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은 운이 와도 잡을 줄 모른다
하이브로 무사시 지음, 오희옥 옮김 / 명진출판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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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행운을 부르는 부적과도 같다. 그 부적은 특별한 사람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 부적을 보며 비는 것이다. ‘제발 나에게도 행운이 오기를...’

   행운의 부적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신 분은 이 책을 읽어 보시기를 권한다. 단 부적값 9천원에 비해 책은 그다지 탄탄하지 않다. 이야기가 어수선하게 늘어져 있는 느낌. 어찌 본다면 평범한 책의 하나다. 그렇지만 눈썰미 있는 구매자는 천냥 하우스에서도 쏠쏠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법이 아닐까? 서점에서 구입하기보다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를 권하는 책.

이런 자기 계발서를 벌써 여러 권 읽었다.

내가 자기 계발서를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이런 책을 읽다 보면, 아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잔소리하고 싶을 때, “청소해라, 시험공부해라, 지각하지마라.”고 하는 것보다는 비유적으로 말하면 아이들은 좋아한다. 그러면서 꼭 성경을 인용한다. <예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비유로써 말할지니, 귀가 있는 사람은 알아 들으라>고...

정말 운이라는 것이 있을까?

주변 사람들을 보면, 좋은 일이 연거푸 일어나는 사람도 있고, 나쁜 일이 계속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인생 만사가 새옹지마라고, 좋은 일만 일어날 수도, 나쁜 일만 일어날 수도 없는 거라고도 하지만, 세상은 어차피 사람들에게 공평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운을 맞을 차비를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하는 것이 이 저자의 논지다.


주변에서 운이 좋은 사람을 보고 배우라는 것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서 인격자를 만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보고 배울 일이다.

그리고 톰 크루즈와 헤어지고 배우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한 니콜 키드먼의 <위기의 순간에 따르는 운>을 잡는 것도 신선한 말씀이다.

세계적인 패션 리더, 샤넬의 말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뭔가 해서 실패하는 편이 낫다.”는 말도 성공하는 운을 부를만한 말이고...

자신을 잘 알고, 타인을 배려하고, 세상에 감사하는 사람에겐 운이 따른다. 이와 반대의 경우에는 반대의 일이 일어날 것이고...


이 글의 저자는 <선순환>이란 나름의 <이미지 메이킹> 내지는 <마인드 콘트롤>을 개발해서 쓰고있다. 선순환이란, 좋은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위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작은 목표를 하나 달성하면 다시 다른 이미지를 만들고... 이것을 매일매일 반복한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배우는 것 보다는, 깨닫는 것이 많다.

우선, 아침에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자는 것. 나에게 주어진 감사한 하루를 마음껏 살 준비를 하는 것이 일어남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웃으면서 아이들을 만나자고 매일 약속하겠다는 것. 참 어렵긴 하지만, 아침부터 찡그린 담임을 만나면 아이들은 종일 찡그려지기 쉽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그러면, 나는 어떤 이미지를 만들고, 목표를 세우고, 실천해볼까... 내 운을 틔우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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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으로 산다는 것
전경일 지음 / 다산북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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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으로 산다는 것. 그건, 마흔이란 나이가 별것 아니란 걸 안다는 거다.

삶의 중간 지점에 다다라 보니, 힘겹게만 살아온 과거에 비해, 초라한 현재를 버티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이 책은 마흔의 나이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지 못하다.

그저 열심히 살라고, 즐겁게 살라고 한다.

글쎄. 마흔이란 나이는 남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을 나이가 아닌 듯한데...

왠지 외롭고 쓸쓸하고... 눈물이 흔해지고, 그래서 <지금>에 집중할 수도 있는 나이. 이것이 마흔이란 나이라고 생각한다.

나이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너무나도 '수치' 놀음에 연연해 하는 것 아닌가?

나이가 마흔이라면 다들 떨어지는 체력을 보강하며 건강을 유지하려 헬스, 조깅, 수영을 하고, 이 책도 역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최고라고 말한다.

마흔으로 산다는 것은 ...

현재를 열심히 사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아닌가? 그 이상을 살 능력이 내게는 없다.

