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두 개의 신화는 하나가 되었다. 캔자스는 모든 것이 평균인 땅이지만 그 평균의 특성은 일탈과 호전성, 분노다. 오늘날 캔자스는 일상생활의 구석구석까지 반동의 선전으로 점철된 보수주의의 성소다.

덧붙여 말하자면 보수주의가 만들어낸 경제환경의 본색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했다. 이 세 차례의 추문은 하나같이 엔론이나 월드컴 사태처럼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신경제이론이라는 환각에 취해 저지른 준準공익사업과 연관되어 있었다.

그러한 경제논리가 언제나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단 하나의 요구조건은 값싼 노동력이다. 지난 25년 동안 여기서 발생한 모든 일이 바로 그 단순한 요구에서 나온 것이다. 1960년대 초 정육업계의 기업인들은 그들의 작업공정을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규격화하고 단순화하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이 지역을 연구한 두 명의 인류학자는 중산층의 ‘완전한 몰락’과 아무리 애를 써도 "값싼 노동력을 탐욕스럽게 추구하는 정육산업에 영원히 내둘리는 도시발전 전략, 그리고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에 대해서 경고한다.

범인은 바로 보수주의자들이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자유시장 자본주의 체제다. 그것은 거의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으며 소도시 상인이나 초기에 소도시를 유지시켰던 농업제도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규제 받지 않는 자본주의는 월마트가 캔자스 주 전역의 지역상권을 망가뜨리게 만든 주범이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자본주의가 캔자스 주의 존재이유라고 할 수 있는 농업을 거의 붕괴 상태로 몰아갔다는 사실이다.

그 대신에 오히려 농민들은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이 경쟁하고, 더 효율성을 높이고, 문제가 되는 상품을 더 많이 생산해낸다. 따라서 공급과잉 현상은 훨씬 더 악화되고 가격은 더 떨어진다. 우리는 이것을 ‘과잉생산의 덫’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오직 정부가 개입해 경쟁 중지 조치를 내려야만 극복할 수 있다. 민중주의자들과 농민조합은 이러한 정부의 개입정책을 확보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투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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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성의 리얼리티는 문학서사와 게임서사의 결정적인 차이점으로 여겨져왔다. ‘게임 같은 소설’은 다른 소설과 달리 근본적으로 현실과의 관련성을 제대로 모색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사람은 오오쯔까 에이지(大塚英志)였다. 게임은 서사 속 캐릭터의 죽음을 언제나 ‘리셋(reset) 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때문에 현실의 죽음을 그려낼 수 있는 문학적인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루프적 죽음이 죽음의 리셋 가능성을 토대로 작동하는 게임의 일반적인 서사양식이라면, 결말적 죽음은 게임이라는 장르와 무관하게 이야기 내적으로 설계된 엔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가지 필연적인 죽음은 따로 놓고 보면 심상해 보이지만, 하나의 서사 안에서 결합되었을 때는 특별한 결과를 산출한다. 여타의 게임에서 루프적 죽음이 생명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서사의 승리에 가까워지기 위한 도움닫기의 역할을 한다면, 아우터 와일즈에서 루프적 죽음은 결말을 예비하는 방식으로 서사의 패배를 완성하기 위한 과정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이야기의 결말은 삶이라는 것. 이것이 바로 지금 소설이 말하고 있는 시간성의 리얼리티일지 모른다.

촛불대항쟁을 통해서는 세대를 이어가며 점점 더 진화된 영혼으로 새 비전을 찾아가는 시민운동을 보았다. ‘이게 나라냐’ ‘내가 나라다’ ‘시민이 예술가다’ 등 촛불을 든 시민의 독창적 구호가 나왔다. 젊은이들의 희망이 담긴 승리의 서사를 성취하는 열린마당, 비전을 창조하는 예술마당, 수평적 연대의 조직마당으로 남녀노소가 광장에 다 모이는 대동문화적 진화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 승리의 힘을 체험한 촛불대항쟁은 더욱 성숙한 촛불혁명으로 자라나는 중이다.

굿은 민중의 집단무의식을 원형문화 형식으로 이어오며 민중의 자기 문화정체성을 유지했으며 더 깊은 영성까지 품는 문화이다. 한국에서 굿은 민속문화의 다른 이름이라 해도 된다. 굿은 일제와 서양문화가 들어오면서부터 근대 자본국가 권력이 주도세력이 되기까지 비주류문화로 취급되었다. 서양식 근대문명에선 미신, 비문명으로 청산했지만 세계 인류 속에서 엄연히 기층문화로 지금도 살아 있다.

우리 서화 학습은 기본이 몸으로 공부하는 임서모화(臨書摸畵)다. 임서모화란 좋은 글씨는 베끼고 좋은 그림은 모방하는 학습 전통이다. 선생 앞에서 오래전 초화를 받아서 밑그림으로 자기 스스로 습득하는 육화 전승의 필법이다. 바른 자세로 운필력을 얻는 득필이 매우 중요하다.

