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 100권 엄마랑 그림책 놀이 - 책읽는 아이로 만드는 99가지 그림책 놀이법
박은영 지음 / 청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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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훌륭한 선생님으로 만들어 줄 책을 발견했다. 엄마가 아이와 같이 독후활동을 하고 싶어도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못하는데, 이 책 한 권이면 아이에게 자랑스런 엄마로 데뷔할 수 있겠다.^^ 아이와 함께 여기 제시된 놀이를 하면 '우리 엄마 최고야!'소리를 연발하게 되리라 보장한다.

첫아이를 키우면서 눈높이에 맞는 놀이를 발견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노하우를 얻는데 이 책은 그런 과정을 훌쩍 넘어설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미 작가가 그런 과정을 겪어 아이에게 잘맞는 놀이를 찾는 안목을 키웠기 때문이다. 엄마가 풀어놓은 놀이판에 아이와 쿵짝을 맞춰가는 건 각자의 몫이지만 친절한 안내서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영역별로 좋은 책을 소개하고 놀이방법은 사진을 곁들여 설명했기 때문이다.

먼저 서두에 왜 그림책 놀이인지 알려주고, 이 책을 110% 활용하는 9가지 방법을 설명했다. 아이의 반응을 존중하며 가감의 묘를 발휘하고, 아이의 성향을 고려한 과정을 중시하여 폭넓게 활용하라. 매번 질문하지 말고 통합적으로 접근하여 습관처럼 그림책을 고민하여 놀이를 찾아내는 안목을 터득하라고 제시했다.

언어, 인지, 감성, 창의, 감각, 몸놀이, 사회성, 미술, 그림책놀이까지 9개의 챕터로 나누어 놀이방법을 상세히 설명했다. 한면으로 부족하면 과감하게 두면에 펼쳐 놓아 과정의 생략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몰라서 못 할 일은 없을 듯하다. 친절한 금자씨보다 더 친절한 놀이책이다.

놀이 뿐 아니라 '이렇게 이야기 해주세요' 코너를 두어 어떻게 읽어주어야 아이의 반응을 살피며 적절한 질문으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또한 엄마가 알아야 할 교육적 토대가 되는 것들이나 관련된 책을 책바구니에 담아 찾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정도면 엄마가 최고의 선생님이 되어 가는 건 시간 문제다.^^

제시된 활동과 더불어 약간의 변형된 놀이도 할 수 있도록 플러스 팁을 제시한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이런 것을 보면서 나름대로 변형된 놀이를 찾아낼 수 있고 보다 심화된 발전 단계로 나갈 수도 있다. 노하우는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어느날 '반짝' 아이디어가 떠올라 놀이를 창조하는 엄마 선생님이 될 수 있다. 이런 활동은 아이만 키워가는 게 아니라 엄마도 더불어 커나가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챕터 아홉 번째 한눈에 그림책 놀이 10가지를 더하여 총 99가지의 그림책놀이가 소개되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엄마와 알콩달콩 이야기를 나누며 놀이를 하다 보면, 지혜도 쑥쑥 사랑도 쏙쏙 행복이 가득한 집이 되겠다.

여기에 쓰인 재료들은 우리 생활에서 흔히 구하기 쉬운 재활용 재료다. 아이를 잘 키우려면 집이 지저분하더라도 재활용품을 모아 두는 건 기본이다. 커다란 박스를 두고 티슈곽이나 우유팩, 키친타올심이나 휴지심은 단골로 모아야 한다. 페트병이나 요구르트병, 과일싸개나 빨대와 포장지도 빠지지 않는 재료다. 온갖 재료를 모으다 보면 그걸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떠올라 진짜 보물창고가 된다. 이 책은 구하기 어려운 재료가 아니라 쉬운 재활용 재를를 이용한 놀이가 많아 훌륭한 안내서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아아가 자랑스러워 할 엄마 선생님이 되고 싶은 엄마에게 강력 추천한다. 겨울방학에 동네 꼬마들 모아서 독서놀이방을 만들려면 나도 당장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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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10-15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 필요한 책이군요.^^

