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바이 골목
김종관 지음 / 그책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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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걷기를 좋아해서인지 마치 '골목길 걷기 예찬론' 같기도 한 『골목 바이 골목』이 흥미로웠다. 걷다보면 버스나 자가용을 타고 다닐때는 볼 수 없었던 모습도 만날 수 있고 차가 들어가기 힘든 길도 걷기라면 가능하니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다.

 

물론 요즘에는 혼자서 걷는다는 것이 안전에 위험이 되기도 해서 인적이 드물거나 한적한 골목을 걷기가 다소 두렵기도 한게 사실이지만 안전상의 문제만 없다면 분명 행복한 시간이 될 수도 있을것 같다.

 

이 책의 저자인 김종관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여러 영화에서 이미 서촌 일대의 골목들을 등장시켰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이렇게 호라자로 담아내고 있는 셈이다. 사실 서울의 지리를 잘모르니 대표적인 왠만한 사람들은 다 알만한 창경궁 돌담길 같은 곳들은 알것도 같지만 대부분의 풍경들은 이 책에서 묘사된 바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골목 길들에 상당한 애정을 간직하고 있는것 같다는 것이다. 어려웠던 어린시절을 보낸 그 길도 지금 돌이켜 보면 추억으로 자리했고 길 하나하나에도 사연이 존재하고 또 어찌나 세심하게 걸었는지 마치 영상으로 만나는 골목길을 화면 밖에 자리한 저자가 내래이션으로 소개해주는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이다.

 

만약 책 속의 골목에 서서 이 책이 이끄는대로 움직인다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드는 것이 저자가 보고 느끼고 그속에서 만나는 추억을 작게나마 공유할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다.

 

직업적인 이유로 자신의 내부에서 창작의 그 어떤 기운도 찾아볼 수 없을 때 저자는 편한 운동화를 신고 걸을 곳을 찾는다고 한다. 여기에 돈과 시간의 여유가 허락되면 더 먼 곳을 찾기도 한다는데 이때 주로 걷는 곳들이 작은 골목들이며 화려한 번화가보다는 왠지 서울에 아직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곳들인것 같아 서울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마치 너무나 익숙한 도시에서 새로움을 찾게 해줄것 같다.

 

매번 가던 일이라고 해도 다른 시간과 계절이 주는 색다름, 어느새 발견한 샛길로의 걷기가 낯선 모습을 선사해 그 자체로 좋은 여행이 되어준다니 이 책을 통해서, 그리고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여행의 새로운 정의와 걷기의 즐거움을 발견하게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외의 여러 골목길을 걸으면서 만나게 되는 풍경들을 책으로나마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좋고 어쩌면 놓치고 지나칠 수 있는 곳들에 의미를 부여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부분도 이 책을 읽는 묘미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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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사장을 납치한 하롤드 영감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잔(도서출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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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업계의 공룡이라 불리는 이케아가 국내에서 개점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도 화제였다. 그리고 개장 직후도 많은 관심을 받았던게 사실인데 기존의 가구점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하게 된 이케아의 성공 사례는 이미 책으로 출간되었을 정도이다.

 

가구라고 하면 완제품을 매장에 가서 보고 주문을 하면 원하는 곳으로 배달을 해주던 것이 이제는 소비자가 직접 가서 보고 사와서 조립을 하니 분명 획기적인 영업 방식이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업이 등장하면서 고객들이 그쪽으로 몰리면 기존의 영업 방식을 고수하던 업체들이 아무래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을텐데 『이케아 사장을 납치한 하롤드 영감』은 그런 부분을 드라마틱하게 잘 그려내고 있는 책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하롤드 영감은 노르웨이의 한 마을에서 대대로 가구점을 운영해 온 인물이다. 그런 그가 스웨덴으로 향하던 중 경찰과 마주하고 어딘가로 이동하기엔 좋지 않은 날씨에 어디를 가느냐고 묻는 경찰에게 하롤드 영감은 이케아 가구의 설립자인 잉바르 캄프라드를 납치할려고 스웨덴으로 가는 중이라고 말한다.

 

얼마 전 이케아 매장에서 서랍장이 넘어져 사고가 났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마치 경찰은 하롤드 영감도 구매한 이케아 가구에 어떤 불만이 있어서 그러는 것인지 농담처럼 말한다. 설마 눈 낲의 영감이 진짜 캄프라드를 납치하려는 것인지를 생각지도 못한 채 말이다.

