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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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난 8월 공지영 작가를 만난 이후, 내가 읽지 못한 그녀의 작품을 찾아 읽고 있다. 수도원 기행은 보고 싶었던 책인데 인연이 더디 왔다. 언젠가는 유럽여행을 가게 될 테니까 그때 꼭 둘러보고 싶은 수도원을 알아내기 위해서도 보고 싶었다. 다리 심(힘) 풀리기 전에 꼭 봐야 할 곳, 유럽을 만날 수 있는 책들은 그래서 반갑다.




2001년 7월, 세 아이를 두고 한 달 일정으로 유럽수도원을 돌아보기 위해 떠난 공지영. 그녀는 유럽 봉쇄수도원에서 세상과 격리된 철장 너머에 스스로 갇힌 수도사들을 만난다. 미사를 드리면서도 일반 신자들과 격리된 공간, 오로지 하느님만을 바라보며 수행과 봉사로 온몸을 바치는 그들의 표정에서 구원의 기쁨을 읽는다. 

   

고레고리안 성가의 본산인 솔렘수도원, 베네딕트 남자 봉쇄수도원에서 남자 수도사들의 모습은 '장미의 이름으로'에 나오는 그 모습이란다. 수도원 곳곳의 사진은 전면 혹은 한면을 장식하거나 작게 편집되어 분위기를 전한다. 고레고리안 성가가 울려퍼지는 미사를 상상하며 시디를 듣는다면 아쉽지만 분위기는 맛볼 수 있겠다. 

게르만과 라틴, 독어권과 불어권의 접경에 자리한 아름다운 도시 프리부 시내 풍경이다. 기행에세이는 멋진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족하다. 이들은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해 과거의 흔적을 지우지 않는 지혜로움이 부럽다. 우린 새것을 얻기 위해 수천 년 혹은 수백 년전이나 몇 십년 전의 것들을 가차없이 밀어버리고 삽질이다.ㅜㅜ 중세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수도원들이 관광객을 유럽으로 불러들이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으로 알려진 뮌헨대학 숄 남매의 자취는, 그들이 처음 나치에 저항하는 유인물을 뿌렸던 광장 그 자리에 조각으로 남아 있다. 나도 한때 이 책을 읽고 백장미 그룹의 그들을 알았기에 잊지 않고 그곳을 방문한 작가가 고마웠다.

킴지여자수도원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모든 것이 이루어진 유럽에서 태어난 젊은이들은 행복하지 않단다. 아름다운 풍경과 유적이 그들에게 아무런 기쁨도 되지 않는다고...대부분의 수도원이 젊은이들이 들어오지 않아 나이가 많은 수녀님이나 수도사들만 있다는 말씀은 아프게 들린다. 기부금이나 지원에 의지하지 않고 모든 걸 자급자족한다는 수도원 규칙을 철저히 지킨다는 그들이 존경스럽다.


내가 가장 반했던 수도원은 오스나 브뤽 베네딕트 여자 봉쇄수도원이다. 원래 마굿간이었는데 수녀님들이 근처 개울에서 자갈을 날라서 마굿간의 진창에 할 알 한 알 자갈을 박아 성당을 일구었단다. 마굿간의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난 성당, 마굿간에서 나신 아기 예수가 머물기에 좋은 성당이다. 우리나라의 초대형 호화판 교회를 볼때마다 과연 그곳에 예수님이 편히 계실 수 있을까? 산을 깎고 나무를 베어내고 지은 교회는 하느님을 제대로 경배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는 공지영의 생각에 나도 공감한다. 파안대소하는 예수님상과 수녀님들의 묘지에 세운 탑도 인상적이었다.

 

나는 이 책에서 유럽 수도원의 역사와 현재를 충분히 맛보리라 기대했었다. 그런데 유럽 수도원의 얘기보단 오히려 공지영 개인의 이야기가 더 많은 것 같지만 결코 나쁘지 않았다. 역사로만 존재하는 수도원이 아니라 오늘날 누구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도원이었고, 공지영 개인의 삶에 임재하는 하느님을 느끼는 수도원 기행이었다. 내 맘대로 세상을 살고 싶었던 그녀가 아무 것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18년의 방황을 마치고 돌아온 심경을 곳곳에서 풀어놓아 이해와 공감을 더했다. 하느님과 인간,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도 임재하는 하느님을 느낀 기행으로 읽힌다.

