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지승호씨가 쓴 공지영씨 인터뷰집 '괜찮다 다 괜찮다'에 거론된 책이라 읽게 됐다. 개인적으로 공지영씨 팬이 아니라 그의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었는데, 최근에 나온 책들은 줄줄이 읽었고 만나본 인연으로 이제는 팬이 되었다.^^ 

한일 간의 관계를 남녀의 사랑이라는 코드로 풀어가고 싶다는 츠지 히토나리의 제안으로 공동작업을 한 작품이다. 츠지 히토나리는 남자의 관점에서, 공지영씨는 여자의 관점에서 사랑 얘기를 펼쳐간다. 아직 츠지 히토나리가 쓴 동명의 작품은 읽지 못했다. 

책을 읽기 전에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무엇일까? 생각하며 상실감이 아닐까 싶었는데, 이 책은 상실감보다는 잊지 못하는 괴로움과 그리움을 얘기한다. 조금은 끼워 맞춘 듯한 작위성이 감지되지만 사랑의 아픔을 겪은 독자라면 공감할 감정을 잘 그려냈다. 연애하는 사람들이 써먹으면 좋을 섬세한 감정을 담은 멋진 문장이 많았다.  

   
  쏘아 버린 화살하고 불러 버린 노래하고 다른 사람이 가져가 버린 내 마음은 내가 어쩔 수가 없단 말이야 (99쪽)  
   

내 마음을 어쩔 수 없는 것이 사랑이란 것을 겪은 사람은 다 안다. 그것이 헤어진 사랑이라면 더욱 더. 한국인 최 홍과 일본인 준고의 사랑은 헤어졌기에 그 절절함이 더하다. 하지만 해피엔딩이라서 그 절절함이 반감되는 느낌이라 아쉽다. 그냥 쿨하게 헤어졌으면 독자는 그들의 안타까운 사랑을 오래도록 아프게 기억할 거 같은데,  한일 관계를 염두에 둔 설정이니까 그렇게 끝내버릴 수는 없었겠지만.   

'아빠를 사랑했지만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홍이 엄마 말에 어찌나 공감이 되던지.^^ 우리 아이들이 외국인과 사랑에 빠진다면 솔직히 나역시 일본인은 아니기를 바랄 것이다. 한일 민족적 감정의 장벽을 뛰어넘기까지 그들이 겪어야 할 사랑이 너무 아플테니까. 사람은 아픈만큼 성숙한다는 말을 믿는다. 왜냐면 이런 걸 알게 되니까...... 

   
  헤어짐이 슬픈 건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만남의 가치를 깨닫기 때문일 것이다. 잃어버리는 것이 아쉬운 이유는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그 빈자리 속에서 비로소 빛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슬픈 건 사랑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늦게야 알게 되기 때문에.(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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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유니션맘 2009-09-14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읽은 기억이 새록새록..독특한 형식에 푹~ 빠져서 읽었었오! ^^

순오기 2009-09-15 09:43   좋아요 0 | URL
남자의 심리를 그린 일본작가 책도 봐야겠어~ 내일 도서관에서 찾아봐야지.^^

꿈꾸는섬 2009-09-14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재밌게 봤어요.^^

순오기 2009-09-15 09:44   좋아요 0 | URL
헤어진 남의 사랑 엿보기는 재밌지요.^^

같은하늘 2009-09-17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요것도~~~
이래서 알라딘에 오면 안된다는... >.<
이동도서관에 가봐야겠다.^^

순오기 2009-09-17 23:44   좋아요 0 | URL
저도 알라딘 지름신 묶어두고 도서관 이용해요.^^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6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완득이'에 이은 두번째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다. 의붓아버지가 어린 딸을 성추행하는 내용이 나온다기에 읽기가 겁났다. 하지만 현실은 소설보다 더 추악하니까 내성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읽어봐야지 맘 먹었다. 구병모 작가 신인이라는데 문장은 막힘없이 술술 읽혔다. 한두 가지 빼고는 스토리에 공감하고 전개과정도 무리없었다.  