 

사실 경찰의 생각과는 달리 하롤드 영감은 진심이다. 그의 마을에 이케아 매장이 들어서고 결국 그의 가구점이 폐점하고 여기에 아내가 점점 더 기억을 잃어가면서 점차 자신마저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자 하롤드 영감은 이 모든 것이 잉바르 캄프라드 때문이라 생각하고 납치 계획을 세워 이제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다.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고 그로 인해 새롭게 생겨나는 직종이 있는 반면 그 이상으로 사라지는 직업이나 가게도 많아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어쩌면 하롤드 영감의 가구점도 변화하는 시대에 떠밀려 점차 사라지게 될지도 모를 수많은 가게들 중의 하나일수도 있다.

 

그러나 대기업이 골목 상권까지 장악해버리는 요즘의 현상을 볼때 장기적으로는 공존의 정신도 필요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사실 하롤드 영감의 행동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래서 더 이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해지고 한편으로는 이야기 속에서나마 동화같은 결말을 기대해보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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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이펙트
페터 회 지음, 김진아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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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이펙트』는 페터 회가 무려 4년 만인 2014년에 선보인 작품으로 출간 직후 덴마크는 물론이거니와 북유럽 일대에서는 호평을 받았으며 이미 전세계 14개국에 13개 언어권에 판권이 팔렸을 정도라고 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주인공은 수잔이라는 중년 여성으로 그녀는 아주 특별한 재능을 지녔는데 그것은 바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진실을 말하게 하는 것이였다. 누구라도 수잔과 함께 있으면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진실만을 말하게 되는 셈이다.

 

그녀는 물리학자이기도 한데 나머지 가족인 남편과 아들, 딸은 각자 인도에서 사건들에 휘말려서 쫓기고 있는 신세이거나 고소를 당한 상태이며 스스로도 곤란한 상황에 빠져 있다.

 

이런 그녀와 가족들에게 덴마크 정부 기관으로부터 '미래위원회'라는 1970년대에 결성된 단체가 쓴 마지막 보고서를 찾아내기를 제안받았고 너무나 독립적인 가족들은 제각각의 방식대로 이를 찾고자 노력한다.

 

제안을 해결하면 자신들이 처한 문제도 해결될 수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예측해서 이를 보고서로 만든 문서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 위원회를 관리했던 사람이 덴마크의 법무부 장관이였던 토르킬이였으며 보고서에서 누락되어 있는 부분을 찾아내고자 수잔과 그녀의 가족들에게 일종의 거래를 제안한 것이다.

 

예언가라기 보다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고 그로 인해 앞으로 세계에서 일어날 일들을 모두 예측해내게 된 미래위원회의 멤버들이 점차 살해당하는 가운데 마치 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처럼 제한된 정보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고 이는 곧 돈으로 직결되는 가운데 수잔이 자신이 지닌 능력을 발휘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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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
루스 호건 지음, 김지원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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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는 영화로 만들면 꼭 소장하고플것 같은 그런 소설이다. 애잔함과 잔잔한 감동이 40년이라는 시간을 교차하면서 진행되는데 무엇보다도 이야기의 주요무대인 빅토리아식 저택인 '파두아'의 내외적인 모습이나 앤서니가 분실물들을 가져다 놓는 서재의 풍경이 상당히 매력적일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잃어버린 것들을 수집하는 앤서니의 또다른 직업은 소설가이다. 그는 40여 년 전 결혼을 앞두고 사랑하는 연인인 테레즈가 사고로 목숨을 잃는것을 목격한다. 가장 행복하던 때에 가장 불행한 남자가 된 앤서니는 그녀와의 행복한 삶을 꿈꿨을 공간인 파두아를 마치 그녀가 죽기 전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놔둔채 외출을 했다가 누군가가 분실한 물건들을 집으로 가져오게 된다.

