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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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광주인화학교의 성폭행 사건을 소설화했다. 당시 방송된 피디수첩도 봤기에 이 책을 보기가 두려워 예약주문을 했으면서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러나 8월 28일 광주에 온 공지영 작가를 만나기 위해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뷰를 쓸 수 없던 책이다.

’구속된 가해자들의 마지막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다는 판결을 수화로 들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 한 줄 신문기사를 본 공지영 작가는, 그들의 비명소리를 들은 듯했고 가시에 찔린 듯 아파서 다른 소설을 쓸 수 없었다고 한다. 1년 이상의 세월을 바쳐가며 이 소설을 쓰기 위한 취재와 집필을 하면서 그들을 위해 기도했고 여러번 아팠다고 한다. 삶과 현실은 참담함이나 거룩함에 있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고 하는데, 정말 현실은 우리의 상상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이 책을 읽으며 너무나 참담한 현실에 기가막혀 눈물이 났다.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무서운 세상이다. 쌍둥이 형제로 묘사된 교장과 행정실장이 어린 장애아들을 유린하는 그 파렴치함이라니 하늘이 부끄럽고 무섭지 않단 말이냐? 법정싸움을 벌이는 것도 뻔히 그들의 범죄를 아는 판사와 검사와 변호인들이 모두 한통속이 되어 있는자의 편에서 무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꼴이라니 정말 구역질 났다. 책 속에서 서유진은 우리나라가 이렇게 후진 줄 몰랐다고 절규한다. 정말 우리나라는 오늘도 여전히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세상이다.

이 땅에 정의는 살아 있는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자신을 바꾸려는 세상과 싸우는 것’이라는 서유진의 말에 공감한다. 끝내 천막까지 뜯기며 시위하던 그들에게 가지 못하고, 아내와 서울로 돌아가는 강인호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불의에 분노하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들의 편에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에는 소극적인 우리들, 부끄럽게도 동참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강인호는 바로 우리들이다. 그래서 너무나 불편하고 속상하고 가슴이 터질듯한 책읽기였다.

자애학교 아이들은 세상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신체와 지적장애를 가졌어도 자신들도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한다. 그래, 세상 사람은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장애자다. 홀로는 쓸쓸하고 더불어 있어도 외로운 사람들이지만, 세상 사람들의 양심에 호소하여 정의가 살아나도록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소설은 막을 내렸지만 빛고을에 둥지를 튼 홀더 식구들은 함께 사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실천하며 오늘도 소망을 가꿔가는 살아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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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싹 2009-11-29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많은 방문객을 가지신 서재네요.
순오기님 잘 지내셨죠?
오랫만에 놀러왔어요.
개인적으로 바쁜 일이 많아 서재에 먼지가 자꾸 쌓여가네요.
이 책은 읽어야지 하면서도 계속 미루게 되는...
이미 순오기님의 추천으로 내용은 알 듯하지만요.

순오기 2009-11-29 20:18   좋아요 0 | URL
어머~ 바쁘신 잎싹님이 예까지 와 주셨군요.^^
시간이 너무 빨리 가버려서 벌써 연말이네요.ㅜㅜ
바쁜 일은 항상 첩첩산중이지요.^^

2009-11-29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29 2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풍경과 상처 - 김훈 기행산문집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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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에 가기 전 이 책을 사서 사인을 받을까 망설이다가 그냥 갔다. 강연에서 "인간을 관찰하기 전에 풍경으로 본다"는 말에 구입했는데, 작가에게 하고 싶은 말은 딱 한마디다. 
"김훈 작가님, 이제 이런 문장을 쓰지 않으니 정말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식의 문장을 썼다면 나는 그의 팬이 되지 못했을 게 분명하다. 이태준의 '문장강화'에서 말하는 화려체와 만연체의 문장이라면 감이 잡히려나. 게다가 한자어의 과잉도 책 읽기를 힘들게 한 요인중 하나였다. 헤밍웨이는 짧은 문장의 작가다. 김훈의 글도 지금은 짧은 문장이지만 이 책은 1994년 초판이고 작가 스스로도 완성이 아닌 흔적이라 했다. 2009년 개정판에 쓴 작가 후기는, 김훈을 사랑하는 독자에게 참 다행한 일이다.^^ 

