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밤길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7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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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교랍시고 남편에게 한때 "남양주의 공선옥"을 사칭한 적이 있다.
작년에 이사를 오면서 사는 동네가 바뀐 김에 이제 또 누구를 사칭해 볼까 궁리해 보지만
적당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더욱 서글픈 건 누군가 잘 나가는 사람의 이름을 갖다붙이면 내 상황이
'유머'나 '재치'가 아니라 '주책바가지'가 되어버린다는 사실.
흰머리를 더이상 새치라고 우길 수 없는 날이 당도하고야 만 것이다.

--아침에 식구들이 나가고 설거지를 끝내고 나는 쌀통 안에 숨겨뒀던 소주를 꺼낸다.
아무 감정 없이 아침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소주를 마신다.
아침햇살이 부드럽게 거실로 스며드는 그 시간에 소주는 내 가슴 안으로 스미는 것이다.

('79년의 아이' 197쪽)

'맛술 조심'이라는 제목으로 언젠가 페이퍼도 하나 썼지만,
저녁 메뉴로 닭매운탕이나 돼지불고기를 하려고 고기에 소주를 붓다가
그 맛술을 한 모금 맛본다는 것이 그만 거나한 술상으로 이어진 경험이 몇 번 있다.
 "눈부신 햇살이 비쳐준대도 내게 무슨 소용 있겠어요?"하는
'이치현과 벗님들'의 노래 가사가 절로 생각나는 인용구가 아닐 수 없다.

감출 수 없는 주름살이며 거친 피부, 흐린 눈 때문에라도 '아침 햇살'이라면
도망부터 가고 싶은, 그것이 꼭 껍데기의 문제만이 아닌, 단지 술을 마시지 않는다 뿐이지
두렵고 스산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그들은 하나같이 망연자실한다.
먹고살기 위해 발버둥치며 열심히 사노라면 언젠가 좋은 날이 있을 줄 알았는데
서방이나 새끼들은 이 모양이고, 도대체 내 꼴은 이게 뭐란 말인가.
삶은 여전히 막막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먹고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 않아도 최소한의 먹을 것이 늘 입에 들어왔던 나는
공선옥의 소설 속 여주인공들이 왜 이리 정답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그들과 다르게 약아빠져서 좀처럼 남에게 먼저 마음을 열지 않았던 나의 삶이
문득 뒤돌아봐지고.

글을 쓴답시고 노트북과 책, 좋아하는 음반만  달랑 챙겨
도시를 떠나 면소재지의  한적한 별장에 기어든 남자가 그 곳의 단 두 명 처녀인 
간호조무사 둘을 차례로 후리는 장면('명랑한 밤길')도
작가는 그럴 수 없이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내 곁에 있어주>라는 싱가포르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영화관 로비에서
웬 묘령의 여성과 나란히 서서 거드름을 피우고 있는 중견 소설가와 마주친 적이 있다.
내게는 그 소설 속 남자나 극장에서 만난 소설가나 
명랑한 밤길의 소녀나 그 귀부인이나 하나도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공선옥은 이 소설집에서 경제적으로 보면 형편이 어려운,
나이로 치면 이른 폐경 직전 여성들의 신산한 삶이나 마음의 풍경을
('폐경 전야'라는 제목의 단편도 있다) 
덤덤한 필치로 보여주고 있는데 몇 걸음 뚝 떨어져서 보는 관찰자의 시점이 아니라
자신의 사는 꼴이나 누추한 마음의 지경으로 거의 동화된 것이어서
독자로 하여금 바로 나의 현실(이나 미래)인 듯 몰입하게 한다.
흥분하지 않고 인간의 어리석음과 위선을 꼬집는 솜씨도 놀랍고.

어제 오후,  '작가의 말'까지 다 읽고 이 소설집을 덮자마자 나는 혹시 싶어
쌀통 속을 휘저어 보았다. 
쌀도 거의 바닥이 나서 휘젓고 말고 할 것도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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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2-13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쌀통 속의 소주라.

그런데, 로드님 서재 벽지가 근사해졌군요.(웃음)

로드무비 2007-12-13 15:31   좋아요 0 | URL
L-SHIN 님, 알라딘에서 얻어온 저 벽지 이름이 '선셋'이랍니다.^^
압정으로 붙인 영화 전단지와 잘 어울리죠?

비로그인 2007-12-13 20:42   좋아요 0 | URL
네, 너무 근사합니다. ^^

로드무비 2007-12-14 14:59   좋아요 0 | URL
L-SHIN 님 방만큼이야 하겠습니까.^^

2007-12-13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13 1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7-12-13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제가 애칭을 지어드려볼게요.
알라딘의 사치에상 (카모메식당의 주인장) ^--^
비록 사치에 상보다는 덜렁거리시는 거 같지만 (ㅋㅋ), 그 은근한 카리스마와 대장 다운 모습이 저에겐 로드무비님을 닮았어요.

