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가 앞으로도 건강을 유지하면서 다른 사회에 영향력을 지속시키려면 이슬람과 아시아가 도덕적 우월감을 주장하는 추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서구 문화는 내부의 집단들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그 도전의 하나는 바로 동화를 거부하고 자기가 떠나온 나라의 가치관, 풍습, 문화를 여전히 고수하고 전파하려고 애쓰는 이민자들로부터 받는다. 이런 현상은 유럽에 거주하는 이슬람교도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소수 집단에 지나지 않는다. 정도는 덜하지만 미국에 사는 히스패닉 집단도 비슷한 성격을 보인다. 그런데 미국의 히스패닉 인구 규모는 만만치가 않다.

서구의 보편주의가 세계에 위험을 초래하는 까닭은 핵심국들 사이의 문명 전쟁을 낳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서구에게 더더욱 위험한 까닭은 전쟁에서 서구가 패배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소련이 붕괴하자 서구인들은 자신들의 문명이 우위를 점하게 되었지만 아시아, 이슬람, 기타 문명들도 서서히 힘을 쌓아 나가고 있는 현실에 맞닥뜨렸다. 이때 서구인들은 브루투스의 호소력 있는 낯익은 논리에 의존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서구 문명이 가치를 지니는 것은 그것이 보편적이어서가 아니라 남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구 지도자들의 책무는 다른 문명들을 서구의 이상에 맞춰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다. 쇠락하는 서구로서는 그것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 서구 지도자들은 서구 문명의 고유한 특성을 견지하고 수호하고 쇄신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미국은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러한 책무를 앞장서서 떠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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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체제와 아프리카 - 인종주의 민족주의 종족성의 정치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지음, 성백용 옮김 / 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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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버 콕스는 실상 모든 본질적인 점에서 세계체제 시각과 일치하는, 역사적 자본주의에 대한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 명제를 주장했다. (1) 자본주의는 단순히 하나의 체제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세계체제(world-system)다. (2) 자본주의는 끝없는 자본의 축적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적 세계경제로서 작동한다. (3) 자본주의 세계경제에는 핵심부-주변부의 모순에 기초를 둔 기축적 분업이 존재한다. (4) 그 체제에서 중심 국가의 자리에는 불가피하게 꾸준한 이동이 일어났다. (5) 자본주의는 여러번 창출된 것이 아니라 오직 한번 창출되었다. _ 이매뉴얼 월러스틴, <세계체제와 아프리카> , p330


 세계체제의 위기는 세계체제 전반의 기회이며, 어쩌면 특히 아프리카 경우에 그러하다. 현 세계체제의 진행 과정 자체가 위기를 악화시키며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고 이론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한, 우리가 보기에 이것은 어떤 혼란, 다시 말해 25~30년에 걸친 세계적 대혼란을 수반하며 그로부터 어떤 새로운 종류의 질서가 나올 것이다. _ 이매뉴얼 월러스틴, <세계체제와 아프리카> , p124


 이매뉴얼 월러스틴 (Immanuel Wallerstein, 1930~2019)은 <세계체제와 아프리카 The World-System and Africa>에서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 냉전(冷戰)체제가 붕괴되는 세계체제의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체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음을 직감하고, 이러한 가능성을 아프리카에서 찾는다. 20세기 말 공산권국가의 붕괴로 세계체제의 패권을 확보한 자유주의 진영이지만, 공산권과 '적대적 공생관계'를 맺고 있었기에 체제 개편은 불가피할 것이었다.


 이데올로기 면에서 맑스-레닌주의의 붕괴는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주변부 및 반주변부 지역에서 국가 주도의 개혁이 상당한 경제발전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마지막 남은 믿음마저 제거해버렸다. 이른바 공산주의 체제들의 붕괴가 실제로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서의 자유주의의 붕괴였다고 내가 다른 지면에서 주장한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p113)...  자본의 축적이라는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지도 원리는 점점 더 커지는 실질소득의 양극화를 필요로 하고 또 불러일으킨다.  _ 이매뉴얼 월러스틴, <세계체제와 아프리카> , p115


 이러한 자유주의 진영의 외부 환경의 변화에 더해, 근대세계체제의 핵심기조인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성도 <세계체제와 아프리카>에서 함께 지적된다. '핵심부-주변부'의 불평등한 관계 안에서, '최소비용 최대이윤'의 추구는 끊임없는 주변부의 팽창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계산업은 점차 외곽으로 밀려나가게 되고, 중심부의 핵심 산업은 저비용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유입되면서 자유주의로 변모한 세계체제는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20세기 말 경기순환의 대국면이 전반적으로 수축되고 세계화(世界化)로 연결된 네트워크가 더 이상 팽창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닥친 생태위기는 동시에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위기로 작동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월러스틴은 세계체제의 마지막 주변부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1945년부터 1970년경에 이르는 꼰드라띠예프 A국면의 패턴이 수입 수준의 전반적인 향상 및 양극 간 격차 축소를 나타낸 반면에, B국면의 패턴은 국내적으로 수입 양극화의 상당한 증가를 보여주었다. 적은 비율의 사람들이 적어도 장기간에 걸쳐 꽤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 소수의 집단을 제외하면 국내의 빈곤이 뚜렷이 증가했으며, 마침내 중간계층에서 상당한 규모의 집단이 떨어져나가고 그밖의 중간계층 대부분도 실질수입의 감소를 겪었다. _ 이매뉴얼 월러스틴, <세계체제와 아프리카> , p105


