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책쟁이들 - 대한민국 책 고수들의 비범한 독서 편력
임종업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에 소개된 책쟁이들은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호의적인 평가를 줄 만하지만, 저자가 남자라 그랬는지 아직도 여자들이 잘난 척 나서는 게 못마땅한 사회적 시선 때문인지, 여자의 서재는 달랑 둘 뿐이다. 물론 부부로 소개된 세 쌍이 있으니 다섯이라고 한다면 그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조금 삐진 순오기의 별점은 넷 뿐이다.^^ 그래도 내겐 충분히 매력적이고 도움이 되었으며 저자인 임종업씨까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마을도서관을 꿈꾸는 순오기, 한국의 책쟁이들은 어떤 책을 어떻게 사모으고 관리하는지 궁금해서 서평단으로 신청해 받은 책이다. 그만큼 기대도 컷고 꼼꼼히 읽으며 연방 감탄하고, 아낌없이 밑줄 좍좍 그었다. 명색이 마을도서관이라면 좋은 책은 반드시 소장해야겠다고 불끈 다짐하며,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저자는 한국의 책쟁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 헌책방에 잠복했으며, 책쟁이들은 서재공개를 꺼리고 책 외엔 별다른 취미가 없다는 공통점을 얘기한다. 내가 보기엔 책쟁이들은 책을 모으기 위해 많은 부분의 희생을 기꺼이 감수했고, 어떤 형태로든 사회와 나누었으며, 결국은 집필과 저술활동으로 귀결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책에 미친, 아니 평생 책을 사랑한 28인의 책 연애사를 5부로 나누어 소개했다. 스스로 책만 읽는 바보라 했던 간서치 이덕무의 후예들이, 현대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장시간의 인터뷰와 사진으로 보여 준다. 이 책에 나온 그 어떤 사람의 서재도 한결 같이 책으로 포위된 이런 모습이다. 물론 여기 보여지는 사진은 새발의 피다.^^

 
 

1부 꿈꾸는 자들의 책. 첫무대를 만화 마니아 박지수씨로 시작한 건 신선했다. 오늘날 만화의 위상이 짐작되고 만화를 사랑하는 알라디너 덕분에 귀에 익은 만화가 이름이 여럿이라 좋았는데, 결정적으로 '최규석'을 거론하지 않아서 미워할거야! ㅜㅜ 두번째는 알라디너로 '나는 오늘도 유럽 출장 간다'와 '밑줄 긋는 여자'를 낸 수선님의 등장이다. 책이 너무 좋아 책으로 밥법이도 하고 싶었다는데, 글쟁이가 되니까 읽고 싶은 책을 맘대로 못 읽어서 밥벌이로 하지 않길 잘했다고 말한다. 생김처럼 야무진 사람 같다. 다음엔 SF 마니아 박상준씨, 아내는 빵을 굽고 남편은 저술가로 활동하는 춘천의 북카페 김종헌.이형숙부부, 장서가로 무지개 쫒는 60대 소년 이석범씨가 나온다. 

2부 사람을 읽다 책을 읽다. 젊은 나이에 화천 상서우체국을 운영하는 전작주의자 조희봉씨,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이윤기씨의 저서와 번역본까지 200여권을 독파하고, 800자 원고지 10장에 빼곡히 사연을 적어 결혼 주례로 모셨다. 이런 독자라면 결혼 주례 아니라 지옥까지 와 달라고 해도 거절 못하지 않겠는가! 이윤기씨는 당연히 주례를 섰고 이제는 스승이 되었다고 한다. 책을 나누며 집착을 버리고 동두천 시인이 된 김경식.이주원부부. 생리를 일컫는 월경(月經)은 성경.불경.역경처럼 최고의 가치를 지닌 생명 경전으로, 폐경은 생명 창조의 임무를 완수한 완경이라 해야 한다는 이유명호 한의원장은 책쟁이가 아니고 글쟁이로 소개된 듯하다. 책 중간상으로 사멸될 책들을 살려내는 김창기씨. 책은 물건으로 펼쳐져 읽힐 때 비로소 책이 되고, 마지막 장을 덮으면 다시 물건으로 책이 되려는 기다림으로 존재한다고 말한다. 책과 결혼한 장서가 박세록씨, 삼성맨으로 부기와 연애에 관한 책을 쓰려고 준비한다. 영화 2천편 봤지만 돈키호테 한 편만 못하다 젊은이들이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고서에 필이 꽂혀 책이 주인이고 자신은 머슴이라며 책에 자리 내주고 골방을 차지한 화봉책박물관장 여승구씨.   

