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앞의 세상을 연주하라 / 문익점과 정천익>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펀투 임정현 캐논 변주곡
네 앞의 세상을 연주하라 - 유튜브 스타 임정현의 스무 살 변주곡
펀투 지음 / 갈매나무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2005년 10월 23일 일요일, 유튜브에 기타로 연주한 캐논변주곡 동영상을 올려 일약 세계적 스타가 된 펀투 임정현의 에세이다. 유명세를 얻었기에 세계의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고 기사화 된 행운과 더불어 책까지 출판하게 되었으니 억세게 운이 좋은 젊은이다. 본인은 철학적 소신이나 뚜렷한 목표를 갖지도 못하고 마음가는 대로 젊음을 누리는 평범한 청년이라고 겸손해 한다. 이 책은 그런 생각과 경험을 풀어 쓴 글이라 부담없이 읽힌다.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유튜브의 동영상을 찾아보았고 리뷰에 먼댓글로 연결해 둔다. 

이 책을 읽은 중3 막내는, 정말 악기 하나는 잘 다룰 줄 알아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것도 들고 다닐 수 있는 악기로. 엄마도 이하동문.^^ 소지하기 쉬운 하모니카나 오카리나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연주하면 되는 것이다. 피아노를 아무리 잘 쳐도 들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기타처럼 갖고 다니며 길거리 연주를 하는 것도 젊은이들의 로망 중에 로망이겠다. 

고1때 뉴질랜드 유학을 가서 우리나라와는 다른 교육환경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한 것은 부모 잘 만난 복이지만, 캐논변주곡 동영상으로 유명하게 된 것은 준비되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부속고등학교 예배시간에 복음송가를 연주하고 인도하는 '경배와 찬양' 팀에 들어가기 위해 오디션을 봤다. 두 달간 연습한 기타연주를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특별연주를 한 선배가 '쟤가 친 거!'라면서 두배 빠른 속도로 깔끔하게 연주하는 걸 보고 패배감과 더불어 '반드시 저 형보다 기타를 잘 치겠어'라는 도전을 받게 되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임정현이 선배보다 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지는 그의 연주솜씨가 증명했고, 그 결과 동영상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것이다.

1984년 7월에 태어난 펀투. 어렸을 때부터 출중한 재능은 없었으나, 초등학교 시절 피아노, 바이올린, 플루트, 하모니카 등 클래식 악기들을 배워 얇게나마 음악적 기반을 쌓았다. 하지만 어린 펀투의 음악적 재능과 열정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으니, 6년간 악기들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배워오다가 결국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어린시절 여러가지 악기를 배우게 했다. 이런 바탕에 뉴질랜드에서의 자유로운 음악 수업은, 음악을 즐기는 것이라는 걸 가르쳐 주었다. 그는 싫어하는 것은 완벽하게 외면하고 좋아하는 것만 열심히 했던 학창시절, 하기 싫은 것들로부터 무조건 도망친 자신이 비겁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하여 연습하고 무대에 서는 건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일 것이다.  

2007년 1월, 교장선생님인 친구 아버지의 권유로 '세계가 교실, 세상이 교과서'라는 무한상상 대장정의 주제곡을 만들고, 300일 정도 그들과 세계 여행에 동참한다. 자유로운 여행과 모험은 그가 사람들과 좀 더 쉽게 사귀고 소심함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된다. 길거리 연주가 로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심한 그는 연주할 때마다 즐기지 못하고 매번 긴장한다. 그러나 길거리 공연을 통해 사람들의 반응에 상관없이 마음을 비우고 즐기게 되었다.  