로드무비 2007-12-13 16:32   좋아요 0 | URL
치니 님, 말씀은 고맙지만, 사치에가 아니라 전 미도리라니까요.^^
그리고 제가 은제 덜렁거렸어요?==3==3==3(몸이 무거워서.)

치니 2007-12-13 17:51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미도리도 ㅋㅋ 좀 닮았어요.
왠지 로드무비님도 독수리오형제 같은 노래를, 아니 어떤 시를, 그렇게 줄줄 읊을 것만 같은...

로드무비 2007-12-13 23:05   좋아요 0 | URL
딱 미도리라니까 그러시네.ㅎㅎ
전 독수리오형제 노래 몰라요.
황금박쥐 첫머리는 압니다.^^

2007-12-13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13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13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7-12-14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공선옥의 작품은 사야 한다는 의무감에 닥치는대로 읽어댔는데... 지지리 궁상 떠는 꼬라지에 어느날 비위가 확~ 상하더군요. 나 사는 것이나 그녀가 사는 것이나 오십보 백보 같아서요. 그 후 손에서 놓았는데, 이제 다시 봐줘야 할 것 같은 맘이 듭니다. 님 리뷰 덕분에 ^^ 감사!

로드무비 2007-12-13 22:58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 사줘야 한다거나 봐줘야 한다거나
그런 표현은 조금 거시기한 것 아닌가요.ㅎㅎ
전 여유가 없어서 마음 가는 쪽 책만 읽습니다.
고맙다고 하시니 저도 덩달아 즐겁긴 하지만요.^^

순오기 2007-12-14 10:49   좋아요 0 | URL
옙, 제가 실수했네요. '줘' 지웠어요 ^^

로드무비 2007-12-14 14:58   좋아요 0 | URL
아이코, 실수라고 할 것까지야.=3=3
순오기 님 섬세하시군요.
고맙습니다.^^

Mephistopheles 2007-12-14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리뷰를 보면서 "아 속삭이듯 다가와 나를 사랑한다고~~"흥얼거리고 있습니다.^^

로드무비 2007-12-14 10:15   좋아요 0 | URL
"아 헤어지며 하는 말, 나를 잊으라고~ "
메피스토 님, 그런데 저 가사 맞아요?
<사랑의 슬픔>이 듣고 싶네요.
이치현과 벗님들 노래는 좋아하는데 가사가 늘 오락가락합니다.^^

rainy 2007-12-14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쌀통.. 우리집엔 쌀통도 없더라(ㅋㅋ)는..
잘 지내시죠? 오랜만..
공선옥 읽어야지 , 박완서도 읽어야지,
행복한 계획 세우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세상은 넓고 위로받을 대상은 많다!!!
따끈하고 맛있는 점심 드세요 ^^

로드무비 2007-12-14 14:56   좋아요 0 | URL
rainy 님, 몇 달 전 양철통으로 하나 샀더니 꽤나 요긴하더라고요.
님도 잘 지내시죠?
점심 맛있게 드셨는지요?
어쩌다 보니 전 아직 못 먹었습니다.
위로받을 대상이 많으시다니 다행.
그 중에 하나가 저의 리뷰라니 기분 좋습니다.^^

2007-12-14 13: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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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4 14: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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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2 15: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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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31 09: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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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phic 그래픽 4호 - 2007
프로파간다 편집부 엮음 / 프로파간다(잡지)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한국 북디자이너 21인의 인터뷰가 실렸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주문했다.
책을 주무르는 사람들의 얼굴과 생각이 궁금했던 것인데
계간 그래픽 4호는 나의 그런 기대를 제법 충족시켜 주었다.
이번 호는 '동시대 한국 책의 초상'이라는 에디터의 짧은 말 이외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21인의 인터뷰와 대표작품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북디자인에 뛰어들게 된 계기를 묻는 것을 시작으로 질문은 총 열다섯 개인데
'최근 한국 북디자인의 트렌드에 대해 저항감을 느끼는 편인가?'라는 항목에는
대부분 '그렇다'고 답하고 있다.
요즘 책 표지에 손글씨가 너무 많이 사용된다는 것과
일러스트레이션의 남용 문제를 지적한 사람이 많았다.
물론 평소 독자적으로 그런 의문을 품고 고민해온 사람도 있겠지만,
'저항감을 느끼는 편인가?'라는 식의 부정적인 답변을 유도하는 질문은  잘못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대부분의 인터뷰이들이 앵무새처럼 그 문제만 지적하는 것도 실망스러웠고.

'북디자인이 다른 그래픽디자인과 다른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하는 질문에
<통섭>이나 <희망의 밥상>을 디자인한 '사이언스북스'의 정재완은
이렇게 명쾌하게 정리했다.

