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형 동료 시민 정치가 단순히 대의민주주의를 대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폭넓은 분야의 시민들을 더 친밀하게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거버넌스의 심화를 이끈다는 점에 대한 강조가 중요하다.

동료 시민 거버넌스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 대의민주주의에서 강조하는 관행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다 보여 준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합의 도출에 부여하는 가중치에 있다. 기존의 입법 의사결정은 일반적으로 합의 도출을 염두에 두고 시도된다. 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와 의제를 충족하기 위한 교섭과 절충을 거치면서 편의적 의사결정인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심의적 거버넌스는 모두가 수긍하는 ‘예스’에 도달하는 절차를 구축해서 유리한 상황을 모색한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예산, 공교육, 치안 유지는 정부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2세기 동안 지속된 대의민주주의 이후 전 세계의 시민들은 자신의 이익과 관심사, 열망이 무시되거나 제한된다는 확신으로 지쳐 가고 있다. 우리 인간 종이 야생으로 돌아가고 있는 행성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번성할 것인가라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도전에 직면한 바로 그 순간에 대의민주주의에서 정치적 소외와 신뢰의 상실이 발생했다.

진보의 시대에 평등은 자율성의 파생물로서만 가치가 있다. 자율성에 대한 신념이 전제되지 않고는 평등을 옹호할 수 없다. 스스로 자율적 행위자라고 믿는 만큼 평등을 요구할 것이며 그것이 다반사가 된다는 뜻이다. 모든 개인의 본질이 자율성의 추구라면 평등한 대우에 대한 욕구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자신의 자율성 확보를 보장하기 위해 언제나 조심하고 부단히 경계하는 그림자 같은 동반자로서 말이다.

하지만 공감 충동은 양육의 방식과 일생에 걸친 연속적인 애착 대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공감은 역사와 함께 진화하고 사회의 진화 그리고 (사회과학자들이 거의 탐구하지 않은 사회 영역이라 할 수 있는) 문명의 흥망성쇠와도 깊이 얽혀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새로운 인프라가 구축되고 전개될 때 공감 역시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확장된다. 각 문명의 인프라는 구성원들이 충성을 바칠 수 있는 서사적 세계관과 함께 고유한 경제적 패러다임, 새로운 사회 질서,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 생태 발자국 등을 수반한다.

윌슨은 다른 모든 생물 종과 마찬가지로 인간 종의 본질적 욕구는 지배가 아닌 번성이며 생명애는 동료 생물체 및 자연계와 공감하려는 우리의 타고난 성향을 반영한다고 주장하며 생명의 진화를 더 나은 장으로 옮겨 놓았다. 단 한 방에 우리 인간 종을 자연을 지배하기 위한 투쟁에서 자연과 화합하고자 하는 타고난 유전적 성향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우리 인간 종은 그렇게 함으로써 번성한다.

가장 흥미로운 발견은 나이가 어릴수록 관계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 데 반해, 나이가 많을수록 환경을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유전적 구성에 포함된 생명애 지향성을 타고나지만, 전통적인 학습 과정을 통해 환경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법을 학습함으로써 그것이 육성되기보다 오히려 소멸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회복력 시대에 부합하도록 인류의 이야기를 다시 설정하려면 우리의 아이들을 교육하는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아이의 유전적 구성에 내재된 타고난 생명애 충동이 유치원 교육에서 발현되고 번성하도록 하고 학교교육, 나아가 직업 생활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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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로아스터교의 역사
메리 보이스 지음, 공원국 옮김 / 민음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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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으로 조로아스터교는 육체적 세계와 정신적 세계의 상호 의존에 관한 예언자의 가르침에 맞춰, 도덕성을 갖춘 순결과 순결을 갖춘 도덕성을 추구한다. 그러므로 아마도 이 장에서 묘사한 모든 예법들의 최소한 씨앗이라도 이 종교의 가장 초기 시기에 이미 존재했을 듯하며, 실제로 그 일부는 다신교 시절의 관습에서 유래한 것으로서, '선한 종교'에 의해 악의 육체적 공격에 맞선 투쟁에서 쓸 무기로서 유보된 듯하다. _ 메리 보이스,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p419


 메리 보이스(Mary Boyce, 1920 ~ 2006)의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A History of Zoroastrianism>는 마즈다교(Mazdaism) 혹은 배화교(拜火敎)로도 알려진 조로아스터교(Zoroastrianism) 안에 자리한 인도/이란의 다신교(多神敎)적 요소를 밝히고, 또한 이후 등장한 유일신교 -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와의 연관성을 잘 드러낸다. 


