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1 -  약통(밴드, 연고, 파스 등)
서랍 2 -  바늘쌈지, 옷핀, 단추 등
서랍 3 -  전자계산기, 줄자
서랍 4 -  향, 아로마양초, 에센셜 오일 기타
서랍 5 -  핸드폰 장식품, 열쇠고리, 미니어처
서랍 6 -  책꽂이, 스탬프, 북다트, 스티커
서랍 7 -  우표, 포스트잇, 메모지, 엽서, 카드
서랍 8 -  지우개, 연필, 칼 , 가위, 테이프
서랍 9 -  주하 전용
서랍 10 -  책장수 님 전용


'열 개의 서랍이 달린 트롤리'는 두어 달 전 인터넷 모 가게에서 보고
찜해 놨는데 계속해서 품절이다.
알라딘 기프트숍에 들어오면 얼마나 좋을까.

일은 하기 싫고 멍한 오후, 열 개의 서랍에 뭘 넣을까 궁리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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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말 갖고싶은걸요
    from 텅빈 책꽂이 2007-07-06 14:34 
    어디에서 얼마에 파는지, 정확한 크기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갖고싶네요. 저거 사게 되면 현관 앞에 놓고(울집 현관 너무 작아 저거 둘 자리나 ...
 
 
비로그인 2007-07-05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이쁘다. 저렇게 용도를 나누어 쓰면 정말 좋은 트롤리인데요. (웃음)
흐음~ 검은색도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

paviana 2007-07-05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로드무비님 전용은 없어요?
설마 8개가 모두 무비님 전용인가요

로드무비 2007-07-05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 님, 서랍 두 개도 큰맘먹고 양보하는 건데요.=3=3=3

L-SHIN 님, 깜장 서랍이 필요하다고요?
두 개는 검정 매직으로 색칠해서 쓰시지요.^^
(지금으로선 제가 제일 갖고 싶은 물건이 저겁니다.)

비로그인 2007-07-06 00:39   좋아요 0 | URL
헉...깜장 매직으로 칠하라니요..(어질~) =_=

로드무비 2007-07-06 13:28   좋아요 0 | URL
L-SHIN 님, 헤헤 제딴에는 유머랍시고.
그런데 삐지면 그런 표정이 되세요? 귀여우셔라.^^

nada 2007-07-05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퀴가 달려서 주방에서 쓰기 좋겟어요. 열 개를 다 먹을 걸로 채우는 거죠..하하(먼 산)
얼른 재입고되기를 기원합니다.

BRINY 2007-07-05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10x10인가요?? 근처 아웃렛에서 3~5단짜리는 봤는데, 이게 더 끌리네요. 늘 큰방에 펴놓은 상 위에 이것저것 잔뜩 늘어놓고 있다가 손님 오면 허둥지둥 작은방에 옮겨서 쌓아놓는 건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그냥 깔끔하게 저거 끌고 왔다갔다 하고 싶네요.

마태우스 2007-07-06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사진 넣을 공간은 어디인가요?? 제 맘대로 고를래요 4번!!^^

2007-07-06 0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7-06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생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참 좋아요. (제목도 어딘가 시적이에요!)

향기로운 2007-07-06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 제목이나, 에세이인줄 알았어요^^ 제목보구요~^^* 그나저나 유용하겠네요^^ 이뻐요~

로드무비 2007-07-06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 님, 헤헤, 그건 색이 흐릿해서 성에 차지 않는군요.
옥션 검색해 봤습니다. 저 색 곧 입고 된다고.
정말 고맙습니다요. 넙죽.( _ _ )

향기로운 님, 남편은 세탁기 바꾸자고 조르는데,
전 저런 소품에나 한눈 팔며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답니다.ㅋㅋ

네꼬 님, 제가 처음 본 가게에서는 상품 이름이 저거였어요.
지가 바꾼 게 아니고요.^^
(님이라면 칸칸이 뭐뭐 넣으실 거유?)

크레용과 색연필 님, 여기저기 이런저런 서랍이 얼마나 많은지
서랍에 관해 따로 정리한 기록이 필요합니다.
나중엔 그 기록을 정리한 기록이 또 필요하겠지요?
님과 아이 방도 아기자기한 걸로 만땅인가 봅니다.^^

마태우스 님, 에에 가설라무네, 4번이라고요?
위에서 4번 하세요. 밑에서 4번 빨간색 서랍은 양보할 수 없습니다.=3=3=3

브리니 님, 오토라는 곳인데요.
메일로 소식이 와서 알게 된 가겝니다.^^

꽃양배추 님, 간식 전용으로 저 트롤리 한 개 더 살까요?
껌, 사탕, 초콜릿, 마시멜로, 문어다리, 육포 기타 등등 한 칸에 하나씩 가득.^^







딸기 2007-07-06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오오오오옷 갖고시포요!!!

