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방도 동물원도 아닌데 펭귄 한 마리가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는, 심지어 전철을 타고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좋아한다니 이보다 더 신기할 수 없는 이야기 속 장소는 야마토기타 여객철도 나미하마선 유실물 보관소이다.
대학시절 친구였던 미치네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가던 교코는 전철 안에서 1년이 넘게 가지고
다니던 메신저 백 하나를 놓고 내린다. 그런데 이게 다 믿기 힘들게도 전철 안에 같이 타고 있는 한 마리의 펭귄 때문이다.
처음 교코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심호흡을 하고 다시 바라보았지만 펭귄은
여전히 존재했고 같은 객차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그 존재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아쉬울 정도였다. 그러다 한 노인이 펭귄을 보고 있는
것을 목격하지만 그는 자신처럼 놀라지도 않았고 오히려 일상인듯 흐뭇한 표정으로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더욱 의아할 뿐이였다.
결국 의외의 장소에, 너무나 어울리지 않은 그 펭귄 때문에 이 모든 일이 발생한다.
사실 교코는 오래 전 미치와 불꽃놀이를 보러 갔다가 우연하게 발견한 고양이 후쿠와 13년을 살았고 이후 후쿠의 유골함을 1년 넘게 가지고
다녔는데 펭귄의 모습에 놀라 이 유골함을 두고 내리고 뒤늦게 분실물센터에 연락을 취하고는 아주 우연하게도 자신의 것과 동일한 것을 잃어버렸다는
이와미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는 자신도 고양이를 최근에 잃어 유골함을 지니고 다녔다고 말하고 이에 운명증후군이라고
스스로를 표현하는 교코는 이와미에게 강렬하게 이끌린다. 그러면서 후쿠를 만나게 된 과정과 그때 있었던 실연 당한 이야기를 이와미에게 들려주고
그로부터 진정한 위로를 얻는 동시에 후쿠와의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데... 게다가 우연한 기회에 이와미에 대한 진실까지 알게 되면서
교코는 다시 한번 그와의 있을 수 없는 우연이기도 한 운명을, 이번에는 스스로 만들어 보려 한다.「고양이와 운명」
책은 이처럼 전철을 타고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펭귄 한 마리와 역 안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유실물센터이지만 스스로는 분실물센터라 부르고 싶어하는 어딘가 진중한 말투와는 어울리지 않는 빨간 머리 훈남 역무원인 모리야스 소헤이가 있는
분실물센터를 배경으로 교코를 포함해 각기 다른 사연을 간직한 4명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팡파르가 들린다」는 은둔형 외톨이인 고등학생인 겐이 초등학교 때 받았던 러브레터를 잃어버린
후 자신 앞에 나타난 펭귄을 따라가다 갈지말지를 고민하던 분실물센터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운명같은 소녀와 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그리고 거짓말을 할 때나」는 젊은 주부인 지에의 이야기로 그녀는
자신의 분실물이 무엇인지를 말하지 않으려는 거짓말쟁이로 등장한다.
마지막 이야기인 「스위트 메모리스」는 대학 중퇴 후 집을 나간 아들 소헤이를 찾기 위해
우미하자마 역의 분실문셀터로 오게 된 준페이의 이야기로 자신의 꾸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기만 하는 아들 소헤이를 뒤로 하고 역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펭귄을 보게 되고 펭귄을 뒤따르는 가운데 찾아오는 사람들마다 어딘가 모르게 이상하다 생각했던 이 분실물센터에 얽힌 진실이 밝혀지는
에피소드이다. 게다가 마지막 편에서는 앞서 나온 사람들이 모두 등장하는데 이 부분도 흥미로웠다.
간혹 TV를 통해서 기차나 전철 등에서 물건을 놔두고 내리고 이것이 분실물센터로 모인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을텐데 이 책은 그런 일상적인 풍경에 상당히 뜻밖의 존재인 펭귄과 운명과도 같은 인연, 그리고 사랑, 나름의 해피엔딩이라는
요소들을 결합시켜 감동을 선사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