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해보니 머독 책에도 수염 난 여자 나오는군요. 읽으신 분들께서 어떤 맥락인지 알려주세요? 왜 궁금하냐고요? 그러게요?;;;; 



로시나는 당신이 수염 난 여자와 결혼하려 한다고 말했죠. 당신은 당신이 과거의 그 여자를 만났으며, 나에게 전에 말한 것은 실수였다고 했고요.
[...] 
“수염 난 여자는 어떻게 되 었어?” “아, 그들도 떠난대. 하여튼 나는 ‘수염 난 여인을 쫓는 것‘도 포기했어. 잠시 동안 정신 이상이었던 거야.















맥베스에게 예언 혹은 저주를 내리는 마녀들도 수염난 여자들이다. 

뱅코: 

이게 뭐야/ 이렇게 시들고 옷차림이 난잡하여 

지상의 거주자가 아닌 것 같으면서/ 땅위에 서 있다니? 

산 것이냐 아니면 질문해도 되는 거냐? 말라빠진 입술에

갈라 터진 손가락을 즉시 대는 걸 보니/ 내 말을 아는 것 같구나.

여자가 분명한데 수염이 달려서 그렇다고 설명하진 못하겠다.  (1막 3장) 

















한편 남들의 아름다움을 분간할 줄 모르는 샤를은 아름다움과 건강을 혼동했다. 아내가 병든 후로는 튼튼하고 혈색 좋으며 엷은 수염까지 난 목석 같은 여장부들과 사귀면서 마음을 달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자(청소년 마르셀)가 아직 알베르틴이나 앙드레를 사귀기 전, 멀리서 소녀 중 한 명이 가정교사와 함께 걷는 모습을 본다. 가정교사는 완고하고 나이든 여자인데 외모가 추함을 표현하는데 '털'을 사용해 그 효과를 극대화한다. 털이라니, 여자 얼굴에 털을 두고 밖을 나돌아 다니다니. 


그 소녀는 싫지만 외양간으로 떼밀려 들어가는 짐승처럼 머리를 숙이고, 손에는 골프채들을 든 채, 자기 혹은 자기친구들 중 하나의 ‘잉글랜드 여자 가정교사‘ 일 듯한 권위적으로 보이는한 여인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으며, 그 소녀를 앞세우고 가던 여인은 차보다는 진을 즐겨 마시는 듯 안색이 붉고, 회색빛이나 무성한 코밑수염에 이어, 씹는 담배 얼룩이 검은색 갈고리 모양으로 남은, 호가스가 그린 제프리스의 초상화를 닮았다. - P557


소녀는 억지로 외양간에 끌려 들어가는 짐승처럼 머리를 숙이고, 손에는 골프채를 든 채, 틀림없이 그녀 또는 그녀 친구의 ‘영국인 가정교사‘인 듯 보이는 한 권위적인 사람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그 사람은 좋아하는 음료수로 홍차보다는 ‘진‘을 더 즐겨 마시는 듯 안색이 붉었고, 무성한 회색 코밑수염이 씹는 담배로 얼룩진 카이저수염처럼 검은 갈고리 모양으로 늘어져 있었는데 그 모습이 흡사 호가스가 그린 「제프리스 가족」 초상화와 비슷했다. - P313 

(민음사 번역으로는 이 가정교사를 남자로 오독할 수도 있다)



스테판 외에의 만화 버전에서는 더 꼼꼼하게 털을 그려넣었다. 






하지만 그 털을 얼굴에 풍성하게 기르면서 자기 인생을 풍성하게 살았던 프랑스 여성이 프루스트의 시대에 있었다. 요즘 읽은 만화책 '걸크러시' 두 권은 이 여성 클레망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래서, 어쩐지 놀리는 기분도 들고 더 가볍게 느껴지는데 ... 왠걸. 줄이어 나오는 여성들은 기원전 4세기 부터 지금까지 '여성'의 생명, 몸, 권리, 꿈을 위해서 싸우고, 싸우다 죽고, 죽어서도 편견과 싸우고 있다. 이 여성들의 이야기를 경쾌한 그림으로 힘차게 만나는 책이다. 수염이 남성의 얼굴에선 권위를 여성의 얼굴에선 추함을 드러내고, 수염이 상대적으로 덜한 아시안 남성이 왜소한 인물로 그려지는 서양의 시선을 생각해본다. 털이 나지 말아야 할 곳에 나면 끔찍해지는 데 (얼굴보다 심장! 양심!) 이 발모와 탈모에는 어떤 기준이 있는지. (아, 걸크러시에서는 이런 내용을 다루지 않지만) 머리털 말고는 여성의 몸에서 털을 다 밀어버리라고 가르치는 유행은 누가 만들고 즐기는 걸까.  



