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리뷰 대회
26년 2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7년 5월
절판


80년 5월 광주의 아픔이 끝나지 않은 채, 시간은 흘러 흘러 벌써 26년이 지났다. 같은 하늘 아래 가해자가 버젓이 살아 있는데 어떻게 편안할 수 있겠는가?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신기할만큼 우린 독재의 서슬에 길들여졌었고, 이런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참여정부의 덕이다. 정작 자결해야 할 그 인간은 '꿋꿋이' 살고 있고, 양심을 가진 그분은 가셨다.

진배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킨 큰형님, 그날 이후 햇빛 찬란한 금남로를 걸을 수 없었단다, 부끄러워서... 정말 양심을 가진 인간이라면 이래야 마땅하다. 남들이 피흘리며 싸울 때 두려워서 꼭꼭 숨었거나 도망쳤던 산자라면 죄의식과 부채감을 갖고 살게 마련이다.

사격선수 미진은 자신의 공기총을 저격용으로 개조한다. '저놈을 쏴 버려야 해!' 오직 이 말만 했던 아버지를 대신하여 미진은 그를 쏘기 위해 사격선수가 됐다.

"김갑세, 당신이 내 아버지를 쏘았나? 말하라~ 난 당신을 용서할 수 없다!"
용서를 구하는 김갑세와 용서할 수 없는 곽진배, 그들은 5월 광주의 희생자였다.

백주에 논스톱으로 달리는 그 인간을 쏜다~~ 꽈아앙!!!
그를 응징하고 처단하여 피흘림의 죄값을 치르게 하라~~

안치환 작곡의 '한다'

과거를 묻지 마라 그 누가 말했나
사랑이라면 이별이라면 묻지 않겠다

그러나 그러나 아하
과거를 잊지 마라 절대 잊지 마라
반역자에겐 학살자에겐 용서는 없다
없다 없다 없다

수많은 세월 흘러도 상처 아물지 않는다
그들이 아직 유유자적 여생을 즐기고 있는 한
수많은 원혼 눈물로 구천을 떠돌고 있지만

그들은 권력의 담 밑에
쥐새끼처럼 잘도 숨어 지낸다

이 시대를 강물처럼 살아온 풀 같은 사람들
그 가슴에 뚫린 멍과 한과 탄식을

누가 누가 재워주려나
안돼 안돼 안돼

그들은 정의 제단 앞에 세워야 한다
한다 한다 한다

그들을 오월 영령 팔에 세워야 한다
한다 한다 한다


착하게 사는 거랑 올바르게 사는 거랑은 다르다.
착하게 사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
올바르게 사는 것이 어렵지.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문익환 목사는 고문관에게 말한다.
올바르게 사는 길은 끝끝내 찾지 못한 인간들은 여전히 많다!

역사책에 단지 몇 줄로 처리된 광주의 5월은, 그렇게 보잘것 없는 일이었던가?

5.18 민주화운동 26주년 특집 다큐멘터리로 그날의 사건을 재조명하는데 TV를 끄는 그 인간.
역사는 승자의 역사라 했던가, 오늘도 여전히 진실을 왜곡하는 그들을 응징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부끄러운 거 아닐까?


댓글(0) 먼댓글(1)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으로 만나는 5.18 <1>
포토리뷰 대회
오월의 신부
황지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5월
품절


2005년 5월 19일, 광주민주화운동 25주년 기념 연극으로 '오월의 신부'를 올렸다. 20주년엔 임철우의 '봄날'을 봤고, 25주년 기념연극도 당연히 관람했다. 내가 5.18을 기념하는 일종의 동참이었다.