로드무비 2007-07-06 15:10   좋아요 0 | URL
같은 인종 발견! 반가워라.=3=3=3

홍수맘 2007-07-06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우리집을 위한 상품이예요.
워낙 잡동사니가 많아서리...

로드무비 2007-07-08 16:29   좋아요 0 | URL
홍수맘 님, 우리 집과 사정이 비슷하신가 봅니다. 호호~

누에 2007-08-17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 - 분류계획을 세우며 밤잠을 설치겠는걸요. 갖고싶어라.

로드무비 2007-08-20 10:57   좋아요 0 | URL
누에 님, 분류계획이 더 즐거울 것 같아요.^^
 

-나는 인간이 범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죄를 저질렀다. 나는
행복하지 못했다
(보르헤스)

오래 전 나의 여동생은 몇 년째 뻔뻔한 얼굴로
용돈 좀 나눠쓰자고 요구하는 나에게
"언니 니의 그 자부심의 근거는 무엇이고?"하고 물었다.
"내가 뭐, 그리 잘난척한 게 있다고 그라노." 하고 어물쩍 넘어갔지만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분명 그런 게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근거 없는 자부심과 관련하여 생각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어느 해 대선을 앞두고 내가 받는 월급의 두달치를 주겠다며
퇴근 후 자신의 오피스텔(1인 출판사)에서 한 달여 숙식하며
모 대통령 후보 부인의 책을 만들자는 제의가 들어온 걸 거절했다.
한강변 그 오피스텔의 전망이 무지 좋아서
이런 곳에서 그런 경험을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이 뭐 그리 엄청난 제안인 것처럼 거들먹거리며 잘난척하는 모습에
순간적으로 내린 결정이었다.(자기가 영부인인 것 같았다.)
내가 선생님이라고 깍듯이 모시는 분의 절친한 친구였지만
그렇다고 그가 나의 선생님인 건 아니지 않는가.

"얘길 들어보니 제가 적임자가 아닌 것 같아서요."라고
예의 바르게 그 선생님껜 이유를 댔지만,
그렇게 안 봤는데 엄청 건방지고 못됐더라는 이야기까지 전해 들었다.
그런 말을 듣고도 난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상하게 어릴 때부터 '행복'이니 '희망'이니 하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이 우스워 보였다.
<샘터>니 <작은 행복>이니 하는 잡지를 무지 싫어해서 
어떤 빤한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마음속으로 그걸
'샘터식 행복'이라고 명명하고 피식 웃었다.

그런데 언제부터 나는 행복에 목을 매는 인간이 돼버렸을까.

호세 카를로스 카네이로의 보르헤스 전기
<책과 밤을 함께 주신 신의 아이러니>를 읽는데
다음 시가 소개되어 있다.

나는 인간이 범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죄를 저질렀다. 나는
행복하지 못했다.  망각의 빙하가
내 몸뚱이를 끌고 가 무참하게 내동댕이쳤으면.
부모님은 위험하고도 아름다운 삶의
유희를 위해, 땅과, 물과, 공기와, 불을 위해
나를 낳으셨다
나는 그분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나는 행복하지 못했다.
그분들의 푸른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는 하찮은 것들을 교직하는 예술에
매달려 온통 정신을 쏟았다.
그분들은 내게 용기를 물려주셨지만 나는 용감하지 못했다.
불행한 사람의 그림자는 나를
떠나지 않고 언제나 내 곁에 머물러 있다.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이라도 하던 교만이 있었는데
어딘가 조금만 이상해도 혹시 하여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마음을 안 먹어서 그렇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마음을 안 먹은 게 아니라 마음을 먹을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그 막연한 자부심은 시건방이라는 결론.

그런데, 온순한 얼굴을 목 위에 내걸고
마음속으로만 한없이 시건방졌던 날들이 그리울 때도 있다.