3부 배움의 즐거움. 독서동아리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목재상 김태석부부. 낮에 장사하고 밤에 공부하며 세상을 보는 눈, 정의와 진실이 무엇인지 알게 됐지만, 지금은 먹고 사느라 책잡기가 어렵단다. 전문가가 되려면 그 분야의 책 1천 권은 읽어야 한다며 직원 한 사람당 일년에 백만원의 책값을 지원하는 이메이션코리아 이정우 대표. 북랠리 행사와 독서동아리가 있는 회사, 8시 출근에 5시 퇴근하면서 회사에서 눈치 안보고 책을 읽어도 되는 회사. 인센티브 여행으로 해외에 보내주는 회사라니 부럽다 부러워! 재밌는 글쓰기와 책읽기를 가르치며 아침 독서 10분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윤태규 교장선생님, 아침 독서 10분 시간에 방문하면 그 누구라도 기다려야 하고, 학교도서실은 밤 9시까지 개방한다. 요즘 공공도서관도 6시면 칼퇴근인데... 평생 괴테를 제대로 읽히기 위해 가르치고 번역의 오류를 바로 잡는 독문학자 최두환 레기네 부부. 군인도 총만 쏘고 살 수 없다고, 책나눔 운동으로 세운 병영도서관. 2002년 국방비 16조 3,640억 중에 도서비는 0.006퍼센트란다. 보통 2년만 군인으로 있기 때문에 바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군대에서도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 100% 동감이다. 



4부 진리를 찾아서. 한 달 도서구입비로 5~60만원씩 쓴다는 논술강사 정윤식씨. 100번 이상 읽어 성경이 너덜너덜해진 토라 연구가 이기대씨. 컬렉션으로 초기 천주교 책들을 선택한 송명근씨는 책수집 요령을 다섯 가지로 요약했다. 

1.자신의 전공을 정하라.
2.시리즈를 구상하라.
3.공간을 생각하라.
4.중심을 잡아라.
5.수집 뒤를 생각하라

 나도 이분의 조언을 받아 들여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주제를 한가지 생각해 봤고, 현재 3,000권 이상이라 곧 넘쳐 날 경우를 대비해 대안을 생각해 봤다. 내가 꿈꾸는 명실상부한 마을도서관을 만드는데도 도움이 될 거 같다.

수입의 60%를 저축하고 나머지로 책을 샀고, 지금도 제자들과 고전강독을 즐기는 배상현 동국대 한문학과 명예교수. 1992년 교수직을 정년퇴임하면서 강남대에 기증한 '한실문고' 이상보 국민대 국문학과 명예교수는, 100원짜리 동전 크기의 '좁쌀책'에 대한 욕심은 못 버렸다고 한다. 교회는 섬기는 곳이라며, 강단 꽃꽂이도 안하고 한 분기에 300권씩 한해 1,200권의 신간을 들여오는 은광교회 김종대 목사 기념도서관.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한 달에 한번씩 독서토론회도 모인다. 교회들이 이런 마인드로 운영돼야 하는데... 내가 80년대에 사서로 일했던 교회도 사회적 소명으로 이렇게 했었다. 농어촌에 도서도 보급하며 독서운동에 일찍 눈을 뜬 교회였다.^^



5부, 사회를 생각한다.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에 실패한 뒤 '우리들은 지지 않았다'는 시를 내보냈던 시인 피디 이도윤씨. 모아진 시집은 조태일 기념관으로 보내고, 스승 조태일 시인을 기리며 108일 금주한다니 놀랍다. 촛불집회가 있으면 직원들 퇴근도 일찍 시키고 현장에 나가는 두리미디어의 최용철 사장. 1989년 도서출판 가교를 차렸다가 3년만에 도산하고, 절치부심 1997년에 시작해 '청소년을 위한 역사교양 시리즈'로 성공했다. 시리즈 한 권을 낼 때마다 좋은 대학 하나 세운다는 생각으로 하단다. MB는 성공한 CEO가 아니라며, 그는 소비자를 상대로 사업을 한 적이 없고 정부와 관료만 상대하는 일을 했을 뿐이란다. 그에겐 국민이 없고 사원처럼 명령만 내리면 된다고 생각한다는 말에 절대 공감이다.  



