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제자가 스승을 찾아와 이렇게 물었습니다.

"스승님, 온갖 번뇌가 머리 속을 떠니자 않아 괴롭습니다."

스승이 말했습니다.
"그럼, 놓아라, 놓아 버려라."

제자가 다시 말했습니다.
"스승님, 저는 번뇌를 떨쳐버리고 싶지만 번외가 저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스승은 제자에게 작은 나뭇가지를 하나 구해오라고 일렀습니다.
"그 나뭇가지를 꼭 움켜잡아라. 손을 움직이지 말고 마음 속으로만 놓아라 놓아라, 소리를 질러봐라."

제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스승이 시키는 대로 했지만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스승이 다시 일렀습니다.
"이제 움켜쥔 주먹을 펴라."

이윽고, '툭' 소리를 내며 나뭇가지가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나뭇가지가 너를 잡고 있었느냐, 네가 나뭇가지를 잡고 있었느냐."

제자는 스승 앞에 엎드려 통곡하고 번뇌를 벗었습니다.

                                                                김수덕 명상 에세이, <새벽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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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3333

- 2006-09-11 15:37

네 오늘 오후 3시 37분에 33333을 지나갔습니다.

33333번째로 들러주신 분이야 누군지 모르겠지만, 암튼 물만두님께서 첨으로 이 숫자를 잡아 주셨네요.

물만두님, 고맙습니다.

보고 싶으신 책을 골라서 아래 남겨 주세요. 주소랑 연락처도...

그리고, 좋은 책을 소개해주신 여러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음 같아선 모두 드리고 싶지만, 무슨 리뷰 당선된 것도 아니어서...ㅠㅠ

제가 읽고싶어하는 책을 소개해 주신 <하늘 바람>님께 책선물을 드릴까 합니다.

하늘 바람님도 성함, 주소, 연락처 남겨 주세요. 읽고 싶으신 책이랑요...

담번에, 리뷰라도 당선되면 다시 한 번 이벤트를 열겠습니다.

참여해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행복한 가을 만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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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몸은 별 하나, 만족은 별 다섯...
    from 글샘의 샘터 2012-03-31 14:48 
    만두 동상~잘 지내지?오랜만이야. 자네 가고, 책이 나왔더랬는데,못 읽겠더라고.그 글들은 이미 자네 서재에서 숱하게 봤던 것들이겠지만,지금은 못 읽을 거 같았어. 왜, 그런 거 있잖아.헤어진 옛사랑 생각하면울컥, 치미는 맘이 있어서,애써 딴생각 하는 그런 거 말이야. 근데, 어제 '쫌만 읽다가 맘아프면 안 읽으면 되지.'하고 책을 펼쳤어.근데, 맘이 아픈 거보다는,킥킥거리면서 읽게 됐다고. ^^남은 아픈데, 왜 웃냐고? 이제 구박도 못하지만... 그래도
 
 
울보 2006-09-11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633344

이런 이벤트 ,

또 끝났네요,

축하드려요,

글샘님,,


2006-09-11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자림 2006-09-11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립니다. 리뷰로 풍성한 서재!!!!!

글샘 2006-09-11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울지 마셈. 다음 기회를... ^^
물만두님... 방금 보냈습니다. 수욜에 도착할 확률이 97.65%래나 뭐래나... 하여튼 요즘 택배 정말 빠르죠.
비자림님... 리뷰로 풍성한 서재를 만들란 주문이신가요? ㅠㅠ 아님, 그렇게 하시고 싶으시단 말씀이신가요...

비자림 2006-09-12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글샘님!!! 님의 서재는 리뷰로 풍성한 느낌이 들어 그렇게 소리친 거였어요.^^ 저는 리뷰는 커녕 책도 잘 안 읽는다나 어쨌다나.. 님이 존경스러워서 한 소리였사옵나이당^^

2006-09-13 0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6-09-13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지금 부쳤으니 내일 들어간답니다.^^ 즐거운 엄마, 행복한 아기!^^

하늘바람 2006-09-13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감사합니다
 

가을입니다. 아침저녁 찬바람에 감기 걸린 아이들도 생기고요.

알라딘에 둥지를 튼 것이 오래 되었습니다.

이사를 하면 사야지 하고는 책을 안 샀더랬는데, 이젠 버릇이 되어서 도서관에나 다니고 책을 사는 일은 드물게 되었네요. 알라딘엔 좀 미안하지만...

마일리지가 자꾸 쌓이니깐... 미안하네요. ㅎㅎㅎ

1733140

지금 요만큼 되었습니다.

33333을 처음으로 잡아 주시는 분께 1만원 가량의 책 선물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가을을 맞아...

좋은 책을 소개해 주실 분들이 계시면... 소개해 주세요.

맘에 들면 한두 분 뽑아서 책 선물을 드립지요.ㅎㅎㅎ 아니면 말고.

자, 삼삼한 이벤트... 심심하니 시작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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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9-06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533148

어느 님 리뷰 제목처럼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가 딱 어울리는 이 가을 읽기 좋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이사카 고타로의 마력에 빠지게 되는 작품이죠. 종말을 앞두고,
아니 살면서 이런 생각 한번 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이매지 2006-09-07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11월은 멀었지만
갑자기 생각이나서 추천하고 가요^^

어떻게 보면 통속적인 연애소설이긴한데
통속성을 벗어나는 뭔가가 있는 그런 연애소설이예요^^  






절판된 책이라 구입하시는 건 힘들 것 같지만 도서관 같은데 가면 있더라구요.
절 미야베 미유키에게 홀딱 반하게 만든 책이예요.
신용불량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재미도 있고, 생각할 거리도 있는 작품^^ 





위의 책을 정 구하기 힘드시면 같은 작가의 요 책도 좋아요^^
두껍긴 하지만 속도감있게 읽힌답니다^^ 








 


하늘바람 2006-09-06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책 추천합니다.

청소년 책으로 분류되었지만 오히려 청소년보다 어른이 읽는게 좋을 것같아요. 그리고 가을에 딱입니다.

표지부터 그렇지요?


비자림 2006-09-06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십자군 이야기

 만화인데 좋았습니다. 작가 이름을 외우게 되더군요.

 

 2. 삼한지

  삼국시대 영웅들 이야기 따라 가며  일상을 잊을 수 있어요.

 

 

 3. 법정 스님의 이 책은 이미 읽으셨을 것 같네요. ㅎㅎ

 

 

 

 4. 오래 전에 나온 책인데 저는 괜찮더라구요.

 

 

 

 5. 문태준 시가 참 깊이 있고 좋았어요.

 

 

 

글샘님, 예전에 님 이벤트에 참여하여 책 선물 받았었어요.  그 때 고마움을 기억하며 참여해 보았는데  저는 책 소개만 해 드리고 물러갈게요.^^  님의 취향과는 안 맞을 것 같지만 한 번 올려 보았습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씩씩하니 2006-09-06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냥,,,33333 꼬리 잡으러 들어왔더니...음,,다들 책을 소개하고 나가시는걸요?
전,,꼬리 잡는데..더 소질있는대........................

몽당연필 2006-09-06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리는 어떻게 잡는 건가요?

호랑녀 2006-09-07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소개도 벅차고, 시간 맞춰 잡는 것도 요즘 상황은 어렵고, 그저 오랜만에 들러 문안 드리고 갑니다.

