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새겨진 팔만대장경의 비밀
박상진 지음 / 김영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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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특강으로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기록유산을 교재로 삼았는데, 깊이 있는 공부를 위해 관련도서를 보게 되었다. 나무조직학자인 박상진 교수가 팔만대장경판의 나무조각을 분석하여 그 비밀을 밝혀낸 책으로 사진과 표로 보여주는 자료가 많아서 좋다. 일반인을 위해 쓴 책이라 어렵지 않고 우리의 자랑거리인 팔만대장경에 관한 모든 걸 알아가는 게 즐거웠다. 정말 이 책을 안 읽었다면 '팔만대장경도 모르는 빨래판'이 될 뻔했다.^^ 빨래판이 되고 싶지 않은 분들은 필히 일독하시기를...

고려때 몽고의 침입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부처님의 말씀을 새긴 팔만대장경은 대역사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강화에서 만들어 해인사로 옮겼다는 것과, 자작나무로 만들어졌다는 오류를 밝혀냈다. 표본조사라 절대적이진 않지만 해인사 주변에서 자라는 산벚나무와 돌배나무가 70% 이상이고 거제수나무와 층층나무, 고로쇠나무, 후박나무, 사시나무, 소나무와 잣나무로 만들어졌다. 세포조직상 산벚나무는 경판을 새기기에 꼭 맞는 나무라고 한다. 나무질이 일정하고 세포 크기가 균일하며 너무 단단하거나 무른 나무도 좋지 않다고 한다. 자작나무는 추운 지방 높은 산에서 자라기 때문에 구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문헌에 등장하는 화(樺)는 자작나무 뿐 아니라 벚나무를 지칭하기도 했는데, 학자들이 그걸 간과하고 자작나무로만 번역해서 경판재질이 자작나무로 알려졌다고 한다.  (사진은 클릭하며 커집니다)

  

 

 

다시 새기는 팔만대장경에서는, 왜 팔만대장경을 새겼으며 얼마만한 나무가 사용되었는지 그 제작과정을 추적했다. 고려사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실린 자료를 근거로 밝혀냈다. 1231년 몽고군에 짓밟힌 고려는 무신정권의 실권자인 최우가 저항다운 저항도 하진 않고, 조정을 강화도로 옮겨 도망했다. 백성들은 버려진채 갖은 고초를 겪으며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었다. 조정은 백성들의 마음을 한 곳에 모을 이벤트가 필요했고, 최우는 1011년 거란침입시 초조대장경을 새기자 거란이 물러갔던 사실을 들어 팔만대장경을 새기게 했다. 고려사에 1251년(고종38년) 팔만대장경을 완성하고 노고를 치하하는 기념식을 가졌다는 기록이 있다. 조정의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최우와 최항 부자와 사위 정안이 재정적 지원을 하여 16년에 걸쳐 경판을 완성했다. 경판을 새긴 기간과 앞뒤 준비와 정리까지 1232년부터 1251년까지 20년이 걸렸다. 왕실이 실권이 없는 무인정권이라 최우는 강화도에서 계획과 경비조달을 주도한 실질 책임자였고, 충남 논산 개태사 주지 수지대사는 현장 책임자라는 기록이 보한집에 있다. 흥왕사의 천기와 30여명의 학승과 전문가 교정을 거쳐 경판작업이 진행되었다.   

 

 


경판의 탄생지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밝혀진다. 과연 팔만대장경은 강화도에서 만들어졌다면 언제 해인사로 옮겼을까? 대장경판에 남아있는 제작 장소의 증거는 무엇인지 알아냈는데, 결론은 경판 나무가 쉽게 구할 수 있는 산벚나무와 돌배나무 뿐 아니라, 따뜻한 남쪽에서 자라는 후박나무와 해인사 인근의 질좋은 거제수나무가 포함됐다는 것이 해인사 제작을 뒷받침한다. 또한 몽고군의 영향을 덜 받는 남해안이라야 가능하고, 이동시 마모의 흔적이 없다는 것도 해인사 자체 및 인근지역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사진은 산벚나무와 돌배나무)

 

 

경판이 완성된 1251년부터 750년 동안 옛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팔만대장경을 보존한 조상들의 지혜에도 경탄을 금치 못한다. 대장경판전의 뛰어난 건축기술은 유네스코에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록되었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수다라장과 법보전은 공기의 흐름까지 고려한 앞뒤면과 위아래의 살창 크기를 다르게 한 것, 흙바닥 그대로 경판을 보존하므로 습도를 조절했다는 과학적 근거를 밝혀냈다.  

