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불교이야기 1
김정빈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6년 2월
평점 :
절판


이 만화는 불교 상식을 알기 쉽게 전달하려는데 그 의의를 둔다.

그렇지만 블교의 역사가 워낙 오래 되었고, 넓은 지역에 분포하다보니 각 국가에 맞고 시대에 맞도록 변화를 거듭하였기 때문에 이것이 정석이다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해석이 가능해서, 설명에는 시작도 끝도 없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나름대로 상식적인 선에서 설명을 마치려고 하지만, 일반인들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부분도 있으나, 그 의미를 쉽게 읽어내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그 책임은 지은이의 과욕이기도 하고, 나의 무식이기도 하다.

이 책의 백미는 <구운몽>이다.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들에게도 구운몽을 읽어보라고 하기에는 말투가 너무 고전적이고 어려운 한자어가 많으며, 꿈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변화를 설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것을 이 책에서는 열 네 페이지에 수록함으로써 쉽게 해설하면서도 중요한 내용을 거의 모두 수록하는 멋진 작품을 보여 준다. 지금 내가 가르치는 실업계 고등학교에서는 구운몽을 줄거리 소개 정도 하고 넘어가 버리는 것이 상례지만, 만화를 인쇄해서(B4에 인쇄하면 4쪽에 다 들어간다) 쓰니 아이들도 좋아하고, 선생님들도 편하다고 좋아한다.

1권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사원의 4물 - 범종, 법고, 운판, 목어와 석등, 연등, 탑과 전각의 의미를 설명한 부분, 스님들의 생활, 불교에서 나온 줄도 모르고 쓰고 있었던 많은 단어들에 대한 설명(도구, 대중, 불이, 내의, 말세, 인심, 의식, 자유, 점심, 직업, 종자, 지식, 차별, 출세, 평등, 현관, 희사, 허공, 이판사판, 아수라장, 아비규환, 야단법석, 장로, 전도, 불가사의 등 끝도 없다)도 흥미롭다.

절에서 마음을 닦는 이판 스님들과 재산을 관리하는 사판 스님에서 나온 이판사판, 야외에 단을 차리고 진리를 논해 소란스런 야단 법석, 심지어는 일부 기독교에서 쓰는 장로, 전도까지 불교를 빼놓고 우리 일상다반사를 논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차마시고 밥먹는 일처럼 흔한 다반사(茶飯事) 말이다.

저자의 상식을 만화로 표현하다 보니 너무 상세하다는 생각이 드는 점도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재미있는 만화를 하나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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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5-12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에서 이 책을 구할 수 있을까요?
저처럼 불교 초짜를 위한 만화같걸랑요

글샘 2005-05-1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절판되어서 도서관에서나 빌릴 수 있지 않을까요? 인터넷으로 도서관을 검색해서 찾아보시는 것이 나을 듯... 아니면 인터넷 헌 책방에서 뒤져 보심도... 고구마같은...

글샘 2005-05-13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구마> http://www.goguma.co.kr
<남문서점(수원)> http://www.ibuybook.co.kr
<대방 헌책방(헌책음반 사고팔고)> http://www.oldbook8949.co.kr
<모아북> http://moabook.co.kr
<삼우서적> http://www.maniabook.co.kr/
<서울북마트> http://bybook.co.kr
<신고서점> http://singoro.com
<중앙서점(진주)> http://www.rorobook.com
<책사랑(인천)> http://www.booksarang.com
<책창고> http://www.bookagain.co.kr

이거 전에 달팽이님 서재에서 퍼온 주소들인데... 저도 안 가보긴 했지만, 찾아 보심도 어떨는지... ^^

파란여우 2005-05-14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일쌍다반사 일쌍다반사
강도영 글 그림 / 문학세계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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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년 전인가, 강풀이란 작가가 <순정 만화>란 제목으로 다음 만화에 연재를 한 적이 있다. 난 그만 그 만화에 푹 빠졌던 적이 있다. 줄거리는 어느 아파트에 사는 여고생 수영이와 한 열 살 더 많은 아저씨의 사랑을 겪는 따끈한 이야기였는데, 사람들의 심리를 얼마나 섬세하게 어루만지는지... 강풀에게 매료되었던 적이 있다.

요즘도 전교조 신문이나 이런 곳에서 그를 만난다.

작년엔가는 미스테리 심리 썰렁물이란 희한한 장르의 귀신 이야기, 호러물을 연재해서 섬뜩한 여름을 만난 적도 있다.

한 장의 화면 안에 대화와 함께, 생각, 동작 등을 작은 글자로 적은 것을 읽는 것도 강풀 만화의 재미다.

이 책은 사람들이 흔히 나누는 시시한 이야기, 그렇지만 우리 삶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시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절집에서 차 마시고 밥 먹는 일 처럼 흔한 일이라는 <다반사>에 일상의 '쌍스러운' 이야기를 접붙여서 일쌍다반사가 되었다는 이야기.

이 책에 나오는 만화들은 웃기고, 혼자서 ㅋㅋㅋ 거리게 만들다가, 간혹은 안쓰럽기도 하고, 감동을 주려고도 하지만, 결국 강풀 만화의 초점은 가볍게 사는 삶, 그러나 썰렁하지 않은 다사로운 삶에 가 있다.