새엄마의 딸, 여동생의 성추행범으로 몰려 도망쳐 나온 내가 간 곳은 늘 빵을 사러 가던 위저드 베이커리, 소년의 입장에 동정이 간다. 게다가 말도 어눌해서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지도 못하니 변명한들 통할리 없다. 대피할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신기한 마법의 빵 종류가 많은데 정말 그런 빵이 있으면 좋겠다.^^ 

환타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런 환타지라면 괜찮을 듯. 복수하기 위해 마법의 빵이나 쿠키를 주문하는 사람들, 현대사회에서 있을 듯한 얘기다. 하지만 미워하거나 복수를 꿈꾸는 사람은 결국 자신도 그에 응분하는 댓가를 지불한다는 설정은 시사사는 바가 크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시간을 되돌려도 결국은 같은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것, 그러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에 어떤 선택을 하든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는 결말은 맘에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청소년에게 서슴없이 읽으라고 권할 책은 아니다. '완득이'는 누구나 읽어도 좋을 책이라 선물하고 추천도 했지만, 위저드 베이커리는 좀 망설여진다. 아무리 현실이 더 추악하다 해도 의붓아버지의 유아성폭행이나 새엄마의 정신적 학대는 인간의 도를 넘는다. 우리가 문학에서 취하는 것은 오락이나 교훈 뿐은 아니지 않는가? 더구나 청소년문학상인데 가정이나 학교에서도 이해받거나 위로받지 못하는 청소년이 이렇게 참담한 상황을 겪어야 한다면 너무 짠하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청소년문학의 등장 

심사위원들은 “우리 청소년문학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미스터리 호러 판타지”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청소년심사단 역시 만장일치로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다. 주지의 청소년소설 경향을 가뿐히 뒤집는 이 작품을 향한 독자들과 평단 안팎의 뜨거운 관심이 예상된다. (알라딘 책소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다는데, 내 반응은 글쎄~~ 완득이보다 별하나 감점이다. 작가는 그저 선택에 관한 이야기라고 후기에서 밝혔지만, 우리가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나지 못하듯 세상엔 내가 선택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일이 너무 많다. 철들거나 판단 능력이 생긴 이후에 자의적으로 선택한 인생에 대해서라도 책임을 지는 성숙한 인격체가 되면 좋겠다고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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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9-10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전에 페이퍼에서도 얘기한 적 있지만 이 소설은 좀 지나친감이 있는 것 같아요. 음, 다 수습할만한 능력은 안되면서 너무 벌려 놓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분명 재미있게 잘 읽히고 어느 부분에서는 왈칵, 하기도 하지만 저 역시 추천하기에는 꺼려져요. 청소년은 물론이고, 어른들한테도 추천하고 싶지는 않아요.

순오기 2009-09-10 10:55   좋아요 0 | URL
엄마들은 특히나 저와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애들에게 읽히기도 겁나는 건 도가니도 마찬가지라 아직도 리뷰를 못쓰고 있어요.ㅜㅜ

2009-09-10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0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09-09-10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참!!! 이런 책이 자꾸 나온다는건 현실에서도 만연해 있다는 얘기가 아닐런지... 씁쓸...

순오기 2009-09-11 08:52   좋아요 0 | URL
현실은 더하다에 한표!ㅜㅜ

루체오페르 2009-09-10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평이 많더군요. 이런 점 때문에 오히려 좋아하는 분, 오히려 싫어하는 분이 있네요.
전 아직 못봤습니다.^^; 아직 청소년은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에 좀 걸리는게 사실이죠. 얼마전 뉴스에 청소년 권장도서로 지정된 책을 보고 한 소녀가 자살했다는 사건을 봤습니다. 제목이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이걸 겁니다. 원래 우울증 성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세상에는 선택할것도 많으나 내 의지가 개입되지 않는 운명같은것도 분명 있죠. 예전에 박경철님의 강연에서 들은말...
'인간은 태어나면서 이미 인생의 절반이상이 결정된다. 부모의 성격,환경,자신의 성별,유전자에 따른 앞으로의 병력,성격,체형등. 그리고 후천적일 성격과 자신의 기호 또한 자아가 형성되는 유아기에 주변,특히 부모에게 영향 받는다. 여기엔 어디에도 자신의 의지는 없이 결정된다. 그 나머지의 적은 부분이 결국 자신의 의지인 거고 열심히 써야한다. 이것을 운명이라 할만하다.' 이런 내용이었는데 참 여러 생각이 들더라구요.