페이퍼 제목 '노름꾼의 트럼프'는 이 시가 소개된 페이지
다음에 나오는 글 제목.(보르헤스의 에세이집 제목이라고.)
그냥 그렇게 적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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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3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7-03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색깔 님, 컴이 신통찮아 서재 마실을 거의 못하고 있는데 다정한 메모 자주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프레이야 2007-07-03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백하건데, 전 아직 마음속은 한없이 시건방져요.
보르헤스의 시를 넘고서 등장하는 에세이집 제목이군요, 노름꾼의 트럼프란.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로드무비님이 다는 페이퍼의 제목이 신선발랄,
허를 찔러요.^^

nada 2007-07-03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 그런 모종의 제의를 다 받으시고.. 재야의 거물이셨군요.(시건방지게 장난 거는 중.^^) 용돈 좀 나눠 쓰자니, 깡패 언니 같잖아요. 절대 '온순한 얼굴'이라고 볼 수 없어요.ㅋㄷㅋㄷ 근데, 전 무비님 글에서 가끔 '근거 있는' 자부심을 느끼곤 하는걸요.

2007-07-03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음장수 2007-07-03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뭐 똥건방이라고 부릅니다. 꽃양배추님 말마따나 로드무비님은 근거있는 자신감으로 보입니다^^ 당연히 근거있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건방은 아름답습니다. 얼마전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실력으로 무장한 자신감의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 제목에 낚인 건가요? ㅋㅋ

비로그인 2007-07-03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제가 샘터식 행복에 간절히 목말라하는 건...
삶을 바라보던 오만함이나 용기가 사라진 다음이기 때문일까요?

마노아 2007-07-04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로드무비님의 이 글을 읽은 것만으로도 이 순간 행복해요. ^^

2007-07-04 0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7-07-04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겸손함이 더이상 미덕이지 않은 세상인데도, 이런 겸허한 글이 주는 감동은 여전하네요.
^-^

로드무비 2007-07-04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 님, 겸허한 글이라고요? 아직 건방이 쬐매 남아 있는데......^^(다행히!)

여전히 낯선 서재 길목에서 님, 사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모두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요? 은밀한 자부심.
그런데 알고봤더니 애초에 그럴 만한 게 없었더라는 거죠.
내 손에 좋은 패가 있다고 믿고 있을 때가 좋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요.
그리고 '진정한 빨강'이라고 쓰셨는데, 이상하게 끌리는 색이라는......
그게 심정에만 머물러서 거시기하지만.
님의 요즘 생각들이 궁금합니다. 이것저것.^^

마노아 님, 님의 다정한 인사에 저도 오늘 이 순간이 행복합니다.^^

체셔고양이 님, 님의 그 당당함이나 용기 계속 지니시길요.
아무것도 없으니 인생이 너무 시시해지는군요.

얼음장수 님, 똥건방 마음에 들어요.ㅋㅋ
근거가 있든 없든(사실 그걸 누가 판단하겠습니까) 모두 자신에게
당당해졌으면 좋겠어요.
전 스타크래프트가 뭔지 모르는데요.
뮤지컬 가수이자 탤런트인 박해미를 보면 항상 감탄합니다.
어쩜 저렇게 사람이 활기찰까.
10분의 1이라도 닮았으면 좋겠어요. 그 에너지.^^

좋은생각 님, 사실 그런 잡지에 실린 글들 어쩌다 한 편씩 읽으면 괜찮거든요.
그런데 제가 언젠가 독자들의 사는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묶는 일을 했어요.
80여 편의 짧은 글을 추리는데 읽으며 멀미가 날 것 같더라고요.
'행복'에 대한 강박, 과시, 작위성.
정말 행복한 사람은 입 다물고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
님도 그렇게 생각하셨나요?^^

꽃양배추 님, 동생은 학교 선상님이었거든요.
출근하는 동생에게 돈 한 푼 놓고 가라고 이불 속에서.ㅋㅋ
이상의 날개가 따로 없었다니까요.
백 배 천 배로 갚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발설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요.
제발 발설 안했기를......=3=3=3
(깡패언니, 듣기 좋군요.)

혜경 님, 제목은 자신 있어요.=3=3=3
(제목만.)
님은 뭐 겉으로 건방을 부리셔도 무방할 것 같은데요?^^













2007-07-04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7-04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있습니다.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글일수록 맛은 있지만, 저는 아무 말도 쓸 수 없네요.
그것은, 여운을 남기는 힘을 글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자주 못봐서 아쉽지만, 가끔씩의 로드님의 글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로드님이 알라딘을 떠난게 아냐, 바빠서 그래' 라는 '희망'과 '기대'를
가지게 되니까 말입니다. (웃음)
저도 '행복'이라는 단어에 시니컬해지는 녀석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알라딘]에서의 추억들은 현재 행복진행형이고, 앞으로는 좋은 추억일 것이라고.^^