 잉여가치는 자본을 가진 사람들과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들 사이에 분배되기 마련이다. 이 분배의 조건은 결국 정치적인 문제로, 양측의 협상력에 달려 있다. 자본가들에게는 한가지 기본적 모순이 있다. 만약 세계적으로 노동에 대한 보수의 조건이 너무 낮으면 그것은 시장을 제한하며, 이미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알려준 대로 분업의 범위는 시장 범위의 함수다. 그러나 만약 그 조건이 너무 높으면 그것은 이윤을 제한한다. 노동자들로서는 당연히 자신들의 몫을 늘리기를 원하며, 이를 성취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투쟁하기 마련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노동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지 노동자들은 그들 조합의 힘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으며, 결국 이는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역사를 통해 주기적으로 나타난 이윤 압박(profit squeezes) 현상을 낳았다. 자본가들은 일정한 선까지만 노동자들과 싸울 수 있을 뿐인데, 왜냐하면 그 선을 넘어서 실질임금 수준을 너무 낮추면 그들의 생산품에 대한 세계적 유효 수요를 감소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껏 되풀이된 해결책은 더 높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로 하여금 시장을 공급하도록 허용하는 한편, 정치적으로 취약하고 여러가지 이유로 매우 낮은 임금을 마다하지 않으며 그럼으로써 총 생산비용을 낮추어주는 새로운 인력계층을 세계 노동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세계의 탈농촌화는 이 필수적인 과정을 위협하며, 그럼으로써 자본가들이 그들의 세계적 이윤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위협한다. 두번째 장기적 추세는 생태학적 위기라 불리는 것이다. 자본가들의 관점에서 이것은 비용의 외부화를 종식할 위협으로 불려야 마땅하다. _ 이매뉴얼 월러스틴, <세계체제와 아프리카> , p75


 그렇지만, 월러스틴은 아프리카에서 희망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가 겪는 문제가 본문에서 제기되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은 경제적 제국주의의 흐름과 정치적 제국주의 흐름 사이의 간섭과 방해다. '민족'과 '해방'이라는 좌파(the Left)이념으로 집권한 세력들이 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세계질서에 편입되기 위한 정책을 펼 수 밖에 없는 모순. 월러스틴은 비동맹 운동(非同盟 運動, Non-Aligned Movement, NAM)의 한계성을 이와 같이 지적한다.


 내가 보기에 경제적 제국주의가 반드시 정치적 제국주의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며, 심지어 때로는 정치적 제국주의에 의해 방해받기도 한다. 이 같은 방해가 일어나는 곳에서는 정치적 양상의 식민주의를 제거하는 것이 경제적 제국주의자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_ 이매뉴얼 월러스틴, <세계체제와 아프리카> , p18


 운동이 권좌에 머물러 있으려면, 이 지점에서 오로지 한 가지 정책만이 가능한 것으로 보였으니, 그것은 곧 진정으로 근본적인 변혁을 연기하고 그 대신 세계경제 안에서 '따라잡기'(catchup)를 시도하는 것이었다. 운동들이 세운 정권은 모두 한결같이 세계경제 내에서 국가를 더 강하게 만들고자 했고, 또한 주요 국가들의 수준에 더 가깝게 자체의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고자 했다. 으레 주민 대중이 정말로 원한 것은 '근본적인 변혁'이 아니라 바로 부유한 나라들의 물질적 혜택을 '따라잡는 것'이었으므로, 운동 지도자들에 의한 전후 정책의 변경은 실제로 인기가 있었다. 바로 그게 문제였다. _ 이매뉴얼 월러스틴, <세계체제와 아프리카> , p65


 동시에, 월러스틴은 이러한 한계를 유지하는 '억압의 한계'로부터 세계체제 전환에 대한 희망을 발견한다. 억압은 결코 변화를 이끌어내는 진정한 힘이 될 수 없기에, 억압이 강해질수록 변화를 위한 움직임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억압을 대체하는 희망과 확신을 가진 대중적 지지를 통해 주변부의 변화를 기대하는 저자의 마음을 우리는 <세계체제와 아프리카>에서 발견한다.


