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 뚜벅이변호사 조우성이 전하는 뜨겁고 가슴 저린 인생 드라마
조우성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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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가혹한, 때로는 감동적인 법정 드라마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사람이 있다면 - 조우성> 

 

 

 

 

 

   '법정 에세이'라는 장르는 나에게 아직도 생소하다. '법정'이라는 용어와 '에세이'라는 특유의 분위기가 서로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쪽은 왠지 깝깝한 느낌, 다른 쪽은 그에 반해 여유로운 느낌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이 믹스매치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느낄 수 있었던 곳은 책의 제목과 작가의 필명에서였다. 먼저 '뚜벅이 변호사' 쉽게 흔들리거나 지치지 않고 진실만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나가겠다는 저자의 꿋꿋하고 따뜻한 마음가짐이 담겨있는 필명. 그리고 제목인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언뜻 보면 흔하디 흔한 제목 같았고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라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고 문장을 계속해서 읽어보니, 이 제목이야말로 법정 에세이라는 장르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라고 느껴진다. '법정'이라는 단어를 통해 이제서야 매력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매력은 책 속에서 이어진다. 제목 속의 '얘기를 들어줄 단 한사람', 뚜벅이 변호사 조우성이 그 한 사람이 됨으로써 벌어진 뜨겁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렸을 때에 관한 여담이 있는데, 나는 꼬꼬마였을 때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의문이 있었다. 단순히 죄인을 보호한다는 표면상의 의미만 보고 '왜 죄인을 보호해야해?'하고 얼토당토한 생각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로 재밌다. 그러나 이제는 글로 적혀있는 '법'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양한 차원에서 적용되는지 조금씩 알게 되어서 이런 생각을 말하기도 부끄러울 지경이다. 그렇지만 워낙에 어려운 것이 '법'이라서 '왜 변호가 필요한 것인지', '왜 이 법이 이렇게 적용되는지' 알고 싶지만 무서워 나는 항상 냅다 꽁무니를 빼기 일쑤다. 그러나 이 따뜻한 책이 이 책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 가족간의 다툼부터 기업간의 협상까지 '변호'를 통해 해결을 맺는 상황을 들려주었다. 간단한 법 상식과 함께. 그리고 나는 느끼게 되었다. 정말로 이렇게 법에 통달한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복잡한 인생에서, 이렇게 자신의 진심을 담아 조언해주는 사람이 있다면(혹은 내가 좀 알고 있다면........), 얼마나 큰 힘이 될까 하고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단순히 변호인의 도움만이 사건해결에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변호인이 의뢰인을 통해서 사람다움의 가치를 알게 되고 또 그것을 우리에게 들려줄 때도 있다. 법정, 때로는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무섭고 가혹하기도 하고, 때로는 눈물로 얽혀있는 이 자리가 때로는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느낄 수 있다. 얽히고 설킨, 치고받는 논쟁 그리고 그 반대의 감동을 넘나드는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장르의 책이다.  

 

 

  - 나는 격한 인생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는 이들이 감정의 극점에 외롭게 서 있을 때 그들의 삶에 공감해주는 단 한 사람을 만나느냐 그러지 못하느냐에 따라 그들 인생의 명암이 달라지는 것을 수없이 목격했다. 승패의 여부와 상관없이 소송의 과정을 거치며 삶의 용기를 얻고 자기 치유를 시작하느냐, 이와 반대로 마음속의 분노를 끌어안은 채 생의 많은 시간을 제자리걸음하며 보내느냐는 이들이 누군가에게 어떤 마음으로 대접을 받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7p)

 

  - 변호사는 소송에서 승소해야 한다. 그런데 승소하는 방법에는 법적인 논리를 강하게 주장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신 에둘러 상대방의 상처 난 마음을 어루만져줌으로써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57p)

 

