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처럼 잠만 자는 공주라니! 돌개바람 17
이경혜 지음, 박아름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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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 딴지걸기2'란다. 그럼 1은 뭐지? <<심청이 무슨 효녀야>>라는 책에 대해 언젠가 다른 이의 리뷰를 읽은 적이 있었고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1을 읽기 전 2를 먼저 만났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라는 책을 읽고 바람의아이들 출판사와 작가 이경혜를 마음에 담아 두었는데, 다시 이 둘이 짝을 이루었다. 책을 펴기 전부터 기대만땅이었다. 

이야기는 모두 네 편이다.  

<바보처럼 잠만 자는 공주라니!>, <왕자로 변하면 싫단 말이야!>, <사람이 인어가 되면 안 되나?>, <신데렐라, 왕자한테 반하기는 했니?>가 그것. 이 제목만으로 원작을 헤아려 볼 수 있으리라.  

<바보처럼 잠만 자는 공주라니!>를 읽으면서 나의 어린 시절에는 정말 비판없이 책만 읽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공주'가 맡은 역할이란 너무 수동적이라는 것. 물레에 찔려 100년 동안 잠만 자다가 왕자의 입맞춤에 깨어나 깨어준 것에 감사하며 결혼을 하다니(멋진 왕자님에게 한눈에 반해서 말이다.)... 이게 말이 되냐고요. 

<왕자로 변하면 싫단 말이야!>에서는 갑자기 슈렉의 '피오나 공주'가 생각난다. 아름다운 공주의 모습으로 변하여 이야기가 헤피엔딩으로 끝나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저버리고 못난이 피오나 공주의 모습으로 남아 그 둘은 행복했더란다~ 라는 마무리는 사실 처음에 충격이었다. 하지만, 이런 마무리에 익숙치 않은 우리에겐 충격과 동시에 신선한 새바람이었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외모가 아니라고 봤을 때 야수가 자신의 야성미를 사랑한다면 야수로 남아있어도 아무 문제가 없지 않겠는가. 거기다 아름다움이라는 올가미에 묶여 자신의 아름다움조차 즐기지 못하는 벨르에게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까지 선물하였으니 정말 멋진 야수가 아닐 수 없다. 

<사람이 인어가 되면 안 되나?>에서는 인어공주에게 반한 착한 막내 왕자가 어머니께 부탁하여 바늘로 콕콕 찌르는 고통을 참아가며 두 다리 대신 인어의 물고기 다리를 가지고 바닷 속으로 들어가는 이야기다. 원작이 그랬던 것처럼 말을 할 수 없었던 왕자는 공주에게 자신의 사랑을 이야기 하지 못 하고 공주의 결혼 날짜는 다가온다. 왕자가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날도 다가오는 것이다. 마법사에게 얻은 진주를 인어공주에게 먹이면 왕자는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다지만, 사랑하는 이에게 그렇게 할 수는 없는 일. 왕자가 선택한 길은? 그리고 그 결말은? 각자 한 번 상상해 보시기 바란다. 

<신데렐라, 왕자에게 반하기는 했니?>를 읽으면서 그렇구나! 그 둘은 첫눈에 반하여 사랑을 하였더란 말인가! 하고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신데렐라는 춤추기를 좋아하는 아이로 나온다. 왕자를 만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춤이 추고 싶어서 궁중 무도회에 참석하게 되고 신데렐라의 비단신을 찾아주려고 나타난 왕자의 성격은 괴팍하기만 하다. 궁중 무용수 로한은 신데렐라의 춤에 반하여 그 둘은 함께 아름다운 춤을 추는 유랑 무용단을 만들었다. 두 사람의 춤이 너무나도 유명해지자 왕자가 그들을 다시 불렀다는데... 그들은 갔으려나???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가 이미 활자화 되었지만, 이 이야기가 좀 더 말랑말랑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자신이 옛이야기에 딴지 걸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듯이 이 이야기를 읽은 독자들이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또 다른 결말을 만들어 보고 또 다른 갈등을 만들어 보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보라고 이야기 한다. 이전 우리의 구비 문학이 그렇게 해서 여러 갈래의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하였듯이 말이다.   

두껍기는 하나 글씨가 제법 크고, 이야기가 재미있어 금방 읽을 수 있으니 저학년이라도 무리없을 듯하다. 아이들이 참 좋아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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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길고양이 - 제8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미래의 고전 21
김현욱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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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수상작이니 책의 내용은 좋으리라 생각헀다.  

단편동화들이니 하나하나의 이야기는 부담없이 만날 수 있어 술술 잘도 읽혔다.  