 모든 반체제 운동의 경우 '잠정적인' 목적의 성취, 즉 국가권력 장악이 현존 세계체제를 침식하는 동시에 강화하기도 한다. 아프리카 지역권만 따로 떼어놓고 본다면 꼭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세계적인 차원에서는 강화작용보다 침식작용이 더 컸다는 것이 분명하다(p28)... 향후 25~50년의 중대한 정치적 전장이 국가 간 대립 또는 고전적인 형태의 계급투쟁(사적 부르주아 기업가 대 프롤레타리아 산업노동자)이 아니라 반체제운동들 내부 그리고 반체제운동들 일체의 울타리 안에 존재할 것이다. _ 이매뉴얼 월러스틴, <세계체제와 아프리카> , p30


 무엇이 대중의 지지를 동원하는가? 억압의 수준에 따른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한편으로 억압은 흔히 변함없는 상수(常數)이며, 따라서 예전의 T1 시점에 동원되지 않았던 사람들이 왜 T2 시점에는 동원되었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대중을 동원하는 것은 억압이 아니라 희망과 확신 - 억압의 끝이 가까이 다가왔다는 믿음, 더 나은 세상이 정말로 가능하다는 믿음 - 이다. _ 이매뉴얼 월러스틴, <세계체제와 아프리카> , p60


 월러스틴의 <세계체제와 아프리카>는 우리와 멀리 떨어진 대륙의 문제로 하기에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월러스틴이 아프리카 문제 해결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세계 힘의 중심점으로부터 먼 변방'이라는 점이 역으로 '세계 힘이 맞붙어 균형점'으로 자리잡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은 대칭적으로 생각할 지점을 던져준다. 또한, 본문에서 다루어지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등 금융과 군수산업에 기반한 전쟁을 통해 세계적인 유효수요(有效需要) 창출을 통한 세계체제 유지는 멀리 떨어진 우리에게도 낯선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동아시아라는 전략적 요충지를 통해 다른 제3세계에 비해 개발에 유리한 조건을 획득할 수 밖에 없었으나, 선진국을 넘어 선도국이 되는 것을 제한하는 분단체제의 한계를 실감하는 우리에게 아프리카 문제를 생각하는 것은 우리 문제를 고민하는 또 다른 과정이라 생각된다...


 요는 현대 세계의 4대 힘의 중심인 미국, 소련, 서유럽, 일본, 중국은 모두 지역권의 정치에 관심을 두고 있겠지만, 그래도 남부 아프리카의 사태 전개는 그들의 어젠다에서 최우선 순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그 지역으로서는 행운인 동시에 불행이기도 하다. 그것이 행운인 동시에 불행인 이유는 다음번의 경제적 팽창 국면으로 들어갈 때, 아마도 남부 아프리카에 정치적 관점에서는 더 다행스럽고 경제적 관점에서는 덜 다행스러운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_ 이매뉴얼 월러스틴, <세계체제와 아프리카> , p48


 국제통화기금(IMF)은 채무상환위기에 처한 모든 국가에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더 적은 수입과 더 적은 주민 복지), 그리고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것(임금을 낮게 유지하거나 더 낮춤으로써, 내수를 위한 생산으로부터 무엇이든 세계시장에서 당장 팔 수 있는 것을 생산하는 체제로 전환함으로써)을 권고했다. 이 껄끄러운 권고안을 위해 IMF가 지닌 무기는 어떤 특정 국가가 IMF의 정책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모든 서방 정부의 단기적 지원을 보류시키는 것이었고, 그리하여 (채무위기가 일어날 경우)  해당 정부의 지불 불능 사태가 코앞에 닥치는 것이다. _ 이매뉴얼 월러스틴, <세계체제와 아프리카> , p108

‘탈식민화‘(decolonization) 과정이 1945년에 누구나 예견했던 것보다 여러 면에서 더 수월하게 이뤄진 이유들 가운데 하나가 ‘만물의 상품화‘(따라서 세계경제의 양극화) 과정이 ‘원주민‘ 정부하에서 더 느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빠르게 진행되리라고, 중심부의 선견지명 있는 정책입안자들이 내다봤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만일 그렇다면, 이는 자본주의 세계경제가 애초부터 걸어온 역사적 궤적에 들어맞는 일이 될 것이다. - P25

모든 운동을 하나로 묶은 것은, 첫째로 ‘인민‘은 누구이며 인민에게 ‘해방‘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공동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의식이었다. 이 운동들은 또한 권력이 현재 인민의 수중에 있지 않으며 인민이 진정으로 자유롭지 않다는 생각, 그리고 불공정하고 도덕적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이 상황에 대해 책임이 있는 집단들이 분명히 있다는 생각을 모두 공유하고 있었다. - P53

근본적인 문제는 운동들의 전략에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역사적으로 이중의 굴레에 매여 있음을 깨달았다. 운동들의 단 한가지 목표는 근대 세계체제의 주된 조정 메커니즘을 제공하는 근대세계체제 내에서 권력을 잡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또한 반체제운동을 궁극적으로 무력화하고 세계의 변혁에 대한 그들이 무능력을 확실하게 하는 목표이기도 했다. - P73