세계여행에서 음악으로 소통하고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미래를 준비하는 또 다른 모습으로 읽힌다. 무인도에서의 4박 5일, 남미에서의 탱고 레슨, 아프리카에서의 봉사 등 그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후회도 하지만 많은 것을 깨닫는 평범한 젊은이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뭔지 생각하고 찾아내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남에게 인정받지 못하거나 앞으로의 내 인생에 아무 소용이 없어 보여도,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열심히 파고들면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우리 삼남매와 남편은 한줄 세우기 교육의 심각성과 사회적인 문제들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이민 가자고 말한다. 물론 우스개소리로 잠시 기분을 환기하고자 하는 얘기지만, 나는 정색을 하고 이민도 돈이 있어야 가는데 갈 수 있겠냐? 선씨들끼리 이민가라, 나는 여기서 혼자 남아 잘 살 거라고 말한다. 솔직히 임정현 이 친구가 뉴질랜드로 이민 가서 자유로운 교육환경에서 배우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건 부럽다.    

이 책은 잦은 주어의 남발과 적절하지 않은 부사의 사용이 눈에 거슬렸다. 편집자가 꼼꼼하게 살펴서 좀 더 매끄러운 문장으로 다듬었으면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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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3-08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민가기 싫어요. 그냥 잘 아는 곳에서 살고 싶어요. 특히 걸리는건,, 저 영어가 서툴러요. 그런데 책을 맘껏 못 읽자나요. 그리고 어려운 용어를 영어로 말하기는 어려우니, 잘난척도 못 하고.. ^^

그런데 악기 잘 다루는 분들 보면 너무 부러워요. 다시 피아노 배우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질 않네요. 손가락도 너무 굳어서 속상해요~ 좋은 한주되셔여, 순오기 언냐~

순오기 2010-03-08 12:24   좋아요 0 | URL
흐흐~ 이민 갈 돈도 없지만, 사실은 언어의 장벽에 지레 겁 먹은 게 본심일거에요.
악기 하나쯤 잘 다루는 사람들 보면 정말 존경스러워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나는 또 어찌 한심스러운지...에고, 악기는 자신 없으니 판소리 한대목이라도 배워두려는데 그도 쉽지 않네요.ㅋㅋ

다크아이즈 2010-03-08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딴 얘기지만 저도 막내녀석이 중3이에요. 괜한 동질감.
제목 멋지게 뽑으셨네요. 암요, 행운은 당연히 준비된 자가 누려야지요.

순오기 2010-03-08 12:26   좋아요 0 | URL
아하~ 우린 똑같이 막내가 중3이군요. 당연한 동질감에 므훗!
살다보면 '준비된 자가 누리는 행운'에 질투하면서도, 나는 행운을 누릴 준비가 안됐다는 걸 많이 깨달아요.
 
한국 단편 소설선 1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70
김동인 외 지음, 오양호 엮음 / 문예출판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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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단편 소설은 1920년대 김동인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춘원 이광수의 계몽주의 소설만 알던 독자에게 김동인의 단편소설은 충격 그 자체였을 듯하다. 시대적으로 암울한 일제강점기에 태어났지만 한 시대와 그 시대의 인간문제를 언어예술로 형상화하는데 김동인은 탁월했다. 또한 한국 단편 소설의 패턴을 확립해 놓았다는 점에서도 김동인은 높이 평가된다.

여기 수록된 15편의 단편은 한국소설사에서 그 이름이 빠지지 않는 작품들이다. 중학생 이상 교과서에 거론되는 작가나 작품은 그리 낯설지 않다. 1920년대 고어투의 어구나 1930년대 작품에서 보이는 외국어 등은 오늘날 독자가 이해하게 손을 대 현대식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따랐고, 해석이 난감하거나 표준어로 바꾸기 어려운 것은 그대로 표기했다고 밝힌다. 그래서 본래 소설의 맛을 느끼기에 좀 부족하지만, 청소년들이 이해하기엔 좋을 듯하다.

김동인의 배따라기. 감자, 현진건의 빈처. B사감과 러브레터, 나도향의 물레방아, 전영택의 화수분, 최서해의 탈출기. 홈염, 채만식의 레이드메이드 인생, 김유정의 봄봄. 동백꽃,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계용묵의 백치아다다, 이상의 날개, 최명익의 장삼이사는 여러번 읽어본 작품이라 새로울 것은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실린 이태준의 달밤은 처음 접한 작품이라 신선하고 재밌었다.  