친일인명사전으로 집중조명 받는 상식 밖의 역사 바로 세우기,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박한용씨, 1989년 친일문제연구가 임종국 선생 빈소에서 싹이 터 우여곡절을 겪으며 비로소 결실을 맺었다. 박원순 변호사가 장서를 기증했고 뜻있는 분들의 자료 기증을 기다리며, 전산입력된 인물정보 250만개를 바탕으로 친일총서를 펴낼 계획이란다. 우리 삼남매 중 한 녀석이라도 이런 곳에서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어사전을 모으는 국어학자 박형익씨, 조선총독부의 조선어사전으로 한국어사전을 만들었기에 한국어사전의 독립을 위해 자료를 모은다. 인문학은 학문의 학문으로, 상상력, 동착성, 상상력을 길러준다. 답이 하나이고 그것을 맞추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고 말한다. 간다라 불교 연구와 성서가 불교 영향을 받았음을 밝히는 연구 중이다. 대구 남평문씨의 '문중문고'를 지키는 문태갑씨. 문중에 전해온 '광거당 전수규약'을  보면, 독서와 학문을 하루도 폐하지 말 것, 책을 열람할 때 더럽히거나 찢지 말 것, 가벼이 빌려주지 말 것,7월 초에 한 차례 햇빛을 쬐어 좀과 습기를 막을 것지시했다.  

하루에 두세 명만 살펴보느라 꽤 여러날을 끼고 읽었다. 나도 훗날 이런 책쟁이 대열에 끼어보자고 언감생심 욕심을 내보는 행복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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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1-10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길어서 일단 올려두고 날새면 다시 팍~ 줄여야 겠다.ㅜㅜ

메르헨 2009-11-10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두가 안나서 펼치지 못하고 있는데..리뷰를 보니..보고 싶어졌어요.^^
리뷰만 봐도...저 글속에 저도 들어가고 싶네요.^^
요런 욕심은 좋은거죠?

날이 서늘하니 딱...가을 느낌입니다.
가을 만끽 하시길 바래요.^^

순오기 2009-11-10 11:30   좋아요 0 | URL
음, 나는 하루에 2~3명씩 읽었으니 꽤 여러날을 끼고 살았지만
그래서 행복한 독서였어요.^^

카스피 2009-11-10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좋은 리뷰시네요^^
저 책장들을 보니 웬만한 분들은 꿈도 꾸지 못할 서재시군요.아마도 모두 장서가 수천권씩은 되실것 같네요.
사실 우리 나라의 문제점은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외국만큼 도서관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죠.외국의 경우 책이 나오면 도서관에서 한 두권씩 구매를 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예산 문제때문인지 도서관의 도서구매가 부족한 편이죠.

순오기 2009-11-10 11:33   좋아요 0 | URL
내용을 팍~ 줄여야지 생각했는데 좋은 리뷰라고 하시니 줄이기도 어렵네요.ㅋㅋ
우리나라 도서관은 예산이 적다는 말을 내걸고 살지만, 일찌감치 문닫아서 있는 책을 볼 시간도 많지 않지요. 물론 이것도 예산 때문이겠죠. 예전엔 밤 10시까지 했었는데, 인건비를 줄이느라 연장근무를 못하게 했겠죠.ㅜㅜ

메르헨 2009-11-10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전에 도서관 가서 요 책 빌려 왔어요.
서두 읽었는데 오...감이 좋네요.^^

순오기 2009-11-10 11:33   좋아요 0 | URL
볼만해요~ 책에 미쳐 사는 사람들, 하지만 아름다운 미침이죠.^^

다락방 2009-11-10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 읽고 싶어졌어요. 특히 수선님이 나온다는 부분이요. 전 수선님의 팬이거든요. 그분의 책장도 볼 수 있을까요? 이거 땡스투에요, 순오기님!

순오기 2009-11-10 11:34   좋아요 0 | URL
수선님 서재는 전체 나오지 않고 책장 사이로 빼곰히 내민 얼굴에 한두칸만 보여요.^^

섬사이 2009-11-11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를 가나 이 책이 눈에 띄네요.
저는 속으로 '책을 덜어내야지, 덜어내야지..'하는데
순오기님 리뷰 읽으면서 잠깐동안 쌓아둘까? 하고 흔들렸어요. ^^

순오기 2009-11-11 22:39   좋아요 0 | URL
제가 리뷰를 길게 쓰면서도
정작 이들이 어떤 책을 사들이고 관리했는지는 소홀했네요.ㅜㅜ
쌓아두고 좋은 일하면 되지요.
우리집은 고정 대출자가 여럿이라 쌓아둬도 좋아요.^^

노이에자이트 2009-11-11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희봉 씨 덕에 이윤기<하늘의 문>을 읽게 되었지요.아주 좋았습니다.

