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말을 걸어요 토토 생각날개 1
정끝별 지음, 사석원 그림 / 토토북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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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교사와 부모님께 강추하는 책이다. 아이들에게 시가 무엇인지 설명하기 좋고, 시를 즐겁게 쓰고 즐길 수 있는 방법도 나온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수록한 40편의 시 중에는 초등 교과서에 실린 작품도 많다. 시 전문을 소개하고 감상 포인트 및 시쓰기에 도움이 될만한 저자의 해설은 여늬 시집과 다른 최고의 장점이다. '시가 말을 걸어요'라는 제목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시가 어렵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것, 몇 편은 어린이들에게 어려울 것도 있지만, 대부분 어린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동시들이다. 시란 무엇일까,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시를 어떻게 써야 할까 생각하는 교사와 부모님, 어린이 모두에게 좋을 책이다. 



시 전문이 나오고 다음 장에 감상글이 나온다. 시가 뭘까? 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학교에서 배웠던 정형화된 모범 답안이 아니라 자기가 느낀 대로 자기의 말로 답한다면 진짜 시를 안다고 할 수 있을 듯. 시는 숨은 그림찾기이고 숨바꼭질이다. 자연에 숨어 있는 것들을 시인의 눈과 마음으로 찾아내는 것, 정말 공감되는 정의다.  

시를 잡아라             -신현득- 

풀잎에 파란색이 있듯이
풀에는
풀로 된 시가 숨었다. 

도랑물에 졸졸졸
소리가 나듯
물 속에는
물로 된 시가 숨었다. 

꽃 속에는
향기로운 냄새가 있듯
꽃에는
꽃으로 된 시가 숨었다. 

아이들아
너희 눈으로
풀잎의 시를 찾아내어라. 

너희 귀로
물 속의 시를 들어라. 

꽃 속의 시를 냄새 맡아라. 

아이들아
들판을 달리는 나비를 잡듯
시를 잡아라.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전래동요 '나무 노래'도 재미있다. 

나무노래    -전래동요-

나무나무 무슨 나무
십 리 절반 오리나무
불 밝혀라 등나무
푸르러도 단풍나무
가다 보니 가닥나무
오다 보니 오동나무
죽어도 살구나무
따끔따끔 가시나무
갓난아기 자작나무
앵돌아져 앵두나무
벌벌 떠는 사시나무
바람 솔솔 소나무
거짓 없이 참나무
입맞추자 쪽나무
낮에 봐도 밤나무
   

 

봄비      -최만조-

봄비가
그림을 그린다. 

새싹은
파랗게
칠하고, 

진달래는
빨갛게
칠하고. 

개나리는
노랗게
칠하고, 

봄비가
그림을 그린다.
 

이런 정도면 나도 쓸 수 있다고 만만히 여길 시들이 많이 들어 있다.  



손동연의 '구리 구리 구리'는 개정된 초등학교 3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패러디 시를 써봐도 좋을 듯하다. 



시를 어떻게 쓸까? 고민하는 어린이들이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시도 있다. 우리의 생각이나 느낌이 바로 '시적인 것'으로 얼마나 새롭게 얼마나 다르게 생각하고 느끼는가에 달려 있다. 상상력을 발휘해 자신감 있게 엉뚱하고 발랄한 생각을 글로 표현하면 놀라운 시가 된다.  

자~ 이 책을 읽었다면 주머니 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 내 시를 끼적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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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3-01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다른 서재에서 보고 찜해두었었는데 찜 목록이 너무 많아 뒤로 밀려 잊고 있었어요.^^ 다시 보았으니 또 찜해두어야 겠어요.

순오기 2010-03-02 21:58   좋아요 0 | URL
이 책은 갖고 있으면 많이 도움이 돼요.^^

꿈꾸는섬 2010-03-02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너무 좋더라구요.^^

순오기 2010-03-02 21:58   좋아요 0 | URL
좋지요~ ^^

하늘바람 2010-03-02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참 좋았어요. 제목도요.

순오기 2010-03-02 21:58   좋아요 0 | URL
제목부터 시적이지요.^^
 
<쉬운 색연필 스케치북 / 행복한 엄마 다른별 아이>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행복한 엄마 다른 별아이
별이 엄마 지음 / 시아출판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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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에 '행복한 엄마'보다는 '다른 별 아이'에 주목했다. 역시 예상대로 다른 별이란 자폐아를 나타내는 표현이었다. 자폐하면 '딥스'와 '카드로 만든 집'이 떠오른다. 딥스와 카드로 만든 집은 유아교육을 전공하는 사람에겐 바이블 같은 작품이다. 자폐아나 ADHD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별이 엄마의 이 책도 필독도서로 넣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실제 자폐아들을 키우는 별이 엄마의 고백서다. 별이 엄마는 '다르다는 것'이 결코 '틀린 것'이 아니라는 '이해의 눈'을 바라며 썼다고 한다. 자폐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경험과 정보가 담겨 있고, 사이사이 '별이 엄마와 함께 생각하기'로 정리한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 두 돌 무렵 남다르다는 것을 진단받고 막막했던 심정부터 아이에게 치료약을 먹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놀이와 언어치료 등 다양한 치료와 동병상련의 엄마들 이야기도 나온다. 또한 엄마 스스로 아이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생각을 떨치지 못했던 자기반성은 같은 경험을 하는 엄마들에게 위안이 될 거 같다. 내 수업에도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아이가 들어와 처음 몇 달은 적응하기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작년 6월, 내 수업에 1학년인 ADHD 아이가 들어왔다. 처음부터 아이가 너무 산만해 수업을 할 수없을 정도라 야단치거나 손바닥을 때리기도 했는데, 한 달 반이 지나서 아이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ADHD 아이로 약물과 놀이치료를 병행중이니, 힘들어도 선생님이 이해하고 잘 받아주기 바란다고. 아이를 보낼 때 귀띔을 했더라면 좋았을 걸... 그후 나는 아이에게 소리치거나 매를 들지 않았고, 다른 아이들처럼 높은 기대치를 두지 않고 수업했더니 큰 무리없이 맞춰나갔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고 아이가 일기장에 선생님이 좋다고 썼다면서 졸업때까지 아이를 부탁한다는 전화가 왔다. 1학년 아이를 6학년까지 보낸다니... 사실 이 아이 때문에 다른 수강생들이 여럿 그만두었고, 나도 힘들어서 그 학교를 그만 둘까도 생각했는데, 엄마가 수고를 알아주는 것 같아 위안은 됐다. 