 개별 심판, 육체의 부활, 최후의 심판, 영원한 생명을 위시한 조로아스터의 종말론적 가르침은 차용을 통해 유대교와 기독교 및 이슬람교와 심대하게 닮게 되었고, 수많은 지역 사람들의 삶과 사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이런 교리들이 조로아스터의 계시 안에서 윤리적 깊이와 논리적 결속력을 확보했지만, 이들 교리 각각은 그것들을 키운 고대의 아후라 종교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종교 자체도 아샤에 대한 종교에 뿌리를 둔 정의와 도덕의 신앙이었다. _ 메리 보이스,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p319


 저자인 메리 보이스는 본문에서 자신의 견해를 일방적으로 주장하지 않는다. 통일되지 않는 수많은 학술연구결과를 인용, 제시하기에 때로는 혼란스럽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매 장의 소결론 부분에서 보수적으로 내용을 정리하면서 '인도/이란의 다신교 전통에서 유래한 예언자 자라투스트라에 의해 개혁된 일신교'인 조로아스터교의 대략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점이 인상적이다. 


 20세기 동안 진행된 일관성 있는 하나의 해석에 따르면 고대 인도/이란의 아후라들은 모두 추상적 개념을 인격화한 것이다. 인도/이란 종교의 이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인격화된 존재들이 강력하고 언제나 존재하는 신격이 되어 추종자들을 거느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정의, 용기, 진실 등 지금은 하나의 추상으로 간주되는 것들이 고대에는 힘으로 여겨졌다. 이 힘이 신성시되고 개성과 육체적 특성을 획득하고, 이어 신화를 부여받는 과정은 역사 이전 시대에 숨겨진 채로 남아 있다 _ 메리 보이스,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p53


 저자는 다신교에서 유일신교로 나아가는 과정의 시작을 인도 브라만교, 이란의 미트라교, 조로아스터교 공통신 미트라(Mitra/Mithra)에서 시작한다. 본래 '계약'을 상징하는 미트라가 신으로 숭배되면서 '공정'이라는 특성을 부여받고, 공정한 판결을 의미하는 '심판자'로서, 당시 불 앞에서 약속하는 당대 관행에 따라 '밝음'과 '태양'으로 의미를 확장시켜 나가는 서술 속에서 우리는 '추상적 의미'의 '구체적 표현'으로서 다신(多神)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추상으로부터 구체로.


 인도어와 이란어 자료 모두에 나타난 바에 따르면 불 앞에서 약속의 인격화된 힘인 미트라의 이름으로 맹세하는 것이 고대의 관습이었기 때문이다. 불은 생명을 지속시키는 화로의 불꽃으로서든 시간과 계절을 주관하는 하늘의 태양으로서든 르타/아샤, 즉 사물의 정해진 질서를 표상했다. 불은 미트라의 대리인으로 간주될 수 있었고, 신과 불이 긴밀하게 연결되었는데, 하도 긴밀하여 이란과 인도에서 미트라는 점차 태양신으로 묘사되기에 이르렀다. _ 메리 보이스,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p58