 

나도 6년째 방학을 끝내고 그분께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음을 느낀다. 9월 14일 오후 4시 40분, "무엇이 그리 바쁘냐? 방학이 아니고 그건 휴교다. 그동안 하느님이 얼마나 마음 아파 했을지 헤아려 봤느냐? 하루에 성경 3장씩 읽으며 기도하고 준비하라!"는 30년 전 내 신앙의 어머니였던 분께서 전화를 주셨다. 교회를 안나가고 있었지만 한번도 내가 기독교 신앙을 버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방학 한 교회에서 개학해야지 했는데, 그곳은 내가 갈 교회가 아니라고 하시는 그 분 말씀에 끄덕였다. 지금 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분은 그 분 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조용히 묵상하며 성경 읽기 5일째, 작심삼일은 지났으니 다행이다. 이런 심경의 변화를 겪는 중에 읽은 수도원 기행이라 내게는 충분히 의미있고 유익한 독서였다. 공지영 그녀처럼 '하느님 항복합니다!' 무릎 꿇을 날이 멀지 않았음을 겸손히 받아 들이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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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09-18 2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지영 작가 책, 저도 챙겨서 보려구요. 너무 좋아요.^^

순오기 2009-09-19 07:09   좋아요 1 | URL
썩 좋아하진 않았었는데 이젠 그녀의 솔직함이 참 좋더라고요.^^

같은하늘 2009-09-18 2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종교와 거리가 멀지만 유럽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끌리는데요.^^

순오기 2009-09-19 07:10   좋아요 1 | URL
누구나 종교적 심성은 있는 거니까 나한테 맞는 종교가 어느 날 다가올 수도 있지요.^^ 유럽의 종교적인 단면을 보는 것도 좋지요.
 
효재처럼 살아요 - 효재 에세이
이효재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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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면서 처음엔 효재씨가 부러워 살짝 눈을 흘겼다.^^ 여자들의 로망이란 한마디로 족할 그녀의 사는 모습을 예쁘게 담은 책이다. 아주 천천히 야금야금 음미하며 보라고 사진과 여백을 두어 여유 있게 편집했다. 그녀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과 글을 보면서 남다르게 창조적으로 산다고 느꼈다. 

 

성북동 길상사 옆 한복 숍 효재에서 손수 한복을 짓는다는 그녀, 그 동네를 가본 적도 없고 어디메쯤인지 가늠도 안되지만 사진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누군들 요렇게 멋지고 폼나게 살고 싶지 않았겠냐만 물려받은 거 없고, 자기 능력으로 저런 걸 갖기도 어려운 사람이 보기엔 질투날 뿐이다. 우리도 젊은 시절 친구들과 더 나이 먹어서 멋진 집을 짓고 모여 살자고 했었다. 지금 그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하루 세끼를 걱정하며 아이 키우는 엄마로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조금은 부러워서 고운 눈길을 줄 수 없었다는 얘기다.^^ 

 

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았다는 그녀, 소풍날 비가 오면 더 좋았고 운동회 날 달리기 하기 싫어서 스스로 코피를 터뜨렸다는 어린시절 이야기는 놀라웠다. 현재의 단아한 모습에서 그런 유년기를 떠올리긴 어렵지만, 뭔가 남다른 구석이 있었기에 이런 삶을 사는구나 이해가 된다. 어려서부터 인형옷을 뜨고 싶어 문에 담요를 치고 촛불을 켰다는 그녀는 지금도 인형옷을 뜨며 산단다. 그녀가 아이를 못 낳아서 내 아이 낳아 키우기보다 인형을 어루만지며 사는 삶에서 행복을 느끼는데 짠한 마음도 들었다.  

