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
윤승철 지음 / 달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에서 무인도를 읽고는,

한국의 사람 살지 않는 섬을 가본 체험이려니 했는데,

오세아니아의 섬들이 나와서 좀 놀랐다.

 

무인도라는 말 자체가 인간 중심 사고가 반영된 것이지만,

무인도엘 가서 심심한 시간을 보내는 일은 시인의 그것과 비슷하기도 하다.

그런데 거기서 생존을 위해 뭔가를 하는 걸 보니

정글의 법칙과도 같은 유위가 보여 심드렁해진다.

 

삶은 아무 의도없이 시작된 것인데

인간은 거기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지도 모르겠다.

 

길도 티켓도 없는 삶처럼,

우연히 바닷물 위로 드러난 섬처럼,

자유와 속박 역시 사람 마음이 만든 것이라는 걸 배우려 작가는 무인도로 떠난다.

 

시간에게 발이 있다면

무인도로 가 제자리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은 사람의 발에 붙어 이동하는 것 같았다.

사람의 발이 많은 곳일수록

시간은 더 나이를 먹는다.

서울은 주름이 너무 많고 깊다.

 

자유 여행은 오히려 사람을 불안하게 하고 생각하고 검색할 것을 많게 한다.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여행이 혼자만의 시간을 줄 수도 있다.

 

사람이 많은 곳이라 해도

유유자적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자세라면,

서울 속에서도 무인도 이상의 풍요를 누리며 살 수도 있을 게다.

 

오히려 무인도에 가서

배터리가 줄어드는 일을 걱정하는 일은

인간의 작고 작음을 실감케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까칠한 재석이가 폭발했다 (양장) 까칠한 재석이
고정욱 지음, 이은재 그림 / 애플북스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학교는 마치 계급사회 같아요.

부잣집 아이와 가난한 집 아이,

공부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

힘센 아이와 약한 아이.(160)

 

학교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가끔 되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의 여러 가지 폭력은 사회의 구조적 결함을 잘 반영한다.

최고위층이라는 검사들조차도 여검사의 엉덩이를 쓰다듬고는 조용히 무마하려는 행태가 뉴스가 된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에 반영되었듯,

1894년 갑오개혁에서 천명된 <계급 타파>는 아직도 여전하다.

가끔은 갑질이라는 용어로, 가끔은 성추행이나 성폭력이라는 용어로 등장하지만,

계급사회가 해소되지 않았고,

인권의 평등은 요원한 모양새다.

 

재석이 시리즈를 기획하노라니 재미보다는 교훈이 앞선 모양새다.

청소년 소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좋기는 하지만,

재석이의 만사형통 캐릭터는

여느 드라마의 회장님 캐릭터와 별다르지 않다.

 

삶은 강한자가 한순간에 문제를 해결해나가기보다는

약자들이 우여곡절을 겪어내면서 성장하는 스토리에 가깝다.

이것이 인생이다~나 인생극장~ 같은 프로그램을 봐도

간난신고 끝에서 쓴웃음이나마 지을 수 있는 것이 삶의 현실이다.

 

폭력적인 사회, 폭력적인 정치들이 좀 사라지고,

하루하루 사는 일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학교도 소소한 성장의 터가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정희와 나 - 2017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이기호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작품은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학교 폭력은 어떤 지점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어른들은 그것을 얼마나 오해하고 있는지를

성찰하고 있는 이기호의 작품이다.

 

그의 장편들이 가지고 있는 해학적인 비극성보다는

리얼리티로 독자의 마음을 저릿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권여선의 '손톱'은 읽으면서 아픔이 전해지는 명작이다.

걸어도 걸어도 캄캄한 어둠인 거리

집에 도착해 따스한 빛과 온기를 기대하며 걷지 못하는 삶.

피곤과 곤난만이 점철되는 삶에 대한 비극성을 쓰는 일은

극복의 단초가 될 것이다.

 

이기호, 권여선, 김애란, 최은영

젊은 작가들이 있어

이 어두운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도

햇살이 비치는 날을 기대해볼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일1구 - 내 삶에 힘이 되는 고전명언 365
김영수 엮음 / 유유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 새로운 책은 없다.