상허 이태준은 교과서에서 배운 '문장강화'로 친숙한 이름이고, 단편으로 복덕방, 꽃나무는 심어놓고, 농군, 돌다리, 우암노인, 불우선생, 영월영감, 가마귀, 해방전후와 장편으로 황진이, 농토 등이 있다. 

'달밤'은 성북동으로 이사온 화자가, 좀 모자란 신문배달 보조원 황수건에 대해 이야기 한다. 황수건은 삼산학교 급사로 있을 때, 도 학무국 시학관이 학교를 방문했는데, 수업에 들어간 선생을 대신해 접대한 이야기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하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황수건은 일본인 시학관을 맞아 제딴에 접대 한다고 몇 개 안되는 일본어로 말했다. 

센세이 오하요 고자이마스카(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아메가 후리마쓰(비가 내립니다)
유끼가 후리마쓰카(눈이 내립니까?) 

이 세개의 말을 무려 한 시간 동안이나 무한 반복하느라 수업 끝나는 종도 안 쳤다. 수업 끝종을 기다리던 선생들이 교무실로 달려와서야 상황을 알아챘다. 학교에 있을 때 선생들이 놀려먹느라 '너의 색시 달아난다'고 하는 말을 제일 무서워했단다. 그런 말을 들은 날은 색시가 달아났는지 빨리 집에 가고 싶어서 수업 마치는 종을 20분이나 30분 후에 쳤다. 그의 에피소드는 모두가 좀 모자라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었다. 똘똘치 못한 황수건은 할 일이 없어 신문보조원을 했는데 그것도 밀려났다. 화자는 그에게 돈을 주어 학교 앞에서 하고 싶다는 장사를 하게 했지만 원금도 다 까먹었고, 화자에게 주려고 남의 포도원에서 무작정 포도를 따 왔지만 주인에게 덜미를 잡혀 화자가 포도값을 물어주어야 했다.  결국 모자란 남편과 그런대로 잘 살던 아내가 동서의 구박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쳤고 황수건은 거나하게 술이 취해 한소절 밖에 모르는 노래를 무한 반복하며 달밤에 흔들리며 걷고 있었다.

화자는 황수건을 아는 체하려다 그가 무참할까봐 살짝 비켜나 모른척 지나게 했다는 이야기다. 좀 모자란 황수건에게 발견할 수 있는 건 꾸미지 않은, 아니 꾸밀 줄 모르는 인간의 순수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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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3-04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대문학을 다시 읽고 싶게 만드시네요.ㅎㅎ

순오기 2010-03-05 01:27   좋아요 0 | URL
가끔은 거슬러 돌아가는 것도 괜찮지요.^^
 
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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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로 소설을 시작하다니!
"엄마를 잃어버린지 일주일째다."
라고 시작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처럼 숨이 멈출 것처럼 꽂혔다. 

소설이든 삶에서든 누군가의 '죽음'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을 만들어내는게 싫다. 그래서 여러 말 하지 않으려고 대화를 인용한 리뷰로 대신한다. 천지의 죽음이 남긴 의문을 풀어가는 과정을 구질구질 끌지 않으며 상큼하고 발랄하다 할만큼 명랑한 대화로 이야기를 풀어냈지만 눈물이 났다. 

책을 읽는 내내 모녀의 대화에 주목했다. 이런 대화를 주고 받는 모녀란, 이미 엄마와 딸의 관계를 넘어선 친구 같은 존재라고 생각됐다. 하지만 천지는 제 속을 다 털어놓지 못하고 가버렸다. 어째서 그토록 짜장면이 싫었는지 알았다면 그렇게 보내지는 않았을 텐데... 엄마와 천지가 주고 받은 대화는 천지의 죽음을 예고한 대화였고, 왜 죽었는지 의문을 풀어가는 열쇠다. 