  우리는 이러한 '추상-> 구체'라는 방향성과 반대되는 '구체 -> 추상'의 방향성을 예술로부터 발견할 수 있다. 과거 구석기 시대의 암각화가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모습의 동물들을 주로 그렸다면,  신석기 시대의 유적에서는 추상적이고 기호로 표현된 작품들이 표현되었다는 점에서, 구석기 시대의 애니미즘(Animism)으로부터 문명(civilization)으로의 이행과 이에 대한 표현으로서 추상적 사유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이 발화(發話)이며, '말씀이 사람이 되는 것'과 같이 로고스(logos)의 재현이 신화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공정함 때문에 미트라는 불가피하게 다른 측면, 즉 신의 없는 자들의 엄하고 무서운 응징자로서 그들을 때려 부수는 특징을 가지게 되었다. 이처럼 그는 "분노한 주"로서 두려워해야 할 존재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적을 자신보다 사악한 존재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 특징 때문에 미트라는 또한 전쟁의 신으로서 의로운 이란인들을 위해 적과 싸우는 존재가 되었다. 그를 표상하는 개념은 이렇게 태양신의 특징에 전사의 모든 특징들이 더해져 풍부해졌다. _ 메리 보이스,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p60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다신교에서 유일교로의 이행은 고도의 추상화 작업으로, 이러한 추상화작업의 끝은 모든 종교에 공통인자인 '황금률(Golden Rule)'로 수렴하는 것은 아닌가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조로아스터교의 역사>를 통해 유목민족인 인도/이란 민족의 문화 요소가 종교에 남긴 깊은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종교(宗敎)는 현시대 문화현상에 후행적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종교에서 의미를 찾는다면, 우리의 발자취가 단선적인 것이 아니라 순환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류사의 사건은 독립적이지만, 개별 사건의 의미가 인류사 안에서 기출문제처럼 매번 반복되는 것이 역사의 공식이며 법칙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그런 점에서 과거 문화의 유산으로 종교가 오늘날 우리에게 의미를 갖는다면, 그것은 세세한 교리나 문구가 아니라 압축된 가르침의 의미 때문이 아닐까. 개인으로 종교는 하나의 길로서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산에 오르는 길이 반드시 자신이 가는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한때 2022년 미트라교의 축제일이었던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리뷰를 갈무리한다... 


 다신교 시절 이미 신에 대한 이원론이 존재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윤리적 이원론과는 별개의 것으로서, 여기저기 번영과 행복을 나눠 주는 천상의 신들과 어둡고 기쁨이 없는 그들의 거소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인간들의 희생을 바치는 지하 세계의 신들이 대비되는 유신론有神論이 그것이다. 조로아스터의 가르침을 통해 이 지하 세계는 단순히 부정적인 곳일뿐 아니라 처벌의 세상, 즉 사실상의 지옥으로 간주되고, 다에바들은 격이 하락하여 지하 세계의 거주자가 되어 진실로 예언자를 따르는 이들의 미움을 받게 되었다. _ 메리 보이스,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p123


 각자는 적당한 계절에 자기 위에 있는 이와 신에게 복종을 보여야 하고, 그러므로 아르마이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절제하고 이 세상의 이로운 것들을 적당히 취함으로써 인간은 하우르바타트와 아메레타트, 즉 건강 및 생명과 결합하기를 바랄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 정의와 올바름이 충만하여 아샤와 항상 그와 함께하도록 해야 한다. 이 위대한 일곱 불사자가 한 사람 안에 거할 때 악은 그를 침범하고 조종할 힘을 갖지 못한다. 이것이 조로아스터의 윤리적 가르침의 핵심이다. _ 메리 보이스,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p287


신앙의 영역에서 인도인들은 자연과 신의 행위에 대해 상세히 부연하고 의미를 짐작하는 경향이 있으며, 풍부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신화, 상징, 유추를 창조해 내는 경향이 있었다. 고대 이란인은 더 현실적이고 냉정한 기질을 가진 듯하며, 조로아스터의 계시 또한 환상을 통제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다신교 시절의 일부 요소들이 거부되고 유실된 듯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다신교 시절의 일부 요소들이 거부되고 유실된 듯하다. 이리하여 인도/이란의 신앙을 복원하기 위한 재료들은 "대체로 아베스타 안에는 파편적이고 빈약하며, 베다 안에는 풍부하지만 혼란스럽다." - P46

이란의 아후라 마즈다는 조로아스터가 설교하기 전에 이미 미트라 이상으로 격상되어 아베스타 민족들은 물론 페르시안들에 의해 더 위대한 신으로 인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아후라 마즈다에 상응하는 베다의 신은 미트라의 드반드라(쌍, 짝) 파트너인 바루나가 아니라 베다의 몇 구절에서 이 둘보다 더 높은 존재로 등장하는 이름 없는 아수라(Asura), 즉 최고신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 P68

지금까지 고찰한 신들은, 눈으로 볼 수 있고 그들의 육체적인 정식 현신으로 여길 수 있는 구체적 자연물이 없다는 점에서 모두 "추상적" 존재이다. 미트라와 보우루나 아팜 나파트는 각각 불 및 뭋과 인도/이란 시절부터 이미 상관관계가 있었지만, 이는 신과 사물을 동일시 한 것이 아니며 사물이 그들 존재의 본질도 아니었다. 그러나 물리적 현상을 표상한 또 다른 집단의 신들이 존재했고, 그들은 실제로 그런 현상 자체라고 말해질 수 있다. - P105

