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비밀과 거짓말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0
김진영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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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중학생이다. 초반부터 나오는 그들의 언어는 이미 구세대인 내가 읽기에는 껄끄러웠지만, 그 또래의 아이들을 빨리 책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을 듯하다. 가령 아이들이 쓰는 "쩐다~"라는 의미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면서 그 말의 뉘앙스가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물었더니 "아주 근사하고 멋지다는 뜻이에요."하며 가르쳐 준다. (우리 아이들은 내가 몰라서 물으면 아주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인기가요 1위가 무엇이냐고 물어도 '우리 선생님은 이렇게 구세대구나!'하면서 타박 주지 않고 아주 신나하면서 가르쳐 주니 한없이 고맙다.) '쩐다, 뽀대난다, 찌질하다, 므흣하다...'뭐 이런 말들은 이들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이해하고 넘어가면 되겠다.  

이 책에 등장하는 거짓말들은 도둑질과 얽혀있다.  

이 책에는 세 도둑의 이야기가 나온다.  

장하리. 식당일을 하는 엄마와 노동일을 하는 아빠 사이에서 행복하지 않은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남에게 꿀리고 싶지 않은 마음만큼은 여느 10대와 마찬가지! 그 하리가 엄마를 찾으러 교회에 갔다가 새로 나온 유명 연예인의 귀한 앨범을 화장실에서 발견하고 그만 가방에 슬쩍 집어 넣는다. 그 앨범은 하리의 마음에 화살을 꽂은 성민이가 좋아한다는 (물론 하리도) 그 연예인의 새앨범이다. 주인을 찾아 주어야 마땅할 남의 물건을 자기 가방에 넣고는 그것을 성민이에게 선물하는데... 이 광경을 끝까지 지켜 본 같은 반 친구인 삐딱순이 예주! 예주는 그것을 무기 삼아 하리에게 좀 더 대범하게 물건을 훔칠 것을 강요한다. 또 다른 도둑인 예주는 하리와는 달리 경제적인 빈곤의 고민은 없다. 너무 많이 가져 더욱 허한(뭐 이런 것을 하리에게 이해하라고 하는 것은 어쩜 잔인한 행동일지도 모르지만, 예주는 부모님의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 덕에 정신적인 고통이 심한 아이다. 한창 사춘기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그 무게도 만만치 않은 법!) 예주 덕(?)에 하리의 도벽은 깊어진다. 그리고 그 와중에 짜릿한 쾌감이 느껴지기까지 한다니.  

성민이에게 슬쩍 한 앨범을 주고, 뽀대나는 성민이의 여친으로 지내보기도 하지만, 성민이와의 이야기는 중심갈등의 양념 같은 것. 하리의 더 큰 고민은 행복하지 않은 그 가정 속에 자기처럼 도벽을 앓는, 아니 어쩌면 자기의 도벽은 유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엄마의 도벽이 있다. 식당에서 일하는 엄마는 각종 양념류들을 슬쩍슬쩍 해 온다. 꼭 필요해서라기보다는 그렇게 함으로써 얻어지는 마음의 위안이 있다는데. 대화가 없는 하리의 가정은 무척이나 위태로워 보인다. 어떻게 이들의 죄를 씻을 수 있을까? 도둑질을 하다 잡힌 딸에게 도둑질을 왜 했냐고 말할 수 없는 엄마, 자신은 크나큰 상처(어린 자식을 먼저 보낸)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하지만, 이 악의 고리를 끊지 않는다면 이들은 전혀 행복해 질 수 없다.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경찰서로 가서 자수를 하는 엄마! 식당 주인들이 고발하지 않아 죄가 성립하지 않으니 데리고 귀가하라는 연락을 받으면서 위태위태한 이 가족은 대화를 시작한다.

다행히 하리가 정신을 차렸다. 자신의 꿈을 꾸기 시작한다. 이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생각할 줄도 알게 되었다.   

질풍노도의 청소년 시기. 모두 하리와 같은 걱정고민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가 가진 고민은 세상 전부일 것이다. 그 고민을 해결해 보면서 우리 청소년은 그렇게 커 나갈 것이다.  