 

 

조선시대부터 끊임없이 경판을 요구한 일본의 행태에 세종때는 경판을 주려고 했다는 기록에 놀랐고, 6.25때 해인사 일대의 폭격명령을 거부한 김영환대령의 용기로 지금까지 팔만대장경을 보존하게 되었으니, 자신의 목숨보다 팔만대장경의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긴 김영환 대령께 감사한다.  

환경의 소중함과 우리 문화재 가치도 모른채 4대강 삽질만 하는 정부는 '팔만대장경도 모르는 빨래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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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9-09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노란색 형광펜 부분 옳소!를 막 천만 번을 외쳐 드리고 싶습니다. 20년간이나 걸려 완성한 정말 하나의 눈물이군요. 산벚나무와 돌배나무 사진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영환 대령! 우아, 전시에 명령을 거부하다니 그래서 우리가 오늘날까지 팔만대장경을 간직 할 수 있게 된 거였군요...

순오기 2010-09-11 06:12   좋아요 0 | URL
팔만대장경의 가치를 알기 위해서도 읽어보면 좋아요.^^
빨래판 정부....ㅠ

하늘바람 2010-09-10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책 정말 자세해서 좋네요. 이렇게 자세한 정보는 처음보는 듯해요

순오기 2010-09-11 06:13   좋아요 0 | URL
정말이지 팔만대장경에 관한 모든 정보가 들어 있어요.

마노아 2010-09-10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 옳지만 마지막 문장이 가장 압권이에요. 빨래판 정부 같으니라고!

순오기 2010-09-11 06:13   좋아요 0 | URL
에잇~ 빨래판 정부 같으니라고!!

찌찌 2010-10-01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사책에서만 보았던 팔만대장경을 처음 보았습니다. 추석연휴 귀경길에 합천 해인사에 들러 팔만대장경을 보고 왔지요. 초행이었는데 가야산 공기도 청명하고 골도 깊더군요. 강화도에 있는 선원사에서 부처님의 힘으로 몽골군을 물리치기를 기원하면 "팔만대장경"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황량한 터만 남아 있지만 아주 큰 절 이었데요. 선원사에 보관되어 있던 것을 조선 태조 때 서울을 거쳐 합천 해인사로 옮겨 보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골 깊은 곳까지 대장경을 옮겼다하니 불심이 대단하죠. 저는 개인적으로 가톨릭신자지만 우리 것을 알아 갈수록 불교도 멋진 종교인것 같아요. (어린이문화재박물관- 문화재청)참고^^

순오기 2010-10-02 01:05   좋아요 0 | URL
이 책을 보시면 강화에서 만들어 해인사로 옮겼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했겠는가, 많은 의문을 제기하면서 해인사 주변에서 만들어졌들거라는 결론을 도출하지요. 책을 보면 저자의 의문과 결론에 공감하게 되고요.
 
아이와 함께 철학하기
프랑수아 갈리셰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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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프랑수아 갈리셰, 저자는 철학박사이자 교수로 철학의 대중화와 학교 철학 교육 운동에 앞장 선 분이다. 초등학교 장학관을 가르치는 협력관으로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생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며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철학을 뜻하는 philosolhy는 어원적으로 지식(혹은 지혜)의 사랑을 뜻한다. 우리말로 번역된 철학(哲學)에도 지혜라는 뜻이 담겼다. 내게 철학은 어려운 학문이다. 중고등학교의 윤리 시간에 주워 들은 것과, 대학교 1학년 때 교양과목으로 접한 '철학개론'이 전부다. 사실 철학자들 이름을 기억하는 것도 힘든데, 그들의 이론이나 학설을 이해하는 건 나한테 무리다. 그래서 이 책이 어렵지 않을까 살짝 걱정됐는데, 학자나 이론에 대한 설명이 붙어 있어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이 책은 '모두가 철학자'라는 말로 시작해 1부는 어린이를 위한 철학에 대해 이야기 한다. 프랑스 초등학교의 철학교육 사례를 들어가며, 어린이는 철학할 수 없다는 편견을 버리라고 말한다. 왜, 어린이에게 철학을 가르쳐야 하고,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무엇으로 철학을 토론할 것인지 얘기한다. 교실에서의 철학 토론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이 확장되는 걸 알 수 있었다.  

