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은 대체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만큼이나 가독성이 있다는 점에서
부담없이 읽기 좋은 책이다. 『우리 집 문제』는 그동안 선보인 웃음코드가 가득한 책들에 비하면 다소 무게감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총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야기의 주무대는 한 가정이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는
가족도 사실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들은 모르는 문제 하나 둘은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어디까지나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외부인들은 그저 보이는 모습대로 믿을뿐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어느 가정에서나 겪을 수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 세상 어느
나라의 한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일지도 모를 이야기다.
「달콤한 생활?」은 불과 신혼생활 두달 째인 준이치라는 남자가 남들이 볼때에는 배부른
소리한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어느 면에서보나 완벽한 아내의 표상같은 부인과의 신혼생활에서 답답함을 느끼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고
있다.
누구보다 행복해야 할것 같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십수년은 살아서 권태기에 놓인 부부처럼
집에 들어가는 것이 부담스럽고 아내의 지극정성이 부담스러운 준이치는 혼자만의 시간을 간절히 바라게 되고 이런 문제들에 대해 회사 내의 동기나
선후배에게서 조언을 얻게 되고 그런 준이치의 심정을 아내 역시도 느끼게 되면서 아내 역시도 결혼 전 직장동료들을 통해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했음을 알게 되는데...
「허즈번드」는 어느 날 남편 슈이치의 회사에서 열리는 소프트볼 시합에 응원을 갔던 주부
메구미는 그곳에서 남편이 회사 사람들로부터 찬밥 신세라는 것을 알게 된다. 대출금 상환, 곧 태어날 아이, 외벌이 등의 현실적인 문제와 함께
남편이 혹시라도 회사에서 그로 인해 너무 힘들지 않을까를 혼자 고민하게 되는 아내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은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메구미는 남편이 진짜 회사 내에서 찬밥 신세가
맞는지, 아니면 자신이 하필 그날 그때 후배와 동료의 말에 오해를 해서 자신 스스로 어떤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하게
만드는 것도 없지 않아 있다.
「에리의 4월」은 우연히 집에 걸려 온 전화를 통해서 외할머니가 자신을 엄마인줄 알고 무심코
해버린 말에 에리는 부모님이 이혼을 하려는 것이 아닐까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그동안 부모님에게 무심했던 자신이기에 두 분의 사이가 어떠했는지를
알 수 없기에 과연 이 말이 진짜인지도 알 수 없는 상태이다.
결국 친한 친구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그들과 대화를 하고, 또 주변 아이들,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점차 두 분이 만약 이혼을 한다면 스스로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즈음 남동생이 다쳐서 입원을 하게 되고
남동생과 이야기를 하던 중 놀랍게도 남동생 역시 부모님이 이혼할지도 모름을 알고 있고 나아가 에리의 생각보다 더 의젓하게 그 문제를 받아들이기로
했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 또한 의문인 것이 부모님은 아직 직접적으로 둘에게 이혼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고 둘
역시도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엄마에게 진실을 묻기로 하지만 아직까지 묻지 않았다는 점에서 어쩌면 그냥 둘의 오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남편과 UFO」은 어느 날 남편 다쓰오가 자신이 UFO를 봤고 심지어 외계인과
교신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남편의 상태를 심각하게 걱정하게 되는 전업주부인 미나코의 이야기이며 「귀성」은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논쟁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텐데 결혼한 후로 맞이하는 첫 명절에 귀성을 앞둔 부부가 각자의 고향인 삿포로와 나고야를 방문하면서 겪게 되는 차이를 그려낸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적이였고 나름 개운하게 끝맺음을 맺었다 싶은 이야기는 마지막에
나오는「아내와 마라톤」이였다. 남편이 유명한 작가가 되면서 어딘가 모르게 자신은 뒤쳐지고 동네 아줌마들마저 도외시 하면서 점점 더 고립되어 가는
전업주부가 달리기에 몰두하다 결국 도쿄 마라톤에 출전해 완주를 하는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마냥 가볍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이 아무래도 가장 친밀하지만 그래서 더 상처주기 쉽고 동시에
서로 조심해야 하는 사실은 가장 어려운 관계일수도 있는 가족 내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그 문제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기에 왠지 더 몰입해서 보게 되는 책이였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