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다는 것 미래의 고전 4
최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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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참 눈에 띈다. 붉은 실로 뜨개질 하는 엄마를 빼꼼히 문을 밀고 들여다 보는 딸, 저들 모녀에겐 어떤 사연이 있을까? 호기심을 안고 성큼 발을 들이밀었더니 열여덟 고등학생때 엄마가 된, 세상에서 '미혼모'라 부르는 미진이 엄마의 진짜 엄마되기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을 입증하는 성장소설로 청소년과 엄마들이 보면 좋을 책이다. 

'엄마'란 무엇일까? 아기를 낳았다고 모두 엄마가 되는 건 아니다.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면 좋으련만, 요즘 세상엔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딸을 둘이나 키우는 엄마로 정말 내 딸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혹은 내 아들이 이런 일을 만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기도 두려운 일이다. 세상에 아이를 내놓는 일이 무서운 게 이런 일 뿐이겠냐마는, 이보다 당황스러운 일도 없을 것 같다. 부모된 사람은 어떤 경우의 수라도 대비하고 있어야 하는 세상이라서 이런 책은 꼭 읽어야 한다. 

내가 아는 분 중에 아주 어려서 엄마가 되고 아이가 알까봐, 나이를 물어보면 '고양이'띠라고 했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다는 건, 누가 뭐라 하기 전에 스스로 당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책 속의 미진이 엄마는 그런 면에선 당차고 야무진 엄마다. 물론 어린 나이에 섯부른 행동으로 임신을 한 것까지 칭찬할 일은 결코 아니지만... 임신한 것을 알고 비겁하게 도망친 미진이 아빠보다야 백번 낫다. 자신의 행동에 끝까지 책임지고 생명을 세상에 내놓고 당당하게 키우는 모성애는 칭찬받을 만하다. 때론 아이를 낳아 입양시키지 않고 키우는 걸 후회도 했지만 책임있는 행동으로 이미 엄마라는 자격을 주어도 되겠다. 

선택의 여지없이 세상에 나오게 된 미진이 입장에서는 나이 어린 엄마가 부담스럽다. 서른된 엄마와 열두 살 딸 미진이의 관계를 언니나 이모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니 남들 눈에 띄는 게 싫다. 미진이 엄마가 자꾸 이사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고. 더 이상 이사하지 않고 오래 살려고 온 아파트지만 이사온 날부터 이웃의 관심이 부담스럽다. 사춘기를 맞은 미진이는 매사 툴툴거리고 엄마에게 불만이 많지만, 정말 도움이 필요한 순간엔 엄마밖에 없다는 걸 안다.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를 피해 집은 나온 나경이를 보며 숨어 있지 말고 당당히 맞서서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당찬 아이다.

이 책은 환경 때문에 위축된 미진이와 엄마를 내세워 '엄마와 아빠의 자격'에 대해 말하고, 세상의 편견에 당당히 맞서며 진짜 엄마가 된다는 게 어떤 것인지 말한다. 미혼모를 소재로 한 성장소설은 많지만 따뜻한 결말은 많지 않은데, 이 책은 따뜻한 결말이라 보고 나서도 맘이 놓인다. 미진이 엄마와 같은 처지가 된 나경이 언니에게 미진이 엄마가 인생선배로, 같은 경험자로 들려주는 말은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죽고 싶은 마음까지도 살아야 하는 힘으로 바꿔 주는 게 아이더라. 어차피 아이는 낳아야 하고, 너는 엄마가 되어야 하잖아. 엄마가 된다는 것은 소꿉장난을 하듯 장난스러운 게 아니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품어 줄 수 있을 만큼 깊어지고 커지는 거야."(98쪽)  
   

 어리지만 엄마 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아는 미진이 엄마와, 밀어내기만 하던 나경이와 마음을 나누게 된 미진이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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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09-04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먹을만큼 먹고 결혼해서 엄마가 된 저도 이리 헤매고 어려워하는데 열여덟이란 나이의 엄마는 상상이 잘 안되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게 엄마인 것 같거든요. 저도 보고 싶네요.

순오기 2009-09-04 23:50   좋아요 0 | URL
저도 나이 먹을 만큼 먹고서 엄마가 됐는데~ 진짜 엄마되는 거 어려워요.
지금 이 나이에도 여전히~~

같은하늘 2009-09-05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보았던 <사소하게 대단하게 별스럽지않게>라는 책이 생각나는군요.
미혼모 이야기... 잘한 일은 아니지만 당당하게 책임질 줄 아는 모습은 칭찬해야지요.^^

좋은 엄마란 답이 안보여요. 저는 오늘저녁에도 아이때문에 붉으락~푸르락~했다지요...