순오기 2009-11-11 22:40   좋아요 0 | URL
아하~ 조희봉씨 덕에 하늘의 문을 읽으셨군요.
전작주의자는 정말 대단해요~~ 존경스러워요!
 
팽현숙의 내조재테크 - 팽현숙이 전하는 아주 특별한 21년간의 재테크 스토리
팽현숙 지음, 김혜경 감수 / 다산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먹고 살기도 힘든 내게 재테크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결혼 전 3년 적금으로 친정 집 살 때 보탰지만, 결혼 후엔 저축하며 살지 못했다. 전세대출을 안고 시작한 살림과 경제권을 장악하지 못한 잘못은 지금도 빚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아버님부터 시댁 형제들 모두 전적인 경제권을 아내에게 주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주는 이상한 대물림이 있다는 걸, 십수년을 살고 나서 깨달았다.

사람들은 흔히 '돈이 중요한게 아니야'라고 말한다. 그건 웬만큼 살만한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정말 끼니를 걱정할 극빈의 사람에게 이런 말은 언어폭력일 뿐이다. 나도 남편이 벌어다 주는 월급에 맞춰 그냥 저냥 살 때는 돈이 그렇게 중요한지 몰랐다. 유년기부터 한번도 풍족하게 살아보지 않아서 잘 사는 게 어떤 건지도 모르지만, 나는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도 없었다. 지금도 하루 세끼 밥 걱정 안하고 살면 된다는 정도의 경제관념일 뿐이다. 노후를 위해 준비하는 것도 없고 삼남매 거두고 사는 것도 벅차서 그야말로 '너희가 엄마의 노후대책'이라고 뻔뻔하게 말한다. 

팽현숙의 노하우를 배워 재테크 할 형편은 아니지만, 그녀에게 받은 신선한 충격은 나를 돌아보게 했다. '신데렐라 폼플렉스에서 깨어나라' 남편이 무슨 일을 해서라도 나를 먹여 살리겠지, 나는 고생하지 않고 잘 살겠지. 남편에게 의존적인 생각 자체가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가정경제는 남편의 책임이라는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여자의 경제활동은 부족한 것을 보충하는 정도로만 생각해 큰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수입으로 살기 힘드니까 내 한몸 사는데 필요한 돈은 의존하지 않겠다는 경제 홀로서기였지, 노후를 위한 저축이나 재테크를 시도할 경제력은 아니었었다. 

팽현숙은 '돈은 없는데 부자가 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적은 돈을 굴려 목돈을 만들었고, 적은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하며 그게 재테크라고 생각했단다. 자신과 같은 생각과 방법으로 한다면 자기 정도의 돈을 모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개그맨 남편 최양락의 수입이 많거나 일정하지 않아서 신혼부터 경제권을 넘겨 받아 관리했다. 그녀의 경제관념은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춰 저축하고, 그 종자돈으로 도자기 장사를 시작했다. 도자기를 보는 안목도 있었고 그 일을 좋아했지만, 손님들이 원하는 걸 찾아내는 안목이 부족했고 처음부터 강남에서 크고 번듯하게 시작한 허영을 깨닫고는 접었다. 남다른 패션감각을 살려 '오월의 신부' 옷가게를 잘 했지만 큰돈은 벌지 못했다. 그후 외식업으로 비로소 큰돈을 벌었는데, 매일의 수입을 저금했고, 적금을 들면 도중에 깨지 않았다. 필승비법은 저축과 '남들 일할 때 일하고 남들 쉴 때 일했다'로 압축된다.

팽현숙은 참으로 현명하게 가정을 꾸린 듯하다. 최대한 남편의 뜻을 거스리지 않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지혜가 있었다. 부부가 되기 전부터 개그선배로 존경하고 사랑한 때문인지, 남편에게 절대적인 순종과 지지를 보냈다. 그녀는 남편이 상처받고 힘들때마다 '떠나요 병'이 도지면 그곳이 어디든 과감히 짐을 꾸려 떠났다. 그렇게 떠난 호주에서의 1년으로 부동산임대업에 눈을 떳고, 수없이 발품을 팔아 어떤 것이 투자가치가 있는지 가려낼 안목을 키웠다. 남편의 처진 어깨를 보면 기운을 북돋아 주려고 남편명의의 부동산권리증을 내미는 통큰 아내였다. 남편이 하고 싶어하는 개그만 하고 살 수 있도록 내조하고, 기뻐하는 남편을 보는 것이 자신도 행복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남편이 술김에 가출하겠다고 했을 땐, 밤새 눈물로 쓴 일곱 장의 편지로 초강경 대응해 제압하는 그야말로 현숙한 아내였다.^^ 

