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포스터를 봤는데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는 1990년대 발랄라한 이십대 초반 여성의 대도시 직장 생활 분투기라고 했다. 그런데 직장이 문학 에이전시. 인상적인 백발의 여성 상사 시고니 위버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쿨시크한 상사 메릴 스트립을 생각나게 했다. 



원작이 있어서 찾아 읽었는데 소설이 아니라 회고록이라고 했다. 역시나 '프라다'와 비슷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때는 1995년 12월, 영국에서 다니던 대학원을 석사만 마치고 뉴욕으로 돌아온 (본가는 브롱스) 조안나는 이제 자신의 시를 쓰고 싶다. 오래된 문학 에이전시에 비서/보조?로 취직해서 녹취록을 만들고, 유명 은둔 작가 샐린저에게 온 팬레터에 공식 거절/반송 편지를 쓰며 (이 모든 것은 타자기로 한다. 컴퓨터가 아니라. 1996년에 말입니다. 이 사무실이 Judy Blume을 놓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책에서 언급되는 주디 블룸의 '어른 소설' Summer Sisters가 궁금해졌다) 하루하루를 보낸다. 원고 검토는 언감생심, 그런데 동거하는 남친은 여성 혐오 넘치는 소설을 쓴다고 온갖 진상을 다 떨고있다. 직장 상사의 부재시 (주로 금요일) 조안나는 전화를 제대로 받고, 무엇보다 샐린저의 정보를 외부에 발설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상사도 역시 개인사의 아픔을 갖고 있었고... 문학 사랑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막막하다.


박봉에 시달리고, 남친의 괴팍한 행동과 끔찍한 현실을 마주하고, 가구가 아닌 사람 취급을 받기위해 애쓰는 조안나는 몇 번의 전화 통화에서 노인 대작가 샐린저를 통해 자신의 진짜 꿈을 (꿈의 불씨를) 되살린다. 더해서 자존감도. 모두가 열광하는듯한 샐린저의 소설 세계를 이십대가 되어서야 읽기 시작하고 울컥하는 마음에 용기를 얻는다. 그리고 인생의 큰 발걸음을 내딛는다. 정말 '프라다'와 비슷하다. 그에게 샐린저는 ... 어떤 의미냐... 


이 책은 2015년에 출간되었고, 작가의 1996년과 2008년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샐린저의 추문, 1998년 Maynard의 회고록 출간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오십대 중년 아재의 대학1년생(및 미성년자) 꼬시기 (이게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남자친구의 성추행 해직과 자신을 향한 가스라이팅 설정을 공들여 써놓았다. 


귀엽고 어딘가 어설픈 표정의 사회초년생 이야기, 제목마저 뉴욕 다이어리, 라고 달아놓고 슬쩍 샐린저를 인생 조언 해주는 어르신으로 모셔놓으니 많이 찜찜하다. 샐린저의 옛애인 Maynard는 (나이차이가 34살!!!) 대학 1학년을 중퇴하고 그의 집으로 들어갔고 그 '어린 여자에게 마수를 뻗는 착취자'에 대해 여러번 기고문을 통해 분노와 경고를 쏟아냈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폭로자를 향한 비난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다. 샐린저는 Maynard와의 동거 이후에도 1988년 40살 연하의 여인과 결혼했다. 


Salinger in Love | Vanity Fair

Joyce Maynard on Woody Allen, J.D. Salinger, and the Chilling Parallels Between 2 ‘Great’ Men | Vanity Fair


여러 생각이 오가는 독서였다. 재미는 있는데 찜찜함도 함께 합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1-12-13 17: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샐린저에 이런 추문이 !! 영화에서도 보면 아내나 아이에게 좋은 남편 아버지는 못 되더라고요.ㅠㅠ

유부만두 2021-12-13 17:32   좋아요 3 | URL
샐린저가 더해서 오락가락 하는 신앙으로도 가족을 괴롭게 했다고 읽었어요.