순오기 2009-09-05 14:34   좋아요 0 | URL
사소하게 대단하게~ 제목도 처음 들어요.ㅜㅜ
아이들 때문에 붉으락 푸르락 할 일이 어디 한두 번이겠어요.^^
 
검은 고양이 - 개정판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강미경 옮김,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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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열심히 포토리뷰를 작성하다 에러가 나서 날라가 버렸다. 흥~ 쳇~ 왜 포토리뷰는 임시저장도 안된다 말이냐고? 두세 번 당하고 나니까 포토리뷰 쓰기가 싫어진다고!!ㅜㅜ 이 책은 그림이 압권이라 포토리뷰가 제격이지만, 같은 일 또 당하기 싫어 일반 리뷰로 올린다.  

범죄 추리소설의 대부라 불려도 마땅한 에드거 앨런 포(1809~1849)는, 세 살때 어머니마저 돌아가시자 앨런씨에게 입양되어 중간 성이 'Allan'이 되었다. 하지만 의붓아버지가 죽을 때까지 불화했다니 안타까웠고, 열세 살 밖에 안된 사촌 버지니아와 결혼했다는 건 충격이다. 공포, 우울, 불쾌 등의 정서를 가진 괴팍한 인간들이 등장하는 작품에서 그를 짐작하는 것도 그의 삶과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표지와 속지에 그려진 그림만 봐도 이 책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림도 섬뜩하지만 팽팽한 긴장감을 동반한 책읽기로는 딱이다. 학창시절 읽었던 추억도 되살리고 청소년 자녀와 같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포의 작품 중 '어셔가의 몰락'과 더불어 가장 많이 읽히는 작품이 '검은 고양이' 아닐까 싶은데, 단편의 매력을 이만큼 살려낸 작품도 흔치 않을 듯하다. 자기가 사랑하던 고양이를 학대하는 이 남자, 한쪽 눈을 찍어버린 것도 부족해 결국 나무에 목매달아 죽이기까지 했다. 죽은 고양이와 닮은 고양이가 따라와 키우게 되지만, 목을 조여오는 죄의식에 더 큰 죄를 저지르고 태연하게 묻어 버리는 이 남자. 아내의 실종신고에 집을 살피러 온 경찰이 허탕치고 돌아갈 때, 완전범죄를 확신하고 득의만만하게 뱉어 낸 행동에 들려온 고양이 울음소리~ 오, 기막힌 반전이다.



꼼짝할 수 없이 묶인 채 서서히 몸 가까이 다가오는 칼날을 지켜봐야 하는 '나락과 진자'는 공포 자체다. 흉기가 직접 몸에 닿아 죽는 것보다 자신의 죽음에 무방비로 놓여진 공포감이 먼저 죽게 하지 않을까? 죽음의 고통보다 더한 서서히 '죽음을 맛보는' 공포감이라니, 오~ 끔찍해라!



산채로 매장당한 사람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때이른 매장'은 그들의 생생한 경험을 들려줘, 오싹한 죽음의 간접체험에 진저리 쳐진다.



책의 삽화는 흑백의 그림으로 간간히 튀어나와 독자의 공포를 극대화시킨다. 40세에 맞은 포의 죽음은 사망원인과 무덤의 위치조차 미스테리로 남았다니, 그의 작품과 삶이 모두 남다른 듯... 이젠 처서가 지나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한낮의 더위를 식히고 싶다면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집을 읽는 것으로 충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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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8-30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삽화가 정말 무시무시하네요.

순오기 2009-09-04 08:48   좋아요 0 | URL
무시무시~~ ㅠㅠ

희망찬샘 2009-08-30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시절 읽고는 무척 무서웠던 이야기, 그래서 우리집의 검은 고양이가 더욱 무서웠다는...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싶네요. 그림이 죽이는데요.

순오기 2009-09-04 08:48   좋아요 0 | URL
하하~ 책 덕분에 검은 고양이를 무서워했군요.
그림은 정말 섬뜩~ ㅜㅜ

꿈꾸는섬 2009-08-30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정말 이런 무서운 책은 정말 숨죽이며 읽어요. 겁이 많아요.ㅠ.ㅠ

순오기 2009-09-04 08:49   좋아요 0 | URL
겁많은 사람은 보지 말아요.ㅋㅋ
난 겁이 별로 없어요~ 무대포!