‘인종‘(race) 개념은 세계경제의 기축을 이루는 분업, 즉 핵심부-주변부의 이율배반과 연관되어 있다. ‘국민‘(nation) 개념은 이 역사적 체제의 정치적 상부구조, 국가 간 체제를 이루는 동시에 그로부터 비롯하는 주권국가들과 연관되어 있다. ‘종족집단‘(ethnic group) 개념은 자본축적 과정에서 비임금노동의 구성분자들을 대규모로 유지하도록 해주는 가계(household) 구조의 창출과 연관되어 있다. 이 세가지 용어들 중 어느 것도 계급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는 않는다. 이는 ‘계급‘과 ‘민족성‘이 서로 다른 맥락에서 정의 되었기 때문이며, 역사적 체제의 모순들 가운데 하나다. - P151

구좌파운동들의 실패는 제일 먼저 1968년의 세계 혁명에서 정치적으로 큰 파급을 끼쳤다. 1945년 이후 구좌파운동은 지구 도처에서 - 공산주의운동들은 이른바 사회주의 블록에서, 사회민주주의운동들은 범유럽 세계에서, 민족해방운동들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카리브해 연안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그리고 포퓰리즘운동들은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 지역에서 - 집권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권력을 쥐었지만 세상을 뚜렷이 바꾸지는 못했고, 그것이 이 운동들에 대한 신뢰를 철회한 1968년의 혁명가들이 제기했던 비판의 핵심이었다. - P243

1970년 무렵 이후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하나의 긴 꼰드라띠예프 B 국면에 있었다. 이러한 B 국면은 다음과 같은 몇가지 표준적인 특징들을 나타냈다. 세계적인 실업률 증가, 종전처럼 더이상 수익성이 나지 않는 주요 산업들의 반주변부 국가로의 이동(이 국가들은 이를 두고 자신들이 ‘개발 도상‘ developing에 있다고 주장한다), 투자를 통한 이윤 추구로부터 금융 부문에서의 이윤 추구로의 자본 이동, (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비용을 내부화하려는 정부의 압력을 공격함으로써 그리고 복지국가의 보호 장치를 축소하여 세금을 인하하려고 노력함으로써 비용을 줄이려는 시도 등이 그런 특징들이다. 이 같은 정치적 노력을 두둔하는 취지의 담론을 우리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이라고 불러왔다. - P244

우리는 종교에 기반을 둔 운동들이 국가권력을 국가권력을 장악하는 데 성공함에 따라 그들의 ‘근본주의적‘ 성격이 약화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핵에너지 또는 그에 상응하는 무엇인가가 샤리아나 낙태 반대 또는 그에 상응하는 어떤 것들보다 우위를 차지할 것이다. 우리는 구좌파 반체제운동들의 경우 국가권력이라는 목표의 성취가 그들의 전통적 이데올로기 및 정치적 약속에 대한 열정을 어떻게 송두리째 앗아갔는지 살펴보았다. ‘근본주의‘운동들 또한 집권하게 되었을 때 어찌 이와 같은 사태를 피할 수 있겠는가?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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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14 2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월러스틴의 책을 제법 읽었었는데 오랫만에 보니 반갑네요.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이런 학문적 업적을 남기시다니 대단하신 분입니다 정말..... 이분의 글을 읽고 나면 어떻게든 희망이 생기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겨울호랑이 2022-06-15 06:19   좋아요 0 | URL
저 역시 월러스틴의 세계체제론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요즘과 같이 어수선한 시기에 저자의 통찰력있는 분석을 더는 볼 수 없어 아쉽습니다...

mini74 2022-07-08 17: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번 북플로만 접하다 알라딘서재로 호랑이님 서재에 들어오니 너무나 귀여운 고냥님 사진이 ㅎㅎ
축하드립니다 호랑이님 *^^*

겨울호랑이 2022-07-08 22:58   좋아요 1 | URL
좀처럼 사진 찍기가 어려운데 가까운데서 모처럼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미니님 감사합니다 ^^:)

거리의화가 2022-07-08 17: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당선 축하드립니다.

최근에 이매뉴얼 월러스틴 책들 계속 올려주셔서 감사하게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겨울호랑이 2022-07-08 22:59   좋아요 2 | URL
월러스틴의 <근대세계체제>가 저자의 타계로 1914년까지 다뤄져 많이 아쉽습니다. 더 오래 살았더라면 최근 정세에 대한 대가의 깊은 통찰을 배울 수 있었을 텐데요...... 거리의화가님 감사합니다! ^^:)

이하라 2022-07-08 17: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기분 좋은 시간 되세요^^

겨울호랑이 2022-07-08 23:00   좋아요 2 | URL
이하라님 감사합니다. 평안한 밤 되세요! ^^:)

강나루 2022-07-09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당선 축하해요^^

겨울호랑이 2022-07-09 19:15   좋아요 0 | URL
강나루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