그런데 그렇게 읽다가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눈앞이 뿌해진다.  <슬픔을 대하는 자세> 때문이다.  

책의 후반부에 위치한 이 이야기는 아빠를 겨울산에서 잃은 두 남매의 이야기다. 가족을 남겨 두고 먼저 간 아빠가 한없이 미운, 지금 사춘기 정도 되었을 누나와 이제 갓 학교 생활을 시작한 남동생의 슬픔을 대하는 자세를 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고생하시는 엄마를 위해 나레이터 모델 누나들이 신장개업하는 가게 앞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듯이 종이 상자를 뒤집어 쓰고 로봇처럼 꾸미면서 엄마 가게 손님을 끌기 위해서 부끄러움도 생각지 않고 춤을 추는 동생의 모습을 바라보는 누나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래, 그렇게 이겨내야 한다. 그래야 살아낼 수 있으니 말이다.  

<대장이 되고 싶어>는 가장 유쾌한 동화였다. 늘상 이웃 형아에게 밀려 대장을 하지 못 하던 종유가 동생 지유와 함께 보물원정대가 되어 보물을 찾아 나선다. 공주가 되고 싶은 지유는 시도때도 없이 공주변신을 하려 해서 종유를 곤란하게 하는데, 성민이 형이 나타나 자신의 대장 자리를 빼앗으려 하자 "우리 오빠가 대장"이라고 말해주고, 지금까지 오빠 덕분에 악당을 잘 피해왔다고 말해주어 진한 가족애를 보여준다. 보물 원정대는 '엄마'라는 보물을 찾아 무사히 본부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가슴 따뜻하게 전해졌다.  

표제작인 <도서관 길고양>이는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와 책을 읽히고 싶은 엄마 사이의 갈등을 다룬 동화인데, 도서관 사서인 엄마가 다미에게 1주일 동안 도서관에서 견디면 남은 방학 동안의 자유를 허락한다는 약속을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래도 도서관에서 1주일을 있는데, 지가 아무리 그래도 책 하나 안 읽을 수 있겠느냐는 엄마의 계산은 실패로 돌아갈 것 같았는데, 도서관에 나타난 길고양이의 흔적 때문에 다미의 도서관 나들이는 흥미로워지기 시작한다. 길고양이의 흔적이 보이는 창작동화가 있는 808.9ㅊ 구역에서 다미는 3가지 증거물을 확보하는데. 바닥에 덜어져 있는 흙덩어리와 다 낡아 빠진 깃털 하나와 바닥에 나뒹둘고 있는 갈색 털뭉치~ 배고픈 고양이와 비둘기의 격투장면까지 떠올려 보며 도서관 길고양이의 모습을 상사하면서 그 고양이를 자신이 길들이고 싶어하는 다미~ 그러나 그 길고양이의 정체를 밝히면서 다미는 절대로 읽지 않을 책을 읽게 되는데... 길고양이의 정체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내던 편의점 직원이었던 미스박 아줌마가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속상한 민주의 이야기는 <하늘에 세수하고 싶어>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엄마를 대신한 자리를 늘상 민주에게 열어주고 있던 너무나도 좋아하던 '미스박 아줌마'가 엄마가 된다는 것은 민주를 혼란에 빠뜨리는데... 좋은 것인지, 싫은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픔없이 타인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춘기 민주가 어려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바라보면서 응원의 박수를 함께 보냈다.  

심사평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나머지 이야기들도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수작이다.  

나도 이런 동화 쓰고 싶은데... 하면서 작가 이력을 보니 모두들 전문적인 글쓰기 수업을 받았다. ~ 아카데미, ~작가교실 같은 과정을 거친 것을 보면서 이것이 작가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인가 싶기도 하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 이야기 구성력이라든지 글쓰기 실력이 확실히 달라질까 궁금하기도 하고. 글 잘 쓰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을 다시 한 번 더 느끼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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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눈높이 책꽂이 18
고정욱 지음, 원유미 그림 / 대교출판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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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콘서트를 다녀왔다. 지난 수요일 거제동 성당에서 이희아양의 음악회가 열렸다. 그곳 주임 신부님과의 특별한 인연이 있는지, 지역 주민 대상으로 무료 연주회가 열렸다. 조그만 성당 안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강당, 마당까지 대형 화면을 설치하여 연주회를 볼 수 있도록 해 두었는데, 1000명을 예상했는데, 998명 정도 와서 자리가 조금 남았다고 이야기 하시는 신부님~ 다른 공연에 가면 이렇게 가까운 자리에서 희아를 볼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실 때는 모두 고개를 끄덕끄덕~

피곤하다고 우리보고 오라 이야기 하지 않으려 했다는 어머님은 엄청난 아이들을 보고 만약 희망이를 오라 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속상했을까 하고 이야기 하셨다. 희아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작은 우상인 것을 어머님은 모르셨던 거다.  