같은하늘 2009-08-31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소년과 같이 읽으면 좋겠다 하셨는데 그림이 참...
전 이런책 보면 밤에 잠을 못자요. >.<

순오기 2009-09-04 08:49   좋아요 0 | URL
잠 못자는 사람도 보지 말아요.ㅋㅋ

마노아 2009-09-03 0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 고양이에 대한 인상은 이 책 덕분에 늘 어딘가 섬뜩하거나 슬프다는 느낌인데, 터보의 '검은 고양이'가 너무 신나는 노래로 나와버려서 좀 희화된 느낌이었어요. 재밌긴 해도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았던 그 곡이 당시 가요톱텐 1위 했을 때 당황했던 기억이 나요. 경쟁곡이 정말 없었거든요.^^

순오기 2009-09-04 08:50   좋아요 0 | URL
터보의 검은 고양이는 몰라요~ 한번 들어봐야 겠군요.
 
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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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일 수요일 밤 11시 20분, '건투를 빈다' 남은 100쪽 열독중인데 원주의 이질녀에게 문자가 왔다.
"한비야씨 지금 무릎팍 도사에 나왔어. 울 이모가 예능프로 보실까 싶지만서도... 굿나잇!^^
"오호~ 비야언니 나왔다면 당연히 봐야지, "
부리나케 리모컨을 찾아 TV를 켯더니, 지난 31일 작가와의 만남에서 보았던 그 모습의 비야언니가 속사포를 쏘아대고 있었다. 할 일이 많아서 말도 빠른 그녀, 이 책을 읽고 나면 스스럼없이 '비야언니' 혹은 '비야누나'라고 부를만큼 친숙해진다.^^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을 보면서도, 내꿈보다는 우리 아이들이 큰 꿈을 가지면 좋겠다고 소망한 평범한 엄마였다.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를 보곤 광주살이 20년이어도 해남 땅끝마을 한 번 못가본 한을 풀어야지 생각하며, 그녀가 걸었던 발자국을 따라 송정리에서 우리집까지 즐겨 걸었다. '중국견문록'을 보면서 외국어 공부도 이렇게 무대포로 밀고 나가면 되는구나 생각했고,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보곤 나만 알고 살던 부끄러움에 작은 실천을 하게 됐다. 내 삶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끼친 그녀, 비야언니를 나는 아름다운 사람이라 칭한다. 많은 이들이 더 많이 갖기 위해 올인할 때, 가진 것을 나누기 위해 구호현장을 누비고 다닌 그녀는 아름답다. 좋은 책을 읽으면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어 속이 터질 것 같다는 그녀, 비야언니의 긍정마인드와 넘치는 에너지와 식을 줄 모르는 열정도 아름답다. 이제 월드비전의 구호팀장 조끼를 벗고 '거울 앞에 선 누님처럼' 또 다른 미래를 위해 유학길에 오른 58년 개띠의 그녀는 더욱 아름답다.  

이전의 책보다 작은 사이즈의 '그건, 사랑이었네' 표지에서 축복의 보석이 쏟아지는 걸 바라보며 웃고 있는 비야언니는, 차 한 잔 나누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정말 이런 것까지 말해도 되나?' 할 정도로 편안하게 자연인 한비야를 털어놓고 보니 쑥스럽지만, 한편으론 후련하다고 했다. 이 책에서 만나는 인간 한비야는 세상과 자신을 움직이는 힘이며, 세상과 독자와 자신을 향한 마음 밑바닥에 있는 '사랑'을 들추어 보인다. 