러블리땡 2022-07-09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

겨울호랑이 2022-07-10 09:20   좋아요 0 | URL
러블리땡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일요일 되세요! ^^:)

thkang1001 2022-07-10 0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휴일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2-07-10 09:30   좋아요 0 | URL
thkang님 감사합니다. 덥지만, 건강한 일요일 보내세요! ^^:)

thkang1001 2022-07-10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고대의 도시들 2 - 권력과 제국주의 케임브리지 세계사 6
노먼 요피 외 지음, 류충기 옮김 / 소와당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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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는 낯선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였고, 군사적 보호의 핵심이었으며,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사원이 있는 곳이었다. 국가는 도시를 관리하는 행정 체계였고, 그에 따른 이데올로기가 형성되었다. 더불어 의례, 행사, 물질문화가 도시의 진화와 함께 만들어졌다. 이러한 이데올로기 속에서 도시, 통치자, 노예, 불평등은 당연하며 영원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_ 노먼 요피, <고대의 도시들 2> , p425


 케임브리지 세계사 6 <고대의 도시들 2 : 권력과 제국주의 Cambridge World History Vol. III>는 세계 여러 곳에서 생겨난 도시라는 공간에 표현된 권력(power)과 권력 집중화의 정점 제국(帝國 Empire)을 다룬다. '도시'라는 특정되고 한정된 공간에 사람들은 모여들었고, 한정된 공간적, 물질조건으로 인해 이들은 정치적으로 불평등한 권력 관계로 연결되었다. 고대의 도시는 이렇게 태어났다.


 그렇지만, 이들 도시들 모두가 같은 길을 걸은 것은 아니었다. 어느 지역에는 왕의 세력이 강했던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그보다 하부의 엘리트 층의 권한이 더 강했다. 어느 도시는 보다 더 크게 더 오래 번성했지만, 다른 도시는 얼마 되지 않아 역사 속으로 소멸되어갔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냈을까. <고대의 도시들 2>에서는 일차적으로 도시의 모습을 결정하는 요소로 '자연(nature)'과 자연이 만들어낸 기후를 말한다. 농경 중심의 도시국가에서 자연조건은 결정적이었으며, 여기에 따라 권력 관계가 설정되었고, 권력관계는 도시의 형태를 규정했다. 


 지도자, 권력, 권위를 나타내는 상징은 우루크의 아이콘이나 텍스트에서 상당히 두드러진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인더스 지역에서는 그런 면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p52)... 아마도 이들 지역에는 여러 가지 차이가 있었겠지만, 인더스 지역의 다양한 공동체에서 엘리트 계층의 권력 및 권위가 훨씬 폭넓게 분배되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 같은) 단일한 "왕권" 중심의 행정 체계가 인더스 지역에서는 끝내 형성되지 않았다. _ 노먼 요피, <고대의 도시들 2> , p53 


 인더스와 갠지스의 물리적 및 문화적 풍경은 전혀 달랐다. 하나는 인더스 지역에서 넓게 펼쳐진 시공 경관에 둘러싸여 있었으며, 다른 하나는 갠지스-야무나 평원의 도시가 밀집된 경관 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다. 소수의 몇몇 도시와 훨씬 더 많은 수의 소규모 정착지로 구성된 인더스의 시대는 700년에 불과했고,  그 뒤 인더스 전통은 쇠락하여 사라져버렸다. _ 노먼 요피, <고대의 도시들 2> , p66


 자연환경은 도시의 입지와 권력관계에 영향을 미쳤지만, 도시의 형태와 성격을 결정할 때에는 '전통'과 '건축'이 새로운 요소로 등장한다. 도시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라고 하는 이들 요소들은 의례(儀禮)를 만들어 내고, 의례는 정기적으로, 비정기적으로 공간속에서 재현되며 세대 내에서는 집단의 기억을 유지강화시키고 세대 간에는 전승되며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며 도시의 생명력을 이어갔다.


 카호키아의 몰락은 아마도 상당 부분 기억 작용(memory work)의 물질성(matceriality)과 관련이 있었던 것 같다. 기억 작용의 물질성이란 물리적으로 표현된 문화의 근간을 말한다. 즉 모든 인류 문화는 (정치 제도, 정체성, 도시 구조 등등)는 기억 작용(사회적 기억을 드러내기 위한 물건의 생산, 공연, 의례, 혹은 기억의 제거)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그 뿌리를 기억 작용의 물질성이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물질성은 언제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예나 지금이나 도시 혹은 마을에서 전해지는 전통이라고 하는 것의 핵심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_ 노먼 요피, <고대의 도시들 2> , p256 