순오기 2009-09-11 08:53   좋아요 0 | URL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도 참 가슴 아파요~
선택의 문제는 죽을때까지~ 어쩌면 그 후에도 따라올지도...
 
인천테마여행 - 바다, 섬, 도시의 낭만
한국여행작가협회 엮음 / 열번째행성(위즈덤하우스)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오호호~ 이 책은 정녕 나를 위한 책이다. 서평단 신청받기에 만사 제쳐두고 달려가 한마디 남겼더니 감격스럽게도 당첨됐다. 게다가 9월 19일에 졸업한지 30년만에 고등학교 동창회를 한다니, 이렇게 안성맞춤인 책이 또 있을까? ^^


인천은 1974년 4월 22일 중2때 전학와서 학창시절과 청춘기를 고스란히 보낸 곳이다. 지금은 친정엄마와 동생네가 살고 있어 종종 가지만 여행이 아닌 친정나들이일 뿐이고, 5년 전 친정가면서 동창들과의 번개로 동인천역에서 만나 인천자유공원과 신포동을 돌아봤었다. 내 모교를 중심으로 누볐던 동인천역에서 답동, 신포동과 배다리의 풍경이 아슴슴하다. 단골 소풍지였던 송도유원지와 강화도, 교회수련회 코스였던 영종도, 수인선 협궤열차를 타고 달렸던 기억도 새롭다.  

 
책을 읽기도 전에 내 머릿속에 온갖 추억과 풍경들이 둥둥 떠다닐 즈음, 보물지도를 살피듯 한장 한장 들춰나갔다. 오호~ 화려한 볼거리를 유감없이 제공하는 사진들이며, 추천계절이나 1박~ 2박 일정안내, 교통편, 음식, 숙박시설과 플러스 팁, 주니어 여행정보까지 완벽한 여행가이드답게 꼼꼼하게 짚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소속 여덟 명의 작가들이 변화된 인천을 테마별로 구분하고 코스별로 연계시켜 휴양지 인천의 아름다움과 여행지의 매력을 맛볼 수 있도록 잘 엮었다. 인천은 옹진군, 강화도까지 넓혀 정말 돌아볼 곳이 어떤 지역보다 넓고 깊다. 근대화 흔적이 많은 인천과 수많은 섬들의 개성 넘치는 아름다움, 휴양과 웰빙 여행코스, 가족 체험 여행 코스, 녹색 체험 여행과 역사. 문화 여행코스까지 33가지 테마로 어떤 곳도 뿌듯함을 얻을 것 같다. 아이들 어릴 땐 친정나들이 하면 어디 한 곳이라도 더 보여주려고 끌고 다녔던 곳도 나오고, 여기 실린 가족 체험이나 녹색 체험 코스 등 초등 부모들이 혹할 정보도 많다.^^ 

 
 

여행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마음에 담은 풍광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 아닐까? 전문가들이 찍은 사진을 보고 같은 장소 같은 각도와 시선으로 흉내내보면 그런대로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겠다. 350쪽에 13,000원 정가가 아깝지 않을만큼 사진 자료가 풍부해 눈이 호사를 누린다. 