2007-07-07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08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14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국과 프랑스로 출장을 떠났던 올케가 돌아왔다.
4박 5일 예정이었는데  일이 꼬여 사흘을 더 잡아먹고 어젯밤에 돌아왔다.
공교롭게 동생도 남편도 늦는다고 하여, 올케가 먹고 싶다는 아귀찜을 시켜
우리끼리 저녁을 먹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일이란다.
출발 전, 나이가 지긋한 그 비행기의 기장이 승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와
편안하냐고 물으며 인사를 하더란다.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응시하며.
좀 독특하다고 생각했지만 건성으로 그 인사를 받았는데.
비행기 착륙  직후 아까 그 기장님의 목소리가 방송으로 흘러나오더라나.

"승객 여러분, 오늘이 제 30년 비행 인생의 마지막 날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모시는 승객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싶어서
한 분 한 분께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또 이렇게 비행기에서 내리시기 직전 바쁜 시간에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비행기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짐을 챙겨 나오는 승객들과
차례로 악수를 나누었다고 한다.
승객들도 진심을 담아 그동안 그의 노고를 치하하고 앞날을 축복했다고.

듣기만 해도 코끝이 찡했다.
한편으로 쓸쓸했겠지만, 얼마나 홀가분했을 것인가.
사회적인 노동의 임무 완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합당한 대우를 받고,
건강하게 무사히 그 기간을 채우고,
웃으며 그렇게 직장을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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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da 2007-06-29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어제오늘 아귀국(?) 먹었는데.. 탕도 아니고 국도 아니고 어정쩡하게 비린 데다가 못생긴 게 뼈도 많더군요..- -; 저도 지금 하는 일 육십 넘어서까지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제 인사 받아줄 고객은 없겠지만..

Mephistopheles 2007-06-29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장님 멋지신 분 같아요..자기일에 그만큼 애착을 가지지 않았다면...
저런 모습이 나오질 않았겠죠...기장님도 기장님이지만 승객들이 감동
제대로 받았을 듯..^^

마노아 2007-06-29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찡해져요. 장인 정신이 느껴집니다. 승객분들도 오래오래 기억할 테죠. 아름다운 이야기에요. ^^

비로그인 2007-06-29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습니다. 정말 멋진 분입니다.

비자림 2007-06-29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네요.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의 당당함과 너그러움이 느껴집니다.

조선인 2007-06-29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텔레스님의 표현을 빌자면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말이 되겠지만 퇴직할 때 *** *** 산업의 초창기 에피소드를 회고하는 연설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3=3=3

네꼬 2007-06-29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이런 얘기 들으면 진짜로 울어요. 울어버렸어요. 뭉클하고 아름다워라.

라주미힌 2007-06-30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다니면서 원망하고, 떠나면서 저주하는데.. ㅡ..ㅡ;
저 기장의 일과 삶을 엿볼 수 있는 말이네용. 부럽당.

향기로운 2007-06-30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장님의 말씀이 멋지세요.. 좋은 추억을 가진 승객들에게도 축하해요~

홍수맘 2007-06-30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케분이 의미가 깊은 비행기를 타셨군요.
제가 다 마음이 짠~ 해와요.

로드무비 2007-07-03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고맙습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 인생의 그런 가슴 벅찬 순간을 맞이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사람이 너무 되어버린 사람
어딘가 가까워지지 않는 구석이 있다.

--가장 무관심한 듯한 미소, 무비판적인 미소.
세상만사를 다 경험한 듯한 초연한 미소, 거의 조소에 가까운 미소...
그것은 기실 하나의 느낌에 불과하면서 달관으로 가장한 부도덕한 미소.

--하나하나의 사물이 참된 제 얼굴 그대로 마음에 비칠 때,
비로소 그 각각의 사물은 우리 마음속에서 각기 '자신의 장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외계의 사물 각각이 우리 마음속에서 '각자의 장소를 갖는다'는 것은
우리가 진실함과 아름다움과 영원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무목적의 달리기가 진보로, 칠면조의 볏 같은 변화가 개선으로,
잡무와 외적 의견의 여파 속의 생활이 활동으로, 복종적이고 충실한
환경의 노예가 적응으로, 무례한 산만함이 쾌활로......가장되고, 오해되고......
모름지기 좀 더 후퇴, 후퇴하라.
좀 더 물러나서 바라보라.