 

손수 말린 온갖 나물과 호박, 무말랭이, 고춧잎, 무청시래기를 보자기로 곱게 싸서 놀러오는 사람들에게 하나씩 안긴다는 그녀만의 특별한 선물은 감동이었다. 여기선 정말 흘긴 눈을 접고 천상 여자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런 건 환경이 주어져도 게으른 사람은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패트병을 잘라서 곡식을 담아 두는 살림법은 그녀가 하니까 멋져 보이지, 없는 사람이 저렇게 해놓으면 궁상맞아 보인다. 그녀의 멋들어지고 우아한 집에는 아무 것이나 혹은 재활용품을 놓아도 빛이 난다. 총각김치 하나에 오이, 당근, 고추, 상추만으로 밥상을 차려도 멋져 보인다. 있는 자의 여유로움이란 이런 것이다. 저 밥상이 너무 맛나 보여서 퇴근 길 약국 앞에 쪼그려 앉은 아주머니에게 호박, 오이, 가지, 고추, 상추, 피망까지 만원의 행복을 사왔다. 저렇게 저녁상을 차려 나는 두 그릇이나 먹었지만 막내는 먹을 거 없다고 간장게장을 꺼내 비벼 먹더라.ㅜㅜ 

 

책 곳곳에서 그녀가 사는 법을 보면서 천상 여자라고 느꼈지만, 어려서 본 풀꽃들을 수놓고 빗자루 손잡이까지 뜨개질로 씌워 놓은 걸 보곤 감탄이 나왔다. 저 빗자루를 보면서 그녀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자기의 삶을 예쁘게 가꿔간다는 느낌이 화악~ 들었다. 

 

천재, 괴짜, 기인, 온갖 수식어가 붙는다는 별난 남편 이야기, 중매로 만났는데 그 남자가 부탁한 건 세 가지인데 효재씨는 가슴으로 다 알아 들었단다.
첫째, 날 그냥 내버려둘 것
둘째, 원할 때 찬 물을 줄 것
셋째, 돈을 벌지 않겠다. 거지도 죽을 때까지는 먹는다. 그러므로 나는 먹기 위해서 돈을 벌지는 않겠다


이 부부 자식이 없으니까 저렇게 살 수 있지, 아이 하나 둘 있으면 과연 먹고만 살 수 있을까? 저런 삶을 추구하고 동조한 부부였으니 아이가 없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아둥바둥 살아도 자식 낳고 사는 게 더 좋단 말이다.^^ 효재씨가 제아무리 멋지고 폼나게, 여자들이 부러워할 삶이라 해도 난 하나도 안 부럽다. 자식 낳아 키우며 부모 마음도 알고, 돈없어 해주고 싶은 것 다 못해주는 안타까움도 경험하고, 악다구니 써가며 싸우는 평범한 삶이 더 좋단 말이다.  

효재씨 당신 말대로 나이 오십이 되니 평화가 좋다는 것에 동의한다. 효재씨가 사는 방식이 부럽다거나 나도 그렇게 살아보겠다고 흉내낸다면 내 마음엔 이미 평화가 깨질 것이다. 당신의 삶이 우아한 듯 좋아보여도 내게는 평범한 삶이 더 맞다고 생각해 마음의 평화가 깨지지 않는 걸 보니, 내 나이도 오십이 맞긴 맞나 봅니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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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09-17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북동 길상사 근처에 살고 있군요.
그 동네 참 좋긴 해요. 한가해서 서울 속에 시골 같은 동네죠.
언제 서울 가시거들랑 한 번 가 보세요.
한참 떨어지긴 했지만 고려대 뒷동네쯤에 있다고 해야 되나...
저도 효재의 삶보다는 늘 머릿속이 보글보글 끓는 저의 삶이 더 좋아요.

순오기 2009-09-17 23:37   좋아요 0 | URL
다음엔 서울 가면 누군가에게 여기로 데려다 달래고 해야겠어요.^^
머릿속이 보글보글 끓는다는 표현~ 좋아요.

마노아 2009-09-17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순오기님의 삶이 더 멋져 보여요. 그분의 삶은 그분의 삶대로 의미가 있고, 우리는 이대로 좋아요.^^

순오기 2009-09-17 23:38   좋아요 0 | URL
각자 제 방식에 맞춰 사는 게 인생이지요~ 우리는 우리대로!!

같은하늘 2009-09-17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분은 TV에서만 만났지만 예쁘다 멋지다 라는 생각과 함께 때로는 철없다 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더군요.^^ 그래도 부러운 점도 있긴 하더라구요. 하고싶은것만 하며 산다는거~~~

순오기 2009-09-17 23:38   좋아요 0 | URL
우리도 아이 없으면 하고 싶은 거만 하고 살 수 있지 않을까요? ^^

꿈꾸는섬 2009-09-17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주는 행복도 만만치 않은데 말이죠. 저도 부럽지 않더라구요.