--잡지가 '초저녁 명동거리'이고 포스터가 '63빌딩'이라면 책은 '중랑구 망우1동 578번지'다.
잡지나 포스터의 세계와 달리 책의 세계는 관찰하고 사유하지 않으면 좀체 열리지 않는다.
(292쪽)

그는 타이포그래피를 자신의 작업에 적용하는 데 있어서도,
'넘치지 않을 것, 없어도 된다면 없애기, 오해 사지 않기'라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고.
'책의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스스로 우러나오는 이미지가 있다'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요즘 대부분의 책표지들처럼 컬러풀하고 요란해질 필요는 없는 것이다.

<기형도 전집>(문지刊)과, <치즈와 구더기>라는 인상적인 표지를 디자인한
아트디렉터 조혁준은
'당신을 자극하는 사람은?'이라는 문항에 이렇게 대답했다.

--조나단 반브룩(Jonathan Barnbrook)의 최근작을 자주 접하기 힘들다는 게 아쉽다.
내가 보기에 그는 자신의 작업을 디자인이 자본에 비굴하게 봉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자본에 굽신거리는 디자인에 대한 거부는
자유롭고 건전한 실험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416쪽)

'자본에 굽신거리는 디자인'이라는 표현이 주는 시원함이라니......
세련도 좋고 예술도 좋고 독자들의 시선을 끄는 마케팅 차원도 좋지만,
자신의 작업을 좀더 넓고 깊게 고민해 보는 북디자이너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들의 대표작으로 엄선된 책 표지들이 얼마나 근사한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혹은 놓치고 있었던 책들을 무더기로 발견한 건 의외의 수확이라고 해야 하나,
주머니 사정으로 보면 재앙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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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0 15: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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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0 16: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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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1 02: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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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1 11: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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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07-12-11 0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 디자인이란게 헛돈쓰는 일이라고 생각하던 출판점주들에게
이것도 출판비용이라고 알아먹게 설득했던 분들께
북디자이너라는 계관이 쓰여졌던 일도 따지고 보면 그리 오래 전이 아니지요.
그 전에는 책 장정이 화가들의 작은 화판이었으니까요.
위 책표지의 정병규씨가 일본에 가보니 우리 책에도 북디자인이 필요하겠구나
해서 공부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기억나구요.
한수산의 <부초>가 북디자인의 효시라나 그런 글을 읽은 것도 같은데
정작 소설<부초>를 읽으면서도 책표지에 별 감정이 없었다고 하면
제가 너무 감각이 없었던가봐요.^^

로드무비 2007-12-11 11:19   좋아요 0 | URL
니르바나 님, 저도 감각이 부족해서 그런지(ㅎㅎ)
한수산의 <부초> 표지가 기억날 듯 날 듯하다가 결국 안 나네요.
오래 전 옛날 책 정리하는 일을 잠시 했는데
표지며 일러스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중섭, 김환기 등 쟁쟁한 화가들이 많이 참여했더라고요.
단아하고 격조 있는 멋진 책들이 많았습니다.
님의 말씀처럼 당시엔 책 장정이 화가들의 작은 화판이었던 듯.
잡지를 읽어보니 이 분야에서 정병규 씨의 영향력이 대단하더군요.
짐작은 했지만.^^

2007-12-14 09: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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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4 09: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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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4 09: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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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4 09: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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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달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여 기록을 남기라는 숙제가 있다는 걸
지난주, 숙제 제출 하루 전 오밤중에 알았다.
동생네와 오랜만에 저녁을 겸하여 술을 한잔하고  얼큰하여 왔더니 전화가 왔다.
딸아이와 단짝인 친구 엄마가 몇 월 며칠에 달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미처 기록을 못 했다며 좀 알려달라는 것이다.

"에잉? 저는 그런 숙제가 있다는 것도 지금 전화 받고 알았어요."

늦은 시간이었는데 고맙게도 지금 당장 공책을 들고 주하와 집으로 오라고 했다.
그리하여 술 냄새를 입에서 폭폭 풍기며 밤 열 시에 그 집으로 갔다.
놀라운 건 시내의 대형마트 식품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와중에도
딸아이의 숙제 때문에 한 달 동안 퇴근길에 달을 유심히 관찰했다는 것.
그런데 어쩌다 보니 하루를 빼먹었단다.

아르바이트는 김치냉장고를 사는 데 보태기 위해서란다.
마음 같아선 하루종일 집안일 하고 아이들 공부만 돌봐주고 싶다나?
집안일도 거의 하는 둥 마는 둥 아이 숙제도 공부도 잘 안 봐주는 나로선
심히 마음에 찔리는 이야기였다.

아무튼 딸아이는 그날 친구의 숙제를 그대로 베껴 선생님의 꾸지람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 끝에 며칠 전 치른 기말고사 이야기가 나왔다.