가정에서의 철학토론을 돕기 위한 조언을 새겨두었다.
진지하라, 인내심을 가지라, 보조자료를 활용하라,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라, 개입은 짧게 하고 끝내라, 구두 토론 후엔 글쓰기로 마무리하는 것까지.  

'아이들에게도 목소리가 있다!' 코너에선 아이들과 선생님이 나눈 대화로 실제적인 도움이 될 거 같고, '이번에는 여러분 차례!'에서는 내가 토론을 진행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 준다. 제목은 어린이와 함께 철학하기지만, 어린이보다는 교사나 부모를 위한 지침서로 좋겠다. 

  
 

2부는 함께 생각해볼 문제들이다.  
학교의 의미를 새겨보는 학교는 왜 다녀야 할까?
도덕 교육의 자유란 무엇인가?
시민의식 교육에 대한 우리는 모두 평등한가?
종교에 대한 문제로 무엇을 믿어야 하며, 내 종교가 네 종교보다 더 나은가?
주제별 이론적인 설명과 실제 학생들의 토론사례와 반응을 소개했고,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토론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아이들을 위한 철학 책이 있어야만 철학적 토론이 가능한 게 아니고, 텔레비전 뉴스나 신문 잡지에 실린 사진 혹은 아이들 만화에서도 얼마든지 철학 토론을 위한 주제와 질문을 찾아내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결국 교사와 부모가 얼마나 성의를 갖고 있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철학은 인내의 학문이라는데 토론을 할때는 아이가 혹은 자녀가 잘 다듬어지지 않은 이야기를 할때에도 기다려주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다. 나 역시 아이들 말을 귀담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다려주는 것도 연습해야겠다. 초등학교부터 체계적인 철학교육에 힘쓰는 프랑스가 부러운 독서로 끝내지 않으려면, 토론할 때 '저요, 저요!' 자신있게 손드는 아이로 키우고 생활에 실천하는 숙제를 해결해야 될 거 같다.^^

 

프랑스의 철학교육 사례를 배워 우리 가정과 학교에서 적용하고,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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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8-26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이네요. 저도 읽고 싶어요.
제가 현재 공부를 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생각이 많은데...
이런 책들로 아이들과 토론, 멋지네여.. 이런 것들도.

사회 복지도 고려해야 할까여? ㅠㅠ. 한우물 파기도 어려운데.

순오기 2010-08-26 17:43   좋아요 0 | URL
마고님은 충분히 철학적인거 같은데...
심리학으로 한우물 파서 우리한테 퍼 주세요!^^

gimssim 2010-08-26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서재에 가면 눈팅만 해도 책 한 권은 건질 수 있다는 소문 듣고 왔습니다.
지치지도 않는 님의 정열에 그저 감탄입니다.

아이들에게 철학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 실존의 근간을 이루는 학문이잖아요.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는 것이겠지요.
철학공부 철저히!

순오기 2010-08-26 17:46   좋아요 1 | URL
하하~ 나비, 아니 ...님이 올린 페이퍼를 보셨군요.ㅋㅋ
사실 본인이 찾지 않는 서재나 알라딘 이벤트는 잘 몰라서 참여를 못하니까
제가 아는 이벤트를 참여하라고 알려드리는 것 뿐이에요.^^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토론 경험이 많은 아이들은 확실히 논리정연해지는 거 같아요.

꿈꾸는섬 2010-08-26 1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책이에요. 저에게도 필요한 책이네요.^^

순오기 2010-08-26 17:50   좋아요 1 | URL
책을 읽고 내 생활에 적용하기가 중요한데 그게 또 쉽지 않으니 문제에요.
우리 막내는 고딩인 선배들과 한 달에 2회 토론회를 하는데, 책도 읽고 다양한 주제를 토론해서 좋다고 하네요. 학교에서 보내주는 몬테크리스토 백작 뮤지컬도 토론 모임과 겹치니까 뮤지컬을 포기하는데~ 그 책임감에 엄마로서 감동됐어요.^^

양철나무꾼 2010-08-26 1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논리적으로 또박또박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친구들이 제일 부러워요.

그런데,그러기 위해선...
우리들의 오랜 관행에서 탈피하여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줄 필요가 있게죠.