서양 선은 존재의 ‘있음’ 그 자체를 중시했다면, 동양에서 선은 점에서 시작해서 진행되다가 사라짐으로 끝나는 ‘생성과 소멸’이다. 장지에서 불씨처럼 생성하였다가 물길처럼 소멸한다.

서양의 소묘법은 존재의 실체를 고정시켜 직관한다. 존재 그 자체를 중시해 명암으로 진하게 형상화하니 대체로 어둡다.

인간의 무의식 심층에는 원형문화가 있다. 이를 서양에선 콤플렉스로 보기도 하고 동양에선 귀신으로 보기도 하지만, 인간의 깊은 내면세계에 있는 영성을 인정하는 것은 같다. 이 콤플렉스(귀신)를 다스리는 문화가 문화권마다 다르게 존재하고, 이러한 영성문화를 다 존중하자는 것이 문화다원주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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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 팔일 새벽이었다. 나고 죽음의 근본 종자인 무명의 뿌리가 끊어지면서, 동쪽 하늘에서 샛별이 떠오르는 찰나, 활연히 깨달음을 얻어모든 법의 가장 높은 정각을 성취하였다. 이때 태자는 스스로 감탄했다.
"아! 기특하도다. 모든 중생들이 다 이와 같은 지혜와 덕을 갖추었건만, 다만 망상에 집착하여 스스로 체득하지 못하는구나. 만일 이 망상의 집착만 여읜다면 바로 일체지.자연지·무사지를 얻게 되는 것을!"이것이 곧, 아뇩다라삼막삼보리를 성취하여 불타의 지위에 나아간 것이었다. 곧, 석가모니 부처요때는 삼십오 세 되는 해 이 월 팔 일이었다. - P75

그러므로 이것이 고인 줄 알고 그 원인인 집을 끊고, 별을 얻기위하여 도를 닦는 것이니라.만일 사람이 이 사성제를 알지 못하면 해탈을 얻을 길이 없다.
‘성제‘라는 말은 진실하여 틀림없다는 뜻이니, 고는 정녕코 이 삶의 존재요, 집은 정녕코 이 고의 원인이며,  멸은 정녕코 이 고를 여읜 결과요, 도는 정녕코 이 멸에  이르는 길이니라."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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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미국에서 보수대반동을 일으켰던 공화당의 주도 세력은 과거 전통적인 미국의 보수 중도파와 달리 네오콘이라고 불리는 기독교 우파였다. 그들은 같은 당의 중도파나 자유주의 성향의 보수파조차 자유주의 민주당의 하수인이라고 몰아 부칠 정도로 극우 성향을 띤다.

민중들의 고단한 삶과 지역의 피폐함이 경제 구조와 그에 따른 계급 문제임에도 본질적인 문제는 피한 채 낙태와 동성애, 진화론, 총기 소지 문제와 같은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문화 현상에 민중의 분노를 집중시킨 것이다.

새로운 중도 노선을 내세운 민주당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부자들에게 유리한 경제 노선으로 돌아섰고 마침내 자신들조차 경제 문제를 정치 의제화하지 않는 크나큰 오류에 빠졌다.

왜 가난한 사람이 부자 증세를 반대하고 사회복지 예산을 줄이고 기업인들의 이익을 늘리는 정책에 몰두하며 서민층의 이익을 빼앗는 보수정당을 앞장서서 지지하는 걸까? 이번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 해묵은 이념 논쟁, 세대 갈등과 성차별을 부추기는 막말 논란은 정작 중요한 정책 논쟁은 뒷전으로 내몰았다.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을 뽑는 선거가 그들이 주장하는 정책이 아니라 성도덕이나 이념을 들춰내는 선거로 변질된 것이다.

흔히 보수 세력하면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투철한 사명감으로 보수 이념을 전파하고 조직하고 선거에 참여하는 민중들이 있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물론 보수 정치 권력자들의 감언이설에 설득된 측면도 있지만 그들의 자발적 의지도 무시할 수 없다.

극우적 성향의 보수 우파와 기독교, 수구 언론이 결탁할 때 그리고 진보 세력이 경제 문제를 기반으로 하는 계급 문제를 도외시하고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계산기만 두드릴 때, 민중들은 경제 상황이 악화될수록 점점 더 냉소적이 되고 훨씬 더 보수적으로 바뀔 수 있다.