 
엄마하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았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는 게 왜 이렇게 무겁냐."
엄마는 냉장고 안을 살폈습니다.
"천지야, 반찬도 없는데 짜장면이나 시켜 먹자."
"나 짜장면 싫어......"
"내가 못 살아. 지오디네는 엄마가 짜장면이 싫다고 했다던데, 우리 집은 왜 딸년이 싫다고 해. 그럼 라면이나 끓여 먹자."
나는 자장면이 싫습니다.
"엄마, 혹시 내가 죽으면, 내 사진 앞에서라도 짜장면은 먹지 마."
"보기 드문 짜장 안티네. 짜장이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나는, 짜장면이 너무 싫어....."
내가 느낄 만큼 눈이 뜨거웠습니다.
"알았어. 무슨 짜장면을 그렇게 서러워해. 걱정 마, 라면 끓일 테니까."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지만 뜨거운 눈은 식지 않았습니다.
"라면도 슬프냐?"
"짜장면 때문에...... 나, 죽을 거야......"
"이런 살인 짜장을 봤나. 내가 그놈의 짜장에 된장을 확 발라버릴라니까, 걱정말고 물부터 마셔라."
엄마가 준 컵을 꼭 쥐었습니다. 차가웠습니다.
"천지야, 속에 담고 살지 마. 너는 항상 그랬어. 고맙습니다, 라는 말은 잘해도 싫어요, 소리는 못 했어. 만약에 지금 싫은데도 계속하고 있는 일 있으면, 당장 멈춰. 너 아주 귀한 애야. 알았지?"
이제 그만 멈추려고요. 눈물이 자꾸 굵어졌습니다.
"에이, 나도 갑자기 라면이 슬퍼지네. 라면이 너무 슬퍼."
미안해요, 엄마.(111쪽)

내가 울었던 장면, 천지의 독사진과 세 모녀가 찍은 사진을 강물에 떠내려 보내면서 엄마가 하는 말을 우리 딸들에게 읽어주려다 눈물나서 끝내 다 읽어주지 못했다.  

"천지 아빠, 천지 가. 만나면 왜 그랬느냐고 묻지 말고, 그냥 꼭 안아줘."
거짓말처럼 두 장의 사진이 나란히 떠내려갔다.
"이 웬수야, 애들 이름이 너무 크면 일찍 간다고 안 그래! 바득바득 우겨서 그렇게 짓더니, 이제 좋냐? 데려가려면 곱게나 데려가든가!"
사진이 반짝이는 물빛처럼 작게 보일 만큼 멀어졌다.
"우리 천지 만나면 발이나 꼭 감싸줘라. 감기 있는 거 같아서 보일러 좀 틀랬더니 공기가 찼는가 봐. 안 틀어지데. 쉬는 날 손보려고 했는데, 기집애가 가버렸어......"
"아요, 나쁜 년. 잘 가라, 이년아......"(77쪽) 

그리고, 만지가 천지의 유언을 담은 편지를 발견하고 엄마와 주고 받은 말은 작가 김려령이 독자에게 당부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편지, 엄마도 있어서 진짜 다행이다......"
만지는 편지지를 본래의 실패 모양으로 접어 손에 꼭 쥐었다. 그리고 책가방에서 비타오백을 꺼내 엄마 얼굴 옆으로 불쑥 내밀었다.
"마셔."
"아오, 깜짝이야. 너 먹으라니까."
"두 개 샀어."
"뒀다 나중에 먹어."
"의자가 없어서 엄마도 비타민 필요할 것 같더라."
"기집애가 순 싸구려로 감동시키네."
엄마는 코를 한 번 훌쩍이고 비타오백을 쭈욱 마셨다."
"반만 남겨줘."
"켁!" 

"나는 죽을 생각 전혀 없는데, 천지나 잘 보지 그랬어."
"그러게 말이다. 너, 죽지 마라. 언전가는 죽기 싫어도 죽어. 일부러 앞당기지 마.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사람들, 더 아프게 하는 거야. 죽어서 해결될 일 아무것도 없어. 묻어둘 수는 있겠지. 근데 그거, 해결되는 거 아냐. 냄새가 진동하거든. 진짜 복수는 살아남는 거야. 생명 다할 때까지 살아."(148쪽)

천지의 짧은 인생은 작년에 스스로 가버린 그녀의 죽음과 더불어 나를 울렸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진실을 깨닫는 건 너무 아프다. 정말 당부하건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미리 생을 내려놓지 말자. 그리고 진정으로 "잘 지내고 있지?" 안부를 묻지 못했던 그녀에게 용서를 구한다. 