아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고,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순오기 2010-08-26 17:51   좋아요 1 | URL
맞아요, 뭐라고 하면 '말대꾸야!'버럭~ 하는 것부터 바꿔야죠.ㅠㅠ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부모, 선생님, 어른들....우리 모두가 해당되죠.

blanca 2010-08-26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이런 책이군요...안그래도 궁금했어요. 좋은 소개글 감사합니다.^^초등학생을 둔 부모님들이 읽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건데 우리나라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아요...오직 학습성과만 강조하고...애들이 가여워요..두렵기도 합니다.

순오기 2010-08-27 01:21   좋아요 1 | URL
부모와 교사들이 읽고 적용하면 좋을 거 같아요.
우리 교육은 백년대계가 아니라 요즘은 일년소계 같죠.ㅜㅜ

2010-08-28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삼성을 생각한다 2 - 그 이어지는 이야기
사회평론 편집부 엮음 / 사회평론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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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는 신문 광고도 내지 못했는데, 독자들의 호응은 대단했다. 자발적으로 광고를 하거나 구매를 독려하며 책선물을 하는 등 뜨거웠다. 나도 고등학교와 마을 독서회 토론도서로 선정하고 지인들에게도 선물했으며, 25만부를 발행하는 인터파크 월간 북피니언 6월호에 이 책을 추천했으니 미약하나마 일조를 한 셈이다.^^    

 

이 책은 <삼성을 생각한다>의 출간 이유와 출간 이후의 풍경을 보여준다. 김용철 변호사의 원고가 몇몇 출판사의 거절로 녹색평론에 오게 됐으며, 어떤 과정과 수고를 거쳐 출판하게 되었는지도 알려준다. 출간 이후 일간지를 비롯한 인터넷 매체나 지하철 광고조차도, 광고를 거부한 참담한 현실도 알려준다. 국내외 언론 매체에 실린 <삼성을 생각한다> 출간 이후 관련 기사를 소개했는데, 다양한 이유를 댄 광고거부 사태는 어느 언론사도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자본의 지배하에서 신문사가 광고를 못 얻을까봐 눈치를 보는 현실은, 삼성이 그 무엇보다도 거대한 권력을 가진 집단이라는 걸 보여준다. 언론은 삼성의 눈치를 보느라 광고를 거부할 뿐 아니라, 기사에서도 암묵적으로 침묵한다. 참다운 언론의 역할을 생각하면 참 서글프고 암담하다.   

"아무 책이나 광고할 순 없지 않느냐"며 버럭한 <조선일보>. "누굴 잡으려고 이러느냐"며 흥분해서 화를 내는 <중앙일보>. 그저 "미안하다"고만 하는 <매일경제>. 뜬금없이 "단가가 맞지 않다"는 <동아일보>. 반응은 달랐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삼성에 해가 되는 광고는 실을 수 없다는 거였다. – 49~50쪽  

 

표지 디자인은 제목에 담긴 긍정, 고급스러움, 품위 등을 키워드로, 수십 가지의 문양을 거쳐 삼성의 CI를 아이콘 느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출판사는 잘나가면 3만부 정도 생각했는데, 광고거부사태가 오히러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와 10만부가 금세 나갔고 이젠 15만 20만을 넘어 백만부까지 생각한다는... 오른쪽은 모든 언론사가 광고를 거부한 광고 원안이다.  

서울에선 외면, 뉴욕에선 집중이라는 제목으로 외국 매체에 실린 기사도 소개한다. 뉴욕타임스는 '삼성은 한국에선 신성불가침의 회사이다. 그럼에도 믿을 수 없는 회사로 취급된다. 책 출간 후 주요신문과 웹사이트는 그 책의 광고를 거부했다. 몇몇 간행물만이 그 리뷰를 실었지만, 블로그와 트위터의 강력한 입소문에 힘입어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소개했다.NYT와 BBC,블룸버그통신 등 취재를 요청했고, 해외판권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미국, 일본, 중국의 출판사가 특히 관심을 나타냈다. 국내에서의 광고거부사태는 오히려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한겨레,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가 광고를 거부한 소식을 프레시안,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등 온라인 매체에 알려진 2월 1일 저녁부터 트위터 사용자들이 트윗과 리트윗으로 하룻밤 사이에 수만명에게 알려졌다. 트위터와 블로거를 중심으로 자발적 광고와 판매독려가 전달되었고, 거부당한 광고원안 역시 트위터들이 퍼나르며 십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보게 되었다. 온라인 상에서의 폭발적인 반응 덕분에 출간 일주일이 안되어 어떤 책보다 유명한 책이 되었다. 매체에 실린 기사와 자발적으로 호응한 트위터와 블로그가 소개되었다. 

