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우리 삶이란 것이, 동일한 시대의 초상화들이 걸린 모습이 마치 가족처럼 보이는, 같은 색조를 띠는 미술관과 흡사하다고나 할까. ? 한가로움이 넘쳐흘렀고, 언제나 커다란 마로니에와 산딸기 바구니, 그리고 쑥의 새싹 향기가 풍겨 나왔다.

이 두 분은 고상한 것을 동경했기 때문에, 비록 역사적으로 흥미로운 일이라 할지라도 소위 잡담이라고 불리거나, 보다 일반적으로는 미적이나 도덕적인 대상에 직접 연결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사교 생활에 직간접으로 연결된 듯이 보이는 것 일체에 대한 그들의 초연한 사고는, 식사 때 대화가 두 분 노처녀께서 좋아하는 화제로 가지 못하고 경박한 어조나 단지 세속적인 어조를 띠기만 해도, 그들의 청각이 일시적으로 불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 청각 기관을 쉬게 함으로써, 진정한 기능 수축의 시작을 감내하게 할 정도였다

사진사가 제아무리 예술품이나 자연의 재현에서 제외되고 위대한 화가로 대체된다고 해도, 그 화가의 해석을 재생할 때는 마음대로 찍을 권리를 가지는 법이다. 이런 통속성의 도래에 직면한 할머니는 그걸 피해 보려고 애쓰셨다

이 콩브레의 거리들은 지금도 내 기억 속에 일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너무나 깊숙한 곳에,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세계와는 너무도 다른 빛깔로 채색되어 있어 광장에서 그 거리들을 내려다보던 성당처럼, 내게는 사실 마술 환등기에 비친 모습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벽난로 불은 밀가루 반죽을 구울 때처럼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를 풍겼으며, 이 냄새 탓에 방 안 공기는 완전히 엉겨 있었다. 그리하여 그 냄새는 아침의 화창하고도 습기 찬 신선함이 이미 반죽하고 ‘발효해 놓은’ 냄새들을 여러 겹으로 포개 놓고 노랗게 구워 주름지게 하고 부풀어 오르게 하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손에는 만져지는 시골 과자인 거대한 ‘쇼송’
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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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재미있었을 뿐이죠. 그리고 당신은 언제나 내게 친절했어요. 하지만 우리 집은 그저 놀이방에 지나지 않았어요. 나는 당신의 인형 아내였어요. 친정에서 아버지의 인형 아기였던 것이나 마찬가지로요. 그리고 아이들은 다시 내 인형들이었죠. 나는 당신이 나를 데리고 노는 게 즐겁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놀면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요. 토르발, 그게 우리의 결혼이었어요.

즉, 그는 노라를 아내로, 아이들의 어머니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그런 상황을 은폐하고 표면상으로만 온전한 가정을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이런 ‘거짓 행복’은 그 당시의 사회가 개인에게서 요구하는 겉모습이며, 개인의 명예와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는 표면상으로 그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

보수적인 사회를 대표하는 작은 사회(micro-society)인 가정은 노라에게 남성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할 것을 요구하지만, 한 집단의 관점에 따라 만들어진 관습을 사회 규범의 이름으로 다른 집단에게 강요하는 사회 통념은 이 작품에서 무효 판정을 받는다. 발표된 지 130년이 되어 가는 『인형의 집』의 시사성은 이 작품이 무조건 관습을 따를 것을 요구하는 사회, 생각이 다른 집단을 주류의 규범에 따라 판단하는 현실에 회의를 제기하는 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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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띤느의 그 이야기는 무엇인가? 사회가 여자 노예 하나를 매입하는 이야기이다. 누구로부터?  비참함으로부터. 배고픔과 추위와 고립과 저버림과 궁핍으로부터. 비통한 거래이다. 영혼 하나를 빵 한 조각과 바꾸다니. 비참함이 공급하고 사회가 인수한다.(p622/1084)
- P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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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과 오만은 종종 동의어로 쓰이긴 하지만 그 뜻이 달라. 허영심이 강하지 않더라도 오만할 수 있지. 오만은 우리 스스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더 관련이 있고, 허영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것과 더 관계되거든.(p22/438)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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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디킨스의 힘들었던 어린 시절 경험이 녹아든 인물 올리버. 출생의 비밀을 안고 태어나 어두운 구빈원에 버려졌으나, 타고난 순수함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데 성공한다.

그렇지만, 올리버와 같은 동아줄을 타지 못한 같은 시대 수많은 고통들이 함께 소멸되지는 못했기에, 소설을 읽으며 올리버 개인의 행복이 아닌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그림자를 발견하게 된다. 또다른 올리버, 낸시가 멍크스와 페이긴과 공존하는 시대의 어두움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만의 것이 아니기에 우리에게도 의미있게 다가온다...


보통 사람들은 결코 발견하지 못하는 점인데, 바로 가난한 사람들은 구빈원을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가난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구빈원은 공공오락을 제공하고 공짜 술집이자 1년 내내 아침, 점심, 저녁, 차를 얻어먹는 곳이니, 놀고먹기만 하고 일하지는 않는 벽돌과 회반죽으로 지은 낙원과도 같았다.(p48/1060)
- P48

그래서 이사회의 신사들은 가난한 시람들이 구빈원 안에서 서서히 굶어죽든가 아니면 바깥에서 빠르게 굶어죽든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규칙을 세웠다.(p48/1060) - P48

비록 이와 같은 법정에서 재판을 주재하는 주재자가 우리 여왕 폐하의 백성, 특히 가난한 하층민들에 대해 자유와 명예, 인격, 심지어 목숨에 이르기까지 독단적으로 즉결하는 권력을 행사하지만, 그리고 비록 이렇게 사방이 벽으로 막힌 공간 안에서 천사들마저 눈물로 앞을 가릴 만한 아주 환상적인 속임수들이 날마다 행해지지만, 이 모든 상황은 대중들에게 가려져 있어서 신문이라는 매체를 통하지 않고서는 알려지지 않았다.(p209/1060)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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