순오기 2009-10-16 09:30   좋아요 0 | URL
엄마라면 모두에게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같은하늘 2009-10-16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를 최고의 선생님으로 만들어 주는 책은 이리도 많은데 왜 실천은 그리도 힘든지... >.<

순오기 2009-10-16 09:30   좋아요 0 | URL
실천은 작심3일이지만~~ 3일마다 작심하면 되겠죠.^^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 스스로 행복해지는 심리 치유 에세이
플로렌스 포크 지음, 최정인 옮김 / 푸른숲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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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기가 막히게 잘 지은 책이다. 미술관을 몇번 기웃거려 본 나도 '미술관엔 왜 혼자서 온 여자들만 있지?' 이런 생각이 들었으니까. ^^

이 책은 여자들의 홀로서기에 대한 이야기로, 왜 혼자이기를 두려워 하는가에 대한 심리치료 에세이다. 씩씩하고 당당한 여자들도 적응기에는 혼자라서 외롭고 힘들었다는 이야기에 공감이 갔다. 저자는 상담선생님이 '미술관에 혼자인 여자가 많은지, 커플이 많은지 세어보라'는 숙제를 내줘서, 실제 미술관에 가봤더니 혼자인 여자들이 많아서 비로소 '혼자'라는 핸디캡에서 해방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사례들이 우리와 다른 문화권이라 이해 안되는 부분도 있지만,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느꼈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결혼한 여자가 혼자가 된다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변화다. 주변에 남편의 외도로 재판으로 이혼판결을 받았어도 결국 헤어지지 못하고 사는 경우를 비롯해, 실제 별거하지만 아이들 장래를 생각해 서류상 부부로 남겨두고 홀로 사는 분도 있다. 자녀들 문제로 헤어지는게 쉽지 않지만 결국은 혼자가 된다는 게 두려웠다는 고백도 들었다. 이혼한 여자가 감당해야 하는 곱지 않은 시선과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여자가 혼자 되는 건 정말 두려운 일이다. 나도 이혼하려고 했을 때, 돈이 없다는 것과 자식들 삶을 팽개치는 무책임한 엄마가 될 수는 없었기에 마음을 돌이켰었다. 혼자가 된다는 건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책에서는 우리를 끈질기게 괴롭혔던 것은 '나는 누구인가? 여자로서, 창조자로서, 엄마로서, 아이로서, 여인으로서, 배우자로서, 인간으로서, 나는 누구인가?" 내면의 목소리가 대답하는 것을 듣게 될 때 비로소 진정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내 삶을 돌아보아도 그랬던 것 같다.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깨달음과 답을 얻었을 때,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발견하게 되었다.   

두려움이 생길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라는 말에 100% 공감했다. 나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자포자기로 자신의 삶을 무책임하게 방치하게 된다. 자신에 대한 존중감이 있을 때 내 인생을 함부로 살지 않게 된다. 그래서 나도 책 속의 '변화를 맞는 것은 안개 자욱한 시골길을 달리는 것 같지만, 속도를 늦추고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가라.'는 말을 믿고 새로운 길을 찾아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길 바란다. 혼자라서 누리는 자유와 행복도 많이 있으니까!