나의 들숨에 평화롭고, 나의 날숨에 감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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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5-06-15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소

많은 사람들은 지나치게 나이에 관심을 둔다.
나이를 자기의 깊은 잠재의식에 새기고,
그로 말미암아 나이보다 더 들어보이는 얼굴빛을 띤다.

생각하는 것,
마음 내키는 것,
바라고 싶은 것 등이
최면술적인 암시가 되어
자기 자신의 용모에 그대로 새겨진다.

상념은 일종의 씨앗이며,
생각할 때마다 우리들은
그 생각하는 내용의 씨앗을 심으려고 한다.

얼마 후 그 씨앗은
움트고 성장한 다음 열매를 맺는다.

젊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
젊음은 육체에 있지 않고 마음에 있다.
'어느새 이런 나이가 되었네......'라고 생각해서는 더욱더 안 된다.

앞날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 속에서
발랄하게 행동하는 것이 좋다.

인간은 영혼이다.
영혼은 시간 이전의 것이므로
본시부터 늙지 않는다.

육체는 영혼이 일으키는 상념에 의하여 진동되어
그 조직을 젊게 하기도 하고 늙게도 한다.

(마음에 힘이 되는 책에서..)


해콩 2005-06-15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철이 안 드는 것이 이유가 있었군요..ㅋㅋ

글샘 2005-06-15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혼이 젊으셔서 그런 거랍니다. ㅎㅎㅎ
 
악의 꽃
샤를 보들레르 지음, 함유선 옮김, 루이 조스 그림 / 밝은세상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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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우울, 슬픔, 죽음, 퇴폐적인 시를 썼다고 알고 있는 보들레르의 '악의 꽃'을 전에도 읽은 적 있으나, 나는 개인적으로 외국 시인들의 시를 좋아하지 않고, 별로 읽지 않았다.

하인리히 하이네의 사랑에 관한 시와, 고 김남주씨가 소개한 전투적인 혁명가의 시를 애독했던 적은 있었지만...

대학시절, 연애 박사이던 친구가, 늘 랭보(이 녀석은 웃찾사에서도 제비로 등장), 보들레르 등의 시집을 안고 다녔던 기억도 난다. 난 읽어도 별 감동이 없는데, 녀석은 진심인지 <작업의 일환>인지 좋다고 난리였다. 인석은 일찍 결혼했다가, 결국 이혼도 했다. 그 녀석의 바람기는, 여성에 대한 집착 보다는 우유부단함에서 나오는 여러다리 걸치기가 병증이었다고 볼 수 있다.

내겐 겉보기엔 멀끔해 보이지만 읽다 보면 그렇지 않은 것이 외국 시들이다.

이 시집의 가장 큰 장점은, 루이 조스의 그림이다. 퇴폐적인 시인 만큼(그 퇴폐적인 이미지는 우리의 식민 시대에는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는 그것이지만, 낭만주의 유럽에서는 자유분방한 질풍노도의 표현이다) 자유분방한 붓의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그 색채감도 검붉은 톤의 매혹이 눈길을 끈다.

제목은 악의 꽃이라고 했지만, 상당부분 실존적이고 철학적인 고뇌들을 담아낸다. 읽는 나의 심리가 그래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의 <시체>, 그때, 오 나의 미녀여, 당신을 핥으며 파먹을 구더기에게 말하오. 썩어 없어진 사랑이어도 그 모습과 고귀한 본질을 간직했노라고. 같은 글이나

<가을의 노래>, 잘 가라, 이제 곧 우리는 차가운 어둠 속에 잠기리. 너무 짧은 우리 여름의 찬란한 빛이여, 벌써 돌 바닥에 장작 부리는 불길한 소리 들리네... 겨울은 온통 내 존재를 파고들어 오리. 분노, 증오, 떨림, 두려움, 고된 노역, 북극 지옥의 태양처럼 내 심장은 붉은 얼음 덩어리...

퇴폐주의... 이런 거 보면, 우린 늘 원본을 감상하지 못하고, 일본을 거쳐서 두세 단계 번역된 것을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불어로 읽는다면, 얼마나 브드뤄울까이유~~~.