글샘 2006-09-07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 요즘 바쁘신 모양이네요. 꽃병 참 예쁩니다.
몽당연필님... 저도 꼬리가 뭔지는 모르지만, 숫자 캡처는 복사하셔서 붙이시면 됩니다.
하니님... 첨 뵙는 것 같죠? 이름이 참 멋지군요. 씩씩하니... ㅎㅎㅎ 캡처는 때가 되어야 하시겠죠. 좋은 책 소개해 주세요.^^
비자림님... 십자군... 정말 가증시런 사건이었죠. 꼭 읽어보겠습니다. 완간되면...
하늘바람님...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고맙습니다.
이매지님... 저도 속도감 있는 책 좋아합니다. 책 소개 감사합니다.
물만두님... 가을에 쓸쓸한 책을... ㅠㅠ 감사합니다.

2006-09-07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매지 2006-09-07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833233
이제 백명 남았네요^^

글샘 2006-09-07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ㄴ님... 첨 뵙네요. 반갑습니다.
이매지님... 네 삼삼한 숫자네요. ㅋㅋ

물만두 2006-09-11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733315

오늘 되겠어요^^

축하드립니다~ 미리~


파란여우 2006-09-11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733333
축하 드려요! ㅋ


글샘 2006-09-1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감사합니다. 글쎄요, 오늘 되려나 어쩌려나...
여우님... 이 무슨 조화란 말씀이쇼? 물만두님과 투데이는 같은데, 토탈이 바뀐 것은 필시 여우님의 둔갑술인 것이오. ㅍㅎㅎㅎ

물만두 2006-09-11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성님 앞도 좀 바꾸셨어야죵^^ㅋㅋ

몽당연필 2006-09-11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 건가요?



 


해콩 2006-09-11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133329
아무래도 불가능 할 것 같아서... 출석체크겸.. 흔적 남깁니다. 아~ 아쉬워라~

물만두 2006-09-11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233330

물만두 2006-09-11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333331

해콩 2006-09-11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433332

글샘 2006-09-11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한 분이 아무래도 안 오시네요. 내일까지 넘겨 볼까나?

물만두 2006-09-11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533333

몽당연필 2006-09-11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물만두 2006-09-11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33333힛 축하드려요^^

몽당연필 2006-09-11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제가 한 발 늦었군요. ^^;;;
안타깝지만...글샘님 축하드리구요. 앞으로도 좋은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0^

해콩 2006-09-11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533333

우와 제가 해냈어요ㅋㅋ.. 심장이 벌렁벌렁거려요~


해콩 2006-09-11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 이런 네 발이나 늦었군요. 이거.. 여러 명도 가능한 거였구낭..
물만두님에겐 역쉬 당할 수 없다니깐요.. 흠흠..

만두님, 글샘님.. 모두 추카추카~

글샘 2006-09-11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몽당연필님, 해콩님... 삼삼한 숫자를 잡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약속대로 물만두님께 선물을 드립지요. ^^
기념이 될만 한 숫자라고 생각해요. 모두들 고맙습니다.
 

1. 불평과 화는 뿌리를 잘라내고 잘게 다진다.

2. 교만과 자존심은 속을 빼낸 후 깨끗이 씻어 말린다.

3. 짜증은 껍질을 벗기고 송송 썰어 넓은 마음으로 절여 둔다.

4. 실망과 미움은 씨를 잘 빼낸 후 용서를 푼 물에 데친다.

5. 위의 모든 재료를 주전자에 담고 인내와 기도를 첨가하여 쓴맛이 없어질 때까지 충분히 달인다.

6. 기쁨과 감사로 잘 젓고, 미소 몇 개를 예쁘게 띄운 후, 깨끗한 믿음의 잔에 부어서 따뜻할 때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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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교수의 주장에 진보단체와 보수단체가 격돌하고, 법무부장관이 사상 초유의 지휘권까지 발동했다. 검찰총장은 사퇴하고, 정치권은 국가 정체성 논란을 벌이고 있다.

동국대 강정구 교수. 강 교수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의 의뢰를 받아 자문의견을 냈던 김광동 나라정책원장과 강 교수의 2001년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심리 중인 법원 의뢰로 조만간 의견서를 낼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를 초청해 지상논쟁을 마련했다.(사회:신윤석 사회부 부장대우)

신윤석=강정구 교수의 발언들에 대한 학문적인 검증부터 시작해서 그 뒤 강 교수 문제가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를 거쳐 대한민국 정체성 논쟁으로 번지는 과정까지 두 분이 자유롭게 말씀 나누세요.

난상토론이라면 난상토론으로 100분 정도 진행합시다. 우선 강 교수 발언에 대한 학술적 검토나 내용적 측면에 대한 평가부터 해주시죠.

김광동=강 교수 발언이 우리 사회에 가져다 준 의미가 매우 위험하다 혹은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하는 것은 그게 대한민국 체제의 근간과 관련된 문제 제기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발언들이었기 때문에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올 수밖에 없었어요. 가장 중요한 발언이 2001년 평양 방문에서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달성하자"는 내용인데, 이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질서와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통일 방향입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에는 "1945년 이후 조선사회가 공산화되는 것은 역사적 필연"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이것은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고, 더군다나 우리 시대가 만경대 정신을 이어받아 통일돼야 한다는 것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용납하기 어려운 수준의 발언을 하고 있어서 이렇게까지 확대된 겁니다.

한홍구=강 교수 발언은 원고지 60~70매 되는 긴 글이죠.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문제가 됐는지, 글 전체를 다 읽고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습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나 정통성이라는 게 교수 한 명이 얘기한다고 뒤집어질 위험이 있다든지, 강 교수를 잘 아는 처지에서 그 분 입김이 그렇게 큰가, 그렇게 위험한 인물인가 의심스러워요.

'만경대 정신'은 오해가 많습니다. 우리가 기억할 게 일제 시대에는 분단돼 있지 않았다는 거죠. 만경대는 북한이 독립운동 하시던 분들의 자녀를 특별교육시키기 위해 혁명열사 유자녀학원을 만든 곳이에요.

북한은 건국 이후 빨치산 유자녀들을 챙겼습니다. 대한민국은 그걸 못했어요. 뒤늦게 하다보니 국가유공자 자녀 가산점제 같은 위헌적 발상을 하게 된 거고. 결국 만경대 정신은 독립운동 한 사람들을 잊지 말자는 말이고, 우리식으로 말하면 보훈정신이에요. 가신 데가 북이다 보니 그런 표현이 나온 겁니다.

그 표현을 옹호하는 게 아니에요. 본인도 지나친 점 인정했죠. 그것을 정체성 위협이라고 보는 발상 자체가 신기합니다. 그 사람들이 규정하는 대한민국 정통성은 도대체 뭡니까. 친일파가 정권을 잡은 게 정통성이에요? 그 이후에 민주화, 산업화, 근대화 과정을 겪으면서 지금은 매우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있습니다.

강 교수 등 몇몇 진보적인 학자들이 주장하는 '강력한 친일 청산'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이번 사안을 의도적으로 키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김=단지 일회적 발언이나 특정 문제, 단일 사안에 대해서가 아니라 한국사 전반에 대해 입장 차이가 있습니다. 강 교수는 1945년 해방과 독립의 과정에서 미국은 제국주의를 강요했고 소련이 해방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역사적 사실과 상반된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60년 현대사를 미국에 대한 자발적 노예주의로 규정하고 있죠.

역사적 사실로 봤을 때 1941년 12월~42년 8월까지 태평양전쟁의 결과로 대한민국이 해방됐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이때 한국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버마, 필리핀, 대만, 심지어 중국까지도 미군에 의해 해방됐습니다. 다른 나라는 모두 해방이고 독립인데 오직 대한민국만 미국 제국주의의 산물이고, 맥아더가 만든 식민지고, 자발적 노예주의의 길을 걸었다는 겁니까? 그건 보편성과 형평성 원칙에 어긋납니다.