 공간의 목적은 도시의 모든 사람이 아니라 일부에 의해 실현되었다. 그것은 도시 공간과 기념비적 건축물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었다. 분명 도시 공간의 감각적 차원도 존재했다. 도시의 물건, 도시의 물질적 특성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경험은 사람들마다 달랐다. 그들이 누구인지, 도시에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따라 이해와 경험의 성격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도시 공간에서의 경험을 통해 사람들은 육체적으로 도시에 알맞게 훈련되었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세속적 감각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기념비적 기억으로 받아들여졌다. 말하자면 도시는 수많은 지식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고, 도시에서 익숙하게 길들여진 육체는 그것을 제2의 본성으로 받아들였다. 체화된 관념과 통치가 결합되었을 때 비로소 정치적 권위의 기반이 만들어졌다. _ 노먼 요피, <고대의 도시들 2> , p267


 도시가 내부적으로, 시간적으로 이같이 발달되었다면, 외부적으로 공간적으로의 확장은 제국(帝國)의 형태로 나타났다. 다만, 도시국가에서 도시가 왕국의 중심이었다면, 제국의 중심으로의 도약은 또다른 문제였다. 새로 병합된 지역의 중심으로도 자리하기 위해 제국의 수도로서 아슈르, 니네베, 로마 등 제국의 수도는 새로운 신전(神殿) 건설로 끊임없이 건축되어야 했다. 과거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공간적 확장을, 제국의 이념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는 재건설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살아남은 제국의 수도들은 끊임없이 바뀌었음을 <고대의 도시들 2>는 보여준다.


 도시국가(아슈르 Assur)에서 아시리아(Assyria) 제국으로 발전하면서 주민의 생활에는 뚜렷한 변화가 생겨났고, 도시에는 왕국의 수도라는 성격이 부가되었다. 예전의 전통적인 수도 아슈르는 더 이상 왕국의 정부 소재지가 아니게 되었고, 몇몇 왕들이 아시리아 핵심 지대에서 새로운 수도를 건설했다. 이러한 변화를 거치면서 인구 압력이 높아졌고, 경제가 성장했으며, 안전 문제가 대두되었다. 그리고 왕국의 권위를 세우고자 하는 시각적 수요가 더욱 강화되었다. 이에 못지않은 아시리아 왕들의 욕망도 있었다. 그들은 오랜 라이벌이었던 바빌론(BAbylon) 왕국을 규모나 화려함, 그리고 종교적 명성에서 능가하고자 했다. _ 노먼 요피, <고대의 도시들 2> , p318


 제국의 도시들은 거대한 도시 계획으로 다른 도시들과 달리 두드러져 보일 수밖에 없었다. 광장, 시장, 도로, 정원, 놀이 공원, 성문, 아치 등은 기능적 역할뿐만 아니라 상징과 홍보 수단으로도 사용되었다. 거대 규모의 인원이 종교 및 정치 행사에서, 상거래에서, 축제 혹은 여흥을 즐기는 과정에서 이러한 시설들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제국의 상업과 사회적 교류도 수도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이러한 활동을 위한 공간이 준비되어 있어야 했다. 도시의 우수성은 이미 기념비적 건축물과 세련된 예술 작품으로 충분히 과시되고 있었지만, 여기에 덧붙여 굉장히 넓고 인상적이며 잘 정비된 대중적 공간을 통해 도시의 위용은 더욱 빛났다. 기념비적 건축물과 잘 정돈된 도시 구획을 나누는 도로는 여느 도시보다 더 넓고 튼튼하게 건설되었다. 도로들은 궁전, 사원, 피라미드, 성문으로 연결되었다. 이는 대규모 행진을 염두에 둔 설계였다. _ 노먼 요피, <고대의 도시들 2> , p401


 제국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구성원을 함께 묶어내는 일이 아마도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였을 것이다. 정복 당시에는 강제와 위협이 결정적 수단이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넘어서는 그 무, 즉 전형적으로 이데올로기와 종교의 영역에 속하는 성과 없이 오래 살아남을 제국은 없었다. 권력 중심부에서는 제국의 모든 구성원에게 신앙을 합법화 및 정당화하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했다. _ 노먼 요피, <고대의 도시들 2> , p407


 <고대의 도시들 2>에서는 이처럼 도시의 탄생과 지속 유지, 발전과 쇠퇴에는 자연과 인간문화의 결과물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조합이 적절한 시대의 변화에 맞았을 때 도시는 번성했고, 그렇지 못했을 때는 쇠퇴하고 사라졌다.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 CH, 1889~1975)는 '도전과 응전 challenge and response'으로 간략하게 요약하지만, 응답에 대한 정답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각기 다른 환경에 적절한 대응이 문명의 존망을 결정한 역사 속에서 플라톤(Platon, BCE 428 ? ~ 348 ?)

