을 지킨다는 의미로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장남인 신이치에게는 비늘이 없고 차남 아라타에게는 비늘과 동시에 신기한 능력도 있다. 그런 동생을 시샘하는 장남. 물론 이점에 대해서는 마을주민 누구도 모르는 사실이다. 어쩌면 알면서도 서로가 내뱉고 이야기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금기사항이니까. 비밀인지 모르는 건지 독자들을 아리송하게 한다.

신화는 전승되면서 종교적인 지위를 누리고 전설의 단편적인 이야기는 문화와 환경에 미치는 힘이 큰가보다. 신화와 전설이라는 초자연적인 힘을 빌려 섬 전체를 지배하는 신사. 모든 신화와 전설들은 종교였었다는 신화학자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오가미섬에 흐르는 백사와 황신의 전설은 뭔가 명확하지는 않으나 종교로서의 지배력을 갖는다. 체계적이지는 않으나 사멸되지 않고 계속 발전되는 이야기가 되어 섬 깊숙이 파고든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지념석, 시게지, 금줄 등으로 형상화 되어 사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다.

 

잘 모르겠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오시다 아줌마 집에서 본 검은 그림자, 축제 때 마을 가장 깊은 곳에 들어 온 외부인, 섬에 굳이 돌아 올 필요가 없는 차남! -본문 85 쪽

 

축제 전 날 아라타의 친구이며 대학에서 민속예능을 조사한다는 이누마루가 아라타의 집에 머무는 미스터리 속에 섬은 축제준비로 바쁘다.

축제 날 금기어가 된 '그것'이 나타나 마을사람들은 쉬쉬하며 불안해하고 축제의 밤에는 산사태로 길이 끊어지고 마을이 정전되는 등 대혼란에 빠진다. 위기를 느낀 사토시와 고이치는 아라타와 이누마루의 도움을 받아 고생 끝에 신사 뒤편의 바닷가 동굴벽에 금줄을 거는데 성공하여 불온한 무리들의 섬 침입을 잠재운다. 축제는 무사히 끝났고 신궁의 후계자도 장남 신이치에게 무사히 계승되고 마을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알고 보니 섬의 꿈틀거리는 기운과 이누마루를 본 사람은 사토시와 고이치뿐이다.

작가는 현실과 가상의 그 모호한 경계를 독자들에게 체험시키고 있다. 헝거게임의 캣니스처럼 진짜야? 가짜야? 라고 외치게 만든다. 제임스 힐턴의 '잃어버린 지평선-샹그리라, 마음속의 해와 달을 찾아서' 만큼이나 허공에 붕 떠있는 듯 한 전설과 현실의 경계선이 흐릿해지는 짜릿한 체험을 하게한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전설인 거지? 미스터리를 접하면 해결의 열쇠고리가 될 단서를 찾아 집중 추궁하는 심리를 이용하는 듯하다. 이럴 땐 다시 읽으며 그 단서를 찾아야 의문점이 해소된다.

 

난 옛날부터 신구가의 '비늘소유자'에게는 약하니까 -본문 142쪽

'비늘 달린 자'가 살아있는 한 함께하는 것-본문358쪽

동굴 속에서는 아라타가 백사의 화신 같다고 느꼈지만 아라타는 '황신님'과 손을 잡은 존재다. 바다에서 온 백사님과 예전부터 섬에 있던 황신님이 아라타라는 존재를 통해 영향을 미치고 융합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덕분에 지금의 평화가 유지되는지도. -본문 170쪽

 

신구가의 존재가 시게지에 봉인된 것을 진정시키고 그것으로부터 섬을 지키기 위한 것이듯 영원한 황신님인 이누마루는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주인님인 백사가 탄생할 때마다 불안정한 마을을 안심시키기 위해 백마 탄 왕자처럼 구세주처럼 등장해서 백사를 돕게 된다는 것이다. 이누마루. 영원을 사는 그에게는 순간을 사는 백사님 아라타와의 만남이, 이런 섬 축제가 그저 심심할 때 놀아주는 파수꾼정도라니. '비늘 달린 자'와 함께 있을 때만 잠깐 눈을 뜨고 놀아주다가 다시 잠을 자고, 순간과 영원이 끝없이 반복되고, 순간의 기억은 그때뿐인 신의 세계. 어쨌든 섬 축제를 통해 황신님과 백사님은 사랑하는 사람처럼 다정히 손을 잡았고 덕분에 당분간 평화가 유지되겠지.

늘 사람들 속에 섞이지 못하고 현실적 판단에 자신 없어 하던 사토시도 섬 축제가 끝난 후 고교로 돌아가는 뱃길 위에서 안정과 자유를 느낀다. 이제 더 이상 낯선 고향이 아닌 친근한 고향이 된다. 신기할 정도로 변함이 없는 조용한 마을이 아니라 그 속에 어마어마한 비밀을 간직한 마을임을 체험했기 때문일까? 막연한 환상들을 직접 체험하면서 불안정하던 생각들이 정리가 된 사토시.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던 그에게 한여름 밤의 체험은 확실히 평화를 가져다 준 것 같다. 불확실한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청소년의 심리를 대변하듯 보고 듣고 느낀 걸 직접 생생하게 확인해서야 안심을 하고 있으니. 청소년의 성장이란 원래 그런 것 아닐까?

아이들의 장난처럼 한여름 밤의 꿈처럼 동화 같은 설정이 신의 세계를, 신묘한 백사와 황신의 전설을 귀엽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만들어 버린다. 무시무시한 뱀일 것 같다는 선입견을 무장 해제시켜 버린다. 두렵고 떨리는 두 신의 우정이 사토시와 고이치의 우정보다 더 매력적이고 귀엽다. 신이기에 지념석은 필요없지만 누구보다도 더 지념형제같은 이누마루와 아라타. 순간의 기억은 그때 뿐, 곧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새로운 순간을 사는 영원한 신 이누마루의 모습이나 비늘이 없는 장남 신이치를 도우며 모든 것을 양보하는 동생 아라타의 배려 등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뭘까? 신이 있느냐 없느냐의 확인보다 서로에 대한 확신과 배려가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밋밋하고 지루한 섬을 짜릿하고 긴장감 도는 섬으로 만들었다가 마침내 안정적인 섬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전설, 그런 전설 하나쯤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심리묘사가 뛰어나다는 미우라 시온의 청소년심리해법인가. 청소년의 아슬아슬한 불안 심리를 아리송한 전설과 섞어 감칠 맛나게 풀어 버린다.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다.

 

* 인상 깊은 구절 *

인간은 정말 희한한 존재라고 이누마루는 생각했다. 형태가 없는 마음을 헤아려 그것을 말로 표현한다. 소중한 보물처럼 -본문 360쪽

도망치고 싶은 곳이 있고, 그리고 그곳에 언제나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어야 돼.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비로소 사람은 그곳에서 도망치면서 자유를 느낄 수 있어. -본문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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