"주하가 이번에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다면서요?
밤 열두 시까지 공부한다고 친구들에게 말했대요."

"밤 열두 시까지 공부한 건 맞아요. 실컷 놀다가 밤 열한 시에서 열두 시까지.
그것도 지난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한 시간, 한 과목."

그건 사실이었다. 과목당 딱 한 시간 공부.
딸아이의 친구와 엄마는 내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시험을 앞둔 주말, 우리 모녀가 왕복 다섯 시간을 달려 영화를 보러 간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쪽팔려서 말 안했다.)

며칠 전 기말고사 성적이 나왔다.
100점짜리는 하나도 없고 사회 점수는 엉망이었다.
그래도 잘했다고 칭찬을 해줬는데.

오늘 무슨 일로 그 엄마와 통화하다가,
"이번 시험은 사회 문제가 그렇게 어려웠다면서요?"하면서 조심조심 물었더니
자기 딸은 '올백'이란다.
이번 시험이 쉬워서 아이들 성적이 잘 나온 편이라고.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런데 시험 공부는 얼렁뚱땅 해놓고, 밤 열두시까지 공부했다고
친구들에게 뻥을 친 딸아이가 사랑스러워 죽겠으니
이것도 병(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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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7-12-05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웬지 엄마 닮았을 것 같음.

로드무비 2007-12-05 16:23   좋아요 0 | URL
라주미힌 님, 저도 마트 아르바이트하면서 아이 숙제도 봐주면서
열심히 살고 싶어요. 불끈.=3

로드무비 2007-12-05 17:48   좋아요 0 | URL
곰곰 생각해 보니 '용모단정'과 나이에 걸려서......

Mephistopheles 2007-12-05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그럼 주하도...엄마처럼 글도 잘쓰겠어요..^^

로드무비 2007-12-05 17:50   좋아요 0 | URL
주하는 글쓰기를 싫어합니다.
저 닮아 잘 쓸 줄 알았는데.=3=3


가시장미 2007-12-05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너무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
으흐흐흐! 너무 귀여워요. 주하가 이제는 많이 컸겠네요?
몇 학년이 되었죠? 기억도 가물가물 하네요~~

저도 어렸을 때 밤에만 공부를 했던 것 같아요. 야행성이라... 단칸 방에 살면서.. 밤만되면 공부하고 싶다고 투정을 부려서 다른 사람들 잠을 못 자게 했다는..;;
저도 달 그리는 숙제 했던거 기억나요. 실제로 관찰한 날보다 친구한테 물어서 해결한 날이 더 많았던 것 같지만.. 으흐 숙제 물어보고 알려주면서 더 친해진 친구들도 많았던 것 같아요.

기회되면.. 주하가 얼마나 예쁘게 컸는지.. 사진좀 올려주세요. 으흐

로드무비 2007-12-05 17:56   좋아요 0 | URL
명동의 가시장미 님 오랜만입니다.
여전히 어여쁘시네요.^^
주하도 여전히 예쁩니다.

단칸방에 살면서 밤만 되면 공부하고 싶다고, 그거 진짜예요?=3=3=3
저도 당당히 그리 말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는데...

두어 달 전 컴을 고치고 났더니 저장해둔 사진 다 날리고,
새 사진 올리는 방법을 몰라 못 올립니다.
조만간 꼭 올리도록 해볼게요.^^


무스탕 2007-12-05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이미지가 바뀌셨네요 :)
저는 지난 중간고사 직전 주말에 식구들 몽창 1박2일로 놀러갔다왔어요.
덕분에 시험성적은 $%%**%* 였답니다. 이런 엄마도 있어요. 걱정마세요 ^^*

로드무비 2007-12-08 16:44   좋아요 0 | URL
무스탕 님, 시험성적을 좀 구체적으로 밝혀 주셨으면 을매나 좋았을까요.
아이 시험 앞두고 주말에 혹 놀러가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저도 물불 안 가릴랍니다.^^

Joule 2007-12-05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ㅡ, 주하 멋져요!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 했을 때 주하는 틀림없이 자기 자신이 자랑스러웠을 거라는 데 제 손목시계를 걸겠어요.