                          <現代詩學> 1989년 8월호, 김달진 미발표 유고 단상 중에서







뜬금없이, 옛날 묵은 잡지를 갑자기 읽고 싶을 때가 있다.
오래 전의<현대시학> 몇 권을 간직하고 있는데
좀 전 그 중 한 권을  펼쳤더니 1989년 6월 2일에 작고한
김달진 시인 추모특집 기사가 실려 있다.

김달진 시인의 시를 유념해서 읽어본 기억은 별로 없다.
현암사 刊 <장자>와 <법구경>의 빼어난 역자로 그는 내게 뚜렷이 입력되어 있을 뿐.

1990년 6월 초, 정릉 언덕배기 상정사라는 절에서 제1회 '김달진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햇살이 눈부신 날이었다.
수상자는 박태일 시인.
평소에도 기교와 장식이 배제된 그의 덤덤한 시들을 좋아했는데
먼 발치에서 지켜보니 선선한 시인의 얼굴은 더  좋았다.
유족(사위는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고려대 최동호 교수)의 부탁으로 절에서 마련한
점심이 맛있었던 기억도 나고.

불교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한때 금강산의 한 절에서 수도생활을 직접 했던 
김달진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올 6월 초 책이 발간되었다.
<큰 연꽃 한 송이 피기까지>.
올해 제18회 김달진 문학상 시 부문은 엄원태 시인이 수상했단다.
얼마전 내 페이퍼 카테고리 '오늘 읽는 시'로 소개한 적이 있는 시인이다.

짧고 긴 서른 몇 편의 미발표 단상 중에서 특히 입에 착착 감기는 넷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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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6-29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도생활의 하셔서 그런지 4편의 시 내용이 사람의 마음 속을 통찰하는 느낌이
드는군요..

로드무비 2007-06-29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 님, 당시엔 제가 너무 어려서 그런지 노승 같은 이 시인의 시들이
눈에 잘 안 들어오더군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3=3=3
이상하게 시보다 단상이, 우리 말로 옮긴 글들이 더 좋아요.
글고, 단상에서 통찰 빼면 남는 게 있나요!.^^*

비자림 2007-06-29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름지기 좀 더 후퇴, 후퇴하라.
좀 더 물러나서 바라보라.


이 문장을 몇 번 읽어 보고 갑니다. 로드무비님, 예전에 님의 페이퍼 정말 좋았어요^^

네꼬 2007-06-29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름지기 좀 더 후퇴, 후퇴하라.

저도 이 구절이 좋아서 댓글에 쓰려고 했는데. (비자리님, 저 베낀 거 아니에요. ㅠㅠ)

로드무비 2007-07-03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 님, 비자림 님, 컴이 자주 다운되어 댓글 달기도 힘들어요.
전 뭐 이이상 더 후퇴할 것도 없답니다.=3=3=3
 
육명심의 문인의 초상 -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72인, 그 아름다운 삶과 혼을 추억하며
육명심 글.사진 / 열음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 김종삼은 항상 빈곤이라는 산더미 같은 바윗덩이에 깔린 신세인데도
어쩌다 원고료라도 생기면 그 즉시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에 써버렸다.
또한 후배들에게 술도 사주고 용돈도 잘 주는 사람이었다.
결코 비상금 따위를 따로 챙기는 꼼수를 쓰지 못하는 위인이었다.

그가 쓰는 시도 그의 이런 고급 취향과 맞물려 있다.
그의 시는 하나같이 짤막하고 간단하며 단단하게 압축되어 있다.
그리고 매우 탐미적이다.
대표작 중 하나인 '북치는 소년'은 그의 이런 특징을 잘 말해준다.
또한 그의 탐미적인 시선은 꿈과 환상의 세계로까지 잇닿아 있다.

이 같은 생득적인 본성을 뒷받침하는 일화가 있다.
그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의 소풍을 따라간 적이 있었다.
점심을 먹은 후 아버지가 보이지 않자 어린 딸은 한참을 찾아다니다
한 언덕 위에 묵직하고 넓적한 돌을 가슴에 안고 잠들어 있는 아버지를 발견했다.
딸은 아버지에게 다가가서 왜 그러고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하늘로 날아갈까 봐'라고 대답했다.
과연 그다운 말이다.
(김종삼 시인, 본문 73쪽 중)

<문인의 초상>은 1970년대 언저리에 사진작가 육명심이 집중적으로 찍은
우리나라의 시인과 소설가 등 문인들의 흑백 사진집이다.
박두진 박목월 김종삼 구상 강은교 등 널리 알려진 시인들 외에도
전봉건, 박봉우, 이원섭, 이유경 등 어느 날 시나 글로 만나
어떻게 생겼을까 잠시 궁금해 했던 시인들의 사진이 떠억하니 나와 있다.