Maynard는 성추문이 드러날 때 비난이 여성/고발자를 향하는 문제를 성토하고 있어요. 문제가 되는 행동을 ‘누가‘ 하는지가 더 중요한데도 자꾸 이유를 만들면서 가해자를 감싸고 돈다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오십대 대작가가 대학 1학년 여학생에게 집적거리는 건 ...으....너무 더럽고 싫어요. 그런데 그런 비슷한 사례가 우리 나라에도 있잖아요. 으....

scott 2021-12-13 17: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메이나드와 샐린저 평전 책 읽고 분노를!!! 샐린저 사이코 메이나드 딸이 자신의 어머니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아다고 폭로 했던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나네요 샐린저가 군대 생활과 전쟁 당시 겪었던 정신적 충격 트라우마로 어린 소녀에게 탐닉했던 롤리타 증후군을 앓았던 미국 문학계에서 본격적으로 문제 제기 하지 않고 덮어 버린,,,파수꾼 알고 보면 무서운 이야기...

유부만두 2021-12-13 17:35   좋아요 2 | URL
메이나드 딸의 기사는 잘 모르겠고요,
샐린저나 우디 앨런의 확실한 성착취에도 그들의 ‘옹호자‘들이 나서서 폭로자/피해자를 공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독서괭 2021-12-13 23: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헉 샐린저 그런 사람이었군요. <호밀밭의 파수꾼> 만 읽었지 작가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는데… 충격입니다. 오십대작가가 대학생- 넘 싫네요 ㅠ

유부만두 2021-12-15 07:02   좋아요 2 | URL
저도 큰 충격을 받았어요. ㅜ ㅜ
이래서 작가의 사생활과 작품은 구별해야 하는 걸까요?
과연 그 구별은 가능할까요?

persona 2021-12-14 0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피비 지켜! ㅠㅠ 갑자기 안 좋은 의심을 하게 됐어요. 교생때 애들한테 선물한 책 중 하나인데. ㅠㅠ

유부만두 2021-12-15 07:03   좋아요 1 | URL
페르소나님의 선물의 의미가 퇴색하진 않을거에요. ㅜ ㅜ
하지만 저의 독서 경험...

psyche 2021-12-14 16: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화 트레일러 보니 제이양 생각이 나네. 졸업하고 처음에 문학 에이전시에서 일했었는데. 그 누구더라... 리베카 솔닛이 그 에이전시 작가였는데. 제이양이 땡스기빙 떄 집에 와서 리베카 솔닛 아냐고 생각지도 않았는데 한국에서 인기라고 에이전시에서 놀라고 있다고 했었지.

유부만두 2021-12-15 07:04   좋아요 1 | URL
맞다! 예전에 언니가 이야기 해준 기억이 나요.
문학 에이전시 안에서 일하면 문학을 어쩌면 다른 시각에서 바라봤겠네요. 이 책의 주인공 처럼요.

 

서부 카우보이 소설의 대가 애니 프루가 추천한 소설. 


1915년생 작가 토머스 새비지는 거대 양목장의 후계자인 어머니와 거대 소목장 주인인 양아버지 슬하에서 성장기를 보냈고 그 경험을 다분 이 소설(과 다른 소설들)에 녹여냈다. 


때는 1925년, 마흔살의 농장주 (그 당시에도 자산 몇 십만불을 호가했다는) 필과 두살 아래 동생 조지는 아직 미혼이다. 모든 면에서 반대인듯한 두 형제는 그런대로 오랫동안 (이십오 년의 결혼 생활에 비유할 만큼) 잘 지내왔다. 하지만 광활한 대지는 무자비하고, 수십 명의 카우보이들과 함께 수천 두의 소들을 키워 (때때로 잡아 먹고) 기차역이 있는 마을까지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하고 화물열차에 태우는 일은 고되다. 그들 사이에 한 여인 로즈가 사연과  열여섯 살 아들 필립을 데리고 등장한다. 그들을 온몸으로 경멸하는 필. 자동차를 혐오하고, 원주민 인디언을 내쫓은 주제에 이민자들을 혐오하고, 여성을 혐오하고, 허세와 위선을 혐오하고, 자신은 모든것을 꿰뚫어본다고 믿고, 좋았던 옛시절과 카우보이 스승을 그리워하며, 흐르는 시간과 시대를 거부하는 남자 필. 그는 장갑을 끼지 않는다. 