이래서 프랑스 시를 읽으면 불어를 배우고 싶고(예전에 독학으로 하다가 포기함), 하이쿠를 읽으면 일어를 공부한 보람을 느끼고, 소네트를 읽거나 영시들을 만나면 짧지만 영어를 읽을 줄 안다는 즐거움을 느끼며, 독일 시를 만나면 독일어의 투박하면서도 쌈박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러시아 문학의 맛을 어떨 것이며, 중국의 한시들을 원시로 Ÿ슷떳는 맛을 어떨 것인가. 그 절제된 형식미와 운율, 리듬감을 함축한 시들을 번역한 맛 말고, 원어로 느긋하게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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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 2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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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1편을 읽으면서, 김훈이 참 유려한 문장을 구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이런 유려한 글들을 쓰기 위해서는 허벅지에 가해지는 체인의 무게만큼 가혹한 정신적 압박을 동반했을거란 생각도 했다.

2편에서는 그의 유려한 문장 보다는, 그의 생각이 폭넓고 다양하다는 데 감격하게 된다. 일편만한 속편은 없는 법이라지만, 본편에서 유려한 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았다면, 속편에선 유려한 문장보다는 유장한 사고로 독자를 잡아챈다.

1편의 기행이 아름다운 곳을 찾은 것이고, 2편은 서울 주변의 분단의 현장, 갯벌처럼 삶과 밀착된 것이어서 이런 차이를 부른 것인지도 모르겠다.

조강과 김포평야, 일산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원래 수평의 삶, 2차원의 개미같던 인간의 삶이, 수직의 삶, 3차원의 삶으로 수직상승하는 변화를 바라보면서 아스라하게 좁아진다. 평야를 보며 그는 헤아린다. "인간에게 절실한 것들, 인간에게 간절히 필요한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고. 아, 인간의 아름다움이란 얼마나 주관적이냐.

남양만 갯벌 이야기는 목이 메이려 해서 말할 수가 없다. 인간의 어리석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이런 부분이리라. 지금 내 배 불리자고 세상을 망쳐먹는 작태 말이다.

등대를 보면서 항해에 대해 생각하는 부분은 감명깊다. "항해술의 핵심은 현재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것이며, 지나간 모든 위치는 무효가 된다.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가?" 삶의 좌표를 찾지 못해 부유하는 생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신호는 나 자신을 상대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슬픈 울음과도 같다."고 하는 글은 인간의 언어의 부질없음에 대한, 그러나 언어로밖에 살 수 없는 그 역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바다를 보며, "기미는 작은 조짐이다. 조짐은 거대한 현상을 이끌고 다가온다. 사소한 기미는 거대한 전체성을 예고한다. 조짐을 파악한 사람만이 예측 가능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은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 간다>는 주역의 말과 <누가 내 치즈를 훔쳤을까?>의 주제 의식과 일맥상통하는 느낌을 준다.

숲을 보면서, 숨과의 상통점을 찾아내는 점도 신선하다. 식물의 자족 앞에서 느끼는 동물로서의 인간의 슬픔은 그의 예민한 촉수를 감지할 수 있게 하고, 부러진 노목의 나이테를 보며 인생을 읽는 안목을 보여준다. "나무 밑동에서 살아있는 부분은 지름의 1/10 정도의 바깥쪽이다. 그 안쪽은 생명의 기능이 소멸한 상태인데, 무위와 적막의 나라이면서 이 무위의 중심이 나무의 전 존재를 수직으로 버티어 줌으로써, 무위는 존재의 뼈대"임의 역설을 생각하는 그의 뇌 구조는 아무래도 천재적인 <특이 체질>인 모양이다. 여름의 연못을 인상주의의 낙원이라고 하는 면에서는 그는 낭만주의자기도 하다.

수원 화성을 바라보면서, 수원화성의궤에 밝혀진대로, 임금의 마음을 읽어내는 그의 눈은 슬픔과 아픔으로 시리다. 이 부분을 읽는 나의 마음도 따라서 시리다. 정조 임금이 죽지만 않았더라도... 그 세도정치 혼란의 60년은 예방될 수 있지 않았을까... 자연스런 근대화에 편승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착각도 하며...