궁금하면 뭐다? 책 찾기. 


몇년 전 재미있게 읽은 두발자유화 소재 (두발은 인권과도 연결된다! 단발령도 그 맥락 안에 있지 않나?!) 청소년 소설 <열일곱 살의 털>이 생각났고 몇 권을 보관함에 (또) 담았다. 






























내게는 피부를 드러낼 자유가 있었지만, 규범에 맞는 여성적 의상을 입을 때 드러나는 나의 신체 부위들은 ‘여성화’되었을 경우에만 노출에 적합하다고 평가받았다. 그리고 여성화 과정에는 종종 돈과 시간을 들여야 했다-미용산업의 주머니를 내 돈과 시간으로 배불려야 했다는 말이다. (제7장 털 난 아가씨, 별 탈 없나요?) <여자다운 게 어딨어> 


나는 어깨나 등에 털이 무성한 남자를 무서워했다. 바닷가에서 그런 사람들이 지나가면 '육식동물'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곤 했다.  <감각의 박물학>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9-17 11: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 옹은 현미경 장착한 안경을 쓰고 다녔을 것 같습니다 아 ! 기이한 관찰력 ㅋㅋㅋ

유부만두 2021-09-18 07:54   좋아요 0 | URL
기이하죠? 어쩌면 ‘수염 난 여자‘라는 것으로 늙고 못난 여자를 표현했을까 싶기도 하고요. 여자도 수염이 조금은 살짝은 있잖아요, 그죠? (아니라고 하지 말아주세요)

책읽는나무 2021-09-17 13: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프루스트 못지 않은 유부만두님의 관찰력과 집요한 예리함!!!!!
그나저나 감각의 박물학 책 오랜만입니다^^

유부만두 2021-09-18 07:55   좋아요 1 | URL
하하하 네 저도 프루스트 백분의 일 쯤은 집요하고요, 변태 끼가 있습니다.
이렇게 쓰면서 기분이 막 좋아집니다?! (네 저 이상한 사람이에요)
 

명절이 다가오면 장보기 목록을 챙기고 일의 순서를 꼽아본다. 그리고 (속으로) 내던지며 에잇, 하고 승질을 (혼자서) 부린다. 이 짓을 한국 와서 십 몇 년을 했는데도 매년 매년 지겹고 때려치우고 싶다. 사실 음식은 전날 하면 된다. 며칠 전 부터 장을 보고 묵힐 이유가 없다. 당일에 똑 떨어져서 난감하지 않도록 부침가루와 식용유, 간장만 잘 챙기면 된다. 그리고 그날 버틸 내면의 힘, 심, 깡, 참을 인 팔 백 자를 잘 챙겨두면 된다. 그리고 명절 사흘 전까지 열심히 책을 사고 읽는다. 읽는다. 달고 달게 읽는다. 


요즘 좋은 책을 거푸 읽어서 축복받은 심정인데 이게 또 난감한 것이... 책이 너무 좋으면 감히 몇 줄이라도 남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더해서 알라딘 이웃분들의 글솜씨와 예리한 분석이 나의 감상과 비교되는 기분도 들어서 위축된다. 고작해서 복숭아 사진이나 올리고 .... (그래도 어쩌란 것이냐, 책 읽다가 먹거리가 나오면 반사작용 처럼 초집중하게 되는걸) 그리고 아침에 시작하는 소설은 <버터>. BTS 노래를 틀어본다. 비건지향이라 버터를 멀리하(려 하지만 크로아상 사랑해요)는 식습관에 냉장고의 버터스틱은 말라비틀어졌다. 서재 친구는 내게 이 책의 위험을 경고했다. 나는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달려가보겠어. 해보자고! 어차피 명절이 오고있어! 






