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는 개인적으로 내 마음에 참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품게
한 작품이다. 너무나 궁금했고 그래서 꼭 읽고 싶었던 작품이였던 마음 반면에는 적게나마 실재로 이곳에 징용을 다녀 온 분들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서인지 차마 읽기가 무서워졌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어떻게 사람에게 이토록 잔인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일제 치하에서 일본이 조선인들에게 보여 준 여러 극악무도한 일들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나가사끼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바다 위에 군함
한 척이 떠있는 모습 때문에 불리는 이름 군함도(하시마 섬)의 해저 탄광에서의 참혹한 현실은 왜 군함도가 지옥섬이라 불리는지를 알 수
있다.
이야기는 군함도에 소위 브로커로부터 사기를 당해 탄광에 일을
하러 오게 된 조선사람인 명국, 태복의 대화로부터 시작된다. 어느덧 군함도에서의 생활에 적응은 해가고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고통스런 나날이
괜찮은 것은 아니기에 태복은 함께 일하다 알게 된 경학, 삼식이와 함께 군함도를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그들은 명국에게도 함께 가길 권했지만 괜히 지옥섬이라 불리는
곳이 아니기에 살아서 나가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도망을 치다가 잡혀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모두 망망대해 한폭판에
있는 섬의 특성상 헤어쳐가다 죽기가 부지기수였다.
결국 셋의 탈출은 실패로 끝나고 경학만 그 행방이 모호한
가운데 삼식은 죽고 태복은 부잡혀와서 온갖 고초를 겪다 일본인을 젓가락을 찔러 죽인 죄로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그렇게 또 친구를 잃은 명국은
매일 매일 같은 나날을 보낸다.
일본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날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처음
물자를 수탈하던 것에서 이제는 강제징용으로 사람들을 잡아가다시피 하고 빠르게 친일파로 돌아서 부를 일궈온 하성은 결국 토사구팽 격으로 자신의 큰
아들에게도 징용장이 내려오자 차남인 지상을 보내려 하고 결국 지상 역시도 집안의 장자인 형은 대를 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자진해서 자신이
가고자 한다.
그리고 임신한 아내인 서형을 두고 기차를 타고 강원도에서
서울, 다시 부산을 거쳐 시모노세키를 거치는 과정에서 여러 조선인을 만나고 또 서로 길이 갈리며 결국 군함도에 도착한다. 강원도에서 아버지의
일을 도우며 순진무구하게 살았던 지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일본이라는 나라는 결코 자신이 처음 견딜만할 것이라 생각한 곳과는 달랐고 사람답게 살고자
했던 지상의 이상은 점점 더 지독한 현실 앞에 무너진다.
군함도의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결국 지상은 함께 방을 쓰게 된
명국과 탈출을 계획하지만 그 직전에 탄광이 무너져 명국이 다리를 절단하는 사고를 당하면서 한차례 좌절된다. 그러다 징용을 오는 중 알게 된
동향의 우석이 탈출을 제안하고 그동안 사람들 틈에서 바보 취급 받던 필수가 사실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기고 있었음을 알게 되고 셋은 탈출을
목전에 둔다.
군함도는 하나의 나라처럼 느껴진다. 치외법권, 오로지 그곳만의
법대로 운영되는 이곳에도 아파트, 신사, 학교, 술집 등이 있다. 그러나 먹을거리는 없어서 외부로부터 배로 들어오지만 조선인들은 이를 사먹기도
먹차다.
게다가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일본은 조선인들을 군함도에
데려왔지만 막상 월급날이 되면 온갖 명목으로 돈을 떼어가고 그나마 남은 대부분의 돈도 저금 명목으로 주지 않는다. 결국 돈은 돈대로 받지 못하고
일은 3교대에서 2교대로, 그나마도 탄광에 들어가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나오지 못하는 시스템이라 상황은 점점 더 힘들어진다.
그런 가운데 또다시 탈출자가 생기고 우석이 그 과정에서 다리를
다쳐 낙오되고 우석을 좋아했던 조선인이자 유곽에서 일하던 금화가 그들의 탈출을 도왔다는 이유로 고초를 당한 뒤 우석이 제대로 도망친 줄 알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그렇잖아도 힘들고 부당하다 여기던 조선인들 사이에서는 같은 조선인들이 하나 둘 죽어나가자 뜻하지 않게 동포애가 생겨
파업에 이른다.
그사이 지상과 필수는 무사히 탈출에 성공하나 헤어지게 되고
지상은 맘씨 좋은 일본인 노부부의 도움을 받아 나가사키에서 일본으로 온 조선인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는 일자리를 구하게 되지만 군함도에서 일어난
파업은 결국 실패로 돌아간다.
그리고 우석은 이 난리에 또다른 사람들과 함께 군함도를
탈출한다. 그 당시 군함도는 물론 나가사키 일대는 미쯔비시 회사가 거의 먹여 살리는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기에 이들은 비록 군함도는
탈출하나 어쩌면 넓은 의미에서 여전히 미쯔비시 중공업의 그늘 안에 놓여 있는 셈이 된다.
군함도에 여전히 남아 있든 무사히 탈출에 성공해 그곳을
벗어났든 결국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래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재회해 사람답게 자유롭게 살고자 했던 일생일대의 목표가 되어버린 이 모든
이들이 결국 미국의 원자폭탄의 직격탄을 맞는 것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삶의 허무를 느끼게 한다.
곧 유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영화 <군함도>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책은 영화의 내용과는 다르다고 한다. 그러나 둘 모두가 그저 픽션으로만 다가오지 않는 것은 여전히 일제의 강제징용
피해자가 존재하고 일본은 지금도 자신들의 잘못한 부분은 감추려 한채 군함도의 근대화시설 부분만 부각시켜 조선인들에게 지옥의 섬이라 불린, 실제로
죽는게 더 낫겠다는 말이 나오게 한 이곳을 유네스코에 등재시켜 세상을 향해 눈가리고 야옹하는 격으로 피해자들에게 여전히 고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론 일본과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군함도의
진실을 제대로 알게 될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