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유럽의 형성 - 16-18세기
이영림.주경철.최갑수 지음 / 까치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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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유럽의 형성 : 16-18세기>는 15세기말부터 19세기 나폴레옹 몰락까지 다룬다. 이 시기 동안 펼쳐지는 역사적 사건들이 서로 엮이는 방식과 결과가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분열과 갈등을 겪은 유럽의 체제가 근대세계체제 확대되기 직전의 상태가 본문에서 설명된다.

중세 말 안정적인 사회 구조 안에서 늘어난 인구와 이로 인한 농지 개간이 가져온 생산량 증가, 그리고 직후에 찾아온 흑사병의 유행은 단기간에 유럽 경제를 경착륙(硬着陸)시키며 공황상태로 몰아넣게 된다. 극심한 혼란 속에 중세 질서를 유지하던 봉건제와 가톨릭 교회의 권위는 상실되었고, 봉건제 영주에 대한 국왕들의 집권화 노력은 상비군과 관료제, 조세권의 형태로 나타난다. 한편, 가톨릭 교회의 권위에 대항하는 종교개혁운동은 도시를 기반으로 한 영주들의 지지를 받으며, '국가'와 '도시'의 대립 형태로 등장한다. 자연스럽게 가톨릭과 '국가'의 연합이 이루어지며, 최초의 세계전쟁인 30년 전쟁이 발발한다. 30년 전쟁 직전까지는 '도시'들이 '(영토형)국가'에 앞섰으나, 17세기 30년 전쟁 이후 도시의 질(質)적 우위는 국가의 양(量)적 우위를 극복하기 힘들어지는 양상으로 나타나며, 외형적으로 국가로 통합되는 흐름이 만들어진다.

사상적으로 같은 시기에 무너진 신(神) 중심의 세계 질서는 과학(科學)과 이성(理性)의 시대를 열었고, 학문의 중심으로서 신학(神學)은 주도권을 과학에게 넘겨줘야했지만, 기독교적 세계관의 큰 틀은 그대로 유지된다. 15세기까지 이루어진 '레콩기스타(Reconquista)'를 넘어선 이민족에 대한 정복은 바다 건너 다른 세계로까지 확장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기독교 세계관과 유럽체제의 분열과 대립으로 인한 무기의 발전이었다. 대외 무역과 무력에 의한 식민지배로부터 들어오는 사치품과 금은(金銀)은 세계체제 내 교환수단으로 활용되며, 자본주의 발전을 가속화 시킨다. 여기에 더해 당시 이뤄진 신농법에 의한 농업혁명은 농업생산량을 증가시키고, 잉여노동력을 도시에 공급하면서 자본주의적 생산을 확장시키는 형태로 나타난다.

다른 한편으로, 신을 대체한 인간 이성(理性)이 강조되며, 새롭게 계몽사상이 등장한다. 계몽사상은 후에 프랑스 혁명이 촉발시켰고, 혁명군의 '라 마르세예즈'와 함께 민족주의는 유럽 대륙 전역으로 퍼져가게 된다. 이후 나폴레옹의 몰락과 함께 새롭게 떠오를 프로이센은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새로운 근대를 열 주자가 되는 등 최종적으로 '국가'를 중심으로 한 근대체제의 큰 틀을 본문에서 보여준다.

<근대 유럽의 형성 : 16-18세기>에서는 이와 같이 서양에서 본격적인 근대가 시작되기 전 중세의 봉건제와 교회가 근대 이데올로기인 혁명, 제국주의, 자본주의로 대체되는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을 잡고 보다 깊은 내용으로 들어간다면 근대의 역사뿐 아니라 현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근대 유럽의 형성 : 16-18세기>는 좋은 개론서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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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6-16 16: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베크 세계사 읽기 전에 개설서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일 듯합니다. 당장 읽지는 못하겠지만 근대의 제국주의, 자본주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사게 된다면 그 때 ThanksTo도 날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2-06-16 16:45   좋아요 1 | URL
책의 머리말에도 잠시 언급되지만, 책이 강의 개설서 목적으로 씌여진 책이라 다소 <세계사> 교과서 같은 느낌을 주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거리의화가님 말씀처럼 이들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풀어주기에 ‘근대성‘ 전체를 조감할 수 있는 관점을 독자에게 알려주는 면에서 책의 의의를 발견합니다. 거리의화가님 좋은 독서 되세요! 감사합니다. ^^:)
 

