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빈 - 숙종시대 여인천하를 평정한 조선 최고의 신데렐라 숙빈 최씨
김종성 지음 / 부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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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남한선성'과 김인숙의 '소현'에 이어서 본 '최숙빈'은 소설이 아니라서 시대별 사건별 자료와 정보가 잘 정리되었다. 하지만 조선의 신데렐라였던 최숙빈의 드라마틱한 삶은 소설보다 더 극적이다. 저자인 김종성은 인터넷 매체에 '김종성의 사극으로 역사읽기' 코너를 연재하는 등 역사와 우리 시대를 이어주는 일에 관심이 크다고 한다. 
 

영조의 어머니 최숙빈은, 숙종의 후궁으로 인현왕후와 장희빈 사이의 여인천하에서 최후의 승자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미천한 신분으로 예닐곱 살에 애기항아로 궁에 들어와 인현왕후의 지밀나인이 되었다. 인현왕후가 폐위되고 떠난 후 하급 궁녀가 왕후의 생일을 기념하는 장면을 목격한 숙종은, 크게 감동을 받았는지 가까이 해 승은을 입고 종4품의 숙원에 책봉된다. 장희빈에게 위협을 받으면서도 숙종의 사랑을 받아 둘째 아들 연잉군을 낳았고 정1품의 빈이 되었으니, 그야말로 조선시대의 신데렐라였다고 할만하지 않은가!^^  

인현왕후와 장희빈이 '중전' 자리를 놓고 벌인 대결로 양쪽의 공존을 꾀했다면, 최숙빈과 장희빈의 대결은 목숨을 담보로 한 치열함이었다. 숙종이 '신룡이 땅속에서 나오고자 하되 나오지 못하니 전하, 속히 저를 살려 주십시오!' 하는 꿈을 꾸고 장희빈의 처소를 찾았다가, 결박당한 채 독 속에 갇혀 있던 나인(최숙빈)을 구했다. 실록에 기록된 공식미인이었던 장희빈의 세상에서 숙종의 총애를 입었으니 최숙빈의 미모도 빠지지 않았을거라 짐작해본다.^^  

최숙빈은 서인과 남인의 틈바구니에서 정치구도를 잘 활용했던 지혜롭고 당찬 여인이었고, 숙종은 궁중 여인의 구도로 당파간 힘의 분배와 균형을 이용한 군주였다. 숙종은 '빈어가 후비에 오르게 해서는 안된다'는 하교를 내렸으니 장희빈의 몰락과 더불어 최숙빈도 더 이상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숙종은 새 왕후와 빈을 들여 여인구도의 새판을 짰다.
 


소설 '남한산성'과 '소현'까지 한줄로 꿰어진 역사 덕분에 '최숙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는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 8년 세월을 지내고 돌아와 두 달만에 죽었고, 그 뒤를 이은 봉림대군(효종)의 아들인 현종의 아들이 바로 숙종이다. 이 책은 조용히 묻혀버린 최숙빈의 삶을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재조명했다. 텔레비전 MBC드라마 '동이'가 바로 최숙빈이라는데 이번 월요일 후반부만 조금 봤는데, 역사와 드라마는 결코 똑같지 않다는 걸 알지만 진행되는 이야기에 더 빠져들고 싶지는 않다.^^  




신분 컴플렉스를 가졌던 영조는 왕이 되자 어머니 최숙빈을 숭모하는 일을 재빠르게 진행한다. 당쟁의 틈바구니에서 '탕평'정책으로 줄타기를 잘했던 왕은 눈치를 보면서도, 소신껏 일을 처리했다. 최숙빈을 왕의 후궁에서 왕의 어머니 반열에 올려 소령묘를 '소령원'으로 격상시켰다. 묘는 대군, 군, 공주, 옹주, 후궁이 묻히는 곳이지만, 원은 세자, 세자빈이나 왕의 사친을 모시는 무덤이었다. 왕위에 올라 29년만에 이룬 추숭사업은 단순히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뿐 아니라, 출신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일이었다.   

정치적 연고가 없던 최숙빈은 외형상으로는 당파와 아무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중요한 고비마다 당쟁에 편승했고 그 과정에서 이익을 챙겼으니 탁월한 정치감각을 지닌 여인이었다. 최숙빈이 서인이 아니면서도 인현왕후를 비롯한 서인과 운명을 함께 했던 것처럼, 영조도 서인 노론의 힘을 빌려 왕위에 올랐으니 어머니 최숙빈의 유전자 영향을 받은 뛰어난 정치적 감각으로 이해되었다.  