장하리의 장한 성장기! 그냥 눈 가는 대로 손 가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책의 마지막 페이지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할지도 무척 궁금하다.  

*잘난 아이들에게만 관대한 담임의 모습은 씁쓸하다. (좋은 선생님들도 많은데, 이렇게 나쁜 선생님이 더 많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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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수염 쑥쑥문고 11
마해송 지음 / 우리교육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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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나리와 아기별>~ 교과서에서 만났던 이야기로 기억한다. 맘에 드는 그림책으로 하나 사려고 한 것이 제법 두꺼운 동화집으로 사는 바람에 학급문고에서 아이들 사랑을 제대로 못 받은 채 분실되었던 것 같다. 그 이야기를 포함한 저학년 아이들이 읽기에 딱 좋은 단편 동화로 묶여진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이야기에는 여러 편의 동화가 나오지만 그 중에서도 나는 어리석은 자들이 나오는 이야기 몇 편이 밟힌다.  

첫째는 집에 비가 새는데 그걸 해결 해 보려고는 안 하고 "왜 그렇지, 왜 그렇지?..." 하면서 생각(만)하는 아버지요, 둘째는 어른 호랑이가 무서워 하는 곶감(사실은 여우)의 정체를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그들의 굴에 온갖 먹이를 갖다 바치는 호랑이들 이야기(호랑이 곶감)요, 셋째는 계속 성을 쌓으라고 외치다 나갈 구멍도 없이 높이높이 올라만 가서 결국 그 안에서 굶어 죽었다는 학자 토끼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학자들이 지은 집>이다.  

표제작인 <성난 수염>도 그 생각이 기발하다. 감때 사납기로 유명한 감때 영감의 코 아래 붙어 있는 왼편 아홉 가닥, 오른 편 열 가닥의 침으로 배배꼬아 바짝 치겨 세운 수염들. 사람이고 동물이고 가리지 않고 사납게 대하는 감때 영감에게 화가 나서 어느 날 왼편 수염 아홉형제는 감때 영감을 떠나기로 맘 먹는다. 한쪽 수염이 몽창 달아닌 그 모습을 상상하여 보라. 아무리 심술맞은 감때 영감의 얼굴을 대하는 사람들이라도 그 모습에서는 웃지 않을 수 없고 웃는 모습 앞에서 성낼 수 없어 그도 힘없이 히죽히죽 웃고 말았더란다. 감때 영감이 웃으니 동물들도 신이 난다. "웃는다. 우리 집 영감이 웃는다. 메에...."

 짠한 이야기들도 여러 편 만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천사가 지켜 준 아이>가 기억에 남는다.  

어제 저녁 일기예보에서 "내일은 날이 건조하니 불조심을 하셔야겠습니다."하니 옆에서 찬이는 당장 불이 나는 것도 아닌데, 불이 날 수도 있는 거냐면서 무섭다고 눈물을 쭈룩쭈룩 흘린다. 조심하지 않으면 나는 거라고 아무리 이야기 해 줘도 "불 나면 어떡해?" 하면서 우는데 난감! 천사들 와서 찬이 주변에서 지켜 달라 하자며 손 잡고 같이 기도하자고 이야기 해 주면서, 토닥토닥 달래서 겨우 재웠다. (다른 집은 이런 일 없겠지? 우리 집은 종종 있는 풍경이다.) 엄마의 기도로 하루를 마쳤던 옥이는 유괴 당해서도 더 어린 동생들을 돌보면서 그들을 위로하면서 기도를 했고, 결국 기도 덕에 천사들이 내 보내는 불빛이 밖으로 새어 나가 그 장소를 의심한 경찰들에 의해 나쁜 맘을 먹었던 아주머니들이 잡혔다는 어찌 보면 도저히 이해 안 되는 황당한 이 이야기는 나는 왠지 짠 하면서 맘에 남는다. 내 아이도 위험에서 천사의 보호를 받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리라.  

