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레베카를 읽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인물들을 다 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그 드레스 에피소드의 의미에 대한 짧은 분석 글도 읽었다. 서재 친구분들의 이어지는 추천에 (이제사) 넘어가서 읽었고! 엄머나,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이었어요?! 영화도 히치콕의 1940년작 (무려 '아라비아의' 로렌스 주연)과 2020년 넷플릭스 버전 (후져 후져)도 함께 보았다. 방학 첫날, 엄마는 너무 바빴던 거시다. 얘들아, 거기 볶음밥 데워 머거. 엄마는 이거 봐야해.
크고 작은 해석과 변화를 주었지만 두 영화 모두 원작의 섬세한 감정선과 긴장, (그 비상용 대포 처럼) 폭발하는 열기를 전달하지 못했다. 다만 영상에서 마흔두 살 홀애비 맥심과 스물하나 '나'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성급하고 뜨겁게 표현되었다. 히치콕의 '나'의 그림이 매우 정겹다. 넷플릭스의 레베카에서는 그 흰 드레스가 붉은 드레스로 바뀌었고, 남편과 시누이의 경악에 바꿔입는 푸른 드레스는 어찌나 생뚱맞게 소박한지 자잘한 꽃무늬 혹은 줄무늬가 있는 우리 시엄니 홈드레스랑 비슷해 보였다.
나는 급한 마음에 서둘러 전자책 <나의 사촌 레이첼>을 읽기 시작했고 필립은 이탈리아에서 비보를 접하고 분노, 의혹, 불안을 안고 영국으로 돌아왔다. 두근두근. 마음이 급해서 실은 영화를 너무 보고 싶지만! 꾹 참으면서 전자책을 읽는다. 그러면서 나는 댄버스 부인(넷프릭스 버전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는 이 영화의 유일한 좋은 점)이 되어 "레베카의 기본 구조가 보이는군요."라고 차갑게 말하고 싶다. 댄버스 부인의 최고 대사는 "느넨 다 노리개야!"였는데 두 영화에선 잘 살려내지 못했다. 대신 두 영화는 댄버스 부인의 죽음을 아주 확실하게 불과 물의 방법으로 보여준다.
실은....이건 고백인데요,
난 <레베카>의 맥심이 푸른 수염 같은 캐릭터이고 그래서 첫부인을 죽였고, 두번째 부인도 살해하려다가 댄버스 부인과 '나'가 협공해서 맥심을 죽이고 ... (조금 '아가씨' 같은 줄거리 같...) 그래서 소설 첫 부분 지금의 '우리'는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한 것이라고, 그런 이야기라고 알고 있더라고요? 누가 그런 말 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