황지우 희곡을 바탕으로 한 오월의 신부는 물론 허구다. 작가도 80년 5월의 역사적 사실들을 자료로 하여 허구로 꾸민 것임을 밝히고 있다. 시민군 대변인으로 최후의 도청에서 죽어간 김현식과 그의 연인 오민정을 주축으로 광천동성당의 정신부와 광천동 빈민운동가인 허인호가 중심인물이다. 허인호는 최후까지 도청에 있었지만 살아 남아 미처버린다. 그가 알몸으로 무대에서 연기할 때 관객들 모두 눈물을 쏟으며 지켜봤다. 이 사진은 연극을 끝내고 한 기념촬영(허인호 역을 맡았던 배우는 맨 뒤에서 알몸의 상체만 보이는)이라 웃고 있지만, 나는 이 글을 쓰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겠다. 그때 사온 OST CD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또 다시 5월을 맞으며 우린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 5월에 하얀 아카시아 꽃처럼 스러져 간 넋들을!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다. 산자로서의 죄의식과 부채감을 가진 시인과 작가, 화가와 음악가 등 모든 예술인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살려내는 5월의 그날을 우린 기억해야 한다. 황지우 시인이 그린 오월의 신부를 보는 내내 연극 장면들이 오버랩 되어 눈물이 났다.
내 책은 독서회원들이 빌려가서 지역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제목을 가리게 라벨을 붙인 무신경이 슬프다. 아래쪽 빈자리도 많은데 아무 생각없이 제목이 가려지게 붙여야 했단 말인가!

3부 22장으로 구성된 오월의 신부는 장이 바뀔 때마다 검은 종이에 무대와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들불야학의 교장인 오민정은 떠나버린 연인 김현식을 광주로 불러내린다. 떠나고 싶어도 발이 떨어지지 않고 마음이 들러붙은 사람들은 피를 요구하는 군부세력과 희생양이 필요했던 광주의 마음을 알고 죽음의 자리에 들어선다. 누군가는 해야 했기에 얼결에 그곳까지 밀려온 사람들과 함께~ 목숨을 요구하는 그들에게서 광주를 지키기 위해 무장할 수밖에 없었던 시민군은 떠날 사람은 떠나고 최후의 자리를 스스로 선택한 사람만 남는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오민정과 김현식은 정신부의 주례로 혼배성사를 드린다. 첫날 밤도 보낼 시간이 없었던 그들은 그렇게 오월의 신부가 되어 우리를 오열하게 한다. 아름다운 천사였다고... 묘비에 기록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각자의 역할을 다한다. 광주와 함께 죽었으나 영원히 사는 그들, 살아 남았으나 뜨거운 불로 지져진 허인호는 옷을 걸칠 필요가 없다. 사람은 죽는 것이 아니고 다만 잠잘 뿐이라고 말하는 그를 20년 돌보면서 정신부는 그를 통해 하느님의 구원을 깨닫는다.

5월의 신부가 되어 마지막 밤, 광주시민에게 호소하는 가두방송을 했던 그녀의 애절한 목소리에 잠들지 못했던 광주시민들처럼 숨죽인 가슴으로 눈물을 흘린다.

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위대한 광주를 지켰던 우리의 젊은이들이 죽어갑니다.
시민 여러분, 잠들면 안 됩니다.
민주주의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모두 나와 주십시오
우리는 끝까지 광주를 지킬 것입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토리뷰 대회
보헤미아의 여름 창비청소년문학 11
요제프 홀루프 지음, 류소연 옮김 / 창비 / 2008년 8월
절판


장미의 계절 5월이다. 어제는 스승의 날이라고 단축수업에 급식도 없어서 방과후학교는 거의 휴강수준이었다. 이런 날은 분위기상 아이들도 공부할 맛이 안 난다. 의기투합된 우리는 교실에서 논술수업을 땡땡이치고 지역도서관으로 날랐다. 간혹 놀토에는 도서관에 데려갔더니 녀석들이 재미를 붙였는지 툭하면 도서관에 가잔다.^^

'염불보다 잿밥'이라고 녀석들은 독서보다 도서관 놀이터에서 노는 걸 더 좋아한다. 의무독서 한 시간 마치고 밖에 나와 날이 저물도록 놀았고, 나는 녀석들을 지켜보며 벤치에서 책을 읽었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다가 나무 사이로 릴레이 달리기도 하면서 기온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땀이 나도록 놀았다. 지치지도 않고 잘 노는 아이들, 바로 '보헤미아의 여름' 요제프와 이르시가 놀던 것처럼...

창비청소년문학 11번 '보헤미아의 여름'을 책장에 꽂아만 두고 있었는데 어제 도서관에서 읽었다. 2차대전의 전운이 감도는 독일과 체코의 접경 보헤미아에 사는 열두 살 독일소년 요제프와 체코소년 이르시의 아름다운 우정을 담아낸 책이다. 처음엔 몰입이 안되어 좀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새로운 사건의 연속으로 좌르르 읽었다.

