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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날 때 읽는 책
알버트 엘리스 / 학지사 / 1995년 5월
평점 :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더니, 우리반 특수 학급 석이가 "선생님, 요즘 화 많이 나세요. 하긴 아이들이 말 안들으니 화 나시기도 하겠다."고 말했다.
모르고 읽으면, 제목만 봐서는 화를 다스리는 법 정도로 착각할 만 하다.
이 책은 REBT(rational emotive behavior therapy)에 대한 알버트 엘리스의 해설서이다.
나는 대학원 다닐 때 교직 과목을 모두 같은 교수에게서 배웠다. 부산대에서 출강을 나오신 그 교수님의 전공이 상담 심리셨는데, 상당히 귀엽고, 재미있다. 이건 나의 독단이 아니라, 모든 분들이 그렇다고 입을 모았다. 그 영향으로 TA(교류 분석) 같은 것도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다.
좀 지루한 감이 있는데, 알버트 엘리스가 예시를 좀 다양하게 들었으면 하는 것이다. 계속 한 가지 예를 가지고 이야기를 진행시키다 보니, 논의에서 벗어나지는 않지만, 재미는 없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비합리적 신념>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나는 ~~ 해야한다는 착각 말이다.
나는 장남이니까...
나는 어른이니까...
나는 학생이니까...
나는 효자라야 하니까...
나는 착한 여자라야 하니까...
그러고 나면 결과는 패배감과 절망, 좌절감으로 이어진다.
<비합리적 신념>을 <합리적 신념>으로 바꾸는 것이 이 요법의 핵심이다.
장남이면 어떻고, 어른이면 어떠냐, 학생이면 그런 거 하면 안되나? 왜 너는 효자라야 하는데... 착한 여자가 밥 먹여 주냐?
이런 쉽게 말하면, 도덕적이지 않은 <못된 생각>을 하라는 것이다.
프로이트 이론에서도 <수퍼 에고>가 지나치게 발달한 사람은 문제라고 하지만, 특히 수직적 유교 윤리 속에서 살아온 우리들은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걸리기 쉽다.
여고생들도 장래 희망을 <현모 양처>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다. 남편에게 내조 잘 하고 자식 잘 기르면 되지 여자는 아무런 생각도 해서는 안 된다는 <먹통녀>를 기대하던 조선식 윤리에 적합한 여자를 기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만 등장하는 <홧병>도 있었을테고...
학교에서 가르친다는 것은 지적인 것이 많다. 지적이더라도, 뭔가 좀 필요한 것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스트레스 받지 않는 법, 당당하게 사는 법... 뭐, 이런 것 말이다.
잘못된 <~~해야만 해>하는 신념은 우리 정신을 병들게 한다. <공부 잘해야 해>,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 이런 신념들.
예전에 상담원 교육을 받던 때, <구나, 겠지, 감사>를 배운 적이 있다. 선행 사건이 일어났을 때, '아, 저 아이가 지각을 했구나.', '평소에 지각을 많이 하긴 하지만, 오늘도 일이 있었겠지.', '그래도 결석하거나 도망가지 않고 와 준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야.'하고 생각한다면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론적이진 않았지만, 내가 알던 어떤 교감 선생님은 이런 명언을 남기셨다. 스트레스는 선물과 같아서 주는 사람이 줄 때, 받기 싫으면 돌려 보내면 되는 거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분도 이 이론을 공부하셧던 듯.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훈련을 통하여, 학생들의 강박 관념을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요법이다.
다만, 이 책은 좀 지루하고, 반복적이었다. 상담 심리를 공부할 때, 매주 돌아가면서 대학원생들이 발표 수업을 했는데, 교사들이라 그런지, 역시 책보다는 설명이 알아듣기 쉬웠다. 그리고 상담 심리를 조금 공부한 경험으로 말하자면, 상담 심리 책은 너무 복잡하고 재미 없는 책들이 많다. 이 책도 그런 책 중의 하나로 칠 수 있다. 복잡하진 않지만, 재미는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