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하느님
권정생 지음 / 녹색평론사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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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재생지로 만들어 가볍다는 거다. 책을 책상에서만 읽지 못하는 나는 소파에 기대서도 읽고 침대에 누워서도 읽는데, 무게는 별 거 아닌 거 같아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요소다. 이 책은 가벼워서 너무 행복하다. 그리고 6000원이라는 가격도 맘에 든다.

그리고 제목이 '하나님'이 아니라 '하느님'인 것도 맘에 든다.

이 책 안에서는 초등학교밖에 못나온 권정생 할아버지의 종교관, 환경관, 그리고 인생관 내지 세계관이 잘 담겨있다.

우리 나라에 들어온 지 백년만에 우리의 전통과 습속을 왕창 뒤집어 버린 <기독교>에 대한 할아버지의 생각은 어떤 이들은 '사탄아, 물러가라'고 할지 모를 정도로 개방적이다. 그래서 '하느님'이라고 하시는 그분의 생각이 따뜻하고 포근해 보여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농촌에 오래 사셔서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 현대인의 파괴적인 삶에 대한 지적들은 이 책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전우익 할아버지와 비슷한 삶을 영위하시는 권정생 할아버지의 삶과 생각은 말 그대로 신토불이다. 몸뚱어리가 흙덩어리와 하나로 얽혀 살아가는 것이다.

많이 누리려고 하지 않는 소박한 삶. 자동차를 타고 돈을 펑펑 쓰면서 세상을 즐겁게 산다는 이들의 삶이 결국 세계를 파괴하고, 자식에게 뭉개진 지구를 물려주는 것에 다름 아님을 할아버지는 잘 들려 준다.

권정생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읽어 나가다 보면, 가장 높은 가르침, 종교적인 삶이란 어떤 것인지를 정말 깊게 생각하며 사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파괴적이고 폭력적이고 공격적으로 기능한 기독교에 대해서... 물질 문명의 이기로 태어나서 우리에게 멸망의 비수를 들이대고 있는 현대의 말세적인 문명에 대해서... 그리고 날마다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는 우리 삶의 통찰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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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6-29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셨군요^^

글샘 2005-06-29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권정생 할아버지랑 같은 나라에서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했답니다. 자랑스럽다고요. ^^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1 리처드 파인만 시리즈 4
리처드 파인만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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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을 천재라고 할까? 아니면 왕관심쟁이라고 할까.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고 물리학 책을 쓰기로 널리 알려진 파인만의 자전적 이야기인데, 전체적인 기조는 아주 유쾌하다.

장난꾸러기 같고, 수수께끼를 좋아하고, 열쇠 풀기를 좋아하는 사내, 파인만.

그러나, 끝끝내 미심쩍은 부분은 그가 개발한 핵폭탄이 일본에 떨어졌다는데, 핵폭탄 개발에 몰두하면서 겪은 일화들은 잘 쓰고 있으나, 과연... 그가 참여한 일이 일본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 일언 반구도 의견을 내비치지 않은 의도에 대해... 나는 생각하게 된다.

늙어서 일본을 두 번인가 방문한 것은 그가 저지른 연구라는 미명의 범죄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었을 리 없음을 보여주는 여행인데, 이 책의 기획 의도상 빠진 것인지... 일본에 대한 이야기는 아쉽게도 없다.

나는 한동안 대학에서 물리학과가 왜 인기인지 몰랐고, 궁금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물리학이 냉전 체제에서 돈되는 학문이었고, 실용적인 학문이었던 것은 아닌지... 착각일지 모르지만 그런 생각을 한다.

친한 친구들이 물리학과 출신이 많은데도, 난 왜 못 물었던지 나도 모르겠다. 올 여름 오랜만에 물리학 전공한 친구들 만나면 한번 물어보고싶다. 물리학이 왜 인기였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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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예찬 - 정글을 헤매는 행복 예찬 시리즈
최재천 지음 / 현대문학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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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여름이 왔다. 여름이면 서늘한 극지방으로 갈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가장 따가운 바닷가로 모여든다. 여름이란 계절에 잘 어울리는 곳이 또한 열대가 아닐까. 우리에겐 여름이라야 열대와 조금 비슷해 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난 <열대>란 말에 특별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열대란 말에는 원시림, 그 rain-forest(우림)의 진초록과 풀벌레의 비명에 가까운 울음, 쥬라기 공원과 어울린 파충류와 양서류의 끼-ㅇㅣㅋ 거리는 괴성들, 언뜻언뜻 비치는 좁은 하늘 사이를 나는 낯선 새들... 이 가운데서 길을 잃은 듯한 감각이 <열대>란 두 글자에서는 묻어 나온다.

최재천은 내가 즐겨 읽는 작가 중의 하나다. 가장 큰 이유는 그의 관심사가 동물, 그 중에서도 곤충이지만, 윤무부의 새나 그외 늪 같은 생물학 책이 주는 백과사전식 서술에서 그의 글은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이전의 그의 책들이 <인간과 생물의 사회사> 정도를 적은 글들이었다면, 이 책은 그가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있던 시절, 남미의 코스타리카의 밀림에서 겪은 색다른 경험들을 입담좋게 적어낸 책이다. 다른 책에 비해서 더 재미있다.