 

최숙빈과 왕자 이금(영조)의 대화는 여늬 모자와 다르지 않은 사랑이 담겨 있다. 훗날 영조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세누비를 입지 않았다고 하니,  최숙빈 추숭사업과 더불에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왕자 이금; 침방에 계실 때에 무슨 일이 가장 하기 어려우셨습니까?
최숙빈; 중누비,오목누비, 납작누비 다 어렵지만 세누비가 가장 하기 힘들었습니다.  

누비란 것은 두 겹의 천 사이에 솜을 넣고 줄이 죽죽 지게 바느질한 옷으로, 누빈 줄의 간격이 중간 정도로 듬성듬성한 누비를 중누비, 줄을 굵게 잡아 골이 깊은 누비를 오목누비, 누빈 줄이 촘촘하고 고운 누비를 세누비라 한다. (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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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6-24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최숙빈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무수리에서 저리 도약했으니
보통 미모와 지략을 갖춘 여인은 아닐 것이다 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됩니다.
영조는 아들을 죽음으로 몰긴 했지만, 사실 훌륭한 왕 이었잖아요.
무지하게 오래 살았고. 어머니가 훌륭하지 않았다면 힘들지 않았을까요?

순오기 2010-06-25 07:18   좋아요 0 | URL
실록이 인정한 장희빈과 겨룰 정도의 미모가 아니었을까....
영조는 아들을 죽이고도 겁나지 않았는지 손자를 왕으로 세웠어요.
인조는 소현의 아들을 싸그리 죽였는데...ㅜㅜ

하늘바람 2010-06-24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동이를 재미있게 보는데 오 숙빈에 관한 책도 읽어보고 싶네요. 순오기님 페이퍼는 항상 마음을 동하게 하디요

순오기 2010-06-25 07:19   좋아요 0 | URL
동이는 월욜에 쬐금 봤어요.
리뷰 쓰려면 한번 봐야지 했는데, 언제 하는지 신경을 못써서...

같은하늘 2010-06-24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방면은 제게 너무나 약한 취약점이라...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순오기 2010-06-25 07:20   좋아요 0 | URL
아~ 같은하늘님 역사가 취약하다는 거야요?
그래도 책으로 보면 재밌잖아요.^^

꿈꾸는섬 2010-06-25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으로보면 정말 재밌겠어요. 저도 요새 동이 보다말다 하거든요. 재밌겠어요.ㅎㅎ

순오기 2010-06-25 19:41   좋아요 0 | URL
소설이 아니지만, 한 인물을 알아가는 재미는 있어요.^^

사계절출판사 2010-07-07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밑줄까지 그어가며 열심히 보신 흔적이 묻어나네요 ^ ^ 소설이 아닌 역사도서는 딱딱한 부분이 있는데 .. ㅠ <최숙빈>은 그림이며 그래프, 표를 활용해 눈에 잘 들어오네요 ㅎ 잘 읽고 갑니다. ^ ^

순오기 2010-07-07 23:33   좋아요 0 | URL
아~ 고맙게도 사계절출판사가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좀 한가해지면 사계절 카페에도 가입할게요.^^
 
아주 작은 차이
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김재희 옮김 / 이프(if)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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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유럽을 뒤흔든 페미니스트 전사 알리스 슈바르처의 대표작으로, 여성문제를 파헤친 킨제이보고서 같은 책이다. 독일에서 이미 30년도 더 전에 나온 책이라는데, 오늘날 우리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여성을 억압하는 것은 무엇인지 재미없는 이론만 늘어놓은 책이 아니고, 실제로 여성들과 인터뷰한 내용이기에 공감이 갔다. 독일 여성 뿐 아니라 지구촌 어느 구석에 살든 수많은 여성들이 공감하며 끄덕일 이야기다. 시원스레 자신의 얘기를 밝힌 그녀들이 고마웠고, 화통하게 이런 이야기를 책으로 낸 저자에게 관심이 끌렸다.  

철부지 소녀의 청순함과 이십대의 싱그러움, 삼십대의 분주함과 사십대의 원숙함 그리고 오십대의 노련함이 잘 녹아든 솜사탕처럼 감미로운 여자이다. 한 여름의 시원한 숲 혹은 이끼가 잔뜩 낀 우물 속 같은 청명함과 부드러움이 넉넉한 여자.(331쪽) 

옮긴이는 슈바르처를 이렇게 묘사하며, 25년 전 그 절제되고 둔탁한 독일사회를 벌집 쑤셔놓듯 들쑤셔 놓은 책이 도대체 오늘날의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라고 질문을 던지고 답을 제시했다. 

이 책은 여자와 남자를 묶어주는 그 아름다운 유혹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과 성!' 이 아름다운 이름은 여성들이 곤욕을 치러야 하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고... 여성을 억압하는 것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한다.  