   
  오래 전에 쓴 글이다. 여기에 묶인 글을 쓰던 시절에 나는 언어를 물감처럼 주물러서 내 사유의 무늬를 그리려 했다. 화가가 팔레트 위에서 없었던 색을 빚어내듯이 나는 이미지와 사유가 서로 스며서 태어나는 새로운 언어를 도모하였다.( 중략) 나는 이제 이런 문장을 쓰지 않는다. 나는 삶의 일상성과 구체성을 추수하듯이 챙기는 글을 쓰려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나랑 7년째 독서회 활동을 같이 하는 *숙이가 생각났다. 그녀는 거미가 똥꼬에서 거미줄을 뽑아내듯 화려한 문장을 줄줄줄 엮어낸다. 수식에 수식을 더하여 2중 3중의 복문이라 읽고 나면,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되돌아가 다시 읽어야 하는데, 김훈의 '풍경과 상처'에 실린 글들이 그랬다. 이걸 읽어내는데 일주일이나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확 남는 문장은 떠오르지 않아 밑줄 그어진 곳을 찾아야 했다.    

그는 서문에서 "나에게, 풍경은 상처를 경유해서만 해석되고 인지된다. (중략) 그러므로 모든 풍경은 상처의 풍경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게는 '풍경은 추억이다' 그래서 내가 가본 곳을 먼저 골라 읽었다. 다산초당, 소쇄원, 강진, 담양.수북, 한강, 질마재, 파주.문산, 소래.부안, 섬진강.구례.하동, 운주사는 가본 곳이고, 전군가도/사이판, 을숙도, 경주 남산, 울진 월송정.망양정, 북한산, 남해 금산. 행주산성, 동해/후포, 서해/오이도, 서해/대부도, 울진 성류굴은 가보지 못했다.

기행산문집이지만 그가 본 풍경의 아름다움을 풀어낸 글이 아니다. 상처를 통한 풍경보기로 그의 사유가 집약된 글이다. 소설과 다르게 산문집은 작가의 속살을 만지듯 작가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지만, 이 책은 김훈을 알아내기도 어렵고 그의 사유에 접근하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내가 제대로 읽고 있는지, 그가 뭘 얘기하는지 몰라 되짚어 읽기를 반복했다. 여튼 쉽지 않았지만 다산과 정약전, 조광조와 소쇄원의 양산보, 삼전도 굴욕으로 숨어 들어간 윤선도의 보길도, 미당의 질마재, 운주사의 보살들, 구석기 움집의 추억으로 남은 한옥의 부엌에 대한 글은 알아 들을만했다. 

글 속에서 만나는 황지우, 김명인, 소월, 이성복, 미당, 천상병, 정현종 시인에 대한 글은 비교적 알아 듣기 수월했다. 한때 정현종 시인을 좋아했는데 천양희 시인을 아프게 했던 그의 이력을 알곤 마음에서 내쳤던 시인이다. 여기 '신바람'이라는 시에서 '미친놈처럼 헤매는'이라는 싯구를 보면서도 '그가 딴 여자에 미쳐 돌아가던 때였을까'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천상병 시인은 천재를 바보로 만든 잔인한 정치에 희생됐지만, 부인 목순옥 여사의 극진한 보살핌은 남들의 부러움을 살만한 삶이기에 조금 위로가 된다. 신경숙의 문체에 대한 글은 거론된 '풍금이 있던 자리, 배드민턴 치는 여자'를 읽지 않아서 알아 듣지 못했다.