 
 

후반부는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의 김용철 변호사 인터뷰가 실렸는데 <삼성을 생각한다> 책 이야기가 아닌 인간 김용철에 대한 이야기다. 직설적인 물음에 직설적인 대답으로 폭소를 자아낸 인터뷰 기사에 읽는 나도 즐거웠다. 김용철의 성장과 집안 이야기 등 사적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고, 검사가 아니었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검찰조직의 마인드까지 알 수 있었다.  

 

검찰은 임명권자인 대통령께 복종하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과장급인 강금실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순간 검찰은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고, 검찰에서 보고하는 청와대 팩스선을 끊어버려 검찰의 존재감을 무시했다는 것도 비위를 거슬린 일이라고. 또한 보호감찰 대상자였던 노무현이 한달에 한번씩 와서 반성문을 쓰던 사람이라는 만만함도 작용했을 거란다. 검찰은 수사를 진행하면서 모든 정보를 모으지만, 필요한 정보만 쓰고 움켜쥐고 있다 결정적일 때 한방에 보낼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도 집권이 끝나면, '해준게 뭐가 있다고 우리를 개처럼 만들었냐' 당할 수 있다고 한다. 무제한의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집단은 권력은 통제돼야 하고, 검찰청장과 지검장을 주민직선제로 한다면 최소한 국민의 눈치를 보게 될 거라고 한다.  

 
인터뷰 최고의 압권은,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생기면 답답해 한다는 이건희 부자, 그들을 이기려면 돈에만 강해져 버리면 걔들 아무것도 아니란다. 더구나 형벌이나 처벌을 굉장히 두려워하여 하는데, 그런 위치에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진짜로 덜덜 떤다고... 사돈이나 조카가 구속될 때, 형무소도 좀 섭외하고 관리하라고.  

이런 마인드를 가진 이건희 부자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알지 못하는 전형적인 졸부가 아닐런지... 

 

*급하게 만들었는지 오타가 많이 보여서 별 하나 감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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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8-01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자니 씁쓸해요. 순오기님 덕분에 1.2권을 둘 다 맛보기 했네요. 저도 나중에 찾아 읽어야겠어요. 도서관에 신청해 두었거든요.^^

순오기 2010-08-02 10:18   좋아요 1 | URL
삼성을 생각한다, 출간 이후에 일어난 일의 총체적 기록이라 의있어어요.
딴지와의 인터뷰는 최고였고요.^^

양철나무꾼 2010-08-02 0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타가 많아서,오히려 되짚어 읽었어요~^^

순오기 2010-08-02 10:18   좋아요 2 | URL
오타는 편집자의 책임이겠죠.ㅜㅜ

마녀고양이 2010-08-02 1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삼성이 싫은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얼마나 싫어질까 겁나네요.
그래도 한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여. 이거랑 우리나라 검사 이야기 두권짜리 있던데.. 그거랑.

순오기 2010-08-03 00:10   좋아요 2 | URL
이거 읽으면 완전 뒤집어 집니다.ㅜㅜ
실체를 제대로 알려면 꼭 읽어보세요.

마태우스 2010-08-03 15: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거 안읽으려다 장바구니에 넣야겠군요. 의외로 재밌겠군요!

순오기 2010-08-03 18:01   좋아요 2 | URL
신문 기사는 대략 아는 내용이지만 다양한 반응과 딴지 인터뷰가 재밌었어요.
 
하하 엄마처럼 하하하 - 융드옥정이 들려주는 유쾌한 삶의 스토리
김옥정 지음 / 꽃삽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무한도전 화보 촬영에 융드레스를 입고 나와 융드옥정이란 별명을 얻은 하하엄마가 낸 책이다. 하하가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도 안하지만, 유명세에 편승해 연예인들이 책 한 권 뚝딱 내는 부류의 책을 곱게 보지 않는다. 이 책은 00공원 월간 북피니언 6월호 ’이달의 서재’에 소개되고 선물로 받은 책인데, 6월에 친정엄마 생신쇠러 인천 가면서 차에서 가볍게 읽었다. 행간이 넓어서 읽기에 편하고 술술 잘 넘어간다.