로드무비 2007-12-08 16:42   좋아요 0 | URL
joule 님, 그 이야기 했을 때 주하는 틀림없이 아무 생각 없었을
거라는 데 제 원숭이 인형 몽을 걸겠어요.=3=3=3
(그 손목시계가 어떻게 생긴 앤지 궁금하군요.^^)

icaru 2007-12-05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님 이미지 바뀌셔서 달려왔어요..... 쪼르르르...
한달동안 달이 어떻게 바뀌는지 관찰하는 숙제 캬--
비오는날은 어떡한담요~ 엉.. 비 오는 날도 달뜨던가?
몰겠다요... =3=3=3

로드무비 2007-12-08 16:39   좋아요 0 | URL
<빌보드레코드>는 제가 서재 이미지 바꾼 날 저녁에 동숭 씨네마텍에서
딱 한 차례 상영한 영화랍니다.ㅠ,.ㅠ
보고 싶은 영화 사정에 의해 못 보는 일이 요즘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이미지 바뀌었다고 달려와 주시고, 잉, 이카루 님 고맙습니다요.^^

웽스북스 2007-12-05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섯시간을 달려서 보러 가셨던 그 영화는 뭔가요? ^^

로드무비 2007-12-08 16:36   좋아요 0 | URL
마녀배달부 키키요.^^

순오기 2007-12-05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작년에 고2딸이 다음날 모의고사 치는 것도 모르고 '다빈치코드' 보게 나오라고 야단치듯 했더니, 어거지로 동생들 데리고 와서 하는 말이, '엄마, 나 내일 중요한 모의고사 보는거 알어?'였다. 크~~이런 엄마도 있었다는 전설따라 삼천리!^^
그래도 제가 원하는 학교 갔으면 된거 아닌가요? ㅎㅎㅎ
공부는 자기가 좋아서 해야 되는 일이니까... 희망이 보이네요!

로드무비 2007-12-08 16:36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 반갑습니다.
어머, 전 딸아이 고2 되면 그리 못해요.=3=3=3
따님이 원하는 학교에 갔다니 정말 다행이고, 괜히 제가 희망에 부풉니다.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 들려주시길.^^

2007-12-05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08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7-12-06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같은 학년이라 공감~ ^^ 우리 아그는 달 보기 숙제 있다는 걸 달 뜨는 시간에서 몇 시간 지나고 이야기 한지라 9시 넘어서 야밤에 달 찾으러 동네를 돌아다녔는데도 달이 안 보이더라구요. 며칠 뒤에는 아침 일찍 나가서 학교까지 가서 달 찾아봤는데 또 못 봤음. -.-;; 결국 인터넷 찾아보고 숙제했다죠. 혜영이는 내일 시험인데 거의 벼락치기 공부하고 있습니다. ㅜㅡ

로드무비 2007-12-08 16:21   좋아요 0 | URL
아영엄마 님, ㅎㅎ 사실 벼락치기 공부만큼 재밌고 효과적인 게
또 어딨겠습니까.
전 아이의 숙제에는 비중을 거의 안 두는데(제 편리에 따라서...)
시험결과에서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달 보기 숙제 너무 웃겨요.
달을 찾아 온 동네를 돌아다니셨다니 세 모녀와 관련한 예쁜 그림이
하나 떠오릅니다.^^

조선인 2007-12-06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8시면 자는 아이라 달 보는 숙제가 있었다면 0점이었을 거에요. ㅋㄷ

로드무비 2007-12-08 16:16   좋아요 0 | URL
FTA반대조선인 님, 요즘 달은 일곱 시면 뜨지 않나요?ㅋㅋ
8시면 우리 모녀 발동이 슬슬 걸리는 시간이로군요.^^

비로그인 2007-12-06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하하핫, 12시까지 공부한 것은 맞는데요~ ^^
그래도 너무 학업에만 열중하는 것보다는 가끔 문화생활(영화나 여행,음악,책 등)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아이에게는 더 귀한 공부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로드무비 2007-12-08 16:14   좋아요 0 | URL
L-SHIN 님, 우히히, 맞아요. 12시까지 공부한 건.^^
사실 더 귀한 공부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딸아이는 당분간 엄마의
'마음 내키는 대로' 스케줄을 따라야 할 것 같습니다.

치니 2007-12-0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당당한 주하, 왠지 엠비씨 김주하 아나운서가 떠오릅니다. ㅋㅋ 멋지다 주하!

로드무비 2007-12-08 16:46   좋아요 0 | URL
치니 님, ㅋㅋ, 당당한 것과는 거리가 먼데...
아무튼 전 가끔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그 말과 행동이 좋아요.^^

oldhand 2007-12-06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 맞습니다. 으하하. 제가 그 병에 걸려 있기에(벌써?) 잘 압니다. -_-;

oldhand 2007-12-06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렇게 재밌는 글에 추천이 왜 이렇게 적습니까? 세번째 추천은 제가 했습니다. 으흐흐.

로드무비 2007-12-08 16:09   좋아요 0 | URL
oldhand 님, 그러게나 말입니다.=3=3=3
이렇게 말은 하지만 사실 감지덕지하고 있습니다.
추천 고마워유.^^
(세상 모든 부모의 그 병을 치유할 약은 이 세상에 없답니다.)
 