그들의 만남은 짓궃은 장난으로 체코소년의 생명을 위태롭게 했던 얼음태우기로 시작됐다. 요제프는 미안함과 죄의식이 있었기에 그의 복수전을 받아들여 한바탕 치고받고 싸운 뒤 진정한 친구가 된다. 집시의 숲은 그들만의 '천국'이 되었고 자연과 더불어 건강하게 자란다. 암울한 전쟁분위기에 어른들은 패가 갈리고 서로 적대적인 독일과 체코지만 순수한 어린이 세계를 갈라놓진 못했다. 사라진 기관총과 어른들의 음모를 눈치채고 자기들의 천국을 지키기 위한 두 녀석의 모험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더불어 그려지는 자연의 풍광도 유년기의 내 고향처럼 정답고 아련하다.

'하일 히틀러'로 새겨진 독일의 침공으로 소년들의 천국도 사라지고 만남도 끝이 난다. 역사의 한 단면을 그렸지만 개인의 체험을 통해 역사의 흐름을 조명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다리를 지키는 보헤미아의 수호성인 '네포무크'는 소년들의 추억과 우정의 상징이지만 원제목인 '붉은 네포무크'보다 작품의 분위기를 고려해 '보헤미아의 여름'이라고 붙였단다. 멋진 제목이다~ 보헤미아의 여름을 같이 겪은 느낌이다.

오후 3시에 민지 엄마가 싸서 보낸 4단 도시락으로 아이들은 간식을 먹고, 다섯 시가 넘도록 야외놀이를 즐겼다. 페피체크(이르시가 지어준 요제프의 별명)와 이르시가 보헤미아의 숲과 강에서 날마다 놀았던 것처럼 아이들은 자연과 더불어 자라야 한다. 요즘은 어린 아이들부터 공부하라고 들볶아 대니 정작 소중한 그 무엇인가를 경험하거나 누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요제프와 이르시처럼 숲이나 강에서 벌거벗고 놀아 보지 못한 청소년들에겐 이 책이 공감하기 어려운 먼 나라 이야기로 치부될까봐 살짝 염려가 되었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노아 2009-05-16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땡땡이였어요. 역시 멋진 선생님!
책 속에는 그림은 거의 없는 건가요? 표지 그림은 무척 마음에 들어요.
4단 콤보 도시락. 이날은 아이들이 적어서 오히려 경쟁(?)이 덜 치열했겠어요.^^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리뷰예요. 가자에 띄운 편지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순오기 2009-05-17 07:51   좋아요 0 | URL
땡땡이에 동의하는군요.^^
이 책은 창비청소년문학시리즈로 삽화는 없어요. 도시락 다들 배부르게 먹었어요. '가자에 띄운 편지'도 사놓고 아이들만 읽고 나는 안 읽어서 마라톤 참여할려고 도서관에서 빌려왔어요.

노이에자이트 2009-05-16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싶었어요.나치독일의 체코슬로바키아 침입.일제시대 일본어린이와 한국어린이의 이야기도 이런 식으로 나왔으면 좋겠어요.친일논쟁에 휩쓸릴까요?

순오기 2009-05-17 07:58   좋아요 0 | URL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꿔버리는 전쟁은 없어야 해요. 동화 속에 우리 어린이와 일본 어린이가 마음을 나누는 건 내가 읽은 것중에 장경선 장편동화 '제암리를 아십니까'에서 나카무라 아들과 연화의 얘기가 한 축을 이루긴 해요. 손연자 동화집 '마사코의 질문'에서도 일본아이를 돕는 조선인 아이도 있지만 단편적으로 나오죠.

노이에자이트 2009-05-17 15:05   좋아요 0 | URL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이런 도움을 얻을 수 있어서 인터넷이 좋더라구요.