여성들을 억압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그녀들의 사례가 리얼하다.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움츠러든 여인들, 특히 성적인 억압으로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고 불감증이 된 여성들, 동성애자에게 느끼는 감정의 문제들, 가사와 직장일에 시달리는 주부들, 남편의 도움이나 배려를 받지 못하는 것 등, 좀 읽기에 민망한 부분도 있었지만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물론 이 책이 출판됐던 30여년 전보다는 여성들의 사회진출과 경제활동으로 사회는 좀 더 진보했다고 볼 수 있겠다.  

여성을 억압하는 것들은 어떤 것일까? 그녀들의 사례 하나하나는 특수하지만 '보편적'이다. 중산층 여성, 빈곤층 여성, 전문직 여성, 비정규직 여성, 학생까지 등장하는 여성들의 위치는 다양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똑같은 성적 억압에 처해 있다. 남성들은 여성과 신체적 구조가 다를 뿐인데, 엄청난 성적 우월감을 갖고 여성을 억압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당연시 한다. 특히 남녀간의 성적 문제들은 사소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임을 새삼 깨달았다.  

이 책은 성적인 문제만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작은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엄청난 차별을 감수했던 여성들이 이제는 그렇게 살 수 없다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이야기로, 여성들이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다운 미덕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던 그 여성다움을 결연히 포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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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6-05 0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

순오기 2010-06-06 04:23   좋아요 0 | URL
^^

비로그인 2010-06-06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
마지막 멘트는 정말 의미심장하네요.

순오기님~
제가 왔어요.
ㅎㅎ먼저 방문드리고 인사드렸어야 했는데...
멋진 글, 잘 읽고 갑니다.
굿나잇^^

순오기 2010-06-06 04:23   좋아요 0 | URL
헉~ 마기님, 반가워요!^^
알라딘에서 익숙한 닉이라 잘 알던 사람 같은 느낌이네요.

라로 2010-06-06 0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이 책 중고샵에서 많이 본 책인데,,늘 궁금했더랬어요~.역쉬~~~

순오기 2010-06-06 04:26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서 빌려봤어요. 여성을 억압하는 모든 것들, 특히 성적인 문제들을 점검해볼 필요도 있다 싶어요.^^
 
진리의 말씀
법정(法頂) 엮음 / 이레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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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최고의 잠언이라는 법구경을 법정스님이 풀이한 책이다. 원래는 팔리어로 쓰여진 경전인데, 팔리어란 인도 고대어인 산스크리트어가 속어화된 말이다. 부처는 성직자와 학자들의 언어인 산스크리트어 대신 일반 대중의 언어인 팔리어로 가르침을 폈다고 한다. 일반 대중을 위해 그들의 언어로 말씀을 설파하셨다니, 역시 부처님 답다.^^  

법구경은 팔만대장경으로 불리는 수많은 불교 경전 가운데서도 가장 많이 읽히는 법문으로, 불교 초기에 여러가지 형태로 전해 내려온 시를 모아 엮은 불교 잠언 시집이라고 한다. 모두 423편의 시를 그 주제에 따라 26장으로 나누었고, 독립된 시지만 때로 두편이나 여러 편의 시가 한데 묶여 있기어 연작시처럼 읽히기도 한다.   

26장의 주제어는 첫번째 가르침, 부지런히 닦음, 마음, 꽃, 어리석은 사람, 지혜로운 사람, 깨달은 사람, 천 가지의 장, 악행, 폭력, 늙음, 자기 자신, 이 세상, 부처, 진정한 행복, 사랑하는 것, 성냄, 더러움, 도을 실천하는 사람, 진리의 길, 여러 가지, 지옥, 코끼리, 집착, 수행자 1,2 로 나뉘었다.

일상에 빠진 우리들의 잠든 영혼을 깨우고 번뜩이는 지혜의 가르침으로 궁극적인 삶의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지를 깨우쳐 준다. 법정스님은 수록된 시편들이 연작시가 아니기 때문에 한꺼번에 내리 읽지 말아달라고 당부하셨다. 한편 한편 차분히 읽고 마음에 비춰보면 현재의 자기 얼굴을 들여다 보게 될 것이라고...   

어디를 펼쳐 읽어도 한번쯤 들어봤거나 때로는 인용했던 말씀도 보인다. 그 말씀이 법구경에 나온 말씀인 줄도 모르고 인용했구나 싶어 부끄럽기도 했다. 어느 곳을 읽어도 마음에 와 닿는 말씀이고, 댓구를 이루고 도치적인 표현에 문학적 수사도 뛰어나다고 느꼈다. 어떤 말씀도 다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이지만 특별히 내 마음에 담기는 말씀이 좋았다.  