세세한 풍경 묘사는 책 읽는 내내 바람 냄새를 일으켰고, 각 인물들의 속엣말들은 생생하게 그들 사이의 벽과 갈등을 쌓아놓는다. 소설의 시작 전에 깔려있는 파국의 밑밥 위에 파국으로 시작하고 더 큰, 파국으로 '개의 아가리'를 향해 달려가는 소설. 여기에서 개는 누구인가. 풍경의 개, 인생의 걸림돌인 개, 사악함의 개. ...하지만 어딘가에 목숨 바쳐 충실했고 쓸쓸했던 그 개. 


스포일러를 하지 않겠다. 

두 밧줄, 두 명 (더하기 반)의 아버지, 아버지의 뜻을 이어가는 아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어머니와 아들, 맨 손, 맨 몸, 그리고 맨 정신. 


책을 읽고 곧이어 넷플릭의 영화를 봤다.  책을 먼저 읽기를 권한다. 




영화에선 인물들 사연이 많이 생략되어서 책을 읽지 않은 남편은 지루하다는 평을 했다. 하지만 내 눈에는 필이, 그 빌어먹을 개 자식이 더 도드라졌다. 컴버배치의 연기는 꽤 좋았다. 필이 평생 억누르며 감춰왔던 마음, 그 이야기가 몬태나 산맥과 광야에 그리고 그 호수에서 펼쳐졌다. 묘한 표정으로 서 있는 소년 필립이 영화를 마무리하고 나는 돌아와서 애니 프루가 2000년대에 이 책(초판 1967년)을 재발간하며 쓴 '해설' 부분을 읽었다. 다시 몬태나의 이야기가 시작하는 것만 같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1-12-12 09: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이거 극장 가서 보려고 찜! 했는데 책부터 읽는 게 역시 좋군요.

유부만두 2021-12-12 09:24   좋아요 2 | URL
전 넷플릭스에서 봤는데 극장개봉도 하는군요.
풍경을 큰 화면으로 보면 더 멋지겠어요.
책을 먼.저. 읽으시길 권합니다.
그 긴장감! 그 속 사정! 은 책을 읽을 때 더 잘 즐기실 수 있어요.

독서괭 2021-12-12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인공이 빌어먹을 개자식인 건가요 ㅎㅎㅎ

유부만두 2021-12-12 13:29   좋아요 1 | URL
개자식 중 하나지요. ^^

mini74 2021-12-12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개가 주인공인줄 알았어요 ㅎㅎ ㅠㅠ 그런 개가 이니군요. 이 책도 넘 제미있겠어요 ~~

유부만두 2021-12-13 06:32   좋아요 1 | URL
긴장감이 장난 아닙니다.
목장에 ‘진짜 개’도 물론 있고요. ^^

psyche 2021-12-14 1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넷플릭스로 영화만 보려 했는데 책을 읽어야 하는 거야?

유부만두 2021-12-15 07:06   좋아요 0 | URL
책이 훠어어얼씨이인 나아요.

영화에선 엄마의 행동이 잘 설명되지 않거든요.
그리고 주인공 필(컴버배치)의 감정이 과장되기도 하고요.

책은 좀 클래식한 면이 있지만 긴장감 두근두근 .... 재밌어요.

hnine 2021-12-21 0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이런. 영화를 먼저 보기 시작해버렸네요.