하하 엄마가 목사인 줄은 몰랐는데, 목회를 하면서 엔터테이먼트 회사를 운영하는 재주꾼이다. 엄마와 아내, 목사, 교수, 이웃들과의 교제까지 일인오역의 긍정적 마인드를 가진 생활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유복한 환경과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공주였는데, 고등학교 때 가산이 기울었지만 자연에서 위대한 힘을 배웠다는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꿈이 많은 소녀, 도전을 겁내지 않는 용기, 긍정이 만들어내는 즐거운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으로 하하 남매가 엄마의 예능적 유전인자를 받은 듯하다.  

하하가 잘 키운 아들로 엄친아 반열에 들어가는지 모르지만, 성장기나 성인이 되어서도 남을 배려하고 돕는 걸 보면 반듯하게 잘 키운 아들이구나, 인정했다. 아이들이 잘못했다는 걸 알게 하면서도 위축되지 않도록, 파티를 열어 맛있는 것을 먹으며 잘못한 일에 대해 '다시 그러지 말자'는 다짐을 받는다는 '다시 안그러기 파티'는 좋은 교육법인 듯, 이런 방법을 가정에서 적용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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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7-29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목사님 이셨군요. 인자해 보이더라니. ㅎㅎ
엄마의 유머를 고스란히 하하가 닮은듯. 모자사이 참 좋아 보여요^*^

순오기 2010-07-30 01:22   좋아요 0 | URL
연세대신학원 나왔더군요. 자랑스런 연세인 상도 받았고...
엄마의 유쾌한 마인드를 닮았나 봐요.ㅋㅋ

pjy 2010-07-29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는 안그러기 파티! 역시 제목이 좋아야 교육효과도 높은거죠^^

순오기 2010-07-30 01:23   좋아요 0 | URL
좋은 교육법이 많이 나오는데, 마라톤에 600자평 쓴거라 간단 명료합니다.ㅋㅋ

마노아 2010-07-30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안 그러기 파티! 제목부터 훌륭한 걸요. 누군지 언뜻 안 떠올랐는데 융 드레스 입고 나왔단 얘길 들으니 얼핏 생각나요. 드레스 입었는데 맨발이었던 그 분..^^

순오기 2010-07-30 12:45   좋아요 0 | URL
예~ 바로 그분이요. 유쾌한 목사님이더라고요.ㅋㅋ
 
김예슬 선언 -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김예슬 지음 / 느린걸음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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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선 마음이 심란해지는 글이다. 2010년 3월 10일, '오늘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는 고려대 경영학교 3학년 김예슬의 대자보가 붙었을 때, 삼남매 블로그에 옮겨 놓은 큰딸 덕분에 내용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좀 더 깊이있게 내면을 들여다 보고 싶었다. 나 역시 3학년이 되는 큰딸이 회의와 갈등으로 휴학하고 싶다는 걸 들어주지 않은 엄마지만, 젊은이들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제대로 알아야 할 것 같아 의무감에 구입했다.   

김예슬, 참 똑똑한 학생이고 크게 될 인물이다. 세상을 보는 통찰력과 현실을 직시할 줄 아는 지혜도 있다. 결코 잘난체하지 않는 겸손함이 묻어난다. 우리 속담의 '될성 부른 나무'로 봐도 좋을 거 같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G세대로 '빛나거나' 88만원 세대로 '빚내거나', 그 양극화의 틈새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하는 20대. 그저 무언가 잘못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불안과 좌절감에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20대. 그 20대의 한 가운데에서 다른 길은 이것밖에 없다는 마지막 남은 믿음으로......

고대생 김예슬은 우수한 경주마로 트랙을 함께 질주하는 무수한 친구들을 제치고 넘어뜨리며 소위 '명문대 입학'이라는 첫 관문을 통과했는데... 다리에 힘이 빠지고 심장이 뛰지 않는다고 말한다.큰 배움도 큰 물음도 없는 대학大學없는 대학에서, 나는 누구인지, 왜 사는지, 무엇이 진리인지 물을 수 없었고. 우정도 낭만도 사제간의 믿음도 찾을 수 없었고, 가장 순수한 시절 불의에 대한 저항도 꿈꿀 수 없었다고...  

스무살이 되어서도 꿈을 찾는 게 꿈이어서 억울하고, 자유는 두려움에 팔고 정의는 이익에 팔아버린 채, 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대학으로 전락한 현실을 거부하는 용기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지만... 내 자식이 이렇게 한다면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한다고 만류했을 게 솔직한 심정이다. 예슬이도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고생하시는 부모님께 죄송하고, 졸업만 해달라고 하소연하는 부모님 때문에 몇 번이고 포기하곤 했었다고 한다. 지금도 눈물 짓고 계실 부모님 생각만 하면 흔들린다고...  