쟈니 2009-05-16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김밥, 도시락.... 입에 군침이 도네요. 어릴때 도시락 들구 산으로 가던게 생각나요.
전쟁 후에 전쟁 시기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점이 대부분, 양 측이 서로 미워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보통사람들의 보통 삶인 부분도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순오기 2009-05-17 07:59   좋아요 0 | URL
보통 사람들의 삶은 전쟁이든 아니든 인간적인 정서는 변함없으니까요.
김밥 도시락~~ 우리 어릴 땐 소풍날이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죠.^^

희망찬샘 2009-05-17 0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학교 방과후 학교 아이들은 정말 축복받았네요. 순오기님을 만나다니!!! 우리 학교에도 오신다면(if~) 우리 아이 당장 수강신청입니다. 너무 멋지세요. 참, 제가 오늘 안 사실 순오기님 서재 즐찾을 해 두지 않았다는 것~ 세상에나!!! 어여 즐찾클릭입니다.

순오기 2009-05-17 08:02   좋아요 0 | URL
그래서 즐찾이 한 분 늘었군요.^^
요 학교는 좀 열악한 지역이라 수강생이 많진 않지만 누나 동생, 형과 아우 등 형제 중 하나가 다니면 줄줄이 수강하지요.^^
 
너는 스무 살, 아니 만 열아홉 살 사계절 1318 문고 38
박상률 지음 / 사계절 / 200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상률 작가는 전남 진도 출신으로 80년 5월을 겪은 후,그 도시의 바람과 햇살과 냄새를 감당하기가 어려워 삶의 터전을 옮겨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밤차를 타고 그 도시를 빠져나왔지만 어디에 살든 그 도시를 떨쳐 버리지 못했고, 등에 업고 떠나왔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25년의 세월이 흘러도 내려놓지 못했던 그 도시의 울음이 가득한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고백한다. 

2007년에 읽었는데 아들녀석 고등학교 학부모독서회 5월 토론도서라 다시 읽었다. 청소년을 위한 사계절의 1318문고로 2006년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고, 5.18 기념재단 지원도서이기도 하다. 

80년 5월,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 도시에 살고, 그 시간 그 거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죽어간 야간대 고학생 영균이와 죽은 아들을 가슴에 품고 사는 그 어머니 월산댁의 이야기다. 처음 읽을 땐 정말 가슴이 터질듯했는데, 두번째 읽으니 면역 주사를 맞은 듯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그래도 역시 영균 엄마 월산댁의 안타까운 행보는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80년 5월, 먹고 사는 일에 바빠 세상이 뒤집혀도 관심을 가질 수 없었던 영균이는 철물점 출근길 시내 지하도 입구에서 복부총상으로 죽었다. 아들의 장례를 치뤘으면서 죽음을 받아 들이지 못하는 어머니 월산댁은 살아 있는 아들을 가슴에 품고 산다. '너'라는 호칭으로 영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와 어머니 월산댁의 행적이 교차 진술된다. 어머니 월산댁은 아들이 돌아올 거라고 믿으며, 영균이 쓰던 물건을 방에 그대로 둔 채 기다린다.

아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며 아들을 만나려고 철물점과 학교로 찾아가는 어머니, 아들을 먹이려고 김밥을 싸고 짜장면 곱빼기를 시켜 무덤으로 찾아간 어머니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왜 젊은놈이 여기 누워 있냐, 난리틍도 끝났으니 어여 나오라"는 어머니의 절절함이 애처롭다. 자신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죽어야 했던 스무 살, 아니 만 열아홉 살 영균의 죽음은 어머니의 꿈과 삶의 의미를 앗아갔다. 

산자의 죄의식과 부채감을 가진 자들이, 80년 광주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그 참혹함을 간접 체험케 된다. 자신에겐 절절한 체험이지만 상대방의 마음에 가 닿게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작가의 말처럼, 전라도 사투리가 그대로 살아있는 5월 광주를 기억하는 이들도 그것을 내 이야기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80만이나 되는 도시가 열흘 간 섬처럼 고립되어, 완전무장한 군인들이 장갑차를 앞세우고 총칼과 몽둥이로 제압한 난리통이었다. 국민을 짓밟는 일을 '화려한 휴가'쯤으로 여겼던 그 놈들이 지금도 떵떵거리고 사는 현실에 분노한다. 지나간 역사의 한 자락으로 배우는  5.18이 되지 말고, 역사의 아픔과 민중의 피흘림을 통해 민주주의가 이어지고 성숙되고 있음을 알면 좋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SHIN 2009-05-12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깝군요...