그는 산문집 '바다의 기별'에서도 '고향이라는 어휘가 물고 늘어지는 정한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기서는 아주 표독스럽게 표현했다가 철회하는데,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글이라 옮긴다.^^

   
 

나는 고향에 관한 사람들의 그리움 섞인 이야기나 문학과 유행가 속에 나오는 고향 이야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그것들을 경멸한다. 증오한다라고 쓰려다가 경멸한다라고 썼다. 내 고향은 서울 종로구 청운동이다. 그 먼지 나는 거리에서 나는 자랐다.(중략) 나는 전원이나 농촌을 고향으로 가진 사람들이 제 고향의 논두렁 밭두렁, 바다나 산이나 시냇물, 언덕 정자 나무들을 육친화하듯이, 내 '고향'의 도시 구조물들이나 내 유년의 이웃들을 육친화할 수는 없었다.(109쪽) 

고향에 집착하는 인간을 경멸한다는, 내 서두의 헛된 진술을 나는 이제 파기한다. 나는 속으로 운다. 나는 다시 쓰겠다. 나는 고향일 수 없는 고향에 마음 쓸리우면서 새롭게 고향을 세우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내 고향 서울 종로구는 자동차와 먼지뿐이다.(118쪽)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이제 고향이 아닌 곳에서 고향을 만들어가야 하리라. 나도 고향이 아닌 빛고을에서 20년을 살다보니, 이젠 내고향보다 더 정든 '진짜 고향'이 되었다. 빛고을의 풍경 또한 내겐 상처가 아닌 지워지지 않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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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09-11-29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김훈님이 만연체를 쓰셨다니 충격입니다. 작가도 진화하는 게 맞나봐요. 저도 문장을 두 번 읽어야 하는 작가의 책을 제일 싫어하는데. 저도 모르게 제가 만연체를 즐겨 쓰고 있더라구요. 고쳐야 할 점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발전도 할 수 있다는 얘기겠지요?

순오기 2009-11-30 00:01   좋아요 1 | URL
하여간 한 문장이 겁나게 깁니다~~ 그래서 무슨 말인가 알아내려면 되짚어 읽어야 했지요.^^

조선인 2009-11-30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바로 '풍경과 상처' 때문에 김훈 작가를 읽게 됐는데, 마노아님도 순오기님도 마음에 안 드셨다니 좀 아쉽네요.

순오기 2009-11-30 17:00   좋아요 0 | URL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까닭이겠죠.^^
마노아님이 어디에 나오나요?ㅋㅋ

마노아 2009-12-01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내가 읽은 책과 세상' 읽을 때 문장에 허걱했어요. 김훈에게 반했던 그 짧고도 강렬한 문체가 아니라 너무 긴 호흡에 어려운 한자어에, 지쳐나가 떨어지더라구요. 그해에 첫 책이어서 일년 독서가 힘들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순오기 2009-12-01 00:50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이 여기 있었군요.ㅋㅋ
김훈 같은 대가도 초창기엔 저런 문장을 썼구나, 읽기는 힘들었어도 좀 위로되지 않나요?ㅋㅋ

Tomek 2009-12-04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자전거 여행』읽었을 때 쓰러졌습니다. 이거 분명 기행문이라고 했는데 왜 맛집 얘기나 지역 이야기는 없고 밥상 머리에서 냉이국을 먹으면서 국물과 된장과 봄나물의 상관관계를 얘기하고 인간도 피부에 엽록소가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는 것인지... 읽기 과정은 힘들었지만, 힘들게 읽고 나니, 제가 그동안 책을 대했던 자세가 바뀌더군요. 이젠 이런 템포의 글을 쓰지 않으니 조금(아주최큼) 아쉽습니다. ^.^;

순오기 2009-12-05 00:49   좋아요 0 | URL
자전거 여행은 두세 개만 골라 읽고 제대로 안 읽어서 몰라요.
하하~ 이런 글을 안써서 님은 아주최큼 아쉽군요.^^

 
엄마 마중 - 유년동화
김동성 그림, 이태준 글 / 한길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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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접한 게 몇 년 전이었을까? 서지사항 아래 "1938년 간행된 '조선아동문학전집'을 원전으로 삼았다"는 일러두기 때문인지,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는 식민지 조선이고, 아이가 기다리는 엄마는 해방된 조선으로 인식되었다. 처음 이렇게 다가온 그림책은 여러번 다시 봐도 여전히 같은 의미로만 읽혔다.  