한 명의 창조자와 여섯 아메샤 스펜타라는 조로아스터의 심오하고 독창적인 개념들은 다신교 시절 이란인들의 종교 예식에서 조화롭게 자라난 듯하다. 이 우아한 발전은 예언자 자신의 종교적/도덕적 비범함 덕에 이루어졌지만, 이는 그의 선조들의 누대에 걸친 사고와 숭배 행위를 통해 준비된 것이었다. 조로아스터의 새로운 가르침은 오랜 뿌리가 있었으니, 그가 전래의 믿음 및 관습과 일괄적으로 결별함으로써 새로운 가르침에 물들지 못하게 하려 했음을 보여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P292

비록 바빌로니아의 영향과 아마도 있었을 헬레니즘의 영향(물론 서부의 마기들에 의해 도입되었다) 이 후대의 예언 전설의 형성 과정에서 보이지만, 그럼에도 그 안의 가장 오래된 내용들은 의문의 여지 없이 동부 이란의 것이라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조로아스터 자신이 도래할 구원에 관한 교리를 가르친 것으로 나오는데, 미래의 구원자가 조로아스터의 씨에서 기적적으로 태어날 것이라는 전설은 아마도 이란 동남쪽 드란기아나의 신실한 군주들에 의해 강화되었을 것이다. -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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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2-12-07 2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경을 제대로 알려면 조로아스터교를 잘 알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

겨울호랑이 2022-12-07 20:56   좋아요 0 | URL
^^:)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이란 및 인도 지역은 많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어 깊이 있게 알기 위해서는 폭넓은 공부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공정하게 말해, 빈곤을 정의하는 구분선인 하루 5.5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전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46퍼센트)은 조상보다 미미한 정도로 낫거나 전혀 나을 것 없이 살고 있다.382) 한편 가장 부유한 사람들은 엄청난 승리를 거두었다. 2017년 기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8인의 부가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구의 절반인 35억 명의 부를 합친 것과 같다.

이와 대조적으로 3차 산업혁명 인프라는 중앙 집중형보다는 분산형으로 설계되었다. 이것은 사유화를 피해 개방적으로 투명하게 유지될 때 네트워크 효과를 최적화하며 가장 잘 수행된다. 네트워크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모든 참가자가 더 많은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계비용은 디지털 상호 연결로 더 낮아지지만, 공급자-사용자 네트워크의 지속적인 서비스 공급과 트래픽의 중단 없는 흐름으로 한계비용의 급격한 감소를 만회할 수 있다. 공급자-사용자 네트워크의 새로운 경제 시대에 지식 공유에서 에너지 공유, 차량 공유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제활동이 잠재적으로 서비스가 된다.

냉소주의자들은 비웃을지 몰라도 현실은 광대역과 재생에너지, 자율주행차 공유 서비스가 저렴해짐에 따라 더 많은 분산형 경제가 계속 확대된다는 것이다. 공유 경제 중 일부는 기업 모델과 접근에 대한 비용 부과 방식에 계속 연연하겠지만, 더 많은 공유 경제는 첨단기술 협동조합으로 바뀌어 원활한 서비스로 공급자와 사용자를 연결할 테고 또 다른 공급자-사용자 활동은 거의 무료가 될 것이다.

회복력 시대에는 모든 대륙에서 문자 그대로 수십억 가정과 수백만 기업, 크고 작은 수십만 지역사회가 일하고 거주하는 곳에서 태양광과 풍력을 붙잡아 만든 새로운 에너지를 마이크로그리드에 저장하고 글로컬 에너지 인터넷을 통해 공유할 것이다. 몇몇 지역에서만 풍부하게 발견되는 화석연료와 달리 태양과 바람은 분산된 에너지로서 모든 곳에 존재한다.

이제 이 두 가지 디지털화 인터넷은 전력 인터넷을 통해 태양광 및 풍력발전으로 동력을 공급받는 전기 및 연료전지 차량으로 구성된 디지털화한 이동성 및 물류 인터넷과 수렴되고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이런 차량은 도로와 철도, 수로와 항로에서 점점 더 자율주행으로 움직이며 전력 인터넷과 커뮤니케이션 인터넷처럼 빅데이터와 분석, 알고리즘으로 관리될 것이다.

