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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가 뭐예유? ㅣ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8
김기정 지음, 남은미 그림 / 시공주니어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직도 책 읽어 주는 수고를 엄마에게 요구하는 딸 아이에게 이 책을 보여 주었더니, 재미있겠다고 한다.
엄마가 읽어 줄까?
만만치 않은 길이(읽어 주기에는 그렇다)를 보면서 이 책 읽어주면서 또 꾸벅꾸벅 졸면 어쩌나 걱정 했건만, 책이 재미있어 읽어 주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눈을 반짝일 수 밖에!(어찌 책만 보면 잠이 오는지... 남편 왈 : 제발 저녁에는 책 좀 읽지 마라. 말 100% 완벽하게 잘 못 하는 우리 아들 왈 : 엄마는 책만 읽으면 졸고, 맞제 누나? 누나 왈 : 그래, 맞제? 엄마는 잠 온다고 책 안 읽어주고, 아빠는 이제 밤이 늦었으니까 조금만 읽고 자자고 그라고....)
책을 읽으니 중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이 들려 주셨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시험을 너무 잘 쳐서 소원을 하나 말하라고 하셔서 바나나를 사 달라고 했단다. 그 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바나나가 너무 귀하고 비싸서 잘 사는 집 아이들이나 소풍 갈 때 한 두 개 가지고 오던 그 바나나였으니 선생님의 학생 시절에는 그 가치가 더 높았겠지? 시험을 무척 잘 쳤기에 선생님의 부모님은 바나나를 사 주셨고, 선생님은 그걸 아무도 주지 않고 매일 한 개씩 조심조심 까 먹었더란다. 그러다가 결국 그 아끼고 아끼던 바나나가 유통기한(?)을 넘겨 못 먹고 만 애닯은 사연(?)을 들려주셨더랬는데...
금아무개들이 사는 동네, 지오에 서울을 다녀 온 사람이 수박 보다도, 참외 보다도 더 맛있는 과일, 바나나의 이야길 들려준다. 그 이야기와 함께 동네에는 사과는 맛있어, 맛있는 건 바나나...라는 노래도 유행하게 되고. 아이들, 어른들은 바나나는 보지 못했지만 그리움을 키우면서 세월을 보낸다. 얼마나 맛있을까 하는 추측으로 죽으면서까지 "바나나나 먹고 죽어 봤으면!"했을 정도니.
그 지오 마을의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고, 지금의 어른들이 아이였을 무렵. 드디어 지오 마을에 바나나가 나타나게 된다.
집을 통째로 부수었던 커다란 수박과, 아이들 몸통만큼이나 큰 참외가 열리던 지오 마을에 고속도로가 지나가면서 그 소리 때문인지 이제 더 이상 그 신기한 크기의 과일들은 열리지 않고 그저 평범한 크기로 변해가게 되었더란다. 그 고속도로에서 트럭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그 트럭이 고가의 바나나를 싣고 가는 바나나 트럭이었다는 데서 문제는 시작된다. 마을 사람들은 그 말로만 듣던 바나나를 직접 눈으로 보면서 한 송이쯤은 괜찮겠지, 하면서 한 송이, 혹은 여러 송이를 숨겨서 자기 집으로 가고 그 바나나에 얽힌 재미있는 사연들을 하나하나 만들어 내게 된다.(정말 웃기다.)
경찰서에서는 없어진 바나나의 행방을 찾기 위해 마을을 찾아오고, 경찰서로 모두 끌려간(?) 마을 사람들이 떼 놓은 시치미는 경찰서 여기저기에 널려 있더란다.(재미있는 표현이었다.) 거기에 늦게 잡혀 온 기땡이! 아이들은 거짓말 못한다는데, 기땡이가 사실을 말하면 어쩌나 맘 졸였을 마을 사람들. 하지만 기땡이도 공범인지라, 사실을 말할 수 없고 그 시치미를 보태어 둔다. 순경의 말에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하는 말- " 바나나가 뭐예유?"
재미있는 이야기들과 함께 키득거려 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아주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