나는 예전에 이혼해 혼자가 된다고 생각하면 두려움보다는, 미래의 청사진을 좌악 펼치며 황홀한 착각을 했었는데... 그건 세상을 잘 모를때의 오만함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혼자가 되는 게 두렵지는 않다. 어떻게든 씩씩하게 살아갈 거라고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으니까. 그렇다고 그걸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혼자가 돼 볼 생각은 없다.^^ 예나 지금이나 혼자인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결론을 얻었으니 유익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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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1 2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10-11 23:48   좋아요 0 | URL
아~그렇게 됐군요. 기대했는데~~ 좀 더 기다려야 되겠군요.^^

2009-10-13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10-13 11:56   좋아요 0 | URL
앗~ 님, 반가웠어요.
연락처를 몰라서 잘 들어갔는지 문자를 못 날렸어요.
다른 분들 연락처는 다 있는데 말이죠.^^

후애(厚愛) 2009-10-13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잘 들어가셨지요?
저도 무사히 잘 들어왔어요.
어제 반가웠고, 여러가지로 고마웠어요.^^

순오기 2009-10-14 02:08   좋아요 0 | URL
헤헤~ 잘 들어왔지요.
밤에 마신 커피 때문인지 기차에서도 집에 와서도 잠이 안와서 날새고...
아침에 쿨쿨 늦잠자다 점심에 출근했지만요.
후기는 천천히 올리게 될지도~ ^^
 
강산무진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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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내게 폐경조짐이 보여서 2005년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언니의 폐경'이 보고 싶었다.
'언니의 폐경'을 먼저 읽었는데, 무슨 남자가 직접 폐경이라도 겪은 것처럼 폐경기의 여성심리를 잘 그려냈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하긴 남자도 폐경을 겪는다니 육체적인 경험은 없어도 심리적으론 같을지도. 어쩌면 아내의 폐경을 지켜보며 리얼리티를 살려냈을지 모르지만 정말 대단한 작가다. 이래서 김훈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단 말이지.^^  비행기 사고로 남편의 죽엄을 끌어내는 현장에서도 울지 않은 언니가, 죽엄을 싣고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왈칵 쏟아져 나온 핏덩어리에 오열하는 장면은 정말 감정이입이 되었다. 한밤중 잠결에도 왈칵 쏟아지는 느낌에 깨어나 잠들지 못했던 그 심란함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처럼 쿨하게 이혼하는 것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강산무진'은 조선 후기 화가 이인문의 '강산무진도'에서 따 온 제목이다. 간암 진단을 받고 조용히 이생의 끝을 준비하는 남자를 그린 '강산무진'도 깔끔하게 감정이입이 된 작품이다. 이혼한 아내에게 줄 위자료 잔액을 챙겨주는 남자, 마지막 남은 돈을 가지고 미국의 아들에게 가는 모습은 참 가슴 시린 쓸쓸함이다.

'머나먼 속세'는 권투 챔피언 김득수와 대결을 벌이는 나를 주인공으로, 대결의 사각링인 현재와 과거를 기억하는 장면으로 교차된다. 권투장면은 어찌나 실감나게 묘사됐는지 TV에서 지켜보던 권투장면이 떠올라 포즈를 따라 하게 되더라.^^ 인간 삶의 고뇌를 짧께 압축해 놓은 단편의 매력이 물씬 드러나서 좋다. 김훈의 필력은 일찌기 경험했지만, 기자였기에 이런 글을 쓸 수 있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화장'은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품이라 궁금했었다. 2년 동안 뇌종양을 앓던 아내를 보내고, 마음 속에 키워 온 또 하나의 사랑이 독백으로 진술된다. 주인공은 화장품 회사의 상무로 아내의 장례를 치루지만 전립선염으로 소변을 보지 못해 고통 당한다. 그 와중에 회사 일까지 감당해야 하는 중년 남자의 삶은 녹록치 않다. 화장(火葬)과 화장(化粧) 두 가지 소재로 중의적 의미를 잘 살려냈다. 뇌종양으로 고통받는 아내를 목욕시키고 시중들며, 마음 속의 그녀 '추은주'를 사랑하는 중년 남성의 심리를 잘 드러냈지만, 여자라서 그런지 어째 배신감이 든다. 