하느님께서 이 세상의 아이들을 다 돌보아 주지 못 하셔서 그 일을 대신할 사람으로 엄마를 세상에 함께 보냈다고는 하지만... 넘쳐 나는 이러한 온갖 위험 속에서 내 아이가 무사하기 위해 많은 천사들이 내 아이의 주변에서 지켜 주기를 간절히 기도하게 하는 그런 동화였다.  

저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동화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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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녀 백과사전 낮은산 너른들 2
김옥 지음, 나오미양 그림 / 낮은산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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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간 개돌이>>로 처음 작가를 만났다. (근데, 이 책은 끝까지 읽지 못 했다. 조만간 다시 만나야겠다.) 

축구를 너무 좋아하는 반 아이가 재미있게 보았다길래 <<축구 생각>>으로 작가를 다시 만났다. 그러다 <<우리 엄마 데려다 줘>>, <<불을 가진 아이>>를 읽게 되었다.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는 작가의 이력 때문에 작가의 책에 관심이 더욱 많이 간다.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 하나를 샀다가 이제서야 읽었다. 대상 연령이 초등학생이 아닌 중1, 2 정도의 소녀들 이야기이며 장편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들의 이야기이며 여러 편의 단편동화로 구성된 동화집이다.  

지금껏 읽었던 여러 책들에서 작가는 한 번도 내게 실망을 안겨 주지 않았다. 이 책 또한 그런 면에서는 무난히 합격점을 통과했다. (아니, 넘친다.)

아이들과 제대로 호흡하고 사는 이야기들, 사춘기로 들어 선 초등 고학년 여학생들의 이야기들을 정말 재미나게 만나 볼 수 있다. 간혹 동화를 읽고 마음이 갑갑할 때가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가볍다.(그래서 좋다. <<불을 가진 아이>>는 참 무거웠는데!) 

요즘 아이들의 최대 관심사! 휴대폰과 이성교제! 에 대한 이야기들이 잘 버무려져서 맛있는 비빔밥 한 그릇 뚝딱 먹은 느낌이다.  

<벨이 울리면>을 읽다 보니 두 가지의 이야기가 떠 오른다. 첫 째는 휴대폰을 너무너무 갖고 싶었던 우리 반 아이의 얼굴. 엄마가 아침 일찍 전화를 해서 아이가 전화기 때문에 울면서 학교 갔다며 마음을 좀 달래 달라신다. 친구들이 다 가지고 있는 전화기가 자기만 없다고 사달라고 졸라서 절대로 안 된다 하셨단다. (아이는 웬만해서는 무언가를 사달라고 조르는 법이 없는 아주 예쁜 딸이다.) 엄마는 초등학생의 전화기 사용은 불필요하다 여기시고 계시고 그래서 아이가 아무리 졸라도 사 줄 마음이 없으며 그것은 중학교 때도 변함없을 거라고 했다. 꼭 필요하지 않은 그 물건에 대해서 아이가 마음을 돌릴 수 있게 이야기를 잘 좀 해 달라셨다. 우연한 기회를 잡아 전화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이의 눈치를 살피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 달 후 아이는 최신폰을 사서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졌다. 결국 엄마가 진 거다. 전화기는 이렇게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또 다른 문화로 자리 잡았나 보다. 초등 1학년 우리 딸도 전화기를 장난감으로 여기고 있으니!  

어느 날 하늬의 예쁜 전화기가 분실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아이들은 모두 전화를 걸어 보라고 하는데, 담임은 전화를 걸어 본 후 신호음을 확인하고는 미술시간 작업 하던 찰흙놀이를 계속 하라신다. 편지봉투를 하나씩 나누어 주면서 찰흙덩이를 잘 뭉쳐서 그 안에 넣으라는 거다. 그리고 그 봉투를 다시 거두어 들인다. 도둑에게 시간을 벌게 해 주는 담임이 답답하기만 한데, 담임은 그렇게 모아 둔 편지 봉투를 확인하고 다시 전화를 건다. 그 봉투 속에서 벨이 울리고, 아이들은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아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 한다.  