1938년이라면 민족말살통치 기간으로 조선을 병참기지화하고 민족문화를 말살하던 때였으니, 핍박이 강해질수록 조국의 해방을 포기하고 체념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해방을 기다리는 희망 하나로 견디고 있을 동포에게 낙심치 말라고 쓴 글이 아닐까?

상허 이태준은 일제강점기 조선의 현실이 아니라, 단순히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를 그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해석은 독자의 몫이기에 나혼자 시대적인 의미로 읽어내고는 콧날이 시큰거렸다. 담채화로 색깔이 절제된 보기엔 평화로운 마을 전경이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펼쳐기 전에 나온 배경이라 또 내 맘대로, 1930년대 강점기 경성이라고 해석한다.   



엄마를 애타게 기다려본 유년의 추억이 있다면, 추운 날 전차 정류장에서 코가 새빨개지도록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에게 맘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아~ 엄마는 왜 오지 않는 걸까? 전차가 하나, 둘, 셋~ 자꾸 지나 가지만 엄마는 오지 않는다. 정류장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달라진 모습으로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사람들 뒷전에 앉아 뭔가 끄적이는 아이, 기다리는 엄마를 그리는 걸까?  



땡땡 전차는 들어오지만 기다리는 엄마는 오지 않는다. 땅바닥에 엄마를 그려가며 기다리던 아이는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정류장 표지판을 잡고 지루함을 달랜다. 



전차가 올때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차장에게 물어보지만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땡땡 소리내며 그냥 지나쳐갈 뿐이다. 아이는 이젠 사람들 앞으로 나서 쪼그리고 앉았다. 엄마는 왜 오지 않는 걸까? 아이의 기다림에 감정이입 된 독자는 덩달아 긴장감으로 팽팽해진다.



그냥 가버린 차장과 다르게 세 번째 온 전차 차장은 친절하게 내려와서 타이른다.
"오! 엄마를 기다리는 아기구나. 다칠라, 너희 엄마 오시도록 한 군데만 가만히 섰거라, 응?"



그냥 가버린 차장과 친절한 차장은 무얼 의미하는지 헤아려 본다. 그냥 가버린 차장은 조선의 해방을 믿지 않는 사람, 세번째 차장은 엄마가 꼭 오실 거라 믿는 아이를 격려하는 것처럼 해방조선을 믿는 사람일까? 아이가 기다리는 정류장 풍경은 30년대 조선 경성을 되살려 낸 듯, 당시 옷차림을 알 수 있는 사람들과 손수레와 자전거도 보인다. 희망전자, 우성의원, 종로식당, 마산정공사, 진미국수, 코니상회, 태양성냥, 저 멀리 동양구락부까지 보인다.  



아이는 바람이 불어도 꼼짝 안 하고 전차가 와도 다시는 묻지 않고, 코만 새빨개서 가만히 서 있다. 야속한 하늘은 눈발까지 날린다. 아이가 따뜻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엄마가 빨리 왔으면...... 기다리는 엄마가 더디 오는 것처럼 조선의 해방도 쉽게 오지 않는다고 말하는 듯. 하지만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엄마를 기다린다. 기어이 엄마가 오실때까지......