한씨, 58년 개띠, 셋째딸, 생김새와 체격, 불광동 독바위 근처,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맘에 들지 않는 게 없다는 자존감으로 똘똘 뭉친 비야언니는 인생을 재밌다고 호들갑 떨기로 선택한 자신이 정말 마음에 든다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에서 만난 비야언니는 작가와의 만남 현장의 비야언니가 다르지 않았고, 무릎팍 도사에 나온 비야언니 또한 그 모습 그대로였다. 속과 겉이 다르지 않은 사람,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꾸미지 않은 속살과 맨얼굴의 한비야를 보여주는 책이다. 하지만 이제는 김혜자씨의 조언을 받아들여 화장을 하고 예쁜 옷도 입고 더 매력적인 한비야가 되기로 맘먹었다니 지켜보는 재미도 좋을 것 같다.^^ 

칭찬받으며 자란 유년기, 자신을 키운 팔할은 아버지와 함께 한 등산이었다는 그녀. 중2때 아버지의 죽음, 재수하고 간 대학에서 만난 첫사랑, 절벽에서 추락하면 날개를 돋게 하는 하느님, 열릴때까지 두드리는 집념, 구호현장에서의 일들까지 조곤조곤 풀어놓았다. 비야언니의 전작을 읽었기에 낯선 이야기가 아닌 후일담을 듣는 느낌이다.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건 비야언니의 글쓰기 비밀과 '1년에 100권 읽기 운동 본부' 얘기었다. 좋은 글쓰기를 위한 기본적인 삼다(다독, 다작, 다상량) 외에 다록(多錄)을 추가했는데, 공감이 가는 말이다. 또한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몸부림을 들었다. 글쓰기에 몰두하는 것, 쓰기 전에 말로 먼저 해보기, 쓴 글을 큰소리로 읽으며 운율과 고저 장단을 맞추고, 친구들에게 전화로 읽어주고 반응까지 살핀다니 놀랍다. 마감시간 딱 맞추기와 일명 '피바다 교정지'라 불릴만큼 교정을 보고도 인쇄소까지 가서 고친적도 있었고, 사실이 틀렸을 경우 외에는 더 이상 손대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쓴 적도 있었다니 혀를 내두를 뿐이다. 이런 근성이 생전 꿈꿔보지 않은 '작가'의 길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겠지.^^  1년에 100권 읽기 운동 본부장이 되고 싶다며, 성인 26%가 독서를 안한다는 우리나라지만 독서의 바람만 불면 될 거란다. 그래서 좋은 도서목록을 정해 권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한비야가 엄선한 24권을 추천했다. 그녀는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이라 종목별 나이별 리스트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평상시에 해야 할 리스트까지 과연 리스트의 달인이다. 그녀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려면 120살은 살아야 된단다.^^ 

때론 흔들리고 좌절하거나 포기하고 싶은 우리네와 같은 성정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 그럼에도 우리와 다른 그녀의 삶을 이끌어준 원동력은 무엇인지 솔직하고 화끈하게 들려주는 비야언니 말에 귀 기울이면,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스며드는 빛을 발견하게 된다. 나도 비야언니가 두려워 한 '후지게 나이 먹는 것'처럼 왕년에를 부르짖으며 자기 생각과 경험이 세상 전부라고 생각한다거나, 자기 손에 있는 것을 쥐고만 있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277쪽 위에서 12줄, '내 행동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봐서 때 늘 해오던 일 같았다.' 오타 발견이다!^^
다음주(8/19) 무릎팍 도사에 비야언니 2부가 방송된다니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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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08-13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덕분에 저도 어제 뒷부분만 dnb로 봤어요...^^
다음주에 또 나온다니 그때는 잊지 않고 챙겨봐야 할텐데 이넘의 깜박증이...
역시나 다다다다~~~ 얘기하며 흐르는 시간을 아쉬워하는 모습이라니...
지금쯤 미국에서 등록금과 시험을 걱정하며 열심히 공부할 준비를 하고 계시겠지요?

순오기 2009-08-14 05:31   좋아요 0 | URL
비야언니 팬 세 분에게 문자 날렸는데 하늘님한테만 반응왔어요.^^
너무 늦은 시각 문자 보내기가 좀 미안했는데~
늦은 나이에 공부를 두려워하지 않는 씩씩한 비야언니 짱이에요!!

왕유니션맘 2009-08-13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주의 이질녀임돠~ ㅋㅋ 이모가 즐겁게 봤다니 밤늦게 문자날린 보람이 있네..나도 완전 푹~ 빠져서 보며 시간 가는게 넘 아까워 계속 시계만 봤는데, 역시나~ 다음주에도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들을 기대해보며 ^^ 중국견문록, 바람의 딸 우리땅에 서다, 지도밖으로 행군하라 이외에 한비야씨 저서 추가목록이 하나 더 늘었네 ㅎㅎ

순오기 2009-08-14 05:32   좋아요 0 | URL
흐흐~ 고마워!
성주도 열심히 시청했어~ 바람의 딸 시리즈 다 봤으니까 관심있었는지...^^
다음주 안 잊어버리고 본다는 장담을 못하지만~~~

큰딸 2009-08-18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 나도 친구랑 보고 있었는데, 엄마한테 문자 보낼까 하다가 중간부터 봐서 안 보냈어;ㅎㅎ

순오기 2009-08-19 03:02   좋아요 0 | URL
그 시간에 친구랑 무릎팍도사를 보고 있었다니?
 