북아프리카, 인도, 실론 등지에서 혁명전쟁과 제국주의는이제껏 유동적인 애국적 정체성을 강화하고 종종 토착적인 종교와 결합시켰다. 이런 새로운 민족성의 원리는 오직 새 국가의 설립을 통해서만이 충족되는 것이어서 반제국주의의 속성을 가지면서도 결국 유럽이 주도하게 되는 근대 국가체제를 강화시키기 마련이었다. 이렇게 하여 인간해방의 계기가 국민국가를 통해서 작동하게 되는 근대 세계가 명확한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P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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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별 큰곰자리 35
이용한 지음, 이미정 그림 / 책읽는곰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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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한 작가의 <고양이 별>은 길고양이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어느 곳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길고양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귀여운 이웃으로, 다른 이들에게는 유해동물로 비춰지는 존재들. <고양이 별>에서 그네들은 그저 살아갈 뿐이지만 어떤 사람은 이유없이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는 반면, 어떤 이들은 괴롭히거나 심지어는 죽이려는 상황에 놓인다는 것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알려준다.

아마도 <고양이 별>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이 보겠지만, 귀여운 고양이의 유쾌한 이야기 대신 각박한 그들의 삶을 보는 것은 힘든 일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 책을 통해 볕 좋은 양지에서 뒹굴거리는 게으른 고양이의 하품 뒤에 흘러 나오는 눈물의 의미를 아는 것도 또다른 아이의 성장이리라.

<고양이 별>에 그려진 이미정 작가의 그림은 고양이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없으면 나오기 힘든 작품이라 생각된다. 표정으로 전해지는 고양이 감정은 글에 대한 몰입감을 더해준다. 책은 슬픔과 안도감이 섞이면서 독자들에게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된다.

딸에게는 어떤 여운이 남을지 궁금하지만, 개인적으로 책이 남긴 여운은 아래 문장이 잘 표현해주는 것같아 옮겨본다. 이런 독백이 반드시 길고양이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게 사람이야. 자기들은 떠나면 그만이지. 아무도 남아 있는 고양이 따위 생각하지 않아. 저 사람들이 떠나고 나면 우리는 또다시 먹이를 찾아방황하겠지. 지금의 배부른 기억이 우리를 더 힘들게 할지도 몰라. 지금의 행복한 순간이 나중에 우리를 더 힘들게 할지도 몰라."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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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6-16 0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께서는 고양이를 아끼시니, 이미정 작가의 그림체, 그림만 보셔도 고양이 향한 애정을 느끼실 수 있나봐요. 그 점이 신기, 아니 신비롭게 다가옵니다.^^

겨울호랑이 2022-06-16 07:43   좋아요 2 | URL
사실, 제가 특별히 고양이를 배려하거나 아끼는 편은 아닙니다. 원래 가족끼리는 그러는거 아니잖아요 ㅋㅋ 다만, 작가께서 고양이 습관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행동, 성격 등을 워낙 예리하게 짚어 표현한 그림에 감탄할 수준의 애정은 저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얄라얄라님 좋은 하루 되세요! ^^:)

독서괭 2022-06-16 01: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사랑스럽네요~ 길고양이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해보게 할 수 있는 책일 것 같습니다. 담아갑니다~^^

겨울호랑이 2022-06-16 07:45   좋아요 3 | URL
네, 고양이의 표정이 담긴 그림과 사람에 대한 고양이들의 생각들이 잘 담긴 좋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독서괭님 즐거운 독서 되세요! ^^:)
 

나의 의도는 1792년과 1815년 사이에 유럽에서 벌어진 일들이 나머지 세계로부터 고립된 채 펼쳐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혁명전쟁과 나폴레옹 전쟁의 역사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어느 모델을 선택하든 상관없이 한 가지는 여전히 분명하다. 프랑스 혁명은 일단의 복잡한 정치적·재정적·지적·사회적 문제들에 의해 촉발되었으며, 그중 다수는 그 기원이 프랑스 외부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가장 결정적인 발전상으로는 16세기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그리고 남북아메리카 대륙을 연결하는 대양 무역의 확립과 17세기 전 세계적인 상업 회로들의 등장이 있다.

프랑스의 전쟁은 징세(다소 느리고 뒤엉킨 과정)에 내재한 문제들과, 가장 부유한 계층이 대체로 납세에서 면제되는 특권 체제 때문에 부분적으로만 세금으로 충당되었다. 사실 프랑스의 식민지 야심을 지탱하는 돈은 세계 금융에서 나왔다. 18세기 내내 프랑스는 외국 채권자들로부터 막대한 돈을 빌릴 수 있는 국제 자본시장에 갈수록 의존하게 되었다.