'배웅'은 택시 운전을 하는 김장수(47세)가 예전에 장수식품이란 하청업체를 운영할 때 경리를 보던 윤애를 공항으로 배웅하는 이야기다. 엄밀히 말하면 불륜임에도 그냥 자연스런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중년 남성들에게 여자를 품는 건, 몸이 원하는 걸 자연스럽게 수행하는 행위인가 보다. 그들은 5년 만에 만나 차를 마시고 따뜻한 냄비우동을 먹으며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곤 다음날 공항까지 택시로 태워다 줄 뿐...  택시 회사 사납금과 맞물려 배웅의 의미는 잘 살아나지만, 남자들이 아내를 두고 밖에서 헛짓을 하는 게 전반적인 현상인가 싶어 편치 않았다.ㅜㅜ  

'항로표지'는 소라도 등대장 김철(40세)은 육지에 나가 살기 위해 준교사자격증을 취득하고 강원도 산골 중학교의 국어선생으로 가게 된다. 후임자를 구할 때까지 남은 두 달을 버틴다. 무림전자의 재무관리상무였던 송곤수(55세)는 외환위기 직후 50억의 부도로 회사가 쓰러졌다. 연대보증으로 자신의 재산도 날리고 계약직 임시직원으로 소라도 등대장으로 온다. 인생에서 풍랑을 만날때항로표지를 제대로 짚어내기가 수월치 않은가 보다.  

'뼈'는 AD4세기 경의 철기와 뼈를 발굴하는 지방대학 교수와 조교인 오문수의 이야기가 직조된다. 대학원에 등록만 해놓고 논문 주제도 정하지 않은 채 허송세월로 여자를 탐하던 그가, 기원사에서 만난 석정과 살림을 차렸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고향그림자'는 살인미수범 조동수를 검거하러 고향에 온 형사는 뻔히 지켜보면서 잡지 않는다. 치매에 걸린 노모와 조동수의 모친이 유년기의 추억과 겹치기 때문일까?  

여기 수록된 단편은 교차진술이 많다. 자기 일에 열중하면서도 마음으론 딴 생각하는 현대인의 삶을 보여주는 듯. 돈과 일,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지만 버거운 삶의 진술이 묵직한 것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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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10-09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앙박물관에서 강산무진도를 봐야죠. 감동 그 자체겠죠.
추석에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셨지요? 엄마 노릇하느라 많이 힘드셨겠어요.^^ 그래도 튀김과 갈비는 얼마나 맛있었을까요?

순오기 2009-10-06 01:28   좋아요 0 | URL
방콕하는 재미도 좋았어요. 게으른 주부에겐 딱 맞거든요.ㅋㅋ
음식은 많이 하지 않아서 별로 먹을 게 없었으니 설거지도 많지 않았고요.

라로 2009-10-06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들 부부처럼 쿨하게 이혼하는 것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글이 갑자기 콕 박히네요~.ㅎㅎㅎ
언니~ 10월 12일에 뵙겠네요~.^^버거운 삶이 힘들지만 때로 반가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이 그 무거운 삶에 활력소가 되는것 같아요~. 그날 이왕이면 좀 일찍 만나 삼청동에서 김치말이 국수라도 먹을까요????

순오기 2009-10-06 01:29   좋아요 0 | URL
진짜 이혼하려니까 돈이 없어서 못 하겠더라고요.ㅋㅋ
우린 꽤 자주 만나는 커플이 됐어요. 나비님~ 12일에 만나요!!

마노아 2009-10-06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산무진도를 보러 가기 전에 이 책의 단편을 다시 읽고 가려고 해요. 그림보다 문체가 더 강렬할지도 몰라요.^^

순오기 2009-10-08 11:57   좋아요 0 | URL
나는 강산무진도는 못 봤지만 강산무진은 봤군요.^^

다락방 2009-10-06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의 폐경]은 제가 이 단편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편이에요.