영두의 우연한 현실 사계절 1318 문고 54
이현 지음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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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출판사의 1318문고 쉰네번째 책으로, 경향신문 전면광고에 내가 쓴 리뷰가 인용되어 받은 선물이다.^^ '짜장면 불어요, 우리들의 스캔들'로 만났던 이현 작가의 단편 여섯 편이 실린 신선한 청소년 소설이다. 에픽 하이, 리쌍, MC스나이퍼, 드렁큰 타이거, 빅뱅의 음악을 들으며 작품을 썼다는데, 작가가 거론한 힙합을 나는 들어본 적도 없어 이제라도 들어봐야 겠다.  

<어떤 실연>은 세상엔 이론가와 실천가가 따로 있듯이 연애에도 적용된다. 연애 실천가인 유라는 좋아하는 감정만 생기면 저돌적이지만 이론가인 송미는 가슴 속 짝사랑으로 고백도 못하고 끝내버린다. 옛날과 비하면 연애의 풍속도는 많이 다르지만, 연애에 관한 이론가와 실천가가 존재하는 건 변치 않은 것 같다. 청소년들의 연애 심리와 현실을 담아낸 발랄한 소설이다.

<영두의 우연한 현실>은 표제작으로 다중우주가 존재한다는 가설을 다룬 소설이다. 가상공간이 아닌 또 하나의 우주공간에 나와 같은 존재가 있다는 건 충격이다. 다중우주를 넘나들수 있는 터미널이 있고,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유혹은, 입시에 올인하는 십대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환타지라 생각됐다. 또 다른 나와 잠시 자리를 바꿔 다른 인생을 살아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영두는 인생이, 한마디로 '씨팔'이라고 생각했다. 하나 더 꼽으라면 '하필이면' 정도를 댈 수 있었다. 인생의 즐거움이라야 고작, 누군가를 후려갈길 때의 짜릿한 전율 정도였다. 그렇다고 달리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적어도 8월 7일 오전 11시 15분 까지는, 그랬다. (52쪽)  
   

<빨간 신호등>은 십대들의 잘못된 성의식으로 자행된 강간을 얘기한다, 남자들은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왜 여자들이 거부하는 'NO'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까? '싫다'는 절규를 곡해하는 그들의 성의식을 어떻게 바꿔야할지 참 난감하다. 성추행이나 강간 등 입에 올리기도 거북한 성폭력을 없애려면, 자녀들 특히 아들 가진 부모들이 바른 의식을 갖고 잘 키워야겠단 생각이 절로 들었다.  

<로스웰주의보> 1947년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웰에서 실제 있었던 비행물체 사건 이후를 상상한 이야기로 섬뜩하게 다가왔다. 당시에 남겨진 외계인 W와 G의 시신을 찾으러 온 Q를 만난 가람이는 그들을 찾는 일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를 알려준다. 인적이 드문 건물이나 옥상에 중심 촉수를 박아 놓고, 투명하고 가는 촉수를 뻗어 사람들의 발목을 잡아채 빨판을 이용해 에너지를 빨아들인다는 '푸라푸라'. 사람들은 빼앗긴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미친듯 뛰어다니지만 결국 벗어나지 못해 점점 미쳐간다는 설정은 정말 오싹한다. 이런 지구를 벗어나기 위해 Q를 따라 나서며 쌍둥이 언니에게, 푸라푸라에게서 살아남는 방법은 '천천히'걷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거라고 알려준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우리들이 새겨들어야 할 듯...^^ 