일부 독자들은, 엄마마중 온 아이가 끝내 엄마를 만나지 못한 줄 알고 책을 덮는다. 아이가 기다리는 엄마를 '조선의 해방'으로 생각해도 무리가 없는지 우리 막내와 6학년 아영이에게 물었더니, 둘 다 엄마를 못 만나고 이야기가 끝난 줄 알더라. 맨 뒷장에 눈내리는 골목을 엄마 손잡고 올라가는 아이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ㅜㅜ 엄마 마중 나갔던 아이가 엄마랑 골목길을 오르는 것처럼, 조선의 해방도 꼭 올 거라는 희망을 내비치는 것이라 내맘대로 해석한다. 1938년 간행된 '조선아동문학전집'을 원전은 못 봤지만, 김동성 화가는 원작을 봤을테니 엄마마중의 행복한 결말을 알고 그렸으리라 짐작한다.    



엄마 손잡고 가는 아이를 확대시키면 오른손에 든 붉은 막대사탕까지 보인다.^^



마침내 아이는 오랜 기다림을 끝내고 엄마 손잡고 따뜻한 집으로 돌아간다. 1945년 8월 15일 식민지 조선이 해방 된 것처럼...... 하늘은 포근한 함박눈을 내려 축복하고, 엄마를 마중한 아이 등을 쓸어주며 '춥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엄마를 마중해서 장하다'고 가만가만 속삭이는 듯하다. 



코가 새빨간 아이가 엄마 손잡고 가는 모습은 보고 또 봐도 마음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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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09-11-29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그림책 무척 훌륭하지요. 그런데, 어떤 분이 이 그림책에 대한 혹평을 한 글을 읽은 기억이 나요. 원작을 해쳤다는 것이 그 이윤데요. 그림책 작가의 새로운 해석이 아닐까 싶어요. 겨레아동문학선집 1 <<엄마마중>> 마지막 편이 이태준의 <엄마 마중>이에요. 모두 2쪽 분량의 글은 '아가는 바람이 불어도 꼼짝 안 하고, 전차가 와도 다시는 묻지도 않고, 코만 새빨개서 가만히 서 있습니다.'로 끝나거든요. 이전 작품들을 찾아 모은 겨레아동문학선집에서 있는 대목을 삭제하고 글을 싣지는 않았을거라고 저도 추측하고 있어요. 음, 어떤 것이 맞는지 모르겠지만요.

순오기 2009-11-29 19:15   좋아요 0 | URL
음, 그런 평이 있었군요.
원전을 안봐서 모르지만, 그림책 엄마마중은 마지막 엄마 손잡고 가는 장면이 있어서 좋아요.^^

잎싹 2009-11-29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좋아하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이 너무 앙징맞아요.
조선의 해방을 기다린다...
정말 다시 한번 읽어봐야할 것 같네요.

순오기 2009-11-29 20:19   좋아요 0 | URL
김동성 그림은 정말 마음에 와 박히죠.^^
나만의 해석이에요.
 
경청 - 마음을 얻는 지혜 위즈덤하우스 한국형 자기계발 시리즈 2
조신영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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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전인 1997년, 저자인 조신영씨에게 'DY학습법(5차원 학습법)을 배웠다. 당시 우리팀 매니저였는데 곱상하고 얌전한 인상이 좋았다. 수업 과정에 인생그래프를 그리는 게 있었는데, 본인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나보다 나이가 조금 적었던 그는, 세계를 누비며 DY를 보급할 계획과 40대에 저서를 낼 것이며, 바이올린 연주를 하고 싶어 날마다 조금씩 연습한다고 했었다. 정말 그의 비전처럼 40대에 낸 책 '경청'과 '쿠션'이 베스트 셀러가 됐다. 역시 구체적인 비전대로 자신의 삶을 잘 이끌어가는 것 같다. 30대 후반이던 그때 설계한 내 인생그래프에 따라 자기계발을 했기에, 나도 지금의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 교재와 학습진도 때문에 자주 전화통화를 했는데, 1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잊고 있었다. 당시엔 내 인생의 멘토였는데 소통하지 않은 10여년 세월에 잊고 있었다.  