유부만두 2021-12-31 07:09   좋아요 0 | URL
영화 먼저 보셔도 책은 다른 감동을 안겨줄거에요. ^^
 

어렵고 복잡한데 뭐랄까, 좋은데? 했던 앨리스 스미스의 '데어 벗 포 더'를 읽고 나서 여름이 저물고 아, 이제 가을이 오는구나 할 때 챙겨둔 책 <가을>을 입동 다음 날 읽었다. 아침 온도 4도, 첫눈이 내렸다. 


제목이 주는 '가을'의 인상은 소설 속에서 풍성하게 수확을 하지도 않고 회한에 차 있지도 않다. 소설 내내 오가는 삼십 년, 혹은 육십 년의 시간과 세대 차이 동안,독자는 '누가' 말하고 '누가' 보는가에 집중해야만 고꾸라져 넘어지지 않을 수 있다. 여기 혹은 저기, 지금 아니면 그때, 아마도 봄 혹은 여름의 화요일 아니면 수요일에 영국의 소도시에서 삼십대 혹은 열한 살 엘리자베스는 엽집 할아버지와 (그만이 듣고 이해해 주는) 이야기를 나눈다. 


이 책의 첫 챕터는 '데어 벗 포 더' 처럼 급작스럽다. 뺨과 뒷통수를 맞는 기분도 들었다. 해변의 시신, 혹은 정신은 몸/물질의 안에서 또 밖에서 밀려오고 나가는 파도, 해변의 모래알, 햇볕, 주변의 인간들, 너, 나, 독자의 시선에 사인을 보낸다. 자, 잘 봐. 정신 잘 차리라고. 


대니얼 할아버지는 엘리자베스의 열한 살 때 이미 팔십 대의 노인이었다. 작곡도 하고 책과 미술품을 즐기고 (공부하고) 옆집 꼬마에게 건네는 인사는 늘 "잘 있었니? 뭘 읽고 있니?". 뭔가를 읽고 바라보고 생각하고 추억하고 (싸우며) 해석하고 잊기 위해 (싸우며) 지내는 할아버지, 그런데 그 할아버지도 백하고도 한 살 잡숩고 요양원에 누워계신다. 그를 매주 찾아가 귀에 대고 (읽는 중인 책 이야기도 하고) 가망 없는 미술사 강사직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어디 갈 계획도 없지만 여권 갱신 하면서 자기 자신의 '진짜 아이덴디티'를 증명하려 공무원들과 싸우고) 평생 합이 맞지 않았던 엄마와 일상사의 수다를 나눈다. 잠깐만, 빠지면 섭하니까, 부재하는 아버지와 그에 대한 꿈도 넣어줍시다!? 오케이. 


소설 전체는 오해, 혹은 말장난과 확대되는 중의적 이야기의 밀페유mille feuilles를 쌓는다. 지금 2016년의 브렉시트로 불안하게 분열되고 이민자 혐오를 터뜨리는 영국, 1960년대 (존재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여성 팝아티스트 (이미지의 이미지로 작업했던) 폴린 포티, 그녀의 타자성, 혹은 박제된 여성성, 2차대전 중 단편적인 프랑스에서의 (아마도 유대인 이송) 기억, 너무 똑똑했던 다섯 살 아래 누이,  더해 엮여서 연극이나 독서로 등장하는 오비드의 '변신', '멋진 신세계', '나귀가죽', '템페스트' 의 제국주의와 인간의 징글 징글한 욕망에 대한 이야기가 멋들어지게 보인다. 뽐내봅시다, 우리의 독서 경력! 프루스트도 빠지지 않긔.