 

다른 이들에겐 아무 쓸모없는 물건이라 해도 그는 다른 사람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 테레즈가 죽기 전 그녀에게 받은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것이다. 마치 그 일에 대한 속죄이자 보상의 의미로 잃어버린 물건을 모으기 시작했고 주인들에게 물건을 찾아주려고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아직까지 주인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런 그에게 이젠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고 앤서니는 누구보다 파두아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자신이 남긴 것들을 소중히 생각하며 그것들을 주인에게 돌려주고자 노력할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 자신의 비서이자 가정부인 로라에게 자신이 간직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로라는 학창시절 우아함을 가르치는 학교를 다녔으나 자신의 그 우아함과 고상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빈스와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끝내고 우울증으로 병원을 오가던 중 6년 전우연히 한 잡지의 광고에서 앤서니의 구직광고를 보고 파두아에서 일을 하게 된 인물이다.

 

파두아는 로라가 그동안 추구하던 삶과 너무나 닮아 있고 스스로도 파두아에서 보내는 시간을 행복해 했다. 그리고 앤서니는 그런 로라의 자세와 마음을 제대로 파악했던 것이다.

 

또다른 인물은 테레즈가 사고로 운명을 달리하던 그때 그 공간에 있었으나 취업 면접으로 긴장해 주변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가 면접 이후 사무실을 나오던 중 무엇인가를 길에서 줍게 된 유니스의 이야기가 나온다.

 

책은 이처럼 수집가이자 소설가인 앤서니, 그의 비서이자 앤서니에 이어 잃어버린 것들의 주인을 찾아워야 할 막중한 임무를 맏게 된 로라, 그리고 40여 년 전의 비극의 상황에서 앤서니가 잃어버린 그것을 우연히 줍게 된 유니스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과연 이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무엇이길래 앤서니로 하여금 40 년이 넘도록 수집가로서의 삶을 살게 했을까를 읽는 묘미도 있고 또 한 가지는 소설가인 앤서니가 자신이 주워온 물건들에 마치 생명을 불어넣듯 상상의 나래를 펼쳐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그 물건들이 어떻게 해서 주인과 헤어지게 되었는지를 앤서니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단편 소설)로 풀어내는데 이 것을 읽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여서 개인적으로 영화로 꼭 제작되었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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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 마음속에 새기고 싶은 인생의 키워드 20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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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는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의 두 번째 이야기라고 붙여진 책으로 이제는 30대를 보내고 40대의 문턱에 들어선 작가가 20대의 좌충우돌하던 시기를 넘기고 그녀의 표현대로라면 망가진 인생조차 수리할 수 있는 마음의 기술을 터득할 수 있었던 30대를 지나오면서 그 과정에서 얻게 된 것들을 차분하게 이야기 함으로써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사랑해준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 당시에는 결코 쉽지 않았을 시기겠지만 돌이켜보면 그 나이 대에도 그때만의 매력이 있었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때로는 부족했던 것들을 조금씩이나마 채워가면서 한층 성숙해질 수 있었을텐데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30대를 차분하게 정리하는 것은 물론 30대가 되면서 가능해진 수 많은 것들에 대해 20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 어쩌면 이제 곧 30대를 맞이하게 되거나 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단다.

 

 

그녀가 30대가 되면서 결정적으로 달라진 세 가지의 마음 가짐에 대해 이야기 하는 대목이 있는데 첫 번째는 먼 미래의 자신이 아닌 현재, 바로 지금의 '나'가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며 두 번째는 자신의 어두운 면도 사랑하고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사람이라면 자신의 부족하거나 상처받은 마음, 부정적인 모습들을 사랑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이런 부분은 자신을 더욱 부족하게 만든다고 생각해 꽁꽁 감추려고 하는데 그런 모습마저 스스로가 사랑함으로써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자신을 사랑해야 할 사람이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끝으로 더 커다란 우리에 주목하는데 결국 인생이란 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 더욱이 행복이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나눌 때 더 기쁘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저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나마 어제보다 정신이 성숙해진다는 점에서 우리는 진짜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과정에서 힘들 일도 있고 어려운 일도 있겠지만 이런 부분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여유를 갖고 이 책을 읽어본다면 좋을 것이다.

 

문득 돌이켜보면 내가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게 맞나 싶은 의구심이 들지도 모르겠다. 누가 나서서 잘하고 있다고 힘내라고 다독여 준다면 다시 한발자국 나아가는데 더욱 힘이 날텐데 그런면에서 보자면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는 작가 자신의 달라진 세 가지 마음을 토대로 스스로가 생생한 부딪힘에서 얻은 마음의 기술을 아낌없이 담아내고 있는다는 점에서 책 역시도 한층 성숙해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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