어떤 선생님이 앉은 자리에서 오줌을 누고 있는 아이가 있어 주전자를 가져 오는 척하면서 그 자리에서 주전자의 물을 일부러 엎어 버렸다고 한다. (물론 아이들은 모두 눈을 감게 만들고) 그 주인공이 이 선생님을 잊을 수 있겠는가? 아마도 문제의 아이도 '담임'의 깔끔한 일처리로 더 이상 나쁜 마음을 먹지 않을 듯하다. 잔소리 없는 대단한 가르침이다.  

표제작인 <청소녀 백과 사전>의 내용도 맘에 쏙 든다. 제대로 남자 친구를 고를 줄 아는 청소녀 '나'가 대단히 멋져 보인다. 사람의 마음을 읽어낼 줄 아는 것, 그래서 정말 마음씨 곱고 착한 아이들이 이 땅에 넘쳐나서 기를 펴면서 살 수 있었음 좋겠다.  

<철이 데리고 수학여행 가기>는 혼자 키득거리면서 읽었다. 멋지고 믿음직스러운 내 남자 친구 철이가 하나도 믿음직스럽지 않고 멋져 보이지 않는 사연이 정말 재미나게 읽힌다.  

<비밀 정원>를 통해 이 동화집은 아름답게 긴 여운을 남긴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망원경으로만 볼 수 있는 그 멋진 비밀 정원을 많은 친구들이 만나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행복한 글읽기였다. 초등 고학년 가진 엄마들(담임)이라면 한 번 선택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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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르트소녀 2010-01-28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청소녀 백과사전을 읽어보았는데 사춘기 소녀나 딸을 가진 엄마들이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사춘기가 다가오면 잘 보낼 수 있을까요?

희망찬샘 2010-01-29 09:20   좋아요 0 | URL
아직 '춘기'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말? 어여 들어 오세요. 그곳으로. 그리고 자알 넘기기 바라요. (바래요~ 하고 쓰고 싶지만, 맞춤법에 어긋난다 하니... 쓰면서도 무언가 석연찮은 이 기분은 뭘까?)
 
<검고 소리, 처음 독서 습관>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검고 소리 푸른숲 어린이 문학 16
문숙현 지음, 백대승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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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배경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야기는 신비로워진다. 때로는 판타지 동화의 매력까지 함께 가지기도 하는데!  

알라딘 서평 도서로 책이 두 권이나 함께 온데다가 더구나 글이 많은 책이 함께 와서 이 책이 처음에는 썩 반갑지 않았다. 언제 읽나 싶은 생각에 눈이 먼저 게을러 졌다.(사실 그렇게 긴 책은 아니고, 또 진도도 잘 나간다.) 그런데, 먼저 펼쳐 든 남편이 느낌이 좋다고 이야기 하길래 얼른 뺏어들어 읽어 보았다. 흡인력 있는 동화다.  

책 제목을 한참 보던 희망이가 "엄마, 나는 검고 소리라 해서 검은 소리, 뭐 그런 건 줄 알았거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전에 읽은 책에서 거문고라는 우리 악기가 있다는 걸 읽은 기억이 나는 거야. 그래서 검고 소리는 거문고 소리라는 말인 것 같아." 라고 이야기 한다.  1학년의 해석이다.

검고 - 국어사전에는 거문고의 옛말이라고 나와 있으며 삼국사기에는 거문고가 중국 진나라의 칠현금을 고구려의 왕산악이 개조하여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오늘날은 거문고는 고구려의 현악기를 뜻하는 말로 이해되고 있는 것이 정설이라는 해설(선안나)을 보고 용어를 정리 해 본다.  

작가는 고구려니, 왕산악이니 하는 역사속의 장소와 인물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오랜 시간 국악방송 작가로 일한 이력이 있다는 작가는 가우리 나라와 허허벌판 나라, 그리고 궁중 악사장 해을과 가우리 나라를 위기로 부터 구하는 다루가 이야기를 이끌게 만든다. 