진보 세력은 실제로 너무 말이 많다. 정치나 사회 문제 전반에 걸쳐 정교한 이론과 합리적인 논리로 비판도 하고 주장도 많이 한다. 반면에 보수 세력은 도무지 합리적이지도 않고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을 천연덕스럽게 한다. 민중들도 그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 가장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이 보수 세력의 손을 들어준다. 수구 언론의 편향된 보도 탓만으로 돌리기에는 우리나라 땅이 너무 좁고 정보 유통도 빠르다. 보수 세력의 정치 조작 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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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좋지도 싫지도 않은‘ 또 다른이유는 무엇일까? 한·일 사이 격차가 있더라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일본의 미래 전망에 부정적이다. - P15

그럼에도 일본에 대한 위협 인식은 남아 있다. ‘일본은 세계와 아시아에서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57.4%), ‘일본은 위협적이다‘ (43.5%)라는 응답이 그렇다. 이는 현재의 경제·군사력에 대한 평가, 미래 역량에 대한 평가와는 사뭇 결이 달라서 모순돼 보이기까지 한다. AGRES이 모순됨을 이해하는 것이 한·일관계의 핵심이다. 그 요체에는 과거사가 있다. 한국인 대부분은 일본의 과거사 사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그렇기에 일본의과거사 사과가 더 필요하다 (87.8%). 동시에 한·일 관계에 관심이있고(80.4%), 한·일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79.2%)고 생각한다. - P15

일본의 과거에 대해서 여론은 단호하다. 이는 한·일 관계에서 일종의 원칙으로 작용한다. 동시에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현실론이 등장한다. 경제적·군사적·안보적 이유에서다. 이처럼 한·일 관계문제는 ‘잘 다루기가 쉽지 않다. ‘속도전‘
처럼 단번에 해결하기 어려운 주제다. - P16

어떻게 한·일 관계를 개선해야 할까?
지금이 좋은 때다. 신장된 우리 국력을 바탕으로 일본과 대등한 협력이 필요하다. ‘중국의 부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한일은 가치와 공동 위협 인식이라는 차원에서 협력의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이 식민지 지배를 합법이라고 하거나, 한국이 원해서 합병한 것처럼 얘기하면 한·일관계 개선은어렵다. 과거사에 대한 훼손할 수 없는 원칙은 확고하게 하며, 중장기 전략을 짜야한다.  - P19

법치(法治)란 법의 지배를 말한다.  사람에 의한 자의적인 통치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누구도 법에 의하지 않으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법이라는 형식을 갖췄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나치 독일도 법을 갖추고 있었고,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도 형식상으로는 법이었다. 절차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의 원리가 구현되어야 실질적 법치주의다.
이번에 윤석열 정부가 내린 업무개시명령은 민주주의 원리가 구현된 법인가? - P20

"화물차 기사들은 특수고용직이다. 고용된 노동자들이 누리는 유무형의 기업복지는물론, 노동법과 4대 보험이라는 사회안전망에서 비켜나 있다. 월500만원을 번다고 하더라도 몇 시간 일해서 버는 것인지,
이들이 스스로 부담하는 위험과 비용은 어떠한지 고려해야 한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주임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 P22

박 교수는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일련의 대응이 윤석열 대통령 개인의세계관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윤석열대통령의 집권은 ‘한국에서 관료가 직접통치를 시작하게 된 사건‘이다. 관료의 세계관에서는 루틴 (규정, 틀을 벗어나는모든 게 범법이다. 정치란 선거를 통해 관료제적 루틴을 깨는 건데, 우리가 뽑은 대통령은 직권남용을 수사함으로써 관료제적 루틴에서 벗어나는 어떤 형태의 정치의 공간도 부정하면서 지금의 자리까지올라선 이다. 정부가 문제를 풀 생각이 없는 것을 넘어서 ‘풀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정치가 사라진 자리에앙상한 준법의 실천만 남았다. - P22

당시 한국에서 아이를 입양해오는 것은너무 쉬운 일이었다. 한국에는 ‘대리 입양‘ 제도가 있었다. 입양 부모가 아이의 출생국가에오지 않고도 대리인을 통해 입양이 가능했다.
일명 ‘우편배달 입양‘이라 불리는 제도였다.
한국은 이 제도를 통해 1980년대에는 몇 년에 걸쳐 출생 아동의 1% 이상을 해외에 입양보내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1958년부터 2021년까지 해외 입양을 간 아동은 16만8322명이다. 이 중에서도 미국은한국의 가장 큰 해외 입양 시장이었다. - P27

 중국인 대다수가 그동안 뭘 몰라서 당국의 방역조치에 순응한것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알고도 인내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저항하는 소수와 인내하는 대다수. 이 또한 중국의 현실이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이들은 ‘주링허우(1990년대 출생)‘ ‘링링허우(2000년대출생)‘로 불리는 중국의 1020 세대다. 시진핑 시대에 이른바 ‘애국주의‘ 교육을 받고 성장하면서 조국에 대한 자긍심이 누구보다 높은 세대다. 게임, 유튜브 등 온라인상에서 한국, 일본 등 외국의 젊은이와 부딪치며 반중 정서를 키우는 데 한몫했던 이들이기도 하다. 시진핑이 키운 애국 청년들이 ‘양날의 검‘이 되어 돌아온셈이다. - P37

중국의 현대사상을 연구해온 조경란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시진핑 퇴진 구호가 베이징 중심가에서 터져 나왔다는 건 분명 중요한 민심의 변화다. 그러나 규모가 크고 사람이 많은 중국은 변화가 늦다. 시간이 오래 걸릴것이다"라고 말했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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