"성벽을 쌓는 일도 말하자면 올해 쌓아도 될 일이도 내년에 쌓아도 될 일이고 10년을 걸려서 쌓아도 될 일이지만 백성은 하루를 굶겨도 안 되고, 이틀을 굶겨도 안 될것이며, 한 달을 참고 지내라고 말할 수 없는 노릇이다."
"혹심한 더위가 이 같은데, 성 쌓는 현장에서 공사를 감독하는 사람,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헐떡거리는 모습을 생각하면 어찌 잠이 편하겠느냐. 척서단(더위먹은 데 먹는 알약) 4천 알을 보내니 한 알이나 반알씩 정화수에 차서 먹이라. 병을 치료하는 방편에 각별히 유의하고, 더위를 씻을 수 있는 약재를 넉넉히 마련해서 한 사람의 기술자나 일꾼이라도 더위 먹는 일이 없도록 하라."
"동지가 내일이라 추위가 심하다. 일하는 저들을 생각하니 저들의 추위가 나의 추위다. 솜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고 한사람 한사람의 고통을 일일이 물어서 그 연유를 보고하라. 석수들에게 옷감과 모자를 보내주겠다."
"이제 듣자하니, 여장의 용마루에 사용할 벽돌을 아직 구워내지 못해서 내달 20일 후에야 비로서 구워낼 수 있다하니 그렇다면 내달 10일께 공사를 마치겠다던 경들의 말은 나를 기만한 것이냐! 어찌하여 이같이 해괴한 일이 있을 수 있는가! 경들은 다시 복명하라."

아, 든든하지 아니한가. 정조 임금의 그 든든한 목소리는 마치 강희제나 옹정제의 우렁차면서도 꼼꼼한 목청이 울리는 듯 하지 아니한가 말이다.

그는 우리말을 통하여, 우리말에 대한 새로운 접근으로 깨달음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을 가진 작가임에 분명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에게 소설보다는 이런 고통스런 고행을 통한 기행문의 기록이 어울리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가 이 글을 적으며 얼마나 하얀 밤을 많이 새웠을까를 추측할 수 있지만, 아무튼 그의 글맛은 유홍준에 버금가는 걸작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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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개 2005-06-10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의 문장 넘 매력적이죠???

글샘 2005-06-10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김훈의 문장 읽기를 정말 좋아합니다. 좋아서 천천히 읽게 돼요.
 
나, 김점선 - 개정판
김점선 지음 / 깊은샘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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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선. 그는 천상 화가다. 그림쟁이다. 이름은 비록 점선이지만, 성격은 직선이다.

노래 잘 부르는 남자를 술자리에서 만난다. 야, 너, 나랑 결혼하자. 그래서 그는 결혼한다. 집에서 반대하는 결혼을...

그리고 아이가 어느 날 수학을 포기하려 한다. 야, 너, 달력 가져와. 달력을 찢어서(아, 얼마나 훌륭한 교사인가. 집에서 가장 칠판만큼 넓은 종이는 달력 아닌가.) 수학을 푼다. 아이가 수학에 자신을 갖게 된다.

그러나, 그는 천상 화가다. 죽도록 그림을 그리려고 하고, 그림에서 의미를 찾는. 그의 그림을 보면, 그의 성격이 드러난다. 쫀쫀한 거 질색이고, 은근한 거 못하고... 맺음과 끊음이 있을 뿐이지, 이해 타산을 따지고 수지를 계산한다는 법은 애초에 그의 인생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점. 선.이다. 곡선도 있고 포물선도 있는데, 하필이면 그의 인생은 '점선'인 것이다. 뚜렷이 직선으로 가는 듯 하다가는 사라지고, 길이 없는 듯 하면 다시 곧은 선으로 살아나는...

그의 글도 결코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파스텔톤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그의 그림처럼 붉고 노랗고, 연둣빛으로 가득한 글이다. 원색의 향연이고, 본뜰 필요 없는 대담한 직선의 글들이다.