  -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소송을 당한 사람들 혹은 억울한 심정에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보통 다음과 같은 감정의 순서를 거치는 것 같다. 먼저 1단계는 '당혹감'이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도대체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를 쓴다. 좀더 시간이 지나면 이런 상황을 초래한 상대에 대해 '분노'의 감정을 느끼는 2단계로 넘어간다. 그리고 곧 화가 누그러지면 비난의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며 스스로를 자책한다. '누구를 탓하겠어. 사람을 잘못 본 것도 계약서를 꼼꼼히 살피지 못한 것도 모두 내 탓이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3단계다. 이를 넘어서 4단계에 들어서면 상황을 '직면'하고 '성찰'하려 한다. '좋아, 어차피 일이 이렇게 된 거 최대한 잘 처리하도록 하자. 냉정을 잃지 말고 아울러 이번 일을 나의 교훈으로 삼자. 분명 이 경험도 내겐 득이 되리라'는 심정으로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 보는 것이다. (108p)

 

  - 노자의 <도덕경>에 '천망회회 소이불루'라는 구절이 있다. '하늘의 그물은 굉장히 크고 넓어서 얼핏 봐서는 성긴 듯 하지만 선한 자에게 선을 주고 악한 자에게 재앙을 내리는 일은 조금도 빠뜨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온 세상을 네트워크로 엮어 놓은 월드와이드웹(www)보다 더 무서운 하늘의 그물. 때때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라고 생각하며 악행을 저지르고도 아무 일이 없기를 바란다. 하지만 하늘의 그물망은 생각보다 촘촘한 모양이다. (129p)

 

  - 법은 분명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사회구성원간의 약속이다. 그런데 때로는 법의 이름으로 가당찮은 억압과 폭력이 자행되곤 한다. 교묘하게 끼워맞춘 논리와 실체파악이 어려운 명칭을 사용해 서민들을 괴롭히는 독버섯같은 존재가 아직까지 우리 주변에 많은 것 같다. (2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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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는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말했다 시리즈
베르톨트 브레히트 지음, 마성일 엮음 / 책읽는오두막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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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 한번 '살짝' 느껴보실래요 <브레히트는 이렇게 말했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서사극의 창시자인 '브레히트'라는 이름은 여기저기서, 때론 수업에서도 귀에 닳도록 들어왔지만 짤막한 인용문 빼고는 온전한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다. 브레히트의 연극은 특히 연극 자체에 감성적이고 공감대를 형성해 빠져드는 여느 다른 연극들과 구별되어,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무대와 거리를 두는 방법으로써 보여지길 의도한다. 그것을 브레히트가 처음으로 서사극이라 정의했는데, 이러한 특성상 한번쯤 읽어봐야 할, 아니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봐도 좋을 작품으로서 존재한다. 하지만 나에게 희곡을 읽는 것은 왠지 어렵고도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인물과 대사가 함께 있는 희곡의 특성이 아직도 낯설어, 위대하다고 일컬어지는 희곡작품조차 안읽어본 것들이 많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서 새롭게 드는 생각 두가지. 첫번째, 그의 희곡을 읽어보고 싶다. (특히 갈릴레이의 생애) 그리고 두번째, 브레히트는 '시'로도 유명하며 그의 날카롭고 냉소적인 문체말고도 감성적이고 세밀한 문장도 있었다는 것.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브레히트는 이렇게 말했다>는 사랑, 정치, 예술, 자본, 삶의 지혜, 혁명 이렇게 여섯가지의 주제를 토대로 브레히트가 말한, 혹은 쓴 내용들을 분류해놓았다. 마르크스에 영향을 받은 브레히트의 특성을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은 정치, 예술, 사회, 혁명이고, 내가 상상했던 브레히트의 글들과 다른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던 부분이 사랑과 삶의 지혜 부분이었다. 책 속 전체를 보자면 브레히트의 글들은 대부분 시니컬하고 유머있고 때론 권태가 느껴지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이 짤막한 글들에서도 무언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가 창시한 서사극 처럼. 그래서 이 책의 많은 글들이 한 페이지의 반도 안되는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나는 때때로 브레히트에 글 밑에다가 주저리 주저리 써보고 싶었다.

 

  만약 브레히트의 모든 것을 알고자 이 책을 읽고 싶다면 권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 책은 브레히트의 유명한 작품의 축약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레히트와 그의 작품들을 더 알고 싶어지게 하는 흥미를 주는 것에 의미가 있는 책이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때론 감탄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더 알지 못해' 그 순간이 오래가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브레히트의 작품들을 통달하고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복습 차원'에서 읽었을 때에는 그 의미가 더욱 커질 것이다. 특히나 독문학 전공자로서 그의 작품들을 읽지 못하고 이 책을 읽었다는 게 참 아쉽고 부끄럽다.