이 <국가 Politeia>에서 제기한 '최선의 정체(政體)'에 관한 논의를 생각하게 된다. 과연 이상적인 정체가 있을까. 그런 이데아(Idea)가 아닌 오직 민의(民意)만이 있었던 것은 아닐런지. 이와 함께 우리가 공식적으로 알고 있는 '중앙집권화'가 과연 정체의 발전형태인지에 대한 물음을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정치요소들이 당시에는 일시적인 약속 또는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인정되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권(自然權, natural rights)으로 인정되며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이에 대한 답은 이후 역사를 통해 보다 상세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기존 고고학에서 말하는 도시의 기준은(그리스 도시들만 예외로 하고) 다음과 같았다. (1) 화려한 궁전에 거주하고 제한된 세습 엘리트에 속한 왕에 의해 통치되어야 한다. (2) 중앙 통치 기구 혹은 강력한 종교 기관(국가 종교)이 존재해야 한다. (3) 엄격한 위계질서에 입각한 행정 체제에 따라 통치되어야 한다... 고대 문명과 관련한 여러 가지 선입관이 형성된 첫 번째 이유는, 동양은 전제 군주의 횡포 아래 놓여 있었다는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의 오랜 유산 때문이었다. 오리엔탈리스트에게 동양(East)은 강력하고 폭압적인 전제 군주나 성직자에 의해 통치된 "타자(other)"였던 것이다(p144)...  두 번째 이유는 식민지 경영의 일환으로 투입된 고고학의 역사 때문이었다. _ 노먼 요피, <고대의 도시들 2> , p146

제니-제노에서는 국가와 유사한 체제를 확인할 수 있는 분명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도시가 형성되고 시간이 지난 뒤에도 상명하복과 엘리트 주도의 정치 행위가 도시를 지배한 흔적은 전혀 없었다. 왕, 사원, 궁궐 등을 볼 수 없었으며, 엘리트 계층조차 분명히 확인되지 않았다. 니제르강 중류 지역에서 기원전 제1천년기 말엽 및 그 이후 시기 도시의 정치/경제 조직은 수평 연결(heterarchical) 구조였다. 즉 집단별 정체성은 구분되었지만, 때로 서로 중첩되기도 했지만, 권위의 영역은 전적으로 상호 작용의 과정에 놓여 있었고, 왕과 백성의 수직적 위계질서나 일방적 정보의 유통 과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 P123

권력의 중심이 동시에 다원적으로 존재한다고 해서 반드시 도시의 대규모 협력과 조정이 필요한 활동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더스 지역에서 도시를 형성한 사람들은 수백 년 동안 거대한 공공 시설을 건설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막대한 노동력을 조율해야 했다. 그래서 방대한 규모의 도량형 표준 제체를 발달시켰다. 이를 통해 인더스 지역의 정착지들 사이에 경제적 교류가 가능해졌다.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거리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상품이 같은 범주에 포함될 수 있었다...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이와 같은 도시 공간은 성공적이었고, 도시의 주민은 조직 구조와 화해 조정 시스템을 만들어서 수백 년 동안 도시가 유지될 수 있었다. 그들의 성공과 회복력은 오히려 경직된 조직과 관계의 구조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수도 있다. - P154

도시라면 어디서나 상상력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전설과 전통과 제도를 어떤 식으로 경험하고 계획할지는 상상력에 달려 있다. 상상력은 유형의 과정이면서 동시에 무형의 과정으로 드러난다. 사람들은 공간 속에서, 그리고 능력 범위 내에서 계획을 세우고, 경험을 하고, 상상을 한다. 이러한 과정은 명백한 역사적 의미를 내포한다. 가장 기본적인 차원에서 도시의 지속성은 도시 설계에 영향을 받는다. - P281

주기적으로 조공 물품이 수도로 흘러들고, 그에 따라 의례와 정치적 과정을 통해 소비가 되면서 메소아메리카 전체가 그 영향을 받게 되었다. 조공품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테노치티틀란 반경 400킬로미터 이내에서 움직이며 멕시코 평원으로 흘러 들어왔다. 이 때문에 아스테카의 배후지는 주식 작물과 부가 고갈되어 자원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조공 체계를 따라 물품이 흘러드는 반대편 끝에서는 엄청난 수량의 다양한 물건이 멕시코 평원의 인구를 풍요롭게 했다. 이데올로기적 의례 과정을 통해 잉여 물품이 흡수되었고, 특히 사치스러운 의례와 축제의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물품이 소비되었다. - P340

초기 도시의 성장과 규모, 왕궁의 출현과 고도로 계층화된 작업 구역 및 묘지 구역, 거대 구역을 둘러싼 성벽 등을 근거로 고고학자들과 역사학자들은 왕과 (국가 수도로서의) 도시의 거대한 권력을 설명하게 된다. 그러한 설명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왕의 권력이 경쟁 상대 없이 절대적이었다거나 그 권력을 통해 정부와 도시가 안정화되었다고 곧장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게다가 수명이 길지 않았던 도시들, 그리고 상나라 말기의 왕들이 배후지를 통제하기 위해 끊임없이 정복전에 나서야 했던 일을 고려할 때 기원전 제2천년기 중국 도시의 정치 구조는 매우 불안정했다. - P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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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체제의 위기는 세계체제 전반의 기회이며, 어쩌면 특히 아프리카 경우에 그러하다. 현 세계체제의 진행 과정자체가 위기를 악화시키며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고 이론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한, 우리가 보기에 이것은 어떤 혼란, 다시 말해 25~30년에 걸친 세계적 대혼란을 수반하며그로부터 어떤 새로운 종류의 질서가 나올 것이다. - P124