악한 일은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만
그 일은 저지르기 쉽다
착한 일은 자신에게 평화를 가져오지만
그 일은 행하기가 어렵다
 

비열한 짓을 하지 말라
게으름을 피우며 건들거리지 말라
그릇된 견해에 따르지 말라
이 세상의 근심거리를 만들지 말라
  

떳떳한 행동을 하라
나쁜 행동을 하지 말라
진리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은
이 세상과 저 세상에서 편히 잠든다
  

이전에는 게을렀더라도
지금 게으르지 않다면
그는 이 세상을 비추리라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요즘 상영하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 제목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이란 표현이 꽤 여러번 나온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지 말라
미운 사람과도 만나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운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을
애써 만들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커다란 불행
사랑도 미움도 없는 사람은 얽매임이 없다
 


남의 허물을 찾아내어
항상 불평을 품는 사람은
번뇌의 때가 점점 자란다
그의 번뇌는 자꾸만 불어간다 


일을 잘 처리한다고 해서
공정한 사람은 아니다
옳음과 그름 이 두 가지를
잘 분별하는 이가 현명하다
 
 

생각이 깊고 충명하고 성실한
지혜로운 도반이 될 친구를 만났거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복하고
마음을 놓고 기꺼이 함께 가라
 


그러나 생각이 깊고 총명하고 성실한
지혜로운 도반이 될 친구를 못 만났거든
정복한 나라를 버린 왕처럼
숲 속을 다니는 코끼리처럼 홀로 가라
 


진리를 베푸는 것이 최고의 베품이고
진리의 맛은 맛 중의 맛이다
진리의 즐거움은 즐거움 중 으뜸이고
욕망의 소멸은 모든 괴로움을 이긴다
 


마음에 든 말씀을 다 적으려면 책을 다 베껴야 될 듯... 어제 고등학교 독서회에서 각자 읽은 법정스님 책을 소개했는데 모두 아홉 권의 책이 소개되었다. 내가 이 책에 나온 몇 구절을 읽어줬더니 회원들이 사놓고 수시로 봐야겠다며 책을 주문했다. 이런 책을 화장실에 둔다는 건 송구스럽지만, 하루에 한 구절씩 읽으며 그날의 말씀으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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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5-15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는 사람을 애써 만들지 않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까요?

순오기 2010-05-15 21:59   좋아요 0 | URL
호호~ 글쎄요,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까요?
평범한 사람들이야 사랑하고 미워하며 아웅다웅 사는 거죠, 뭐~ ^^

세실 2010-05-16 22:38   좋아요 0 | URL
그쵸? 아웅다웅 부대끼며 사는 것, 그게 진정 사는 맛이죠.

프레이야 2010-05-16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법구경에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이 나오군요.
그런 뜻으로 읽으면 영화의 이야기와도 맞는 것 같아요.

순오기 2010-05-16 11:51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아직 영화를 못 봐서... 보고 나면 통하겠군요.^^
 
정말 창비시선 313
이정록 지음 / 창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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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홍성이 고향인 이정록의 시집이다. 오랜만에 내 고향 말로 된 시를 읽으며 깔깔 웃었다. 아버지 어머니의 말씀이 그대로 한 편의 시가 되었다. 시인은 아버지의 위트와 어머니의 관조와 품격을 물려받았다는 한창훈의 발문에 끄덕여진다.  

1부의 금강산기행의 시편은 뭉클하고, 2부 가족과 사람들의 짠한 인생사를 유머로 풀줄 아는 인생의 관조를 보여준다. 3부와 4부에서 보여지는 자신과 이웃들의 얘기도 감동스럽다. 보통은 한 편의 시집에서 내 마음에 콕 와닿는 시가 많지 않은데,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한편도 버릴 것없이 가슴에 와 닿았다.  

엄니의 남자 

엄니와 밤늦게 뽕짝을 듣는다
얼마나 감돌았는지 끊일 듯 에일 듯 신파연명조다
마른 젖 보채듯 엄니 일으켜 블루스라는 걸 춘다
허리께에 닿는 삼베 뭉치 머리칼, 선산에 짜다 만 수의라도 있는가
엄니의 궁둥이와 산도가 선산 쪽으로 쏠린다
이태 전만 해도 젖가슴이 착 붙어서
이게 모자(母子)다 싶었는데 가오리연만한 허공이 생긴다
어색할 땐 호통이 제일이라, 아버지한테 배운 대로 헛기침 놓는다
"엄니, 저한티 남자를 느껴유? 워째 자꾸 엉치를 뺀대유?"
"미친놈, 남정네는 무슨? 허리가 꼬부라져서 그런 겨"
자개농 쪽으로 팔베개 당겼다 놓았다 썰물 키질소리
"가상키는 하다만, 큰애 니가 암만 힘써도
아버지 자리는 어림도 읎어야"
신파연명조로 온통 풀벌레 운다
 