 

 

 

  - 사랑은 싱싱할 때는 맛있지만 즙을 다 빨고 나면 뱉어야 하는 코코넛과도 같아. 과육만 남게 되면 그 맛은 씁쓸해. (42p. 바알)

 

  - 그들은 땀을 뚝뚝 흘리며 돌투성이의 길 위로 바구니를 끌어올리는 데, 아이를 낳는 데, 그래요, 먹는 데 필요한 힘을, 영원히 지속되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어떤 느낌에서 얻었어요. 땅을 보면, 해마다 새롭게 푸르러지는 나무를 보면, 성당을 보면, 그리고 주일마다 성경 구절을 들으면 그 느낌이 생겼죠. 하느님의 눈이 그들을 보고 있다, 감시하면서, 거의 불안해하면서,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인생극장 전체가, 연기하고 있는 그들을 위해, 작은 역할이든 큰 역할이든 훌륭히 해내는 걸 보기 위해 마련되어 있다, 그게 확실하다, 이런 말을 들었죠. 그런데 제가 이렇게 말한다면 부모님은 뭐라고 하실까요? 그들이 어느 작은 바위 위에 있고 그 바위는 텅 빈 공간에서 다른 별의 주위를 끊임없이 돌고 있고, 그건 수많은 바위들 중 하나일 뿐이고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거라고. 그럼 도대체 왜 그렇게 인내해야 하고 가난을 수긍해야 할까요? (63p. 갈릴레이의 생애)

 

  - 나는 예술과 교훈이 분리될 수 있는 거라고 믿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인식, 특히 인간들의 공동생활에 관한 새로운 인식은 예술을 만들고 즐기는 주된 원천이다. 관객들의 기존 경험에 새로운 경험을 보태주지 않는 예술, 관객들이 입장할 때의 상태 그대로 퇴장하게 하는 예술, 날것의 본능에 아부하고, 설익은 혹은 너무 익은 견해를 재확인해주는 예술은 쓸모가 없다. 단순한 오락은 후회를 가져올 뿐이다. 오직 관객들을 교육시킬 대상으로만 삼아 금욕적으로 흐르는, 즉 예술이 갖고 있는 다양한 수단을 포기해야만 한다고 믿는 예술도 쓸모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런 예술은 관객을 교육시키는 게 아니라 지겹게 만든다. 관객들은 즐길 권리가 있다. (129p)

 

  - 교회에 가거나, 법정에 가거나 혹은 학교에 가는 식으로 극장에 간다면 그건 틀렸다. 우리는 스포츠 경기장에 가듯 극장에 가야한다. 여기서는 이두박근을 이용해서 하는 싸움이 아니라 좀 더 섬세한 싸움이 일어난다. 그 싸움의 무기는 언어이다. 무대에는 항상 최소한 두 사람이 있고 또 대부분은 갈등을 겪는다. 우리는 누가 이기는지 분명히 지켜봐야 한다. (...) 격투기에서처럼 사람들 속을 꿰뚫어 봐야 하고 예리하게 주시해야 한다. 무대에서는 사소한 기술이 가장 흥미롭다. 영화는 이런 것을 갖고 있지 못하다. 영화는 내면적인 것과 미묘함을 이해할 수 없는 둔한 사람들 몫이다. 그래서 좀 더 영리하고 섬세한 사람들은 연극을 보러가야 한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그들은 연극을 스포츠를 보듯 관람해야 한다. (143p)

 

  - 낯설지 않은 것을 낯설게 느껴라! 익숙한 것을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느껴라! 일상적인 것에 너희는 놀라야 한다. 규칙이라고 하는 것의 오용을 알아차려라. 그리고 오용인 걸 알게 되었다면 그것을 제거하라! (279p)

 

 

 

이제 '이렇게 말했다'시리즈로 또 여러권이 나오게 되는데, 이번에 나온게 헤세이고 (만세!)

카프카, 니체도 곧 나올 것 같다. 완전 기대된다!!!!!! 그런데 일단 다들 독일문학이다.