이번 설에는 그동안 잊고 살았던 사람들에게 "잘 지내지?" 안부를 묻는 명절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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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10-02-12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괜찮죠? 작은 아들 녀석과 가슴 아프지만 재밌게? 읽었어요.
<완득이>도 그랬지만,,, 김려령 작가의 글은 흡인력이 대단한 것 같아요.
쉽게 읽히면서도 결국엔 감동을 주는,,,^^
님~~ 오랜만에 인사 드려요.^^ 잘 지내고 계시죠?
전 올 해 고1, 고3 엄마가 된답니다.^^;;
벌써부터 힘들어지지만,,, 씩씩하게 올 한해 살아보렵니다.^^
설 연휴 다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__)

순오기 2010-02-12 14:48   좋아요 0 | URL
어머~ 뽀송이님 반가워요, 잘 지내죠?
고1, 고3 엄마의 하루는 씩씩하게 잘 지내야 해요.
님도 즐거운 설 명절 보내셔요.

마녀고양이 2010-02-12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속의 글을 보니, 더 못 읽을거 같아요.. 읽고 나면 아주 오래오래 앙금이 남아서 휘청할거 같아서 무서워요...

순오기 2010-02-12 14:49   좋아요 0 | URL
읽고 나면 많이 아플거에요~ 며칠 전에 읽고 리뷰를 쓸 수가 없었어요.ㅜㅜ

후애(厚愛) 2010-02-12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읽고 싶어요. 그런데 너무 슬플 것 같아서... 용기가 안 나요..

순오기 2010-02-12 14:49   좋아요 0 | URL
후애님은 이런 책 보지 마세요, 밝고 명랑한 사랑스런 이야기를 보세요!

무스탕 2010-02-12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는 내내 불편했어요. 불편하지만 손에서 내려 놓을수는 없는 책이었어요.

순오기 2010-02-12 20:31   좋아요 0 | URL
이런 이야기 편치는 않지요. 게다가 우리 아이들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콱 막히지요.ㅜㅜ

gimssim 2010-02-12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부러 읽지 않고 버티고 있었는데...삶이 좀 무거워서 글은 좀 가벼운거 읽고 싶어서요. 용서될까요?

순오기 2010-02-13 03:46   좋아요 0 | URL
내 삶이 버겁고 신산할 때 일부러 밝고 명랑한 책이 보고 싶더군요.
중전마마께서 살아온 세월이 있으니 이런 책 읽지 않아도 되지요.^^

글샘 2010-02-13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려령 작가 팬인데, 죽는 이야기는 무서워서 못읽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죽는 일은... 정말 무서운 일이에요. 그나저나 아이들에 세상에서 제일 많이 죽는 이 나라는 제일 무서운 나라고, 작년에 엄청 죽었는데 작년이 젤 무서운 해였던 듯...

순오기 2010-02-15 02:37   좋아요 0 | URL
정말 아이들이 죽는 이야기는 무서워요. 세상은 그보다 더 무섭지만...
 
난장과 함께하는 12월의 좋은 도서 신청 이벤트 당첨자 명단.
사과는 잘해요 죄 3부작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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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는 꼭두각시 
이 책을 읽으며 MB정부의 꼭두각시 총리가 생각났다. 그는 세종시를 비롯한 정부의 잘못에 허수아비처럼 사과하러 다니기 바쁘다. 말로는 국민여론을 수렴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그 말에서 진정성을 찾기는 어렵다. 우리는 지난 2년 간 겪을만치 겪어서 이 정부가 사과는 잘하는, 혹은 사과'만' 잘하는 정부라는 걸 알고 있다.