순오기 2009-09-17 23:39   좋아요 0 | URL
하하~ 아이가 있어 얻는 그 행복을 아이가 없는 사람은 모르지요.^^

프레이야 2009-09-17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분, 텔레비전 아침 프로그램에서 봤는데
참 특이하구나, 생각했어요. 저로선 도저히 못 따라갈..ㅎ
그런데 운동회 때 달리기 하기 싫어했던 것 저랑 같네요.
일부러 코피까지 내보진 못하고 아래윗니만 달달 떨고 서있었지만요.ㅋ

순오기 2009-09-17 23:39   좋아요 0 | URL
하하하~~~ 달리기 잘 할 거 같은데 싫어했어요?^^
효재씨가 많이 유명한가 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9-18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손바느질책을 내서 그런 사서 한번 볼까 싶기도 합니다.
저는 방도 일주일에 한번 닦는 인간이라 ^^;;

순오기 2009-09-18 10:25   좋아요 0 | URL
효재씨는 너무 일을 많이 해서 팔이 고장났대요~
나도 절대 쓸고 닦으면서 못 살아요.ㅋㅋ

희망찬샘 2009-09-20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 보고 싶은 책이에요.

순오기 2009-09-21 00:30   좋아요 0 | URL
사진과 여백이 많아 휘리릭 보기 좋아요.^^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또 하나의 삶을 보지요.
 
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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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마노아님께 생일선물로 받고도 못 읽어서 8월 중순에 읽었는데 리뷰는 이제야 쓴다.^^
딴지총수 김어준, 칼럼은 인터넷에서 몇 개 봤을 뿐이고 말은 많이 들었지만 책은 처음인데 상당히 매력적인 남자로 다가왔다. 사람들의 상담에 솔직하고 화끈하게 명쾌한 답을 제시해 유쾌한 공감의 쓰나미가 밀려 왔다.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고민하는 것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김어준은 말한다, 그럴 시간 있으면 당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행복해지기 위한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으라고...옳은 말씀이다. 쓸데없이 고민하고 남의 시선에 신경쓰는 거, 자기 인생에 별 도움이 안된다. 내 인생은 100% 내 책임이다. 남 탓해봐야 돌아오는 건 실패한 낙오한 자기 삶의 그림자 뿐이다.  

김어준은 성장기에 '하지 마라'거나 '잔소리'를 듣지 않고 자랐다고 한다. 유치원을 하시는 어머니가 바빠서 철저하게 방목되어,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살아서 지금의 김어준이 되었다고 한다. 김어준의 어머니 정말 통 큰 분이다. 네 식구가 계란후라이를 한판씩 해서 먹었고, 과자나 콜라는 박스로 사왔으며 삼계탕은 찜통에 열댓 마리 삶아 식구들 먹고 친구들 불러 먹이고 저녁에 동네 순찰도는 방범들까지 불러서 먹였단다. 게다가 재수하고도 대학에 떨어져 화장실 문 잠그고 울고 있을 때, 문짝을 뜯고 들어왔다는 어머니 얘기에 쓰러졌다.ㅋㅋㅋ   

하여간 통 큰 어머니의 방목으로 별종 혹은 괴짜가 되었다는 얘기 같아서, 엄마인 나는 반성과 더불어 내 양육법을 살짝 후회했다. 오히려 자기 마음대로 하면서 자란 사람이 상상력과 창의성이 뛰어나다는 걸 나도 인정한다. 우리 애들도 어던 부분은 스스로 방목됐다고 말하지만 나도 한때 굉장한 잔소리여사였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 갈수록 한 발 뒤로 물러나니까 잔소리도 줄게 되었다. 사실은 간섭하기 귀찮아서 '니 인생은 니 책임'이라고 방목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 

이 책은 자신의 진로와 연애, 결혼 등 인생문제와 가족, 친구, 직장 관련 일까지 수많은 질문이 담겼다. 나와 똑같은 혹은 유사한 사례에 어떤 답을 들이밀었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보시라. 이제는 인생문제를 어느 정도 통달했다는 지천명에도 재밌게 읽었고, 사이에 끼어든 김어준 본인의 얘기에 더 많이 공감했다. 젊은이들이라면 훨씬 더 재미를 느끼고 실제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일독을 권한다. 우리 아이들도 뒤적여가며 공감하거나 뭐 이런 걸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질문하냐고 어이없어 하기도 했다. 스스로 문제해결력을 갖지 못한 마마보이라면 부모의 양육태도에 문제가 있었을 공산이 크지만 어쨋든 자기 인생에 어떤 선택을 하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건 확실하다.    