별이 엄마는 자폐아들을 다른 별에 사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남녀의 다름을 이해하기 위해서 서로 다른 행성에서 산다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자폐아들은 자기만의 별에 갇혀 있는 아이라고 이해하면 될 듯하다. 발달장애로, 스스로 외부와의 관계를 단절하고 자신의 세계에 뻐진 상태를 자폐증이라 한다. 타인과 소통이 되지 않고 사회성이 부족하며, 특유의 집착과 고집이 있다. 엄마가 아이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없어 안타까운 그 절절함이 느껴진다. 최근에 부쩍 늘어난 자폐아나 ADHD 아이들은 대체 어떤 원인에 의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어 더욱 안타깝다. 하지만 '이해와 인내'로 아이를 돌보고,'사랑'으로 보듬어 준다면 점차 좋아진다는 건 분명히 알 수 있다. 

   
   아이의 가능성을 믿어 주세요. 절대 지치면 안돼요. 사랑으로 대해 주세요. 아이는 분명 그걸 느낄 수 있어요. 저 눈빛 좀 보세요. 언젠가 빛을 발할 그날이 반드시 올 거예요.(156쪽)  
   

예전에 유치원 교사를 했다는 미용실 아줌마가 별이 엄마를 격려한 말인데 정말 감격스러웠다. 엄마가 직장생활하느라 여섯 살까지 밖에서 문을 잠근채 키워진 아이가, 일곱 살에 유치원에 와서 선생님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첫말을 떼었을 때 펑펑 울었다는 말에 눈물이 났다. 대부분 일반유치원에서 자폐아를 받아주지 않는데, 사촌이 자폐아여서 어린이집 하면 그런 아이를 거절하지 말라는 작은엄마의 당부가 있었다는 원장님의 고백에도 눈물이 났다. 세상은 이렇게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 주는 이들이 있어 절망하거나 지치지 않고 희망을 품게 되는가 보다. 

별이는 초등학교 입학을 1년 유예하고 놀이와 언어치료에 집중했고 태권도 학원에도 다니며 어울려 소통하는 훈련으로 사회성을 키워갔다. 별이가 학교에 다니기를 기다리는 형아의 마음이 예쁘다. 좀 다른 동생 때문에 놀림거리가 되어도 "별이는 내 동생이니까" 같이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형이다. 별이는 아픈 게 분명하지만 엄마를 비롯한 가족의 끊임없는 사랑으로 점차 좋아지고 있으니 행복한 아이다. 인생 최고의 목표는 '행복하기'라는 것,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별이의 남다름을 알고부터 숨 쉬는 것조차 사치로 느껴질 때가 있었다. 밥을 먹는 것도, 예쁜 옷을 입는 것도, 친구와 신나게 수다 시간을 갖는 것도, 아침에 기분 좋게 눈을 뜨는 것도.
 별이를 걱정하고 별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을 생각하는 순간만이 사치 같지 않았고, 별이를 위해 뭔가를 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먄 좋은 엄마란 생각이 들었고, 그래야만 별이의 상태가 좋아질 거라 믿었다. '아이가 저런데, 내가 이럴 자격이 있는 걸까?'
(184~185쪽) 

 
   

한때 별이 엄마는 위와 같은 생각으로 오로지 아이돌보기에 올인했지만, 곧 지쳤버렸고 우울에 빠지기도 했다. 엄마만이 아이를 가장 잘 돌볼 수 있다는 오만을 버렸고 가족과 이웃의 도움을 받으며 잠시 숨 돌리고 취미활동까지 하게 되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함께 사는 세상에선 조금 다르다고 배척하지 않고 포용해주는 성숙한 의식이 필요하다. 별이와 같이 다른 별에서 살았던 아이들도 지구에서의 삶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이해하고 도와주자.

이 책 속에도 자폐에 대한 책으로 '아들 일어나다. 네모난 못'이 거론되었는데, 딥스나 카드로 만든 집도 같이 보면 좋을 거 같다.

'딥스'
는 아이를 원치 않았던 똑똑한 부모에게, 이해받거나 사랑받지 못한 너무 똑똑한 아이다. 자기 안의 세계에 갇힌 딥스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 일대 일 놀이치료로 자신의 감정을 열어보인다. '카드로 만든 집'의 샐리는 고고학 발굴현장에서 실족사로 숨진 아버지를 목격한 충격으로 말을 닫아 버린다. 그것을 알지 못한 엄마는 아이가 카드로 쌓아올린 탑을 보고 아이의 세계에 들어가려고 똑같은 집을 짓는다. 달나라로 간 아빠를 만나기 위해 높은 곳에 오르려던 아이의 마음을 비로소 깨닫는 감동적인 영화였다. 자폐나 ADHD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딥스와 카드로 만든 집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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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정원 - 버몬트 숲속에서 만난 비밀의 화원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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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타샤의 정원>은 꽃을 통해 친구가 된 토바 마틴이 글을 쓰고, 리처드 브라운이 사진을 찍어서 펴낸 책이다. 곁에서 지켜 본 사람의 증언이라 실제 타샤 할머니의 생각과 다른 부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객관적으로 조명됐을 거 같아 오히려 신뢰감이 든다. 타샤 할머니는 90세에도 장미 전문가가 되고 싶다며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하는 욕심쟁이(?^^)다.