 
어머니와 아들이 같이 늙어가며 블루스를 춘다는 거, 정겨운 풍경 아닌가! 늙으신 엄니 춤상대를 해줄 순 있지만 아버지 자리 대신할 애인은 못 돼주는구나.ㅋㅋㅋ 이 모자의 대화 뿐 아니라 충청도 사투리의 진수는 말의 게미가 있다.^^  

잘 나간다는 말 

  요즘 잘 나간다매? / 잡지 나부랭이에 글 좀 쓰는 게, 뭐 잘나가는 거래유? / 그게 아니고, 요새 툭 하면 집 나간다매? / 지가 외출하는 건 성님이 물꼬 보러 가는 거랑 같은거유 / 물꼬를 둘러보는 건 소출하고 관계가 깊은디, 아우 가출도 살림이 되나? / 좋은 글 쓰려고 노력허고 있슈 / 요샌 우리도 물꼬 안 봐 / 알았슈 이제부터 사금파리 한 쪽이라도 물고 들어올께유 / 입에 피칠하고 들어와서 식구들 실신시킬라고 그러나? 웬만하면 나가덜 말어 / 알겄슈 / 글이랑 게 문리를 깨치면 눈감고도 삼천리 아닌감 옆 동네 이문구 선생 같은 양반도, 글쟁이들은 골방에서 문장이나 지으라고 그랬다잖여 / 방에만 있으면 글이 되간디유? / 어허, 싸댕기며 이삭 모가지 뽑는다고 나락이 익간디? 집에 들앉아서 제수씨 물꼬나 잘 보란 말이여 / 성님이나 잘 허셔유 / 얘가 귓구녕이 멀었나? / 인제 물꼬 안 본다니께 / 근데 형수님은 어디 갔데유? / 니 형수 요새 잘 나가야 몇 달 됐어 차례 지내려먼 이제 그만 자야지 않겄어 / 얼라, 언변이 윗마실도 아닌디 어디 가셨대유? / 씨부럴, 요즘 담배는 워째 이리 젖불 쬐는 것 같댜? 


세실님은 오리지널 충청도 사투리 다 알아들을 것이고, 메피님은 요런게 충청도 사투리의 맛이라는 걸 아실려나?ㅋㅋㅋ  그래도 압권은 뭐니뭐니 해도 '홍어'였다.

홍어  

욕쟁이 목포홍어집
마흔 넘은 큰아들
골수암 나이만도 십사년이다
양쪽 다리 세 번 톱질했다
새우눈으로 웃는다 

개업한 지 십팔년하고 십년
막걸리는 끓어오르고 홍어는 삭는다
부글부글,을 벌써 배웅한
저 늙은네는 곰삭은 젓갈이다 

겨우 세 번 갔을 뿐인데
단골 내 남자 왔다고 홍어좆을 내온다
남세스럽게 잠자리에 이만한 게 없다며
꽃잎 한 점 넣어준다 

서른여섯 뜨건 젖가슴에
동사한 신랑 묻은 뒤로는
밤늦도록 홍어좆만 주물럭거렸다고
만만한 게 홍어좆밖에 없었다고
얼음 막걸리를 젓는다 

얼어죽은 남편과 아픈 큰애와
박복한 이년을 합치면
그게 바로 내 인생의 삼합이라고 

우리집 큰놈은 이제
쓸모도 없는 거시기만 남았다고
두 다리보다도 그게 더 길다고
막걸리 거품처럼 웃는다 

 

’이것이 인생이다’에 나올 만한 인생 아닌가! 

'구라'로 유명한 황석영도 고개를 저으며 '너한테 졌다'라고 할만큼 시인의 말빨은 독보적이라고 한다. 수록된 시를 읽어보면, 시인이 시를 쓸 때 어머니만큼 강력한 동기와 큰 메타포가 없을거라는 해설도 이해가 된다. 어머니가 없었다면 대한민국 시인의 태반은 삼수째, 사수째, 자격증 취득 실패에 머물고 있을 거란다. 그래서 어머니는 시의 출발점이고 창작과정이며 도달점이란다.  

시인은 '시는 쓰는 게 아니라 받아 모시는 거다. 시는, 온 몸으로 줍는 거'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나 줍는 게 아니라서 역시 시는 천재의 영역이구나, 또 한 풀 꺾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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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5-1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시가 걸죽하네요, 막걸리보다 더.
이래서 시는 우리 시가 좋아요.
번역된 시는 시언어가 와닿지 않고, 원어는 제대로 음미가 안 되고.
우리 시는 읽기만 해도 가슴이 뭉클해져버려요. 참 좋아요, 언니.

