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졌도다』라니 어릴 적 지금에서야 돌이켜보면 상당히 유치한 효과음과 과한
스토리가 넘쳐났던 중국 무협 영화에서 상당히 많이 등장했던 대사가 아닌가? 지금의 한류가 우리나라의 문화 · 예술 콘텐츠가 중국과 일본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이라면 내가 자라던 시절의 한류는 반대로 중국 드라마와 영화가 인기였고 그와 함께 중국 배우가 국내에서 인기를 얻던
때였다.
그런데 떡하니 그때의 추억을 돋게 하는 제목을 내세운 이 책의 정체는 뭘까? 제목만 보면 마치
중국무협소설인가 싶을수도 있으나 사실은 오히려 그 반대이다. 지극히 현대적인 이야기로 외모만 보면 전혀 작가답지 않은(물론 작가가 자신이
작가라고 얼굴에 써놓고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직업을 가진 작가 다빙이 쓴 책으로 중국에서 출간된 이후 한 달 동안 중국 아마존에서
종합베스트셀러 1위는 물론 현지에서만 260만 부 이상이 판매된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겠다. 여기에 아마존 차이나 선정 '올해의 작가'에
2015년과 2016년 연속으로 선정되었고 제10회 작가방 시상식 '올해의 베스트셀러 작가상'은 물론 당당왕 ‘올해의 베스트셀러 작가’ 등에
선정되는 등의 화제를 몰고 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책이 흥미로운 것은 실화를 소재로 했다는 것이다. 다빙이 중국 전역을 떠돌아다니다시피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았다고 하는데 '다빙의 작은 집(리장에 있는 저자의 술집)'을 배경으로 그곳에 모인 사람들과의 사연을 풀어내는데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기로 알려진 중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사연을 간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들은 읽게 될 것이다.
「유랑가수 라오셰」경우에는 떠돌이나
다름없는 유랑 생활을 하면서 기타로 반주하며 노래를 부르며 하루하루 생활하던 라오셰라는 남자가 자신의 고향에 지진이 발생하자 자선공연을 열어서
10만 위안에 가까운 금액을 모아 전부 지진 재해지역으로 보낸 뒤에 주변의 관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역시나 기타 하나만 맨체 어디론가 사라졌다
다시 '다빙의 작은 집'에 나타나게 되면서 자신의 이상을 향해 나아갈 기회가 다시 한번 꺾여버린 그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시작한다.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나 산아제한정책 때문에 다른 마을로 떠나야 했던 부모님의 부재로 더욱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라오셰는 바로 그 시기에 지금 자신의 이상이기도 한 시인으로서의 삶을 꿈꾸게 되고 그 과정에서 도대체 신은 왜 한 사람에게
이토록 가혹한 시련을 주시는 것인가 싶을 정도의 고난이라 부를 일들을 겪게 된다.
상급학교로 진학을 해도 어려운 가정형편은 학교 내에서도 마치 계급을 만들듯 라오셰를 힘들게
하고 시인이 되고자 하는 그의 이상은 현실 앞에 몇 번이고 좌절하고 만다. 그의 아버지는 라오셰를 당연하다는 듯이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헛된
꿈을 꾼다면 그에게 심한 매질을 한다.
결국 세상 밖으로 나와 자신의 이상을 향해 나아가지만 지나치게 순수한 그를 이용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오히려 그는 몇 번이고 목숨의 위협까지 받게 된다. 그러나 그때마다 세상을 향해 저주를 하기 보단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
그의 모습은 마치 작은 성인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객관적인 잣대로 보면 결코 화려한 기교도 없고 뛰어난 실력이라고도 할 수 없는 라오셰이나 그의
노래에는 진심이, 그리고 이야기가 묻어나는 것은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꿈과 이상을 향해
매진하는 라오셰의 모습은 그래서 더 대단하고 어느 날엔 꼭 그 이상이 현실이 되기를 응원하고 싶다.
표제작인「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졌도다」는 화자인 나와 서슴없이 나를 형제라 불렀던 희소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가 작가가 되기 전, 희소는 이미 유명인이였다. 그럼에도 그는 그 모습을 자랑하지 않는 오히려 겸손한 모습을 보이며 나를
진심으로 위해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술에 취한 내가 희소의 여자친구에 대해 끈질기게 캐묻게 되고 결혼을 하면
사회까지 봐주겠다며 장담한다. 그러나 희소가 보여준 상대는 여자가 아닌 남자였고 한순간에 찬물을 끼얹는것 같은 기분이 되어버린 나는 희소에게
결코 보여서는 안되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
지금 자신이 작가가 될 수 있도록 해준 그를, 누구보다 진심을 보여줬던 그에게 나는 큰 상처를
안기고 만 것이다. 이야기는 그때의 일에 대한 속죄이자 참회 같다. 희소라는 인물이, 보통의 남들과는 다른 사랑을 하는 그가 그동안 겪어왔던
아픔,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진심과 배려 등을 담담히 그려내는데 끝내 희소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으나 나는 그때의 일을 희소에게
사과하며 희소에게 했던대로 미래의 어느 날 희소가 결혼을 하게 될 때 사회를 보겠다며 그날을 위해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희소에게 메시지를
남겨주질 바라며 한 장의 여백을 실어놓는다.
책에는 이 두 편을 포함해 총 다섯 편의 단편이 모여져 있는데 저마다의 인생 이야기가 나온다.
어찌보면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삶에 대해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 하나의 기준만이 세상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말이다. 그러니 고정관념과도 같은 잣대는 내려놓고 편견없이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마음으로 읽으면 좋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