저축과 부지런함이 팽현숙의 재테크 비법이라고 읽히지만, 내게는 그녀의 재테크 노하우를 배우는 것보다, 부부란 서로가 배려하고 보완하는 관계라는 걸 깨닫고 현명하게 살아낸 삶이 더 멋져 보인다. 적은 수입에서도 쪼개어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한 나의 잘못을 심각하게 깨달은 것으로 이 책을 읽은 가치는 충분했다. 딸을 호주의 귀족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한 것으로 유산은 물려주지 않겠다는 다짐은 칭찬할 만하다. 더 많은 돈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가, 자신의 꿈인 별다섯의 호텔을 경영하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한다면 진정 멋진 인생이 되리라.

*내가 읽은 책은 6쇄였는데 오타와 자연스럽지 못한 문장이 종종 눈에 띄었다. 책값도 12,000원인데 쇄를 거듭하면서 오타나 비문 정도는 걸러내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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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책은 감동이 있는 재테크책
    from 감똘나라님의 서재 2010-01-27 16:28 
    최양락씨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다.재테크로 어떻게 수익을 냈는지,호주에 갔다 와서 다른 나라의 재테크가 어땠는지,부부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겨있다.  고로 나는 이 책을 추천한다.
 
 
마노아 2009-11-07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6쇄를 찍었군요. 어릴 때 그녀가 남편과 함께 출연했던 개그 프로가 생각나요. 네로 황제의 부인이었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짧은 기억이지만 무척 귀엽다는 생각을 했는데 굉장히 야무지고 알찬 분이었군요. 현명하기도 하지만 사업 수단이 빼어나네요. 리뷰 잘 읽었어요. 좋은 아침이에요~

순오기 2009-11-07 14:46   좋아요 0 | URL
나도 그거 봤던 기억이 있지만 그녀의 얼굴은 생각나지 않더라고요.
당차고 야무진 주부로 거듭난 삶이 멋져 보였어요.

세실 2009-11-0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책이었군요. 저에게도 도움이 되겠습니다.

순오기 2009-11-07 14:47   좋아요 0 | URL
금세 읽혀서 주르르 읽고 반납했어요.
성공한 사람들은 뭔가 다른 점이 분명 있지요~ 세실님도 멋져요.^^

카스피 2009-11-07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팽현숙의 재테크중 부동산 투자가 많아서 상당히 네티즌한테 비난을 받았는데 책속에 그런 내용도 나오나요?

순오기 2009-11-07 19:08   좋아요 0 | URL
책속에는 집이 몇채라고 구체적인 언급은 없어요. 다만 지목을 변경할 수 있는 임야를 사서 개발하는 이야기는 좀 자세히 나와요.
예전에 목영자 산부인과 원장이 아파트 40채를 보유해서 논란이 되었었죠.
나는 부동산임대업에 호의적이지 않아서 그 부분은 별로 칭찬하고 싶진 않아요.
 
미안해, 엄마가 몰랐어
크리스티안 뤼드케 지음, 윤혜정 옮김 / 오마주 / 2009년 1월
품절


아이를 키우면서 '사랑해'라는 말은 수없이 하지만 '미안해'라는 말은 쉽게 하지 못한다. 그래도 아이가 어릴 때는 잘 하는데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와 갈등을 겪게 되면 정말이지 '미안해'라는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표현되지 않은 마음은 오해를 낳고 끝내 골이 깊어 심각한 경지에 이르는 상황도 겪는다. 그래서 부모도 '미안해'라고 말하는 걸 주저하면 안된다. 그런 상황을 그림책으로 어떻게 풀었을지 궁금했는데 의외로 글밥이 많아 아이보다 어른을 위한 책인 듯. 이 책에 등장하는 모두를 불러 한 자리에서 기념촬영!^^

책을 읽기 전에 등장인물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아이들의 고민과 걱정거리들을 더 잘 이해하고 부모님과 함께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담았다고 밝혀 놓았다. 친절도 하셔라~ ^^

다섯 개의 제목으로 어린이들이 일상에서 겪게 될 마음의 갈피를 들려주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평면 그림이 아닌 클레이라서 입체감도 살아난다. 첫번째 이야기 '눈 감고 손 내밀어 봐'에서는 주는 것과 나누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다룬다. 엘리스가 키우는 강아지 세 마리와 친구 다나가 산책을 갔는데, 피크닉 바구니에 가져온 간식을 나눠주지 않는 다나로 인해 갈등이 생긴다. 나눠주는 걸 싫어하는 아이에게 무조건 나눠주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지혜로운 해결은 어떤 것일까? 어른의 강요에 마지못해 나누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 나누는 기쁨을 알게 하려면, 눈 감고 손 내밀어 봐~ ^^