책표지에 있는 글이 이 책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인 듯하여 옮겨본다.
"삶을 장악하라, 남의 기대를 저버리는 연습을 하라, '누군가의 무엇'이 아니라 '누군가'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다 행복하자고 이 지랄들 하는 거 아닌가, 건투를 빈다"

김어준씨 글도 잘 쓰고 솔직해서 좋은데 반점(,) 남발은 책읽기에 방해됐다. 꼭 들어가지 않아도 될 반점을 왜 그리 많이 썼는지 이 양반의 글쓰기 습관이라 짐작되지만, 이보다 더 많았는데 편집자가 나름대로 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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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남자 2009-09-13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펼친지 한 달은 된 것 같은데, 아직 다 읽지 못하고 가끔 읽고 있네요. 명쾌한 책이죠.^^

순오기 2009-09-14 09:25   좋아요 0 | URL
가끔 아무데나 펼쳐서 보기에 부담없죠~ 우리 나이쯤이면 사실 그런 책 안봐도 되고요.^^

마노아 2009-09-14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읽으면서 어찌나 시원시원하던지요. 진짜 밑줄 박박 긋고 싶었지 뭐예요. 북다트 잔뜩 꽂는 걸로 대신했지만요.^^

순오기 2009-09-15 09:34   좋아요 0 | URL
밑줄 긋고 싶으면 좍좍 그어야지요~ 진짜 시원하게 처방을 내리더군요.

꿈꾸는섬 2009-09-14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엄청 웃었어요. 재미있더라구요.^^ 정말 유쾌한 책이에요.

순오기 2009-09-15 09:34   좋아요 0 | URL
어떤 개그맨보다 더 재밌는 책이었어요~ 바람 피운 아줌마한테 추신까지 달아가며 날린 말은 압권이었고요.ㅋㅋ

꿈꾸는섬 2009-09-16 01:03   좋아요 0 | URL
그쵸~~보통의 사람들과는 확실히 다른 사람인 것 같아요.

같은하늘 2009-09-17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데로 하며 자란 아이들이 상상력과 창의성이 뛰어나다는 말에 동의하지만...
해야할 일이 있는데 안하고 있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안 할 수는 없더라구요. ㅜㅜ
 
행복한 책읽기 독서육아 - 0세에서 12세의 이야기
김순례.김종남 지음 / 파인앤굿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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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는 엄마들의 소망 하나는 '우리 아이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소망을 가진 엄마들을 위한 독서교육 길라잡이로 부담없이 읽기에 좋은 책이다. 빼곡한 이론을 제시한 책은 부담스럽지만, 이 책은 독서교육 15년의 저자가 자녀를 키우며 0세부터 12세까지 독서지도 한 경험을 이웃집 아줌마처럼 들려준다. 아이를 키우며 비로소 아이책에 관심을 갖고 서점과 도서관을 다니며 책을 읽었고, 필요에 의해 독서지도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기에 초보 엄마를 위해 딱 좋을 책이다. 나도 20년 세월 3남매를 키우며 독서지도를 하다보니 반은 도사가 된 기분이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책읽는 엄마가 책읽는 아이를 만든다'는 평범한 진리 발견이다.^^ 

이 책은 크게 두 장으로 나누어 0세부터 12세까지 성장 단계별로 만났던 책과, 유초등 학습과정과 연계한 월별로 읽으면 좋을 책을 소개해 실제적인 도움이 된다. 지면상 많은 책이 소개되진 않았지만, 여기에 소개된 책만 읽어도 상당히 도움이 되겠다. 여기 제시된 책이 대부분 읽은 책이라 내심 뿌듯했고, 내가 추가해도 좋을 책들을 메모하며 읽었다.  