순정만화라는 장편을 먼저 만난 나로써는 이런 미니 씨리즈는 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강풀의 인물 창조의 밑바탕이 된 듯한 이 책도 한참 웃어가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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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백년의 아이들
오에 겐자부로 지음, 이송희 옮김 / 문학수첩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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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형식은 환상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사실은 오에 겐자부로의 사고가 가장 잘 드러난 이야기라고 하겠다. 별로 재미는 없다.

타임머신의 기능을 하는 나무속에서 삼남매는 시간 여행을 한다.

미래와 과거의 자리에 서서, 삶을 돌아본다.

그리고, 과거와 미래는 모두가 현재에 이어져 있음을 되새긴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살 수 있는 시간은 결국, 현재, 바로 지금 여기 뿐이라는 것.

얼마 전 읽었던 오에 겐자부로의 <새로운 사람>에게 주는 메시지가 결국 이 글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낡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사람이 되어 주어야만, 앞으로의 일본이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그는 일본 왜곡 역사교과서에도 반대하고, 난징학살, 종군 위안부의 은폐의 자세를 비판하는 지식인이다. 특히 그는 히카리라는 장애를 가진 아들을 둔 영향이 이 소설에도 잘 드러난다.

일본의 삶이 우리와 많이 다른 것은 인정하지만, 자기들의 과거사를 감추려는 '낡은 사람'들의 태도는 일본의 미래를 어둡게 바라 보는 저자의 생각에는 동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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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여유, 그리스 - 역사여행가 권삼윤의 그리스 문화기행
권삼윤 지음 / 푸른숲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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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하면 우선 떠오르는 이미지는 카사 비양카(카사 블랑카라고도 한다. 원래 카사는 집, 블랑카는 하얀이란 뜻이니, 하얀 집이란 뜻, 카사 블랑카란 도시도 있고, 백합 비슷한 화려한 꽃도 있다.)에 도발적으로 꽂히는 포두줏빛 푸른 바다라고 할 수 있다.

바로 포카리 스웨트 광고에 등장하던 그 푸른 바다와 흰 집들 말이다.

언젠가 한 번 그리스의 따가운 햇살(이건 내가 별로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을 등에 맞으며, 선글라스 없이는 바라보기 힘든 카사 비양카의 백색 집에서 잠을 자고, 우리 동해보다도 푸른 디오니소스의 바다를 가 보고 싶다.

권삼윤은 여행가다. 그런만큼, 이윤기의 그리스를 읽는 눈에 비하면, 깊이가 없다. 여행가이기 때문에 주변에 사람들이 보이고, 특히 가슴 큰 그리스 여인들과 친절한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를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 독자가 별로 원하지 않는 이야기들.

그렇지만, 구석구석 다양한 곳을 여행하기에 깊이있는 생각을 듣기 보다는, 시원한 바다와 어우러진 그리스 풍경이 멋드러지게 펼쳐진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깎아지른 벼랑위에 지어진 수도원들이다. 오천 년 전에 지었다가 이제는 다 무너져 버려 열주나 주추만 남은 신전터의 썰렁함에 비하면, 반지르르한 바위 꼭대기에 독수리마냥 사뿐 올라 앉은 수도원을 보면, 그리스 정교든 뭐든 종교의 종류에 관계치 않고, 거기 살아가면서 자기와 맞서 보았던, 그리하여 우리 존재의 가벼움의 질량을 비교해 보았던 치열한 삶들을 상상하게 된다.

루사노 수도원, 성삼위일체 수도원, 발람 수도원 같은 수도원들과, 수도사들이 바위벽을 타고 올랐던 그물 망태를 바라보노라면, 색다른 경험에 가슴 뛰는 지은이와는 다른, 삶에 대한 종교에 대한 경건함과 거리감을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경험이다.

신화의 나라, 고대 문화를 꽃피웠고, 도시 생활을 이룩했고, 예술 속에서 살았던 나라, 그리스,
푸르른 지중해에 둘러싸인 발칸 반도의 나라, 올림픽의 근원지이며, 포도주와 올리브의 나라, 그리스.

역사 여행가란 사람의 발걸음 따라 아직도 오늘 새벽을 살고 있을 지중해변 카사 비양카 속의 그이들의 삶을 조금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역시 조금 아쉬운 것은 감출 수 없다. 역시 책을 쓰려면, 글맛을 살릴 줄 알아야 하고, 전문적인 일가견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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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가방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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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담배를 끊은 지 오래건만, 간혹 짙은 담배 연기 내뿜는 영화를 보면 흡연의 유혹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이 소설은 정말 드물게, 청주를 땡기게 하는 소설이다.

60대 후반의 선생님, 30대 후반의 제자가 우연히 술자리에서 만나게 되고, 친구가 된다.

그리고 정말 신선하고 담백한 사랑을 나눈다.

작가는 일본어의 부드러움, 그리고 뭔지 아쉬움을 남기는 뒷맛을 잘 표현한다.

번역에서도 그 맛이 함뿍 묻어 나고 있다.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도의 사랑이다.

인간과 인간이 상대를 정말 <인간> 존재 그 자체로 사랑하는 느낌.

따끈한 청주 한 잔이 그리웁게 만드는 독특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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