반바지에 '난닝구' 차림으로, 한동안 우리집 뒷방에 진을 치고 있다가
소원대로 트럭 운전기사가 되었던 식객과 똑같이 생긴 강우식 시인을 필두로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탄성이 터져 나왔다.
멋들어진 글씨의 '禁酒'  쪽지 앞에서 저고리를 풀어헤치고 홍소하는 고은 시인,
동네 개천 앞에 쪼그리고 앉은 박용래 시인의 모습은
한편의 시를 방불케 한다.
시인이랍시고 한껏 폼을 잡은 사진들은 몇 편 없고
 대부분 생활인의 냄새를 물씬 풍겨서 더할 수 없이 좋다.


1990년대 초 한 문학상 시상식장에서 만취하여 자신이 수상하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갈짓자 걸음으로 돌아다녔던 시인이 있었다.
시상식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그가 이 책에서
눈빛이 형형한 청년의 모습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제 그 부끄러운 기억은 지워달라고.
(어쩌면 그는 그날 필름이 끊긴 가운데 연출했던 그 장면이 너무 무참해
일찍 세상을 버렸는지 모른다고까지 생각했다.)

올해 2월 세상을 떠난 오규원 시인의 초상을 보는 순간 가슴이 울컥했다.

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
(오규원 시인이 눈을 감기 전 제자의 손바닥에 쓴 시)

나는 그가 의도적으로 다소 가볍게 시를 쓴다고 생각했는데
책꽂이 앞에 검은 스웨터를 입고 앉은 모습에서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아우라를 본다.
책상 앞에 붙여두고 오며가며 보고 싶다.
그리고 책 표지를 장식한 박두진 시인의 인품이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 '
이상하게 오싹해지는 휴전선'의 시인 박봉우.
보기만 해도 내 사는 꼴이며 모습이 부끄러워지는 얼굴들이 있다.

지난해인가, 이  비슷한 포맷의 <시인 박물관>이라는 책은
나에게 엄청난 실망을 안겨 주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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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6-22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찜해놓고 있었는데 리뷰 읽어보니 망설일 이유가 없군요 ^ ^

2007-06-22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6-22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 님,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사고 싶은 건 사고 님, 제 유일한 신념이 바로 그겁니다.
사고 싶은 건 사고, 먹고 싶은 건 먹고.
하나 덧붙이면 보고 싶은 건 보고.^^*
에잇, 그거 제가 사드리고 싶은데, 요즘 좀 거시기해서...=3=3=3

2007-06-23 0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7-06-23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부터 몹시 당겼더랬어요.
멋진 책과 멋진 리뷰어의 합작, 잘 보았습니다 ^^

hanicare 2007-06-23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박물관..음...향수묻은 손으로 나물 무친 격이더군요.
육명심씨..열화당에서 세계사진가론으로 익힌 이름인데 이 책도 명심해 두었다가 땡스투나..

로드무비 2007-06-23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줄 고치고 있는데 다녀가셨구랴. 하니케어 여사.
향수 묻은 손으로 나물 무친 격, 절묘한 표현입니다.
어찌나 화가 나던지.^^

플레져 님, 육명심 씨 이름이랑 표지에 이끌려 바로 구입했습니다.^^

뒤프레의 평전 님, 그 무렵 제가 무지 좋은 책들을 읽어댔는데요.
이상하게 리뷰는 쓰고 싶지 않은 거예요.
노란 색연필은 밑줄 긋기용으로 산 겁니다.
남이 쳐놓은 밑줄은 한 번 더 읽게 되죠?
저도 그랬답니다.ㅎㅎ
그리고 그 영화, 다소 감상적인 듯하나(페이퍼에도 썼지만)
전 무지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는 시각은 모두 이렇게 다르군요.^^
(그 친구들에게 위로와 힘을 주는 글 쓰실 거죠?)

프레이야 2007-06-24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로 담아갑니다. 좋은 책 소개 고맙구요.^^

로드무비 2007-06-24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 님 담아가 주셔서 고맙습니다.^^

2007-06-24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6-25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 땡스 투. 무비님의 한마디는 언제나 강력해요. 쿠궁.

로드무비 2007-06-25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 님, 제가 좀 과장이 심하죠. 헤헤헤.^^*

2007-06-26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26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28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02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