혁명적 움직임은 "어떤 일단의 통합적인 관념들, 희망과 항의를 표현하는 공통의 어휘, 한마디로 공통의 ‘혁명적 심리’와 같은 무언가"를 요구한다고 한 저명한 프랑스 역사가는 말한 바 있다. 계몽 운동은 그러한 "일단의 통합적인 관념들"을 제공했고, 프랑스 혁명의 이데올로기적 기원은 급진적 관념들을 옹호하고 사회적·정치적 개혁을 주창했던 계몽철학자들의 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오스트리아 왕위계승전쟁(1740~1748)과 7년 전쟁(1756~1763)이 끝난 뒤에 평형 상태는 더 많은 강대국들을 포함하고 훨씬 넓은 지리적 범위를 아울렀다. 이 전쟁들은 프랑스와 에스파냐를 희생시켜 해상과 식민지에서 영국의 지배권을 확립하고, 세력 다툼의 분명한 메커니즘을 발전시켰다. 즉 프랑스보다 두 배가 넘는 전함을 보유한 영국 해군이 프랑스 함대가 앞바다에서 중요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얻지 못하게 하고, 물자 보급을 차단하고, 일반적으로 프랑스의 군사력을 대륙에 봉쇄하는 사이, 영국은 대륙에서 동맹 세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해외에서 군사적·상업적 패권을 확립했다.

‘강대국 체제’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이 개별 국가들이 그들의 정치적 목표와 열망을 형성하는 별개의 정치 세계에 속해 있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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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재현의 몫을 다양한 존재들에게로 확대해나가는 노력이 문학이 언제고 해오던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 반복이 지금 여기에서 일어날 때 발생하는 차이가 없는지 생각해볼 필요도 있을 듯하다

스티글러(B. Stiegler)의 말처럼 오늘날의 디지털 환경은 우리를 더는 나누어질 수 없는(in-dividual) 의미로서의 개인이 아닌, 무수히 나누어지고 데이터화되는 가분체(dividual)적 존재로 이끄는 듯하다. 조각나고 분열된 형태로서의 개인. 이 지점에서 주체는 이미 상징적 정체성 그 자체로 인해 분열되어 있다는 정신분석학의 오랜 명제를 떠올려볼 수도 있겠지만, 늘 그렇듯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이러한 분열과 연결에의 강박 사이에서 분투하는 세대를 위시하며 이들에게로 향하는 문학은 과연 어떤 말을 건네고 있을까?

냉전 종식 이후 짧은 단극시대를 지나,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세계질서를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G2시대로 규정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여전히 과거와 현재의 질서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우선 이번 전쟁은 미국 단일패권 체제에 맞서 주요 강대국이 수행하는 최초의 군사적 도전입니다. 그동안 미중 갈등의 심화에도 군사적 충돌은 없었는데, 우끄라이나전쟁은 비록 대리전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미국을 상대로 한 러시아의 실질적인 군사적 도전이거든요. 이것이 ‘신냉전’이 될지 ‘세계대전’이 될지 몰라도 미국·유럽 대 중국·러시아의 대립 구도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규범적 차원에서는 이번 전쟁이 군사적 수단을 통해 주요 강대국 간 갈등을 해결하려는 시도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은 강대국 간 긴장이 고조되어도 일정한 타협이 이루어졌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군사력 사용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이른바 ‘야만의 시대’가 부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듭니다.

또 한편으로는 서구의 정체성이 균열되는 지점에 좀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냉전을 단순히 미국과 소련의 대립이라고 이해하지만, 사실 미국과 유럽이 함께 ‘더 웨스트’(the West)로서 대응했습니다. 즉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서방 자유진영이라는 단일한 정체성 블록이 있었던 거죠.

저는 미국과 유럽의 동맹이 다시 강화되고 있다는 시각에는 의문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미국의 패권 기반 약화가 이 전쟁으로 가속화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우선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의심이 커지는 양상입니다.

다음으로 미국의 경제적 패권 기반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이 일시적으로는 천연가스나 무기를 수출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있겠지만, 달러표시자산의 신뢰성이 타격을 입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번 전쟁을 보면서 우리가 ‘합리성’을 너무 과신하지 않았나 하는, 조금은 비관적인 입장으로 돌아섰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합리성’을 상대도 공유하고 있다고 착각하는지도 모릅니다.

. 국제정치는 각자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는데, 우리 언론의 보도는 서구 사회와 언론의 시각에 지나치게 동조화되어 있습니다. 제가 국제정치학 수업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뿐 아니라 중동, 중국, 러시아의 국제방송 영상을 함께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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