타샤 할머니는 매력적이지만, 타샤 할머니처럼 사는 건 흉내 낼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타샤 할머니의 정원이 30만평이라는데 얼마만큼의 넓이인지 나는 가늠이 안 된다. 내가 가늠할 수 있는 넓이는 겨우 몇 백 평 정도라 천이나 만이 넘는 땅은 감이 안 잡힌다. 게다가 손수 그 넓은 정원을 가꾼다는 건 평생 일 구덩이에서 살아야 된다는 얘기다.

난, 어릴 때 시골 살면서 콩밭 보리밭 매는 것도 끔찍했기에, 전원을 꿈꾸는 사람들의 로망에 편승하지 않는다. 자기 혼자 먹을 푸성귀를 가꾸는 거라면 일에 치이지 않겠지만 자식들 주고 이웃과 나눠 먹을 만큼 가꾸는 일도 여간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농사일을 해보지 않고 자란 남편은 광주에 내려와 살면서 무등산 자락 선산에 딸린 2백 평쯤 되는 땅에 채소를 심고 싶어 했다. 우리집에서 무등산자락까지 다니는 기름 값이면 그냥 사먹고 말지, 농사는 취미로 할 일이 아니라고 극구 말렸었다. 하지만 고집을 부려 열무와 배추를 심고 주말에 몇 번 가더니만 제풀에 나가 떨어졌다. 이파리가 올라오는 족족 벌레가 먹어 그야말로 사람이 먹을 게 없었다. 그렇다고 농약 팍팍 쳐가면서 가꿔서 식탁에 올리려면 뭐하러 그 고생을 하겠는가 말이다.^^   

타샤 할머니의 30만평 정원에 이 책에 보이는 것처럼 다 꽃을 심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꽃이든 채소든 다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일이라 생각만으로도 후덜덜이다.  타샤의 정원은 부지런한 사람의 몫이라, 나처럼 일하기 싫어하고 게으른 사람은 거저 줘도 못 꾸민다. 타샤 할머니는 부지런하고 성격도 치밀해서 정원의 꽃들도 제멋대로 아무 곳에나 피어나게 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울리도록 씨를 뿌리고 알뿌리를 옮겨 만들어낸 수고의 결과물이란 걸 확인하면 경외감이 더한다. 장미, 튤립, 수선화, 접시꽃, 안개꽃, 작약, 양귀비, 붓꽃, 층층이부채꽃, 제비꽃 등 철따라 피어나는 크고 작은 꽃들은 타샤 정원의 초절정 환상이다.

 
 
타샤의 정원에 놀러가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타샤의 일을 거들어야 한다는 걸 보면, 타샤 할머니도 일에 치여 산다는 걸 알 수 있다. 제 아무리 부지런한 사람도 그 넓은 정원을 가꾸는 일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긴 타샤의 눈부신 정원을 본 사람이라면 감사한 맘으로 저절로 일을 돕고 싶은 것 같다.

  

타샤의 정원을 보면 확실히 서양 정원과 동양 정원의 차이를 알겠다. 예전에 영화 '비밀의 정원'에서 봤던 그런 정원, 내가 읽은 비밀의 정원은 타샤 튜터의 삽화라서 더욱 타샤의 정원과 닮아 있다. 우리의 대표 정원인 '소쇄원'은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 배치와 여백의 미에 감탄하지만, 타샤의 정원은 빈틈없이 꽉 찬 느낌이다. 정원 뿐 아니라 꽃꽂이도 동양은 여백의 미를 추구하는데 서양은 꽉 찬 포만감을 준다. 타샤가 정원에서 꺾어 집안에 꽂아 둔 꽃꽂이를 봐도, 우리 꽃꽂이를 한 내게는 그닥 멋져 보이지 않는다. 내가 배운 꽃꽂이가 여백의 미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동양 꽃꽂이라서 그렇겠지만, 타샤의 꽃꽂이는 화에서 보는 전형적인 서양꽃꽂이라 많이 아쉬웠다. 타샤 할머니가 동양의 미를 알면 이제라도 배우고 싶어하지 않을까?^^

 

타샤는 23세에 결혼해 2남 2녀를 키웠고, 42세에 <1 is One>이란 그림책으로 칼데곳 상도 받았다. 56세에 버몬트 주 산골에 당신이 원하는 형태의 18세기풍의 농가를 짓고, 좋아하는 꽃들을 맘껏 가꾸고 그리며 살았으니 이 얼마나 멋진 삶인가! 더구나 오랜 전 드레스를 버리지 않고 다락방에 두었다가 손주들이나 손님이 오면 맞을 만한 옷을 내어 입히고 모델 삼아 그림을 그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타샤 할머니는 정말 타고난 마술사 같은 분이다.^^ 



이 책을 보면서 위 사진에 나온 꽃이름을 알게 돼서 기뻤다. 재작년에 어떤 식당 정원에 이 꽃이 있어 사진을 찍었는데 여태 이름을 몰랐다. 꽃대마다 제각각 다른 색의 꽃을 피워 올리지만 한 가지에서도 꽃송이마다 다른 색깔의 꽃을 매달고 있어 신기했는데, 타샤 할머니의 정원에선 2미터도 넘는 이 꽃 이름은 '디기탈리스'란다. 앞으로 절대 이름을 잊어버리진 않을 거 같다.  