부제도 정글을 헤매는 행복인 만큼, 그는 열대의 생물 연구를 통해 여전히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유홍준을 통해 문화 유산이 대중에게 다가섰다면, 신비의 세계를 책으로 만날 수 있는 것은 최재천의 몫이 크다. 그러나 그는 <과학의 대중화>는 하향 평준화의 느낌을 준다며 <대중의 과학과>라는 말을 좋아하는, 글을 제법 아는 과학자다.

그가 이전에 얻은 추천서에서 '그의 글은 정확성, 경제성, 그리고 우아함을 고루 갖춘 글을 쓴다'는 찬사를 받은 일이 있다고 한다. 아... 과학자의 글에서 이 이상의 어떤 찬사가 필요할까. 과학에서 서술의 핵심인 정확성, 그리고 전달의 정수인 경제성, 게다가 감동의 깊이를 이루는 우아함까지...

우리가 글쓰기에서 얻고자하는 것이 그런 것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그의 글들, 특히 이 책에서 흠을 잡는다면, 경제성이 떨어지는 측면들이 간혹 보인다는 것이다. 최재천 교수의 글은 중학교,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한 편씩 수록될 만큼 정확한 과학적 지식을 사회 현상과 연관지은 날카로움으로, 그리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주장을 우아하게 전달하는 글의 본보기로 평가하는 편이다.

이 책에선 간혹 자신의 경험담이 경제성을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이 책을 과학 수필이 아닌 <과학자의 수필>로 읽게 하는 정서적 거리를 좁히는 구실도 하는 듯 하다.

생물의 사회와 인간의 사회를 비교해 보고, 비유도 하고, 꼬집기도 하고 한탄도 하면서 그는 무한의 소재를 가진 과학도이면서, 언젠가는 시를 쓰고 싶어하는 글쟁이로서의 양면을 위태위태하게 이어가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데 성공하고 있는, 보기드문 자연과학자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의 글쓰기가 미국에서 학위를 하면서 체득하고, 미국의 교수들에게서 보고 배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가르치는 사람의 한 명으로서 깊은 반성을 한다.

생각을 하게 하고, 그것을 글로 정확하고 우아하게 옮기는 연습을 하게 하는 것이 교사의 몫임을 나는 간과하고 살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저 시험문제 몇 개 푸는데 그토록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는 아이들의 삶에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쉬운 진리를 새삼 깨닫는다. 아이들에게 삶을 가르치는 길은 결국 살아있는 글을 쓰게 만들도록 도와주는 일이라는 쉬운 진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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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개 2005-06-27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님 어쩜. 아침에 저도 최재천 교수의 글을 찾아보다가 이걸 발견하고 살까 고민중이었는데 님의 글이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다니'라는 책을 읽었는데 최재천 교수가 추천사도 쓰고, 거기 참고도서로도 많이 나오고. 동물 좋아하시면 '다니'한번 읽어보세요. 지식소설이라는데 정말 훌륭하다 아니할 수 없다 할 것입니다. ㅋ

글샘 2005-06-27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이 책에는 이전의 <지식>과 <생각>에서 <경험>과 <생활>이 많이 적혀 있답니다. 다니도 읽어보고 싶군요. 근데 지식 소설이 뭘까요?
 
인도기행 - 삶과 죽음의 언저리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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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읽어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던 작품인데 우연히 도서관에서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빌려 왔는데, 알고보니 이 책은 구판이고 새로 나온 책이 2년 전에 간행되었다. 목차를 보니 내용은 비슷한 것도 같은데, 사진이 달라졌단다. 음. 인도는 20년 전과 현대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새 책도 문득 보고 싶다.

내가 읽었던 인도 기행은 인도가 신기해서, 남들이 간다니깐... 간 이들도 있었고, 정말 나를 찾기 위해서 모든 걸 버리고 떠나본 이들도 있었고, 류시화처럼 오래 살면서 쓴 이도 있고, 학자로서 살던 경험을 쓴 이도 있다. 그들의 책과 이 책도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바로 인도는 혼란스럽다는 것. 그러면서도 그 속에서 나름대로 평화를 간직한 사람들이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다는 그것이다. 그래서 스님이지만 릭샤와 물건 값을 깎아야 했고, 늘 비행기를 기차로, 기차를 버스로 갈아타며 예정했던 여행대로는 움직일 수 없었다는 점이겠다.

법정 스님의 이 책이 다른 점은, 이 책이 89년에 조선일보 창간 70주년 기념으로 연재한 글이면서 부처님의 행적을 밟아본 글이니 만치 단순한 기행이 아닌 부처님의 일생을 따라가 본 기행이라 봐야 한다는 거다. 전에 만화로 읽은 불교 이야기 2권에서 부처님의 일생을 읽어둔 것이 이 책 읽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숱한 종교들과 언어와 계급이 상존하는 나라 인도를 읽다 보면, 왠지모를 나른함이 나를 부르면서도, 모든 불쾌함을 이겨내고 그곳에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지는 현실을 겪으면서, 한켠 그들의 삶은 무엇인가. 나의 삶은 무엇인가. 결국 삶이란 무엇인가를 꼭 생각하게 한다.