표지에도, 책 속 중간중간에도 독일어로 적혀있고. 이쪽 문학가들에 초점을 맞춘건지 아님 곧 확장될 건지 궁금하다. 

어쨌든 이 네권은 독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될 듯. (일단 나는 관심 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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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
김이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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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과 고난을 아름다운 삶으로 이끄는 힘

 <나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 - 김이율>

 

 

 

 

 

 

 

 

 

   어떤 교훈이나 조언을 들을 때 무작정 신뢰가 가는 건, 실제로 누군가가 겪었던 이야기일 때가 많다. 처음에 보았을 땐 그저 여느 에세이와 다를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던 이 책을 읽고 괜시리 마음이 찡해진건, 책 속의 실제인물들이 '죽을만큼 괴로운'삶을 정말로 아름다운 삶으로 이끌어내었기 때문이다. 이름을 들으면 알듯한 사람들, 수잔 보일, 빌리 엘리어트, 오히라 미쓰요, 이상묵 등.... 작가는 자신의 시점이 아닌, 실제 인물들의 시점으로 그들의 경험담을 재구성해서, 독자들이 재연영상을 보는 것처럼 쉽고 실감나게 볼 수 있게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야기마다 이어지는 작가가 적어낸 힐링노트. 그 짧은 글들은 독자로 하여금 다시한번 이야기의 핵심을 되짚게 해주면서 자신이 그 인물과 이야기를 선택한 이유를 생각하게 한다. 그러면서 마지막 큰 울림을 준다. (작가가 전직 카피라이터라서 그런지 문장 하나하나 절로 공감하게 되는 것 같다.)

 

   책 속 인물들의 삶에는 공통된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신념'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어떠한 어렵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굽히지 않을 수 있는 신념. 그러한 신념이 있기 때문에 고통과 절망이 그들 자신을 갉아먹게 놔두지 않고 오히려 거름처럼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해주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힘겨워보이는 운명을 떨쳐낼 수 있었고 인생의 강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신념과 나만의 가치, 그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알 수 있게 되는 이 책. 삶을 자신의 뜻대로 만들어나간 23인의 스토리를 읽으면서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건 무엇인지,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것을 실행할 수 있을지, 그리고 나에게도 그러한 신념이 존재하고 있을지 되새겨 보게 되는 이 책. 좌절과 고난을 아름다운 삶으로 이끄는 힘을 듬뿍 얻은 느낌이다. 

 

 

 

  - 부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우주에 존재하는 여느 사람들만큼이나 당신은 사랑과 관심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그렇습니다. 조금 못났으면 어떻습니까? 가난하고 무능력하면 어떻습니까? 낮은 위치에 있고 장애를 가지면 어떻습니까? 다 괜찮습니다. 이땅에 소중한 생명을 갖고 태어난 이상 누구나 다 사랑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니 스스로 부정적이고 회의적이고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일은 없어야합니다. 나를 위하고 나를 존중하고 나를 충분히 대우해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어찌 남에게 사랑과 대우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60p)

 

  - 가난한 사람들의 어머니인 마더 테레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신이 당신을 어느 곳에 데려다 놓든 그곳이 바로 당신이 있어야할 곳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 일에 얼마나 많은 사랑을 쏟고 있느냐입니다. 신의 연필, 그것이 바로 나입니다. 신은 작은 몽당연필로 좋아하는 것을 그리십니다. 신은 우리가 아무리 불완전한 도구일지라도 그것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십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작은 실천입니다. 작은 사랑이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듭니다." (83p)

 

  - 절대적이고 불변한 것 없습니다. 모든 것은 바뀌고 변하기 마련입니다. 강자는 운명을 지배하지만, 약자는 운명의 노예가 되는 것입니다. 척박한 운명을 타고났다고 주저앉아 울기만 한다면 그저 정해진 운명대로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뚜렷한 목표를 정하고 새로운 삶을 꿈꾸고 꿈을 이루기 위해 에너지를 집중하면 운명의 강줄기를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할 수 있습니다. (127p)

 