1915년 보스턴에서 태어난 타샤 할머니는 2008년 6월에 돌아가셨다. 좋아하는 일 하면서 멋지게 사신 타샤 할머니, 당신의 그림책과 더불어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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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2 0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2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0-01-12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원이 너무 아름다워요~ 이름모를 꽃들도 많고 참 이뻐요.
정말 구경하는 건 괜찮은데 가꾸는 건 절대로 못할 것 같아요.
정말 대단해요!^^

순오기 2010-01-12 15:41   좋아요 0 | URL
이름 모를 꽃~ ㅋㅋ
예전 책에는 이름 모를 꽃, 이름 모를 새~ 이런 문장이 많이 나왔죠.^^
우린 그냥 구경만 하면서 즐기자고요.

프레이야 2010-01-12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기탈리스, 전 청남대에서 처음 봤어요.
약재로도 쓰이는데 독도 있다고 하네요.
저도 가꾸는 건 자신 없고 그저 보는 것만 좋아요.^^

순오기 2010-01-12 15:43   좋아요 0 | URL
디기탈리스가 청남대에도 있군요. 나는 가을에 가봐서 못 봤는지...
약재였군요~ 우린 구경꾼만 하자고요.ㅋㅋㅋ

hnine 2010-01-12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도 흉내 못낼 듯 싶은 타샤할머니의 아름다운 집, 정원, 그림 등은 외로움을 극복한 댓가로 그녀에게 주어진 선물이 아닌가 싶어요.
디기탈리스는 프레이야님 말씀대로 심장약의 재료로 쓰이는 식물이지요.

순오기 2010-01-12 15:45   좋아요 0 | URL
정원도 놀랍지만 그림으로 담아낸 것도 경탄할 일이에요.
외로움을 극복했다니 힘든 일이 많았겠네요.
오호~ 심장약의 재료군요.^^

BRINY 2010-01-12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절대 동감입니다. 지금 화분 3개를 5개로 늘리려는 어머니의 시도를 저지중이에요. 디기탈리스는 심장약 재료이기도 하지만 독도 있어서,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에 독약으로 많이 나왔던 기억이 나요. 사건이 일어난 집 정원에는 이상하게도 늘 디기탈리스가 있더라구요.

순오기 2010-01-12 15:46   좋아요 0 | URL
화분 3개에서 멈추려고요, 5개 정도는 돼야죠.^^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에 나온다고 댓글 읽어주니까 큰딸이 아하~ 그게 디기탈리스였구나, 하네요~ 알라딘은 살아있는 백과사전이에요.^^

마노아 2010-01-12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저두요! 대단하긴 하지만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하나도 부럽지 않았어요. 효재도 마찬가지였구요.^^;;;

순오기 2010-01-12 15:47   좋아요 0 | URL
누구나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면 세상은 공평치 않지요.ㅋㅋㅌ
효재도 부럽지 않은 사람 여기도요~

하늘바람 2010-01-12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도 동감이에요 어제 튼 보금자리에 작은 화분하나 만들까 생각중이에요.

순오기 2010-01-12 15:47   좋아요 0 | URL
화분 하나도 다 관심을 기울여줘야 제대로 자라니까요.
하늘바람님은 잘 가꾸는 거 같던데~

2010-01-12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1-12 15:48   좋아요 0 | URL
타샤할머니가 돌아가셨군요. 몰랐어요~ 새벽에 리뷰 쓰면서 검색해볼까 하다가 귀찮아서 관뒀는데... 수정했어요, 고마워요!

꿈꾸는섬 2010-01-12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아름답고 보기 좋아요. 근데 전 정말 못할 것 같아요. 담양 소쇄원을 아직 못가봤어요. 언젠가 꼭 가보고 싶어요.^^

순오기 2010-01-13 02:37   좋아요 0 | URL
광주에 오면 소쇄원은 필수코스랍니다. 오세요~ ^^
구경하는 모임을 결성해야할 듯...

희망찬샘 2010-01-17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나서 비밀의 화원을 읽고 싶어 졌더라니까요. 제대로 읽어보지 않아서. 그게 1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비밀의 화원을 못 읽었네요. 흑흑~

순오기 2010-01-17 21:41   좋아요 0 | URL
어려서 비밀의 화원 영화를 여러번 우리 애들은 이 책을 보더니, 비밀의 화원에 나온 정원이 바로 이런 컨셉이었다는 걸 알겠대요. 그땐 그 정원이 비밀의 화원이란 제목을 잘 살려내지 못했던 거 같아서 아쉬웠다고 하더군요.
 
나쁜 피 민음 경장편 1
김이설 지음 / 민음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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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마님의 페이퍼를 보고 궁금했던 책인데 도서관에서 눈에 띄길래 낚아챘다. 인간이 얼마나 못돼 먹었는지 '나쁜피'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 보여주면서, 가족이란 어떤 존재이고 의미인지 되새기는 책이다. 인생막장 같은 가족 관계를 들이밀지만 구질구질한 신파로 몰아가거나 질질 끌지 않는 속전속결의 깔끔한 소설이다.  

예전에 '사원을 가족처럼'이란 표어를 내건 기업 광고가 있었다. 그 광고를 보면서 사람들은 고약한 표어라고 했다. 말은 가족이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 하면서, 감히 남에게 할 수 없는 짓도 가족에겐 거리낌없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원을 가족처럼 여긴다는 말은 사원을 함부로 대하겠다는 말이라는 것이다. 주위에서 사람에 대한 예의나 배려는 없고 억지로 지워진 의무만 감당하는 가족을 봤다면 쓴웃음으로 공감할 수 있다. 누군가의 삶에 치명적 위해를 가하는 이런 일은 주위에 널렸다. 그래서 책 속의 이야기가 끔찍하고 치떨리지만 그다지 낯설지 않은 삶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

