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현실이 드라마나 영화, 소설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고 그 어떤 장르보다
극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 경우는 여러 가지 형태의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들에게서도 엿볼 수 있는데 KBS 제2라디오 해피FM
<그곳에 사랑이 있었네>의 연재 작품을 재구성한 『명작 뒤에 숨겨진 사랑』이 바로 그것이다.
유명 예술가의 인생 이야기를 읽으면 그 자신의 삶이 여느 드라마 못지 극적인데 이 책에서는
음악가, 화가, 작가들의 명작과 사랑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수세기에 걸쳐서 후대에 내려져 오는 명작 중의 명작을 탄생시킨 예술가들도 사랑을
했고 그 사랑이 자신들의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책은 한편으로는 해당 예술가들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의미있는
독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음악가로 바로크 음악의 대부라 불리는 바흐를 시작으로 음악 신동인
모차르트 · 베토벤 · 차이콥스키 · 쇤베르크가 나오며 화가 분야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화가이자 전 시대를 통틀어서, 모든 작품을 통틀어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비롯해 미켈란젤로 · 라파엘로 · 루벤스 · 피카소가 나온다.
마지막으로는 소설가가 소개되는데 브론테 세 자매를 필두로 생텍쥐페리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 모두가 분명 이 책을 읽는 독자로서는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삶을 살았는데 그중에서도 한 집안에서 그것도 세 자매가,
여성의 사회진출은 물론 여러가지 면에서 억압받았던 시대에 문학계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 준 브론테 자매가 흥미로웠다.
원래 6남매였으나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던 자라면서 병을 얻어 요절하고 샬럿을
제외하고는 에밀리와 앤 역시도 이른 나이에 요절한다. 이야기는 가장 오래 살았던 샬럿을 중심으로 써내려져 가는데 이들 가족이 《폭풍의 언덕》의
배경이라고 해도 좋을 곳에서 자라며 보낸 어린 시절을 어머니와 자매와의 이별, 벨기에로의 유학, 여동생 앤의 실연의 상처와 샬럿의 이루어질 수
없었던 첫사랑이 이야기되며 이러한 삶과 사랑에서의 상처가 그녀들의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게다가 특출하게 영민했던 세 누나에 가려졌던 남동생 브란웰의 사랑과 실패, 죽음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도 언급되며 샬럿이 에제 교수와의 만남을 끝으로 다가오는 사랑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모습과 그 당시로서는 파격적이게도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필명으로 발표하는 등의 이야기도 읽을 수 있고 마지막에 가서는 사랑을 얻고 아이까지 임신하지만, 어쩌면 가장 행복한 순간 가장 슬프게
떠나버린 이야기를 끝으로 마무리 된다.
책의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해당 예술가의 작품, 그 사람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나 사진,
당사자가 지인에게 보낸 편지와 유명인의 시 등을 통해서 들려주기 때문에 마치 '음악가, 화가, 작가들의 명작과 사랑'이라는 주제로 흥미로운
인문학 강의를 들은것 같은 기분이 들어 유익했던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