  - 트레킹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그는 사표를 쓰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막상 사표를 내려고 하니 마음이 흔들렸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한 친구가 결정적인 조언을 해줬다. "존 우드, 내 말 잘 들어. 일회용 반창고를 뗄 때 아프지 않게 떼는 방법이 뭔 줄 아니? 그건 바로 한 번에 확 떼는 거야. 네가 마음의 결정을 했으면 더 이상 망설이지 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란 말이야." (1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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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밀리지 않고 진짜 인생을 살고 싶다 - 삶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끝까지 지켜야 할 인생 키워드 35가지
가와기타 요시노리 지음, 이정환 옮김 / 예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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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대의 청춘 <나이에 밀리지 않고 진짜 인생을 살고 싶다 - 가와기타 요시노리>

 

 


 

 

 

 살다보면 인생에서 끝까지 지켜야할 것이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80세의 나이에 다다른 이 작가는 아마도 거의 한세기에 가까운 시간동안 많은 것들을 느끼고 알아채고 그러면서 살아왔을 것이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들때가 있다. '어른들은 어떻게 그렇게 통쾌하게 결론내릴 수 있는 것일까? (물론 주저주저하는 어른들도 있지만.)' 시간이란 세월이 지혜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하고.

 

  그래서 나는 지혜라는 것을 얻기 위해 나이를 한참 더먹고 싶었을까. 그건 아니었다. 나이가 드는 게 아직까지도 두렵다. 이러한 걱정은 외면적으로나 내면적으로, 그 둘다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 시간이 흘러 야금야금 먹어진 '나이'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여러 명사들과 자신의 경험등을 토대로 이야기하는 35가지의 짧은 에피소드는 상상했던 단어와 전혀 상상하지 못한 단어들을 주제로 이야기 되어졌다. 이 단어들을 가지고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내가 본 이 책의 저자는 80세에 다다랐지만 호탕하고 뒤끝도 없으며 쓸 줄 알고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청춘아닌 청춘이었다. 작가는 청춘이 마음으로 부터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이야기를 가만히 읽다보면 나의 청춘이 무조건 스물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갈 수 있다고 믿어진다. 좋은 인생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이 세상에 많고 많은 책에서 이 책이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다말할 수 있는 것은 쿨하고 통쾌한 작가의 철학이다. 그런 주장들 때문에 '이 사람은 정말로 행복한 사람이어서 나도 이렇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는 자신만의 꿈꾸는 인생이 있게 마련이다. 책 속의 키워드는 단지 나보다 더 긴삶을 산 사람의 지론일 뿐, 반드시 받아들여야 진짜 인생이거나 행복한 인생이 아니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내 가치관과 맞지 않은 키워드를 종종 만났지만, 그것으로 이 작가의 말이 틀렸다거나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맞지 않는 건 빼내는 잣대가 역시 필요하다.

 

 

 

- 살아가면서 '잊는 데 고수'가 되어야만 한다. 아무리 반성하려 해도 한번 내뱉은 말이나 일단 선택한 물건은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상대방의 마음에 생긴 상처'를 지워버릴 수는 없고, 이미 생긴 일을 없었던 것으로 처리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어.' '엎질러진 물'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야말로 한번 엎질러진 물은 절대로 되돌릴 수 없다. 과거에 얽매이는 어리석음은 동서양의 모든 선인들이 지적한 바 있다. "지나간 일로 마음을 애태우지 말라.",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니 지나간 일로 치고 그대로 두자." (19p)

 

 - "인간은 어쩔 수 없는 존재라는 인식이 기본에 깔려 있어야 한다." 한 극작가의 말이다. 그 어쩔 수 없는 존재들끼리 상대하는 것이니까,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인간관계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자세도 그렇다. 대인관계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상대방이 싫어하더라도 진심을 말할 수 있다. 싫어할 것을 두려워하여 마음을 속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일부러 싫어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일 필요는 없지만, 그런 말이나 행동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7p)

 

 - 거짓말을 진실처럼 보이려면, 감추고 싶은 부분은 우선 거짓말을 한 후에 약간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아부에도 어느정도 진실은 필요하다. <군주론>으로 유명한 마키아벨리도 비슷한 말을 했다. "거짓말을 할 때에는 반드시 진실을 넣어라. 그 진실의 힘에 의해 거짓말도 진실이 된다." 진실이 섞인 거짓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면, 인간관계에서 실패할 확률이 확 줄어든다. (177p)