순오기 2009-10-08 11:57   좋아요 0 | URL
언니의 폐경 저도 좋았어요. 완전 감정이입~ ^^

후애(厚愛) 2009-10-06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강산무진이 장편소설인 줄 알았어요.^^

순오기 2009-10-08 11:57   좋아요 0 | URL
여덟 편의 중단편이 실렸네요.

hnine 2009-10-06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의 소설을 읽으면 정말 남자가 쓴 글이라는 느낌이 오더군요. '언니의 폐경'에서도 여성의 심리를 잘 그리긴 했지만 여자 작가가 쓴 것과는 어딘지 다른 느낌이었거든요. '화장'과 '배웅'을 읽으면서는 아득~했어요 ^^

순오기 2009-10-08 11:58   좋아요 0 | URL
화장과 배웅~~ 남자들은 이런가, 했어요.^^

무스탕 2009-10-06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항로표지]를 읽어면서 얼마나 갈증을 느꼈는지 몰라요..

순오기 2009-10-08 11:59   좋아요 0 | URL
항로표지에서 느낀 갈증은 어떤 이유였을까요?
나는 젊은 부인이 꼬박꼬박 존대하는 게 좀 그렇던데~ ㅋㅋ

같은하늘 2009-10-07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순오기님이 읽으시겠다고하던 그 책이군요.
<언니의 폐경>이 궁금해서 이 책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화장>,<배웅>을 보면 배신감 같은게 들것같네요.

순오기 2009-10-08 12:00   좋아요 0 | URL
언니의 폐경, 화장, 배웅에 나오는 남자들 다 딴 여자가 있다는...ㅜㅜ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 소통의 기술, 세상을 향해 나를 여는 방법
유정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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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기술, 세상을 향해 나를 여는 방법이란다. 2004학년도 2학기 서울대에서 기초교육 강화라는 목표 아래 <글쓰기>와 같이 <말하기>가 개설되었고, 이 책은 당시 강의를 맡았던 유정아씨의 저서다.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전직 아나운서라서 명강의를 했을 거 같긴 하다.^^ 

1장은 소통의 마음가짐에 대해 소개한다. 제대로 듣지 못하는 자는 제대로 말할 수 없다는 말에 100% 공감한다. 청중은 비판자가 아니라 수용자로 여기는 훈련을 하란다, 내가 어떻게 비칠까 혹은 청중이 나를 좋아할까 생각하지 말고, '내가 진심으로 좋은 것을 말하고 있는가'를 고민하라는 말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키포인트를 따로 정리해줘서 좋다.   


  
2장은 실전으로 말하기 기본에 대해 강의한다. 말의 목적에 대한 숙지, 관게 맺기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 평가 없는 중립적인 자기 수용, 열린 마음으로 듣기, 자기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로 말하기 불안 줄이기 등으로 소통에 나설 준비가 되었다면, 또 어떤 능력을 갖춰야 제대로 말할 수 있을지 알려준다.    

3장부터는 말하기 맞춤 강의로 정보 스피치와 설득 스피치로 자신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방법을 제시한다. 4장은 대화로 청자와 화자가 서로 교차하는 말하기로 잘 들어야 대화도 제대로 할 수 있다. 이론적인 바탕을 가질 수 있도록 쉽게 기술해서 읽기는 어렵지 않으나 실제 적용은 연습을 해야할 듯하다.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하기 방법을 찾고, 생각과 감정을 잘 담아내며 띠와 장소에 걸맞게 말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최종 목표라고 일러준다. 

 말하기 맞춤 강의로 대화와 인터뷰, 토론에 대해 설명한다. 대화의 단계와 대화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막는 방법과, 소통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상대를 배려하는 여성주의적 말하기로 사람들의 마음 속 상처를 위로하자고 조언한다. 인터뷰어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법은 인터뷰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당당한 태도로 철저히 준비하는 것, 예상 밖의 질문에 관련성 있는 이야기로 연결시키며 자신만이 답할 수 있는 이야기를 준비하고 자연스럽게 들려주라고 한다.  