내가 아는 사람의 저서라 '경청'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자기계발서로 분류되지만 마치 한편의 소설처럼 잘 짜여진 책이다. 음악을 좋아했기에 목차를 '1악장 전주곡, 2악장 소나타, 3악장 미뉴에트, 4악장 피날레, 앙코르'라는 음악용어로 붙인 것부터 새롭다. 저자가 바이올린을 연습했기에 책 속의 이토벤이 바이올린에 집착하고, 그 아들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나 보다. 역시 저자의 경험세계가 책 속에 녹아드는 법이니까! ^^

이 책은 소설 같아서 술술 잘 읽힌다. 이토벤이라 불리는 이청씨는 청각이 안 좋은 베토벤처럼,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아서 붙여진 별명이다. 물론 본인은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대부분 남의 말을 듣는 것보다 자신의 말을 더 많이 하기에 공감되는 설정이다. 우리 사회의 40대가 그렇듯이 이토벤도 직장의 위기로 퇴사하고 피아노대리점을 열지만, 그동안 누적된 피로에 쓰러져 깊숙히 진행된 암을 발견한다. 그래서 귀가 점점 들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소통장애를 갖고 있던 아들이 오로지 바이올린으로 소통하는지라 그 아들을 위한 명품 바이올린 만들기에 남은 생을 올인한다. 그동안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이 후회스럽고 미안해서, 자신이 죽은 뒤에도 아버지를 기억하도록 애쓰는 부정에 뭉클 눈시울이 젖었다.  

바이올린은 공명통을 제대로 만들어야 소리가 좋단다. 그 과정에서 이토벤은 소통부재의 인간소외를 해소하는 힘은, 바로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경청에 있음을 깨닫는다. 나를 비우고 상대에게 집중할 때 마음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토벤은 바이올린을 통해 삶의 철학을 발견하고 인간관계의 회복을 얻게 된다. 진지하게 들어줌으로 직장동료들이나 별거중이던 아내와도 소통하게 된다. 이토벤은 아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일기를 쓰고, 아내는 그 일기를 읽으며 마음으로 소통한다. 난 어쩔 수없는 수도꼭지... 이 부분을 읽으며 눈물이 줄줄 흘렀다. 왜 책 이야기가 꼭 내 얘기처럼 느끼는지, 그러면 눈물이 저절로 흐른다. 이것도 책과의 소통일거라 위안 삼는다! 



소통은 바로 마음을 움직여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여기에 기쁨이 있고 삶의 에너지가 솟아나는 것이다. 이토벤은 일기에 자신에게 주는, 혹은 아들이나 아내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잘 정리해 놓았다. 마음을 얻기 위해선 경청할 것,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다. 5차원학습법에도 인간관계를 위한 프로그램이 있기에 저자가 이런 책을 썼다는 게 이해됐다.  

이제 실천만 남았다. 내 말을 줄이고 경청함으로 가족이나 동료의 마음을 얻어 행복한 나날이 되고 싶다면, 상대의 마음을 얻어내는 비결-경청하기 위한 자세를 한 수 배워보자!^^

1. 공감을 준비하자. 그냥 들어주자. 사운드박스가 텅 비어 있듯, 텅 빈 마음을 준비하여 상대방과 나 사이에 아름다운 공명이 생기도록 준비하자.

2. 상대를 인정하자.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잘 집중하여 상대방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인정하자. 상대를 완전한 인격체로 인정해야 진정한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3. 말하기를 절제하자. 말을 배우는 데는 2년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는 데는 60년이 걸린다고 한다. 누구나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상대를 이해하기 전에 내가 먼저 이해 받고 싶은 욕구가 앞서기 때문이다.

4. 겸손하게 이해하자. 겸손하면 들을 수 있고, 교만하면 들을 수 없다. 상대가 내 생각과 다른 말을 해도 들어줄 줄 아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경청의 대가는 상대의 감정에 겸손하게 공감하며 듣는 사람이다.