아이의 성장과정에 나타나는 특징에 맞춰 자장가 책부터 인지발달과 정서발달을 위한 그림책을 소개한다. 엄마가 읽어주는 책엔 관심없는 활발한 아이에겐 '아이가 움직임이 많을 때에는 억지로 책을 읽어주지 말고 같이 놀아주다가 잠을 자기 전 움직임이 둔해질 때 읽어주면 된다' 고 전문가의 조언도 덧붙였다. 나는 교육수준이 높은 엄마들이 아이와 놀아주기 보다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가르치려는 양육태도가 오히려 문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글을 깨우치기 위해 언제 어떻게 해야 할지 엄마들은 고민하지만, 책을 읽어주는 아이들은 때가 되면 한글을 쉽게 깨친다고 하는 말에도 나는 동의한다. 우리 아이들도 한글을 깨우치기 위해 따로 돈을 쓰지 않았다. 책을 읽어주거나 늘 책을 끼고 살면서 어는 날 통으로 글자를 읽게 되었다. 자녀의 사례로 수학교육 문제도 짚었고, 지식 위주의 독서교육은 오히려 상상력과 창의성 부재의 헛똑똑이가 될 수 있다는 일례도 제시했다. 논술교육을 따로 받지 않고 어려서부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은 자녀를 논술대회에 보내 검증받은 이야기도 나온다. 나 역시 우리 삼남매를 특별한 논술교육을 하지 않은 독서교육만으로 논술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기에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1월부터 12월까지 명절과 월별 기념일에 맞춘 독서교육에 좋은 책들을 소개했으니 아이의 학년에 맞춰 읽으면 좋겠다. 물론 부모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독후활동을 한다면 최상의 독서교육이 되겠다. 월별로 제시한 도서목록을 만들어 찾아 읽으면, 초보엄마를 버금가는 독서교육 전문가의 위치로 쑤욱 올려주고 200% 활용하는 독서가족이 되리라 보장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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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9-09-14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제게 딱 필요한 책이에요!!!!보관함으로 먼저 집어 넣습니다.

순오기 2009-09-15 09:38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나비님댁 아이들은 책 잘 보니까 별 걱정없을거 같은데요.^^

왕유니션맘 2009-09-14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케이~ 유니맘에게도 꼭 필요한 책! 저도 집어 넣어요~ 휘릭~ ^^

순오기 2009-09-15 09:40   좋아요 0 | URL
유니 책벌레로 키우기 프로젝트~ 도서관 많이 이용하기를!^^

꿈꾸는섬 2009-09-14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좋은 책인데요. 저도 넣어요.^^

순오기 2009-09-15 09:40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 가면 있을 거예요~ 나도 도서관에서 빌려왔어요.^^

같은하늘 2009-09-17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에게도 필요한 책~~~

순오기 2009-09-17 23:45   좋아요 0 | URL
초등엄마에게도 좋을 듯해요.^^
 
괜찮다, 다 괜찮다 - 공지영이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
공지영.지승호 지음 / 알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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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가 공지영보다는 공선옥 작가를 더 좋아했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많은 이들이 비난하는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겪고 세 아이를 키우며 솔직하고 당당하기까지 한 그녀에게 조금 반했다. 자신의 작품이나 사적인 얘기도 진솔하게 털어 놓았는데, 230쪽에서 "제가 공선옥 씨 소설 참 좋아해요. 이번에 <명랑한 밤길>을 읽고, '졌다' 했다니까요." 라고 말해서 내 맘에 쏙 들었다.^^  

공지영의 모든 것이 궁금한 분들은, 우리나라 유일의 전문 인터뷰이 지승호씨가 인터뷰한 이 책을 읽으면 시시콜콜한 것까지 알 수 있다. 나도 8월 27일 광주에 오는 공작가를 만나기 위해 읽었더니 마치 공지영씨를 다 아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지승호씨 인터뷰집을 몇 권 읽었는데 리뷰 쓰기는 어려워서 그냥 넘어갔었다. 사실 인터넷이나 매스컴을 통해 대충은 아는 이야기를 책으로 내면 사람들이 사서 읽을까? 반신반의 했었고, 시기적으로도 이슈가 된 이후에 책을 내니까 관심도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래도 공지영씨는 워낙 인지도가 높고 팬과 안티도 많은 작가라 사람들이 많이 읽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지승호씨는 인터뷰 하기 전에 인터뷰어의 작품을 모조리 읽는 것을 알았지만, 역시 작품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과 인용구가 많아 충실한 독자라는 게 확인됐다. 거론된 작품으로는 '즐거운 나의 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수도원 기행, 착한 여자, 봉순이 언니,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별들의 벌판' 등등 아주 많다.  