 

인천에 살아도 자기의 활동반경만 알지 조금 벗어나면 잘 모르니까 먼저 인천사람이 꼭 봐야 할 책이다. 인천에 온 손님에게 좋은 곳을 안내한다면 그보다 더 빛날순 없을 것이고, 인천에 관심 있는 사람이나 인천 곳곳을 돌아볼 사람이라면 좋은 여행가이드가 될 것이다. 나는 이번 동창모임에 갔다가 어디를 살펴볼지 고르는 중인데, 내가 떠난 20년 세월에 얼마나 변했을지 전부 다 가보고 싶어 어디를 콕 찍을수가 없다.ㅜㅜ

책 말미엔 인천광역시 지도를 인천도심권, 옹진권, 강화권으로 나누어 실었는데 지도가 너무 작아 보기가 어렵다. 또 한 가지 서울지하철과 인천지하철의 노선도를 실었다면 한눈에 연결고리를 알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개정판에는 지도를 전면에 펼쳐 크게 싣고 지하철노선도를 추가하면 좋겠다. 전면에 사진이 깔려서 글자를 알아보기 어려운 페이지도 있지만, 그 정도는 친절한 안내서에 만족하며 두눈 질끈 감아 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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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바람 2009-09-08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천에 살고도 인천에 대해 잘 모르는데 이 책 참 좋네요. 인천 방문의 해를 맞아 좋은 책으로 인정 받겠어요. 하지만 신종플루때문에 여행이 조금 힘들겠어요. 모두 조심조심해요

순오기 2009-09-08 08:54   좋아요 0 | URL
인천 분들은 이 책 꼭 준비해두고 시간 날때마다 한 꼭지씩 찾아다니면 좋을 거 같아요.^^ 19일 동창회에 갔다가 심야에 어디로 튈까 궁리중이랍니다.ㅋㅋㅋ

후애(厚愛) 2009-09-08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첨 축하드립니다.^^
인천은 못 가봤지만 인천공항은 가 봤어요. ㅎㅎㅎ

순오기 2009-09-08 11:32   좋아요 0 | URL
인청공항!
후애님 오면 우리 번개하자고요.^^

왕유니션맘 2009-09-08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름만 들어도 그리운 '인천'! 결혼후 여기저기 이사하다보니, 그리고 친정마저 당진으로 가니 한번 가기 힘들다는..인천사람들은 정작 인천에 대해 특별한 것이 없다고 생각들 하지요 ㅋ 드뎌 이번 주말에 일이 있어 인천으로 뜬다는! 인하대 캠퍼스를 거닐고 맛난 해물수제비 생각에 한껏 부풀어있는 유니맘 ㅋㅋ 아-이모 축하해~ 역시 우리 이모야! ^^

순오기 2009-09-08 11:33   좋아요 0 | URL
이번주에 가는구나~ 나는 다음주에!^^
너무 자주 나가는 거 같아서 몸을 좀 사려야될 거 같은데 말이지.ㅋㅋ

같은하늘 2009-09-10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천~~~ 바로 우리동네 옆이지만 가본곳이라곤 월미도, 인하대캠퍼스...
강화도도 인천이니 포함하고... 그리고 없나보다. ㅜㅜ
이 책 한권 있으면 주말마다 아이들 데리고 다녀보면 좋겠네요.^^
허나 우리집 김기사가 받쳐주니 않으니... >.<

순오기 2009-10-28 10:18   좋아요 0 | URL
그댁의 김기사를 잘 구슬러서 틈나는대로 한 곳씩 찾아가보세요.^^
 
아침 독서 10분이 공부하는 아이를 만든다 - 자녀교육 스킬북 시리즈
이미현 지음 / 텐북(Tenbook)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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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독서 10분이 아이를 변화시킨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침 독서 10분이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든다'는 제목은, 부모와 선생님을 혹하게 만든다.^^ 더구나 책도 작고 얇아서 들고 읽기에도 부담이 없다. 도서관에서 휘리릭 읽기에도 좋다.  