네것 내것의 소유 관념이 부족한 인도인들의 불쾌한 처사를 읽다 보면, 정말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하고, 바라나시 강가에서 한줌 재로, 돈이 없을 경우 타다만 시체 토막이 강물로 밀려들고 개들이 물고 가는 것을 읽노라면 죽는다는 것은 그렇게 삶의 한 단면에 불과한 것이라는 담대함도 떠오른다.

많은 것이 섞여있는 나라, 인도. 그래서 그이들은 소유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존재에 대해서 깊이 깨닫게 된 민족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기회가 되면 스님의 신판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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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5-06-25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3월 말에 8월말까지 500권의 리뷰를 써 보겠다고 계획을 세웠더랬는데, 이 책으로 500권이 되었다. 석 달만에 100권을 읽은 것이다. 실업계 고교에서 얼마나 내가 정을 못붙이고 있는지 증명하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여름 방학을 이용해서 8월말까지 다시 100권을 읽어 보고 싶다.

파란여우 2005-06-25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00권도 놀랬는데...게다가 방학때 100권이라 하시면 저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삽니까?
일단 축하를 드려야 하는데...실업계 고교라서..하시는 게 마음이 편치 않군요
글샘님!! 날도 무더운데 쉬엄쉬엄 책 읽으셔요
법정스님도 아마 그렇게 하라고 하실껄요^^

글샘 2005-06-27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놓아 버리는 방법으로 책읽기를 택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방학까지 100권은 안 될거 같네요. 방학때 일거리를 맡아서... 그리고, 좀 쉬어야죠. 글고 보면, 더운 여름에 책읽기가 제일 좋은 쉬는 방법이란 생각도 들고요. ^^ 고맙습니다.
 
나를 채워주는 이야기
장락 편집부 엮음 / 장락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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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일이면 머슴들이 새경을 받아 떠나기로 한 저녁. 주인은 마지막으로 새끼를 튼튼하게 지어 줄 것을 부탁한다. 한 머슴은 튼튼하게 긴 새끼줄을 꼰 반면, 다른 한 머슴은 굵고 짧은 줄을 꼬았다. 다음 날 아침, 주인은 그 새끼줄에 가득 엽전을 꽂아 가라고 한다.

유종의 미. 건실함. 살아가는데 얼마나 이런 덕목들이 필요하던가...마지막이라고해서 까잇거 대~~충 했다가 낭패를 본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말이다.

이 책은 우리 고전에서 나온 이야기에서 외국 이야기까지 훈화들이 가득 담겨 있다.

교사들이라면 조종례 시간, 학급 편지를 보낼 때, 학급 일기에 적어줄 말이 없을 때... 학급의 지혜 공책을 활용할 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학부모라면, 아이들에게 비유로써 말하고자할 때, 삶은 주었지만,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싶을 때 도움이 될 법한 이야기 책이다. 우산장수와 나막신장수 어머니처럼 너무도 유명한 이야기도 있지만, 새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기도하는 회교도 앞을 지나간 아가씨를 나무라자, 아가씨는 "저는 그 때 애인을 만나러 가느라고 다른 생각을 미처 못했어요. 죄송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기도를 하면서 용케도 저를 보셨군요." 라고 말한다. 아... 우리는 얼마나 자기 중심적으로 나만 옳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지... 그래서 내가 못난 것은 못보면서 남을 욕하고 사는지...

소년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3년 빨리 어른이 된다.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한 2년 뒤에 어른이 된다.  아... 얼마나 인간은 어리석으냐. 얼마나 자신을 모르는가 말이다...

스스로 어리석음을 전혀 모르면서...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이런 이야기를 애들에게 들려줄 속셈이나 차리는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말이다. 어리석고 어리석도다. 나의 삶이 가르침이 되지 않을 바에는, 어떤 좋은 이야기도, 어떤 맛난 음식도, 어떤 귀중한 향유도 아이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바인줄... 왜 모른다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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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5-06-24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신영복선생님 강연을 듣고 왔습니다. 3시간 동안의 강연이 내내 좋았지만 특히 맘에 닿는 부분, '나'를 제대로 알아야한다... 그것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 있는 내모습을 통해 나를 알아야한다. 不鏡於水 鏡於人.. 나는 다른 사람의 눈에 어떤 사람일까.. 고민해야할 시점입니다. 아이들 눈에, 동료 교사들 눈에, 가족들 눈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눈에.. 나는 객관적으로 어떤 모습일까요?

글샘 2005-06-24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나>는 누가 알 수 있겠습니까... 저는 요즘 남들보다, 스스로 내가 누구인지... 不鏡於水 不鏡於人 鏡於我... 하고 있는 더운 여름입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