순오기 2009-05-12 11:03   좋아요 0 | URL
안타깝지요. 그래도 영화 '화려한 휴가' 덕에 많은 사람들이 80년 5월,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좀 알게 됐지만 겪은 분들 얘기로는 절반도 못 보여줬다고 하더군요.ㅜㅜ

글샘 2009-05-12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시 518이군요.
아직도 학살영웅은 잘도 살고있고, 강풀의 26년은 영화화가 요원하고...
경찰이 다시 80년대를 되살리고 있는 요즘입니다.

순오기 2009-05-13 01:11   좋아요 0 | URL
광주뉴스에서 전사모를 취재했는데~ 황당 자체더군요.
발포명령자로 전두환을 거론하는 건 왜곡이라나~~~ 헉, 기막혀!
 
봄바람 사계절 1318 문고 8
박상률 지음 / 사계절 / 199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리 쓰는 방학일기'와 '내 고추는 천연기념물'이란 동화로 만났던 박상률 작가는 '너는 스무 살, 아니 만 열아홉 살' 이란 5.18 광주항쟁을 소재로 한 소설로 새롭게 인식되었다. 진도가 고향이라 이 책에서 그려낸 섬소년 훈필이는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했을거라 짐작해본다. 사계절출판사의 1318문고로 초등 6학년 이상 청소년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열세 살 소년 훈필이는 스스로 웃자랐다고 생각한다. 철없는 친구들에 비해 감수성이 풍부하지만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내면의 생각을 키우는 소년이다. 이웃집 은주를 좋아하며 훗날 푸른목장을 갖고 알콩달콩 살리라 다짐하며 첫사랑을 키운다. 은주도 그 마음을 아는지 옥수수도 삶아오고 고구마도 쪄오지만 더 이상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제 자리 걸음만 한다. 들꽃을 엮어 은주네 집에 걸어두지만, 은주는 아는지 모르는지 꽃다발은 시들어만 간다.  

훈필이가 남다르게 생각한 꽃동냥아치 꽃치는 수수께끼의 인물이다. 일년 내내 솜옷을 입고 씻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지만 항상 망태기에 한아름 꽃을 꽂고 마을로 온다. 이집 저집에서 밥을 얻어 먹고 헛간에서 잠을 자며 가끔은 일도 돕는다.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지만 노래는 잘한다. 특히 그가 풀어내는 소리는 하고 싶은 말을 다 담았음직한 내용이다. 훈필이는 꽃치를 보면서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길이란 걸 터득해 버린다. 이 수수께끼의 인물이 뭔가 반전을 일으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그런 상황은 오지 않고 흐지부지 떠나버려 아쉬움을 남긴 인물이다. 그리고 항상 정신교육을 강조하는 담임선생님을 보면서, 우리 때 선생님들이 정말 이랬다는 공감에 절로 웃음이 났다.

중학교 학비를 위해 정성 들여 키우는 염소가 죽고, 자기 마음도 몰라주는 은주도 야속한 소년은 더 큰 꿈을 키우기 위해 가출을 행한다. '사랑 추억 희망 성공'이란 낱말을 책상에 칼로 새기고, 부모님께 성공해서 돌아오리라 편지를 남기고 비장하게 떠난 가출이었지만, 집에서 들고 나온 500원을 목포에서 도둑맞고 집으로 돌아온다. 비록 사흘로 끝난 가출이지만 소년은 세상의 쓴맛도 알고 내면의 성숙을 가져왔다. 목포 나그네 식당 아주머니의 친절은, 세상 아이들이 다 내 자식이려니 생각하는 사람이면 할 수 있는 도리일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을 꾸중하지 않고 말없이 받아 준 엄마와, '그래 성공했냐?' 한마디 툭 던지고 마는 아버지의 찐한 사랑도 소년은 깨달았으리라.

시골소년의 순박함과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녹아 있어, 나의 어린시절을 생각케 된다. 도시로 떠나고 싶은 섬 머시마와 가시나들의 마음이 휘둘리는 건 다 봄바람 때문이라고... 성장기에 부는 봄바람은 내면의 성숙을 가져온다. 청소년기에 가출을 꿈꾸지 않은 사람도 없겠지만, 가출을 실행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내면의 성장을 가져올 가출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돼, 우리 애들에게 가출할 생각 안드냐고 물어보면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고 절대 가출 안한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