한=김 박사가 강 교수의 글을 다 읽어봤는지.

김=다 읽었습니다

한=다 읽고 그런 생각하는 게 이상한데, 한총련 대학생처럼 "미국은 점령군" 식의 단순논리를 펴는 것 아닙니다. 그 분은 이 분야의 훈련된 전문가세요. 표현방식이 다르게 나간 부분은 있지만 미ㆍ소를 단순하게 평가하지 않는 분이에요. 미국은 점령군이라는, 자발적 노예주의라는 거 재밌는 표현이죠.

김=그게 재미있습니까.

한=저는 재미있어요. 근데 이 부분이 미국이 점령군이라고 하면 펄쩍 뛰는데, 미국 자신이 정식명칭으로 점령군(occupational troops)이라고 썼는데 호들갑 떠는 게 이해가 안가요. 미국에 의해 해방된 측면이 있지만 그거 부정하?거 아니에요, 강 교수가. 미국과의 관계에선 보편성만 말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습니다.

분단이 있죠. 우리나라만 분단이 됐어요. 분단의 특수성 강조하지 않을 수 없죠. 미국이 들어올 때 미국의 정책, 이를테면 과연 한국 사회를 그냥 둬서 한국 사람들이 스스로 체제들을 정할 수 있었다면 벌어지는 것과는 아주 다른 방향으로 갔어요.

미국이 직접 적극적으로 개입한 건 그냥 둘 경우 "한국 큰 일 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는 게 문서에도 다 나와 있어요. 미국 우파학자들도 적극적 개입에 의해 한국 진로가 바뀌었다는 걸 자랑스럽게 밝힌다고요. 그런데 한국은 그걸 밝히는 게 국기를 흔드는 것이라고 말하는 게 이해가 안돼요.

김=질문하나 합시다. 미국에 의해 한국사가 바뀌었습니까.

한=바뀌었죠. 강 교수의 기본 논제는 미국에 의해 한국역사의 코스가 바뀌었다는 것을 지적해 지금의 한미관계를 역사적 필연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진 거예요.

김=한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더 번영된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거죠. 강 교수처럼'당시 공산화가 필연이었는데, 미국이 자발적 노예주의와 식민지의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게 아닙니다.

한=현실진단의 차이일 수 있어요. 시장경제가 엄청 발달했지만 정상적인 발달은 아니에요. 강 교수의 발언이 커진 것은 특수세력의 의도된 공세입니다. 학계 용어를 빌어 쓴다면 강 교수는 역사추정적 비교방법, 일반적 사회과학에서 말하는 반사실적(counterfactual) 가정ㆍ실험을 한 거예요.

그런데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반사실적 가정을 한 것에 대한 반응이 '그 질문 자체가 불온하다'는 겁니다. 미국이 없었을 경우의 다양한 선택지를 보인 것을 탄압하고 있는 거예요. 그 경우 한국사가 전개될 수 있었던 가장 유력한 코스는 사회주의 아니었겠는가 예측한 거죠.

그런데 변수를 제거하고 나타난 예측을 마치 강정구가 '한국사회가 사회주의화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빨갱이인 것처럼 몰고 갔어요. 독자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반사실적 가정에 대한 몰이해를 극복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은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이휘재가 나와 "그래, 결정했어" 하던 그 코너에서도 사용된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반사실적 가정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는 우파, 보수언론의 오해에서 벗어나야 돼요.

김=가정에서 나온 게 아니라 현대사의 팩트(fact)에 대한 해석과 평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소련군과 미군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역사가정과 상관없이 소련은 역사해방에 결정적 기여를 했고, 미국은 제국주의 식민지를 만들었고, 점령군이라는데…. 미국과 소련은 1941년 5년간 불가침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소련은 기여한 바 거의 없어요. 일본 항복의사 전한 다음날인 1945년 8월9일 이후에야 대일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거기서 한국 해방에 결정적 기여를 했습니까? 그 이전 4년간 불가침 조약으로 일본의 한국 지배, 동남아 지배를 지원 강화시킨 것이 소련입니다. 6일간의 선전포고를 갖고 결정적 기여라고 하면 미국과의 형평성 크게 어긋나죠.

한=원래 제 전공이 독립운동사, 민족해방운동사입니다. 그 부분은 독립운동가들이 들었으면 참 기가 막혔을 부분이네요. 3ㆍ1운동이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에 큰 기대 걸었다가 미국에 외면당하면서 20, 30년대 모든 사람들이 러시아만 바라봤던 것은 공지의 사실입니다.

심지어 우파 지식인 이승만조차도 소련에 큰 기대 걸었어요. 모든 열강에게 외면 당했을 때 소련에 크게 기대 걸었던 건 옳고 그르고를 떠나 인정해야 할 부분이에요. 개전 후 6일 만이 아니라 그게 이미 이름부터가 세계대전이에요.

파시스트들이 미국과 소련이라는 다른 세력들의 힘을 하나로 합치게 했어요. 독ㆍ소전쟁이라는 데에 소련이 얼마나 기여를 했으며, 일본 관동군 물리치는 데는 또 얼마나 기여했습니까.

뭐 이건 2차대전에 대한 해석의 문제고, 강 선생 문제와는 본질적으로 연관이 없지만 김 박사가 지나치게 독특한 해석하시니 그 시기 전공자로서 학문적으로 반박한 겁니다.

김=이 사건의 본질입니다. 해석이 너무 다른데….

한=김 박사 얘기한 게 학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해석이에요. 소련의 기여를 이렇게 무시하는 해석은 아무리 우파가 쓴 거라도 본 적이 없어요. 이렇게 해석이 다르다고 해서 잡아넣어야 하느냔 말이죠. 역사전개 과정에 대해 학자들이 다양한 해석을 갖습니다.

학문의 시장이 있다면 김 박사 해석이 제일 오른쪽 끝에 있고, 강 교수 해석이 제일 왼쪽 끝에 있죠. 시장에서 성격이 다른 상품이 나왔다고 해서 잡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김=해방과 독립의 과정에서 일본의 9월2일 항복선언은 맥아더에게 한 것이고, 일본 제국주의는 미국한테 패망한 겁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군사전략국(OSS)을 포함해 미국과 협조하면서 해방독립전쟁을 전개했습니다.

일본제국주의 패망은 동아시아, 태평양과 관계해서는 미국 때문이에요. 그런데 강 교수는 소련이 결정적이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사실관계에 어긋나며 역사적 인식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한=강 교수는 해방 이후부터가 전공이죠. 특히 강 교수가 신경 쓴 부분은 미ㆍ소가 다르게 행동했다는 점이에요. 분명히 행동패턴은 달랐어요. 포고문만 봐도 맥아더는 굉장히 위협적이고, 안녕 질서 지배 등 무거운 단어들로 돼있는데, 소련 치스차코프는 “축하한다. 조선은 자유다. 조선인민은 마음껏 살아라” 이렇게 돼 있어요.

이것만 봐도 해방과 점령의 차이가 납니다. 강 교수는 왜 소련은 해방군처럼 굴었고, 미국은 왜 일본놈들을 그대로 뒀냐, 일본 통치기구와 친일파를 그대로 두고 정책을 폈느냐에 의문을 제기한 겁니다.

미국이 탄압적인 물리력을 동원한 사실은 문서에 보면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나와요. 소련은 가만 놔두면 북한에는 친소정권이 들어선다, 최소한 반소정권이 들어서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러나 미국은 남한을 가만 놔두면 반미, 반자본주의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농후해 그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우파세력을 만들어낸 겁니다. 미국에 질문 던질 수 있는 게, 2차대전 직전에 백범 등 우파가 있었는데 왜 그쪽을 탄압하고 친일파와 손을 잡았느냐 하는 거죠. 그게 강 교수를 비롯한 진보진영에서 던지는 중요한 질문이에요.