미국 3.0 회복력 인프라의 사물인터넷 신경계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추적 관찰하는 데도 없어서는 안 될 기술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센서가 지구의 생물권 전체에 설치되어 기후변화의 영향을 측정하고 맹렬한 홍수나 산불을 촉발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지역에 대해 당국에 경고하기 위해 홍수와 가뭄 상황, 바람의 흐름 등을 추적 관찰한다. 응급 요원이 적절하게 조치할 수 있도록 미리 알리는 것이다.

효율성에서 적응성으로, 진보에서 회복력으로, 생산성에서 재생성으로, 외부 효과에서 순환성으로,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 GDP에서 QLI로 경제적 성과를 재조정하는 일이 결코 가벼운 과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점점 커지는 미국 유권자의 소외감은 정치적으로 고취된 것이지만, 위기의 핵심에 놓인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지리적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여타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농촌의 인구 감소와 도시화 및 교외화 현상을 겪고 있다. 농촌 지역사회가 쇠퇴하고 있지만 정치적 영향력까지 그런 것은 아니라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교육 수준과 소득, 계층 이동, 사회적 가치, 세계관 같은 측면에서도 도시와 농촌 유권자 간 분열이 더욱 깊어져 국가가 양극화되고 저마다 자기 나름의 대안적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생태 지역 거버넌스는 그 본질과 취지상 시장이 아니라 공공의 자산이며 그 안에서 인간 주체가 자신이 몸담은 생태 지역을 구성하는 다른 무수한 주체에 끊임없이 적응한다는 사실은 거듭 강조할 만하다. 배타성이 아닌 포용성의 자유라는 새로운 개념, 다시 말해 인간 종을 넘어 우리의 동료 생명체들과 지구상의 다른 모든 주체를 포함하는 연결성은 생태 지역이 지배하는 미래의 결정적 역학이다.

자율적인 것이 곧 자유를 의미했고, 자유는 자율적인 것과 같았다. 그러나 이것은 독특한 유형의 자유였다. 진보의 시대를 가로질러 확고하게 유지되던 자유는 부정적 자유였다. 즉 배타적 권리와 자급자족의 권리, 타인에게 예속되지 않으며 혼자만의 섬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의미였으며 최근까지도 그렇게 유지되었다.

X세대와 밀레니얼세대, Z세대 사이에서 이런 전통적 자유 개념은 점점 더 낯선 것으로 여겨진다. 이들은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 가치의 교환에서 가치의 공유로, 시장에서 네트워크로, 독점에 대한 집착에서 포용성에 대한 열정으로 전환되는 세상에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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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정부는 유가족과 공무원을 1:1로 매칭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가족들이 느낀 정부의 대응은 부족함이 많았다. 희생자의 사인이나 사망 시각을 ‘미상‘으로 판명하는경우도 많았다. 정부의 사후지원 역시 충분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함께한 민변 윤복남 변호사는 "장례 지원뒤 (연락이나 지원이) 아무것도 없다고얘기하신다. 마음에 맞게, 배려 있게 유가족 지원이) 진행된 것은 아닌 듯하다"
라고 말했다. - P11

유가족들이 공개 석상에 등장하며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무엇보다 장례이후 국가의 지원에서 벗어나 있는 유가족,
다른 유가족과 교류하지 못한 유가족이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 P13

지난 3월,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0.5%였다. 이후 불과 7개월여동안 (평소엔 1회에 0.25%포인트씩 조절하던 금리를 0.5%포인트나 0.75%포인트씩 5차례에 걸쳐 인상했다. 11월 말 현재 3.75~4.0%, 연준은 기준금리를 내년중순까지 5%대 초중반까지 올릴 것으로전망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의 금리인상 폭과 속도가 지나치게 크고 빠르다고 본다.인플레이션을 잡으려다 경제 시스템까지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경계엔 나름 충분한 이유가 있다. 실제로 너무 많은 돈이 시중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 P15

그렇다면 연준은 공격 대상을 잘못정했다.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원인은 총수요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이라고, 스티글리츠는 주장한다. 예컨대 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속히 늘어난 수요에 부응할 만한 속도로 공급을늘릴 수 없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같은 국제정치적 사건에 따른 충격도 있었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수많은 상품들의 기초재료인 석유와 식량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을 추동했다는 것이다. 스티글리츠는,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석유와 식량 가격이 내리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 P21