5. 온몸으로 응답하자. 경청은 귀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눈으로도 하고, 입으로도 하고, 손으로도 하는 것이다.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음을 계속 표현하라. 몸짓과 눈빛으로 반응을 보이라. 상대에게 진정으로 귀 기울이고 있다는 신호를 온몸으로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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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웃는 집
법륜스님 지음 / 김영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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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구입한 책은 출간 한 달인 10월 17일 발행의 1판 12쇄다. 출간 두 달이 지난 지금은 몇 쇄까지 찍었는지 모르지만 베스트셀러임을 확인하며 '모두들 웃으며 살고 싶구나' 혹은' 다들 세상 사는 고민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륜 스님 글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날마다 웃는 집'이라는 제목에 끌려서 막 결혼한 새내기 주부한테 선물하려고 했는데, 두 가지 이유로 선물은 망설여진다. 첫째는 상담 내용이 새내기 주부에겐 피부에 와닿지 않을 인생 전반에 걸친 문제였고, 둘째는 불교적 자기수행으로 귀결돼서 카톨릭 신자인 그녀에겐 그닥 호감이 가지 않을수 있겠다 싶다.  

이 책 참 예쁘다. 띠지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어느 게 더 예쁠까? 초록색 웃는 얼굴의 띠지를 보면 저절로 웃게 된다. 사이 사이 들어있는 그림도 예쁜데, 표지와 본문 그림을 그린이는 이영철(http://namusai33.com)이라고 속지에 소개했다.




들어가는 말 첫 머리부터 공감의 끄덕임과 더불어 저절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포즈를 취하게 된다.

   
  인간관계에서 갈등은 가까이 있는 사람 사이에서 더 많이 생긴다. 그 사람 성격이 나빠서 갈등이 생기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내 가까이 있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것입니다. 왜일까요. 왜 나와 가장 가까이 있어서 사랑과 힘을 나누어야 할 가족, 친구, 동료와 갈등을 빚게 될까요. 왜 행복을 함께 누려야 할 가족과 다투게 될까요. (들어가는 말)   
   

'행복의 중심에는 가족이 있다'는데 실제로 살아보면 년차가 쌓여갈수록, 가족 때문에 갈등과 고민이 많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가족이란 범주는 핵가족의 내식구 뿐 아니라 친정, 시댁을 두루 망라한 가족이다. 그 관계망의 갈등구조는 시시때때로 밥 맛 없고, 살 맛 없게 하는 복병이다. 왜 그래야 할까? 법륜 스님은 다 자기 마음에 달린 일이니 인정하고 감사하며 자기 수행을 쌓으라며, 그 옳은 말씀을 받아들이도록 조곤조곤 설득하신다. 

 

다섯 개의 챕터로 나누어 먼저 불자들의 고민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상담을 들려주신다. 의외로 스님이 이런 말씀도 하시는구나, 싶은 말도 있지만 대체로 반론의 여지없이 끄덕이게 된다. 그렇지만 같은 고민을 하지 않은 사람은 귀에 쏙 들어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살면서 산전수전 겪어야 인생을 보는 눈이 열리듯이 스님이 들려주는 말씀에 공감하려면 최소한 같이 고민을 해봤어야 될 거란 말이다. 그래서 별 고민없이 사는 사람에겐 그저 그런 인생철학서이고, 무수한 고민에 잠긴 사람에겐 반짝이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빛나는 말씀이 될 거 같다. 

교회 다니는 엄마가 불교신앙을 가진 자신에게 지나친 강요를 하는데 어찌 처신하면 좋을지 물어온 질문에 대한 해석이 명쾌했다. 어머니는 당연히 자신의 종교에 따른 올바른 행동이므로 '우리 어머니는 참 훌륭한 분이다. 믿으면 저 정도는 해야 돼. 저렇게 줄기차게 해야 하나라도 건지지.'라는 마음을 가지면 아무 문제도 없단다. 일단 인정해드리고 종교에 대한 서로의 권리를 이해하라면서 종교의 본질적인 문제를 말씀하는데 딱 공감이 됐다. 