<그가 남긴 것>17평 복도식 아파트 좁은 거실 이부자리에 몸을 누인지 5년째인 무기력한 아버지, 잘 나가던 회사 건설현장 사고 책임을 뒤집어쓰고 빈손으로 쫒겨난 아버지, 그 화풀이를 소주로 달래느라 당뇨병에 걸린 아버지. 아버지의 병원비 때문에 딸 정아는 정보고등학교로 전학하고 엄마는 마트 판매원으로 종사하는 빡빡한 현실이 안타깝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그들에게 남겨진 건, 아무것도 없을 뿐 아니라 정아와 정후의 꿈과 희망마저도 앗아가버렸다. 그래서 아버지의 죽음에도 눈물 하나 흘리지 않는 남매를 사람들은 탓한다. 지하철에서 우연히 자리 양보해주는 그런 사이로 다시 태어나면 아빠를 미워하지 않을거라며 흐느끼는 정아가 짠하다. 소설보다 더한 현실이 벌어지기에 아버지나 아들딸도 탓할 수 없다는 게 슬프다. *오류 하나~ 입관하기 전에는 상주들이 상복을 입지 않고, 입관이 끝나야 비로소 상복을 입는데~ 여기선 장례식장에 가서 바로 상복을 입고 그 후에 입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오답 승리의 희망> 모범답안만을 요구하는 세상(학교)에 자기 마음에 따른 정답을 내놓겠다는 당찬 이오구와 곽정, 이들 때문에 웃었다. 여러가지 규정에 묶였지만 거부할 수없는 고등학교 현실을 풍자하며 가능성과 희망을 열어놓은 마무리였다. 전북지역 청소년 인권 모임 '나르샤'가 발간하는 청소년 신문이라는 '오답 승리의 희망'을 줄여서 '오승희'라고 한단다. 실제 있는 청소년 인권 신문을 소재로 그들이 되찾아야 할 인권을 생각케하는 멋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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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8-10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청소년 소설의 소재가 많이 다양해지고 있네요. 좋은 일이에요. ^^

2009-08-10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0 1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1 0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1 0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09-08-13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소년을 위한 좋은 책이 정말 많더군요...
허나 아이들이 그 책을 읽을 여유가 많지 않아 씁쓸한 현실이라니...

순오기 2009-08-14 05:22   좋아요 0 | URL
정말이지 청소년을 위한 책이지만 청소년들이 얼마나 읽을 수 있을지...ㅜㅜ
 
김홍도, 조선을 그리다 푸른도서관 31
박지숙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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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제1회 푸른문학상 수상작으로 만났던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를 첫 이야기로, 2007년 제5회 푸른문학상 수상작품집 '지구를 떠나며'에 실린 '아버지와 함께 가는 길'까지 다섯 편의 중,단편을 모은 김홍도 연작소설집이다. 첫 이야기와 마지막 이야기를 이미 다른 책에서 읽었기에 썩 호감이 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다른 책에 실렸던 작품을 다시 모아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독자 입장에선 새로운 이야기를 원했는데, 이미 읽은 작품이 실린 책을 사서 본다는 건 유쾌한 일은 아니다. 물론 이 책은 선물받은 책이지만... 

이런 이유로 6월에 받은 책읽기를 미루었는데, 읽고나선 미뤄두었던 걸 후회했다. 박지숙 작가의 김홍도 사랑이 읽히고, 다섯 편의 이야기에서 긴장과 이완으로 독자를 쥐락펴락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김홍도의 그림을 매개로 정말 이런 일이 있었을 것 같은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하고 끄덕이게 했다. 초등 고학년부터 청소년에 좋을 책으로 추천한다.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에서 스승 강세황의 추천으로 유부자의 그림을 그려 천재성을 인정받았으나, 스스럼없이 '겉만 번지르르한 껍데기'라고 비아냥 댄 어린광대 들뫼(무동)를 만나 자신의 그림을 진지하게 탐구하는 김홍도를 그려냈다. 자신의 천재성에 우쭐하는 열한 살 김홍도의;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면서도, 들뫼를 만난 20년 후에야 비로소 들뫼의 슬픔이 깃든 웃음 <무동>을 그렸다는 결말에 동감이 된다.   

<천지개벽 서당에서>는 중인신분의 김홍도가 양반과 천민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다. 당시는 신분제도를 거부하거나 뛰어넘을 수 없었다. 종에서 면천된 김서방 아들 차돌이를 받아준 서당의 맹훈장을, 천지가 개벽할 일이라며 몰아세우는 양반들과 범호는 긴장감을 더한다. 꿋꿋하게 버티는 훈장님의 현장교육과 서당 친구들 덕분에 <대장간>과 <서당>이 그려졌을거란 상상은 즐겁다. 