베토벤의 환희를 시작으로 곡 사이사이에 들려주는 이야기들과 노래들~다른 연주회와는 다른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거제동 성당의 주보성인이 파티마의 성모인데, 희아양은 자신의 세례명이 파티마의 성모 발현을 발견한 꼬마 아이였던 히야친따라고 이곳이 더욱 정겹다고 했다. 그리고 2014년이 성모님 발현 100주년이 되는 해인데, 그 때까지 자신이 살아있게 된다면 그곳을 꼭 방문하리라는 이야기를 했다.  

어머님이 들려주시는 희아양의 이야기는 정말 감동이었다. 희아를 이렇게 웃게 만든 사람이 어머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어머니에 대해서 사실 이런저런 생각을 공연 전에 했더랬다. 희아의 무대를 함께 지켜보면서 어머니가 얼마나 가슴을 졸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힐끗 엿보니 희아의 노래 부르는 장면에서 함께 미소지으시면서 응원을 하고 계셨다. 마지막에는 어머니와 매니저를 무대 위(성전의 제단 위)에 불러 다 함께 '홀로 아리랑'을 부르며 통일을 기원했다.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를 바라보는 정상인들의 "불쌍하다. 안 됐다."는 마음이 오히려 미안할 정도로 어머니와 희아는 용감했다. 하느님께서 희아에게 주신 가장 큰 재능은 피아노 재주가 아니라(피아노는 손가락의 힘이 없어 그 문제를 해결해 보기 위해서 시작하였다고 한다.) 낙천적인 성격이라고. 자신의 손가락이 4개밖에 안 되어 숫자도 4 이상에는 관심이 없다시며 웃는 두 모녀. 소팽의 즉흥 환상곡을 치기 위해 2년을 연습하고 전문가를 찾아 갔더니 "희아야, 도대체 니가 친 곡의 제목이 뭐꼬?" (부산분!) 하더란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밥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을 아껴 5년을 넘게 연습하여 지금 그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아프고, 열심히 살지 못해 미안하고... 

아이들에게 희아양을 만나고 온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희아 어머니께 듣지 못한 이야기를 줄줄이 해 준다. 생각보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많다. 나도 책을 꼭 읽어야지 생각했다. 그리고 또 미루고 있는데... 재진이가 책을 가지고 와서 친구들이랑 함께 돌려 읽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학급문고에 이미 있는 책인데... 하면서도 가지고 온 성의가 갸륵하여 아이들에게도 깨끗이 돌려 보라고 이야기 하며 책꽂이에 꽂으려는데 "선생님은 읽으셨어요?" 한다. 재진이에게 그만 딱 걸리고 말았다. "선생님부터 읽으셔야죠!" 그래서 재진이 덕에 이 책을 읽었고, 어린 희아를 책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책 뒤에 적혀 있는 희아의 홈페이지도 방문해서 응원의 글도 남겼다. http://www.heeah.com/board/02.asp?mode=view&pidx=3501000&pdepth=0&nP=1&schk=&skey

희아양 덕에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느님을 찬양하며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사는 두 모녀의 모습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자세한 이야기는 책으로 만나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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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괴물은 정말 싫어! 작은도서관 31
문선이 글.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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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싫어하는 시험, 거기다 그 싫은 시험을 적당히 컨닝할 수 있는 투시기! 뭐 그렇고 그런 이야기! 읽으면서 살짝 시시하다 생각하며 정말 기대없이 주루룩 넘겼다. 그래도 작가는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양파의 왕따 일기>>를 썼던 대단한 분인데, 너무 식상한 소재를 들고 와 이렇게 나를 실망시키는구나!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야, 이거!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겠다 싶은 감이 팍 온다.  

일단 작품의 소재가 저희를 온통 지배하고 있는 공부, 시험이다. 주인공은 공부를 무척 잘 하는 아이가 아니라, 시험 성적으로 엄마에게 끊임없는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우리네 보통 모습이다. 거기다 공부 잘 하는 아이(서현)가 가지는 나름의 고뇌까지 잘 풀어 두었다.  