황량한 지리적 여건으로 인하여 다른 나라를 침범하고 그 나라에서 얻은 조공들로 살아가야 하는 허허벌판 나라는 칠현금이라는 악기를 만들어 가우리 나라에 선물한다. 허허벌판 나라 백성들의 심성이 담긴 그네들의 악기는 가우리 나라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악기로는 적당하지 못했다. 칠현금의 마지막 줄에 허허벌판의 힘이 들어 있으며 전쟁터에서 몰아치던 피바람이 배어있어 가우리 나라 사람들의 마음에 미움과 원망을 심어 줄 것이라고 했다. 그 악기를 제대로 연주 하지 못 하면 맑은 샘물이 넘쳐나는 가우리 나라를 침공할 빌미로 삼자는 계획이다. 악기를 연주하던 궁중 악사장 해을은 마지막 줄을 연주하면서 깊은 상처를 남기고 악기 연주에 실패하고 만다. 그는 아무래도 가우리 나라의 악기를 새롭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가우리 사람들의 맑고 깨끗한 마음을 담은 그런 악기로 말이다.  

악기를 만들기 위해 왕의 허락을 받고 더진골로 간 해을은 나무와 이야기를 나눈다는 다루라는 아이를 만나게 된다. 나무와 개울을 친구 삼아 사는 아이는 자신의 나무를 베어 악기를 만들려는 해을을 막아 보려다 그의 제자가 되어 피리도 배우고 악기도 배우게 되는데. 그리고 결국 어려움에 처한 가우리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기까지 한다.  

해을은 울림통이 될 나무에 정성을 들이고 7개의 줄을 6개로 바꾸고 줄에 소나무를 괴지만, 소리는 무언가 아쉽기만 하다. 그 때 다루가 나뭇가지를 하나 들고 줄을 뜯기 시작하는데, 그 소리는 이전의 소리와 다르다. 왕은 이렇게 완성 된 가우리 나라의 악기에 '검고'라는 이름을 내린다. 하늘신의 악기라는 뜻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 악기로 하늘신에게 제사를 지내지만, 하늘신은 응답하지 않는다. 급한 마음에 때가 아닌 때를 골랐기도 했지만, 악기는 온전한 가우리 나라의 악기로 아직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사를 실패했다는 이유로 해을은 감옥에 가고 마지막을 다루에게 부탁하는데. 다루는 조공을 바치러 가는 사신들 틈에 끼여서 칠현금이 가진 비밀을 알아내려고 먼 길을 나선다. 그곳에서 타마 공주의 도움이 없었다면 다루는 맡은 바 목적을 이룰 수 없었으리라. 모두가 평등한 가우리 나라와 달리 허허벌판 나라에는 신분의 차이가 있었다. 칠현금은 줄이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좁았는데, 평등한 나라 가우리의 소리를 담기 위해서는 줄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리라는 결론을 얻고 다루는 가우리 나라로 돌아온다.  

뒤쫓아 온 허허벌판의 왕과 병사들도 다루의 연주앞에 무기를 모두 떨어뜨리고 마는데... 음악이 딱딱한 마음에 내려 앉아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두 나라의 평화를 가지고 오는 순간이다.  

쓰다보니 뜻하지 않게 이야기의 줄거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말았다.  

사실 이야기의 초반부터 과연 어떤 갈등구조로 어떤 이야기를 펼쳐서 검고(거문고)의 탄생을 이야기 할까 무척 궁금했다. 작가의 개인적인 상상력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니 참으로 감탄스럽다. 구구한 설명은 필요없을 것 같다. 또 다른 독자가 읽어보고 느껴보면 좋겠다. 이 책이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이야기의 재미도 재미였지만, 이 책의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독특한 그림은 책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는 상당한 멋스러움이 있다. 그림책도 아닌 이 책의 그림에 마음을 한참 빼앗겼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페이지 하나를 흔적으로 남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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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사바나 미래의 고전 8
명창순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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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일까? 읽은 지는 오래되었는데 좀체로 리뷰가 써지지 않았다. 그 덕에 책을 다시 한 번 더 읽었다.  

이 이야기의 중심 인물은 생각하는 소나무라는 별명을 가진 소남우이다. 남우는 친구들과 함께 한밭시 최초의 동물원 개장에 앞서 동물원을 둘러 보고 싶어 절친 태완이가 주도하는 동물원 탐험대에 들게 된다. 메주 미주와 찌그러진 양동이 양동우, 이렇게 모두 넷이다.  