순오기 2010-05-13 01:21   좋아요 0 | URL
걸죽하고 맛깔납니다.^^
요런 우리말을 번역하기란 쉽지 않을 거 같죠.

穀雨(곡우) 2010-05-12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떨 땐 긴 글보다 짦으나마 시가 팍 와 닿더군요.
게다가 향수라도 불러 일으키면 더할 나위 없겠고.
시가 온 몸으로 줍는다는 말씀.
온 몸으로 끄덕여집니다.

순오기 2010-05-13 01:21   좋아요 0 | URL
좋지요~~~~~~~ 아무나 줍기 어려운 시지만요.^^

뽀송이 2010-05-12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잘 지내시죠?
매번 주인장 뜸한 서재에 격려글 남겨주시고~ 저 너무 감동 먹은 거 있죠.^^*
요즘 고 1,3 두 아들 녀석 중간고사 기간이라 저도 덩달아~ 녹초가 되었답니다.ㅎ ㅎ
5월 6일부터 오늘까지 5일간의 셤이 끝나요~~~~~야호^^
안그래도 고3 아들 녀석은 홍삼액은 달고 살고 있고, 오메가3 에다가 종합비타민제까지,,,
약을 너무 좋아하는지라,,, 여기다가 더 먹이면 약물중독 될 것 같아요.^^;; ㅋ ㅋ ㅋ
늘~ 따스한 애정과 관심 감사해욤.^.~
아침 저녁으로는 아직 기온이 차가워요. 모쪼록 건강관리 잘하셔요.^^


순오기 2010-05-13 01:25   좋아요 0 | URL
애들 셤이면 엄마도 힘드나요? 난 한번도 그래본 적이 없어서.ㅋㅋ
우리딸은 기숙사에 있을 때 아빠가 챙겨준 저런 것들을 제대로 안 먹고~
못 먹고 못 자서 결국 쓰러졌었어요.ㅜㅜ
그래서 아들녀석은 2학년 되면서 미리 보약 한재 먹였는데, 약효는 모르지만 기분으론 확실히 효과를 보는 거 같아서 권해봤는데~ 약물 중독 수준이군요.^^

L.SHIN 2010-05-12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는 온 몸으로 줍다' 멋진 표현 배우고 갑니다.
그런데 두 번째 시는....아, 도무지,무슨 소린지 모르겠습니다...ㅡ.,ㅡ

순오기 2010-05-13 01:25   좋아요 0 | URL
아~ 두번째 시는 충청도가 아니면 잘 못 알아 듣나요?ㅋㅋ

꿈꾸는섬 2010-05-12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아요.^^ 저도 찾아 읽어봐야겠어요.

순오기 2010-05-13 01:25   좋아요 0 | URL
좋지요~~~ 난, 너무 어두운 시보다 이런 풍자와 해학적인 시가 좋아요.

2010-05-12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5-13 01:26   좋아요 0 | URL
에구~ 늦게라도 받아서 다행이에요.
결국은 내가 주소를 잘못 써서 일어나 사단이었군요.ㅜㅜ
다음에 정확하게 쓸게요~ 고생하셨어요.

소나무집 2010-05-13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 알아들었습니다. 저도 친정이 충청도잖아요. 사투리 구수하네요. 그런데 요즘 친정에 가보면 저 정도로 사투리를 쓰지는 않으시더라구요. 같은 충청도라도 바닷가랑 육지 쪽이랑 말이 또 다르기도 하고 그래요.

순오기 2010-05-13 18:35   좋아요 0 | URL
후후~ 충청도는 역시 알아듣는군요.ㅋㅋ
전북 접경지역은 전라도 사투리랑도 많이 비슷하고요.^^

2010-05-13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5-13 18:39   좋아요 0 | URL
우와~ 학창시절 이정록 시인이 선생님이셨군요. 발문에 종례해달라는 고등학생 전화에 엉뚱한 답하는 에피소드도 나오거든요.^^
반갑습니다~ 그런데 어째 제가 부산인줄 아셨을까요?ㅋㅋ
저는 대놓고 빛고을이라고 홍보하는데요.^^

같은하늘 2010-05-13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입에 착착 감기네요.ㅎㅎ
근데 두번째 시 저도 통 뭔 소린지... 사투리에 너무 약해서...
찾아 볼라고했더니 일시품절이라네요. ㅜㅜ

순오기 2010-05-14 02:27   좋아요 0 | URL
말이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을 알면~~~~~~~~ 좋죠!!
사투리는 역시 그 지방에서 나고 자라야 완벽히 이해가 될 듯.ㅋㅋㅋ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 - 김이설 소설집
김이설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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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에 나누어 읽었다. 너무 참담하고 속이 울렁거려 많이는 못 읽겠더라. 오죽하면 이 책을 쓰고 작가는 몸져 눕지 않았을까, 얼굴도 모르는 작가의 안부까지 걱정했을까.... 