자본시장에선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주식의 경우에도 신뢰가 중요하지만 채권시장에서는 특히 그러하다.주식과 달리 채권에 투자하면 앞으로 받을 금액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다시 말해 ‘얼마를 받느냐‘가 아니라 그금액을 과연 ‘제때 모두 받을 수 있을지‘
가 문제다. 이건 정확히 신뢰의 문제다. - P24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어린이들에게 코로나19 유행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대면 교육을 포함해 삶의 여러기회가 제약되면서 몇 년 전 그들 나이였던 언니·오빠보다 행복감이 낮아지고, 밝기보다는 어두운 시기였다는 사실 모두가 대충은 예상했던 결과를 ‘아동 삶의 질조사‘는 구체적 수치로 드러냈다. 물론 어린이들의 시간을 단선적으로만 결론지을수는 없다. 사회가 멈춰도, 학교가 문을닫아도 아이들은 매일같이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며 자신의 삶을 긍정하려는 노력을 중단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드리운 그늘 때문에 아이들에게 부족했던 햇빛과 양분을 보충해주는 일이 우리 앞에남겨졌다. - P35

1980년대 강제징집은 불법적·무차별적 인권유린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령·신체 조건에 상관없이 징병 절차를 무시하고,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연행한 후 강제로 징집해 무조건 최전방에 배치한 것이다.  - P37

참사 보도를 둘러싼 윤리적 판단에서 이처럼 절대적인 옳고그름은 있을 수 없다. 다만 그 상황에서 희생자의 존엄, 프라이버시와 국민의 알권리 중 무엇이 ‘더 큰 선(善)‘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 <뉴욕타임스>는 2022년 3월7일관행을 깨고 우크라이나 이르핀에서 러시아의 공습으로 사망해 길가에 쓰러져 있는 일가족 얼굴이 담긴 사진을 1면에 게재했다. 피해자의 프라이버시보다는 전쟁 희생자의 모습을 직접묘사함으로써 전쟁의 처참함을 알리는 일이 더 큰 선이자 더 공적인 애도의 방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 P44

자연은 타협의대상이 아니다. 이 명확한 전제 앞에서 우리가 바뀌어야 다 같이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배우고 알게 되리라고 믿는다. 경제성장이란 건 지구로부터 에너지와 자원을 빼서 쓰고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내뿜어야 이루어지는 일이다. 이 무한 욕망이 지구라는 유한함을 넘어서면결국 이 비극은 파국이 될 거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에서 ‘해방적파국‘을 말했다. 우리 앞의 파국은 지금이 사회 시스템의 문제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선명하게 보여준다. 어쩌면 기후위기라는 계기가 지구적 공론과 연대의 장을 열 수 있을 것이다.  - P50

실제로 많은 IT 기업들은 최소한의기능을 가진 서비스(Minimum ViableProduct, MVP)를 빠르게 출시하여 검증하고 이를 토대로 또 다른 가설을 세워기능을 구현하고 실험하는 프로세스를갖고 있다. 겉보기에 이러한 방식은 실패를 용인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유연한 태도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해고가 보여주는 바처럼 이 같은 프로세스에는 서비스가 작동하는 산업 혹은생태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서비스를만들어내는 노동자에 대한 책임감도 존재하지 않는다. 욕망되는 건 오로지 주식가치의 상향뿐이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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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대한민국 주식투자 산업.업종 종합분석 대한민국 주식투자 성공시리즈 3
류종현.최순현.조기영 지음 / 한국주식가치평가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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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산업의 현황과 업종별 주요 이슈와 업종별 히스토리 등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주식시장에서 산업 섹터별 ETF에 투자하는 경우는 물론, 개별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의 경우 데이트레이더가 아니라면 산업에 대한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이 필요하고, <New 대한민국 주식투자 산업, 업종 종합분석>은 이를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책이라 여겨진다.

다만, 넓은 분야의 산업을 다루다보니 산업에 할당된 정보는 제한될 수밖에 없고 투자에 필요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아 아쉽게 느껴진다. FSS의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제공되는 개별기업의 산업 소개가 더 유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본다.

단순한 업종현황과 히스토리, 업계순위 등의 정보는 앞서 말한 개별 기업의 전자공시시스템과 협회 등에서 어렵지 않게 최신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만큼 다른 부분에서 접근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예를 들면, 전방산업과 후방산업간의 관계(철강산업-자동차산업 등) 또는 소비재 산업과 자본재 산업 투자 시 유의할 부분 등 투자에 있어 유의할 부분을 정리했다면 보다 유익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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