탐험대가 찾은 곳은 사바나 원숭이 우리였다. 그곳에서 동우는 묘한 느낌을 선물 받는다. 동물들이 하나둘 새 동물원으로 이사를 오고 마지막으로 유인원사 동물들이 동물원으로 들어 오는데 그 때 남우는 사바나 원숭이를 만나 차가 속도를 늦추는 틈을 타 사과를 하나 선물하기까지 한다.  

그러던 중 사바나 원숭이가 우리를 탈출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남우는 아기 원숭이니까 엄마를 찾으러 나갔을 거라고 생각한다.(하나의 복선이 깔리는 시점이다.) 아기 때부터 엄마의 부재를 경험한 남우는 어린 시절 병으로 아빠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지금은 할머니와 의지해서 살고 있는 조손가정 아이다. 학교에서 첫 어버이날 '부모님 발씻어 드리고 그려오기' 숙제를 받았을 때의 난감한 기분, 이어지는 가족사진 가지고 오기, 부모님 어린 시절 이야기 듣기, 태몽 알아오기 등의 숙제는 남우를 힘들게 하면서도 성장시킨다. 결손 가정 아이들이 겪는 그 마음의 고통을 남우 덕에 조금 더 헤아리고 배려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우에게는 지긋지긋한 5월 가정의 달이다.  

엄마는 미국에 공부를 하러 갔단다. 그러다가 미국에서 돈을 번다 하시더니 할머니는 이제 엄마가 미국에서 아파서 치료를 마쳐야지 온다고 말씀하신다. 더 이상 엄마에 대해 물어보지 말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남우는 더욱 자라 있는데, 그렇게 잊으려 해도 잊어지지 않는 엄마가 남우를 만나고 싶어 한단다.  

엄마를 찾아 나섰을 것 같은 사바나 원숭이의 생포를 방해 하면서 동우는 원숭이와의 만남을 기다리는데, 결국 원숭이는 동우의 집 헛간에 찾아들었다가, 다른 집으로 가서 이웃 아저씨(부스스 아저씨)의 신고로 다시 동물원으로 가게되고 만다 . 

엄마를 만나 남우가 가고 싶은 곳은 바로 사바나 원숭이의 집, 동물원이다.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좋은지 나쁜지 헷갈리는 남우가 원숭이에게 자기의 마음을 얘기할 수 있어 다행이다. 자꾸만 시계를 들여다보는 엄마가 불편하기도 하겠지만, 기억나지 않는 엄마의 얼굴을 볼 수 있어 남우는 분명 행복했겠지!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도 어린이대공원에 동물원을 준비 중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개장이 쉽지 않은 듯하다. 어린 시절 특별한 날 동물원 구경을 가면서 무척 신기했던 기억, 그 기억은 고등학교 때 무참히 짓밟혔었다. 친구가 동물원에 놀러 가자고 해서 찾은 그곳은 사람도 없고 똥 냄새만 잔뜩 나는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장소가 되어 있었다. 아마도 찾는 손님이 없다보니 경영상 목적으로 관리가 안 되어 그랬나 보다. 지금은 그 동물원 마저 문을 닫아 이 곳에서는 동물원 구경을 하기 어렵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동물원에 간절히 가고 싶은 희망이의 얼굴도 자꾸 겹쳤지만,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또 다른 남우들이 생각났다. 그들에게 교사로서 해 줄 것이란 과연 무엇일까? 솔직히 제대로 해 준 것은 하나도 없구나. 단지, 그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일밖에는.  

남우는 사바나 원숭이를 통해 가슴의 응어리를 풀어갈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또 다른 남우들도 그 무엇을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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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1-17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창순 샘의 '울어도 괜찮아'도 추천할 만해요.

희망찬샘 2010-01-18 06:31   좋아요 0 | URL
명창순 선생님 책은 처음으로 읽었습니다. 순오기님 추천은 믿을만 하니까 기억 해 두겠습니다. (추천 해 주셨던 모든 책들이 너무 좋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