김=1948~53년 한반도를 규정한 것은 소련과 미국입니다. 소련은 당시 스탈린 치하 전체주의 국가였고, 미국은 트루만 치하의 민주주의 국가였습니다. 북한이 겪은 참혹한 사실에 너무 눈 감은 거 아닌가요.

신의주학생의거는 반소투쟁이었습니다. 탱크가 출현했고 야크기에 의한 기총소사도 있었어요. 원산 함흥의 반소투쟁도 마찬가지입니다. 폭압, 억압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북한에서는 순리적 전개에 의해 공산주의로 갔다는 것은 맞지 않아요. 미국은 한국에 미국체제를 그대로 주입하려 했습니다. 여운형 등 공산주의자도 마음껏 활약할 수 있었고…. 질서를 지키는 과정에서 있었던 것을 억압이라고 해석하고 북한의 전체주의적 탄압은 문제 없었다고 얘기하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습니다.

신=해방전후사에서 전사 얘기가 너무 긴 것 같습니다. 태평양 전쟁 종전과 해방에 소련이 기여를 많이 했다거나 미국이 기여를 많이 했다는 주장은, 예를 들어 어느 한쪽이 기여도 100%고 다른 쪽이 0%라고 발언하더라도 강정구 교수 사건처럼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강 교수는 역사의 어느 한 시기를 잘라내 고고학자처럼 발굴ㆍ분석만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 시기 역사의 어떤 현재적 의미를 찾기 위해 역사적 가정을 동원해서 발언한 것 아닌가요.

한=한 가지만 더 간단히 질문할게요. 논쟁이 많이 된 게 “해방 당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에 대한 지지가 77%고, 자본주의는 10% 조금 넘었다”는 건데…. 보수언론에서 발끈해 쥐잡듯이 사람을 잡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자본주의가 14%였고, 공산주의가 7%였습니다. 이 둘을 비교하면 자본주의가 2배 선호도 높죠. 당시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중간입니다. 유럽적 좌파, 사민주의로 해석할 수 있죠. 이걸 공산주의와 합쳐서 공산주의를 원했다고 말하는 것은….

한=77%가 비자본주의를 택했다는 겁니다.

김=그럼 유럽의 사회주의 정당은 모두 반자본주의 정당입니까.

한=미국에서 사회당 지지자에게 자본주의 지지하냐고 물으면 지지한다고 합니까. 그건 아니죠. 지금 보수언론이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 동아일보가 그걸 문제 삼았지만, 그 자료가 남로당 등이 조사한 게 아니라 미 군정 연구처에서 조사한 거라는 거죠. 당시로서는 한국 혹은 미군정이 동원할 수 있는 가장 과학적 방법으로 나온 결과에요.

지금 입장에서는 뒤로 자빠질 만큼 놀랄 일이겠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너무 당연한 겁니다. 임시정부 강령을 보면, 대한민국이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다고 하죠, 헌법에도 그렇게 돼있는데, 중요산업 국유화가 나와요.

지금 보면 깜짝 놀랄 얘기죠. 그런데 왜 과격한 발상이 아니냐. 일제 때 자본의 92%를 일본이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중요산업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 개인에게 나눠줘서 자본주의로 가느냐, 묶어서 사회주의적 방향으로 가느냐가 중요했죠.

가장 오른쪽에 있던 백범도 국유화를 받아들였고, 모든 대중들이 받아들였어요. 임시정부가 단독정부로 이어졌다면, 좌파가 배제된 상태라 하더라도 국유화로 갈 수밖에 없었어요.

미국이 없었다면 사회주의적 코스가 유력한 것 아니냐고 하는 것이지, “사회주의화되었어야 한다”로 보면 안 됩니다. 선동하는 것으로 보는데 구분해야 해요. 지금 우리가 아는 상식과 달랐던 분위기를 설명하고 계신 겁니다.

김=여론조사를 말씀하셨쨉?어떤 여론조사에서도 이승만이 언급됐습니다. 이승만을 최고 지도자로 꼽았는데 그분이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입니까?

한=격차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어요. 다른 자료에서는 김일성에 대한 기대 무수히 나타납니다.

김=이승만이 늘 1위였습니다. 김구와도 큰 격차고, 늘 1위였죠. 여론조사 하나로 당시 사회 규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겁니다. 김일성은 여론조사에 나오지도 않습니다.

그 사람은 북한 지도자가 되면 안 됐던 사람입니다. 우리 민족이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이에요. 인민공화국 내각 명단 51명 거기에도 김일성은 없어요.

조선 민족 지도자 될 수 없던 사람입니다. 좌파에서도 이승만 김성수 조만식 김구를 꼽았습니다. 이들을 반역자라고 하면 그게 정상적인 겁니까.

한=제가 김일성 박사입니다. 말 그대로 김일성의 독립운동사로 박사학위를 받았어요. 그러나 논점이 아니라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신=‘만경대 정신’은 이미 문제가 됐고, 지금 문제가 되는 건 ‘6ㆍ25전쟁은 통일전쟁이었다’는 강 교수의 주장인데 그 얘기로 넘어가시죠. 그 발언을 두고 이렇게 난리가 난 것은 그게 현재적 의미가 있기 때문일 텐데.

김=두 가지에 놀랐습니다. “6ㆍ25가 내전이고, 민족통일전쟁”이라는 표현과 “백령도ㆍ대청도 이남 지역이 우리 영토가 아니고 한미가 임의로 점유하고 있는 불법점유지역”이라는 두 표현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영토를 어떻게 규정하는가 하는 주권과 관련된 중요한 발언입니다. 당시 6ㆍ25전쟁은 국군의 치열한 영웅정신의 결과로 전선이 형성돼 있었고 그게 국토가 됐습니다. 북한도 인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영토를 포기하자는 내용이에요. 북한에 주자는 거죠. 그 연장선에서 6ㆍ25가 민족적 내부갈등에 의한 내전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왜 김일성 수상과 박헌영 부수상이 49년과 50년 두 차례나 소련을 방문해 스탈린과 전쟁을 협의했습니까.

최고 지도자가 전쟁 전에 몇 달씩 전쟁계획, 승인, 무장 공격, 미군 개입시 대응책 등을 외국과 협의한 것이 내전입니까. 북한의 제반무장 자체가 소련이 지원한 탱크와 야크기 등이었습니다. 조선 반도에 처음으로 탱크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공산주의 확대전쟁이 아니라 계파 갈등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에 맞지 않죠. 동의할 수 없습니다. 북한 논리를 답습하는 것일 뿐입니다.

한=NLL(북방한계선)은 국경선이 아니에요. 정전협정 당시 맺어진 경계선이 아닙니다. 정전 때 바다에 금을 안 그었더니 꽃게가 삼팔선을 압니까. 계속 넘어가요.

어부들이 조업하다 꽃게 따라 계속 북으로 넘어가니까 조업할 북쪽 한계선을 설정할 필요가 있어서 그은 선입니다. 헌법에 우리 영토개념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돼 있어요. 영토개념이 아닌 선을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헌법에 어긋나는 개념이다 이겁니다. NLL을 마치 영토지배처럼 얘기하는데 어불성설이에요.