그래서 실은 오늘 아침에도 몇 줄 적으려고 앉았다가 명절 이야기 부터 쓰고 그래서 기분이 우울해졌다가 일단 막내가 등교를 했기에 활기찬 하루 목요일 (으악 벌써 목요일이여?!!!!) 을 찐한 에쓰뿌레쏘로 시작하였던 거시다. 책 리뷰는 이따가 쓰겠지. (썼지)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1-09-16 09: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 벌써 맛있는 냄새 나는 느낌....

유부만두 2021-09-16 10:32   좋아요 2 | URL
꼬수운 냄새가 책에서 나는 느낌 ....

단발머리 2021-09-16 10: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일하는 게 어려운게 아니라 마음 준비가 더 어려워요. 추석 전까지 달콤하고 고소한 독서의 시간 펼치시기를 바랍니다요!!! BTS 아이러브유!

유부만두 2021-09-16 10:32   좋아요 2 | URL
아시는군요. 일하는 것보다 마음준비가 백배 더 어려워요. ㅜ ㅜ
전 토요일까지 열심히 놀거에요. 막 읽고 막 뻬빠 쓰고 막 막 막 (운다)

단발머리 2021-09-16 11:01   좋아요 3 | URL
😭😭😭 (토닥토닥!!!)

페넬로페 2021-09-16 11: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 준비되어 있는 곳에 가서 달랑 몇시간 전만 부치면 되는데 지금부터 스트레스가~~
맞아요.
그냥 그날 뚝딱하면 되는데 여러 날 전부터 느끼는 이 묵직하고도 거부할 수 없는 비틀림 ㅠㅠ
유부만두님, 책 읽고 글 팍팍 올려주세요^^

유부만두 2021-09-17 10:21   좋아요 1 | URL
팍 팍 올리고 싶은데요 불안감이 스물스물 다가와서 절 잡아먹고 있어요. ㅜ ㅜ

얄라알라 2021-09-16 11: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의(?), 출장 직전의 전의가 느껴지는,냄새가 꼬수울 지라도 웃픕니다.
사흘은 그냥 나없다싶은 마음으로^^;;;;저도

유부만두 2021-09-17 10:22   좋아요 0 | URL
이 책은 버터의 비중이 꽤 높습니다. 2014년에 일본에서 버터 품귀 현상이 있었대요. 모자라니 더 갈망하게 되는 사람 마음과 살인 사건을 절묘하게 연결시켰어요.

붕붕툐툐 2021-09-17 0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 버터쿠키와 버터 책 표제 찰떡인 거 뭐예용? 쿠키 너무 먹고 싶네용!!! 저도 뭐 걱정될 때 막상 닥쳐서 하는 것보다 그 전의 마음이 젤 힘들더라구요~ 토닥토닥~ 유부만두님 잘 지나갈 거예용!!

유부만두 2021-09-17 10:23   좋아요 0 | URL
잘 지나가겠죠. 매년 매 명절 마다 이 난리를 치르는데 절대 면역이 되지않네요. 애들만 신났어요. 이것들이 눈치도 없거든요.
 

바보 같은 과일 복숭아를 맛있게 먹는 히로타 센세,
오전엔 마들렌 대신 크로아상에 카페오레를 (두 번!) 즐기는 무슈 프루스트.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9-15 22: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두유와 캡슐 커피가 만나면 카페 오레! ㅋㅋ 복슝아는 💓입니다.

페넬로페 2021-09-15 22:54   좋아요 4 | URL
카페오레의 참 맛 ㅋㅋ

유부만두 2021-09-16 10:24   좋아요 3 | URL
네 여름과일 복숭아 곧 헤어질 시간이라 더 애틋하고요. ^^

잠자냥 2021-09-15 22: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버터> 읽으시면 난리나겠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9-16 10:25   좋아요 3 | URL
그정도에요? 이거 겁나는데요? ㅋㅋㅋ
초반에 체중 조절하느라 저녁은 먹지 않는다...라고 나와서 나중에 얼마나 쎄지려고 이러시나 싶었어요. 자자 허리띠 풀고 달려봅니다.