 

 - 요즘의 부모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집에서 빈둥거리기만 하는 자식을 상대로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눈치만 살핀다. 이게 부모가 해야 할 행동인가. 왜 이렇게까지 자식의 하인 노릇을 해야 하는 것인지,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식사는 가족이 함께 모여서 하는 것이다. 본인이 나오지 않으면 굳이 갖다 줄 필요가 없다. 먹지 않으면 그만이다. 굶어죽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고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기개를 요즘 부모들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응석이나 부리는 그런 자식을 이해 주어야 한다는 마음을 앞세우면서, 사실을 부모 자신이 자식을 떼어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211p)

 

 

 물욕 역시 나쁘거나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이 있다면 사야 한다. 이것은 나의 변함없는 지론이다. 어떻게든 자동차를 가지고 싶은데 '물욕에 이끌려서는 안 된다.'라는 식으로 참으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구입해서 행복한 기분을 만끽하는 쪽이 훨씬 건전한 삶이다. 누구나 마치 진리처럼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라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이 얼마든지 있다. 다만, 그것이 행복의 모든 것은 아니다. 이 사실만 인식하고 있다면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은 얼마든지 사도 된다. (60p)

 

제목에 '나이에 밀리지 않고'라는 구절이 있어서 언뜻 서른이나 마흔쯤을 가는 사람들에게 알맞은 책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20대들이 읽어도 좋을 책인 것 같다. 그리고 밑줄을 그은 마지막 문단은 정말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을 정도로 공감이 간다. 지나치지 않게 물욕을 만끽하라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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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날들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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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사소한 전환이 모여 아름다움을 방출하는 <완벽한 날들 - 메리 올리버> 

 

 

 

 

 

  

  자연에 살고 싶은 꿈을 꾼다. 아니 어쩌면 자연에 이미 가깝게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헌신으로(전에는 지나친 몰두로만 보였지만) 우리의 집, 아파트 1층의 정원이란 공간은 화초로 가득차 축복을 받은 채 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자연에 대한 애정을 언제쯤 느낄 수 있을까? 자연의 아름다운 것들을 느끼고 그것들을 낙원이라 말할 수 있는 그 때는 언제 올까? 사람들은 아마도 누구나 이런 꿈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귀농을 권장하는 공익광고, 그리고 쏟아져나오는 힐링이란 주제와 자연주의적 삶. 그러나 이미 너무나 편리하고 기계적인 삶에 익숙해져버린 우리가 쉽게 그 환경을 버리고 반대의 생활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갈 나를 상상해보면 역시 만만치 않은 함정들이 그려진다.

 

  그렇지만 또다시 이러한 모든 함정을 팽개치고 자연에의 삶을 꿈꾸게 하는 책이 있다. 바로 메리 올리버의 <완벽한 날들>. 김연수의 소설에서 <기러기>라는 시가 인용된 적이 있는데, 이 시를 쓴 여류작가가 바로 메리 올리버라는 사람이고 이 책은 한국에서 출판된 그녀의 첫번째 책이다. (그녀는 이미 자국에서는 수십개의 작품을 펴냈고, 퓰리처상도 수상했다.)

 

 

 

 

 김연수 작가가 마음 속 깊은 곳에 혼자만 소유하고 싶었던 메리 올리버의 글. 그녀는 '프로빈스 타운'에서 날마다 자연을 느끼며 찬양한 글들을 묶어 완벽한 날들을 펴냈다. 그녀는 빗소리를 듣고, 바다를 거닐고, 꽃들을 관찰하며, 열쇠구멍 속 거미에게 행운을 빌고, 흰 깃털을 달고 넘쳐흐르는 파도를 감상한다. 그녀에게 그러한 것들은 '경박함, 무관심, 정신과 마음의 부재 같은 못난 기분 상태를 지적해주는 '귀중한 동반자'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차마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귀중하고 아름다운 것들, 즉 자연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더불어 자신이 추구하는 미의 가치를 알고 있는 워즈워스, 에머슨, 호손 같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들을 함께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그녀가 보고 있는, 그녀가 속해있는 그 풍경, 매일 똑같지만 똑같지 않은 그 풍경을 내가 보는 것처럼 찬란하고 마음 벅찬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사소한 전환과 일상적인 변화로 달라지는 마음의 방랑, 큰 것과 작은 것을 번갈아 좁았다 넓어지는 시야, 경외스러운 느낌을 가지고 쳐다볼 수 있는 눈, 그런 것들을 글로만 가지기에는 아직 아쉽지만, 그녀의 감정이 오롯이 들어간 글에 '완벽한 날들'이란 제목만 보고서도 마음이 충만해지는 것을 느낀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 속에 이러한 아름다운 공간이 있었을까. 벌레처럼 자그마한 것을 보는 것에 그러한 기쁨이 숨겨져있었을까. 한 줄, 한 줄 읽어나갈 수록 놀라움이 깊어지는 책이다.