통일전쟁 부분은, 우리는 탱크가 없었습니다. 왜 없었나 생각해봐야 합니다. 패튼 장군이나 롬멜 전차군단이나 영화 같은 데서 봤겠지만 당시 세계에 탱크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탱크 왜 한국에 안 주었을까요. 북쪽은 김일성이 외교능력이 출중해서 남침 전력을 얻어왔는데, 외교의 달인이라는 이승만은 왜 못했을까요. 미국은 전차 주면 남한이 밀고 올라갈까 봐 안 준 겁니다. 남쪽에서 북진통일 외치고 있으니까 통제한 거죠. 자신 없었으니까 안 준 거라고요.

당시 군사상황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어요. 통일전쟁부분은 조갑제나 허문도도 여러 차례 월간조선에 썼던 용업니다. 무력에 의한 통일을 시도한 게 통일전쟁이에요. 당시 북침통일 주장이 대세였고, 조봉암 같은 사람은 평화통일 얘기했다가 잡혀 죽었어요. 그런 시절이, 북진통일이 국가의 대표적 국방 통일정책이었던 시기가 있었다는 겁니다.

국군의 날 있죠. 그날은 국군 창설일이 아니에요. 국군이 삼팔선을 돌파한 날입니다. 한국전쟁은 매우 복잡한 성격의 전쟁이에요. 단계에 따라 성격이 달라져요. 처음엔 김일성의 통일전쟁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유엔과 미국이 개입했죠. 유엔군은 삼팔선 원상회복까지만 권한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런데 인천까지 밀고 갔으면 원상 회복해야 하는데 위로 더 밀고 올라간 겁니다. 유엔군과 국군에 의해서, 이승만과 맥아더의 통일전쟁이 시작된 거죠. 처음에는 김일성의 통일전쟁으로 시작했지만요. 강 선생 발언을 보수파 용어로 뒤집으면 남침했다는 말이랑 같은 말이에요. 북침을 격퇴하는 과정에서 전쟁이 일어났다는 게 북한쪽 입장이고.

강 선생은 북쪽 입장과는 너무 다르게 “김일성이 무력으로 통일 시도해 전쟁이 일어났다”는 겁니다. 조갑제나 허문도도, 이승만도 쓴 말을 시도한 겁니다. 해석의 차원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이라고요.

김=한 교수도 한국전쟁이 내전이라고 보십니까.

한=내전적 측면이 있죠. 그러나 내전이라고만 보면 문제죠. 국제전적 성격 훨씬 강해요. 발발 자체는 내전이지만. 내전에서는 누가 먼저 총을 쐈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베트남전이나 미국 남북전쟁을 보더라도 그래요. 김일성도 내전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북침이라고 박박 우긴 겁니다. 미국이 개입 안 했으면 내전으로 끝났을 겁니다. 미국 개입으로 국제전 성격이 됐고, 삼팔선 돌파하면서 또 다른 성격으로 변했어요.

김=한 교수와 강 교수 생각 사이에 큰 차이를 못 느끼겠습니다.

한=강 교수를 매우 독특하다고 보시는데 학계에서는 지난 몇 십 년간 그런 연구성과 쌓여온 겁니다. 강 선생이 조금 세게 말씀하셨지만, 그렇게까지 표현은 안 한다 하더라도 미국 개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통일 과정에서 역사가 어떻게 나가야 하는가를 연구하기 원하는 사람 많아요. 소련과 중국의 개입을 부인한 것이 아니라 초반 며칠간을 내전이라고 표현한 겁니다.

김=소련과 중국 없었더라도 김일성이 지도자로 등장하고, 체제를 만들고, 내전적 통일전쟁을 자체적으로 수행했으리라고 보십니까.

한=변수 조정을 어느 정도 하느냐에 따라 다르죠. 미국도 같이 없느냐, 아니냐 따라 다릅니다. 저는 충분히 가능성 있었다고 봐요. 저와 김 교수의 차이는 저는 역사학자입니다. 있었던 일 따라가기도 바빠요.

김=역사추정적 비교방법 많이 쓴다고 하셨잖아요.

한=나는 잘 안 써요. 학계에서 많이 쓴다는 거죠. 강 교수 비판하는 쪽에서도 그 방법을 씁니다. “맥아더가 없었다면 미국이 개입 안 했다면, 대한민국이나 강정구 너는 있었겠냐”는 게 반박논리예요. 역사학자는 잘 안 쓰지만 사회과학자들은 많이 씁니다. 민족분단의 주책임자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100% 미국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그리고 부수적 책임은 소련에 있습니다. 그 책임의 격차는 커요. 동일하게 책임을 질 게 아니라 미국이 훨씬 커요. 민족이 미ㆍ소에 의한 분단을 극복 못한 게 우리 잘못이라면 잘못이겠지만 미국이 갈랐지 않습니까.

다시 맥아더로 돌아가면, 역사적 평가가 상이한데 왜 우리가 분단됐는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한 겁니다. 강 선생이 거칠게 표현했지만, 그 이면에는 이 질문이 있는 거예요. 분단이 민족 절대다수에게 고통을 줬는데, 일부 세력에게는 아니라는 거죠.

분단으로, 분단된 덕분에 살아남은 사람 있어요. 친일파죠. 분단을 원통해 하는 입장에서 문제제기 한 겁니다. 분단 됐어야 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일본 아니냐, 독일도 전쟁 책임으로 분단됐는데 아시아에서는 엉뚱하게 왜 한국이 분단됐느냐. 미국이 남한을 보호하기 위해 분단시킨 겁니다.

소련도 국가이익을 위해 받아들인 거고요. 한국은 분단됐고, 아주 불행하게도 남쪽에서는 분단이 안됐더라면 도저히 집권할 수 없는 세력이 집권한 데 분노한 겁니다. 그래서 그걸 연구한 거고, 그게 거친 표현으로 나온 겁니다.

김=역사적 사실에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38선은 무장해제를 하기 위한 군사적 편의조치였습니다. 이것을 민족분단으로 만든 것은 소련입니다. 45년 8월 9일 이미 소련은 한반도에 진주했어요.

미군은 9월8일 한국 땅에 들어왔고요. 그 한 달 간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8월24일 소련군이 경원선을 끊었습니다. 26일 전화선을 끊었고, 28일 경의선을 끊었습니다. 미국이 오기 전에 다 끊는 조치였어요. 9월2일 통신ㆍ우편이 차단됐습니다.

미군이 8일 들어오기 이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런데 강 교수는 미국이 민족분단의 원흉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소련의 조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석하시겠습니까?

한=그건 1950~60년대나 하던 주장이에요. 50년대 전통주의자들이 미국의 책임을 극소화하기 위해 하는 얘긴데 그걸 지금 합니까. 제가 미국에서 10년 공부했는데 그건 미국에서도 듣기 힘든 얘긴데요.

신=한 교수는 강정구 교수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십니까. 학문적으로 말입니다.

한=학자에게 전적으로는 있을 수 없지만 주장의 배경은 이해합니다. 다만 표현을 달리 했을 뿐이죠.

신=강 교수 모든 저작을 읽은 건 아니지만 짧은 글만 읽으면 이게 학술적인 글인가 유인물인가 싶던데요. 한 교수처럼 주석을 달아주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지만요. 글이란 게 뭔가 뜻하는 바나 의도를 갖고 쓰게 되기 마련인데, 도대체 강 교수 글의 의도가 뭔가요.

한=여담인데, 내가 볼 땐 굉장히 순진한 양반이에요. 올해 환갑이라 작정하고 그러시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말씀을 빨리 해야 하겠다는 조급함 같은 것이겠죠.

신=강 교수를 구속해야 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가 김종빈 검찰총장의 사퇴까지 불러왔는데.

한=한국 사회의 다양성 속에서 가령 지금 광화문 네거리에서 김일성이나 김정일 만세를 부른다면 그걸 뭘로 처벌해야 합니까. 도로교통법으로 처벌하면 되는 겁니다.