부끄럽게도 나이 들면서 말 허리를 자르거나 중간에 끼어드는 버릇이 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 말버릇을 깨달은 것도 큰 수확이다. 더구나 나는 한달에 세 번 독서토론에 참여하는데 두 번은 사회자 역할이라 특별히 새겨두었다. 토론은 시끄러워야 하지만 일방적 입장이나 근거없는 주장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과 논리적인 근거에 의한 시끄러움이라는 것, 사람의 마음은 꼭 논리적인 것에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배척하지 않고 진심으로 설득할 때 가능하다.  

 
뒷표지에 나온 정운찬, 손석희, 조국, 강성태씨의 추천사도 이 책의 가치를 일러주는데 한몫 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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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물고기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2001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V.S.나이폴의 장편소설 '흉내'를 140쪽 읽다가 집어 던진 후,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읽지 않았다. 특히 프랑스 문학인 경우라면 더욱 더. 프랑스 영화를 봐도 애매모호하게 끝나 뭔 소린지 잘 이해되지 않는 것처럼 내가 읽은 많지 않은 프랑스 문학도 그랬다. 미국영화에 익숙한 것처럼 미국문학에 길들여졌기 때문일까? 하여튼 유감스럽게도 내 이해도가 낮아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읽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황금물고기'는 노벨문학상 수상작 중에 모처럼 술술 읽힌 책이다. 중학교 학부모 독서회 토론도서였는데 라일라의 삶이 안스러워 아름다운 가을 기분을 망쳤다는 회원도 있었지만, 잘 읽히고 무슨 얘긴지 알아 먹을 수 있어 좋았다는 평이 대세였다. ^^

예닐곱 살에 고향 아프리카에서 유괴당해 프랑스로 온 라일라를 사들인 유태인 랄라 아스마는 밤에 왔다고 라일라(밤)라 불렀고, 읽는 법과 프랑스어와 에스파니아어로 쓰는 법을 가르쳤다. 또한 암산과 수학을 깨우쳐주고 종교에 입문시켰으며, 인생의 지혜를 가르쳐 준 사람이다. 이런 아스마를 위해 라일라는 종일 집안 일을 했으며 그녀가 몸을 움직이지 못할 때에도 잘 보살폈다. 아스마의 아들 아벨은 어린 라일라를 성추행한 파렴치한이었고, 며느리 조라는 수시로 라일라를 학대했다.

아스마가 죽고 조라의 감시에서 도망쳐온 라일라는, 지위고하를 막론한 숫컷들의 절제되지 않은 끝없는 욕망에 위협당하면서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잘 헤쳐 나간다. 다행히 라일라가 만난 여자들은 좋은 사람이 많았다. 강 건너편 타브리케트 천막촌에서 만난 타가디르, 돈을 모아 프랑스로 같이 도망쳐온 공주(창녀) 후리야, 음악에 눈을 뜨게 한 시몬느, 유산한 채 버려진 라일라를 도와주고 떠날 수 있도록 돈까지 준 인디언 간호사 나다 샤베즈 등은 라일라에겐 은인이다. 

끝없이 자유를 갈망하지만 힘겹게 벗어났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라일라를 보며, 성장기 환경에 길들여져 새로운 삶을 꾸려가는데 두려움을 갖는 게 아닌가 생각됐다. 하긴 열다섯 살은 새로운 삶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을 나이다. 끝없이 표류하고 방황하는 한 마리 물고기로 묘사된 라일라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책을 읽고 공부하기에, 뭔가 쨍~하는 성공을 기대했는데 고향 아프리카에 안착하는 것으로 끝난다. 탁류에서 표류하던 물고기가 고향에 돌아왔다고 황금물고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라일라는 처음부터 황금물고기였던 것이다.   