나는 거의 모든 책을 우리 아이들과 같이 읽는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나 파울로 코엘료의 11분을 아이들이 봐도 그냥 보게 놔뒀다. 문자 중독 수준인 중3 막내는 집에 오는 책을 제일 먼저 읽는 독자다. 그러나 이 책을 막내가 아직 안 읽었다는 것에 무한 감사했다. 앞으로도 우리 삼남매가 이 책은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엄마가 지정한 첫번째 금서다. 

물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여기에 나오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더 참혹하고 추악하다. 아이들이 눈뜨고 귀열면 이보다 더한 이야기도 얼마든지 보고 듣는다. 나영이 사건의 그놈이나 김길태 같은 인간은 비일비재하다. 온갖 거짓이 난무하는 정.관.재계의 돈과 권력을 이용한 파렴치함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애들에게 이 책을 읽히고 싶지는 않다.  

현실에서 온갖 추악하고 참혹한 일을 보는데 굳이 책에서까지 그런 상황을 겪는다는 게 두렵다. 사람들이 다 알지만 아무도 말하고 싶지 않은 이유도 불편하고 부끄러운 치부여서, 혹은 방관자로 살아가는 죄의식이나,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이 곪을대로 곪은 상처라서 그냥 덮어두자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이 '절대 괜찮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읽은 책 이야기조차 하고 싶지 않은 것은 산전수전 다 겪은 나이테에도 토할 거 같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여자의 삶과, 남자라는 동물에 대해 생각했다. 정말 이들은 그렇게 밖에 살 수 없었을까? 이 나이 되도록 살아온 내 삶도 참 파란만장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곤 나는 참 곱게 살았구나, 싶었다.

<나쁜피>를 읽었을 때도 가슴이 답답하고 힘들었지만, 주변에 비슷한 일을 겪은 이웃이 있어 공감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웃의 이야기를 리뷰에 썼다가, 누군가가 인터넷에서 보고 그 이웃을 알아챌까봐 지웠었다. 지금도 종종 만나는 그녀 이야기를 공개한다는 게 미안해서 입을 닫았지만, 이 소설집에 나오는 것처럼 참혹한 지경은 아니어도 비슷한 일을 겪는 이웃은 많다.  

끊임없이 바람을 피우는 남편 때문에 현장을 잡아 경찰서에 넣었던 그녀도, 이혼재판을 했지만 할 수없이 사는 그녀도, 생활비만 넉넉히 주면 밖에서 무슨 짓을 해도 간섭하지 않는 그녀도, 재산을 반으로 나누고 사실혼을 정리했지만 자녀들의 미래 때문에 서류를 정리하지 않은 그녀도, 배운 거 없다고 시부모와 남편에게 학대받는 그녀도, 10년의 불임으로 고통받다가 인공수정으로 간신히 딸을 얻고 기뻐했지만 남편의 외도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 스스로 나와 사는 그녀도, 아내에게 어찌나 심한 폭력을 휘두르는지 이웃들이 경찰을 불러야 부부싸움이 마무리되고, 결국 폭력을 못 견딘 아내가 죽은 척하자 정말 죽은 줄 알고 스스로 목을 맨 그 남편도, 이혼한 시동생 부부의 막둥이를 입양해 키우는 그녀도, 끝내 스스로의 삶을 마감한 그녀도... 내 주변에 있는 그녀들의 이야기만 모아도 소설 한 권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집은 내 이웃들이 겪은 최악의 상황보다 더한 최악을 그렸다. '도가니'를 읽으며 느꼈던 불편과는 또 다른 불편, 지나치다고 생각했던 '위저드 베이커리'의 불편함보다 더한 것들이 마구 드러난다. 열세 살 아이부터 20대의 대학생, 젊은 아내나 중년의 부인도, 때와 장소나 상대를 가리지 않고 자기 몸을 버려야 하는 그 모든 상황들이 너무나 참혹하다. 그런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이유도 천차만별이지만, 정말 그남자들은 상대가 누구고 장소가 어디건 가리지 않고 그렇게 배설해야만 하는 동물인가? 아주 간결하지만 리얼한 현실 그대로를 보여주는, 전혀 꾸미지 않은 18금 문장들이 턱턱 걸려서 토할 거 같았다. 곱게 자란 처녀들은 읽기가 버거울 거 같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세상엔 아름다움이 하나도 없고, 진실한 사랑은 더구나 없는 것처럼 느껴져 암담했다. 청춘이 뜨거운 젊은이들이 혹여라도 세상에 아름다움은 없노라 생각할까 싶어 무섭다. 어떻게 살든 목숨만 붙어 있으면 살아야 한다는 명제를 완성하기가 이렇게 참혹하단 말인가? 살아 있으니 '괜찮다'고 위로 할 수 없고, 그 누구의 삶에서도 위로 받을 수 없었다. 아픈 내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따뜻한 동화가 고프다.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독자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산 목숨은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고? 오늘 당신의 삶이 괜찮지 않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이렇게 끔찍한 삶도 있는데 당신의 삶은 얼마나 안전하고 행복한지 위안을 받으라? 오~NO! 요게 다는 아니지 싶은게, 내가 아둔해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알아 먹지 못한 건 분명하다. 내가 추구하는 문학에서의 희망과 위로를 얻지 못하고, 참혹하고 참담한 그네들의 삶만 보여서 우리 아이들은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청소년 소설 <느티는 아프다>를 집필한 이용포 작가는, 훗날 성장한 아들에게 읽히고 싶은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고 했다. 김이설 작가는 남들과 다른 이야기를 쓰겠다고 필명도 異說이라고 했다는데... 자신의 소설을 훗날 딸들이 읽어주기를 바라는지, 문득 엄마 마인드가 작동해 궁금하다. 리뷰를 이렇게 밖에 못 써서 작가에게는 조금 미안하다.  