이제는 국가보안법이 아니에요. 우리 사회가 그 단계는 지났어요. 70~80년대에는 위험했죠. 북쪽 체제가 훨씬 우월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김정일 만세 부른다고 시민들이 얼마나 영향을 받겠습니까. 강 선생도 학계의 다양한 스펙트럼중 하나입니다.

보수언론이 문제 안 삼았으면 원문 기고한 데일리서프라이즈에 묻히고 지나갔을 겁니다. 맥아더 철거도 4년 전 내가 첫 문제 제기했는데, 칼럼 하나 쓰고 말았어요. 통일연대 인천 쪽에서 올 봄 정도부터 철거 주장 시작했고요. 그게 신문 가십 란 비슷한데 나다가 강 교수의 글이 대서특필 되면서 커졌다 이겁니다.

그걸 안 했으면 사람들이 만경대 사건 이후 잊혀진 인물로, 사회과학 쪽에서는 진보진영에서도 특별한 양반이다 하고 넘어갈 사안인데,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교수로 만들어 놨어요. 이게 비정상적 과정을 거쳐 이렇게 됐는데, 물론 강 교수도 상황 판단 잘 못하고 썼고요.

그런 글 쓴 게 개인을 위해서나,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서나 유익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부분 생각을 공유합니다. 이게 이렇게 커지게 된 것은 이걸 한국사회의 큰 변화 속에서 봐야 돼요.

왜 강정구였는가. 왜 강정구가 표적이 됐는가. 그 앞에 만경대가 있었고, 그 이후에도 개전의 정을 보이지 않고, 올해가 해방 60주년에 본인이 환갑인 해이고 하니까 각별하게 각오를 갖고 글을 세게 써서 문제된 측면도 있지만, 결국은 울고 싶은 아이 뺨 때려준 측면이 큽니다.

한국 수구세력들이 6월항쟁 이후 계속 밀려온 과정을 생각해야 해요. 생명유지는 해왔지만 계속 영향력이 축소됐단 말이에요. 그게 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나타났죠. 그래도 김대중 당선은 납득할 만한 굉장히 많은 이유가 있었어요. 이인제가 있었고, 김현철이 있었고, 한보가 있었고, 그래도 DJ가 한 번은 해야 한다 그런 분위기도 있었고.

그러나 2002년 노무현 당선으로 정권 탈환이 무산되면서 수구세력의 초조와 위기감이 증폭됐습니다. 그게 터져나온 게 2004년 탄핵사태예요. 그런데 수구 뜻대로 안 되고 역풍 맞았죠. 총선에서도 무너져서 의회권력마저 넘어갔어요.

선출된 권력이 완전히 바뀐 겁니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국보법 논쟁, 송두율 사건, 양심적 병역거부, 행정수도 논쟁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수구세력으로서는 위기의식이 증폭될 수밖에 없었어요.

7월22일 전후, 그러니까 강 교수의 글이 기고 되기 1주일 전에 ‘X파일’ 문제가 터졌어요. 한국 수구세력에겐 아주 큰 일 난 거죠. 수구세력 전체가 공도동망, 공동파멸의 길로 갈만한 조짐이 나타난 거죠.

그래서 다른 편에서 의도적으로 맞불을 놓은 겁니다. 위기 돌파를 위해 만만한 표적이 필요했는데 그 당시 마침 강 교수가 표적이 된 거죠. 그게 아니었으면 강 교수 글은 묻힐 사건이에요. 의도적으로 불거져서 커진 사건이라고요.

김=강 교수 사건이 일파만파가 된 것은 현 상황의 위기의식 때문입니다. 최근 노무현 정부 들어 가속화되고 있지만, 국보법 폐지 등이 4대개혁 입법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한미동맹의 균열과 갈등이 가속화하면서 불안감 커지고 있고요.

남북한 간에 ‘우리 민족끼리’니 ‘민족공조’니 하며 미국에 대한 적대적ㆍ반미주의적 정서를 고양시키는 과정에서 안보 불안이 근저에 자리잡은 겁니다. 그런데 이걸 더욱 촉발시킨 게 맥아더예요. 맥아더에 대한 강 교수의 발언이죠. 누구나 알 수 있듯 맥아더 동상은 인민군이 내려오면 가장 먼저 철거될 대상입니다.

인민군이 철거해야 할 맥아더 동상을 우리가 철거하자는 주장이 앞에 말한 불안감과 맞물리면서 증폭된 겁니다. 현재 북한에는 2만2,000여개의 김일성 동상이 있습니다.

그걸 끌어내리자는 컨센서스를 이뤄야 할 때에 오히려 거꾸로 북한 정통성을 강화시키면서 맥아더를 끌어내리자고 하니 그게 우리 사회에 충격을 가져온 겁니다. 강 교수의 표현 내용은 우리 사회가 용납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벗어날 만큼 극단적이고 과격할 뿐 아니라 목적의식을 갖는 것입니다.

독일에서도 나치즘 옹호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학문사상의 자유와 무관합니다. 미국에서도 인종주의 발언은 불법이에요. 국가마다 역사적 상황에 맞는 자유가 있습니다. 우린 전쟁 겪었고, 60년간 전체주의와 대결하면서 지켜온 기본질서에 대한 강한 우려가 있습니다. 강 교수는 이것을 파괴하고 짓밟았습니다.

한=맥아더 동상을 인민군만 철거할 것은 아니죠. 주권국가에 남의 나라 장군 동상 세워놓는 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 아닙니까. 우리 국민이 그걸 깨닫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임진왜란 때 구원군을 끌고 왔던 명나라 장군 이여송 동상이 서있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신라와 손잡고 당나라 군대를 끌고 왔던 소정방의 공을 기린다는 정방사지 5층 석탑은 선조들이 정림사지 5층 ?씬막?고쳤지요.

맥아더 동상과 김정일 동상은 맥락이 달라요. 대동강 입구에 팽덕회 동상이 있으면 보기 좋겠습니까. 그걸 얼마나 꼴불견이라고 보겠어요. 다행히 안 서 있지만 만약 있다면 남북통일 이전에 북쪽 주민들이 부수는 게 맞다고 봐요.

김일성 동상도 아름다운 일은 아니죠. 지도자가 자기 우상 세우는 게 아름다운 일은 아니에요. 그러나 그걸 끌어내리는 건 북쪽 주민의 몫입니다.

분단상황에서 남과 북이 그런 발언을 하면 안돼요. 70~80년대 민주화 운동 할 때 북쪽이 남쪽 상황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발언하는 게 나는 굉장히 불쾌했어요.

뭣 좀 하려고 하면 북에서 성명 내고, 꼭 짜고 치는 것 같았다 이거예요. 북쪽 비판 안 하는 걸 문제 삼는데, 서로 덕담해야 합니다. 비판할 게 왜 없겠습니까. 학자들이나 시민들이나 서로 험담할 게 아니라 자기 사회를 들여다 봐야죠. 북쪽 가서는 북쪽의 좋은 점 높이 평가하고 격려해 줘야죠.

북한도 남쪽에 와서는 "이런 경제발전은 단군 이래 처음 아니냐" 찬양ㆍ고무 해줘야하고, 남은 북쪽 가서 "팽덕회 동상 왜 안 세웠냐, 참 잘했다.

소련 중국에 큰 소리 쳤는데 연개소문 사후 처음 아니냐" 서로 고무ㆍ찬양해야 합니다. 고무ㆍ찬양은 한나라당에서도 문제 있다며 없애자고 한 겁니다.

김 박사는 경찰에 구속 의견서를 냈지만 만약 강 교수를 기소한다면 거기 걸 수 있는 게 뭡니까. 유일하게 고무 찬양인데, 이게 성립되는지도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어요.