'그럼 내 생일에 오빠를 초대하지 않을 거야!' 제목만 봐도 어떤 이야기일지 감이 잡힌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지만 부모가 가장 속상할 때는 역시 형제간에 티격태격하는 것, 바로 형제간의 질투와 다툼에 대한 얘기다. 동생을 본 큰애들이 겪게 될 마음을 알아주고 존중해주는 것이 해답 아닐까?

'깜깜한 밤의 눈물'은 아이들의 분노와 슬픔, 부모님께 갖고 있는 안좋은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들려준다. 그런 불안은 잠자리에서 눈물이 되어 침대에 지도를 그린다.ㅜㅜ동생을 봤거나 부모가 헤어졌을 때, 환경에 변화가 생겼을 때 아이가 감정을 자연스레 표현하는지 살펴봐야 할 듯...

'해님은 자전거가 없지만 같이 따라 올 거야'에서는 이사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 한다. 익숙한 것들과의 헤어짐, 새로운 것과 사귀어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기 위해서는 부모의 적극적인 개입이 바람직하다. 가족이 둘러앉아 회의를 할까? 서로의 생각은 나누며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마에서 눈물이 나네'에서는 소냐의 '특별한 손(손가락이 붙어서 태어남)'으로 장애와 놀림에 대한 이야기다.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가 가진 특별한 능력을 찾아 자존감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할 듯.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 두려움도 극복할 수 있으니까.

다섯 개의 이야기가 끝나면 '부모가이드'를 두어 조언한다. 부모라고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한다. 더구나 아이의 불안과 걱정이 왜 생겼는지를 깨닫기는 쉽지 않다. 아동 청소년 심리치료사인 저자는 부모가 알아야 할 아이들 심리와 문제 해결방법을 잘 설명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거나 같이 보기엔 상황 설명이 좀 길어서 난감할 듯. 엄마가 충분히 숙지하고 자기들의 상황에 맞는 이야기로 바꾸어 들려준다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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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1-02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형들이 예뻐요. 노아의 방주를 탄 동물들도 이런 식의 그림이었는데 유독 눈에 담겼어요.
클레이 애니메이션 중에 유명한 영국 만화가 있는데 이름이 뭐더라... 좋아하던 작품이 있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요..ㅜ.ㅜ
아, 생각났다. 월레스와 그로밋! 그게 생각이 났어요. ^^

순오기 2009-11-02 13:34   좋아요 0 | URL
월레스와 그로밋~ 훌륭하지요.^^

같은하늘 2009-11-0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그림 너무 예뻐요.^^
공감가는 내용이 많네요.

순오기 2009-11-04 11:47   좋아요 0 | URL
그림보다 내용이 썩 ~ 아이보다 어른에게 좋을 듯.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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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처럼 가볍게 크크~ 낄낄거리며 읽었다. 그런데 2~3일 지나 리뷰를 쓰려니 몇 가지 에피소드 외엔 생각나지 않는다. 음~ 몸통이 아니고 깃털을 얘기한 사회적인 메시지들도 있었는데 말이다. 할 수없이 다시 뒤적이니 작은 제목들만 봐도 웃었던 장면들이 되살아났다. 가볍게 읽고 부담없이 잊어도 좋을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을 얘기하지만, 그럼에도 지천명에서 멀지 않은 공지영의 인생 연륜이 묻어나는 이야기다.  

내가 읽은 책은 2009년 2월 16일 초판 이후 3월 27일의 '23쇄'인데 놀랍다. 초판 찍고 8개월이 지난 지금은 얼마나 많이 찍어냈을지 정말 궁금하다. (리뷰 쓰고 출판사에 전화해봤더니, 담당자는 아니라서 정확하진 않지만 1쇄 3,000부로 30쇄쯤 찍었단다) 공지영의 저력일까? 세상 사는게 팍팍해서 사람들은 가벼운 읽을거리에 목말랐을까? 아니면 가볍다고 선언했으되 결코 가볍지 않은 공지영의 솔직하고 거침없이 털어놓은 일상에 열광했을까? 수수께끼로 남기며 내가 공감한 이야기들을 풀어보련다.^^