나쁜피의 가족관계는 참담하고 잔인하다. 아비도 모른 채 '병신딸'로 태어난 화숙은 사랑받으며 자라지 않아 사랑할 줄도 모른다. 바꿀 수 없는 자기 현실을 증오하며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벌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듯 그곳을 벗어나지 못한다
. 화숙의 증오는 그녀 삶의 근원이고 생존법으로 읽힌다. 고물상을 하는 외삼촌은 정신지체인 화숙의 엄마를 함부로 대한다. 이유도 없이 구타하거나, 고물상 직원을 부려먹기 위해 여동생을 때리는 못된 오빠다. 그런가하면 제 어미에게도 손찌검을 하는 후레자식이다. 화숙은 엄마가 외삼촌에게 맞으면 외삼촌 딸인 수연에게 모든 분풀이를 한다. 수연은 아버지의 폭력과 화숙의 폭행에도 저항하지 않고 묵묵히 당한다. 폭력은 사람이 기를 펴고 살 수 없게 만드는 공포다. 폭력과 증오로 나타난 나쁜피의 피해자는 화숙 뿐 아니라 그 가족들이고, 저항할 줄 모르는 착한 수연은 진짜 희생양이 된다. 

화숙은 제엄마의 방에 아무 놈이나 들락거리며 함부로 범하는 걸 보고 자랐다. '이웃 고물상 김씨, 박씨, 먼 친척뻘 종수 아저씨, 윤씨 할아비, 근우, 용재 같은 청년, 얼굴도 모르는 남자들도 심심찮게 드나들었다'며, 내 아비도 저런 놈들 중에 하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화숙은 그런 엄마를 평생 감당해야 하는 것이 억울했고, 너무 가혹한 짐이라 생각했다. 엄마는 살아 있을 필요가 없는 인간으로 죽는 것이 낫고, 자기 손으로 죽일수만 있다면 기꺼이 그러고 싶어했다.(47~48쪽)

아이가 보는데서 버젓이 아이 엄마를 범하는 사내놈들은 인간 말종이고 쓰레기다. 여기 나오는 인간들 몸에 흐르는 피는 분명 나쁜피인가 싶다. 엄마가 간질로 쓰러졌을 때 사정없이 두들겨패고 죽게 내버려 둔 외삼촌을 목도한 화숙은, 증오에 찬 거짓말로 복수한다. 화숙이 보는데 버젓이 엄마를 범한 고물상 이씨가 외숙모와도 그짓을 했다고 고발한다. 죽도록 두들겨 맞은 이씨와 외숙모는 야반도주를 했고, 훗날 이씨의 아들 재현과 수연의 얽힌 관계는 화숙에게 증오를 불러 일으켜 수연의 자살로 몰아 간다. 생전 처음 사랑해주는 재현을 만난 수연은 딸 혜주까지 팽개쳐버리지만, 재현의 뒤틀린 사랑의 폭력은 감당하지 못한다. 피해자이면서 화숙처럼 자신을 지킬 수 없었던 수연의 죽음은,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린 약자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화숙과 외할머니, 외삼촌과 수연의 관계도 피로 엮어졌을 뿐, 보통의 가족처럼 사랑이 흐르는 가족이 아니었다. 제 배고프면 시도 때도 없이 할머니에게 '밥 줘' 소리치는 화숙, 제가 밥을 채려줘야지 나한테 밥을 차려달라냐 욕하며 술만 먹는 할머니, 수연이 죽어가도 나몰라라 하는 외삼촌이나 딸 혜주를 방치한 수연은 따뜻한 밥상을 나누는 가족이 아니었다. 이 책의 가족들은 밥상에 옹기종기 모여 화기애애한 사랑을 나누지 않지만, 작가는 TV드라마처럼 밥먹는 장면을 많이 넣었다. 작가의 성장기에 따뜻한 밥상이 결핍된 거 아닐까 생각도 들었지만, 결국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의 귀착점을 밥상으로 잡았기 때문이라 짐작해 본다.     

증오와 폭력으로 상처받은 이들에게 제대로 된 밥상을 차려준 이는 옆방의 진순이다. 진순은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도 생리만 하면 가족이 끔찍하게 싫었다. 한달에 보름은 가족을 방치하고, 보름은 미안함에 쩔쩔매는 일상의 반복에 질린 남편과 이혼했다. 하지만 이혼 후 근종으로 자궁을 들어낸 후 사라져 버렸다며, 수연의 딸 혜주를 따뜻하게 거둔다. 진순은 모성을 경험했지만 현재 가족이 없는 결핍상태라 가족의 소중함을 아는 유일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혜주를 씻기고 거두며 맛난 음식을 해 먹인다. 진순의 따뜻한 밥상은 외삼촌의 안채를 차지하고 혜주의 엄마로 살게 한다. 외삼촌의 실종과 죽음으로 고물상을 꾸려가는 화숙은, 진순과 혜주와 한솥밥을 먹는 새로운 가족이 된다.  

진순의 따뜻한 밥상은 세 여자가 손잡은 혜주의 그림처럼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예고한다. 부쩍 늘어난 이혼과 새혼으로 가족의 새판짜기는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니, 피를 나눈 관계만 가족이라고 빡빡 우길 수도 없게 됐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맞아야 하는 현대사회에 진정한 의미의 가족은 무엇인지 되새김 하기에 좋고, 사랑이 없으면 사람은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새로운 가족으로 귀결되는 마무리가 아니었다면 도저히 용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아 키우며 따뜻한 밥상을 나누는 평범한 삶을 화숙은 갖지 못했다. 화숙은 초췌한 몰골의 수연이 안돼 보여 밥상을 차려 기어이 다 먹이는 장면이 나온다. 애증으로 점철된 관계에서 화숙이 수연에게 베푼 유일한 사랑이었다. 읽을 땐 무심히 지나쳤는데 끝까지 읽고 나서야, 따뜻한 밥상으로 마무리 한 작가의 계산된 복선이라 생각됐다. 남하고 같이 밥을 먹는 건 친교의 수단이지만, 부부싸움 후 미움이 가득찼을 때 밥상을 차리거나 함께 밥을 먹는 건 고문이라 거부했던 경험이 있으리라. 가족에게 날세운 증오를 녹일 수 있는 건 따뜻한 밥상이구나 깨달으면서, 날마다 차리는 밥상이 부담스러운 건 주부이기 때문이리라. 날새면 또 무엇을 지지고 끓여 따뜻한 밥상을 차릴까 고민되는 새벽이다.^^ 