죄로 가득찬 사회
이기호의 '사과는 잘해요'는 복지시설에서 벌어지는 온갖 행태의 죄악이 담겨 있다. 부족하고 모자란 이들을 수용한 시설에서 무차별 폭력과 강간이 행해지고, 자살방조 및 사체유기도 서슴치 않는다. 돈이라면 무슨 짓이든 다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부정과 비리가 다 들어 있다. 그래서 책을 읽고도 편치 않아 선뜻 리뷰를 쓸 수 없었다. 수용시설의 폭력과 성폭행을 고발했던 '도가니'처럼 가슴이 콱 막히는 참담함과 부끄러운 죄의식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보다는 가볍게 조롱하는 느낌이랄까, 소위 '풍자'라는 이름으로 대체되고 '우화'라는 이름을 가져다 써도 좋을 듯하다.  

이 책은 시설의 죄를 고발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세상에 만연한 '죄와 죄의식'을 파고 들었다. 세상에 죄가 없는 사람이 없을테니 우리 모두의 문제로 느껴지는 까닭이다. 반드시 죄사함을 받아야 구원받는 종교적인 문제로도 생각됐다. 어쩌면 누구의 말이든 곧이 곧대로 믿는 시봉과 나(진만)처럼 사는 게 당연한데, 그런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사회가 잘못 된 거 아니냐는 반발심도  일었다. 모자란 이가 바보가 아니라 스스로 잘나고 똑똑한 이들이 제대로 살지 못하는 이 사회가 정말 바보다.

내 죄가 무엇인가?
수용자들은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다. 단순 노동과 복종을 위해 정체도 알 수 없는 알약을 먹었다. 시봉과 나는 날마다 복지사에게 불려가 두들겨 맞으며 동병상련의 우정으로 한몸처럼 되었다. 이들은 죄를 고백하라는 매타작에도 정말 자신들의 죄가 무엇인지 몰랐다. 매를 덜 맞기 위해 죄를 만들어 고백했고, 거짓으로 둘러 댄 죄를 실천해야 편히 잠들 수 있었다. 이런 아니러니라니! 죄를 고백하기 위해 죄를 만들고, 죄를 만들었으니 실천하는 어리석음을 이들은 옳다고 믿었다. 사람이 길들여지고 세뇌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체감되었다.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아? 네 죄가 뭔지 아냐고?"
"예, 저는 제 죄가 뭔지 알아요. 제 죄는....... 맞아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는 거예요."
(24쪽)

"우리가 뭘 잘못한 걸까?"
"나는 맞는 게 싫어."
"난, 정말 아무리 맞아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거든."
(25쪽)

"너희들은 이제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죄야.그러니, 이제 할 수 있는 사과가 뭐겠어?"
(190쪽)
 

 
   

남의 죄를 대신 사과할 수 있는가?
시봉과 나는 스스로 시설의 기둥이라 생각하며, 원생들의 죄를 대신 고백하는 반장으로 활동했다. 원생들의 죄를 고백하고 대신 매를 맞으며 자신들이 진짜 기둥 같은 존재감을 느꼈다. 이들은 스스로 잘할 수 있는 일은 사과라고 믿으며 뿌듯했다. 그 후 시설의 문제가 드러나 원장과 총무과장, 복지사는 감옥에 가고 원생들을 자유를 얻었다.

집을 모르는 나는 시봉의 집에 얹혀 살고, 시봉의 동생 시연은 경마에 빠진 무책임한 남자와 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몸을 팔았다. 시봉과 나는 백수로 지내기 미안해 일자리를 찾지만 포장과 '내부고발자'라는 이력으로 할 일은 없었다. 시연의 남편 뿔테 안경 남자는 시봉과 내가 잘할 수 있는 '사과 대행'을 시켰다. 시봉과 나는 시설에서 배운 사과 기술로 밥을 벌기로 하지만 만만치 않았다. 이들은 죄인을 찾아 나서야 했다. 아니 멀쩡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어 갔다. 한 인간을 파멸시키는 것은 죄가 아니라 죄의식이라는 걸 보여 준 정육점 아저씨, 정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했다. 