엄친딸인 서현이와 비교 당하느라 힘들고, 학교에서는 나쁜 성적으로 선생님에게 꾸중듣고 나머지 공부를 해야 해서 힘든 준석이에게 어느 날 꿈같은 일이 생긴다. 이상한 시계를 주운 것이다. 그것이 왜 이상한가 하면 과거로, 미래로 왔다 갔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과거, 미래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다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미래를 가 보고 싶어 하지 않겠는가! 과거는 점쟁이도 맞추지만 미래는 그렇지 못하다 하니! 준석이가 선택한 미래는 시험지를 미리 보는 거였다. 단짝 친구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살짝 가르쳐 주면서 미리 공부를 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그리하여 뿌듯해 졌더란다. 그런데, 준석이네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까지 시험을 잘 쳐서 선생님의 의심의 날을 서게 만들고 마는데. 시험을 잘 치는 녀석들이 선생님이 내 준 문제는 제대로 못 푼다며 선생님은 단체 컨닝을 의심하기도 한다. 의심을 사면 안 되니까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느낀 그들은 함께 모여 열공하는데... 문제는 간단한 것 아닌가? 시험을 잘 치려면 열공하면 되잖아. 그런데, 그 와중에 항상 100점 받는 서현이가 마지막에 살짝 답안을 고치는 것을 보고 마는데! 1등을 해도 100점을 받지 못했다고 더 큰 물에서 더 많은 이들과 경쟁 하려면 틀리면 안 된다고 야단치는 부모들이 간혹 있는 것 같다. 서현이처럼 말이다. 인생은 장거리 경주라는데, 단거리에서 아이 힘을 이렇게 쪼옥 빼면 안 되는데... 어른들도 이 책 읽고 함께 반성 해 보면 좋겠다 싶은 맘이 든다.  

그런데로 일은 잘 풀려 가는 것 같다. 미리 시험문제를 알고 하는 공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되었고 그 덕에 좋은 성적을 얻게 되었으니.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시간 경찰관 아저씨 때문에 시간 투시기를 함부로 사용한 죄로 모두들 미래 감옥에 갇혀야 할지도 모를 처지에 놓인다. 그런데, 준석이와 그의 친구들만이 아닌 그 학급의 모든 아이들이 다 죄가 있다는 거다. 우리끼리만 알자는 비밀은 너만 알고 있어! 라는 말과 함께, 한 아이 두 아이 입을 건너 우리 반 아이 모두가 알게 되었던 것.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너희 입을 벗어난 순간 세상에 비밀은 없단다 하고 이야기 해 준다. 가끔 아이들이 저 좋아하는 여자 친구 이름을 말했는데, 그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소문 냈다고 막 열 내며 싸우는 장면을 본다. 내게도 선생님만 아세요~ 하면서 이야기 하고는 정작 본인이 오만 아이들에게 떠벌리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면서 우스운 장면이다.) 

아이들이 서로 도와가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본 시간 경찰 아저씨는 자신이 옷을 벗을 각오를 하면서까지 아이들에게 지금처럼 친구들끼리 서로 도와 가면서 열심히 공부하면 성적은 저절로 좋아질 것이고, 굳이 미래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되겠다고 이야기 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질끈 눈감아 주어야 할 일도 있다는 아저씨 말씀~ 와 닿는다. 그런데, 감옥에 가기를 두려워 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시험 감옥에 갇히나 미래 감옥에 갇히나 뭐 그게 그거 아니냐며, 자신들이 없어져봐야 엄마들이 자기들 귀한 줄 안다면서 자신들도 제발 데려가 달라고 한다. 아이들이 단체로 환호성과 함께 없어져 버리고 마는데... 

세상이 이렇게 밝은 것은 즐거운 노래로 가득찬 것은 집집마다 어린해가 자라고 있어서다. 그 해가 노래이기 때문이다. ♬ 

아이들에게 책을 왜 읽냐고 물으니 어떤 아이가 즐겁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 책 또한 그런 즐거움까지 함께 안겨 주는데, 준석이의 엉터리 답과 함께, 항상 준석이에게 공부 하라는 소리만 했던 엄마의 어린 시절 엉터리 답이 닮은 꼴이라는 데에서 묘한 안도감이 느껴진다.   

준석이 시험지 : 거북선을 만든 사람은? / 죽었다. // 옆집 아줌마가 사과를 주셨을 때 뭐라고 해야 할까요? / 뭐 이런 걸 다. //엄마를 도와드리면 엄마가 뭐라고 할까요? / 난 네가 들어가 노는 게 도와 주는 거야.  
엄마의 시험지 : 한글을 만든 임금님은? / 돌아가셨다. // 옆집 아줌마가 떡을 가져왔어요. 어떻게 인사 하나요? / 떡 안 사요. // 조선시대 신분 중 가장 낮은 것은? / 쇤네 // 개미를 삼등분하면? / 죽는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가 부모들의 마음에도 쏙 들 것이다.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얻어진다는 것을 아이들이 유쾌한 책읽기를 통해 느낄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말이다. 엄마의 잔소리와는 질이 다른 공부 권하기라~  

이 책을 잡은 아이는 아마 책을 놓지 못하고 끝까지 읽고 싶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어서 권해 봐야겠다.  