그러다 독자가 책 제목 '가을'을 잊을 무렵, 툭 튀어나오는 여름 오빠와 가을 누이 노래의 슈퍼마켓 광고영상. 소설 후반부에 급발진하는 주인공의 엄마(의 진짜 모습) 만큼이나 당혹스럽다. 아, 내가 읽은 건 뭘까, 어지럽고 갸우뚱하면서 입맛을 정리하는 박하맛 쵸콜릿을 먹는다. 그래도 <데어 벗 포 더>의 인물 유형들이 재결합하는 것 같기도 해서 조심스레 정리를 해보는데 스스로 골방/나무/늙은 몸/관에 들어가 눈을 감고 회상에 몰입하는 다니앨 옹 부터 열한 살 여자아이와 삼십 대 여성이 이인삼각조로 소설을 이끌어 나가는 공식이다. 하지만 두 소설이 확연히 다른 것은 두 소설이 출구로 뚫어 놓은 창구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현실 그리고 독자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요, 고백할게요. 

잘 모르겠어요. 이 소설은 어려운데, 은근 읽히고, 또 좋더라고요? 어쩌겠어요. 열한 살 (조숙하고 반항적인) 아이가 옆집 팔순 할배와 노닥거리는 건 (토 나올 것 같은 온갖 CSI 영상이 떠올라) 싫었어도, 매 챕터에 나오는 여러 책들, 그림 이야기들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말장난과 툭 툭 튀어 나오는 인생의 격언들이 가슴을 치더라고요. 


나, 앨리스 스미스 좋아요. 이제 겨울 읽을라구요. 아마도 입춘 전에.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1-11-10 20: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이 <가을>을 읽어야 할 텐데, 그냥 <겨울>부터 읽을까봐요…;

유부만두 2021-11-10 20:50   좋아요 2 | URL
겨울은 또 얼마나 비슷하게 또 다르게 이야기를 플어놓을까요? 전 이번 책으로 앨리스 스미스의 독특한 색깔을 보여줘서 좋았어요. 말장난과 역사 이야기도 좋았어요.

Falstaff 2021-11-10 20:55   좋아요 3 | URL
제가 소싯적부터 자주 쓴 구절 가운데 이런 게 있습지요.
아무리 추워도 11월까지는 가을이라고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다.라고...
ㅋㅋㅋㅋ

Falstaff 2021-11-10 20: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오, 며칠 있다가 읽을 책입니다. ㅎㅎㅎ
앨리 스미스는 <데어 벗 포 더> 미끼로 잠자냥 님의 낚시에 제대로 걸려 계속 읽고 있는데, 아이고, 진짜 괜찮아요!!!

유부만두 2021-11-10 20:48   좋아요 3 | URL
전 ‘데어 벗 포 더’가 더 나았어요. 그래도 앨리스 스미스, 이젠 제 작가입니다. (도장 꽝) 책에 ‘월튼네 사람들’ 이야기도 나오는데 … 팔스타프님, 아시죠? 그 느낌?!

Falstaff 2021-11-10 20:50   좋아요 3 | URL
아이고, <월튼네 사람들> 그게 은제쩍 드라마예요. ㅋㅋㅋㅋ
우짰든 이 앨리 스미스라는 스칸디나비아 혈통으로 보이는 스코틀랜드 레즈 언니의 글은 정말, 정말 마음에 들어요!!

붕붕툐툐 2021-11-10 22: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려운데 은근 읽히고 또 좋은 책 너무 궁금해요! 이 가을의 끝을 잡고 읽어보고 싶네용~~

유부만두 2021-11-11 08:26   좋아요 2 | URL
선생님, 가을 다 갔어요~~~ 담주에 수능이에요!

이 책은 좀 어지러운 편이고요 <데어 벗 포 더>가 더 정리된 느낌이에요. 두 소설 다 좋았어요.

붕붕툐툐 2021-11-11 21:59   좋아요 1 | URL
아... 가을 보내줄게요..ㅋㅋㅋㅋㅋㅋㅋ

라로 2021-11-11 00: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유부만두님께 넘 약하니까…😳

유부만두 2021-11-11 23:01   좋아요 2 | URL
훗, 낚이셨군요, 라로님.

psyche 2021-11-14 1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더 안 사려고 했는데 <데어 벗 포 더>를 꼭 사야할 것 같은 느낌이...