'자신의 육체를 가지지 못한 존재였던 라일라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한 적이 없고 항상 타인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했기 때문(169쪽)'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표류한 라일라의 15년은 바로 유괴당한 고향 땅으로 돌아와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거라 예감하는 마무리에 아쉬움이 많다. 프랑스인의 정서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작가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해서인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언지 잘 모르겠다. 다만 초승달 모양 금귀고리로 상징된 힐랄 소녀 라일라가, 예언자 마호메트가 속박에서 풀어준 조상 빌랄처럼 마침내 획득한 자유에 있지 않을까 짐작할 뿐이다. 근본을 모르고 표류하던 라일라가 근원인 고향으로 돌아온 것은, 그녀의 정체성을 확인하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거론되는 수많은 프랑스 문학은 서너 개 빼놓고는 작가나 작품도 처음 듣는 것이다. 뚜르게네프의 '첫사랑'은 다시 읽고 싶고, 노노의 친구였던 하킴이 선물한 프란츠 파농의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자들'은 어떤 책인지 읽어보고 싶다. 라일라가 만났던 남자 중에 주아니코나 노노, 하킴과 할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었다. 충분히 좋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중 생활하는 장 빌랑을 사랑하고 고향으로 돌아와서도 그를 기다리는 라일라는 끝내 이해되지 않았다.  

'르 클레지오의 손에서 태어난 한 소녀의 눈부신 성장기'라는 책 뒤표지에 쓰인 광고 문구와, '순진무구한 천진성'을 가진 소녀라는 번역가 최수철의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책을 읽고 라일라가 강한 생명력을 타고났다는 말은 동의하지만, 라일라가 결코 순진무구하거나 그녀의 삶이 눈부신 성장기는 아니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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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9-27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프랑스 영화 프랑스 문학 힘들던데 말이죠. ^^ 이 사람도 아직 안 읽어서 어떨지... 순오기님 리뷰 보니 한 번 읽어봐야지 싶어지네요.

순오기 2009-09-28 09:31   좋아요 0 | URL
프랑스 영화나 문학~ 바람돌이이님도 동감이라니 반가운데요.^^

노이에자이트 2009-09-27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르 클레지오는 화순 운주사 가본 이야기를 가끔 하더라구요.꽤 인상이 깊었나봐요.

순오기 2009-09-28 09:38   좋아요 0 | URL
아하~ 2007년 가을부터 1년간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에서 강의할 때 운주수에 가봤을까요? 운주사 작년에 처음 가본 저도 인상적이었어요.^^

꿈꾸는섬 2009-09-27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동안 전 참 담담했어요. 소녀가 슬퍼하지 않았기 때문같아요. 지금 기억하기론 마지막 결말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고향을 찾아가서 어머니의 땅을 만질 수 있었다는 것, 더이상 떠돌지 않아도 된다는 것. 재미있게 읽었어요.

순오기 2009-09-28 09:42   좋아요 0 | URL
참담한 상황인데도 의외로 씩씩하게 잘 살지요~ 성폭행 장면도 간결하게 처리해서 읽기가 덜 괴로웠을지도...

무해한모리군 2009-09-28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이야기가 현실이라는 사실이 마음이 아프군요 --;;
우아해보이는 프랑스 중산층 가정에서 제삼세계에서 온 파출부에 대한 착취가 왕왕 자행된다는 기사를 종종 접하게 되는 걸 보면요.

순오기 2009-09-28 11:57   좋아요 0 | URL
이 책에 바로 그런 부분이 나오지요~
우리도 제3세계 사람을 착취하는 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듯하지만...

같은하늘 2009-09-29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녀의 삶이 가슴아픈 얘기네요. 길들여진다는것...
저도 프랑스 문학은 어려워요. ㅜㅜ 이것 또한 길들여진다는것...

순오기 2009-09-29 08:30   좋아요 0 | URL
참으로 어린나이에 산전수전 다 겪지요~
프랑스 문학~ 대부분 낯설고 어려운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