   
  우리는 지금 부처님이 필요한 게 아니고 돈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돈이 목적이고 부처님은 수단입니다. 부처님 믿으면 돈 번다니까 부처님을 믿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하느님을 믿으면 더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하면 내일이라도 하느님 믿으러 가버립니다. 그러기에 지금 우리의 유일한 종교는 '돈교'입니다. 불교나 기독교나 무슬림이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제일 위에 있는 유일 종교는 돈이고 그 밑에 여러 개의 도매점을 벌여 놓은 것과 같은 수준입니다. 그래서 그 사이을 왔다 갔다 하는 것입니다. 이쪽 가게가 더 싼가, 저쪽 가게가 더 싼가,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믿고 있는 신앙이란 게 이렇습니다.(46쪽)  
   

살면서 누구나 부딪히는 소소한 고민부터 심각한 고민(부모와 자녀의 관계, 부부의 문제, 친정 및 시댁과의 문제, 열등감, 금전문제 등)까지 두루 망라되어, 문제에 부딪힐때마다 꺼내 읽으면 인생의 좋은 나침반이 될 책이다. 내 인생의 문제는 결국 내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것,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며 수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면 날마다 웃고 살 수 있다고 이해되었지만,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자기 마음을 다스려 수행하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다.ㅜㅜ  

카르마(업식), 습, 보디사트바 같은 불교용어가 낯설었지만 읽어보면 그 의미를 알기는 어렵지 않다. 보디사트바, 지장보살과 관세음보살의 차이를 확실히 알게 됐다.^^ 

보디사트바는 복은 태산같이 지어 놓았더라도 복 받을 생각을 안 하고, 설령 복이 오더라도 중생에게 회향하는 사람이고, 나쁜 짓이라곤 하나도 안 했어도 중생을 위해 내가 대신 재앙을 받겠다고 한 분이 지장보살, 복을 태산같이 지어서 그 복을 다 중생에게 주겠다고 하는 분이 관세음보살이다.(223~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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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11-26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법륜스님은 생활법문 잘하시기로 유명하신 분이시죠. ^^
스님이 어찌 저런 말씀까지 하실까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역시 큰 소식을 들으신 분께는 소소한 가정사들이 다 보이실 것이겠죠.
아니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시기에, 그토록 쉽게 말씀하실 수 있기도 할 거구요.
내 마음 속에 부대끼는 '남'도 잘 살펴보면, '나'의 문제임을 아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지요.

순오기 2009-11-26 19:42   좋아요 0 | URL
불교도인 옆집 언니가 불교TV에 잘 나온다고 하던데 저는 한번도 못 뵈서 잘 몰랐어요. 그러게요 살아보면 다 내가 문제라는 걸 깨닫기는 하는데 개선은 쉽지 않거든요.^^

hnine 2009-11-26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또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군요...

순오기 2009-11-26 19:42   좋아요 0 | URL
님이 궁금해하던 것에 답이 되었을까요?^^

메르헨 2009-11-26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활법문...불교신자가 아니라도 웃으며 맘에 담으며 그렇게 읽을 수 있더군요.^^
포터리뷰를 보니...그림체가 좋아 도서관에 가서 확인해 보고 싶어요.^^

순오기 2009-11-26 19:43   좋아요 0 | URL
포토리뷰는 아닌데 책이 너무 이뻐서 꼭 보여드리고 싶어서 몇 컷 넣었어요.^^

루체오페르 2009-11-26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좋아하는 분입니다.
즉문즉설로 매우 유명하시죠. 종교는 삶과 맞닿아 있을때 진짜 살아있는거 같습니다.
철학도 마찬가지고요. ^^

순오기 2009-11-27 02:07   좋아요 0 | URL
그러시군요.^^
삶과 맞닿아 있는 종교와 철학~ 그래야 되겠죠.

파란 2009-11-28 0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뻐서 꼭 보여주고 싶은 몇 컷에...눈길이 화악 쏠리네여. 이런 느낌은 고만 받으며 살고 싶은데^^

순오기 2010-02-15 20:42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