 

 

 

   - 낙원에도 규칙은 있어야 한다. 나는 그 규칙들이 신의 솜씨인지 아니면 우연의 산물인지 알지 못한다. 우연조차도 신의 뜻일지도 모르지만 내 생각으론 그 규칙들이 우연의 산물일 것 같다. 훌륭하지도 깔끔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그저 현실적인 정도이며 비생명보다 생명을 추구하기에, 숭고하다. 모든 생명력은 그것의 존재를 장려하는 메커니즘을 지닌다. 장식이나 환영처럼 보이는 것도 순수히 실용적이다. 생명력은 안개나 전기의 엔진에서 나오며 장난스러울 수도 있지만 확신에 차 있다. 그리고 거대한 어깨를 지닌 바닷속 시련에 대비해 다산한다. (20p)

 

  - 그는 늘 자연계의 빛과 고요를 사랑했지만 이제 세상의 괴력과 불가사의에까지, 우리의 이해력을 넘어선 곳에 있는, 뭐라고 이름 붙일 수조차 없는 그 음모들에까지 경의를 표하게 되었다. 그 후로 워즈워스는 분명하고 균형잡힌 풍경을 이룬 응결체들과 기체들의 배열뿐만 아니라 회오리바람도 찬양하게 되었다. 세상의 미와 기묘함은 기운을 돋우는 상쾌함으로 우리의 눈을 채우는 한편 우리 가슴에 공포를 안겨주기도 한다. 세상의 한쪽에는 광휘가, 그 반대쪽에는 심연이 존재한다. (48p)

 

  - 문제는, 삶에서든 글쓰기에 있어서든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혹독한 날씨는 이야기의 완벽한 원천이다. 폭풍우 때 우리는 무언가 해야만 한다. 어디론가 가야만 하고, 거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속에서 우리의 마음은 기쁨을 느낀다. 역경, 심지어 비극도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 스승이 된다. 우리 모두 도전과 용맹을 찬양한다. 바람 없는 날 단풍나무들이 천개를 길게 드리우고 푸른 하늘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을 때, 어느 향기로운 들판에서 불기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안된 바람이 살그머니 우리를 스치고 지나갈 때, 우리가 하는 건 무엇인가? 너그러운 땅에 누워 편안히 쉬는 것이다. 그리고 잠이 들기 쉽상이다. (62p)

 

  - 여리디여린 아침이여, 안녕./ 오늘 넌 내 가슴에/ 무얼 해줄까?/ 그리고 내 가슴은 얼마나 많은 꿀을 견디고/ 무너질까?

  이건 사소하거나 아무것도 아닌 일 : 달팽이 한 마리가/ 격자 모양 잎들을/ 푸른 나팔 모양 꽃들을 기어오른다.

  분명 온 세상 시계들은/ 요란하게 똑딱거리고 있을 거다./ 나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 달팽이는/ 창백한 뿔을 뻗어 이리저리 흔들며/

  손가락만 한 몸으로 느릿느릿 나아간다/ 점액의 은빛 길을 남기며.

  오, 여리디여린 아침이여, 내 어찌 이걸 깰까?

  내 어찌 달팽이를, 꽃들을 떠날까?/ 내 어찌 내성적이고 야심 찬 삶을 이어갈까? (119p : 여리디여린 아침)

 

 

여러개의 글을 묶은 산문집이라 다소 어렵고 난해한 글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어려워도, 왠지 계속 읽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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