이 리뷰는 내 취향을 얘기한 것이지 작품성에 대한 평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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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바람 2010-03-24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악의 상황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 나오다구요. 현실을 반영하는데 목적을 두었나봐요. 현실이 이렇다. 아는 것도 중요하잖아요.사실을 알아야 대안도 있으니... 하지만 저도 읽고 싶지는 않네요. 신문과 뉴스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하니까요.

2010-03-24 0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4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4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3-24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반납해야하는 책이 있어서 저도 아직 못 읽고 있어요.
그런데 '소설'이 그런게 아닐까 싶네요.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하고, 어쩌면 경험해보지 못할 그런 인생을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소설 같은 삶을 살았다'라는 말이 있듯이요.
순오기님 리뷰 읽으니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가지만 아무튼 어서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금서'라고 지정해놓으면 자녀분들께서 더 읽고 싶어질텐데... ^^

메르헨 2010-03-24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정이입 100%인 저는...리뷰만 봐도..오싹 합니다.
감히 펼치 생각을 못하겠네요.
그렇지만 좀 궁금하긴....합니다.^^;;

마녀고양이 2010-03-24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감정 이입이 심한 책이군요. 저번에 언니가 이책 추천 올리셨을때, 전 절대 안 읽겠노라고 다짐했는데. 여파가 큰 책이네요. 읽으려면 용기를 내서 읽어야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10-03-24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음 저는 못읽을 책이군요.
저도 이런책 읽으면 몇일씩 앓아누워요.

행복희망꿈 2010-03-24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못 읽겠군요.
영양력있는 순오기님의 리뷰가 독자를 자극할까요?^^
그렇지 않더라도 저는 이렇게 어두운 내용은 싫더라구요.
사실 도가니를 읽는것도 무척 힘들었거든요.
그래도 마지막 말씀에 공감이 갑니다.

무스탕 2010-03-24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와 [-] 모두를 주는 리뷰네요.
그녀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졌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녀의 이야기가 아플까봐 손대기 겁나기도 하고..


sophiako 2010-03-24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이야말로 굉장하시네요.
글 목록이 1232편이라니... 앞으로 차차 보고 배우겠습니다~~

순오기 2010-03-25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쓰고, 댓글을 보고 심란했는데...
오늘 땡스투가 들어와서 부담을 덜었네요.^^
2010-03-25 Thanks to [마이리뷰] 내 아이들에겐 금서로 지정한다. 90원

2010-03-25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03-28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받았지만 선뜻 손은 가질 않아요. 그래서 우선 즐겁고 재미있는 책들을 먼저 보려고 하네요. 그래도 읽긴 읽겠지요. 그런데 어째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이 겁이 좀 나네요. 그래도 읽어야겠지요.

순오기 2010-03-28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보기엔 좀 겁날지도...
우리 사는 세상이니 저항력과 면역력도 키워야지요.

락스 2010-03-31 12:1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후기기다렸는데 잘 읽었습니다.불편하고 고통스러운 독서가 되겠군요.
저는 김이설작가가 알라딘회원이라는데 더욱 놀랐답니다.
매일 서재를 들여다보며 참 멋있게 사는구나,아이들도 잘 키우고,책도 열심히 읽고..그녀가 보여주었던 예쁜모습만 기억하고 있는데 이렇게 독한 소설을 쓰다니 하면서 묘한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답니다.중앙일보에 올라온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이 작가였다니 하며 오래오래 바라봤던 기억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