고3때 기숙사에 들어간 큰딸이 얼마 지나지 않아 입에 달고 살던 말이 '집 밥 먹고 싶어'였다. 나는 사랑과 정성을 그득 담은 따뜻한 밥상을 잘 차리는 엄마도 아닌데, 아이는 집 떠난 불편이 '집 밥'을 못 먹는 것으로 인식된 듯했다. 기숙사 생할 3년을 마치고 온 지금은, 가만히 있어도 끼니마다 집 밥을 먹을 수 있어 좋단다. 가족이란 '집 밥을 같이 먹는 사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우리 딸이 정의하는 집 밥이란, 차마 남에게 내보일 수 없는 밥상을 공유하는 것이란다. 하지만 여기 올린 사진은 다 내가 만든 음식이고 우리 밥상에 올렸던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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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향신문에 실린 김이설의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03-22 10:21 
    오늘 3월 22일 월요일 경향신문에 김이설의 첫소설집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이 소개되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3211710045&code=960205    오늘 신문에서 이 기사를 만나려고 그랬을까? 새벽에 이 책을 읽는데, 열세 살, 엄마들, 순애보 세 편을 보고는 참혹한 그
 
 
hnine 2010-01-11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도 읽으셨군요 ^^
작년에 저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몰입해서 읽었던 책 중의 하나이거든요.
순오기님 리뷰 읽어내려오다 보니 새삼 따뜻한 밥상의 의미가 새로와지네요.
저는 지금 막 아침상 준비해놓고 방으로 들어온 참이랍니다. 매일 따뜻한 밥상 차리기가 고민이던 요즘이었는데, '가족에게 날 세운 증오를 녹일 수도 있었던' 이라는 구절에 힘을 얻습니다.

순오기 2010-01-11 14:29   좋아요 0 | URL
부부싸움을 하고 나면 제일 하기 싫은 게 아침밥상 차려주는 거였고 같이 밥먹는 걸 거부했었죠.ㅜㅜ 증오까지는 아니어도 미움을 갖고 억지로 밥상 차리는 게 고역이었죠.아마도 밥상은 가족에 대한 또 하나의 사랑표현법이겠죠.^^

다락방 2010-01-11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게 이런 내용이군요!! 저도 보관함에 넣어두어야겠어요.

순오기 2010-01-11 14:17   좋아요 0 | URL
200쪽이 채 안되니까 금세 볼 수 있어요.
제가 책읽으면 항상 엄마 마인드가 작동해서 이렇게 느꼈는지도 몰라요.

무스탕 2010-01-11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히나 날이 추운 요즘 퇴근해서 들어오는 신랑한테 따뜻한 국물을 끓여주고 싶은데 오늘은 찌개로 할까 국으로 할까.. 맨날 고민하는 밥상의 참맛을 신랑을 알까 몰라요.
맨날 자기 엄마^^;가 담궈 보내준 김장김치만 맛있다고 하고.. --++
근데, 시어머니표 김장은 정말 맛있어요 :)

순오기 2010-01-11 14:18   좋아요 0 | URL
흐흐흐~ 남편들이야 시어머니 손맛에 길들여졌으니 그 무엇이 그 맛을 대신하겠어요.^^

하늘바람 2010-01-11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을 세운 증오를 녹일려면 정말 그 밥상 쉽지 않던걸요. 하지만 와닿는 말이에요.
여전히 올해도 에너지 여사님의 에너지기를 맏고 싶어요.

순오기 2010-01-11 14:21   좋아요 0 | URL
사랑과 미움이 지나면 무관심의 단계가 오고 그 다음엔 연민... 하여간 증오의 감정을 녹이는 건 따뜻한 밥상이라는 걸 너무 늦게 깨달으면 안되겠죠.^^

마노아 2010-01-11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마 남에게 내보일 수 없는 밥상을 공유하는 것이라면서 너무 멋진 사진들을 보여주고 계세요. 제가 저녁을 먹기 전이었다면 침을 꼴깍꼴깍 삼켰을 겁니다. 하나같이 정갈해 보여요.
이 책, 궁금했는데 어쩐지 읽고 나면 좀 아프겠단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보관함에서 내치진 않을 거예요.^^

순오기 2010-01-12 02:01   좋아요 0 | URL
흐흐~ 잘 먹는 건 어쩌다 있는 일이고 날마나 대하는 밥상은 소박하다 못해 가난한 밥상일 때가 많으니까요.ㅜㅜ
이 책 읽으면서 참담했는데 결말을 좋게 해석하니까 그냥 다 그럴 수 있는 인간사로구나, 이해되는 아량이 생기더라니까요.^^

코코죠 2010-01-11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아 순오기님 멋진 리뷰 감사합니다. 제 소설가 선배도 무척 기뻐할 거예요!!! 저는 결혼을 하지 않아 그런지 엄마의 마음보다는 화숙의 마음으로 읽었지요. 그렇군요. 따스한 밥이라는 거, 식구끼리의 밥상이라는 거, 그런 것이로군요. 그 차갑고 냉랭한 소설을 읽고도 이런 온기를 찾을 수 있는 건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네요. 그것도 엄마만이 할 수 있는 거겠지요?