페넬로페 2021-09-15 22: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기차에서 두사람이 복숭아를 우적우적 먹는 모습이 무척 우스웠어요.
저는 잃.사.찾 읽지 않았는데 프랑스 사람들은 넘 우아하게 식사할듯 해요.
근데 산시로쪽이 좀 더 정겹지 않으세요?
엄마가 말씀해주시는 아버지 젊었을 때 이야기들이 소세키의 소설 속 모습과 닮았더라고요^^

유부만두 2021-09-16 10:28   좋아요 4 | URL
그쵸. 그 장면에서 복숭아 물 흐르고, 아 껍질은 그냥 먹는겁니까, 복숭아 안씻으면 따갑지 않아요? 별 걱정을 다하며 읽었습니다.

이 두 사람이 나중에 가을이 깊어지면 감을 먹잖아요? 하하 계절 감각 잘 살리는 소세키 작가님 덕에 더 즐겁게, 또 정겹게 읽었어요.

프루스트 소설에도 우아..보다는 거창하게 (상다리 휘어지게) 차린 식탁 묘사가 꽤 나옵니다. 그걸 또 제가 검색하면서 읽잖아요? 네 소설 속엔 다들 열심히 탐하고 먹고 그런 인물들이 나오네요.

라로 2021-09-16 00: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복숭아 사진이 정말 에로틱 입니다만. ㅎㅎㅎ

유부만두 2021-09-16 10:29   좋아요 2 | URL
그렇죠? 오죽하면 도색잡지라는 단어가 복숭아를 품고 있겠습니까. ㅋㅋㅋ
신선과 가까운 과일인 만큼 먹으면 너무 맛있어서 죄짓는 마음까지 들게 한다는 걸까요? 모양도 궁둥이 같....

책읽는나무 2021-09-16 05: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모두 다 내가 좋아하는 먹을 거다!!!
복숭아,크로와상,캡슐,두유ㅋㅋㅋ
요즘 저도 캡슐 커피 마시거든요.
저는 좀 쓴 거 같아 우유 쬐끔 타서 먹는데 두유도 사서 넣어 먹어봐야 겠네요ㅋㅋ
간식 소개도 이리 알차게 팁을???
복숭아도 저 색깔의 접시위에 올려 놓으니 뭔가 더 예쁜 복숭아?? 먹음직스런 복숭아로 보이는 착시 현상??
이게 다 저 책들 속에~^^
읽어야 겠네~읽어야 겠어^^
아...근데 어제 프루스트 안읽었는데 전 마들렌 먹었어요ㅋㅋ

유부만두 2021-09-16 10:31   좋아요 2 | URL
맥콜리프의 책은 세세하게 먹거리 애정관계 또 일상사의 디테일을 언급해서 읽는 재미와 맛이 있어요. ^^

읽어야 알지요. 이 맛과 모든 건요. ^^ 마들렌 말고도 프루스트에는 과자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여름은 아직 우리 곁에 있지…만
여름이여 곧 안녕 aurevoir.
그리고 가을이여 안녕 bonjour.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9-11 20: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진 세버그 ♡ㅅ♡

유부만두 2021-09-11 21:00   좋아요 4 | URL
배우는 멋진데 (아줌마 눈에) 캐릭터는 밉상 화상이네요;;;

새파랑 2021-09-11 21: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강˝과 ˝진세버그˝ 외모 차이가 느껴지지 않네요 😅 저도 슬픔이여 안녕 완전 좋아해요~!!

유부만두 2021-09-12 07:55   좋아요 3 | URL
느낌이 많이 비슷하죠?! 전 영화는 이번에 처음 봤는데 꽤 좋았어요.

붕붕툐툐 2021-09-12 0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슬픔이여, 안녕」의 안녕이 만날 때 인사라는 걸 알고 신기했어요~ 전 헤어질 때 인사라고 생각했거든요~ 전 읽으려다 아직이네용!ㅎㅎ

유부만두 2021-09-12 07:57   좋아요 2 | URL
이제 주인공이 슬픔을 만나서 안녕, 인사하고 배우게 된 걸까요. 그래도 슬픔은 살짝 맛만 보곤 그냥 예전 대로 씬나게 사는 건지도 몰라요.

파이버 2021-09-13 12:01   좋아요 2 | URL
툐툐님 저두요 툐툐님이랑 똑같이 생각했어요
저는 유부만두님 덕에 불어로 두 가지 안녕을 배웠네요~! 언어의 세계란 신기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