죄를 용서받기 위해 죽을 수 있는가?
시봉과 나는 뿔테 안경 남자가 시키는 대로 사람들의 죄를 대신 사과하러 다녔다. 그러나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 사과받을 수 없다는 김밥집 아주머니는 '대신 죽을 수 있느냐' 고 말한다. 시봉과 나는 대신 죽을 수는 없기에 일을 무르려고 했으나 이미 시연의 남편이 돈을 받아 썼고, 결국 만취한 그가 대신 죽었다. 시봉은 감옥을 나온 복지사들에 잡혀 죽었고... 나는 비로소 온전한 자유인이 된다. 나를 시설에 맡긴 아버지를 찾아 나서 밝혀낸 진실은 완전 뒷통수를 치는 충격이었다. 

나의 아버지는 자신의 말처럼 자기 죄를 스스로 감당했다. 죄와 죄의식을 피할 수 없는 나도 결국 아버지와 시봉의 죽음으로 구원된다. 아버지가 사과해야 할 사람은 나 뿐이었고, 내가 사과해야 할 사람은 시봉 뿐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죽음으로 사과했고, 시봉은 "나한테 사과할 일 있으면 네가 대신 받으라."는 말처럼 사과 받을 수 없는 곳으로 갔다. 그래서 나는 시봉에게 할 사과를 내가 대신 받고 죄의식에서 자유롭기로 맘 먹었다. 아니 원장의 말처럼 '죄는 모른 척해야 잊혀지는 법'이니까 이제부터 죄를 모른 척하기로 했는지도 모른다.  

죄와 죄의식에서 정말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 작품은 끝까지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지는 않는다. 시연과 내가 병원을 도망쳐 나와 끝없이 집을 향해 가듯이, 그 답을 찾아가는 건 독자들의 몫이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고 어떤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으며, 과연 그 죄의식에서 자유롭기 위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작가가 대속의 종교를 들이밀며 해답을 요구하는 건 아니다. 개인의 죄와 사회의 죄를 집요하게 묻는 것 같아 그저 웃어 넘기기에 씁쓸한 것은, 나도 죄의식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기호 작가는 내가 사는 빛고을 광주대 문창과 교수로 재직중인데, 2010년 2월 어머니독서회 토론도서로도 선정했으니 나중에 작가초청 강연을 가져볼까 생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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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mssim 2010-02-07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와 죄의식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예수쟁이인 저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서재 바탕화면 아름다워요.
나이 드니까 이렇게 좀 화려한게 좋군요.

순오기 2010-02-07 14:18   좋아요 0 | URL
죄와 죄의식의 종교의 유무를 떠나 모두가 자유롭지 못할 올무겠지요.
저도 나이가 들었으니 화려한 게 좋아서 처음으로 써 봤어요.^^

프레이야 2010-02-07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면 인간은 훨씬 더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결국 자신을 구속하고 공포스럽게 하는 건 개인적,사회적 죄의식에 뿌리가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이니까요.
대문에 꽃다발이 화사해요.

순오기 2010-02-07 16:09   좋아요 0 | URL
죄와 죄의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건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홀리스 우즈의 그림들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9
패트리샤 레일리 기프 지음, 원지인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역시 뉴베리상 수상작은 실망시키지 않는다. 패트리샤 레일리 기프의 성장소설로 미국에서 지금까지 상처받은 아이들의 치유와 성장 과정을 다룬 작품들 중 가장 성공작으로 꼽힌다고 한다.   

얇은 책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아이, 처음 발견한 곳 지명을 따서 '홀리스 우즈'라고 이름 붙은 아이의 자기 고백이 가슴 아리게 진행된다. 입양 가정을 전전하는 현재의 상황과 자기의 그림을 통해 과거의 이야기가 이중으로 진행된다. 이런 이중 구조가 처음엔 몰입을 방해하지만, 독백으로 진술되는 아이의 지난 시간에 가슴 졸이게 된다.  