이 책은 세 개의 챕터로 나뉘어졌다.
첫째, '왜 가정에서의 독서교육이 중요한가?'로 공부가 즐겁지 않은 이유, 자녀의 독서 의욕과 학습의욕을 높이는 방법, 독서 지도의 방법과 시기, 초등생을 위항 독후지도, 좋은 책을 고르는 법을 간략히 소개한다. 아이들은 학습 주체성을 상실하고 내가 누구며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존재인지 관심을 가질 겨를도 없이, 단순한 공부 기계로 등하교를 반복하기에 '공부는 지겨운 것'이 된다. 따라서 개성이 존중되는 수요자 중심의 독서교육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둘째, '아침독서 10분 운동'에서는 아침독서 10분의 중요성과 4가지 원칙, 아침독서 운동의 효과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는데, 술술 읽으며 끄덕거리게 된다. 
아침독서의 4가지 원칙
1. 모두가 함께 읽는다
2. 날마다 읽는다
3.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
4. 그냥 읽기만 한다

셋째, '여러 가지 독서 향상법'으로 일반적인 독서법과 기억을 돕는 독서법, 속독의 기술, 먼저 책 전체를 조감하는 독서법과 영감을 남기는 독서법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독서법으로 묵독, 음독, 정독의 효과를 설명하고, 어려운 책 10번 읽기로 사법, 행정, 외무고시에 모두 합격한 고승덕 변호사 이야기가 흥미롭다.  

책 전체를 조감하는 독서법으로 3단계 독서법과 관련한 로빈슨의 'SQ3R 독서 향상법' 은 적용하기에 좋은 방법이다. 1단계 개관(Survey), 2단계 질문(Question), 3단계 읽기(Reading), 4단계 암송(Recite), 5단계 복습(Review)의 머리글자를 따서 이름 붙였다. 제 아무리 좋은 독서법으로 많이 읽어도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결국 독서로 단순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암기하는 것이 아닌, 독서를 통해 나만의 영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삼남매를 키운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책 좋아하는 아이가 공부를 잘하지만, 수학을 잘하지는 않더라. 우리 애들은 셋 다 타고난 문과생이라 책읽기를 좋아해 전교과 앞가림은 하지만, 수학을 싫어해서 수학 점수에 따라 성적은 변수가 있다. 수학은 안 좋아해도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서 고마울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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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09-08-30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나왔군요.

순오기 2009-09-04 08:50   좋아요 0 | URL
간단한 책이라 희망찬샘님께는 별 도움이 안 될듯해요.

같은하늘 2009-08-31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는 책 읽는건 좋아하는데 공부는 싫어하니...
숙제하라고 방에 들여보 놓고 잠시후에 가 보면 책 보다가 걸린다니까요.
아직 1학년이니 두고봐야겠지요? >.<

순오기 2009-09-04 08:50   좋아요 0 | URL
책이라도 잘 읽으면 되지요~ 우리 애들도 대충 그렇지만.ㅋㅋㅋ
 
우리들의 시간 나남시선 27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8년 6월
구판절판


지난 8월 16일 원주 토지문화관과 박경리문학공원에 다녀왔다. 그래서 다시 박경리 선생님 작품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이 시집을 읽고 가길 정말 잘했다. 박경리 문학공원 전시실엔 '우리들의 시간'이 선생의 자필 글씨로 걸려 있었고, 선생의 단구동 자택을 둘러봤기에 여기 실린 시가 잘 이해되었다.

전시실 입구 계단 위에도 걸렸고, 토지문화관에 가니까 작은 액자로도 걸려 있었다. 선생의 단아한 필체를 만나는 즐거움과 더불어 시를 감상해 보자.

우리들의 시간

목에 힘주다 보면
문틀에 머리 부딪혀 혹이 생긴다
우리는 아픈 생각만 하지
혹 생긴 여유를 모르고
인생을 깨닫지 못한다.

낮추어도 낮추어도
우리는 죄가 많다
뽐내어본들 도로무익(徒勞無益)
시간이 너무 아깝구나

사람은 미련해서 머리를 부딪히면 아픈 머리만 만지며 혹이 생긴 연유를 생각지 않으니 인생을 깨닫기에 아직도 멀었나 보다.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하신 선생은 당신의 생애에 불멸의 '토지'를 남기셨으니 아깝지 않게 사신 분이다.