순오기 2010-01-12 02:08   좋아요 0 | URL
작가 후기에 거론된 두 이름 중 오즈마님의 이름이 뭘까~ ^^
내 주변엔 고물상 하다가 바람나서 이혼은 안했지만 사실혼을 정리한 부부가 있는데 여기 나오는 것과 비슷한 것들을 들으며 참담했었죠. 그 부인의 거취에 내가 조언한 바도 크고... 사람이 죽으려면 맘 변한다는 말이 헛말이 아님을 알지요. 화숙이 했던 일들이 충분히 이해되고, 나라도 그렇게 했을 거 같단 공감이 됐어요. 책을 읽으며 엄마 마인드가 작동하면 다른 쪽으론 생각하지 못하는 엄청난 폐단이 있답니다.ㅋㅋ

2010-01-11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2 0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잎싹 2010-01-11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사진들은 순오기님표 밥상이시죠?
따뜻한 밥상...
저도 요즘 바쁘다는 핑계로 대충 소홀히 하려고 했다가 아이들한테
엄마의 의무에 충실하라고 한 소리들었답니다.ㅎㅎ
가족이란 집 밥을 같이 먹는 사이... 좋은 표현입니다.~~

순오기 2010-01-12 02:36   좋아요 0 | URL
우리집 밥상에 차렸던 음식이지만 날마다 먹는 밥상은 소박하다 못해 가난한 밥상이어요.ㅋㅋ

2010-01-11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2 0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01-11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보고 싶어서 담아두었는데, 너무 와닿는 리뷰네요. 근데, 전 배가 부른데도 어찌 먹는 사진에 군침이 도네요. 다이어트는 정말 이루어질 수 없을 듯 싶어요.

순오기 2010-01-12 02:40   좋아요 0 | URL
저도 즈마님 페이퍼를 보고 궁금했는데 정말 읽어보길 잘했어요. 울 딸들에게도 읽으라고 내밀었어요. 저는 이어트는 접어두고 그냥 살아요.^^

같은하늘 2010-01-12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배고픈 이시간에 이런 리뷰를 보게되다니...ㅜㅜ
저도 부부싸움하면 아침밥 차려주는게 정말 싫었어요. 그리고 언제부턴가는 정말 안 차려주고 있더군요.^^

순오기 2010-01-12 02:42   좋아요 0 | URL
나도 지금은 거의 아침밥 안 차려 줘요. 아들 먹여 보내고 그 사이에 울남편이 먹고 막내가 먹고...이렇게 제각각이라 차려만 놓고 다시 눕거든요.^^ 이젠 그러려니 하고 본인이 밥푸고 국떠서 잘 먹어요.^^

후애(厚愛) 2010-01-12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 한가득입니다.ㅜ.ㅜ
아침 점심 안 먹었는데... 아 먹고싶당~ ㅎㅎ

순오기 2010-01-12 15:49   좋아요 0 | URL
하하~ 그림의 밥상이지만 좀 드세요~ ^^
 
<하버드 박사의 초등영어 학습법>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하버드 박사의 초등영어 학습법 - 미국식 커리큘럼으로 배우는
정효경 지음 / 마리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평가단 도서로 이 책을 받아 읽으며 솔직히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거였다.
"너희 삼남매가 초딩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다!" 
"맞아, 우리가 어릴 때 엄마가 이 책을 읽었다면 서로 얼마나 괴로웠겠어~ 흐흐흐."
옆에서 듣던 대딩 큰딸이 맞장구를 쳐 주었다.
"이 책은 엄마가 읽을 게 아니라 초등 선생님 될 네가 읽어야겠다. 너 올라갈 때 가져 가라."
했더니 별로 보고 싶지 않단다.ㅋㅋㅋ 

난 영어에 올인하는 교육정책이나 엄마들에게 별로 동조하지 않는다. 모두가 영어를 잘 해야 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영어를 배우기 위해 쏟아 붓는 에너지와 경제적 부담을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 솔직히 우리 가정이 그럴 형편이 안되기 때문에 삐딱선을 타는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중.고.대딩 삼남매에게 영어교육을 위해 그리 많은 돈을 쏟아 붓지 않았다. 물론 그럴 형편도 안됐지만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어차피 공부도 제가 필요성을 느껴야 하듯이 영어공부도 그렇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큰딸이 초딩 3학년이던 1998년에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영어 과목이 추가됐다. 시험은 치지 않고 일주일에 두어번 배웠던 거 같다. 공교육은 초등 3학년에 시작돼도 이미 많은 아이들이 선수학습으로 영어를 배우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딸은 굉장히 겁을 냈다. 그때 내가 자신있게 선언한 말 때문에 그래도 딸아이는 나름 안심했었다.
"너는 언어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영어도 겁낼 거 없어. 영어나 어떤 외국어라도 결국 언어 영역이니까 너는 잘 할 수 있어!" 
지금 생각하면 가당치도 않은 오만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말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가까이 지내는 우리 애들 친구들을 보면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10년 이상을 학원에 다니거나 개인과외를 받는 등 그야말로 공부(영.수)에 올인하느라 책읽을 시간도 없이 지낸다. 

큰딸은 6학년 되면서 시작한 0선생 영어를 만 2년 했을 뿐이고,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에 영어 학원 딱 한 달 가더니 자기에겐 별 도움이 안된다고 그만 두었다. 그리곤 고등학교 입학하기 전 두 달,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에 두 달 개인과외 받은 것이 전부였다. 수능에서 영어 1등급은 받지 못했지만(고딩 엄마들은 알지만 영어는 한두 개만 틀려도 2등급이다) 10여년을 올인한 친구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학 2학년을 마치며 철이 들었는지 겨울방학에 엄마가 해주는 밥 먹으며, 영어 뿐 아니라 공부를 해야겠다며 요즘은 진지한 면학분위기 조성이다. 그래서 공부도 다 제가 하고 싶어야 하는 것이란 믿음은 변함없다. ^^  