"무엇보다도 공에서 한시도 눈을 떼서는 안 될 것이다.
재화와 서비스, 권력의 좀더 공평한 분배는 우리가 새로운세계체제(들)을 창조하는 데 토대가 되어야만 한다. 우리의 시간 지평은 자연적·인적 자원의 이용이라는 관점에서의 시간 지평보다 더 길어야만 한다. 이러한 종류의 재구성에서 아프리카는 주도적 역할을 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 아프리카는 우리의 근대 세계체제에서 하나의 배제 지역이었으며, 향후 25~50년에 걸쳐 계속 진행하는 세계체제의 정치적·경제적·문화적 메커니즘들은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인들을 한층 더 배제하는 식으로 작동할 것이다. 만일 아프리카인들이 현재 정의된  대로의  세계체제 안으로 편입하겠다는 요구의  수렁에 빠진 채로 머문다면, 그들은 풍차를 상대로 싸우는 꼴이 될 것이다. 만일 아프리카인들이 단기적인 지역적 개선을 중기적인 가치 및 구조의 변형과 결합하는 길을 보여준다면, 그들은 아프리카를 도울 뿐만 아니라  그밖의 우리 모두를 돕게 될 것이다. 나에게나 다른 비아프리카인들에게나 구체적인 어젠다를 제시하라고 요구하지 말라. 우리는 그런 일을 할 수 없다. 공은 바로 아프리카의 구장에 있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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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놓고 말해서 당신이 로마에서 가장 중요한 직책을 얻으려고 하기 때문에, 그리고 잠재적인 적이 이처럼 많기 때문에 당신에게는 어떠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한 선거운동을 최대한 사려 깊고 성실하게, 그러면서도 조심스럽게 전개해야 합니다.

공직에 입후보하면 친구들의 지지를 확보하고 일반 대중의 마음을 얻기 위해 움직여야 합니다. 당신은 친절과 호의, 오랜 친분, 이용가치, 타고난 매력으로 친구들의 호감을 사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거에서는 우정을 일상생활에서보다 넓은 의미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후보자에게는 호의를 보이거나 동료를 만들어주는 사람은 모두가 친구입니다.

사람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친구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지지할 거라고 생각하는 후보가 있다면, 그보다 바보 같은 생각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유권자에게 시간과 공을 들이지 않고도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기적적인 능력과 명성, 업적이 있어야 합니다.

직접 하든 아니면 친구들의 힘을 빌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사람들이 당신의 대의에 동참하도록 힘쓰십시오. 그들과 대화하고 지지자를 보내 당신이 그들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리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합니다.

광장에는 매일 같은 시간에 가야 합니다. 그래야 당신을 따르는 무리의 규모가 커질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당신을 따라 광장으로 향하는 모습은 모든 이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것입니다.

유권자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그들을 알아봐주고, 인간적이고 관대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또 시간을 내서 유권자를 만나고 자신을 알려 나가며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을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만큼 그들을 기쁘게 하는 데 필요하다면 무슨 말이든 해주십시오. 이런 식으로 열심히 하다보면 당신의 좋은 점들이 친구들을 통해 퍼져나가 그저 건너들을 때보다 더 많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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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5-31 2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 로마의 공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은 정말 공동체에
도움이 되고 헌신하는 마음에
출마했다지요.

그 시절의 대의는 사라져 버
리고 오로지 당선을 노리는
모리배들의 경연장이 된 현
실이 참 비루해 보입니다.

겨울호랑이 2022-05-31 23:35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 말씀처럼 오늘날 정치현실이 적지않게 우리를 절망시키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공화정 시기의 정치는 달랐을까 하는 의문도 던져 봅니다. 우리가 접하는 많은 기록에서는 공화정 시기의 로마를 황금기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기록에 남은 많은 이들도 자신보다 공동체를 위하는 모습 속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전형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로마사의 대부분이 제정 시대에 쓰여진 것으로 공화정을 미화하지는 않았을까 싶습니다. <선거에 이기는 법>에도 오늘날의 혼탁함에 못지 않은 권모술수가 적지 않게 서술되어 사람 사는 곳은 비슷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개선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에 대해 실감하게 됩니다...

바람돌이 2022-06-01 15: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금 투표하고 왔는데요. 오늘 같은 날 의미심장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일듯 싶네요. ^^

겨울호랑이 2022-06-01 21:33   좋아요 0 | URL
오늘 투표율은 역대 최저인듯 하네요... 이것 또한 의미가 있겠지요.... 바람돌이님 오늘 애쓰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