단구동 자택을 보곤 선생이 쓴 시에 묘사된 것들이 당신이 사는 환경을 그대로 그려냈음을 알았다. 특히 '꿈2'에 묘사된 '서쪽에서 빛살이 들어오는 주방'이란 구절이 생각나 바로 그 주방의 서쪽 창을 찍었으니 횡재한 기분이다.

꿈2

원주 와서
넓은 집에
혼자 살아온 것도 칠팔 년

참말 같지가 않았다

방문 열면 마루방
덧신 발에 걸면서 한숨 쉬고
댕그마니 매달린 전등불
믿기지 않았다.
.
.

서쪽에서
빛살이 들어오는 주방
혼자 밥을 먹는 적막에서
나는 내가 죽어 있는 것을 깨닫는다

토지문화관에 갔을 땐 일요일이라 근무자가 보이지 않았지만 전시실은 냉방이 되어 있었다. 내가 들어갈 때 2층에서 내려오던 노인(당직자)이 일을 마치고 들어와선 설명을 해주셨다. 그때 중앙에 붙은 이 사진을 가르키며 당시 구두 신은 멋쟁이 차림을 보면 부유하게 살았음을 알 수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시집에서도 '하얀 운동화'란 제목으로 당신이 잘 살아서 따돌림 받았던 기억을 그려내었다.

하얀 운동화

어릴 적에
하얀 운동화 신었다고
따돌리어 외톨이 된 일 있었다

비 오시던 날
신발을 잃고
학교 복도에 서서 울었다

하얀 운동화는
물받이 밑에서
물을 가득 싣고 놓여 있었다

나는 짚신 신고
산골서 다니는 아이들을
부러워했다

지금도
나는 가끔
산골 아낙이 못된 것을 한탄한다

선생의 유고시집인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에서 '다시 태어나면 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 깊고 깊은 산골에서 농사짓고 살고 싶다'고 하셨으니 빈말이 아니고, 하얀 운동화에도 어렸을 때부터 짚신 신은 산골 아이들을 부러워하고 소박하게 사는 걸 꿈꾸었음을 알 수 있다.

단구동 자택이 택지 개발지가 되자 매지리로 이사하시어 자그마한 살림집을 지어 사셨다. 지금은 따님이신 김영주교수가 한주에 두세번씩 들르며 선생이 키우던 고양이와 개가 살고 있다 한다. '체념'이란 시를 보면 선생이 사시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체념

타일렀지
이곳은 자유의 천지
해야 할 일 충분하고
푸성귀 아쉽지 않았고
거닐 수 있는 울타리 안은
꽤 넓은 편이며
밤에는 소쩍새 우는 소리

타일렀지
이곳은 나의 자유
해방된 곳이라고

21권의 대하소설 '토지'를 비롯한 수많은 작품을 낸 분이 '시골 노친네가 제법 유식하다'는 계분을 싣고 온 노인의 말을 들으며 면무식은 했다고 말씀하신다. 참으로 소박하고 겸손한 선생의 모습이 읽힌다.

면무식

밀짚모자를 쓰고
풀을 매는데
계분 실은 경출원 차가 왔다

짐을 부리면서
손가락 하나 잘린
음성나환자 노인이
과수원 하느냐고 물었다

아니요
텃밭에 줄 거요
했더니
노인의 말이
부자인가 보다

아니요
유기농을 해야 딸이 살지요
빤히 쳐다보며 노인은
시골 노친네가 제법 유식하다

호미를 들며
네 면무식은 했지요
멀리 논에서
개구리 우는 소리

2001년 11월 11일, 하동군에서 '토지'에 묘사된대로 '최참판댁'을 복원하고 가진 '제1회 토지문학제'에 선생이 오셨다. 광주시교육청의 학부모 문학기행에 참여했던 나는 당당한 그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했었다. 선생을 뵈었기에 토지를 사면서도 망설이지 않았었다. 선생이 남기신 토지는 20세기 최고의 한국문학으로 꼽히고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천함에도 부족하지 않다. 2001년 선생을 뵈었고, 2004년 토지를 완독했고, 2009년 선생의 흔적을 찾아 원주를 다녀왔으니 무엇을 더 바라리오!