덧붙임)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을 보는 재미도 짱이다. 그림작가만 해도 괜찮을 멋진 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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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왜 텔레비전에서 본 건 다 기억하면서 수업 내용은 다 잊어버릴까?
    from 도서출판 부키 2011-07-22 13:18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지과학자이자 버지니아대학교 교수인 대니얼 윌링햄이 오랫동안 계속해 온 뇌와 학습, 기억에 관한 연구를 교육 현장에 연결한 소중한 성과물이 바로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입니다.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시험에 꼭 필요한 기술은 어떻게 익힐 수 있을까? 반복은 유용한 학습 방법인가? 학생들이 과학자나 수학자
 
 
 
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9
이규희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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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온 그림책 <<꽃 할머니>>를 통해 처음으로 위안부 할머니의 아픔에 대해서 시간 내어 생각 해 보았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하고 어렴풋하게 느꼈던 것들을 그림책을 통해 다시 만나니 또 다시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러던 중 다시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동화를 만나게 되었다. 말이 안 되는데... 누가 생각 해 보아도 말이 안 되는데, 왜 여전히 이 할머니들이 억울한 세월을 보상 받지 못한 채 이렇게 여전히 억울해야만 하는 걸까? 

그러면서 책을 읽다가 갑자기 이 할머니들이 모두 돌아가시면 역사적 사건의 증인들이 모두 다 사라지면, 그럼 이 일은 어떻게 되는걸까에 생각이 미치니 갑자기 더 많은 걱정이 밀려온다.  

이 책은 작가가 강서구의 한 임대 아파트에 사시는 황금주 할머니를 만나 그 분의 증언을 바탕으로 쓴 글이라고 한다. 꽃다운 나이에 피어보지도 못 하고, 부끄러워 고향에도 돌아가지 못 하는 할머니는 이제 다시 아이가 되어(치매로 요양원에 계시다고 한다.)버렸다. 전쟁통에 버려진 고아들을 거두어 가족이 되어 사신 할머니의 파란 만장한 이야기는 은비라는 아이를 통해 액자소설 형식으로 빌어 이야기 되고 있다.  

은비는 옆집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옆집 할머니를 귀신 할머니, 이상한 할머니라 생각한다. 어느 날 밤길에서 성폭행을 당할 뻔 한 은비. 무사히 빠져 나왔지만 그 찜찜한 기분은 털어버릴 수가 없다. 그러다 할머니가 미국 가시는 동안 집에서 키우는 화분에 물을 좀 줬으면 하시면서 은비에게 집 열쇠를 맡기신다. 그러면서 할머니의 비밀을 알아가게 되고 자신 또한 아무 잘못 없는 자신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찜찜함을 털어 버린다. 무섭기만 한 할머니가 이웃 사촌을 넘어 가족없는 은비네와 가까이 지낼 수 있게 되어 안심이 되었지만... 아프신 할머니를 위해 이제 은비가 할 수 있는 일은 할머니가 가족처럼 돌보시던 꽃나무들을 돌보는 것이다. 좁은 임대아파트에 35개의 화분을 놓을 수 없다는 엄마! 하지만 은비의 마음을 이해하신 아빠는 선반을 만들어 주신다.

숨겨 둔 자신의 과거를, 앞서 증언하러 나오신 할머니들을 보고서 용기내어 증언하셨던 황금주 할머니. 이 땅의 많은 꽃할머니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죄인 아닌 죄인이 된 그들에게 우리 모두가 죄인인 것을. 아주 소극적이나마 아이들과 이 억울한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부터 해 보아야겠다. 책을 가지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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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8-21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있어요. 너무 슬플 것 같아서 밀어두고 있었는데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희망찬샘 2010-08-21 16:52   좋아요 0 | URL
읽으면서 슬픈 것을 넘어서서 그분들께 죄송한 맘이 가득해 지더라구요. 그러면서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제 자신이 한심할 뿐이지요.

bookJourney 2010-08-22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파요.
이 분들이 모두 돌아가시기 전에 하루 빨리 억울함을 풀어드려야 할텐데요 ...

희망찬샘 2010-08-25 06:10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근데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의 방관자잖아요. 저를 비롯한. 그래서 힘겨운 싸움이에요.

같은하늘 2010-08-25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기억해야할 가슴 아픈 이야기에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