세상읽기] 광주극장으로 가는 여행 / 박구용 (10)
 








 

» 박구용/전남대 철학과 교수
 
다문화 시대에 어떤 생활양식의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있는 하나의 단일한 기준을 제시하기는 불가능하다. 다름을 틀림으로 억압하지 않는 문화라면 그 가치를 인정하고, 평가보다 만남과 소통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현대인에게 다른 문화에 대한 앎과 체험은 문화적 삶의 조건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세계 모든 문화도시에 가보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관광만 하고 싶은 도시가 있는가 하면, 여행도 하고, 살고도 싶은 도시가 있다. 관광은 말 그대로 다른 지역문화의 빛만을 보는 것이라면, 여행은 그곳 문화의 빛과 어둠을 ‘따라체험’하는 것이다. 아마도 여행 후 살고 싶은 도시가 진정한 문화도시일 것이다. 문화는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생활양식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사는 광주는 어떤가?

광주를 관광하고 싶은 손님이 오면 나는 언제나 소쇄원과 운주사로 안내한다. 담양 소쇄원이 한국 민간정원의 원형을 간직한 문화유산이라면, 화순 운주사는 불국정토의 이상세계를 천불천답으로 승화한 민중미학의 고귀한 자산이다. 그런데 나는 광주를 여행하고 싶은 손님에게는 5·18 국립묘지와 함께 광주극장을 소개한다.

광주극장은 광주읍이 광주시로 승격된 1935년 10월1일 개관한 이후 광주의 빛과 그림자를 동행한 영화관이다. 그 당시 일본인이 설립한 광주좌나 제국관은 일본 영화와 연극만을 상영하고 있었는데, 광주극장은 한국 고유의 공연 형태였던 악극단과 판소리 등을 극화한 창극단을 중심으로 상영했다. 해방 후 광주극장에서는 전남지역 조선건국준비위원회 결성식, 김구 선생의 강연회, 시민단체들의 집회, 음악회, 연극제, 심지어 졸업식까지 열렸을 뿐만 아니라 야학도 운영되었다. 광주극장은 한국 문화의 자존심과 자율성을 위한 문화교육운동의 전당이었으며 시민문화예술이 새롭게 형성되는 공간이었다.

광주극장은 현재 단관극장으로서 862석을 갖춘 한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예술영화전용관이다. 전국에 걸쳐 거대한 멀티플렉스들이 즐비하지만 서울, 부산, 대구, 인천 어디에도 광주극장 규모의 단관극장은 없다. 하루에 3∼5편, 1년에 100편 이상의 영화를 상영하는 광주극장에서 우리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거의 모든 문화와 만나서 소통할 수 있다.

문화 간 만남과 소통의 장소인 광주극장이 자생력을 가지려면 하루에 최소한 150명이 영화를 관람해야 한다. 그러나 광주극장으로 문화여행을 오는 사람은 하루 평균 60명 정도다.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예술영화관으로 선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다지만, 아시아 문화중심 도시를 지향하는 광주가 자랑할 일은 아니다. 자기가 사는 마을의 골목길도 돌아보지 않고 세계 일주 관광을 떠나는 사람들, 자기가 사는 도시의 영화관도 모르면서 고흐, 세잔, 피카소, 마그리트 그림 해석에 우쭐대는 사람들이 키 재기를 하느라 분주한 곳이 문화도시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영화를 초자연적인 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제7의 예술, 예술과 철학을 연결하는 사잇길, 혹은 문화 민주주의의 전사로 규정하는 학자가 많지만, 모든 영화가 그런 것은 아니다. 자본에 의해 조정되는 제작사, 매니지먼트사, 배급사,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예술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순진한 것이 아니라 무지한 것이다. 이들의 논리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예술영화가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지만, 실제로 예술영화가 상업영화보다 재미있다. 상업영화가 감각만을 즐겁게 해주는 영화라면, 예술영화는 몸과 마음, 가슴과 머리를 즐겁게 한다. 광주극장으로 가는 여행이 언제나 즐거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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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극장]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106분)  
11:20 |
 
[광주극장] 망종/사실 (125분)  
16:00 |
 
[광주극장] 당시/11세 (101분)  
13:40 |
 
[광주극장] 경계 (123분)  
20:20 |
 
[광주극장] 검은 땅의 소녀와 (89분)  
18:20 |
 




<검은 땅의 소녀와>, <당시>, <경계>......
검색해 보니 내가 지금 꼭 보고 싶은 영화들은 어쩌라고 전부
광주극장에서만 상영하고 있다.
소쇄원과 담양 떡갈비를 엮어서 떠나는 여행.
언젠가 하루 광주극장에 종일 죽칠 것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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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4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04 2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12-04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ヽ○ノ       ヽ○ノ
 / ヘ       ( ヘ
<         <

어느 기사 밑 댓글에서 긁어온 것.
신기해서......