홀리스 우즈가 여섯 살 때 그린 첫 번째 그림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W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찾는 숙제로 우즈는 소망하다(Wish), 원하다(Want), 사랑스럽지 않나요(Wouldn`t it ve loverly)를 생각하고 잡지에서 가족을 잘라 붙였는데, 에반스 선생님은 그림에 X표를 치며 이렇게 말한다. 

   
  홀리스, 이건 가족 그림이잖니, M으로 시작하는 엄마, F로 시작하는 아빠, B로 시작하는 오빠, S로 시작하는 여동생. 그렇게 한 가족이 H로 시작하는 집 앞에 서 있는 그림이잖아. 이 그림에서 W로 시작되는 단어가 어디 있다는 거니?(7쪽)  
   

왜, 어른들은 눈에 보이는 것밖에 보지 못할까? 홀리스 우즈는 W그림을 생각할 때마다 리건 아저씨와 이지 아줌마, 그리고 스티븐을 생각하며 이들에게서 도망친 자신을 자책한다. 나는 왜 모든 것을 망쳐야 했을까?   

홀리스 우즈는 입양된 가정에서 참을 수없는 감정이 되면 무작정 집을 나와 버린다. 입양기관에선 우즈를 찾아 다른 가정으로 보내고... 입양기관 사람들, 정말 맡은 일을 확실히 하는데 놀랐다. 우리나라 입양기관도 책임감이 충만할지 궁금하다. 아이는 다시 도망치기를 반복하며 입양가정을 전전하지만 마음을 열고 정붙이지 못한다. 다시 버려질까봐 먼저 버리는 아이, 우즈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없는 걸까? 진정으로 사랑받고 싶은 아이의 소박한 마음을 알아주는 가정은 진짜 없었나 조바심이 들게 했다.

홀리스 우즈는 미술교사였던 조시 아줌마를 만나 서서히 마음을 열어간다. 여기서는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 치매로 하던 말이나 할 일도 잠깐 잊어버리는 조시아줌마에게 자신이 필요할 거라는 존재감도 느낀다. 우즈는 조시 아줌마와 사촌 베아트리스는 자신의 그림과 마음, 영혼까지 이해한다는 걸 안다. 그래서 리건 아저씨 가족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림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그림에 얽힌 추억을 얘기하는 우즈의 독백을 들으며 뭔가 큰일이 생길 거 같아 조마조마 긴장하게 된다.

우즈는 자신의 모든 걸 이해하고 사랑하는 리건 가족의 딸이 되어 행복하게 지내면서도 자기 때문에 나쁜 일이 생길까 봐 불안하다. 스티븐과 아저씨가 티격태격하는 것조차도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결국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 리건 가족을 떠난다. 예전에 회벽집 여자가 '문제가 산더미 같이 많은 아이'라고 했던 말이 우즈에게 상처가 된 것이다.

"가족이란, 남에게 대접할 수 없는 밥상을 매끼니 함께 먹는 사람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나를 버리지 않을 거라 믿을 수 있는 세상 유일한 사람들, 지지고 볶아도 결국 같이 사는 사람들이다."

우리 삼남매가 정의하는 가족이다. 마지막 스티븐이 등장하면서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며 우즈는 진정한 가족의 품에 안긴다. 우즈는 가족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우리 아이들처럼 평범한 가족의 정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아픔을 겪었던 것이다. 홀리스 우즈, 이젠 리건 가족과 행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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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4 0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04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2-05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남매 글에서 가족에 대한 위의 정의를 보고, 어렵지 않은 말로 가족의 정의를 참 잘 내렸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가장 깊은 상처도 역시 가족에 의해 입는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인지, 아니면 아이러니인지요.

순오기 2010-02-05 20:46   좋아요 0 | URL
흐흐흐~ 우리 삼남매의 생활 그대로 내린 정의니까 어려울 것도 없지요.^^
가족이라서 편하기도 하지만 제일 만만하게 생각하기도 하니까 상처주는 일도 생기겠죠. 그래도 가족간의 상처는 원망하며 복수를 생각하지는 않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