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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난폭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불륜은 더이상 신선하다고도 볼 수 없는 소재로 불륜 공화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경우 배우자의
불륜과 관련한 내용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통속적인 소재를 사용함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감정들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 평범하지 않은 소설이라고 할 수 것이다.
불륜(외도도 포함되는 말일 것이다.)의 기준이 무엇이냐, 어디에서부터 불륜이라고 봐야 하는지
등에 대한 견해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모 개그맨의 말처럼 배우자가 기분 나쁘게 느낀다면 불륜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내 모모코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일본 작가의 글임에도 결코 한국의 여성,
즉 한국의 아내가 남편의 불륜 이후 느끼게 되고, 당하게 되는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좀더 집중해서 읽게 되는것 같다.
불륜에서 시작된 관계임에도 오히려 더 큰 인기를 얻고, 마치 세상에 둘도 없는 천사와도 같은
이미지로 대중에 비치는 외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한국인의 정서상 결코 받아들이기가 쉽지가 않은데 이 경우에는 좀더 현실감있게 다가온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모모코는 한 가정의 아내이자 며느리이자 평범한 주부이다. 시부모를 봉양하고 남편을 내조하는
우리 주변 어디에서고 볼 수 있는 좋은 며느리, 좋은 아내가 되고자 노력하는 한 사람일 뿐이다. 하지만 남편 마모루의 불륜을 눈치채고, 그
과정에서 좋았던(어쩌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부부관계는 무너진다.
자신의 남편이 소위 바람을 피우면 당장에 이혼해야지라고 여자들은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그 상황에 놓이면 그렇게 칼로 무자르듯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고, 이 상황에서 남편은 내연녀와 아내 사이에서 모모코와 마찬가지로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채 갈팡질팡이다. 소위 머리 터질것 같은, 어떤 결정되 내릴 수 없고, 내려지지 않은 미칠것 같은 상황에서 며느리인 모모코를
괴롭히는 존재는 또 있다. 바로 시부모이다. 더 자세히 말하면 시어머니일 것이다.
막장이 주된 코드인 아침 드라마를 보면서 처자식 버리고 출세하려는 남자를 욕하던 시어머니도
자신의 아들이 보이는 불륜에는 며느리 니가 뭔가 문제가 있어서 우리 아들이 그랬을 거라고 주장한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모코의
시어머니인 데루코 역시도 이런 모습을 보이는데, 이렇게 불륜의 사실이 밝혀진 뒤에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과 이혼을 택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모모코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그리고 이야기는 후반으로 갈수록 미스터리하게 변해가는데 그런 상황에서 모모코가 불쌍하게
느껴진다. 결혼의 신성한 가치를 지키지 못한 사람이 오히려 그 가치를 지키고자 했던 이에게 이런 상처를 줄 자격이 있는가 싶기도 하고,
현실에서는 배우자로부터 이런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기에, 집안에 얽힌 미스터리한 요소를 제쳐두고서라도 그녀가 받은 상처는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지 되묻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