유부만두 2021-11-17 07:17   좋아요 0 | URL
데어 벗 포 더, 추천합니다. 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확실한 기쁨‘을 안고 가시는 거에요. 근데 언니야, ‘밀크맨‘도 꼭 챙기셔야해요! ^^

2021-11-18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18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벡델 작가의 이번 책은 어머니를 이야기한다.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 자녀와 거울의 관계를 만드는, 애증의 대상 혹은 주체와 뒤섞이는 거리 혹은 공백의 어머니를 고민한다. 그럼 아버지 대신 어머니를 죽여야 합니까? 


목차에서 만나는 책들은 헙, 독자를 긴장하게 만드는데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 '댈러웨이 부인' '일기' 부터 구스타브 융, 도널드 위니캇, 앨리스 밀러의 아버지 말고 어머니를 초대한 정신분석, 에이드리언 리치와 베티 프리댄의 페미니즘 이론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어머니와의 관계 개선이거나 펑펑 울면서 어머니를 부르며 화해를 하거나 작가의 (다크, 리비도) 가족사 까발리기가 아니라 (이미 전작에서 다 풀어놔버렸고) 앞에 언급되는 책들의 최강도 과몰입 인생 독서기록으로 읽을 수 있다. 챕터마다 열심히 상담 받고 꿈꾸고, 거리두며 어머니의 이야기 듣는 작가의 종합기록장이며, 작가의 어머니가 원고를 읽고 하는 말 처럼 "이 책은 메타북Metabook" 인 것이다. 










연극배우와 시인 경력에 열정적인 독서가이며 뉴요커나 NYT의 북리뷰를 날카롭게 평하면서 딸과 수다를 (독백 수준으로) 떨 수 있는 어머니. 남편의 양성애 성향, 자살 같은 사망사고를 겪고 시댁이 경영하는 장례사에서 세 아이를 키우며 살았던 어머니. 정신과 전문의를 애인으로 두고 있는 어머니, '적당한 거리'를 두었으나 딸에게 늘 섭섭하고 증오의 대상이었던 어머니. 어머니의 굿나잇 키스를 기다리며 긴장했던 (프루스트는 어디에나 계시지) 어린 시절의 딸. 하지만 지금 어른인 딸의 고민과 불안정한 애정사가 과연 어머니 탓인가, 혹은 어머니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가. 어쩌면. 아마도. 그래도 아버지 보다는 낫지 않겠어? (레즈비언) 딸에게는?  


남사스런 러브씬들에 당황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전작 '펀홈'보다는 작은 그림으로 벗고 있어서 덜 놀랐고) 과하게 스마트하고 현학적인 말들이 쏟아지지만 은근 매력적인 책이다. 이런 찐하게 자학적인 정서의, 책과 인생 페미니즘 정신분석 읽기, 짜릿하게 좋았다. 어머니도 건재하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반부에 긴장 요소가 생기고 이중의 팽팽한 삼각관계 덕에 읽는 속도가 붙었다. 끝엔 공개적 '파국'이 공연되기에 이 책은 소설로 읽기 보다는 미니 시리즈 (5부작 정도) 시청에 더 나을 듯하다. 