독자들이 궁금해 할 것들을 콕콕 짚어서 질문하고 솔직하고 성실한 답변이라 독자들이 만족할 것 같다. 대충 떠도는 이야기를 귀동냥했다면, 공지영 작가가 직접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도 좋겠다. 사랑하고 아파하고 죽을만큼 고통스러웠을 그 터널을 빠져나온 그의 삶의 얘기와, 먹고 살기 위해 글을 쓰는 가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익명성을 보장받기 위해 CF의 유혹을 물리친 용기, 젊은날에도 운동권이었고 위장취업까지 했었지만 현재도 촛불집회나 사회적인 문제에 외면하지 않는그녀에게 매력을 느꼈다.

지승호씨가 공지영씨를 인터뷰 할 예정이라며 질문을 남겨달라 할 때, '즐거운 나의집'에서 위녕이 교대를 간거로 나오는데 실제로 교대를 갔는지 궁금하다고 남겼었다. 그때 지승호씨 말이 교대를 가지 않고 소설을 공부하는 거로 안다고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이야기가 어디쯤 나올까 궁금했는데 338쪽에 나왔다. 사인받으러 온 엄마들이 "위녕이는 어느 교대 다녀요?" 물어서 교대 안갔다고 했더니, "다행이다, 공부도 못 하는데 교대에 간 줄 알고 엄청 배신감 느꼈어요." 라고 나온다.ㅋㅋ  광주에서 만났을 때 공지영씨게 물어봤더니 *신대 철학과를 다닌다고 했다. 우리딸이 궁금해하길래 특별히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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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9-09-13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교대 갔는줄 알았는데요. ㅎㅎ
공지영씨 세번의 결혼과 이혼도 그만큼 사랑할때의 순수함과 헤어질때의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일 좋아하는 작가랍니다.
청주에 한번 꼭 모시려고 벼르는 중^*^

순오기 2009-09-13 16:26   좋아요 0 | URL
오호~ 제일 좋아하는군요. 미인은 미인끼리 통하나~~ ^^
나는 두번의 결혼과 이혼하고 세 아이를 키우는 공선옥씨에 더 애정이 가요.^^

세실 2009-09-13 23:33   좋아요 0 | URL
공선옥 작가님은 삶이 넘 치열해서 쬐금 부담스러워용...
마흔살 고백(맞나?) 읽고나니 제 마음이 괜히 무거워집니다.

순오기 2009-09-14 09:21   좋아요 0 | URL
공선옥씨 치열하게 살았죠~ 지금은 그래도 좀 여유 있는 듯...
마흔살 고백은 에세이라서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았는데...그의 소설속 삶이 신산해서 한동안 멀리 하기도 했었죠. 나 사는 것도 신산할 때~ ^^

위버멘쉬 2009-09-13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소개를 재미나게 잘하네요.
공지영 작가만큼 성공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지요. ㅋㅋㅋ
저는 아직 무명 작가임다. ^^

순오기 2009-09-13 16:27   좋아요 0 | URL
작가로도 엄마로도 성공했다고 봐야죠.^^
시를 쓰시나 봐요~

2009-09-13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3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왕유니션맘 2009-09-14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이모가 선물해줘서 잘 읽었어요~ 새삼 다시 펼쳐들고 싶어지네 ^^

순오기 2009-09-15 09:42   좋아요 0 | URL
흐흐~ 나도 그 무렵에 샀는데 읽기는 이제야 읽었어.^^

꿈꾸는섬 2009-09-14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아직 못봤는데 보고 싶어요.^^ 전 공지영, 공선옥 두분 다 좋아요.

순오기 2009-09-15 09:42   좋아요 0 | URL
이 책 읽으면 공지영에 대한 많은 걸 알게 되지요.^^
나도 이젠 두 공작가가 좋아요.ㅋㅋ

같은하늘 2009-09-17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분 책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좋던데...
이 책 보고싶어 찜해두고 있어요.^^

순오기 2009-09-30 20:53   좋아요 0 | URL
관심 있으면 볼만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