만경대 재판에 대해 잘 알겠지만, 검찰이 만경대 발언만으로 기소 못해서 강 교수 논문 모조리 갖다 놓고 사상검증을 쭉 한 거 아닙니까.

김 박사는 '용납'의 범위를 굉장히 좁게 잡으시는데, 조갑제씨는 "군은 왜 쿠데타 안 일으키냐"는 등 군대를 선동하는 훨씬 묘한 발언들을 했습니다. 조씨를 잡아들이라는 뜻이 아니에요. 용납의 폭이, 우리 군의 건강성이 "조갑제가 아무리 떠들어봐야"라는 겁니다.

우리 군이 그렇게 미련하지 않아요. 보수적이긴 하겠지만요. 그걸 믿기 때문에, 그 건강성을 믿기 때문에 그냥 두는 겁니다. 그 용납의 폭을 누가 정하나요. 강 교수의 주장이 미친 주장이지만 저걸 잡아들이는 것은 더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도 많아요. 그 기준을 어디로 잡느냐가 관용의 폭인데, 우리 역사과정이 그 폭이 엄청 좁았다가 넓어지는 과정에 있어요.

50년대에는 미ㆍ소 공조를 시험 문제로 냈다가 국보법 위반으로 구속된 교수도 있었어요. 강 선생 얘기가 시장 내에서 얼마나 유통이 되겠습니까. 또 공안문제연구소에서 감정했다면 그런가 보다 하겠어요.

그러나 학자라면, 비공개라는 틀에 숨어서 구속 의견을 내면 안 되는 거죠. 현대사 공부를 못하게 돼 있다가 80년대 이후 진보적 지식인들이 싸워가면서 영역을 넓혀왔어요. 풍부한 자료와 해석들이 축적됐죠.

그런 상태에서 강 선생은 글 나온 겁니다. 물론 강 교수 글이 지나쳤지만 그 학문적 맥을 따라온 거라고요. 그런데 그 대응이 학문적 논쟁으로, 칼럼으로, 논리로, 사실로, 증거로 나오지 않고 "잡아들이지 않고 뭐하느냐"로 나와요. 그게 한국 수구세력의 지적 빈곤을 증명하는 겁니다.

학문적 논쟁으로서 맥아더 재평가 부분에 대한 다양한 여러가지 평가들이 나와야 하는데 다 막아놓고 강정구 잡아 죽이자 아우성을 칩니다. 이건 한국사회의 지적 건강성을 저해하는 겁니다. 한국사회에서 사라져야 하는 것은 강정구가 아니라 바로 이거예요.

김=사실과 다른 얘기를 당연한 전제처럼 얘기하셨는데, 저는 강 교수가 제기한 문제들의 사실관계에 대해 자문하고 입장 밝힌 것이지, 저희 학자들이 변호사도 아니고, 검찰도 아니고, 법적 해석이나 구속 불구속은 입장을 거론할 사안이 아닙니다. 오해 없었으면 합니다.

한 교수 애길 듣다 보면 북한 체제의 성격규정이 지나치게 긍정적인 것 아닌가 싶습니다. 네덜란드나 벨기에나 남아공이나 베네수엘라에 살았더라면 강 교수 주장에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을 겁니다.

60년간 대치 과정에서의 상처, 직접적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상황에서의 상처는 왜 간과하십니까. 도발, 간첩침투, 테러가 자행됐습니다.

북한체제는 20세기나 21세기에는 전혀 인정할 수 없는 스탈린 체제입니다. 이렇게 자기 민족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 악의 구렁텅이에서 신음하게 만든 예가 없습니다.

이렇게 반민족적인 체제가 없어요. 다른 어떤 나라도 경험하지 못하는 극단적이고 잘못된 체제입니다. 태국 일본 필리핀 정도 문제라면 시비를 가릴 수 있으나, 우리를 위협하는 체제와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북한 체제가 얼마나 반민족적, 반인륜적인가 전제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매일 공개처형이 벌어지고, 수십만명이 지하실에서 맞아 죽고, 수용소에 끌려가 죽고 있습니다. 많은 증언들이 있어요. 이보다 악독한 체제는 없습니다.

어떻게 이 체제를 변화시키고 북의 동포들과 함께 번영을 누릴 수 있을지 가치지향적 판단의 결과로 나와야지 단지 서로의 체제를 찬양하는 양비론적 인식으로는 해결이 안됩니다.

한=한국전쟁의 교훈은 다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남쪽 사회에서 그걸 각인시켜 가는 과정이 어려웠어요. 북을 군사력으로 제거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통일 파트너로 보고, 공존하고, 긴장완화하고, 남과 북이 지긋지긋한 분단체제 극복하고 연착륙할 수 있는 방법 모색할 때입니다.

대립의 방법으로는 50년간 다 했어요. 안 해본 게 없어요. 남은 절대선이고, 북은 절대악이라는 판단 자체가 문제 있습니다. 공개처형 등은 당연히 없어져야 합니다. 개선돼야 해요. 간첩 보내지 말아야죠.

하지만 마치 우리는 절대선인 것처럼 보는 건 문제입니다. 우리는 간첩 안 보냈습니까. 민간인 학살요, 과거사위원회 왜 만들었습니까. 민간인 학살의 80%가 대한민국 군경에 의해 자행되었어요.

김=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한=과거사위원회 가서 물어보세요. 북이 절대악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북의 악이 우리의 악을 정당화해주지 않아요. 마녀가 아니라 마녀를 만드는 마녀사냥꾼이 더 무서운 겁니다. 이제 비로소 마녀사냥의 터널을 나오고 있어요. 강 교수가 마녀로 오인받을 부분을 건드린 것도 사실이지만 강 교수를 마녀로 만드는 중세적 암흑을 되풀이 해서는 안 됩니다.

김=북한 정치보위부가 5만9,000명의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는데, 남한 양민학살 100만명 중 국군이 자행한 게 80%라고요. 과거사진상위원회가 북한과 남한 내 그 동조세력에 의한 학살도 진상규명하고 명예회복 시켜줘야 합니다. 국군이 양민학살의 주범처럼 말하는 것은 사실도 아니고 명예훼손입니다.

한=50만~100만명이 학살당했고, 이 숫자는 4ㆍ19혁명 뒤 5ㆍ16 직전 국회에서 피해자 신고 받아 조사한 겁니다. 거기서 신고된 것만 113만명이에요. 그런데 그 자료가 상세 내역을 알 수 없어요. 군사정권에서 다 파기했죠.

신=김 박사는 경찰에 보낸 의견서에 "이 팩트는 근거가 있고 이건 근거 없고…" 식으로 강정구 교수 주장의 사실관계에 대해서만 의견 밝히셨나요, 이적성이나 구속 여부판단까지 언급하셨나요. 이적성까지는 아니더라도 강 교수 주장이 우리 사회에 위해하다고는 생각합니까.

김=사실관계에 대한 학문적 의견만 밝혔습니다. 이적성이나 구속 여부 판단은 학자들이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강 교수는 북한체제의 역사인식과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신=강 교수가 "천정배 법무장관의 지휘권 행사는 한국 인권사에 남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는데 천 장관의 지휘권 행사를 어떻게 보십니까.

김=재판결과를 봐야겠지만, 강 교수의 친북적 논리가 대한민국의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목적의식을 갖고 진행되었다는 판단입니다. 불구속 지휘에 대해서는 포용하자는 판단을 하면서 북한의 2,200만명에 대해 눈감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납니다.