에미라와 알릭스는 흑,백의 피부 말고도 8살의 나이 차이, 경제적 차이에 더해 빠른 속도로 타자를 치는 에미라와 공들여 쓰는 손글씨, 캘리그라피 블로거 알릭스로 대비된다. 보통은 보모와 엄마 사이에 아빠가 함께 불륜의 삼각형을 그린다면 이 소설에선 과거의 남성 캘리가 작위적으로, 미심쩍은 모습으로 끼어든다. 그의 진심은 뭔가? 이들은 자신의 열쩡, 욕쩡을 채우는 대신 (바람도 좀 피워도 되겠구먼...) '체면' 혹은 '피씨함'을 내세우며 상대의 위선, 혹은 페티쉬를 동반한 과장된 (역) 인종차별을, 십오 년 전 고딩 때 책임을 묻는다. "네 가면을 벗겨주게써!" "저 애랑 놀지마, 걘 bad person이야!" "내가 이러는 건 다 널 위한거야" 단순명료한 공격은 반복할수록 유치해진다. 그 최고봉은 역시 알릭스. 그녀는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며 '토니 모리슨을 다 읽은'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 어서 책을 쓰고, 힐러리 선거 캠페인에 합류하고, 미남 앵커 남편이랑 함께 더더 유명해 지는 게 당연한 사람. 그런데 애매하게 악랄해서 더 답이 없다.   


여러 이야기 요소들이 쌓여있고, 별별 자잘한 디테일들에 (복선을 생각할 필요 없는 그냥 많고 많은 설정과 짜잘한 단추들) 인물들은 바쁘고 독자도 예열 시간을 가질 새 없이 다음 챕터, 다음 싸움으로 급하게 넘어간다. 우루루 몰려다니는 강남 사모님들, 아니 뉴요커 레이디즈의 조언들에 어지럽다. 여자들 끼리의 시스터후드의 (좋건 나쁘건) 장면들이 많지만 소재가 소재이니 만큼 백인 주인마님과 흑인 메이드의 밑그림 위에 백인 남녀의 과거사에 얽힌 자존심 싸움, 혹은 정당성 우기기가 도드라진다. 그래서 20대 '쿨한 흑인 여성' 에미라의 '주인공 다운' 행동보다는 안티 히어로들인 백인들의 분량이 크다. 흑인 여성 작가인 Reid가 그간 모아온 감정들이 비쳤나 싶기도 했다. 최후의 일격 혹은 개선의 가능성은 모성/육아을 향한다. 하아.... 이쯤되면 아무리 모든걸 다 가진 알릭스라도 동정표를 받아야 겠... 지만 네, 이런 식의 결말은 FUN 하지 않아. 부커상 롱리스트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라더니 소문만 좋았고 많이 아쉬운 독서였다. 난 토니 모리슨도 많이 읽은 사람이라 눈이 높단 말이지. 에헴.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oonnight 2021-11-07 04: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원서라 읽는 건 꿈도 못 꾸지만-_- 번역되어 나와도 유부만두님 글 읽은 걸로 패스할까 합니당^^ 마지막 에헴에 큰 박수를♡♡♡♡

유부만두 2021-11-07 17:14   좋아요 4 | URL
이번 소설은 그닥 ... 이었어요. 하지만 작가의 첫 소설이라니 다음엔 더 멋진 이야기를 쓸지도 몰라요.
혹시 셀레스트 잉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를 안 읽으셨다면 추천합니다. ^^

mini74 2021-11-07 09: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매하게 악랄해서 더 답이 없다 ㅎㅎ 뭔지 알거 같아요. 토니 모리슨이나 더 읽어야 하는건가요 ㅎㅎ*^^* 유부만두님 편한 일요일 보내세요 ~

유부만두 2021-11-07 17:16   좋아요 3 | URL
토니 모리슨 읽기! 비장하지 않습니까?! ^^

진짜 가을 같은 날씨의 입동 일요일입니다. 미니님도 편안한 주말 마무리하세요.

scott 2021-11-07 23: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책 킨들로 읽었다가 급 실망 ㅎㅎ

만두님 리뷰 격하게 공감 합니다!

그러나 영화로 제작 된 다는 루머가!

유부만두 2021-11-08 06:28   좋아요 1 | URL
그럴것 같아요. 리즈 위드스푼 북클럽 선택이니까요.
긴장 상황은 영상에서 잘 표현될 듯 싶어요. 하지만...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