waits 2007-12-05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로드무비님도 저랑 비슷한 로망을 갖고 계셨군요. 언젠가, 로드무비님의 계획에다가 (주접스럽지만) 망월동까지 엮어서 꼭 가보고 싶어요.
이따금 영화 예매하러 갔다가 의외의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어 찾아보면 꼭 광주극장이나 부산 국도극장이어서 가까이 사시는 분들 엄청 부러워했는데... 광주극장에 또 저런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광주는 참 여러 가지로 땡기는(?) 땅인 듯...^^
부천은 껍데기만 남은 피판에, 돌아댕기다보면 만화정보센터니 둘리니 내세우며 문화의 도시 어쩌고 난린데... 실제로 볼 만한 건 하나도 없고. 씨네마테크는 꿈도 못 꿀 일 같고... 그나마 영화공간 주안 생기면서 흥분했었는데, 하필 저 쉬는 날 휴관이고 평일날 가려면 은근히 멀고, 뭐 그렇답니다.
반가운 김에 괜히 여기다 넋두리를...^^;;

로드무비 2007-12-05 11:59   좋아요 0 | URL
나어릴때 님, 십몇 년 전 진주에 출장 가서 허름한 극장에서 대낮에 영화를 한 편 봤는데요, 그렇게 호젓하고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도 우리처럼>이었던가?
광주극장에 도시락과 캔 맥주를 몇 개 반입해 들어가 하루종일 죽치며
영화 보고 싶어요.(먹을것 준비는 필숩니다.ㅎㅎ)
망월동 묘역은 국립묘지로 바뀌었다면서요?
어떻게 바뀌었을지......
제가 사는 동네에는 버스로 가까운 거리에 CGV니 롯데시네마가 있어
아쉬운 대로 좋은 영화들 가끔 볼 수 있어요.
영화공간 주안의 휴관일이 다른 날로 바뀌길 기도할게요.^^


waits 2007-12-05 13:27   좋아요 0 | URL
지방 소도시의 대낮 상영관, 그거 참 괜찮은 것 같아요. 하릴없이 훌쩍 떠나서 영화 한 편 보는 맛... 그립습니다. 저는 주류가 들어가면 맥 못추는 몸이라 대신 커피로~^^ 로드무비님의 기도빨로 영공주의 휴관일이 바뀌길 저도 바래요.ㅎㅎ
5.18 국립묘지는 조성된 게 벌써 10년은 된 것 같아요, 대학 다닐 때 한참 이장 반대 소식 들리고 영삼이 온다고 싸우고 뭐 그랬던 기억이... 그래도 옆에 이장하지 않은 묘역들이 그대로 망월동으로 남아 있더라구요, 저도 2003년 이후로 못 가봐서 다시 가보고 싶어요. (음...'광주'만 나오면 자동 오바하는 웃긴 버릇;;;)

로드무비 2007-12-05 16:27   좋아요 0 | URL
제 기도빨이 유명한데 이번에 정말 긴요한 일에서 좀 틀어졌어요.
단 한 번의 착오라 믿고 다시 기도를.^^
망월동 묘역 저는 90년대 초에 다녀왔네요.
혼자서 글썽글썽해가지고.
길도 채 안 닦였을 땐데 그 황량한 풍경이 아직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자동으로 '오바'하게 되는 걸 아직 속에 품고 있다는 게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자주 '오바' 좀 해주세요.
말이나 글로 애써 옮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얼마나 많아졌는지
인생이 적막강산입니다.=3





oldhand 2007-12-07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뒤늦게 이글을 봅니다.
광주극장이 아직 단관극장으로 남아 있군요. 미처 몰랐습니다. 제 중고생 시절 숱한 영화를 광주극장에서 보았었는데요, 그곳에서 본 영화로 <플래툰>, <백 투더 퓨처> 등이 기억에 특히 남는구만요.
망월동 공원묘지에는 저희 조부모님의 산소가 있어서 80년대 초반의 삼엄했던 시절부터 국립묘지가 된 지금까지 세월따라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518 희생자 묘역만 국립묘지화 된거구요, 다른 민주화 열사분들은 아직도 구묘역에 남아계십니다.. 김남주시인의 묘소앞에 담배로 분향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넘었군요.

