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찜 부터 시작한다. 찬물에 담궈 피 빼기.
자극적인 표지와 광고문에 덜컥 주문해서 읽기 시작했고, 어째 쎄...한 기분이 들었지만 내용이 나쁜 게 아니라 끝까지 읽어냈는데. 흠. 그러니까 아무리 저자의 지독한 실패담과 처절한 반성이 있고, '코칭'으로 진정한 교육으로 나아가는 경험이라지만.... 많이 거북하다. 저자의 강연록이라 강하고 덜 다듬어진 논리 비약, 흥미를 돋우기 위한 과장이 있고, '코칭'으로 얻은 행복이 다른 입시성공 '자랑'담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의 과거 행동, 억압적이고 일방통행이며 성공 위주의 태도가 '코칭'이라는 옷으로 갈아입고 코칭이라는'도구'로 기존의 '성공'을 향해 달려간다. 남녀의 역할 차이에 대한 저자의 클래식한 견해, 강한 기독교 색채, '코칭' 이후에 아이들에게 하는 말은 바뀌었겠지만 성공 지향적인 ('때리고 싶었지만'이라는 속엣말 반복) 불타는 욕망은 표지의 분홍보다 더더욱 진하다. 코칭으로 나아진 부모 자식 관계를 읽고 싶었는데, 코칭을 스텝 바이 스텝 가르쳐 준다. 이렇게 하세요, 교장 선생님 말씀. 따라오는 건 딸의 다이어트와 유학 성공담. 왜 읽었냐고요? 반성 안하는 엄마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전 잘 낚입니다. 호구만두.
갈비를 찬물로 헹구고 끓는 물에 한번 데쳐야 하는데 ... 타이머 체크.
내 어릴 적 책은 계림문고였는데, 책에 실린 계몽사 전집 표지도 생각난다. 맞다. 엄마는 전집을 4살 어린 동생이 조금 더 큰 다음에 사주셨었지. 난 이미 중학생이 되었지만 몰래 몰래 (중학생은 더 어려운 책을 읽는 거라고 나혼자 정했습니다) 읽었는데. 그시절 그 자주색 양장본 전집은 아마도 친척집에 물려줬던가 아닌가.
독서 엣세이엔 저자의 성격이 드러나기 쉬운데, 곽아람 작가는 참 깔끔하고 야무진 모범생 '알파걸'으로 보인다. '알파걸' '빈틈없는' '골드미스'라는 말이 자주 나오고 자기관리 자부심이 넘친다. 공주 같았다는 '놀림'을 받아서 기분이 나빴다지만 '공녀'로서의 자부심으로 견뎠다고. 어릴 적 좋아한 이야기들을 따박따박, 헝클어지지 않게 잘 정리해 내는 저자는 나랑은 나이차도 나지만 같이 놀지는 못했겠네. 난 책도 열심히 읽었지만 공주 보다는 깡패과였.... 우리 엄마는 날 구박도 참 많이 하셨고 (그땐 코칭이 없었지), 하아, 못난 오리 였던 난 백조를 꿈꾸는 대신 모험, 추리와 여행담에 흥분했다. 너무 흔해서 뺐는지도 모르지만 '빨간머리 앤'이 목록에 없어서 섭섭했다. 곽아람 작가는 앤 보다는 다이애나랑 더 친했을거 같아. 책 많이 읽고 착하고 야무진 알파걸은 공부도 잘하고 일도 잘하고, 책도 이렇게 똑 부러지게 씁니다. 부럽다. 많이.
자, 갈비를 헹구러 가야지. 삼쩜오 킬로그램. 육식파 우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