<도깨비놀음>은 김홍도가 도화서 화원이 되어 스물한 살에 수작의궤를 맡게 된 이야기다. 실력이 부족한 화원은 기용하지 않겠다는 오만불손함이 하늘을 찌를 때, 손녀의 병이 낫기를 갈구하는 거지 할머니를 만난다. 밤마다 도깨비들과 노는 연홍의 병을 고치기 위해 도깨비 마음까지 달래가며, 보이지 않는 세상을 포용하고 존재하지 않는 만물까지 끌어안는 넉넉한 마음을 되찾아, 화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경헌당 수작도>를 완성한다. 

<느티나무가 있는 풍경> 정조의 사랑을 받은 김홍도가 중인 신분으로 연풍 현감이 되었던 이야기다. 고을 현감으로 가뭄과 기근에 시달리는 백성을 돌보기 위해 애쓴 김홍도는 마음처럼 성과를 얻지 못한다. 정적의 장계로 죄인이 되지만 변명하지 않는다. 평생 자신이 가야할 길은 화가의 길이었음을 깨닫고 정조의 부름으로 화성행차 의궤를 맡게 된다.   

<아버지와 함께 가는 길>연풍 현감으로 있을 때 느즈막히 얻은 아들 연록이 화가의 길로 들어서 아버지를 따른다. 늙고 병들고 가난한 아버지는 아들의 월사금을 위해 그림을 헐값으로 내놓지만, 아들은 '아버지의 그림은 돈 몇 푼에 사고 팔 그림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보고 즐겨야 할 그림'이라며 거두어 들인다. 아버지의 마지막 제자가 되어 함께 가는 김홍도 부자의 산행은 찡한 감동을 준다. 

박지숙 작가는 김홍도를 사랑하고 질투했다고 말한다. 김홍도의 힘은 무엇이고, 재능은 어디서 왔을까? 탐구하며 어떤 분야에도 모자람 없는 김홍도를 흠집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 났지만 지극한 정성을 쏟은 결과였기에 그를 건드릴 수 없었노라고... 하지만 천재인 그도 평범한 우리네와 같은 삶을 살았지만 그 고뇌를 작품으로 승화시켰기에 위대하다는 고백으로 마친다. 작가가 김홍도에 천착한 결과물인 연작소설이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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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7-26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홍도를 사랑하고 질투했다는 작가님이 인상적이에요. 그만큼 푹 빠졌기에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보관함에 담아가요~

순오기 2009-07-26 21:57   좋아요 0 | URL
정말 작가의 김홍도 사랑이 읽혀져요.^^

같은하늘 2009-07-2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살다간 한 인물에 대해 쓰려면 그 사람을 엄청 사랑해야 가능하겠지요...
책이 궁금해져 담아갑니다...^^

순오기 2009-07-27 13:57   좋아요 0 | URL
바람의 화원이나 영화 미인도에서 그려낸 김홍도는 좀 별로였는데...
이책은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 내용이 좋아요.^^

후애(厚愛) 2009-07-27 0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홍도 소설책을 가지고 있어서 이 책을 구입할까 망설이다가 포기를 했었는데요.
리뷰를 보고 생각이 변했어요. 전 옛 그림들이 너무 좋아요.
저도 이 책 담아갑니다^^

순오기 2009-07-27 13:58   좋아요 0 | URL
김홍도 소설이라면 뭘까~ 바람의 화원?
바람의 화원도 참 흥미진진했어요~

후애(厚愛) 2009-07-28 04:51   좋아요 0 | URL
어문각에서 나온 '단원김홍도 환쟁이 새전설' 전3권 소설책이에요.
그림도 그려져 있고요. 지금은 절판이 되었어요.
한국동화 바람의 화원을 가지고 있어요.^^

순오기 2009-07-28 06:23   좋아요 0 | URL
바람의 화원이 동화로도 있네요, 몰랐어요~ ^^

시끌북스 2009-07-2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요즘 인문과 역사를 탐독중인 저에게 새로운 바람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마음은 벌써 100권의 책을 다 읽고 싶지만 시간이 받쳐주질 않네요. 그래도 꾸준히 매일 읽다보면 100구권을 넘기겠죠? ^^

순오기 2009-07-27 13:59   좋아요 0 | URL
와우~ 시끌북스님의 방문이 반갑네요.^^
인문과 역사~ 읽어야 할 책으로 찜해놓곤 매번 소설을 잡아든답니다.
100권~ 꾸준히 읽다보면 달성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