로드무비 2007-12-08 16:54   좋아요 0 | URL
oldhand 님, 부산의 국도극장과 함께 제게는 꿈의 극장입니다.
전 멀티플렉스 극장이 정말 싫어요.
조부모님의 산소가 망월동에 있군요.
신기합니다.
김남주 시인이 돌아가셨을 때가 한겨울인데 엄청 추운 날 밤
충정로 경기대학에서 추도식이 열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녹음된 시인의 육성을 들으며 소름이 돋았었고요.
담배로 분향하셨다는 말씀에 문득 잊었던 어느 날이 떠오르네요.
그땐 지가 겁나게 젊었는디.=3=3=3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카모메 식당>의 감독 오기가마 나오코 감독의 새 영화 <안경>.
그 식당 주인(코바야시 사토미)과 가방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여행지인 헬싱키에서
발이 묶였던 전도부인같이 생긴 여성(모타이 아사코)이 다시 뭉쳤다.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곳'을  찾아 한적한 남쪽 바닷가 마을을 혼자 찾은 타에코.
인터넷으로 예약한 민박집을 찾아 기어드는데, 아무리 비수기라지만 손님이 딱 둘이다.
귀한 손님이 와서 바닷가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며 정성껏 도시락을 싸는
민박집 주인 유지.

그 귀한 손님이 누구냐 하면 바로 사쿠라(모타이 아사코).
잊을 만하면 이  민박집에 찾아와 며칠씩 머물며 아침이면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민박집 손님이나 마을 아이들과 함께 음악에 맞춰 자신이 개발한 체조(이름하여 '메르시')로
아침을 여는 불가사의한 인물이다.
바닷가 백사장에는 조그만 간이 매대가 있는데 낮에는 그곳에서 빙수를 파는 게 그녀의 일.
전날 밤 몇 시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삶은 팥만 달랑 들어가는.....
마을의 한 여인은 바다를 바라보며 빙수를 맛있게 먹고는 
지갑 대신 밭에서 직접 키운 채소를 바구니에서 꺼내어 한 다발 천연덕스럽게 내민다.








어쩌다 인간으로 불리어  이러고 살고는 있지만......


이 민박집의 소박하고 정갈한 식탁 메뉴.
<카모메 식당>처럼 주인이 누군지 객이 누군지 구분이 되지 않게 주방은 활짝 열려 있다.

한적한 바닷가 민박집이라는 배경과 함께, 주인으로 손님으로 그곳에 잠시 함께 머무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등장인물들이라니 가슴까지 두근거리며 극장을 찾았건만
<카모메 식당>만큼의 재미와 감동을 얻진 못했다.
(이 영화의 바닷가 아침 체조 장면이 허진호 감독의 영화 <행복> 속의 체조 장면과 겹쳤고.....)

바닷가 마을을 저마다 혼자 찾아 처박히는 것이 뭐 그리 멋지고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자꾸 상기시켜 주는 듯하다.
"사색은 무슨 개뿔!"이라고......
관객들이 자칫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일 만한 대사도 멋 부리는 걸로 보일까봐
일부러 많이 쳐낸 듯.
그 담백함이 마음에 와닿지만, 덕분에 영화가 전체적으로 좀 어색하고 허전해졌다.
한 명이라도 술을 마시며 주정을 부리고 자신의 사연을 울며불며 털어놓는다든지
좀 치근치근하게 구는 인물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이렇게 말은 하지만 솔직히 상상이 안 된다.)



질리도록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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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29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고메식당은 아직 안봤지만 어쩌면 전혀 관계가 없겠으나 똑같이 음식을 나오는 영화 "불고기"라는 일본영화를 조금 보다 말았습니다.(계속 보겠지만요) 그림을 보니 저도 바다 안 본지 꽤 된 것 같아요..^^

로드무비 2007-11-30 00:20   좋아요 0 | URL
메피스토 님, <불고기>라는 제목의 영화도 있어요?
스끼야끼?ㅎㅎ
음식 나오는 영화 좋아합니다.
침을 질질 흘리면서 보는 재미도 무시 못하겠어요.^^

2007-11-29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30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7-11-29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모레면 이 영화를 볼거라서, 이 페이퍼에 들어올까 말까 망설이다가 유혹을 못참고 들어왔지만, 역시 글은 맨 밑에만 읽었어요. 기대 만빵.

로드무비 2007-11-30 00:06   좋아요 0 | URL
치니 님, '카모메 식당의 부록 같은 영화'라는 평도 있더군요.
좀 엉성했지만 그래도 전 좋았어요.
보시고 페이퍼 좀 올려주세요. 내키시면......
치니 님은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하네요.^^

치니 2007-12-02 14:03   좋아요 0 | URL
네, 어제 보고 왔답니다.
카모메식당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간이 덜 되었다고 해야 하나,
힘을 더 뺐다고 해야 하나...
여기까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 역시 좋았지만, 이 다음에 또,는 곤란하겠단 마음이 들었거든요.
영리한 감독님이 알아서 하시겠죠. ㅋㅋ
http://www.cyworld.com/chinie(여기에 어줍잖은 영화 리뷰 적었어요. ^-^)

2007-11-29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30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ntreal florist 2009-11-27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좀 특이한 영화겠어여 나름 재밌겠네여

로드무비 2009-11-27 11:21   좋아요 0 | URL
바닷가 매점 나오는 영화로 <룸바>도 함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