고전만 제대로 읽어도, 더이상 읽을 것은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책은 하루 한 구절씩, 김영수가 이끌어주는 고전 이야기를 따라읽을 수 있게 되어있다.

교무실 한켠에 <청렴 도서> 코너에 이 책이 왜 있나를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부가 바뀌고 학교에도 새바람이 좀 불면 좋겠다.

천천히 가도 사람 생각하도록, 학교장을 제대로 선출하는 보직제로 바꾸면 하는 바람이 크다.

지금처럼 자격제로 하면, 무자격자 또는 자격미달자들이 자격증을 따서 군림하게 마련이다.

전직 대통령들이 연달아 감방엘 간다.

생존한 4명 중 둘은 전과자고 하나는 선고 직전이고, 나머지는 '올림픽 후'를 기약하고 있다.

 

오늘 페이지를 펼쳐 보니,

홍발정이 생각난다.

 

소인배는 늘 군자의 단점을 들추고,

군자는 소인의 장점을 버리지 않는다.(1.29)

 

화재 사고를 빌미로 연일 정치공세를 퍼붓는 쓰레기들을 보면서,

소방 공무원 증원에 반대하던 그들의 치졸함이 떠오른다.

시급 1만원을 공약으로 걸던 그들은 역시 시급에 결사항전의 자세로 반대한다.

제발 '결사' 로 죽어버리면 좋겠다.

 

배운 사람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야말로

나라의 가장 큰 치욕이다.(5.31)

 

최고 점수를 딴자들의 대명사인 서울 법대 출신들이

우병*, 조윤*, 나경*, 김기* 같은 인간 쓰레기가 되고,

이명*의 곁에서 대운하를 위해 곡학아세하던 학자들,

그리고 천안함과 세월호 앞에서 찍소리도 못하던 배운 사람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치욕이다.

 

무치즉 무소불위(8.7)

 

부끄럼이 없으면

못할 일이 없다.

 

주사맞던 여자나, 삽질로 사익 추구한 다스~나

부끄럼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무소불위였던 모양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백성을 잃었다는 것은

백성의 마음을 잃었다는 것.(10.14)

 

맹자에서 나온 이야기다.

촛불 민심은 마음을 잃은 '권한이 부여된 자'에 대한 파산을 선고했다.

헌법에서 '권력'은 오직 한 번 등장하는 단어이므로.

권력자인 백성의 마음을 잃으면,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된다.

 

개혁은 철저할수록 백성에게 이롭다.(11.9)

 

성공한 개혁은 드물다.

새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는 아직도 설계중인지 모르지만,

개혁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민의는 어느 때보다 높을 듯 싶다.

 

6.13일은 지방선거일이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인 것은

선거가 개혁의 받침돌이기 때문이다.

맘 같아선 국회 선거도 같이 하면 좋겠다.

 

지역주의를 믿고 '철수당'과 '승민당'이 합당을 하려하는 모양이다.

그런 것도 몰아내고 새세상이 열리면 좋으련만,

세상이 맑아지는 것은 오래 걸린다.

 

고전은 지혜를 퍼올릴 수 있는 좋은 샘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관의 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0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쿄에서 경관으로 3대를 이은 이야기다.

제1대때는 한국전쟁 이후의 경기가 좋은 시절 이야기이고,

그래서 한국인으로서는 씁쓸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패전과 원폭으로 피폐했던 일본을 재건하는 시기의 경찰의 업무.

 

홋카이도 출신인 사사키 조의 이야기는

제2대에서 가장 아픔을 겪는다.

68년 전공투의 소용돌이 속에서

프락치의 삶을 살아가서 피폐해진 정신세계와 파멸의 이야기는

책을 덮고 오랫동안 머리를 어지럽힌다.

 

아직도 남영동 대공분실 이야기나

1987같은 폭력적인 경찰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려들지 않는 나로서는,

프락치 당사자의 정신 역시 연구 대상이기는 하지만, 공감하기는 힘들었다.

 

고양이, 괴물, 경관 등

특수한 분야에 대한 책들이 다종다양할 수 있는 일본의 문화가 부럽기도 하다.

한국의 얕은 역사에 비하면... 한국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다만, 문제는 정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