"명박산성보다 더 무서운 부모산성 넘기" 

예슬은 부모님 세대를, 자신들의 삶을 바쳐 일하고 싸우고 눈물로 이룩한 경제성장과 민주화, 세계가 부러워 할 풍요와 자유를 제공했지만, IMF를 겪으면서 벼랑 끝에서 '무조건 돈이 있어야겠구나' 절감했을 거라고 이해한다. 잔인한 세계화와 사회 양극화는 각자 살아남기에 힘을 쏟아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밥벌이를 못하고, 꿈도 없고 도전 정신도 없다고 질타하지만,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뭘 잘 할 수 있는지 찾아보게 놔 두기나 했느냐고 묻는다. 부끄럽게도 우리 교육현실이나 부모들 뜻대로 설정한 목표치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예슬이는 세상의 모든 좋은 부모님들, 특히 진보적이라는 부모님들께 부탁한다. 

 
제발 자녀를 자유롭게 놓아 주십시오. 당신의 몸을 빌어 왔지만 그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신성하고 고유한 존재이지 당신의 소유가 아닙니다. 아이를 위해 '좋은 부모'가 되려 하지 말고 당신의 '좋은 삶'을 사십시오. 당신이 하고 싶은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 아닙니다. (중략). 집단적 두려움에 질린 부모들의 두려운 사랑으로 두려움에 가득 찬 아이로 만들어 내지 마십시오. '사랑의 이름'으로 길들이며 자율성의 자기 날개를 꺾어버리지 마십시오. 당신은 결코 아이의 미래를 대신 살아줄 수 없습니다. 

쓸모있는 상품으로 간택되기 보다 인간의 길을 선택한 예슬이의 행동이, 진정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잘못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모두 휩쓸려가는 세상, 그 대열에서 탈주하고 저항하는 몸짓이 성숙한 사회로 변화시키는 작은 씨앗이 되기를 바라며 예슬이가 꿈꾸는 삶의 대학을 세워가기를.... 

우리 대학은 입학시헙이 없다.
우리는 졸업장도 자격증도 없다.
당연히 교수도 캠펴스도 없다.  

입학시험응 없지만
진정한 자신을 살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이 필요하다.
졸업장과 자격증은 없지만
일생을 함께할 자신감과 좋은 벗들이 주어진다.
교수는 없지만
숨은 현자와 장인의 세계의 토박이 지성들이 우리의 교수다. 
캠퍼스는 없지만
온 국토와 지구망를과 삶의 현장은 우리의 캠퍼스다. 

교과목은 다음과 같다.
발목이 시리도록 대지를 걷고
계절의 길을 거닐며 야생자연을 탐헌한다.
자기 몸의 소리에 귀 기우리고
스스로 치유할 줄 아는 건강법을 익힌다. 

.

지금 여기, 단단하고 건강한 토종씨앗처럼
빛과 사랑의 아이들이 스스로 키워온
희망의 씨앗이 퍼져 나간다.
이런 빛나는 삶의 대학 하나 세워가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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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ek 2010-07-13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대로 '부모산성'을 뛰어넘긴 참 힘들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군대를 갔다오면, 대학을 졸업해서 취업을 하면, 아니, 결혼을 하면! 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역시나 쉽지 않네요. 부모와 나, 각자 바라는 상(像)이 달라 그런것도 있겠지만, 때로는 아직까지도 저당잡히고 살아가는 것 같은 느김이 들어요. 좋지 않은 생각이지만.

김예슬 씨는 힘든 이 길을 잘 헤쳐나가길 빕니다!

순오기 2010-07-14 02:09   좋아요 0 | URL
부모산성~ 저를 포함해 대단한 위력이죠.ㅜㅜ
김예슬은 잘 해낼거라 믿어요.

2010-07-13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4 0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07-13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김예슬 양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고대 타이틀 정도는 가뿐히 뛰어넘을 저력이 있기에 저런 결단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부모도 문제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파악할 생각없이 기성 세대만 탓하는 학생도 문제가 있겠죠. 대화가 우선인거 같습니다.

순오기 2010-07-14 02:13   좋아요 0 | URL
자신이 원하는 거, 잘하는 게 뭔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지도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지요. 김예슬은 잘 해낼거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