그는 농부들을 보면서 천천히 걸어 집으로 돌아오며 이렇게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 마을에 몇 명의 성인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눈이 내린 날 새벽 산 속으로 산책을 나가 보면, 어느 새 비탈길엔 눈이 치워져 있다. 모래나 연탄재가 뿌려져 있기도 하고, 더 미끄러운 길은 흙을 파서 발 디딜 자리를 만들어 놓은 곳도 있다. 그런 길을 밟고 걸으면서 나는 또 생각한다. 어쩌면 내가 살고 있는 이 조그만 산골에도 하느님에게만 보이는 표지를 몸에 지닌 성인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상을 완전한 성실로 채우는 사람들, 하찮은 일들을 정성껏 해내는 사람들, 사람들과 말하기보다는 하느님과 말하기를 더 즐기는 사람들.'

왜 나는 학교에서 그 성실한 선생님들을 매일 만나면서도 이런 생각들을 하지 못했던가. 우리 학교에는 얼마나 많은 성인들이 살아 움직이는데...

김상유 선생이란 분이, 결혼해서 애기를 낳고 길러 보아야 인생을 알고 그림을 그린다는 말만 듣고 그는 결혼을 결심한다. 참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이다. 그저 생각이 나면 할 뿐, 따지고 재는 모습은 이 책 어디도 없다. 그래서 그의 결혼관은 정말 확실하다.

"... 결혼은 백마 탄 왕자와 골빈 여자가 학예회 하듯이 벌이는 연극이 아니다. 결혼은 내 진보적인 친구가 거품 물고 떠들어 대듯이 합법적인 매춘도 아니다.
결혼은 망상도 도피도 아니다.
결혼은 완전한 사람으로서 살기 시작하는 일이다.
나의 전체를 사용해서 책임지고 독립해서 스스로 사는 것이다. 내가 아는 모든 지식을 이용해서 밥 짓고 빨래하고 나 스스로를 위해 내 주변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그것도 꼭 나같이 멍청하고 자신 없고, 쭈뼛거리며 겨우 살아있는 사람과 모여서 서롤르 거울처럼 비춰보며 우리끼리 사는 것이다.
결혼은 씩씩하고 힘찬 생활의 시작이다.
이제까지는 눈만뜨고 일어나서 부엌에 가면 언제든지 먹을 게 있었고, 아무 때고 옷을 벗어 던져 놓으면 다시 깨끗해 졌다. 나는 보호자 밑에서 벌레처럼 조금만 움직이면서 살아만 있었다.
그렇다. 결혼이란 허영도 망상도 타락도 아니다.
결혼은 건강하고 씩씩하고 힘찬 생활의 시작이다. 뭐든지 스스로 하는, 두 또래끼리 모여서 모든 걸 그들끼리 결정하고 실천하는 모험과 실험의 생활이다.
탐구여행이다.
나는 이제까지...결혼 생활에 구역질을 느끼며 결혼을 싫어하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바로 내 식으로 결혼하고 내 식으로 생활하며 내 식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나는 그들과 다르다. 나는 그들과 다르게 살 수 있다.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

나중에 아이들이 내가 늙었을 때, 주례사를 해 달라고 한다면(아무도 안 하면 더 좋고) 이 말을 꼭 읽어주고 싶다.

그는 자기 아이를 <인격>으로 대우한다.
"아이를 어떻게 가르칠까를 생각하기 이전에 어떻게 자기 자신이 ㅇŽ?어른이 돌까 하고 생각해야한다. 아이는 가르칠 의도로써 가르치는 것보다는 스스로 자기 일을 꿋꿋이 해나가는 사람을 봄으로써 더 큰 것을 얻게 된다."는 그의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감이다.

전에 어느 분의 리뷰를 읽고, 김점선의 책을 모두 도서관에 사 두었다.
참 잘한 일이다.

오늘은 내가 나에게 칭찬을 한다. 그리고, 겁많은 나에게 용기를 주어야 겠다.

내가 어렸을 때, 늘 소심하고 겁이 많아서 목소리도 작게 내고 했는데, 아무도 내게 격려나 용기를 심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나는 나에게 칭찬을 하고 격려를 한다. 너, 잘 살아라... 하고...

나는 그처럼 솔직한 글을 쓰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처럼 열심히, 치열하게는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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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5-06-08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꼭 읽고 싶어지네요. 고맙습니다.

글샘 2005-06-08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읽어 보세요 . 재미있습니다.
근데, 김점선의 책 세 권을 모두 도서관에 신청했는데, 나머지 두 권은 안 보여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