둘째는 5학년 가을부터 0선생 영어를 1년 반 하다가 때려 치웠고, 막내는 6학년 되면서 오빠가 공부하던 0선생 영어 교재로 혼자 공부했고, 중학교 들어가기 전 영어학원 등록해 딱 1년 다니고 끝이다. 그래도 셋이서 영화를 보거나 CNN뉴스를 들으면 대충 알아 먹고 엄마에게 설명해 준다. 아들녀석은 자기가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지 영어 듣기가 들린다고, 모의고사 봐도 듣기는 하나도 안 놓친다고 자랑이다. 그럼 됐지 않는가? 진짜 필요한 영어공부는 고딩이나 대학생이 되어서 하면 되지 않는가, 무식한 엄마는 아직도 무대뽀로 믿고 있다.^^

이 책에서도 언어학자 촘스키를 인용해 "사람은 타고날 때부터 누구나 다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장치(언어습득장치이론:Language Acquisition Device Theory)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 시기가 만 4세에서 만 12세인데, 이 시기에 모국어에 노출되지 못한 아이는 정상적인 언어생활이 어렵다고 한다." (35쪽)

그래, 맞는 말이다. 그 시기에 모국어를 잘 배우면 되지 모두가 외국어(영어)에 올인할 필요는 없다. 우리말과 글도 제대로 안 배운 아이들에게 영어를 배우라고 내몰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우리나라가 수출에 의지하는 산업구조라 국제화시대라고 내세우면서 미국이나 영어에만 주력하는 언어교육에 모두가 함몰될 필요는 없지 않느냐 말이다. 이 책에선 일주일에 5회 이상 2~3시간의 영어공부를 꾸준히 해서 총 2400 시간 이상 영어에 노출시켜야 된다고 거듭 강조한다. 우리말과 글을 외면하고 영어공부만 하라는 얘기는 물론 아니지만, 남들 다 하니까 우리 아이만 안 시키면 불안해서 영어공부를 시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너무 일찍 영어공부에 내몰아 영어라면 치를 떨게 만든다면 차라리 안 가르친것만 못한 결과도 분명 있다. 자기 아이의 적성과 특성을 알아보고 적절한 시기와 경제력을 생각해 소신껏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어보면 엄마가 관리해야 될 부분이 상당히 많다. 난 절대 여기서 말하는 대로 할 수 없다. 영어뿐 아니라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과연 엄마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해야 할까? 주변에서 그렇게 보낸 엄마들이 나중에 '내 인생 돌려줘!' 억울해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아이의 인생이 결코 엄마의 인생을 대신해 줄수도 없고, 아이의 성공이 엄마를 충족시켜주지도 않는다. 어렵게 자란 자식이 부모 생각하듯이 자식이 너무 잘나가면 부모들은 얼굴 보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잘되고 큰인물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 소심한 엄마를 자처하고 산다. 이런 생각이 우리 아이들에게 가난을 대물림 할지 모르지만, 다 제하기 나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영어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이 책을 읽어도 건성 글자만 읽었다. 그러나 관심이 많은 엄마들에겐 유익한 정보가 많다. 미국식 커리큘럼으로 배우는 영어공부로, 특목고나 엘리트 코스 진학도 문제없다고 자신있게 내놓았다. 깊이 읽고 챕터가 끝날 때마다 요점을 짚어 준 키 포인트만 새겨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내게 와서 별 환영을 못 받았지만, 다른 분들에게는 아주 유익하고 유용한 정보임에 틀림없다는 것은 나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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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0-01-04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학습법은 학교 선생님들이나 읽어야 해요. 학부모가 이런 걸 읽고 애들을 쥐잡듯 잡으려 들면... 아이들은 좌절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선생님 부모 둔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건데... 영어는 재미있게 되는대로 읽고 쓰고 배우는 게 좋은 일 아닐까 합니다.

순오기 2010-01-04 14:17   좋아요 0 | URL
어저면 상위 1%를 위한 책일지도 몰라요~ 아니면 상위 1%로 진입하고 싶은 부모를 위한 책이거나.^^

꿈꾸는섬 2010-01-04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읽고 엄마의 몫이 너무 커서 겁이 덜덜 났어요.

순오기 2010-01-04 19:5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우리 아이들이 초딩시절 다 지나서 얼마나 다행인지요.ㅋㅋ

메르헨 2010-01-04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는 일곱살이 되어가는데 주변의 영어수준이 꽤 높습니다.
이러다 우리 아이만 쳐질까 걱정도 되고 쫌 그렇지만 잘 버티고 있습니다.
알파맘과 베타맘...이런거 저런거 다 치우고 그냥 인성교육이 최고다...외치고 있습니다.
맘 속으론 때때로 갈등하면서...ㅡㅡ

순오기 2010-01-04 19:54   좋아요 0 | URL
영어든 뭐든 정답은 없는 거 같아요~
아이들 스스로 영어의 필요성을 느끼고 동기부여가 되면 그때 해도 되지 않을까 안일하게 생각하는 무대뽀 엄마로 살아서, 그닥 고민하진 않았어요.

희망찬샘 2010-01-06 0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어 땜시 저도 심란해요. 영어 못 해 피 본 부모의 설움을 되물림 하지 않겠다고 열심히 투자하는 동년배 샘 보면서, 나도 그렇게 해 주고 싶은데, 그 설움이 부모의 무지 땜시 우리 아이들에게도 물려질 것 같은 불안함이... 그래도 해야 할 것 많아 마음은 조마조마 하지만, 아이가 책 읽고 있으면 "공부해라"는 소리는 되도록 안 하려고 맘 먹고 있으니 그럼 괜찮은 엄마 될까요?

순오기 2010-01-10 03:35   좋아요 0 | URL
정답은 없는 거 같아요. 그저 인생철학과 소신대로 밀고 나갈 뿐...
언제나 우리 교육이 제대로 된 진짜 공부를 하게 아이들을 이끌어 줄는지 참으로 심란하지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