동창친구들과의 이야기 '소중한 존재라는데 왜 화가 나지?'를 읽으며 어찌나 낄낄거렸는지, 옆에 있던 막내가 '그렇게 재밌어?' 하고 물었다. 나이 마흔이 넘어 30년만에 초등 동창들을 만났던 내 얘기와 다르지 않았다. 충청도 깡촌에서 등장불 켜놓고 살았던 유년의 악동들이 중후한 멋쟁이가 되어 나타났지만, 여전히 어딘가에 숨기고 있던 개구쟁이 본래의 모습이 드러날 때, 우린 원없이 웃었다. 두번째 동창회로 고향에서 만날 때는 혼숙도 불사했던, 절대 애인이 될 수 없는 진짜배기 친구였다. 하지마남 미사리 찻집에서 근사하게 차 한잔 마시자는 여자 동창들의 바램을 무참히 짓밟고, "그렇게 비싼 찻집엔 '남의 것(불륜의 애인)' 데리고 폼 잡으러 가는 거지, 절대 가슴 설레지 않는 니들(친구) 데리고 가는 데가 아니야"라던 녀석들 말이 떠올라 '소중한 존재' 의미에 박장대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낙장불입 시인과 버들치 시인' 이야기는 너무나 부러워서, 내겐 이런 친구가 없는가 헤아려 봤고, '다꽝과 오뎅'에 관한 미스터리엔 '내가 만난 새침떼기 같던 공지영 이런 사람이었어?'킬킬킬 웃고 말았다. '담요 드릴테니 사인해 주세요'에 나온 출산 후 한기에 떠는 산모에게 사인해 달라는 간호사들이나, 이혼서류를 접수시켰던 법원 로비에서조차 책을 들고 와 사인을 요구하던 그 남자는, 유명인에게 거침없이 혹은 인정사정 볼 것없이 가하는 팬들의 폭력(?)과 이기심조차도 웃을 수 있는 공지영의 인생 연륜에 박수를 보낸다. 

목걸이 순정의 어린 제제조차도 '딴사람 사랑하면 인정하는 게 도리'라는 걸 아는 것처럼, 정치가들이 말하는 '사랑하는 국민을 위해 내린 결단'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삼척동자도 안다. '사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유를 허라라'는 촛불집회에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정부에게, 춤추고 노래하며 가벼운 일상을 즐길 수 있게 해달라는 우리들의 소원이기도 하다. 남자 친구와 헤어져 훌쩍이는 딸내미와 술 한잔을 나누는 엄마, 게으르고 멋진 시어머니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작가와 같이 나도 마음의 손가락을 걸었다.^^

나도 젊은 날에는 무언가 잘못되면 큰일나는 줄 알고, 쌍심지를 켜고 목소리 높여 잘잘못을 가리던 일이 많았다. 그러나 살아보니까, '나이를 먹는다는 건 목소리 높이며 잘잘못을 따지는 일이 적어진다'는 걸 깨닫는 것이더라. 하늘이 두 쪽 날거 같던 큰일도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된다. 내 생활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도 맘에 안 들면 속을 끓였는데, 이제는 '저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 상대를 파악하면 그냥 그러려니 묵인한다. 어쩌면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공감한 것도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공지영에게 인생 연륜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엄숙주의로 글을 썼기에 소탈하고 재미있는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아주 가볍고 소소한 일상을 털어놓는 글을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작가는 인생의 질곡을 겪으며 정말 힘든 시기에 필요한 건 '유머'였다는 걸 깨달았고, 진정한 유머를 즐기는 것은 정의를 추구하고 불의와 맞서는 일에도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는 게 심각할 때일수록 정말 유머가 필요하다는 건 살아보면 안다. 이 책을 읽고 가볍게 잊어버려도 작가의 의도를 기억한다면 그도 나쁘지 않은 독자일 듯하다.

지승호씨가 인터뷰한 책 '괜찮다 다 괜찮다'에서 공지영이 추구한 작품세계와 그의 삶을 이해했다면, 이 책에서는 소소한 일상에 웃고 우는 우리 이웃인 공지영을 만날 수 있다. 아이들 문제로 속을 썩히거나 친구들과 수다떠는 아줌마, 깔끔할 거 같은데 엄청 게으르고 치우기 싫어한다는 것도 우리네와 다를 바 없다. 숨기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풀어내는 용기도, 가볍게 웃으며 눙치고 들어가는 여유도 있다. 심각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지만 가볍게 큭큭거리면서도 뭉클한 마음결도 만나게 된다.