작은 물건 하나를 훔쳐도 구속되는 경우가 수 만 건입니다. 2001년 '만경대 정신' 사건도 아직 재판에 계류 중인데 이후 자기 반성이나 해명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맥아더나 통일전쟁 등을 얘기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명예와 정체성을 짓밟는 것이라고 봅니다.

근거 없는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면 불법으로 처벌받습니다. 있지 않은 사실로 국가 공동체를 공격하면 불법적인 겁니다. 천 장관은 형평성 잃었고, 우리 사회의 자유민주주의 질서와 남북 대치상황을 이해하지 않은 것입니다.

신=어떤 면에서 구속이냐 불구속이냐는 수사 편의적인 것이고, 기소 여부가 중요한 것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는데요.

한=천 장관의 지휘권 행사는 긍정적으로 봐요. 불법사항이 아니고, 검찰에서도 가장 고민한 게 왜 우리 나와바리(영역)를 건드리느냐 하는 거였잖아요. 법에 명시된 권한 행사고, 천 장관 말 어딜 봐도 수사하지 말라는 말 없어요.

원칙적 입장에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라는 거죠. 기억력 좋은 분들이 발굴해 올렸지만 김종빈 검찰총장도 취임사에서 불구속 수사의 철저한 확대를 강조했습니다. 과거에는 물건 훔쳐도 구속됐지만 과거의 관행이죠. 구속률 이젠 많이 낮아졌어요. 아직도 높은 편이지만요. 개혁 과정에서 수사 하라 말라가 아니라 하되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으니 불구속 원칙을 지켜라"라는 거죠.

신=만일 검찰이 불구속 기소한다면.

한=법원 결정을 봐야겠죠. 기소할 사안도 아니고, 기소의 유일한 근거가 되는 국보법이 일단 폐지돼야 하니까요. 맥아더 문제가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면 다른 문제지만 국보법 사안은 아니에요. 유일하게 걸 수 있는 게 고무ㆍ찬양인데 한나라당 조차도 개정안 낸 부분 아닙니까.

아리랑 공연을 몇천명씩 구경가고 남북관계가 확대 되는 상황에서 기소하는 것은 강 교수 한 사람의 濚毁낯?문제가 아니라 남북관계의 확대 개선 자체를 막아보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에요. 수사할 사안도 아닙니다.

김=아까 해방 직후 여론조사를 말씀하셨는데 국민의 75%가 강 교수 구속수사 원합니다.

한=그것대로 존중해야죠. 사회제도의 문제는 국민에게 선택권이 있습니다. 정상적이라면 국민들이 선택하는 대로 체제가 되는 겁니다. 하지만 구속 여부 판단은 달라요. 이건 괘씸죄예요. 국보법을 존치해야 하냐라는 질문으로 바꿔야 합니다.

신=수구보수 세력이 위기의식을 느껴 세력집결이라는 '그랜드디자인'을 갖고 강 교수 사건을 키웠다는 한 교수 지적에 대해 김 박사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전혀 동의 않고, 그런 역량이 있는 사람도 없다고 봅니다.

신=강 교수의 주장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물리는 문제입니까.

한=강 교수를 구속하지 않는다고 해서 대한민군 정체성 달라지지 않아요. 대한민국 정체성 문제와 전혀 별개입니다.

김=국체, 정통성, 질서, 통일 방향과 다 걸린 문제입니다.

한=강 교수가 실제 그렇게 주장한 건 아니지만 그분은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도 감옥에 가둬두지 않는 사회의 방향으로의 통일을 원합니다. 조갑제 씨 식으로 얘기해도 구속은 아니라는 겁니다.

김=독일은 왜 나치즘을 주장하면 구속합니까. 나치즘보다 더 심한 게 북한 사회입니다.

한=강 교수가 공산주의를 찬양했습니까. 어디서 했습니까. 글 어디에 공산주의 찬양이 있습니까.

김=공산주의가 역사적 필연이었다는 게 찬양이 아닌가요.

신=그래도 강정구씨가 교수 직함을 갖고 있는데 학계에서 거르면 되지 꼭 구속해야 맛이냐는 학자들 지적도 많은데.

김=제가 구속하자는 것은 아니고, 우리 사회를 보호할 필요가 있고, 그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겁니다.

한=여러 해 강 교수를 가까이서 봤지만,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건 고사하고 저도 위협하지 못할 분입니다. 착하고 순진한 분인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 바쳐가며 민주화운동 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대한민국 정체성이라는 말을 수구세력이 하는 데 대해 저는 엄청난 분노를 느껴요. 군사반란으로 유신체제를 세우고 헌법을 짓밟은 자들이 말이죠. 그러나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은 다른 의견이 있을 때 저 놈 처벌하는 식은 아니라는 겁니다. 왜냐, 영웅 만들어주기 싫어서 처벌 안 해요.

군을 동원하는 계획과 조직적인 선동과 모의였다면 처벌하겠지만, 혼자 분에 못 이겨 떠드는 거 자기 입만 아프게 그냥 놔두는 게 민주 사회입니다.

신=민주화운동을 열심히 했지만 학문적 객관성은 부족한 분들도 있을 수 있어요.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지 않으려면 스스로나 주변에서 학술적으로 그걸 보완하고 수정할 필요 있지 않나요.

한=내 말이 그 얘깁니다. 지식인들이 학문의 논쟁으로 삼자는 거예요. 강 교수도 진지한 반론을 기대한다고 글 끝에 썼잖아요. 그런데 이게 마녀사냥이 되고 검찰 지휘권 문제까지 번져 당혹스러운 사태가 됐어요.

신=마지막으로 꼭 하시고 싶은 말씀들이 있으시면 보충발언 하시죠.

김=우리 현대사 60년을 비교적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성공한 나라고 완전한 나라라고 말하진 않겠습니다. 그러나 유라시아 대륙 전체가 소련 제국주의의 공산화체제의 길을 걸었고, 소련 주변에서 공산주의ㆍ전체주의화 되지 않은 나라가 없습니다.

우리는 북한과 마주하고 60년을 살며 유일하게 공산화되지 않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온 나라입니다. 60년 전 도입한 선거, 다당제, 개인소유권이 그대로 지켜지고 있죠.

그런데 북한과 중국에는 아직 그게 없습니다. 그 의미는 우리가 어렵게 대한민국 끌어왔다는 겁니다. 그 과정을 무시하고 동일한 잣대로 "북한과 공존하자" "북한도 남한과 똑같다"는 양시양비론으로 나가면 아무 문제도 해결이 안 됩니다.

한=인도와 말레이시아도 있어요, 아프가니스탄도 있고. 공산화 안 됐어요. 소련과 국경을 함께 한다고 꼭 공산화된 건 아니었고요. 대한민국의 성공이라는 게 수구세력만의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는 데 굉장히 다양한 과정이 있었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온 겁니다. 그 모든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일부예요.

조갑제도 대한민국의 일부고, 강정구도 대한민국의 일부입니다. 우리가 북과 다른 점을 내세울 수 있다면 경제발전을 이뤘고, 세계화ㆍ민주화를 이뤘고, 건강한 시민사회가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노력한 시민사회의 성숙과정, 그것을 파괴하지 말자는 겁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그것을 넘어가야 해요. 바짓가랑이 잡고 주저앉히지 말고 성숙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신=한 교수는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합니까.

한=한국 상황을 기준으로 보면 진보라고 봅니다. 스스로는 중도진보라고 생각하지만요.

신=김 박사는요.

김=보수라고 생각 안 하는데 언론에서 보수라고 분류하더군요.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신=긴 시간 토론 감사합니다

정리=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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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7-24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년 전 이야기지만, 우리에겐 한참 미래까지도 싸워야할 이야기라 모아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