선생은 단구동 자택 저 책상에서 토지를 쓰고 윗목에서 주무셨다고 한다. 선생은 시집 서문에서 시를 쓴다는 것은 큰 위안이며 당신의 유일한 자유공간이고 버팀목이었다고 한다. 창작이 아니라 그냥 태어나는 것 같이 시를 쓰지만 늘 미숙하고 넋두리를 하소연하는 것 같아 꺼림칙하고 쑥스럽다고 하셨다. 한 편 한 편에서 선생의 정신과 삶의 자세를 발견하며 경건함에 이르게 하는 시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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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8-27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을 향한 순오기님의 사랑과 열정도 고스란히 느껴져요. 에너지 여사님 덕에 오늘도 한껏 힘이 나요.^^

순오기 2009-08-27 07:29   좋아요 0 | URL
원주 다녀온 포스트는 9월에나 올릴 듯...
월욜은 인화학교 다녀왔고요, 내일은 공지영씨 만나러 가야 돼서 '괜찮다 다 괜찮아~'읽고 있어요.^^

2009-08-26 1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08-27 07:29   좋아요 0 | URL
예~ 참고해서 계획 세워볼게요. 고마워요!

hnine 2009-08-26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시청각적으로 보여주시느라 몇 배의 시간을 들이시는 순오기님, 오늘도 잘 읽고 보고 갑니다.

오늘 같아선 더위가 한풀 꺾인 것 같기도 하고요.

순오기 2009-08-27 07:31   좋아요 0 | URL
흐흐~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일에 한번 빠지니까 그것도 중독이에요.ㅜㅜ
원주 토지문화관 박경리 문학공원 포스트는 9월에~
더위가 한풀 꺾였지요~ 절기는 어쩜 그리 잘 맞는지 놀라워요!

같은하늘 2009-08-26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더해 보여주셔서 항상 제가 그곳에 함께 가 있는듯한 느낌이예요.
참..... 감사합니다.....
그리고 박경리선생님 글씨가 참 고우시네요.^^

순오기 2009-08-27 07:31   좋아요 0 | URL
박경리 선생님 성품같은 글씨~ ^^

꿈꾸는섬 2009-08-26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지>를 읽으면서 박경리 선생님에 대한 경외심이 커져 갔었지요. 그분의 단아한 인생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훈훈해요.
순오기님은 정말 에너지 여사라는 칭호가 잘 어울리시는 분이세요.^^
저도 순오기님처럼 문학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놓치 않고 살아가고 싶어요.
구경 잘했구요. 다음엔 저도 시간내서 가봐야겠어요.^^

순오기 2009-08-27 07:32   좋아요 0 | URL
토지 읽으며 그분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경외감으로 발전하죠~ 동감!!
꼭 가보셔요~ ^^

순오기 2009-08-27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월욜에는 공지영의 도가니에 나오는 문제의 그 학교를 가봤답니다.
사진도 찍고 졸지에 인터뷰까지 하게 되어 내심 벌벌 떨었지만...ㅜㅜ
내일 공지영 작가 광주 오기 때문에 '괜찮다 다 괜찮다' 보는 중이고요~
오늘 저녁에는 포스트를 올릴지도...

왕유니션맘 2009-08-30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모와 함께 관리인 아저씨 몰래 찍은 박경리 선생님의 주방과 방 사진이 여기 있네~ 원주문학기행(?) 포스트를 기대하고 있겠사와요! ^^

순오기 2009-08-30 20:28   좋아요 0 | URL
하하~ 나중에 다 찍으라고 눈 감아주셔서 다들 열심히 찍었어.^^
그분은 해설사님~ 당번제로 돌아가면서 문학공원 사무실에 근무하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