*삽화는 개성있는 캐릭터지만 좀 황당하고 엽기적이다. 그 속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는 건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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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10-30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으며 공지영 작가 마치 옆집 언니처럼 친근하게 느꼈어요.^^

순오기 2009-10-31 06:52   좋아요 0 | URL
옆집 언니~ 그렇군요.
작가보단 내가 더 위니까 언니라는 생각은 안했지요.ㅋㅋ

소나무집 2009-10-30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님보다 한참 아래인데도 "그냥 그러려니"가 된 지 한참 됐어요.
완도 와서 천천히 느리게 자연과 벗하며 살면서 더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순오기 2009-10-31 06:53   좋아요 0 | URL
그냥 그러려니~ 살다 보면 자연 그렇게 되지요.^^
천천히 느리게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참 좋아요.

2009-10-30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10-31 06:53   좋아요 0 | URL
오호~ 광주에 오는군요.
따로 시간 낼 수 있으면 만나면 좋은데...

세실 2009-10-31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그대로 참 가벼웠던 느낌^*^

순오기 2009-10-31 12:34   좋아요 0 | URL
세실님 리뷰보고 이 책 읽게 됐어요.^^

같은하늘 2009-11-02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안에 꼭 보려고 마음먹고 있지만 못 보고 있는 책이네요. ㅜㅜ

순오기 2009-11-02 10:42   좋아요 0 | URL
금세 술술 부담없이 읽혀요.
도서관에서 빌려다 곧바로 읽었어요.
 
토론하는 교실
여희숙 지음 / 파란자전거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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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희숙 선생님이 쓴 교실에서의 토론 수업에 대한 길라잡이다. 인간은 토론하는 존재라고 했는데, 우리는 토론 교육과 사고체계를 경험하지 않아서 토론이라면 겁을 내는 경향이 짙다. 요즘엔 방송에서 토론프로그램을 많이 하니까 그런 걸 보면서 배우기도 하지만, 토론 수업을 이끌어갈 교사라면 기본적인 이론을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

1장은 토론은 왜 해야 하고, 왜 어려운지 설명한다. 토론이란 서로간의 이해와 배려를 위한 소통이고, 생각을 키워가는 과정으로 토론 후 글쓰기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에도 좋다. 교실에서의 토론수업, 무엇부터 시작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도움을 준다.  

고등학교 때 공화당 지지자였던 힐러리와 민주당 지지자였던 엘렌에게 역할을 바꾸어 토론하도록 했던 선생님의 방식이 오늘날의 힐러리를 만들었음이 놀라웠다. 토론이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힐러리도 자신의 변화를 느끼고 "단순한 연극적 열정이 아니라 진정한 열정으로 민주당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교실에서의 토론 수업으로 변화된 학급, 한주일에 한 번씩 갖는 토론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발전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교사도 즐겁다. 토론 지도 잘하는 법으로 설득력 있는 주장을 위한 6하 원칙을 적용하고 응용하는 단계도 소개한다. 후반부는 토론의 실제와 교실에서 한 토론수업 따라 하기로 '산타클로스는 있는가?'와 '가정에서 텔레비전을 없애는 것'에 대한 토론 실례를 들었다.  부록으로 교실에서 토론하기 좋은 안건을 소개했는데 응용하면 더 많은 주제를 찾을 수 있겠다.

아이들에게 찬성과 반대 입장을 선택할 때, 우선권을 가진 팀은 무조건 찬성 편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신의 생각이 다르다면 반대자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것도 경험할 수 있고,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는 좋은 기회다. 교실에서의 토론 수업이 잘 된다면 아이들의 말하기 듣기 능력과 더불어 글쓰기 능력까지 향상될 수 있는데, 알면서도 교사들이 귀찮아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 듯...시작은 어렵겠지만 한두 번 해보면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겠다.

나도 겨울방학에 역사토론을 해볼 생각이라 초등생을 위한 역사서와 토론책을 읽으며 준비중이다. 여희숙선생님의 노하우를 배워 실전에 적용해 좋은 토론수업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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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10-26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야 할 책 같은데요.
우리 딸아이와 함께 수업하는 팀은 한 2년 가까이 되니까 제법 하더라구요.
논술도 토론도 꾸준히 공부하고 연습해야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순오기 2009-10-26 10:41   좋아요 0 | URL
맞아요~ 꾸준히 하면 좋지요.
아이들 때문에라도 집에서 그룹으로 지도하면 좋은데...^^
이 책이 아니고 초록색 표지에서 삭제하고 다시 올리려는데 댓글이 달려서 그냥 둘래요. 목차를 보니 똑같은 내용이더라고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